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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국은 언제쯤 망가진 자들을 수거해가나

김성규 시집
창비시선 359
김성규 저자(글)
창비 · 2013년 03월 29일
6.3
10점 중 6.3점
(2개의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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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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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적인 목소리와 냉정한 시선으로 슬픈 존재들의 가슴을 어루만지다!
김성규 시인의 두 번째 시집 『천국은 언제쯤 망가진 자들을 수거해가나』. 2004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한 이후 개성적인 시세계를 펼쳐온 저자의 이번 시집은 부조리한 현실의 이면을 새롭게 인식하는 깊은 사유의 세계를 보여주는 시편들로 구성되어 있다. 자신의 내면세계보다 이 세계의 비극적 상황에 관심을 기울이며 그려낸 몸서리치도록 팽팽한 시적 긴장을 담은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인간적인 요구에 응하고 정서적 순환에 의지하는 독서의 등가물을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삶에서 덤으로 내려 주어지는 미지의 무엇과 그 불꽃을 우리에게 투척한다는 문학평론가 조재룡의 말처럼 재난뿐인 세계에서 살아가는 처절한 고통 속에서도 목숨과도 같은 시 한편 한편을 빚어내는 저자의 처연한 아름다움과 절절한 울림이 오롯이 담긴 ‘적도로 걸어가는 남과 여’, ‘심문관’, ‘장롱에서 기어나온 누에 한 마리’ 등의 시들을 만나볼 수 있다.
이 책에 담긴 시 한 편!

절망

꽃들은 왜 하늘을 향해 피는가
그리고 왜 지상에서 죽어가는가

작가정보

저자(글) 김성규

저자 김성규는 1977년 충북 옥천에서 태어나 명지대 문예창작학과를 졸업하고 2010년 현재 동대학원 박사과정에 재학중이다. 2004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독산동 반지하동굴유적지'가 당선되어 작품활동을 시작했으며 '시힘' 동인으로 활동중이다.

목차

  • 제1부
    적도로 걸어가는 남과 여
    수박
    망명자
    심문관
    정원사
    동면,폐정, 병이 최초로 발생한 곳
    폭풍 속으로의 긴 여행
    내일
    구렁이를 타고 날아가는 아이들
    만년설
    미식가
    거신족
    토끼는 달린다
    토끼사육
    얼음궁전
    눈 위에 찍힌 붉은 발자국
    파종
    천국은 언제쯤 망가진 다들을 수거해가나
    검은 후름 흰 날개

    제2부
    생일
    유랑
    방언
    은빛 연못
    끝말 잊기
    시인
    해열
    꼽사춤
    수열
    장롱에서 기어나온 누에 한마리
    형태도 없이 내 마음이
    두 눈을 감고 노래해도

    소나기

    자살하는 날의 아침
    절망

    제3부
    새가 열리는 나무
    눈보라 속으로 날아간 마법사
    중독자
    유리숲
    거구
    난쟁이들은 기차를 타고
    저습지
    머리카락
    아직 완성되지 않은 시
    잉어사육
    열매나무
    예언자
    가물치
    군항제
    혈국
    쇠나팔
    우는 심장
    사자의 상

    해설_ 조재룡

    시인의 말

출판사 서평

축복받지 못한 존재들의 가슴을 어루만지는 아름다운 동화

선명한 언어와 유려한 이미지를 구사하며 현실과 환상을 넘나드는 동화적 상상력으로 개성적인 시세계를 펼쳐온 김성규 시인의 두번째 시집 『천국은 언제쯤 망가진 자들을 수거해가나』가 출간되었다. 5년 만에 펴내는 이번 시집에서 시인은 폐허에 다름 아닌 자본주의 사회의 폭력과 삭막한 “세계의 적나라하고 추악한 양상들을 땀내 나는 언어로 기록해나”(조재룡, 해설)가며 부조리한 현실의 이면을 새롭게 인식하는 깊은 사유의 세계를 보여준다. 몽환적 분위기를 자아내는 서정적인 목소리와 그늘진 삶의 비참한 풍경을 예민하게 포착해내는 냉정한 시선이 돋보이는 “처연한 아름다움과 절절한 울림이 있는”(송찬호, 추천사) 시편들이 불행한 삶의 고통 속에서 희망마저 잃고 살아가는 슬픈 존재들의 가슴을 어루만지며 깊은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지뢰밭 가운데서/한 남자가 일직선으로 걸어가고 있었다//적도를 따라 걸어가는 중입니다/왜 적도로 가느냐고 묻자,/전쟁이 끝나 우리가 만날 수 없을 때/부서진 건물 사이를 지나/너는 왼쪽으로 걸어/나는 오른쪽으로 걸을게/서로를 찾아 헤매다 어디에서도 만날 수 없다면/적도를 향해 걸어가자//지뢰밭 가운데서/한 여자가 적도를 따라 걸어가고 있었다(「적도로 걸어가는 남과 여」 전문)

