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마다, 자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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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색영롱한 빛을 디자인하다
“그 빛이 아름답다는 것을, 아주 작은 존재의 빛도 아름답게 반짝인다는 것을 그때 그 작은 자개 조각을 통해 알게 되자 그 어떤 위로보다 힘이 되었다. 그 아름다운 반짝임을 만나 절망과 슬픔에 가라앉아 있는 것을 멈추고 수면 위로 올라올 수 있었다.”
과거와 현재,
공상과 상상의 세계를 이어주는
오색찬란한 빛의 세계
“나는 경이로운 자연을 자개로 표현하고 싶다. 바람, 태풍, 달과 새, 봄, 여름, 가을, 겨울, 비와 눈, 나뭇잎과 계절마다 다른 나무, 구름, 산과 들, 바다와 파도, 고양이와 꽃, 별이 가득한 밤하늘과 우주, 블랙홀과 성단, 별자리, 거대한 향유고래와 하늘을 뒤덮을 상상 속의 용…….”
이 책은 현대의 생활환경에 맞게 나전칠기 공예품을 새롭게 구상하여 디자인하는 저자의 경험적 에세이다. 이제 막 걸음마를 시작한 6년 차 나전칠기 공예가의 현대적 감성으로 디자인한 서안부터 회화로 표현한 겨울밤 빛나는 자작나무 숲, 애정하는 단골집 현판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기물에 일 년 열두 달 날마다 자개로 빛을 수놓는 과정을 그린다.
저자는 새롭게 발견한 아름다움을 가장 아름다운 모습으로 자개로 표현하는 것, 직접 느낀 아름다움을 자개로 표현하는 것, 경이롭게 느끼고 경탄하며 바라보았던 모든 아름다운 것을 자개로 표현하는 것 등 경험을 통한 일상의 아름다움뿐 아니라 공상과 상상의 세계를 자개라는 매개체를 통해 다양한 방식으로 해석하여 디자인하는 이야기를 풀어낸다.
이 책에서 말하는 ‘자개 디자인’은 패를 백골기물(白骨器物, 옻칠이 가능한 다양한 소재로 만든 물건으로 칠이 되어 있지 않은 것)에 나만의 디자인으로 다양한 기법을 사용하여 붙이는 것을 의미한다. 즉 기물에 붙일 이미지를 디자인하는 것이기도 하고 그 이미지를 표현할 자개를 선택하고 이미지와 선택한 자개에 맞게 표현방법을 결정하여 디자인을 구현하는 것이기도 하다. _「들어가며」에서
이 책의 총서 (10)
작가정보
학부에서는 지질학을 대학원에서는 국문학을 전공해 박사과정을 수료한 뒤 프리랜서로 출판기획과 방송일을 하면서 세상에 재밌는 일이 너무 많다는 것을 깨닫고 적성에 안 맞는 공부를 때려치웠다. 그 뒤에 본격적으로 출판기획을 제법 오래 했고, 그 와중에 나무에 글과 그림을 새기는 각자(刻字)를 배우기 시작해서 전통 가구를 만드는 소목, 소반, 창호, 배첩, 나전칠기를 배웠고 지금도 계속 배우고 있다. 그중 자개를 디자인해서 붙이고 옻칠을 하는 나전칠기 작품을 주문받기 시작하면서 지금은 나전칠기 공예와 출판기획, 노회찬재단과 한겨레신문사가 공동으로 기획한 칼럼 ‘6411의 목소리’의 편집 자문을 함께 하고 있다. 남편과 열여섯 살인 강아지 한 녀석, 열두 마리 고양이들과 함께 살고 있다.
