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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와 사회적 상상에 관한 대화

문학과지성사 · 2024년 12월 2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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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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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들의 거대한 저장고, 다시 말해서 이미 형상화된
거대한 영역이 있고 우리는 그것을 재형상화하면서
사유의 혁신을 이루는 거죠. 혁신은 늘 형상화에서 형상화,
재형상화로 가면서 이루어집니다.”

작가정보

저자(글) 폴 리쾨르

20세기의 저명한 프랑스 철학자. 1913년 발랑스에서 태어났다. 렌 대학과 소르본 대학에서 철학을 공부했으며 1935년 철학 교수 자격시험에 합격했다. 제2차 세계대전 중에 전쟁 포로가 되어 1940년부터 5년간 수용소에 억류되는데, 이 시기에 후설의 저서들을 탐독하여 프랑스어로 번역, 소개하면서 현상학자로 이름을 알린다. 1948년 스트라스부르 대학에서 철학을 가르친 것을 시작으로 소르본 대학, 낭테르 대학, 루뱅 대학, 시카고 대학 등에서 강의했다. 이후 여러 철학적 전통을 포괄하려는 노력을 보여줌과 동시에, 그의 지적 작업을 하나로 엮는 철학적 인류학의 구축을 위해 인문사회과학 분야와의 대화를 지속적으로 이어나갔다. 지은 책으로 『악의 상징』 『해석에 대하여』 『해석의 갈등』 『살아 있는 은유』 『시간과 이야기』(전 3권), 『텍스트에서 행동으로』 『기억, 역사, 망각』 등이 있다.

프랑스의 철학자, 경제학자, 정신분석학자. 1922년 콘스탄티노플에서 태어나 아테네에서 성장했다. 1937년 청년 공산주의자 동맹에 가입했으나, 곧이어 트로츠키주의로 선회하여 활동하다가 내전 시기에 그리스 경찰과 스탈린주의자들에게서 동시에 목숨의 위협을 받고 1945년 프랑스로 망명한다. 1946년 제4인터내셔널 프랑스 지부인 PCI에 가입하지만, 클로드 르포르 등과 함께 비판적 경향을 주도하면서 1949년 PCI를 떠나게 된다. 이를 계기로 ‘사회주의냐 야만이냐’ 그룹을 창설하고 같은 해 동명의 잡지를 창간해 15년 동안 40호까지 발간하며 관료제적 전체주의에 대해 격렬하고도 집요한 비판을 전개한다. 1980년부터 16년간 파리 사회과학고등연구원에서 철학을 가르쳤다. 지은 책으로 『사회의 상상적 제도』 『미로의 갈림길』(전 6권) 등이 있다.

서문 요안 미셸Johann Michel
프랑스의 정치학자이자 철학자. 푸아티에 대학 교수이자 사회과학고등연구원 사회운동연구센터 연구원으로 이 책의 서문을 썼다. 지은 책으로 『폴 리쾨르. 인간 행동의 철학Paul Ricoeur. Une philosophie de l’agir humain』(2007), 『해석하는 인간Homo interpretans』(2017), 『기억해야 할 의무Le devoir de memoire』(2018) 등이 있다.

번역 김한식

서울대학교 불어교육과와 같은 학교 대학원 불어불문학과를 졸업하고, 프랑스 파리 10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중앙대학교 유럽문화학부 교수로 재직했으며 현재는 명예교수로 있다. 문학과 철학의 대화에 관심을 가지고 있으며, 문학 이론과 폴 리쾨르의 해석학에 관한 다수의 논문을 발표했다. 지은 책으로 『해석의 에움길: 폴 리쾨르의 해석학과 문학』이 있고, 옮긴 책으로 폴 리쾨르의 『시간과 이야기』(전 3권),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로즐린 뒤퐁록, 장 랄로 주해서) 등이 있다.

목차

  • 서문 | 요안 미셸
    이 책이 나오기까지

    역사와 사회적 상상에 관한 대화

    저자 소개
    옮긴이 해제 | 역사는 어떻게 나아가는가?: 역사와 상상, 혁신 혹은 창조에 대하여

책 속으로

리쾨르: 인간적인 차원에서 우리는 언제나 어떤 제도적 질서 속에 있지요. 바로 그 속에서 우리는 창조하다와 다른 생산하다를 만날 수 있고요. 생산은 재생산과 함께 살펴봐야 할 것 같습니다. 이미 있는 어떤 것을 복제해서 재생산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 상상력과는 달리, 생산은 본질적으로 새로운 종합, 새로운 형상을 만들어내는 거죠. 내가 은유의 언어 차원에 관심을 갖는 것도 그 때문입니다. 우리는 서로 다른 의미장을 교차시키면서 새로운 의미를 생산한다는 것입니다. (45~46쪽)
  
