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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병문 농사 일기

1964년 5월~1965년 4월
한사람 생활사
이혜영 , 고병문 저자(글)
한그루 · 2024년 06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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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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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농경사회의 나날들을 기록하다
“모든 삶은 사회적이다”라는 기치 아래, 평범하지만 특별한 개인의 삶을 통해 시대와 사회를 이해하려는 ‘한사람 생활사’의 두 번째 책이다. 이번에는 제주 조천읍 선흘리에서 척박한 제주 동쪽의 중산간 땅을 일구며 살았던 한 농부의 일기를 통해 1960년대 제주 농경사회를 들여다보았다.
고병문의 농사일기는 1964년 5월부터 1965년 12월까지 당시 농림부에서 실시한 ‘농가경제조사’의 일환으로 기록되었다. 일기가 쓰인 1964년도는 사회적·역사적으로 중요한 시기였는데, 1961년 5·16군사정변으로 정권을 잡은 박정희가 1963년 10월 15일 선거를 통해 제5대 대통령으로 당선된 이후 처음 맞이한 해였다. 그에 앞서 1962년 6월 갑작스럽게 단행한 화폐개혁으로 화폐단위가 ‘환’에서 ‘원’으로 바뀌게 되고 100환은 1원의 가치로 조정되었다. 또한 그해 10월에 발표한 ‘제1차 경제개발 5개년 계획’으로 한국사회는 대대적인 개발시대의 문 앞으로 향해가고 있었다. 일기에는 이러한 변동기의 경제지표가 될 물가와 마을마다 벌어지던 도로 포장사업, 제주도 축산업 변동의 단면 등이 계속해서 등장한다. 이런 시기에 쓰인 고병문의 일기는 농업기록물일 뿐만 아니라 당시 사회 변동을 세밀히 관찰할 수 있는 사회경제적 기록물이기도 하다.
이 책은 고병문의 농사일기에서 1964년 5월부터 1965년 4월까지 1년간의 일기를 싣고, 주요 항목마다 세심한 각주를 달았다. 또한 달마다 ‘물의 공동체’ ‘닭 잡아먹는 날’ ‘갈옷 만들기’ ‘소와 밭담’ ‘오메기떡과 고소리술’ ‘땔감 전쟁’ 등 일기의 배경이 되는 제주 농경사회와 전통문화 등에 따른 해설을 붙였다. 책의 말미에는 고병문의 일기 원본을 함께 실었다.
저자는 “수천 년 쌓아온 농경사회의 지식을 부지런히 기록하고 저장해야 한다”고 말한다. 무서운 속도로 발전과 변화를 거듭하고 그만큼의 속도로 과거와 단절되는 지금, 마지막 농경사회의 모습을 기억하는 어르신들이 사라지는 지금, 시간이 별로 없는 지금이지만 “우리의 심성과 습관과 언어의 뿌리는 거기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작가정보

저자(글) 이혜영

이혜영

1972년 부산에서 태어나고 자라나 서울에서 일하다 2011년 제주도에 왔다. 시민단체 녹색연합에서 《작은것이 아름답다》 기자로 일하며 글쓰기를 시작해 자연, 사람, 생태, 평화를 주제로 사회적 활동과 글쓰기를 이어왔다. 우연히 선흘마을에 살게 되었지만 마을 어르신들과 벗이 되어 서로 돌보며 처음으로 몸과 마음이 정착하게 되었다. ‘마을출판사 먼물깍’, ‘세대를 잇는 기록’을 꾸리며 제주도를 공부하면서 기록해가고 있다.
쓴 책으로 《산골마을 작은학교》(공저, 2003, 소나무), 《갯벌,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을까》(2004, 사계절), 《희망을 여행하라》(공저, 2008, 소나무), 《인권도 난민도 평화도 환경도 NGO가 달려가 해결해 줄게》(2014, 사계절), 《제주 사람 허계생》(2022, 한그루)이 있다.

저자(글) 고병문

(일기)
1941년 제주시 조천읍 선흘리에서 태어나 평생 선흘에서 농사지으며 살아왔다. 음악과 시 쓰기를 좋아하던 청년으로, 마을 친구들과 연극단을 만들어 배우로 활동하기도 했다. 결혼해 3남 1녀를 얻고, 어느새 다섯 손자손녀의 할아버지가 되었다. 선흘리 ‘삼춘해설사’로 마을의 역사와 람사르습지인 동백동산의 자연, 4·3의 아픔을 여행자들에게 들려주는 활동도 즐겁게 하고 있다.