페이스북 @Myeonghyo Kang
목차
- 들어가기에 앞서
들어가며
1월, 거친 것은 바람이에요
2월, 잎을 떨군 겨울나무들의 숲
3월, 따스한 햇볕을 즐기며 기지개를 켜는 길냥이
4월, 텃밭에 씨앗을 심다
5월, 대동강 물에 흩뿌려진 눈물
6월, ‘붕붕’ 벌들의 날갯짓 소리
7월, 여름밤 하늘을 수놓은 은하수
8월, 큰바람 태풍
9월, 기나긴 기다림 끝에 나팔꽃
10월, 경이로운 향유고래
11월, 기다리던 첫눈이 온다
12월, 백제 산수문전 속 구름
나오며
추천사
-
『날마다, 자개』를 읽는 동안 강명효 작가의 작품들이 하나하나 떠올랐다. 반짝이는 자개 밑에 자개보다 빛나는 이야기가 쌓여 있었다. 작가의 글은 그의 자개 디자인과 비슷해 신선하고 담백하고 또한 깊다. 마음 깊은 곳에서 꺼낸 기억과 추억, 자연과 작은 것을 귀하게 여기는 삶이 깊숙이 스며들어서일 거다. 작가의 속 깊은 이야기가 나를 톡톡 건드릴 때마다 우아한 자개가 하나둘 나타났다. 책을 덮었을 때 가슴은 자개의 오색 빛으로 몽글몽글했다. 강명효 작가는 독자의 가슴에도 자개 디자인을 하는구나.
책 속으로
나는 경이로운 자연을 자개로 표현하고 싶다. 바람, 태풍, 달과 새, 봄, 여름, 가을, 겨울, 비와 눈, 나뭇잎과 계절마다 다른 나무, 구름, 산과 들, 바다와 파도, 고양이와 꽃, 별이 가득한 밤하늘과 우주, 블랙홀과 성단, 별자리, 거대한 향유고래와 하늘을 뒤덮을 상상 속의 용……. 이 모든 것에 대한 나의 공상과 상상을 자개로 표현하고 싶다. 이는 앞으로 내가 가장 집중해서 하고 싶은 일이기도 하다. 앞으로 풀어낼 이야기는 내 공상과 상상을 어떻게 자개로 구현할지 고민했던 내용이다. _「들어가며」에서
어떤 이미지를 어떤 기법을 사용하여 표현할지 결정하는 것은 온전히 디자이너의 몫이다. 주름질로 하느냐, 끊음질로 하느냐, 할패법으로 하느냐에 따라 달은 각기 다른 느낌을 준다. 어떤 대상을 표현하는 데 어떤 기법을 써야 한다고 미리 정해져 있는 것은 없다. 디자이너가 다른 느낌과 효과를 의도하면서 대상에 맞고 어울리는 기법을 선택하여 작업하면 되는 것이다. _「1월, 거친 것은 바람이에요」에서
아주 작은 존재의 빛도 아름답게 반짝인다는 것을 그때 그 작은 자개 조각을 통해 알게 되자 그 어떤 위로보다 힘이 되었다. 그 아름다운 반짝임을 만나 절망과 슬픔에 가라앉아 있는 것을 멈추고 수면 위로 올라올 수 있었다. 그날의 그 작은 조각은 여전히 내 마음속에서 아름답게 반짝이고 있다. 그리고 아름답게 빛나던 그 작은 자개 조각은 나에게 길고양이를 표상하는 이미지가 되었다. 그날 나는 자개에 완벽하게 매료되었고, 절망을 이겨내기 시작했고, 슬픔에서 벗어나기 시작했다. 이것이 내가 자개에 매료된 사연이고 지금껏 자개 디자인을 하는, 아니 앞으로도 계속하려는 이유다. _「3월, 따스한 햇볕을 즐기며 기지개를 켜는 길냥이」에서
그렇게 새롭게 발견한 아름다움을 가장 아름다운 모습으로 자개로 표현하는 것, 다른 사람이 아닌 내가 느낀 아름다움을 내 방식으로 자개로 표현하는 것, 경이롭게 느끼고 경탄하며 바라보았던 그 모든 아름다운 것을 자개로 표현하는 것, 그것을 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것, 그것을 하면서 온전히 나로 살 수 있다는 것이 내 자개 디자인 생활의 가장 큰 즐거움이다. -「4월, 텃밭에 씨앗을 심다」에서
내 작품을 좋아하고 좋아해주는 이를 만나는 것은 나에게 기쁨이자 이 일을 계속하게 만들어주는 원동력이다. 그들이 없었다면 과연 내가 자개 디자인을 계속할 수 있었을까? 나를 계속 나아가게 했던 이들이여, 그대들이 너무나도 고맙다.
