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국의 열두 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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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내역/미디어추천
3,400년 전, 권력자 아닌 보통 사람의 삶은 어떤 모습이었을까?
이야기로 들여다보는 생생한 고대 이집트 생활사
이집트 군대가 국경 너머를 휩쓰는 동안 건축가들은 세상을 떠난 아멘호테프 2세의 무덤을 완성하기 위해 쉬지 않고 일하고, 무덤을 장식할 온갖 사치스러운 장신구 역시 일정에 맞춰 차질 없이 만들어진다. 그러는 사이, 수많은 이집트 백성은 수천 년 동안 변함없이 이어져 내려온 자신들만의 일상을 살아가고 있다.
이 책은 나일강 범람을 기준으로 세 시기로 구분되는 고대 이집트의 1년을 따라 이집트제국의 평범한 사람들의 모습을 그려낸 역사 팩션이다. 노역을 피하고 싶은 마을 농부, 매일 지루할 틈 없는 나일강의 어부, 이성보다 그릇 만들기를 더 사랑한 옹기장이, 막중한 책임을 맡은 미라 제작 장인에 이르기까지 고대 이집트를 지탱했던 다양한 민초들을 만난다. 고대 이집트제국의 정치와 종교의 중심지 멤피스와 테베에서 벌어지는 그들의 일상을 통해, 찬란한 번영을 구가했던 고대 이집트의 생활상을 낱낱이 들여다보자.
작가정보
저자(글) 도널드 P. 라이언
(Donald P. Ryan)
미국 퍼시픽루터란대학교 인문학부의 저명한 교수이자 고고학자다. 고대 이집트 연구에 천착하며 ‘왕가의 계곡’ 발굴을 지휘했고, 그곳에서 여러 개의 묘지와 미라를 발견했다. 이 책에 등장하는 파라오 아멘호테프 2세의 총리대신 아메네모페트의 묘지도 그중 하나다. 《이집트에서 24시간 살아보기》, 《하루 5데벤으로 고대 이집트 여행하기(Ancient Egypt on Five Deben a Day)》, 《이집트와 고대 이집트의 사막을 따라: 기본편(Beneath the Sands of Egypt and Ancient Egypt: The Basics)》 등의 책을 집필했으며, 이를 통해 고대 이집트 연구에 대한 그의 학문적 성취를 확인할 수 있다.
목차
- 들어가며
Chapter 1 나일강이 흘러넘치면, 그 첫 번째 달
Chapter 2 나일강이 흘러넘치면, 그 두 번째 달
Chapter 3 나일강이 흘러넘치면, 그 세 번째 달
Chapter 4 나일강이 흘러넘치면, 그 네 번째 달
Chapter 5 뿌리고 가꾸어가니, 그 첫 번째 달
Chapter 6 뿌리고 가꾸어가니, 그 두 번째 달
Chapter 7 뿌리고 가꾸어가니, 그 세 번째 달
Chapter 8 뿌리고 가꾸어가니, 그 네 번째 달
Chapter 9 풍성함이 가득하리라, 그 첫 번째 달
Chapter 10 풍성함이 가득하리라, 그 두 번째 달
Chapter 11 풍성함이 가득하리라, 그 세 번째 달
Chapter 12 풍성함이 가득하리라, 그 네 번째 달
에필로그
감사의 글
사진 출처
참고 문헌
책 속으로
신선한 바람과 함께 기분 좋을 정도로 따뜻한 날씨가 이어졌다. 나일강이 범람한 덕분에 밭은 아직 물에 잠겨 있었다. 바키는 비교적 가벼운 집안일을 끝마치고는 만족스러운 기분으로 마을 거리를 어슬렁거리며 돌아다녔다. 다시 집에 돌아가면 점심을 먹고 한숨 늘어지게 낮잠을 잘 수 있으리라. 그러나 농부는 집이 가까워지자 발걸음을 멈추고는 다른 방향으로 돌아서 집으로 들어갈 방법을 궁리하기 시작했다. 낯선 두 남자가 그의 이웃집 문 앞에 서서 집주인과 뭔가를 다투고 있었다. 한 사람은 높은 자리에 있는 나리처럼 말쑥한 옷차림이었고, 다른 사람은 간편한 옷차림에 무시무시해 보이는 창을 들고 옆구리에는 짧은 단검까지 차고 있었다.
