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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문 공부의 시작, 고전의 명문장

이규일 저자(글)
솔빛길 · 2025년 02월 2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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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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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중문학의 기초 교육 교재이다. 한문 공부는 중국 문학 작품의 원문을 읽기 위한 기본 지식 학습이라는 측면과 중국어 독해 능력 향상을 위한 어학 공부라는 이중적 성격을 갖고 있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본문을 통해 접하는 역사적 사건, 인물, 담론 등을 통해 중국학 기초를 다지는 한편, 짧은 문장의 구조적 분석학습으로 한문의 어순과 문법의 특징을 파악하는 능력을 키우는데 중점이 두어졌다.
중국에서는 초등학교 저학년 때부터 당시를 외우고, 고학년이 되면 고전 명구를 암송하고, 대학 입시에서도 고전 명구를 외워 쓰는 주관식 문제가 출제된다. 앞으로도 이런 추세는 계속될 것이며 중국 미래 세대들의 언어에서 고전의 비중은 더욱 커질 것이다. 지금 중국 정치인들이 고전의 성어나 명구를 통해 중국의 외교적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도 중국식 커뮤니케이션의 독특한 방식이라 할 것이다.
필자는 우리의 한문 교육이 중국어 학습과 별개의 것이 아니라는 인식에서 출발하여 한문을 통해 중국어의 문장 구조를 익히고 중국어 학습의 초석을 다질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이 책을 저술했다.

이 책은 총 18과로 되어 있으며 한 과는 〈단문〉 4개, 〈문장 이해〉의 장문 2개, 〈한시〉 1수로 구성되어 있다. 최대한 고등학교 한문 교과서의 난이도와 이어질 수 있는 수준의 원문을 선별했으며 중국 고전에 대한 이해를 넓힐 수 있도록 다양한 문헌에서 수록했다.
내용 구성에서 우선적으로 고려한 것은 한문 독해를 위해 필요한 문법적 요소이다. 원문의 한자 독음을 표기하면서 동시에 중국어 발음도 표기했는데 이는 고급 중국어 학습과 연계된 한문 교육을 지향한다는 집필 원칙의 반영이다. 원문마다 〈어휘 설명〉과 〈어법 설명〉을 두어 주요 단어들이 문장에서 활용되는 방식에 대한 이해를 돕도록 했고, 〈어법 설명〉에서 설명하는 내용들은 주로 한문 허사들의 용법이다. 용례로 제시된 예문들도 널리 알려진 명구이면서 해당 용법을 정확하게 설명할 수 있는 문장들로 선별했다. 또 〈해설〉에서 간략하게라도 본문의 내용에 대해 설명했다. 별도의 면에 있는 〈갑골문과 중국 문화〉, 〈중국 문화 지식〉은 중국 문화 학습을 위한 기초 지식에 해당하는 내용들로서 공부하는 사람이 흥미를 느끼고 중국 문화에 대한 이해를 더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서술한 것이다.

작가정보

저자(글) 이규일

강원도에서 태어나 서울에서 자랐다. 국민대를 졸업하고 베이징대에서 석·박사학위를 받았으며, 현재 국민대 중국학부 교수로 재직 중이다. 중국 고전시 전공으로 위진남북조 수당 시대의 문학 현상과 이론을 주로 연구했다. 지은 책으로 『육기 문학 창작 연구』 『문부역해』 『한시, 마음을 움직이다: 중국의 한시외교』 『한시교양115』 『스토리텔링 교양 한문』 등이 있고, 『이하시선』 『육기시선』 『서진 흥망사 강의』 등의 책을 번역했으며 이외에도 다수의 논문을 발표했다.

