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픔이 내가 된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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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내역/미디어추천
이겨내는 것이 아니라
마주하는 것이다.
“이것 보라고, 나도 이렇게 살지 않냐고 말하고 싶지는 않다.
그저 인생에 갑자기 나타난 파도에 나의 경험이 하나의 부표가 될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이 글을 썼다.”
파이퍼프레스는 경험 논픽션 플랫폼 파이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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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정보
목차
- 1. 결론부터 말하자면, 나는 이 병과 친구다
원인을 알 수 없는 열
그래서, 네가 앓고 있는 병이 뭐였더라?
지상에서 지하까지, 지하에서 지상까지
혼자가 아니라는 것
2. 괜찮다는 말, 괜찮지 않다는 말
아임 파인 땡큐 앤 유?
괜찮을 거야
(아프지만) 괜찮아
오늘, 하나도 괜찮지 않다
3. 큰 병원으로 가보시는 게 좋을 것 같아요
그렇게 한 달이 지나갔다
드디어 이름을 알게 되었다
나에게 낙하산이 있으면 좋겠다
내가 할 수 있는 최고의 처방
4. 나는 이 병원의 첫 번째 환자였다
이 큰 병원에 단 한 명도 없었다
함께, 믿고, 항해한다는 것
친구가 되려면, 잘 알아야 한다
5. 마음까지 먹히지 않기 위해서
아플 때마다 존재를 다시 확인했다
그는 내게 미안하다 했다
밀물이 가면, 썰물이 찾아온다
무너지면 또 쌓으면 되지
6. 나는 생각보다 무서운 약을 먹고 있었다
악마의 약
친구는 나를 보았지만, 알아보지 못했다
원래의 나로 돌아가는 방법
7. 잘 자라는 말, 사랑한다는 말
수면제는 먹지 말고 옆에만 두세요
약을 먹지 않는 밤
사랑하는 사람의 잠을 빌어주는 일
잠든 얼굴을 바라보는 마음으로
8. 버티는 삶에 대하여
운이 없는 사람
혼자가 아니었기 때문에
오늘의 사랑을 말하기
버티는 사람들을 본다
9. 오늘도 무사히 일하기 위해서
아마 몰랐을 것이다, 내가 아픈 사람이라는 건
해봐야 알 것 같았다
왜 쓰러졌는지, 이유는 모른다
직접 생성하는 나만의 퀘스트
10. 가장 깊은 밑바닥에서 가장 높이 뛰어오를 수 있다는 것
삶에서 가장 치열했던 열아홉
내가 바랐던 단 하나
나에게만 의지해 다시 일어나기
너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어?
11. 모든 고통을 함께하는 사람
내가 살아가는 이유
그 자리에 있어 주어서 고맙다
내가 지금 너를 응원하는 이유는
큰 힘이 들지 않는 선에서 꾸준히 옆에 있어 주기
12. 네가 곧 나임을
계속해서 상처받으며 살아간다는 것
나는 내가 불쌍하지 않으니까
고통은 마주하는 것
작가의 말
책 속으로
병을 앓는 우울함을 나열하며 읽는 이를 힘 빠지게 하려는 것은 아니다. 결론을 먼저 말하자면 나는 ‘타카야수 동맥염’ 이 아이와 친구다. 친구가 되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볼 꼴 못 볼 꼴 다 본, 엄청 친한데 또 가끔은 보기 싫고, 붙어 있어야 하는데 막상 친하게 굴면 짜증 나는. 말하자면 애증 관계의 ‘찐친’이다.
15-16쪽
터지기 직전 나지막하게 이야기한다. 괜찮지 않다고. 하나도 괜찮지 않다고. 외롭고, 무섭고, 아프다고. 그 말에 금방이라도 터질 것 같았던 풍선이 조금씩 줄어든다. 오늘 말고도, 내일을 살게 한다.
40쪽
사실 병명은 중요치 않았다. 난치병이란 단어가 머리에서 맴돌았다. 단어를 곱씹을수록 눈물이 날 것 같았다. 오랜 시간 찾아 헤맸는데, 이제야 찾아냈는데, 하나도 기쁘지 않았다. 병명을 찾으면 그에 맞는 약을 처방받고, 치료받을 수 있고, 그러면 덜 아플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병명을 알아도 바뀐 것은 하나도 없었다.
50쪽
“어떡해. 너 어떡해.”
“언니, 나한테 낙하산이 있으면 좋겠다. 천천히 내려가고 싶어.”
그랬다. 나는 또 내가 지하로 떨어질 것을 알았다. 그 전의 지하가 100층까지 있었다면 이제는 바닥이 어딘지 가늠이 안 되는 지하로. 그러니 최대한 안전하게, 또 천천히 내려가고 싶었다. 두 발로 착지해 다시 일어서고 싶었다.
53-54쪽
아니, 저 지금 간호해 달라고 한 거 아닌데요. 저 혼자 알아서 잘 하는데요. 제가 그 집안 사람이 된다고도 안 했는데요. 이거 선 아니잖아요? 결정적으로 우리는 아직 연애를 시작하지도 않았다고요!
84쪽
나는 몇 번의 반복 끝에 모래성을 빠르게 짓는 방법을 익혔다. 어차피 금방 사라질 수도 있으니 정교함은 포기했다. 시간 내에 내가 할 수 있는 만큼의 품만 들인다. 그렇게 지은 모래성을 두고 사진도 찍고, 눈에도 담는다. 어느새 또 밀물이 몰려와 사라지는 것을 보며 생각한다. 다음에는 새로운 모양으로 쌓아 봐야지.