카스토리아디스: 내가 논쟁을 벌이고자 했다면 당신은 내가 필요로 하는 것을 내준 셈입니다. 존재론적으로 볼 때 역사로서의 사회는 의미에 속한다는 게 내 생각이니까요. 수단 대통령 니메이리나 아야톨라 호메이니와 우리 사이에 불연속성을 설정할 수 있는 것도 바로 그 층위에서입니다. 그렇지 않다면 우리는 모두 말하는 두발짐승에 지나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는 모두 유대교적 과거, 즉 성서 종교의 과거에 닻을 내리고 제도화된 사회 속에 살고 있습니다. 하지만 단절과 불연속성이 의미 층위에서 일어나고, 게다가 도둑이나 간음죄를 범한 사람에게 손이나 사지를 절단하는 것과 같은 다른 단절들도 따라옵니다. 우리가 어리석은 자책 관념에 매여 있지 않다면 받아들일 수 없고 비난해야 마땅한 일이지요. 내가 관심을 갖는 것은 오로지 그런 불연속성입니다. (55쪽)

리쾨르: 어쨌든 당신도 다른 모든 것들과 다르고 앞선 것들과 연속성을 절대 갖지 않는 그런 종류의 분출이나 침입에 대해서는 동의하지 않는 거죠? […] 내 생각으로는 인간의 기억, 문화적 기억의 특징은 누적될 수 있다는 겁니다. 그런 기억은 앞선 것들을 지우면서 누적되는 기억이기에 단순히 덧붙여지는 게 아닙니다. 그래요, 그 기억은 앞선 것들과 연쇄를 이루고, 앞선 것들은 그와 동시에 그 기억에 선행하는 기억이 됩니다. (64쪽)

카스토리아디스: 나로선 인간의 잠재력은 이를테면 잠재력의 잠재력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잠재적인 것이 현실화되는 게 아니라, 새로운 잠재력이 창조되는 거죠. 여기서도 또 스콜라학파식으로 말할 수 있겠지요. 이 모든 잠재력은 최초의 어떤 잠재력 속에 있었을 거라고 말입니다. 피아노를 연주할 수 있는 잠재력은 피아노와 악보 표기법과 학생들에게 이를 가르치는 교수들, 종교 의례에서 어느 정도 분리된 음악 등을 전제로 하죠. 창조된 잠재력이 그만큼 많다는 겁니다. (66쪽)

리쾨르: 우리가 우리에 앞선 것과의 연속성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것은 어떤 기대 지평을 투사하기 때문에, 그러니까 실제로 우리 앞에 혁신의 가능성을 열기 때문입니다. 앞선 것을 다르게 읽기 때문인 거죠… 역사성에는 전적으로 특수한 어떤 것이 있습니다. 물려준 유산을 이어받아 새로운 것을 세울 수 있는 바로 그 힘이죠. 다시 한번 말하지만, 나는 그것을 소급 효과라 부르지요. (67~68쪽)

출판사 서평

“역사적으로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것은 가능한가”라는 근원적 물음에 대해 프랑스의 두 철학자가 치열한 논쟁을 벌이는 대담집 『역사와 사회적 상상에 관한 대화』가 출간되었다. 대담의 주인공은 ‘대화의 철학자’라고 호명될 만큼 해석학, 역사학, 신학 등 다양한 학문 분야를 섭렵하고 종합했던 폴 리쾨르(1913~2005), 그리고 ‘사회주의냐 야만이냐’ 그룹을 창설해 관료제적 전체주의에 대해 격렬하고 집요한 비판을 전개하고 이후에는 경제학자, 정신분석학자로도 활동한 ‘정신의 거인’ 코르넬리우스 카스토리아디스(1922~1997)이다. 두 사람의 대담은 지금으로부터 40년 전인 1985년 3월 방송된 라디오 대담의 일환으로 이루어졌다. 두 철학자의 공식적인 대화는 이 라디오 대담이 유일하다는 점에서 귀중한 자료이기도 하다. 대담은 짧고 간단해 보이지만 두 철학자의 사상적 깊이가 응축되어 있고 문학, 역사, 사회학, 인류학, 생물학 등 다양한 학문 분야를 넘나들고 있다는 점에서 만만한 텍스트는 아니다. 하지만 요안 미셸의 훌륭한 서문이 두 철학자의 사상적 궤적에서부터 기본 입장, 대화의 맥락까지 더 넓고 깊게 이해할 수 있도록 풍성한 해설을 제공해준다. 리쾨르 연구자인 김한식 교수의 옮긴이 해제 역시 이들의 철학적 배경과 그 현재적 의의에 대한 충실한 보충 설명을 더해준다.
두 철학자는 역사적 창조는 가능한가 아니면 이미 존재하고 있는 역사적 형상들에서 인간의 새로운 생산이 나오는가 하는 물음을 중심축으로 광범위한 토론을 이어나간다. 두 사람의 대화는 마치 당구공처럼 때로는 서로 스치며 엇갈리고, 때로는 충돌하고, 때로는 같은 곳을 향하다가 곧바로 멀어진다. 이들은 의견이 가장 첨예하게 대립하는 순간에도 우호적인 성격을 잃지 않으며, 상대방에 대한 지적 존경심을 결코 숨기지 않는다.