목차

  • 머리말

    제1과
    제1절 단문 읽기
    제2절 문장 이해
    제3절 한시 감상
    갑골문과 중국 문화
    중국 문화 지식

    제2과
    제1절 단문 읽기
    제2절 문장 이해
    제3절 한시 감상
    갑골문과 중국 문화
    중국 문화 지식

    제3과
    제1절 단문 읽기
    제2절 문장 이해
    제3절 한시 감상
    갑골문과 중국 문화
    중국 문화 지식

    제4과
    제1절 단문 읽기
    제2절 문장 이해
    제3절 한시 감상
    갑골문과 중국 문화
    중국 문화 지식

    제5과
    제1절 단문 읽기
    제2절 문장 이해
    제3절 한시 감상
    갑골문과 중국 문화
    중국 문화 지식

    제6과
    제1절 단문 읽기
    제2절 문장 이해
    제3절 한시 감상
    갑골문과 중국 문화
    중국 문화 지식

    제7과
    제1절 단문 읽기
    제2절 문장 이해
    제3절 한시 감상
    갑골문과 중국 문화
    중국 문화 지식

    제8과
    제1절 단문 읽기
    제2절 문장 이해
    제3절 한시 감상
    갑골문과 중국 문화
    중국 문화 지식

    제9과
    제1절 단문 읽기
    제2절 문장 이해
    제3절 한시 감상
    갑골문과 중국 문화
    중국 문화 지식

    제10과
    제1절 단문 읽기
    제2절 문장 이해
    제3절 한시 감상
    갑골문과 중국 문화
    중국 문화 지식

    제11과
    제1절 단문 읽기
    제2절 문장 이해
    제3절 한시 감상
    갑골문과 중국 문화
    중국 문화 지식

    제12과
    제1절 단문 읽기
    제2절 문장 이해
    제3절 한시 감상
    갑골문과 중국 문화
    중국 문화 지식

    제13과
    제1절 단문 읽기
    제2절 문장 이해
    제3절 한시 감상
    갑골문과 중국 문화
    중국 문화 지식

    제14과
    제1절 단문 읽기
    제2절 문장 이해
    제3절 한시 감상
    갑골문과 중국 문화
    중국 문화 지식

    제15과
    제1절 단문 읽기
    제2절 문장 이해
    제3절 한시 감상
    갑골문과 중국 문화
    중국 문화 지식

    제16과
    제1절 단문 읽기
    제2절 문장 이해
    제3절 한시 감상
    갑골문과 중국 문화
    중국 문화 지식

    제17과
    제1절 단문 읽기
    제2절 문장 이해
    제3절 한시 감상
    갑골문과 중국 문화
    중국 문화 지식

    제18과
    제1절 단문 읽기
    제2절 문장 이해
    제3절 한시 감상
    갑골문과 중국 문화
    중국 문화 지식

책 속으로

제1절 단문 읽기

01
醉翁之意不在酒在 乎山水之間也.
취옹지의부재주 재호산수지간야

zuì wēng zhī yì bú zài jiǔ, zài hū shān shuǐ zhī jiān yě.

「醉翁亭記」취옹정기

어휘 설명
1) 醉翁(취옹) : 술 취한 늙은이 | 意(의) : 뜻, 생각
2) 山水(산수) : 자연 경관

어법 설명
在乎(재호) : ~에 있다
所重者在乎色樂珠玉(소중자재호색락주옥) 중히 여기는 바가 여색의 쾌락과 주옥에 있다.

우리말 해석
취옹의 뜻은 술에 있지 않으며 산수의 경치에 있다.

해 설
「취옹정기」 : 북송의 문인 구양수(歐陽修, 1007~1072)가 권력 투쟁에 휘말려 저주(滁州, 지금의 안휘성)로 좌천되었을 때 지은 산문. 구양수는 당시 낭야산의 정자에 올라 저주의 아름다운 풍경을 자주 감상했는데 스스로 취옹(醉翁, 술 취한 늙은이)이라는 호를 짓고 그 정자를 취옹정이라 불렀다
-본문, 153~154쪽


