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기가 내 집이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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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정보
작가의 말
목수가 집을 지을 때
대목과 소목이 마음을 합해 대궐 같은 집을
짓는다는 것은 다 아는 일이다.
그런데 내가 글자로 집을 짓는다는 사실이 꿈만 같다
오랜 항해를 끝내고 예쁜 색시에게 장가들 때의 기분이고,
좋은 일들이 계속 일어날 것 같다.
히말라야산맥 같은 파도가 나를 삼키려던 악마의 입,
천 길 낭떠러지 같은 그곳을 항해하는 분들께
이 글을 바치고 싶다
2023. 겨울 최갑호
목차
- 최갑호 시집 거기가 내 집이었어
시인의 말
제1부
빨간 모자
중매
카오스
넝쿨장미 만발하였네
여명
적도제
무중항해
돌고래 떼와 함께 달린다
가을 사슴 엉덩이처럼
날치
육분의
야광충
황천항해
정 주고 떠난 갈매기
다시 가고 싶다
거울 바다
해수 온천
밀항자
바다의 그믐달
바닷괴물 크라켄
제2부
추억의 싱가포르
카라치 항구
매혹적인 이스탄불
아바단의 아침 해
순사의 칼
노을 속으로
간몬해협
쌍안경 속의 풍경
가오슝
회색빛의 올드 고아항
시소게임
홍콩 앞바다
알렉산드리아 일탈
오타루의 밤 연가
4차원의 세게로
바다가 싫어지는 이유
79년 8월 8일
나르는 대포알
제3부
평온한 바다
또 다른 생태계
기표소
경선 180도
바다 얼굴
해도
믿음직한 앵커
밤바다
대양으로
선상의 겨울 바다
외눈박이
항적
오륙도 묘적지
겨울 바다
파랑새 찾아서
주억거리는 추억의 몸살
드넓은 오대양
는개 꽃 핀다
제4부
환상
행복 전도사
안부편지
하늘을 나는 고등어
얼가니 새
등대
속마음
뱃고동
갯내음
시간의 시간들
승천
혈기
파도 위에 누워
퇴색된 면허증
공허함 속의 기적
거기가 내 집이었어
식자우환
밤낚시
섬
⊙해설/바다 시학이 만든 밭과 집 - 정영자(문학평론가)
*후기
추천사
-
2022년 문학 계간지 《여기》 가을호에서 시인으로 등단한 고성 출신의 최갑호 시인은 젊은 날 10여 년 외항선을 타고 세계의 바다를 항해하였다. 그의 고향도 바다요 살고 있는 부산도 바다의 도시이지만 그의 의식과 무의식에는 젊은 날 넓고 광활한 해양의 바다가 출렁이고 있다. 때문에 그의 첫 시집도 『거기가 내 집이었어』라는 체험적 바다 시학이 펼쳐 지고 있는 것이다. 그의 바다는 관조의 바다이기 전에 삶의 현장이었고 죽음과 희망을 동시에 직조한 배처럼 불안한 곳이었지만 희로애락이 공존하는 집이요 무지갯빛의 보석 같은 곳이다. 긍정적인 그는 절망과 고난을 온몸을 던져 극복한 인간 승리의 체험을 시를 형상화시키고 있다.
책 속으로
카오스
물기 먹은
바람이 불어와
비가 올 것 같은
잿빛 하늘
밀려오는 신 세력
그것을
밀어내려는 세력과의 다툼
모래알과 자갈 사이
하얀 포말이 일어서며
철썩거리는 함성
강산이 흔들 한다
금수강산이 흐느낀다
----------------------------
적도제
적도에서 차린 제단
제주祭酒로 고수레를 하는 선장
돼지가 돈을 물고 빙그레 웃고 있다
불화를 부추켜야 하는
포세이돈과 암페트리테 사이
바람이 일어선다
남십자성을 바라보는 깊은 밤
무사히 크로싱라인을
넘을 수 있게 빌고 또 빌어 본다
항구에 두고 온 그 여인
내게로 걸어오는 꿈을 꾸고 있다
-----------------------------------
날치
레이더 스크린에 쏟아지는
금빛 모래알
눈에 어릴 즈음
산신령 눈썹 닮은
잔물결이 보이고
턱시도 멋지게 차려입은
날치 떼
주갑판에 늘어져
잠을 자고 있다
하얀 파도를 뚫고
우사인 볼트 되어
순항 미사일처럼
파랑을 타고 넘다
배의 늑골을 들이 받아
가랑잎으로 떨어지는
참혹함을 본다
새의 눈
날치의 눈
나의 눈
위험을 예측 못하는 눈들이
흔들린다
----------------------------------
다시 가고 싶다
검푸른 파도가 누에걸음으로,
큰 너울로 걸어오는
그곳
다시 가고 싶다
캄캄한 밤바다를 갉아먹는 박명시
붉은 태양의 장엄함도 보고 싶다
잠자리 날개로
파랑의 포말 위를 나는 날치 떼
돌고래 떼 노는 그 바다가 그립다
먹똥 구름 몰려오는 잿빛 하늘 아래
세찬 바람 불어 해파가 만든
로체*의 삼각 봉우리
파랑의 깊은 골짜기로 내리꽂힐 때
나를 몰아세우던
하이에나 같은 바다가 그립다
마음껏 자유를 누릴 수 있는 집시들의 바다
그곳으로 다시 가고 싶다
오대양으로......
*로체: 히말라야 산맥에 위치한 8,516m의 세계 4위 봉우리이다.
출판사 서평
삶의 과정을 잘 녹여내면 최고의 영화가 되고 드라마가 된다. 문학도 마찬가지다. 치열성이 수반되는 삶의 역동성을 지닌 문학은 생동감과 감동을 던져주기에 호평을 받는다. 그런 면에서 최갑호 시인의 첫 시집 『거기가 내 집이었어』(작가마을시인선 66)를 추천한다. 최갑호 시인은 평생을 바다에서 살았다. 거친 폭풍우를 온몸으로 싸워 이겨내며 살아온 사람이다. 소위 뱃사람. 그러기에 이번 시집의 전체적인 소재는 바다일 수밖에 없다. 지구촌 곳곳의 바다를 유영하며 체험한 생생한 삶의 기록을 시로 승화시킨 것이다. 하여 시집 제목도 『거기가 내 집이었어』라고 붙였다. 바다가 집이라 할 만큼 바다는 그에게 모든 것이고 친숙하다. 지금도 매순간 바다로 나가는 꿈을 꾼다. 아니 바다로 나가고 싶다. 그러나 바다에서 은퇴한 그는 더 이상 바다로 나가지 못한다. 근해의 바다를 건너거나 바라는 볼 수 있을지언정, 삶의 애잔함을 북돋울 오대양으로 나아가지는 못하다. 그러기에 최갑호의 이번 시집은 생생한 바다의 이야기이자 사나이의 이야기이며 젊은 날의 비망록이 쓰여진 그리움의 편지와도 같다.
기본정보
ISBN | 9791156062493 | ||
---|---|---|---|
발행(출시)일자 | 2023년 12월 25일 (1쇄 2023년 12월 20일) | ||
쪽수 | 126쪽 | ||
크기 |
131 * 209
* 13
mm
/ 341 g
|
||
총권수 | 1권 | ||
시리즈명 |
작가마을시인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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