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끄러운 건 인간들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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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체기가 확 뚫리는 사물들의 유쾌한 시선
냉장고 한구석을 담당하는 김치부터 밟지 않으려고 넘어가는 문지방, 언제 뱉을까 고민되는 껌까지. 사물들의 입장에서 보는 인간들의 세상을 가끔은 냉철하게, 가끔은 따뜻하고 귀엽게 풀어낸다. 각양각색 사물들의 외침에 그럴 수 있지라는 생각을 하며 책장을 넘기다 보면, 어느새 기분 나빴던 하루도 그럴 수 있지라는 마음으로 웃고 넘기게 될지도 모른다.
작가정보
@something.text
시인이자 에세이스트. 2021년 제1회 《계간 파란》 신인상을 수상하며 활동을 시작하였다. 당연하고 분명한 것일수록 어려워질 때까지 생각하는 습관 덕분에 만물을 탐구하는 것이 일상이다. 이 습관을 살려 생활 전공자를 위한 내적 대화 콘텐츠인 메일링 서비스 ‘만물박사 김민지’를 발행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는 《마음 단어 수집》이 있다.
목차
- 프롤로그
만물박사 소개
1장 어느 날 사물이 말했다
김치|라면|수저|밥|식혜와 수정과|참기름과 들기름|자판기 율무차|담배와 술|풀빵과 찐빵|커피|껌
2장 사연 없는 사람 없듯이 사연 없는 사물도 없어서
막다른 길에서|화분살이|담과 덩굴의 연애|고흐는 모르는 어느 현관 이야기|가전 체인지 완전 체인지|보너스 공간|오랜 문턱|복도의 편지|화장실의 변론|창문과 방충망의 사랑 방식|누울 자리|지붕의 입장|서랍의 당부
3장 사람 따라 사물 간다
치약과 민초의 펜팔|유리의 일기|카메라의 반사 신경|마스크의 진술|수건 일지|어느 로봇의 고백|기념일들의 수다|검정과 하양의 대담|머리카락의 항상성|이모티콘의 믿음|보험과 적금의 우선순위|시계의 질문
4장 사물과 사람의 조상이 사랑이라는 속설
잎새의 갈피|돌의 심지|꽃의 시간|나방하고 나비하고|열매도 열매 나름|모기와 파리의 예술성|모래의 장단|한 그루의 말|비둘기와 평화|정원과 숲의 역사|물이 부족한 사주|거품은 물을 좋아해|계절의 질문
에필로그
추천사
-
일상에 안팎에서 바로 활용이 가능한 대화 기술 실용서. 다만 인간 대상이 아니다. 만물박사 김민지 시인은 김치와 방바닥의 머리카락, 산책에서 만난 막다른 길부터 계절에 이르기까지 나의 세계에 존재한 만물을 인터뷰한다. 그리고 여느 대화와 다름없이, 서로의 다름과 같음을 헤아리고 숨은 진심과 사랑을 발견해 낸다.
만물은 나의 세계에 존재하므로, 만물과의 대화는 나를 이해하고 자신의 사랑을 발견하는 일과 다름없다. 다정한 경험으로 이루어진 만물박사의 대화집을 읽으며, 우리 만물은 아니어도 가슴에 걸린 가시 하나 정도. 박사는 어려워도 대화의 고수는 되어 볼 수 있지 않을까.