작가의 말

고병문의 일기를 만난 것은 4년 전이었다. 고병문 삼춘 내외는 마을에서 신망이 높은 어른들이다. 외지에서 들어와 마을일 거들고 하는 나를 따뜻이 보살펴 주셔서 댁에 놀러 다니기도 하며 살아온 이야기를 간간이 들어오던 사이였다. 2020년 1월 새해 인사를 드리려고 삼춘댁에 들렀다가 여느 날처럼 옛날 농사짓던 이야기를 여쭙던 중이었다. “그거 옛날 일기에 적어둔 게 이실(있을) 건디….” 하시는 거였다. 나는 깜짝 놀라서 일기를 가지고 있으시냐고 했더니, 병문이 삼춘은 먼지 쌓인 창고도 아니고 작은방 서랍에서 무심히 꺼내오셨다. 그렇게 이 일기를 만나게 되었다.
“대단한 이야기도 아니고, 다 이렇게 산 건디, 무사(왜) 이런 얘기를 듣젠(들으려) 하느냐.”고 멋쩍어 하시는 고병문 삼춘을 선생님으로 모시고 2020년 2월부터 1964~65년의 일기 공부가 시작되었다. 2월이면 제주도 시골은 귤농사 준비로 바빠지는 때다. 귤나무 가지치기, 밭담 정비, 약 치기, 비료 뿌리기 등등으로 한 해 농사가 시작된다.
주말에는 시내에 사는 아들이 와서 같이 하지만 대부분 80대 노인 내외가 해나가고 있었다. 그래서 우리의 수업시간은 일 못 하고 집에서 쉬는 ‘비 오는 날’이 되었다. 나는 ‘비가 언제 오나….’ 일기예보를 보며 수업시간을 기다렸다.
보통 하루에 서너 시간씩 공부했는데, 네 시간이 넘어가면 삼춘은 생생한데 내가 지쳐서 더 할 수가 없었다. 내가 이해를 잘 못하면 병문이 삼춘은 그림을 그려가며 열정적으로 설명해주셨다. 할머니가 계신 날에는 옆에서 슬쩍슬쩍 추가 해설을 넣어주셨는데, 여자가 더 잘 아는 분야가 나오면, “아니, 그게 아니주.” 하면서 할아버지를 제치고 설명해 주시기도 했다. 일대일 과외도 이런 과외가 없는데, 선생님이 두 분이라 아주 고급 과외를 받는 셈이었다.
두 선생님과 일종의 야외 학습으로 일기에 나오는 대로 ‘탈 타레(산딸기 따러)’도 다니고, 남의 보리밭에 콤바인이 다 걷어가지 못한 보리도 베어보는 사이 봄이 가고, 6월 장마를 지나서야 일기 공부가 끝났다. 5개월간의 다시 없을 수업이었다.
고병문의 농사일기는 1964년 5월부터 1965년 12월까지 당시 농림부에서 실시한 ‘농가경제조사’의 일환으로 기록된 것이다. 1953년 농림부와 한국은행이 합동으로 실시한 ‘농촌실태조사’가 우리나라 최초의 농가조사였는데, 1954년부터는 농림부가 ‘농촌실태조사’를 ‘농가경제조사’와 ‘농산물생산비조사’로 분리하여 실시하기 시작했다. 1961년부터는 전국 농가 중 80개 조사구 1,182개 농가를 임의표본으로 추출하여 조사하기 시작했고, 1964년에는 제주도 북제주군(현 제주시)에서 선흘리 36가구가 조사 가구로 지정되었다. 농림부 서기관이 파견되어 선흘에 살면서 가구별 기록을 확인하고 수집했다고 한다. 농가경제조사를 위해 일기에 들어가야 할 주요 항목이 제시되었기 때문에 노동 인원, 노동 시간, 노동 내용, 곡물이나 물건의 교환 금액, 토지의 크기 등이 밝혀진 중요한 기록물이 될 수 있었다.
일기가 쓰인 1964년도는 사회적·역사적으로 중요한 시기였는데, 1961년 5·16군사정변으로 정권을 잡은 박정희가 1963년 10월 15일 선거를 통해 제5대 대통령으로 당선된 이후 처음 맞이한 해였다. 그에 앞서 1962년 6월 갑작스럽게 단행한 화폐개혁으로 화폐단위가 ‘환’에서 ‘원’으로 바뀌게 되고 100환은 1원의 가치로 조정되었다. 또한 그해 10월에 발표한 ‘제1차 경제개발 5개년 계획’으로 한국사회는 대대적인 개발시대의 문 앞으로 향해가고 있었다. 일기에는 이러한 변동기의 경제지표가 될 물가와 마을마다 벌어지던 도로 포장사업, 제주도 축산업 변동의 단면 등이 계속해서 등장한다. 이런 시기에 쓰인 고병문의 일기는 농업기록물일 뿐만 아니라 당시 사회 변동을 세밀히 관찰할 수 있는 사회경제적 기록물이기도 하다.
일기를 해설하며 전통농업사회에서 산업사회로 이행되는 시기에 한 성실한 농부가 기록한 일기를 통해 제주도 전통농업의 모습을 복원하고, 일기에 드러난 당시의 사회·경제적 변동을 포착해 그 배경을 해설하려고 노력했다.
불과 60년 전의 일기지만, 우리 사회는 그 이후로 급격한 변화를 맞이한 탓에 이제는 거의 흔적이 사라진 삶의 모습이 담겨 있다. 마지막 농경사회의 모습인 것이다. 1964년은 백 년 전, 천 년 전과도 닿아 있을 것이다. 인류가 정착생활을 시작한 이후로 농사는 계속되어왔으니까 말이다. 그래서 이 일기의 나날들은 2024년보다 천 년 전과 더 가까울지 모른다.
인류가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무서운 속도로 발전을 거듭하며, 그만큼의 속도로 과거와 단절되는 것 같아 겁이 날 때가 있다. 수천 년 쌓아온 농경사회의 지식을 부지런히 기록하고 저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AI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의 심성과 습관과 언어의 뿌리는 거기 연