역사적 창조라는 명제에 대한 기념비적 토론

리쾨르와 카스토리아디스는 역사적 창조가 가능한가라는 물음에 대해 의견이 갈린다. 카스토리아디스는 기존의 질서 속에 아직 형상화되어 있지 않은 새로운 (제도적, 예술적, 정치적, 과학적 등의) 형태들을 창조할 수 있다고 본다. 그는 새로운 형태들이 하늘에서 뚝 떨어지거나 어떤 천재성에서 비롯된다고 주장하려는 것이 아니라, 파리 코뮌 같은 전대미문의 정치적 형태의 출현과 고대 그리스에서의 수학의 탄생에서 알 수 있듯이 역사에는 어떤 단절이 존재하며 기존의 형태들에서 새로운 형태들을 추론하려 해서는 근본적으로 혁신적인 그 독창성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한다.
반면 리쾨르는 ‘창조’가 아닌 ‘생산’이라며 용어 자체에 반론을 제기한다. 리쾨르 역시 과학, 기술의 차원에서는 불연속성 혹은 혁신이 있을 수 있다고 인정하지만 모든 차원에 해당하는 것은 아니며 인간이 새롭게 생산하는 것은 무엇이든 이미 존재하는 것에서 비롯된다고 말한다. 인간의 역사적 창조라는 주장에 리쾨르가 선뜻 동의하지 못하는 것은 언어의 존재, 즉 선재하는 규칙의 존재 때문이다. 이는 우리가 이미 존재하는 형상화에서 출발하여 연속적인 해석과 재해석을 거쳐 나아간다는 텍스트 해석학 이론에 의거한 것이다. ‘소급 효과’라는 개념의 중요성이 거기서 생겨나는데, 리쾨르는 새로운 생산과 함께 과거에 묻혀 있던 잠재력이 해방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같고도 또 다르게, 미로의 갈림길 속으로

리쾨르와 카스토리아디스의 대담은 역사적 창조의 가능성, 창조와 생산 개념의 차이, 그리고 역사에서 의미의 불연속성에 대한 탐구로 나아간다. 두 사상가에게 중요한 지점은 순수한 인식론적 물음이라기보다는 실천적 차원으로서, 인간의 행동과 관련된 정치적 관심이 암암리에 논쟁을 이끌어가는 것처럼 보인다. 즉 인간은 역사를 바꿀 수 있는가? 그렇다면 그것은 ‘근본적 변혁’인가 아니면 ‘전통의 침전과 혁신’인가 하는 물음이 그것이다. 요안 미셸은 이들의 대담이 역사와 상상, 그리고 정치적인 것이라는 세 개의 축으로 구성된 것으로 조망해볼 수 있다고 설명한다.
리쾨르와 카스토리아디스는 플라톤 이래 서구 철학에서 현실 또는 실재에 대한 인식과 관련하여 비합리적이라고 불신을 받아온 상상력에 중요한 비중을 둔다는 점에서, 또한 상상을 상부구조의 이데올로기적 변형이나 왜곡 또는 은폐로 간주하는 마르크스주의와 단절하고 상상력에 신뢰를 부여한다는 점에서 서로 만난다. 두 사람에게 집단적 차원의 상상은 상징과 제도들을 매개로 현실화되면서 리쾨르에게서는 ‘이데올로기와 유토피아’로, 카스토리아디스에게는 ‘사회적 상상’으로 나타난다. 하지만 두 사람은 창조와 생산, ‘근본적 변혁’과 ‘전통의 침전과 혁신’으로 표현되는 역사 이해와 실천적 차원에서 다시 분명하게 엇갈린다. 이와 같이 대담 전체를 관통하는 두 사람의 입장 차이는, 두 사람 모두 반反전체주의 좌파이고 속류 마르크스주의를 지양했으며 정신분석에서 이론적 양분을 얻었다는 공통점이 있음에도, 리쾨르와 달리 카스토리아디스는 평생을 혁명적 기획을 포기하지 않은 활동가였던 데서 비롯된다고도 볼 수 있다.
치열한 공방을 보여준 이들의 대담은 오늘날 우리에게 어떤 메시지를 줄 수 있는가? 옮긴이에 따르면, 이 대담은 오늘날 더욱 복잡해진 위기의 상황에서 인간은 무엇을 할 수 있으며 역사는 어디로 흘러갈 것인가 하는 질문에 천착했던 두 사상가의 오랜 탐구의 여정을 소환해낸다. 이 책은 리쾨르와 카스토리아디스의 사상에 한걸음 다가가게 하는 통로 역할을 하는 동시에 사회 변화를 위한 상상력과 관련해 중요한 통찰력을 제공해줄 것으로 기대해본다.

기본정보

상품정보 테이블로 ISBN, 발행(출시)일자 , 쪽수, 크기, 총권수을(를) 나타낸 표입니다.
ISBN 9788932043401
발행(출시)일자 2024년 12월 26일
쪽수 120쪽
크기
129 * 187 * 10 mm / 249 g
총권수 1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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