책 속으로
산더미처럼 쌓인 일이라고 생각하면 안 된다니까? 조금씩 덜고 써는 것부터 시작해. _p.17 ■김치
무언가를 받아들인다는 건 그럼에도 해야 할 것과 하지 않아야 할 것이 있다는 것을 스스로 파악하는 거지. _p.29 ■수저
근데 신기하지? 펄펄 끓어야 이 맛의 근본이 생기는데 더 좋은 맛을 위해 식어야 하는 것도 모자라 어느 정도
찬기를 품어야 한다는 게. _p.44 ■식혜와 수정과
국화가 부러울 때가 있어요. 꽃모양이 새겨진 제 몸이 자랑스럽기도 하고요. 그래도 어쨌든 국화는 모르는 국화빵의 아름다움이 있는 거니까. 기죽지 말고 저로 지내봐야죠. _p.69 ■풀빵과 찐빵
저 씹는 거 처음에는 재밌어도 계속 씹으면 너무 지치고 이러다가 턱 굵어지는 거 아닌가 걱정돼서 불쑥 뱉는 사람들 많이 봤거든요? 참 그런 변덕으로 잘 살아갈 수 있을까 싶다가도 사람들의 그런 변덕이 되려 사람들을 살리기도 하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어요. _p.81 ■껌
어떤 길은 돌아 나와야만 이어질 수도 있죠. 이 길은 막혀 있어서 절망적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그런대로 희망이 있어요. _p.87 ■막다른 길
결국 한정된 공간에서도 잘 살아갈 방법을 모색하는 사람이 잘사는 것 같더라. _p.117 ■보너스 공간
누구라도 마음이라는 공간에 창을 내면 좋겠어. 그리고 낸다면 가끔 나에게 생긴 얼룩이나 먼지들을 닦아
주면 좋겠어. 그 자체로 계속해서 윤이 나는 창문은 없다는 걸 스스로 깨닫고 소중히 여긴다면 더 바랄 게 없
을 거야. _p.132 ■창문과 방충망의 사랑 방식
귀여움이 세상을 구한다는 믿음으로 제게 던져진 뻣뻣한 말들을 조금은 부드럽게 만들어 봐야죠. 귀여움의 또 다른 말은 유연함일지도 몰라요. 진심과 농담을 스트레칭하는 일은 중요해요. _p.186 ■이모티콘의 믿음
출판사 서평
《땅콩일기》 쩡찌 강력 추천!
직업은 시인, MBTI는 과몰입 인프피
만물박사 시인의 오늘치 행복 찾기
탐구가 취미라 별명은 만물박사. 직업은 시인. MBTI는 인프피. 김민지 작가는 일어나지 않은 일을 걱정하는 데 기가 막힐 정도로 에너지를 쏟고, 작은 일에도 시도 때도 없이 긴장해 집에 오면 오래 누워 있고, 누군가와 같은 공간에 있는 것조차 일처럼 느낀다. 하지만 그런 것치고는 세상에 관심이 많고 좋아하는 것도 참 많다. 이것저것 많이 살피고 다니는 덕에 귀갓길에 우뚝 솟아 있는 나무를 유심히 바라보며 독대의 시간을 가진다. 나무와의 대담은 매일 버겁던 만물박사 시인에게 작은 행복을 선물해 주었다. 그렇게 저자는 사물과의 대화를 통해 지겹고 도망가고 싶은 나날 속에도 절대적인 행복이 숨어 있음을 깨닫는다. 먹고 살기에 바빠 행복 찾기에 도가 트는 건 실로 어려운 일일지도 모른다. 그런 오늘도 주어진 생활을 꾸려가야 하는 우리에게 당장 필요할지도 모르는 사물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 보면 어떨까?
나는 어떤 모습과 어떤 방식으로
이 세상에 머물고 싶은 걸까?
“만물과의 대화는 나를 이해하고
자신의 사랑을 발견하는 일과 다름없다.”
_쩡찌(≪땅콩일기≫ 작가)
만물과의 대화, 사뭇 괴상망측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철학을 하는 것도 아니고, 대체 만물과 대화하는 것이 이 세상에서 무슨 의미가 있단 말인가. 저자는 만물을 탐구하는 생활은 나를 돌보는 새로운 방법이라고 말한다. 나의 일상 속에서 너무 당연해서 잊고 있었던 것들을 하나씩 살펴보는 일. 주어진 일을 꿋꿋하게 해내는 것들을 어루만지는 일. 그렇게 나를 다시 살펴보는 일. 이 책을 추천한 쩡찌 작가가 “만물은 나의 세계에 존재하므로, 만물과의 대화는 나를 이해하고 자신의 사랑을 발견하는 일과 다름없다”라고 말한 이유다. 왜 인간들의 가정 경제를 대표해야 하는 아이콘이 되어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수저’, 자신의 생을 보며 한철이라고 평가하는 것이 기분 나쁜 ‘꽃’ 등 사물의 입장에서 그들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그러고서 다시 내 마음을 보면 저자처럼 “세상은 조금 더 알아볼 만하고, 여전히 모르겠다 싶은 것들은 아름다울 수 있다”라는 여지를 두게 될지도 모른다.