목차

  • [여는 글] 농경사회의 마지막 일기…06

    1964년
    5월, 보리 익어가는 봄…16
    6월, 보리가 쌀이 되는 여정…46
    7월, 하늘을 읽는 조 농사…76
    8월, 제주의 마음, 메밀…102
    9월, 촐 베는 날들…126
    10월, 조가 익고 술이 익는 계절…150
    11월, 보리 갈 때가 되었구나…170
    12월, 숯 굽는 겨울…192

    1965년
    1월, 겨울 일거리…214
    2월, 겨울에 세상을 등지고…230
    3월, 수눌어 김매고, 수눈값 갚아 김매고…246
    4월, 일어서는 봄…268

    [부록] 고병문 농사 일기 원본…284

책 속으로

보리 익어가는 봄(5월)
제주의 봄이 깊었다. 바다는 옥빛으로 점점 투명해지고, 풀잎은 어린 티를 벗고 초록으로 물들어 간다. 따뜻한 물을 타고 올라오는 멸치떼를 기다려 그물을 던지는 ‘보제기’(어부)와 겨울 찬물에 무럭무럭 자란 ‘메역’(미역)과 ‘톨’(톳)을 ‘비러’(베러) 나서는 ‘잠수’(해녀)의 손길이 바쁘다. 들판과 오름은 봄볕을 쬐며 풀을 뜯는 소들의 차지가 되고, 유채꽃 진 자리에 유채씨가 여물고, 청보리 누릿누릿 물들어 봄바람에 물결친다. 중산간의 봄은 수확과 파종으로 부산한 때지만 보리를 거둘 5월 말까지는 때마다 끼니를 마련하기가 힘들었다. (16쪽)

보리가 쌀이 되는 여정(6월)
6월은 타작의 시간이다. 베어 놓은 보리는 밭에서 말라가고, 유채와 무까지 마저 베면 타작할 일이 태산이었다. 갑자기 비라도 내리면 애써 지은 곡식들이 젖어 썩게 되고, 조 파종도 코앞이니 더욱 부지런을 떨어야 한다. 타작은 밭에서 하기도 하고 집에 실어와 마당에서 하기도 했다. 도리깨로 타작할 때는 ‘마당질소리’로 박자를 맞추었다. 마당질소리는 제주도 농업노동요 가운데 가장 힘찬 소리다. “어야도 하야 어가 홍아!” 앞소리에 이어 다같이 받는 소리가 6월의 밭과 마을을 가득 채웠다. 사람도 소도 바쁠 때지만 ‘고팡’(광)에 곡식이 쌓이는 기쁨으로 고단함을 씻었을 것이다. (46쪽)