바키는 방향을 바꿔 물에 잠긴 밭의 가장자리를 가로질러 뛰었다. 집에 도착하자 몸을 낮춘 채 재빨리 집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집의 출입문 역할을 하는 천을 슬쩍 젖히자 아까 보았던 낯선 남자들이 이쪽으로 점점 다가오는 모습이 보였다.
“저 사람들이 여기로 오면 남편은 집에 없다고 해.” 바키가 무투이에게 말했다. “다리를 다쳐서 먼 곳에 있는 친척 집에서 요양 중이라고 말하라고!”
- 74쪽
로이는 일하는 동안에는 말도 거의 하지 않았다. 그의 주인 또한 탁월한 솜씨를 지닌 뛰어난 일꾼을 방해하지 않고 그대로 내버려두는 편이 더 낫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올해 스물다섯 살로 아직 부모님과 함께 살고 있는 로이는 여자에게도 별 관심이 없었다. 사람들은 그런 그에게 어울리는 짝이 있다면, 진흙으로 구운 항아리일 거라며 농담을 던지곤 했다. 지난주에는 양쪽에 손잡이가 달린 둥글넓적한 항아리를 수백 개나 구워냈는데, 특별히 어렵지는 않아도 어느 정도의 기술과 집중력이 필요한 작업이었다.
- 78쪽
“우리가 쓰는 파피루스 종이는 다음과 같은 과정을 거쳐 만들어지지. 우선 칼로 가져온 파피루스 줄기의 바깥쪽 녹색 껍질을 벗겨내고, 안쪽의 흰색 줄기를 가느다란 끈처럼 잘라낸다.”
다기는 잘라낸 흰색 줄기의 두께와 길이가 놀라울 정도로 균일한 것을 보고 크게 감탄했다. 두 사람은 평평한 돌을 깔아놓은 장소로 이동했다. 설명은 계속되었다.
“여기에서는 아까 끈 모양으로 잘라 가져온 줄기들을 나란히 촘촘하게 붙여서 늘어놓는다. 그리고 다른 줄기들을 직각으로 가로질러 그 위에 늘어놓지. 그런 다음 가장자리에 삐져나온 부분이 없도록 자르고 다듬어서 우리 서기관들이 흔히 쓰는 종이 크기로 만든다. 그렇게 늘어놓은 줄기들이 서로 잘 달라붙도록 두드린 다음 말리면 파피루스 종이가 완성되는 거지!”
- 96~97쪽
테베는 나일강을 비롯한 중요한 공사 현장들과 가까웠기 때문에 늘 다치거나 아픈 사람이 많았다. 어딘가에 베인 사람, 뼈가 부러진 사람, 배가 아픈 사람, 악어나 하마에 물린 사람, 눈이 안 보이는 사람, 심장이 안 좋은 사람, 임신부 그리고 심지어 아무런 이상이 없는데도 자꾸 찾아오는 단골 환자와 가망 없는 대머리 치료를 부탁하는 사람까지 그동안 수많은 사람이 그를 찾아왔다. 풍부한 경험을 지닌 네페르호테프는 어떤 일이 있어도 놀라는 법이 없었고, 수술에서 찜질, 투약에 이르기까지 어떤 식으로든 치료 방법을 찾아내곤 했다.
일종의 의학 서적인 파피루스 두루마리에는 여러 증상에 대한 조언과 치료법이 실려 있었지만, 그 못지않게 치료를 주관하는 신들을 향한 기원도 적혀 있었다. 고대 이집트에서는 마법이나 마술도 치료의 일부였으며, 신들의 도움을 이끌어내는 부적이 언제나 의사의 상자 안에 준비되어 있었다.