기본정보
ISBN | 9788925574899 |
---|---|
발행(출시)일자 | 2024년 06월 25일 |
쪽수 | 260쪽 |
크기 |
128 * 200
* 19
mm
/ 464 g
|
총권수 | 1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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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분 좋은 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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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물의 입장에서 글을 써볼까 싶었지만 도무지 어떻게 써야할지 아무런 생각이 나지 않는다. 그냥 하던대로 인간의 입장에서 책을 읽은 이야기를 할 수밖에.
이 책은 사물들과의 대화를 통해 그 사물 고유의 역할뿐 아니라 우리가 갖고 있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는 글을 읽을 수 있다. 처음 김치 이야기를 꺼낼때만 해도 그저 사물을 의인화시켜 말을 건네는 정도의 가벼운 이야기라는 생각을 했다. 그나마 대화로 되어 있어서 짧게 빨리 읽을 수 있으려니, 하고 있었는데 계속 읽어나갈수록 잠시 멈추고 생각해보게 한다. 그런데 잠깐. 나는 내 일상을 채워주는 수많은 사물에 대해 잠시라도 생각해본 적이 있을까.
가끔 만약 이것이 없었다면, 이라는 생각에 감사의 마음을 가져보기는 했지만 그건 오로지 내 편의를 위한 생각일뿐 다른 관점은 아니었지 않은가.
반려식물이라고까지 하기는 그렇지만 식물을 좋아해서 해마다 봄이 되면 화원에 가서 맘에 드는 녀석을 심사숙고해서 들여온다. 물론 여전히 한순간의 실수로 물 조절을 못해 보내버리는 다육이들이 넘쳐나지만 그래도 예년에 비해 잘 키우고 있다. 화분 이야기를 읽으려고 할때만 해도 그저 그런 것만 떠올렸는데 만물박사와 화분의 대화는 뭔가 좀 다르다.
"제가 화분으로 살면서 깨달은 게 있어요. 그 어떤 공간보다도 자신의 마음을 공간처럼 돌보고 가꿀 때 삶이 되살아난다는 사실인데요. 식물을 키우듯 계절과 날씨 같은 주변 환경의 미세한 변화를 알아차리고, 좋고 나쁜 것에 감응하면서 상생하려는 노력, 그 노력을 하는 사람이 결국 잘살더라고요."(93)
화분 잘 키우기뿐 아니라 나 자신을 잘 키우는 것 역시 다를바 없다는 이야기, 지붕의 입장이라거나 담과 덩굴의 덤앤더머같지만 서로가 서로를 올려주는 이야기들을 읽고 있으면 마음이 편해지고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에 존중의 마음이 생겨난다. 순간적으로 너무 많은 사물들이 떠오르는데, 사실 이 책은 어떤 이야기가 담겨있다는 설명보다 그저 한번 찬찬히 읽어보라는 추천 한마디만 필요하지 않을까 싶은데.....
사물 인터뷰집? 이랄까?
김치, 라면, 수저, 밥, 식혜, 수정과, 참기름, 들기름, 율무차, 담배, 풀빵, 찐빵, 커피, 껌 등등
아! 기념일은 사물이라고 하기는 뭐하지만 여튼 기념일들의 이야기도 담겨있다. 계절도 있고.
나름 그들의 고충과 자랑 등 자신들의 이야기를 할 줄 알았는데
의외로 빗대어 이야기하는 건
인간 사는 이야기다.
그래서 시끄러운 건 인간들이라는 걸까.
나름 부여된 캐릭터들도 재미있다.
짧은 애니메이션 같은 걸로 보면 재미있을 것 같은데. ㅎ
최진영님의 그림들도 귀엽고.
좀 더 많으면 좋았을텐데.
수저 캐릭터가 꽤 인상적이였다.
직설적으로 사람 쿡쿡 찌르는데...
생각보다 날카로워. 관리가 까다로운 수저가 아닐까?
그런데 보다보니
김민지님의 사물들과 내 주변의 사물들은 다른 캐릭터가 아닐까 싶기도 한 거다.