하늘을 읽는 조 농사(7월)
지루한 장마가 끝나면 본격적인 여름이 시작된다. 제주도 사람들은 장마가 끝났다고 판단되면 즉시 조 파종에 들어갔다. 조 파종을 위해 장마 전에 미리 잡초를 뽑고 밭을 갈아두었다. 때를 놓치지 않고 파종하느라 제주도는 일시에 소란스러워졌다. 조를 파종하고 나면 반드시 밭을 다져 밟아야 하기 때문에 온 마을의 소와 말과 사람이 다 동원되어 ‘밧볼리기’에 나섰다. 집집이 돌아가며 수눌음으로 밭을 밟고 나면 이번엔 여름 볕을 받고 쑥쑥 올라오는 잡초에 맞서 끝없는 김매기의 날들이 계속됐다. (76쪽)

제주의 마음, 메밀(8월)
조파종을 끝낸 뒤로 목장에 올라간 소들은 한동안 테우리의 보호 아래 온 동네 소들과 어울려 여름을 보낸다. 고생한 소들이 쉬는 여름에도 사람들은 8월 뙤약볕 아래 산듸밭과 콩밭과 조밭을 오가며 김매기를 계속한다. 김매기는 고되지만 제법 바람에 한들거리며 커가는 곡식을 보는 낙으로, 어서 키워서 아이들 먹일 낙으로 하루하루가 갔다. 그 사이 여름 ‘폿감’으로 갈옷을 장만하고, 마을 사람들이 함께 모여 백중제를 지낸다. 그리고 올해 여름농사의 마지막 파종이 다가온다. 메밀 파종은 다른 곡식과는 또 다른 방식으로 전승되어왔다. (102쪽)

촐 베는 날들(9월)
바람이 바뀌자 풀들의 기세가 꺾이기 시작한다. 가을이 왔다. 9월의 오름과 들은 사람들로 새벽부터 부산하다. 찬바람에 누렇게 쇠기 전에 소 꼴을 베어내려는 낫질이 바쁘다. 그저 여기 저기 잡풀을 베는 것이 아니다. 봄부터 꼴밭에 담을 추스려가며 길러온 것이다. 9월은 단연코 소 꼴을 위한 시간이었다. 추석 명절도 잠깐, 다시 꼴을 베었다. 그 어떤 수확도 이렇게 오랜 시간이 걸리지는 않는다. 소 꼴을 마련하는 일이 왜 이렇게 정성스러웠던 걸까? (126쪽)

조가 익고 술이 익는 계절(10월)
농사에만 의지해 살던 때는 ‘닭 굶는 8월(음력)’이란 말이 있을 정도로 보릿고개 못지않게 9월을 보내기가 힘겨웠다고 한다. 사람 먹을 것이 부족하니 그 부스러기조차 없어서 닭도 굶을 정도로 힘든 때였다는 말이다. 하지만 이제 조가 익었다. 조를 거두어 밥도 하고, 떡도 찌고, 술도 내릴 것이니 조를 수확하는 마음이 부풀었다. 북서풍이 매서워지기 전에 고팡에 좁쌀을 채워놓으면 겨울 걱정을 덜 것이다. 겨울을 날 땔감까지 마당에 그득하다면 걱정이 없다. (150쪽)

보리 갈 때가 되었구나(11월)
남풍에서 북풍으로 바람이 바뀌고 나날이 추워지고 있다. 이제 보리 갈 때가 되었다. 하지만 그 전에 서둘러 콩도 걷고, 밭벼와 메밀도 베어야 하고, 베어낸 곡식들을 실어와 타작도 해야 하니 바쁘고 바쁘다. 밭을 갈고, 돗통시에 쌓인 거름을 꺼내고, 거름을 실어 날라 무사히 보리씨를 파종하고 나면, 이제는 새(띠)가 기다린다. 초가지붕을 일 새는 첫눈 오기 전에 베어야 하니 정신없이 새를 베다가 어느 틈에 11월은 꼴깍 넘어간다. (170쪽)