89쪽
사람들은 모른다. 그저 많이 들어본 단어니까, 매체에 자주 등장하는 약이니까 쉽게 이야기한다. 스테로이드가 얼마나 사람을 고통스럽게 하는 약인지. 내가 이 약을 먹지 않기 위해 주치의 선생님과 얼마나 씨름하는지 모른다. 나는 이 약을 ‘악마의 약’이라 불렀다.
94-95쪽
“조금만 더 늦었으면 죽을 뻔했잖아!”
주치의 선생님이 겨우 찾은 검사 결과를 열심히 설명했다. 하지만 들리지 않았다. 그때 내 눈에는 선생님 뒤로 설렁탕이 담긴 봉지를 들고 파들파들 떨고 있는 엄마만 보였다.
131쪽
입사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얼굴이 점점 붓기 시작했다. 문페이스 부작용이 또 나타난 것이다. 상사가 보톡스 부작용이냐며 농담을 해왔다. 웃음으로 답을 대신하며 일을 배웠다. 이미 경험해봤던 일이라 울지는 않았다.
149-150쪽
언젠가 나보다 더 사랑한단 말을 글로 전한 적이 있습니다. 엄마잖아요. 하고 싶은 일 하며 사는 게 가장 행복한 거겠죠. 그것을 바라보며 함께 걷는 행복을 나에게 선물해줘서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롯이, 그 자리에 있어 줘서 고맙다는 말을 전합니다.
187쪽
반짝 잘해주고, 신경 써주는 것보다 오래오래 그 사람 옆에 있어 주는 것. 특별히 뭘 해주려 하기보다 옆에서 나 역시 편안하게 있으면 되는 것 같아요. 아프다고 말할 때 그냥 들어주면 되고요. 왜냐면 제가 해줄 수 있는 게 없거든요. 어떻게 보면 냉정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나도 큰 힘이 들지 않는 선에서 옆에 꾸준히 있어 주는 것이 제일인 것 같아요.
197쪽
하지만 매일 써 내려갈수록 더욱 견고하고 확실해진 사실이 있다. 이 경험들이 모여 무언가가 되었다는 것을. 그것은 근력일지도, 단단한 마음일지도, 건강한 정신일지도, 아니, 어쩌면 그냥 나일지도 모른다는 것을.
212-213쪽
출판사 서평
아파하는 모두에게 힘을 주는 ‘버티는 태도’에 관하여.
인생은 행복을 좇는 과정이 아니라, 아픔을 마주하는 과정이다.
열여덟 살에 이유를 알 수 없는 고열에 시달리며 병원을 오갔던 오지영 작가는 5년 뒤 희귀난치병인 자가면역질환 타카야수 동맥염 판정을 받았다. 100만 명 중 2명이 걸린다는 이 병을 대학병원에서 처음 진단받은 그날부터 이름과 증상을 알아도 치료는 할 수 없는 병, 사라지지 않는 고통과 마주하는 삶이 시작되었다.
불시에 찾아오는 엄청난 통증과 사라지고 싶을 만큼 괴로운 나날에도 대학 입시를 준비하고, 이력서를 썼다. 업무 강도가 높기로 유명한 리서치업계에서 8년을 일했다.
증오하면서도 마주할 수밖에 없는 고통은 그렇게 삶의 동반자가 되었다. 작가는 ‘병을 빼고는 나를 말할 수 없다’고 썼다. 극복이 불가능한 일을 마주하면서, 버티는 법을 배웠다고 말한다.
이 책은 감동의 투병기나 인간 승리의 기록과는 거리가 멀다. 오히려 아픔을 버텨 내는 삶의 태도에 대한 기록에 가깝다. 작가는 고통으로 인해 빛나는 삶의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매일의 작은 기쁨과 사랑을 놓치지 않기 위해 애쓰게 되었다. 사라지지 않는 고통을 극복하려 하지 않고, 그저 마주하고 버텨 내는 것만으로도 스스로를 아끼고, 사랑하며 살아간다.
인생이 행복이기만 하다면 좋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연초마다 복을 빌며 행복을 목표로 삼고 나아가지만, 결국 맞닥뜨리는 건 행복보다는 불행에 가까울 때가 많다.
어쩌면 인생은 행복을 좇는 과정이 아니라, 아픔을 마주하는 과정인지도 모른다. 저자는 아픔을 마주하고, 그 아픔을 자신의 일부로 받아들인다면 오히려 더 멋진 풍경을 마주할 수도 있다고 말한다.
아픔을 안은 채로도, 아니, 아픔을 안고 있어서 더 아름다운 삶을 이야기한다.
기본정보
ISBN | 9791198593511 |
---|---|
발행(출시)일자 | 2024년 02월 08일 |
쪽수 | 224쪽 |
크기 |
129 * 188
* 21
mm
/ 411 g
|
총권수 | 1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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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재해 있는 맑은 영혼이 독자를 순수하게 하며 담담한 표현으로 독자에게 부담을 주지 않는 특별한 문장력이 있다고 (주제 넘지만) 생각되었습니다.
그럼에도 앞으로의 삶이 더 편안하시기를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