우리집 수저들은 뭔가 정신없는 성격들일 것 같아.
민지님네 수저처럼 냉철한 맛을 지니고 있을 거라고 상상할 수가 없어.
그리고, 우리집 김치는 ...
외로울 것 같다. 진짜 쪼끔씩 들어와서 한구석에 있으니까.
존재감도 부족하고.
자긴 왜 그래야 하는지..
다른 집 김치와는 왜 다르게 살아야 하는지 괴로워하는 건 아닐까?
라면군은 우리집에 들어오지도 못해. ㅠ.ㅜ
민지님이 소개해준 사물들에게
내 주변 사무들을 소개해주고 싶다.
웬지 말빨은 딸릴 것 같지만.
그러게... 민지님네 사물들은 말을 지나치게 잘 해.
네이버 카페 책과 콩나무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도서 협찬을 받았지만,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되었습니다.
사물에 대한 사유와 고찰에 관한 책들이 많고,
나는 그런 책 중의 대부분을 인상 깊게 읽고 오래 기억하고 싶어 한다.
같은 사물을 보더라도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의 이야기나
더 깊은 통찰을 가진 사람들의 지혜를 엿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내가 참 오해했다. ^^
이 책은 정말 사물과 이야기를 하는 책이었다.
실제 사물이 저자에게 말을 걸리는 없겠지만,
저자는 진심으로 그 사물이 되어 이야기를 이끌어가고 있었다.
요즘 말로 말하면 빙의했다고 해야 하나.^^
그 사물은 몇몇 가지로 국한된 것이 아니었다.
김치, 라면, 수저부터 시작해서 나무와 꽃까지..
이 책의 작가님은 MBTI를 신봉하는 INFP라고 했다.
MBTI와 상관없이 사람은 모두 다르니까.
다른 사람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사물과 세상을 바라보는지
경쾌하게 웃으면서 읽기 시작했다.
사물과의 대화가 굉장히 기발했다.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구나. 내가 너의 입장이 되어 보지 못했네~ 하면서 말이다.
이야기가 거듭될수록 생각에 잠길만한 이야기들도 있었다.
가끔은 "아!!" 하고 비탄에 잠길만한 내용들도 있었다.
사물이 보는 인간은 정말 그러하겠구나.
나는 그런 인간 축에 끼고 싶지 않다.. 내지는 그런 인간이 되고 싶다 하는..
책 속의 사물들을 만나고 나니 진정 시끄러운 건 인간들뿐이었다.
이 책을 보는 즐거움이 하나 더 있다.
아기자기 귀여운 삽화였는데 그림작가님의 소개 또한 무척 인상 깊었다.
스스로를 <낙서가>라고 칭하며 '건강에 좋은 낙서 활동'을 하고 있다고 하셨다.
그림을 가만히 보고 있으면 기분이 좋아지는 이유가 있었다.
가끔 엉뚱한 상상을 하곤 합니다. 고양이가 바라보는 인간, 나무가 바라보는 인간, 냉장고가 바라보는 시선 등 동물이나 사물의 입장에서 생각한다면 인간들의 모습이 얼마나 시끄러울까 싶습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인간이기에 때로는 돌처럼 바위처럼 침묵해야 할 때가 있지요. 시인, 에세이스트 김민지는 만물을 탐구하는 습관을 살려 생활 전공자를 위한 메일링 서비스를 발행하고 그것들이 모여 책이 되었습니다.
김치가 말하고 라면이 말하고 수저가 말을 한다면? 생각하면 할 수록 재미있는 사물의 말들. 목차만 봐도 재미있음이 보장되는 순간들입니다. 김치, 라면, 수저, 밥, 식혜와 수정과, 참기름과 들기름, 자판기 율무차, 담배와 술, 풀빵과 찐빵, 커피와 껌. 먹는 걸로 첫 공격이 시작됩니다. 김치와 라면의 쿵짝, 수저와 밥의 상관관계, 후식의 대명사 식혜와 수정과 등 먹거리 입장에서 시작되는 대화는 너무나도 유쾌합니다.