- 136~137쪽
오랫동안 쌓아온 경험을 바탕으로, 마후는 갈라진 살의 틈 사이로 손을 넣어 번들거리는 덩어리를 꺼내기 시작했고 그렇게 꺼낸 창자를 준비한 그릇에 담았다. 창자에 딸린 다른 부위들을 칼로 잘라낸 뒤 그릇을 즉시 천연소다가 가득 담긴 항아리 안으로 옮겼다. 다음은 심장을 제외한 다른 장기들을 꺼낼 차례였다. 특별한 주의를 기울여 간과 위장, 폐를 떼어낸 뒤 따로 건조하기 위해 각각 다른 그릇에 담았다. 마후는 풍부한 경험과 노련한 감각으로 각각의 장기가 있는 위치를 정확히 알았고, 심장에는 흠집 하나 남기지 않도록 놀라운 솜씨를 발휘해 모두 제거했다. 아마포 뭉치를 건네받은 마후는 장기를 꺼낸 시신의 끈적거리는 내부를 야자기름으로 닦아낸 뒤 더러워진 천은 커다란 흰색 항아리 안에 따로 치웠다.
- 167쪽
농부인 바키는 파라오의 죽음이 대수롭지 않게 느껴졌다. 도대체 이집트의 통치자가 자신을 위해 해준 일이 뭐가 있단 말인가! 자신과 같은 백성들에게서 세금을 쥐어짜가서는 잘 먹고 잘 살며, 백성들은 상상도 못 할 호화스러운 삶을 살지 않았던가. 파라오는 멤피스와 테베에 화려한 궁전을 지어 살았고, 번드르르한 배와 전차를 타고 이집트 전역을 돌아다녔으며, 자신의 변덕과 명령을 받아주는 시종과 관리도 잔뜩 데리고 있었다. 그러나 이내 바키는 이집트의 백성으로서 파라오 아멘호테프가 살아 있을 때나 죽었을 때나 신과 같은 존재라는 사실을 인정하고, 머릿속에서 불경한 생각들을 지워버렸다.
- 177~178쪽
출판사 서평
| 황금과 피라미드, 매혹적인 이야기로 가득한 고대 이집트
이 땅의 진정한 주인공은 정말 파라오였을까?
역사와 문화에 관해서라면, 고대 이집트만큼 사람들의 관심과 상상을 자극하는 이야기도 없다. 피라미드, 스핑크스, 카르나크 신전, 수많은 오벨리스크처럼 거대하고 웅장한 기념물을 보고 있자면, 수천 년 전 제국의 카리스마에 압도당하는 것 같다. 파라오의 묘지에서 발견된 섬세하고도 휘황찬란한 유물은 또 어떤가!
고대 이집트는 남쪽의 나일강 계곡을 포함하는 남쪽 지역인 상부 이집트와 나일강 삼각주를 둘러싸고 있는 북쪽 지역인 하부 이집트로 이루어져 있었다. 그리고 상부 이집트와 하부 이집트의 주인은 바로 파라오였다. 하지만 통치자와는 별개로, 제국을 떠받치는 근간은 평범한 백성들이었다. 그들이 있었기에 파라오의 안식처인 묘지와 사원이 지어지고, 백성들의 먹을거리를 책임지는 곡물창고가 풍성해지며, 군대를 동원해 군사 원정을 떠나고, 지속적인 제국의 번영이 가능했다.