제2절 문장 이해

01 정성공(鄭成功)
台灣, 福建海中島, 荷蘭紅毛人居之. (중략)
태만, 복건해중도 하란홍모인거지
荷蘭築城二, 曰赤嵌, 曰王城 其海口曰鹿耳門.
하란축성이 왈적감, 왈왕성 기해구왈녹이문
荷蘭人恃鹿耳門水淺不可渡, 不爲備.
하란인시녹이문수천불가도, 불위비
成功師至, 水驟長丈餘, 舟大小銜尾徑進.
성공사지, 수취장장여, 주대소함미경진.
『淸史稿·鄭成功傳』
청사고 정성공전

tái wān, fú jiàn hǎi zhōng dǎo, hé lán hóng máo rén jū zhī. (중략)
hé lán zhù chéng èr, yuē chì qiàn, yuē wáng chéng, qí hǎi kǒu yuē lù ěr mén.
hé lán rén shì lù ěr mén shuǐ qiǎn bù kě dù, bù wéi bèi.
chéng gōng shī zhì, shuǐ zhòu zhǎng zhàng yú, zhōu dà xiǎo xián wěi jīng jìn

어휘 설명
1) 福建海(복건해) : 지명. 중국 동남 지역의 해역 | 島(도) : 섬
2) 荷蘭(하란) : 네덜란드 | 紅毛人(홍모인) : 당시 서양 사람을 지칭하는 용어 |
居(거) : 거하다
3) 築城(축성) : 성을 쌓다 | 赤嵌(적감) : 지명. 적감성 | 王城(왕성) : 지명. 왕성
4) 海口(해구) : 해안선이 내륙 쪽으로 움푹 들어간 부분 | 鹿耳門(녹이문) : 지명
5) 恃(시) : 믿다 | 淺(천) : 얕다 | 渡(도) : 건너다
6) 備(비) : 대비하다
7) 成功(성공) : 인명. 정성공 | 師(사) : 군대 | 至(지) : 이르다
8) 驟(취) : 몰려들다 | 長(장) : 물이 불다. 漲(창)과 같다. | 丈(장) : 길이의 단위. 길(어른의 키) | 餘(여) : 나머지
9) 舟(주) : 배 | 銜(함) : 물다 | 尾(미) : 꼬리 | 徑(경) : 지름길 | 進(진) : 나아가다

어법 설명
長(장)
① (cháng) 길다 故其說長(고기설장) 그러므로 말이 길어졌다.
② (zhǎng) 성장하다, 자라다 勿助長(물조장) 억지로 자라게 돕지 말라

우리말 해석
정성공대만은 복건해에 있는 섬으로 네덜란드 홍모인들이 점거하고 있었다. (중략) 네덜란드 사람들은 성을 두 개 쌓았는데 하나는 적감성이라 부르고 또 하나는 왕성이라 불렀으며 그 해구는 녹이문이라 했다. 네덜란드 사람들은 녹이문은 수면이 얕아 건너오지 못할 것이라 믿고 방비를 하지 않았다. 정성공의 군대가 도달하자 물이 밀려와 한 길 넘게 불어났고 크고 작은 배들이 꼬리를 물고 빠르게 들어갔다.

해 설
『청사고』 : 중화민국 건립 이후 편찬된 역사서로 24사에는 들어가지 않는다. 본문은 반청복명(反淸復明) 활동을 하던 정성공(1624~1662)이 1661년 대만을 점령하는 내용이다. 대만이 중국의 역사에 편입되기 시작한 시점이다. 이후 대만은 스페인, 네덜란드, 정성공 세력이 분할 지배하게 되었고 정성공 사후 청나라의 통치를 받았다. 대륙의 한족이 대거 유입되면서 토착민은 산으로 이주하여 고산족이라 불렸다. 청일전쟁이 끝나고 일본의 식민지가 되었으나 일본이 패망한 후 지금까지 중화민국 정부가 유지되고 있다
본문 163~164쪽


제3절 한시 감상

「賦得古原草送別 (부득고원초송별)」

離離原上草, 一歲一枯榮.
리리원상초, 일세일고영.
野火燒不盡, 春風吹又生.
야화소부진 춘풍취우생.
遠芳侵古道, 晴翠接荒城.
원방침고도, 청취접황성.
又送王孫去, 萋萋滿別情.
우송왕손거 처처만별정.
居易白백거이

lí lí yuán shàng cǎo, yī suì yī kū róng.
yě huǒ shāo bú jìn, chūn fēng chuī yòu shēng.
yuǎn fāng qīn gǔ dào, qíng cuì jiē huāng chéng.
yòu sòng wáng sūn qù, qī qī mǎn bié qíng