김성규 시인은 자신의 내면세계에 대한 성찰보다는 “가난이 재난을 찾아가”고 “재난이 가난을 찾아내”(「해열」)는 이 세계의 비극적 상황에 관심을 기울인다. “반쯤 쪼개진 하늘”(「수박」)에 “돼지비계처럼 떠다니는 구름과 시체의 얼굴로 부풀어오르는 달”(「동면, 폐정, 병이 최초로 발생한 곳」)과 같은 섬뜩한 풍경 속에는 재앙으로 물든 참혹한 세상을 살아가야 하는 비장함마저 감돈다. “썩은 물이 흘러넘치고/뱀의 허물처럼 아이들의 꿈이 밤하늘에 떠다”(「동면, 폐정, 병이 최초로 발생한 곳」)니는 폐허의 가시밭 어느 곳에서도 희망의 불씨는 기미조차 보이지 않고, “올라갈 곳은 없고 오직 떨어질 일만 남”은 고통스러운 지상에 “폭풍이 언제 멈출지는 아무도”(「폭풍 속으로의 긴 여행」) 모른다.

나, 걸었지/모래 우에 발자국 남기며/길은 멀고도 먼 바다/목말라 퍼먹을게 없어 기억을 퍼먹으며/뒤를 돌아보았지/누군가의 목소리가 날 부를까/이미 지워진 발자국/되돌아갈 수 없었지/길 끝에는 새로운 길이 있다고/부스러기처럼 씨앗처럼 모래 흩날리는/되돌아갈 수 없는 길/이제 혼자 걷고 있었지/깨어보니/무언가 집에 놓고 왔을까/이미 지워진 발자국/되돌아갈 수 없는 길을 걸으며/목말라 퍼먹을게 없어 기억을 퍼먹으며/길 끝에 또다른 길이 있을까(「유랑」 전문)

“두 눈을 뜨고 노래해도/고통은 바구니에 담겨지지 않”고 “두 눈을 감고 노래해도/고통의 바구니는 줄어들지 않는”(「두 눈을 감고 노래해도」) 비참한 삶 속에서 시인은 죽음과도 같은 폐허를 응시하는 시인은 어쩌면 오히려 죽음 속에서 삶의 자양분을 얻는 듯도 하다. “다시는 가지 말아야 할/그래서 갈 수 밖에 없는 길”(「눈 위에 찍힌 붉은 발자국」)을 밟아나가야 한다고 다짐하는 시인은 “밤마다 베고 자던 구름에도 세금을 매기는”(「얼음궁전」) 비정한 세상의 한복판에 우뚝 서서 어둠의 불꽃을 피워올린다. “내일은 분명 무슨 일이 일어나리라”(「내일」)는 믿음을 간직한 채 시인은 “어둠 속/내 안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귀를 기울”(「뿔」)이며 “마귀가 불러주는 주문을/온몸으로 받아 적”(「방언(方言)」)는다.

그 소리는 모든 종말의 순간에 울려퍼진다/그 소리는 죽은 자들을 일깨우며/그 소리는 황혼의 무덤 위에서/그 소리는 근육을 터뜨리고 망치를 들어올린다/그 소리는 피 묻은 대장장이의 손으로/그 소리는 모두를 불러모으고/그 소리는 고통 없이 심장을 뚫고/그 소리는 눈먼 자들을 주저앉히며/그 소리는 분노를 녹여/그 소리는 검은 땅에 패배의 씨앗을 흩뿌린다(「쇠나팔」 부분)

무릇 ‘시인’이라 함은 세계와 끊임없이 갈등하고 불화하는 비극적 운명을 타고난 자이다. 김성규에게 시인이라는 존재는 “자고 일어나면 병이 깊어지는”(「해열」) “예언자”(「예언자」)이자 “위대한 마법사”(「미식가」)이며 “스스로를 형틀에 매달고 살아가려는 망명자”(「심문관」)이다. 자신이 “쓴 시가 지나간 시간을 되살릴 수 없다는 것”(「혈국(血國)」)을 알고 있기에 시인은 “이제까지 쓴 것들을 다 버리고 다시 써야”(「아직 완성되지 않은 시」) 한다고 자신을 다그치면서, “영원히 아물지 않을 상처를 심장 속에 새겨넣”(「정원사」)고 “독을 뿜지 않기 위해 혓바닥을 입속에 말아넣”(「중독자」)으며 고통 속에서 살아야 하는 운명을 겸허히 받아들인다.

