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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라는 이름의 돌멩이를 가지고 있다

문학동네포에지 91
정영선 저자(글)
문학동네 · 2024년 10월 2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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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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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운 마음일 때 ‘I Miss You’라고 하는 것은 ‘내게서 당신이 빠져 있기(miss) 때문에 나는 충분한 존재가 될 수 없다’는 뜻이라는 게 소설가 쓰시마 유코의 아름다운 해석이다. 현재의 세계에는 틀림없이 결여가 있어서 우리는 언제나 무언가를 그리워한다. 한때 우리를 벅차게 했으나 이제는 읽을 수 없게 된 옛날의 시집을 되살리는 작업 또한 그 그리움의 일이다. 어떤 시집이 빠져 있는 한, 우리의 시는 충분해질 수 없다.

더 나아가 옛 시집을 복간하는 일은 한국 시문학사의 역동성이 드러나는 장을 여는 일이 될 수도 있다. 하나의 새로운 예술작품이 창조될 때 일어나는 일은 과거에 있었던 모든 예술작품에도 동시에 일어난다는 것이 시인 엘리엇의 오래된 말이다. 과거가 이룩해놓은 질서는 현재의 성취에 영향받아 다시 배치된다는 것이다. 우리는 현재의 빛에 의지해 어떤 과거를 선택할 것인가. 그렇게 시사(詩史)는 되돌아보며 전진한다.

이 책의 총서 (91)

작가정보

저자(글) 정영선

1995년 『현대시학』을 통해 등단했다. 시집 『장미라는 이름의 돌멩이를 가지고 있다』 『콩에서 콩나물까지의 거리』 『나의 해바라기가 가고 싶은 곳』 『누군가의 꿈속으로 호출될 때 누구는 내 꿈을 꿀까』가 있다.

작가의 말

■ 개정판 시인의 말

사랑은 많은 것을 함의하고 있다
겸손이 내포되어 있고
관계의 따뜻함, 진실함이나 신실함,
전진하는 열정 등이 내재되어 있다
용서의 푸른 유리 조각까지 포함된
사랑은 모자이크 같은 언어다

이십여 년 전의 시들을 읽는 건 감동이다
사물에 대한
사람에 대한
세계에 대한
사랑으로 가려는 지향선상에서
떨고 있음을 본다
그 의도들이 환하다

그때보다 멀리 와 있지 않은 지금이 아프다
사랑의 실현으로 가려는 발걸음은
나무늘보처럼 느려 슬프다

2024년 가을
정영선

목차

  • 시인의 말
    개정판 시인의 말

    1부 둥글어지는 사랑 속에서
    장미라는 이름의 돌멩이를 가지고 있다/가랑잎 사랑/무창포에서/잠자는 사과나무를 읽다/바다의 슬픔을 본다/절름발이 누각/말들이 마음에 길을 낸다/반구대 암각화 앞에서 1/반구대 암각화 앞에서 2/동충하초(冬蟲夏草)/흉터 속에는 첫 두근거림이 있다/땅끝에 서 있는 나무/둥글어지는 사랑 속에서/거진의 바다를 서울에서 만나다/단명(短命), 짧고 가는/동거/미궁

    2부 달 아래의 삶
    이동/달 아래의 삶/사마귀/실업뻐꾸기/비단뱀/가랑잎나비/황태 덕장에서/대주둥치/건기/단단함과 부드러움을 동시에 만나/존재의 집은 단단하다/아기 누에게/불을 대면 모두 불로 답하는 것은/갯벌/풍란/북/매너티

    3부 멀리서 보면 보인다
    편지/연/사진이 우긴다/삼우당(三友堂)/서울사막/순환 열차에서/하나 더 유리컵을 깨뜨려/멀리서 보면 보인다/목/적막/어떤 무늬를 남겼을까/동회에서/등걸/곧은 경계선을 아무나 만들 수는 없다/산천어/만년설/만년쯤 서 있는 바위

    4부 창문은 은행을 품고 거리를 열고 있다
    그 숲에서 나를 잃었다/모래섬/꿈으로 띄우는/소나기를 기다리며/꿈의 모서리가 뭉툭해지는 날은 올까/화살/창문은 은행을 품고 거리를 열고 있다/금빛집/맥가이버칼/외포리에서/행복물고기 봄/저녁 산책/귀부(龜趺)/푸르른 자궁이라고/두륜산에서/산벚꽃 사랑

책 속으로

서울로 온 첫해 나는 거북이었습니다 덕수궁 담장 길을 책가방 대신 딱딱한 등껍질을 메고 느릿느릿 걸었습니다 하찮은 구경거리에도 목을 쭉 빼었고 가랑잎이 툭 나를 건드려도 목고개를 집어넣었습니다 가끔 광화문 네거리에서, 학교 운동장에서 눈에 선인장 가시를 세운 다른 거북을 만났습니다 놈은 어느 날 닭벼슬 같은 내 촌놈을 향해 무조건 부딪는 것이었습니다 나는 ‘살’과 ‘쌀’을 뒤섞은 새빨간 사투리로 치받았습니다 나는 땅을 버팅겼습니다 뒤집히면 스스로는 뒤집을 수 없는 붉은 해의 사막거북이었습니다 뒤집힌 내 뱃가죽에 좀체 사막에는 피지 않는 붉은 꽃들이 낭자했습니다 서울은 오랫동안 치욕이 썩지 않는 사막이었습니다 그후로 뒤집혀져 식은땀을 흘리는 사막거북의 꿈을 번번이 꾸었습니다

─정영선, 「서울사막」 전문

출판사 서평

■ 기획의 말

그리운 마음일 때 ‘I Miss You’라고 하는 것은 ‘내게서 당신이 빠져 있기(miss) 때문에 나는 충분한 존재가 될 수 없다’는 뜻이라는 게 소설가 쓰시마 유코의 아름다운 해석이다. 현재의 세계에는 틀림없이 결여가 있어서 우리는 언제나 무언가를 그리워한다. 한때 우리를 벅차게 했으나 이제는 읽을 수 없게 된 옛날의 시집을 되살리는 작업 또한 그 그리움의 일이다. 어떤 시집이 빠져 있는 한, 우리의 시는 충분해질 수 없다.

더 나아가 옛 시집을 복간하는 일은 한국 시문학사의 역동성이 드러나는 장을 여는 일이 될 수도 있다. 하나의 새로운 예술작품이 창조될 때 일어나는 일은 과거에 있었던 모든 예술작품에도 동시에 일어난다는 것이 시인 엘리엇의 오래된 말이다. 과거가 이룩해놓은 질서는 현재의 성취에 영향받아 다시 배치된다는 것이다. 우리는 현재의 빛에 의지해 어떤 과거를 선택할 것인가. 그렇게 시사(詩史)는 되돌아보며 전진한다.

이 일들을 문학동네는 이미 한 적이 있다. 1996년 11월 황동규, 마종기, 강은교의 청년기 시집들을 복간하며 ‘포에지 2000’ 시리즈가 시작됐다. “생이 덧없고 힘겨울 때 이따금 가슴으로 암송했던 시들, 이미 절판되어 오래된 명성으로만 만날 수 있었던 시들, 동시대를 대표하는 시인들의 젊은 날의 아름다운 연가(戀歌)가 여기 되살아납니다.” 당시로서는 드물고 귀했던 그 일을 우리는 이제 다시 시작해보려 한다.

기본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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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9791141601430
발행(출시)일자 2024년 10월 24일
쪽수 104쪽
크기
131 * 224 * 14 mm / 288 g
총권수 1권
시리즈명
문학동네포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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