야식의 대명사 라면의 입장에서 말하는 라임이 인상적이었는데요. 한국 사람들 밥심으로 산다지만 운발 못지않은 면발 덕분도 있지 않나 싶다는 라면. 면발의 대명사 라면이 말합니다. 라면을 먹고 얼굴이 부은 다음날에는 부은 얼굴을 거울에 비춰보고 후회하지 말고 소원을 빌라고 합니다. 보름달이다 생각하고 말입니다. 재미있는 대화들 속에서 함께 나오는 낙서가 최진영님의 일러스트는 어찌나 귀여운지.
진심과 농담을 스트레칭하는 일. 텍스트를 보낼까 이모티콘을 보낼까 고민하는 순간이 있습니다. 적절한 순간에 딱 맞는 이모티콘은 서로의 감정을 공유하는 멋진 도구가 되죠. 이모티콘을 잘 사용하는 것도 우리 삶에서 유연함을 발휘하는 순간이기도 합니다. 엘리베이터 입장에서 보면 24시간 한시도 꺼지지 않고 사람들을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이동하는 일을 합니다. 그만큼 엘리베이터도 고생스럽기도 할텐데 하는 생각을 할 때가 있었습니다. 고장난 엘리베이터를 만났을 때 계단으로 올라가야 하는 불편함 속에서 엘리베이터의 고마움을 느끼게 됩니다. 우리의 삶이 그랬으면 합니다. 인간의 입장에서만 생각하지 말고 사물의 입장에서도 생각해보자고. 역지사지의 자세로 살다보면 사물을 더욱더 아끼고 사랑하게 된다는 것을. [ 시끄러운 건 인간들뿐 ] 을 통해서 역지사지의 자세를 배웁니다.
어느 날 사물이 내게 말을 걸어온다!
≪시끄러운 건 인간들뿐≫ 김민지 저자처럼 사물을 주의 깊게 바라보면 그 입장과 마음을 들여다볼 수 있을까?
읽는 내내 사물이 인간을 바라보는 시선에 공감이 갔고,
그 안에서 자신의 내면을 돌볼 수 있는 힌트를 얻는 기회를 제공한다.
만물박사와 사물 대화 속에서 새로운 시각을 얻을 수 있다.
김치 답변 중 "아무리 내가 발효 식품이어도 평생 가지 않아. 시간도 마찬가지겠지. 그러니까 조금씩 꺼내 두고 생각해. 먹을 수 있을 정도만 꺼내는 연습부터 해봐."
일상 속 사소한 사물들이 어떤 마음으로 삶의 가치를 가지고 살아가는지,
그로부터 자신을 성찰하는 관점이 부여된다면?
사물에게 얻은 깨달음으로 삶에 적용하여 더 지혜롭게 살아갈 혜안을 얻어보자.
<총평>
사물과 저자(만물박사)가 서로 이야기하는 부분이 참 재미있다.
각자 입장에서, 서로에게 깨달음을 주는 존재라니 ≪시끄러운 건 인간들뿐≫인 세상에서
지금 내 앞에 있는 사물을 주의 깊게 들여다보고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져야겠다.
책을 읽으며 오르한 파묵의 ≪순수 박물관≫이 생각이 났다.
순수 박물관 책 속에 주인공은 그녀와의 관련된 사물들을 수집하기 시작하고,
이 사물들은 주인공과 그녀와의 추억 및 사랑의 흔적을 담고 있으며,
그 사물들을 모아 '순수 박물관'을 세우게 되는 자전적 소설이다.
사랑과 집착으로 사물을 수집하던 주인공은 그녀와 함께 했던 사물을 통해,
과거의 기억을 상키시는 매개체로 이용한다.
사물이 그때 행복했던 시간을 불러일으키며 그때 추억으로 살아갈 힘을 얻게 된다.
사물은 단순한 물건이 아니라, 감정과 추억을 담고 있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 눈앞에 있는 사물에도 ≪순수 박물관≫ 수집 물건들처럼 추억을 머금고 있다.
사소하지만 우리도 추억과 시간을 되살려 주는 사물을 하나쯤은 가지고 있을 것이다.
유품이기도 하고, 친한 친구가 준 선물 일 수도 있다.
김민지 저자는 김치, 라면, 수저, 밥, 식혜와, 수정과, 참기름과 들기름, 담배와 술, 수건 등
물건이 가진 사연을 들여다보며 행복 찾기를 실천하고 있다.