어휘 설명
1) 賦得(부득) : 정해진 시의 제목이 있거나 다른 사람의 시구를 제목으로 차용할 때 제목 앞에 붙이는 용어. ‘~를 제목으로 한다’라는 의미이다.
2) 離離(리리) : 풀이 새파랗게 무성한 모양
3) 歲(세) : 해, 년 | 枯榮(고영) : 시듦과 번성함
4) 野火(야화) : 들불 | 燒(소) : 타다 | 盡(진) : 다하다
5) 吹(취) : 바람이 불다
6) 遠芳(원방) : 먼 곳에서 불어오는 꽃향기 | 侵(침) : 엄습하다 | 古道(고도) : 오래된 길
7) 晴(청) : 맑다 | 翠(취) : 비취(빛)
8) 王孫(왕손) : 귀족의 후예. 여기서는 먼 길 가는 친구
9) 萋萋(처처) : 풀이 무성하게 우거진 모양

우리말 해석

오래된 들녘의 풀을 노래하여 송별하다
우거진 저 들녘의 풀, 해마다 시들었다가도 무성해지네.
들판의 불길에도 다 타지 않고, 봄바람 불면 다시 피어나네.
아득한 향기는 옛길에 스며들고, 눈부신 초록빛 황폐한 성터에 뻗어 있네.
또 그대를 보내나니, 이별의 정 풀처럼 무성하네.

해 설
「부득고원초송별」 백거이(772~846) : 중당 때의 시인으로 자(字)는 낙천(樂天)이며 향산거사(香山居士)라고도 불렀다. 젊은 시절 신악부(新樂府) 운동을 주도하며 현실 정치를 비판하는 풍유시(諷喩詩) 창작에 몰두했으나 강주사마로 좌천된 후 은거 생활의 정취를 표현하는 한적시(閑適詩)를 많이 썼다. 시는 표현이 쉬워야 한다는 지론이 있어 시가 완성되면 옆집의 노파에게 보여주고 고쳤다는 일화가 유명하다.
시인이 16세에 지은 시라고 알려졌다. 제2구에서 榮枯(영고)라고 하지 않고 枯榮(고영)이라고 했다. 떠나가는 친구의 앞날에 희망을 전하려는 마음 때문일 것이다. 제3구와 제4구는 枯榮(고영)을 구체적으로 묘사했다.

본문 168~170쪽


〈갑골문과 중국 문화〉

筆(붓 필)과 관련된 글자

筆(붓 필)은 붓을 가리키는 글자이다. 세로로 세워진 필기구를 오른손으로 잡고 있는 모습에서 나왔다. 붓대 끝의 털 모양도 섬세하게 그려져 있다. 처음에는 聿(붓 율)자로 붓을 의미했는데 대나무를 사용하게 되면서 竹(대 죽)을 붙여 筆(필)로 썼다. 진(秦)나라 때 몽염(蒙恬)이 붓을 개량하면서 대나무를 사용했다고 하니 실제 붓의 발명은 훨씬 이전일 것이다. 붓이 보편화되기 전에는 목판이나 죽간에 날카로운 칼 등으로 글씨를 팠다. 畵(그림 화)는 손으로 붓을 잡고 밭(田)으로 보이는 형상을 그리는 모습이다. 書(글 서)는 口(입 구)로 보이는 글자를 쓰는 모습이다. 쓰다, 글, 편지, 책 등 쓰는 것과 관련된 여러 의미를 갖고 있다. 事(일 사)에도 붓이 들어 있다. 문서를 작성하는 일이나 업무를 의미했을 것이다. 붓과 관련된 글자는 이외에도 建(세울 건), 尹(다스릴 윤), 吏(벼슬아치 리) 등이 있다.