숯 굽는 겨울(12월)
10월부터 이어진 조, 밭벼, 콩, 팥, 촐, 메밀, 새 수확과 보리 파종까지 기나긴 가을이 끝났다. 고팡에는 좁쌀, 곤쌀, 콩과 팥, 메밀이 저장되어 있고, 마당에는 촐과 새, 땔감이 쌓여 있다. 고생한 소도 촐을 먹으며 쇠막에서 쉬고, 고생한 사람도 한숨 돌리며 쉬어가는 겨울이 왔다. 그래도 마냥 쉴 수는 없다. 여자들이 수확한 곡식들을 갈무리하고 보리밭을 돌보는 사이 중산간마을 남자들은 숯을 구웠다. 숯은 실내 난방과 조리용으로 쓰이는 고급 연료로 좋은 값에 팔 수 있었다. 조선시대에는 세금으로 숯을 내기도 해서 숯을 굽는 일은 중산간마을 남자들에게 대대로 이어져 오는 기술이었다. (192쪽)

겨울 일거리(1월)
제주의 겨울은 춥다. 기온이 영하로 내려가는 일은 드물지만, 바다를 건너온 북서풍이 몰아치면 납작 엎드려야 한다. 구들에 불을 때도 흙집은 한기가 가시지 않았다. 가족들이 모여 앉아 화로에 숯을 때고 마당에 묻어놓은 고구마를 꺼내와 구우면 다시 온기가 퍼졌다. 추운 겨울이라 해도 새벽마다 물허벅을 지고 물을 뜨고, 불을 때고, 맷돌질을 하는 일상은 계속되고 있다. 조금 여유가 있을 때 멱서리를 짜고, 부서진 구덕을 수리하며 봄을 준비한다. 쇠막에 들여놓은 소들도 추위를 견디고 있다. 정월 명절을 준비하느라 1년을 기른 돼지를 잡았다. (214쪽)

겨울에 세상을 등지고(2월)
겨울 동안 고병문의 가족에게 여러 차례의 장례가 찾아온다. 11월에 삼촌이 돌아가시고, 1월에는 마을에 상이 나고, 2월에는 진룡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3월에는 선옥 시아버지와 와산의 사돈이 돌아가신다. 봄부터 가을까지는 한 차례의 장례도 없다가 겨울에 이렇게 상이 많은 것은 의약품과 의료시설이 거의 없다시피 했던 60년대에 지병이 있던 사람이나 쇠약한 노인들이 추운 겨울에 손써볼 수 없이 돌아가셨던 것이다. (230쪽)

수눌어 김매고, 수눈값 갚아 김매고(3월)
봄이 왔다. 봄은 보리밭에 제일 먼저 오는 듯싶었다. 보리밭 잡초들이 웅성웅성 일어나 돗거름으로 채워놓은 땅의 양분을 다 먹어버릴 참이다. 김매기로 봄농사가 시작된다. 보리밭 김매기가 급하니 수눌음으로 서둘러 김을 매었다. 품을 빌리고 품을 갚으며 보리밭, 유채밭 김을 매며 3월은 바삐 간다. 그 공으로 커가는 보리와 유채를 보면 마음에 의지가 되었다. (246쪽)

일어서는 봄(4월)
청보리 넘실대는 봄이 다시 왔다. 키가 커진 보리와 유채가 빽빽해도 그 사이로 머리를 내미는 잡초를 뽑아내며 마지막 김매기가 한창이다. 겨우내 마른 풀만 씹었던 소들도 들판에 나와 싱싱한 봄풀로 배를 채운다. 비가 한 번 내릴 때마다 고사리는 기지개 펴듯 쑤욱쑤욱 올라오고, 부지런히 고사리를 꺾어 팔면 보리 수확할 때까지는 견딜 만할 것이다. 지난 가을 베어두었던 띠를 엮어 초가 지붕을 새로 인다. 겨울 동안 딱딱하게 굳은 밭을 뒤집고 곰방메로 두드려 흙덩이를 풀어주며 봄농사를 준비한다. 다시 시작이다! (268쪽)

기본정보

상품정보 테이블로 ISBN, 발행(출시)일자 , 쪽수, 크기, 총권수, 시리즈명을(를) 나타낸 표입니다.
ISBN 9791168671720
발행(출시)일자 2024년 06월 30일
쪽수 360쪽
크기
150 * 210 * 28 mm / 609 g
총권수 1권
시리즈명
한사람 생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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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시간의 경과에 의해 재판매가 곤란한 정도로 가치가 현저히 감소한 경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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