'탐구'가 취미라는 저자가 전하는 '사람 따라 사물 간다' 문장이 왜 이리 정답게 보이는지 웃음이 나온다.
실존은 본질을 앞선다는 사르트르 말처럼,
이 세상에 필요 없는 사물은 없고 사연 없는 사물도 없는 것처럼,
시간의 여유를 두고 찬찬히 안을 탐구해 보니 우리에게 당장 필요한 진리를 깜짝 선물하기도 한다.
있는 것 자체의 의미가 있고, 그 안에서 좋은 점을 찾아 활용하는 것은 본인에게 달려 있다.
그냥 스쳐 지나가던 나무, 계단, 아무렇지 않게 사용하던 수건과 수저 등
진리는 관찰하고 질문하고 소통하지 않으면 답변하지 않는다는 사실도 일깨워 준다.
보이는 대로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의미를 가지고 생각한 대로 사물과 대화하며 인생을 더 풍요롭게 만들어 가는 교훈을 얻어보자.
사물들의 유쾌한 시선 덕분에 지금 내 앞에 있는 볼펜도 예사롭지 않게 보이기 시작한다.
어느 날 사물이 말했다. 시끄러운 건 인간들뿐이라고.
지금 가지고 있는 사물들마다 짧게는 몇 시간, 길게는 몇십 년을 함께 하고 있을 것이다.
가지지 못했을 때 간절히 갈망했던 사물부터 애정을 가지고 쓸모 있게 활용해야겠다.
김치 답변처럼, 먹을 수 있는 만큼 꺼내는 연습처럼 자주 애용하는 시간을 가져보자.
있는 것부터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 다는 것은,
내가 가진 인생을 충분히 느껴보지도 못하고 소비하는 것과 같다.
김민지 저자에게 '관찰'이라는 단어를 선물받았다는 생각이 든다.
어느 순간 보이는 대로만 살고 있는 건 아닌지 반성하게 된다.
지금 가진 사물들을 관찰하다 보면 나 자신도 자세히 들여다볼 혜안을 갖게 될 것이다.
시인이 쓴 사물에 대한 인터뷰 모음집이라, 요즘 팍팍하다 못해 말라비틀어지기 직전인 내 감성에 촉촉한 물방울이 돼주기를 기대하며 책을 펼쳤다. 김민지 시인의 사물 인터뷰는 잔잔하게 흘러가면서도 톡 쏘는 맛이 있고, 구수하다가도 상큼하고, 지친 마음을 어루만져 주는 부드러움까지 있어서 사물 인터뷰 한 편 읽어넘길 때마다 색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었다.
우리에게 익숙한 김치, 밥, 커피, 술/담배 등에 대한 인터뷰에 줄줄이 무릎을 탁 치며 공감하다가 '막다른 길'에 대한 인터뷰를 읽는데 먹먹해졌다. 막다른 길 끝에 살았던 저자의 이야기를 하며 막다른 길과 인터뷰를 한 것부터가 참신했는데 그 해석과 해외 사례까지 들어 새로운 관점을 설명해 줘서 뭉클했다. 막다른 길에 다다랐다고 흔히 표현할 때 느끼는 그런 감정, 이제 끝인 상태이며 더는 어쩔 수 없는 그런 막막함을 다르게 느낄 수 있는 방법이 있다.
저자에 따르면 미국이나 덴마크에서는 쿨데삭이라고 부르는 고리 형태로 루프형 길을 만들어 주택가의 막다른 길을 설계하기도 한다. 그렇게 되면 막다른 길은 맞지만 돌아나가는 길 형태가 되어 여기가 끝이 아니라는 안도감을 준다. 계획을 다시 세울 수 있는 기회, 돌아서 나가 어디로 갈 것인지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는 셈이다. 요즘 막다른 길에 다다랐다는 생각이 들어 절벽을 마주한 심경으로 답답함이 가득했는데 이 챕터를 읽으니 큰 위로를 받았다. 막다른 길이 아니라 어떤 길 끝에서도 항상 선택을 해야 하는 법, 돌아나갈 동력을 내고 어떤 길로 갈 것인지 천천히 생각해 볼 수 있는 힘을 얻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