3,000년이 넘는 고대 이집트문명의 역사에서 이 책의 배경이 되는 시기는 신왕국의 첫 번째 왕조 시대다. 기원전 1550년에서 1069년까지의 신왕국 시절은 이집트가 주변국에 영향력을 떨치며 제국의 반열에 올라선 때이기도 하다. 전사 파라오로 이름을 떨친 아멘호테프 2세가 갑작스러운 죽음을 앞둔 기원전 1400년경 무렵, 이야기는 시작된다.
| 아멘호테프 2세의 죽음과 투트모세 4세의 등극을 배경으로
경이로운 시대를 살았던 가장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을 엿보다
영원한 권력을 누릴 것 같던 아멘호테프 2세는 매가 되어 하늘로 올라가고(고대 이집트에서 파라오의 죽음을 알리는 극적인 표현이다), 그의 아들 투트모세 4세가 석연치 않게 왕위에 오른다. 저자는 이 과정 속에서 고대 이집트인의 생활 모습을 1년이라는 시간에 걸쳐 위트 있게 풀어낸다. 테베 근처 마을에 사는 농부 바키는 밭이 나일강에 잠긴 동안 노역을 피하려고 안간힘을 쓰고, 어부 네페르는 하피 신에게 만선을 기원하며 매일 나일강에 그물을 던진다. 궁전의 의사 네페르호테프는 병석에 누운 파라오의 회복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미라 제작 장인 마후는 완벽한 미라 제작을 위해 심혈을 기울인다. 군인, 옹기장이, 방직공에서 서기관, 사제, 고관대작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고대 이집트 사람들의 흥미로운 일상이 펼쳐진다.
그런데 왜 하필 1년이라는 시간을 설정한 걸까? 여기에는 고대 이집트인의 특별한 시기 구분이 숨어 있다. 고대 이집트인의 달력은 오늘날의 달력과 크게 다르지 않았지만, 나일강 범람을 기준으로 세 시기가 4개월씩 이어졌다. 그 세 시기란 7월 중순에서 11월 중순까지 이어지는 나일강의 범람 시기, 11월 중순에서 3월 중순까지인 파종과 재배의 시기 그리고 3월 중순에서 이듬해 7월 중순까지 연결되는 수확의 시기였다. 책의 이야기도 정확히 이 흐름을 따라 전개된다.
| 투탕카멘, 람세스, 클레오파트라 말고,
고대 이집트 ‘보통의 삶’에 주목한 역사 팩션
당신의 평범한 오늘도 역사가 될 수 있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우리가 익히 들어본 역사의 주인공은 대부분 권력자였다. 이집트 하면, 떠오르는 피라미드, 스핑크스, 미라, 람세스, 클레오파트라 등도 권력자이거나 권력자의 기념물이다. 하지만 저명한 교수이자 고고학자인 저자는 평범한 고대 이집트인에 더 주목했다. 파라오 아멘호테프 2세와 투트모세 4세, 총리대신 아메네모페트 등의 실존 인물에, 농부 바키, 어부 네페르, 옹기장이 로이 등의 가상 인물을 접목해, 마치 고대 이집트에 와 있는 듯한 생생한 이야기를 완성했다.
가상의 인물을 차용했지만, 발굴과 연구를 기반으로 그려낸 그들의 생활상은 어느 정도 사실에 가깝다. 나일강 범람 무렵의 농부와 어부의 생활 모습, 고대 이집트의 결혼식과 장례식 풍경, 고대 이집트인의 축제와 상거래 모습, 파피루스를 이용해 종이와 조각배를 만드는 법 등 고대 이집트 사회 전반의 모습을 가늠해볼 수 있다.
고대 이집트인의 생활사를 다룬 이 책은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의미가 있다. 매일 특별할 것 없이 평범하게 반복되는 일상이 모이면 개인의 역사, 나아가 그 시대의 역사가 된다는 것. 역사의 큰 줄기 아래 미미해 보이는 오늘의 내 일상이 의미 없는 일이 아니라는 사실에 조금은 위로가 된다.
기본정보
ISBN | 9791172036607 |
---|---|
발행(출시)일자 | 2024년 04월 29일 |
쪽수 | 308쪽 |
크기 |
151 * 216
* 24
mm
/ 637 g
|
총권수 | 1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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