본문 192쪽


〈중국 문화 지식〉

장자의 상대주의

모든 가치는 상대적이기 때문에 다수의 판단이 절대적으로 옳은 것은 아니라는 관점을 상대주의라 한다. 장자의 무용지용론도 쓸모없음과 쓸모 있음에 대한 상대주의 관점이다. 장자는 혜시에게 쓸모없음을 알아야 쓸모 있음을 논할 수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아무리 넓고 큰 땅일지라도 사람들이 사용하는 것은 발이 닿는 지면뿐이오. 나머지 땅들을 쓸모없다고 다 파내버린다면 남은 땅을 어디에 쓰겠소?” 쓸모없음과 쓸모 있음은 칼로 자른 것처럼 명확하게 나누어지지 않으며 서로 이어져 유용하게 작용한다는 것이다.
장자가 혜시에게 또 말했다. “어떤 사람이 손이 안 트는 약을 만드는 비법이 있었는데 이 약을 이용해 겨울에 솜을 물에 빨아 돈을 벌었소. 그런데 한 나그네가 이 사람에게 비법을 사서 오나라 왕을 찾아가더니 오나라의 장수가 되어 월나라를 수전(水戰)으로 무찔렀소. 약의 제조 비법은 같지만 어떤 사람은 평생 솜을 빨고 어떤 사람은 영주가 되어 부귀영화를 누린다오.” 생각과 입장이 바뀌면 쓸모에 대한 가치 판단이 바뀐다. 허(虛, 비다)와 실(實, 차다) 중에 어느 것이 유용한가? 실이 더 유용한 것 같지만 노자는 허가 근본이라고 말했다. 비어야 채울 수 있다. 비어 있지 않은 그릇은 쓸 수 없다.
아름다움과 추함, 선과 악도 마찬가지다. 모장, 여희는 춘추 시대 유명한 미인들이다. 모든 사람들이 이들의 아름다움에 감탄하지만 물고기는 이들을 보고 물 밑으로 숨어버린다. 새들은 높이 날아가고 사슴들은 힘껏 달려 도망친다. 두렵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모장, 여희가 아름답다고 여기는데 물고기와 새, 사슴은 왜 그 아름다움을 알지 못할까? 누가 옳은 것일까? 옳고 그름의 이치를 가릴 수 있을까? 아름다움과 추함, 선과 악, 옳고 그름도 모두 상대적이다. 『장자』에 “학의 다리가 길다고 자르지 말라”라는 말이 있다. 학의 다리가 길어 넘어질 듯 위태롭게 걷는 것은 인간의 시각일 뿐이다. 자기의 주관적 기준을 타인에게 강요해서는 안 된다.
삶과 죽음에 대한 인식도 상대적이다. 인간은 삶을 기뻐하고 죽음을 싫어한다. 그러나 이 역시 인식의 문제이다. 장자의 아내가 죽어 친구 혜시가 문상을 갔더니 장자가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혜시가 비난하자 장자는 이렇게 대답했다. “나도 처음엔 슬펐지만 생의 근원을 살펴보았더니 처음엔 생명도 없었고 육체도, 기(氣)도 없었소. 기가 변하여 육체가 되고 생명이 되었던 것인데 지금 다시 기가 변하여 죽음에 이르렀으니 이는 사계절이 순환하는 것과 같소.” 장자는 생명을 기의 작용으로 보았다. 기가 모이면 생명이 되고 흩어지면 죽음이 된다. 삶과 죽음은 물리적인 현상이니 기뻐하고 슬퍼할 이유가 없다. 여희라는 여자가 있었다. 여희는 시집가기 싫어 울었지만 막상 결혼해보니 너무 편안하고 만족스러워 예전 울고불고했던 일을 후회했다. 죽음에 대한 비유다. 인간은 죽음의 세계를 알지도 못하면서 죽음을 두려워한다. 여희처럼 죽음을 싫어했던 시절을 후회할 수도 있다.
모든 가치에 대한 판단이 상대적인 것은 인식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인간의 인식은 불완전하다. 장자가 꿈에 나비가 된 것인지, 나비가 꿈에 장자가 된 것인지 알 수 없는 것처럼.
본문 193~194쪽

기본정보

상품정보 테이블로 ISBN, 발행(출시)일자 , 쪽수, 크기, 총권수을(를) 나타낸 표입니다.
ISBN 9788998120740
발행(출시)일자 2025년 02월 27일
쪽수 380쪽
크기
187 * 256 * 21 mm / 873 g
총권수 1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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