아무도 장님인 저에게 돌을 던질 수는 없습죠 땅속으로 파고들어간 방 한 칸, 누가 뭐래도 이 방은 우리의 왕국입니다요(…)//흙으로 묻어놓은 입구를 따라 병든 쥐들이 인도하는 길을 걸으면 어머니는 간과 신장을 팔아 통증의 왕국을 선물하셨네 기억은 언제나 뒤엉켜 꿈을 꾼 흔적들, 천국은 언제쯤 아가진 자들을 수거해가나 우리를 기다리는 고통이 있다면 누가 뭐래도 이곳은 우리의 왕국이라네(「천국은 언제쯤 망가진 자들을 수거해가나」 부분)

재난뿐인 세계에서 살아가는 처절한 고통 속에서도 시인은 “땅속으로 파고들어간 방 한 칸”(「천국은 언제쯤 망가진 자들을 수거해가나」)을 삶의 구원처로 삼고서 “밤마다 불같은 글을 종이 위에 휘갈기”(「중독자」)며 “몸을 짜서”(「혈국(血國)」) 목숨과도 같은 시를 한편 한편 빚어낸다. “숯덩어리 같은 울음을 삼키며”(「얼음궁전」) “세상이라는 악에서 피워올린 고통의 꽃”(해설)이라 할 만한 김성규의 시는 “백년 동안 쉬지 않고 눈이 내”(「만년설」)리고 “겨울이 끝나고 다시 겨울이 시작되”(「얼음궁전」)는 ‘지금-여기’, 그저 폐허일 뿐인 축복 없는 세계에 던지는 한 줌의 불빛과도 같다.

죽은 물고기를 삼키는/두루미/목을 부르르 떤다//부리에서 삐져나온/푸른 낚싯줄/흘러내리는 핏물/목구멍에 걸린/바늘을 토해내려/날개를/터는 소리//한번 삼킨 것을/토해내기 위해/얇은 발자국 늪지에 남기며/걸어가는 길//살을 파고드는/석양을 바라보며/두루미가 운다(「시인」 전문)

추천사
사나운 폭풍에 얹혀 하늘을 날아다니는 집과 가족이 있다. 김성규 시에 따르면, 그들은 ‘폭풍 속으로의 긴 여행’ 중이다. “이 폭풍이 언제 멈출지는 아무도”(「폭풍 속으로의 긴 여행」) 모르고, 그들 또한 이 현대판 노아의 방주로부터 언제 지상에 안착할지 기약이 없다. 지상은 구제역 같은 병이 창궐하거나 “백년 동안 쉬지 않고”(「만년설」) 눈보라가 날리는 참담한 곳이다. 그래도 지상에서 살 만한 곳이 있다면, 시인이 일찍이 노래한 바 있는 “독산동 반지하동굴”(『너는 잘못 날아왔다』) 같은 혈거(穴居)뿐이다. 그는 “땅속으로 파고들어간 방 한 칸”(「천국은 언제쯤 망가진 자들을 수거해가나」)에서 우울한 혈거인의 시선으로, 가난과 질병과 전쟁과 이념의 갈등으로 얼룩진 이 세계의 통증을 예리하게 구술한다. 한편 그는 이렇게 세계에 절망하면서도, 시간의 갱생과 삶의 구원처로서 여전히 가족과 고향의 신화를 믿고 있는 것 같다. 그의 시에 처연한 아름다움과 절절한 울림이 있는 이유가 그런 것들이다. 아무튼, 그는 몸서리치도록 팽팽한 이 시적 긴장을 어디까지 밀고 나갈 수 있을까. 삶은 늘 구원자의 출현을 실망과 배반으로 바꿔놓지만, 독자로서 원컨대 “이마에 엷은 빛을 지닌 사내”(「파종(播種)」)가 이 세상에 다시 온다면, 부디 불길한 ‘예언자’가 아니기를. 그가 ‘피리’를 불 수 있다면 피리 소리로 이 세상의 고통을 모두 데려가기를. 송찬호 시인

기본정보

상품정보 테이블로 ISBN, 발행(출시)일자 , 쪽수, 크기, 총권수, 시리즈명을(를) 나타낸 표입니다.
ISBN 9788936423599
발행(출시)일자 2013년 03월 29일
쪽수 148쪽
크기
125 * 200 * 20 mm / 190 g
총권수 1권
시리즈명
창비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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