- 「6월, ‘붕붕’ 벌들의 날갯짓 소리」에서
‘문천뢰(聞天籟)’ 이후 밤하늘과 우주를 주제로 세 작품을 더 작업했다. 그중 둘만 소개한다. 하나는 여름 밤바다 위로 솟아 있는 은하수를, 다른 하나는 지구 밖에서 우주선과 연결된 줄 하나에 의지하며 유영하고 있는 우주인(宇宙人)을 디자인했다. 앞 작품의 제목은 ‘평(平)’이고 뒤의 것은 ‘휴천균(休天鈞)’이다. 한자 平은 ‘음(音)이 골고루 잘 퍼져나가는 모양’을 상형한 것이라 한다. 여름 밤바다에서 밀려오는 파도소리가 모래사장에서 앉아 있을 그 누군가에게 가장 쾌적한 소리로, 그리고 그 바다 위 밤하늘을 수놓고 있는 은하수까지 그 파도소리가 골고루 퍼지기를, 혹은 은하수에서 퍼져나온 빛이 음파처럼 여름 밤바다로 흘러와 세상을 가득 채우는 그런 모습을 담았다는 의미로 ‘평’을 제목으로 정했다. _「7월, 여름밤 하늘을 수놓은 은하수」에서
실패를 하는 것이, 실패가 있는 것이 어쩌면 너무 당연하지 않은가 싶었다. 실패할 수 없다고, 다 성공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성공할 때까지 어떻게든 해보아야 한다는 생각으로 지금껏 실패를 덮기 위해 계속 칠을 더했던 것이 지금의 나를 그냥 멋지게 포장하고 싶은 마음에서 비롯된 것임을 깨달았다. 일단은 실패를 인정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실패를 인정한 뒤에 천천히 가자, 이런 마음이 들었다. 언젠가는 그 실패 위에서 새로운 성공의 싹을 틔울 수도 있고, 아니면 그냥 실패로 마감할 수도 있겠지. 중요한 것은 기다리는 것이다. _「9월, 기나긴 기다림 끝에 나팔꽃」에서
하지만 여전히 마음의 부침은 생긴다. 나는 언제쯤 상칠을 항상 한 번에 끝낼 수 있을까? 나는 언제쯤 온전히 자개 디자인만으로 털뭉치 가족을 부양할 수 있을까? 계속하다보면 언젠가는 상칠과 광내기를 한 번에 완벽하게 할 수 있는 날이 올 것이다. 계속하다보면 내 작품을 주문해주는 사람이 많아질 테고, 그러다보면 내 작품 가격을 올릴 수 있는 날도 올 것이다. 그렇게 믿으며 천천히,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계속한다. 나전칠기 공예는 천천히 가는 법을 배우게 한다. 기다림의 연속이다. 지치지 않고 꺾이지 않고 싶다. _「11월, 기다리던 첫눈이 온다」에서
출판사 서평
왜 ‘날마다, 자개’인가
이 책은 엄밀히 말하면 자개를 붙이고 옻칠로 마감한 전통 공예인 나전칠기에 관한 이야기다. 하지만 저자만의 감각으로 새롭고 멋진 나전칠기를 만들고자 하는 공예에 대한 저자의 지향을 표현하는 데 자개 디자인이 더 적합하기에 책명에 나전칠기 대신 ‘자개’를 선택했다. 그렇다고 해서 이 책에서 말하는 자개 디자인이 전복, 조개 등의 껍데기를 얇게 떼어낸 패를 디자인하는 것을 이르지 않는다. 저자만의 디자인으로 다양한 기법을 사용하여 붙이는 것을 의미하는데, 기물에 붙일 이미지를 디자인하거나 그 이미지를 표현할 자개를 선택하고 이미지와 선택한 자개에 맞게 표현방법을 결정하여 디자인을 구현하는 것이다.
저자가 자개에 완벽히 매료된 계기는 아주 우연이었다. 깊은 절망과 슬픔에 빠져 있을 때 바닥에 떨어진 영롱한 광채를 뽐내며 반짝이는 작디작은 흑진주패 조각에서 위안과 용기를 얻은 순간이었다. 이는 저자가 지금껏 자개 디자인을 하고 앞으로도 계속하려는 이유이기도 하다.
자개의 아름다움을 디자인하여
전통 공예를 현대화하다
나전칠기라고 하면 조금은 생소하게 느끼거나 전통 공예의 상징으로만 여길 것이다. 하지만 저자는 전통 공예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여 자개로 대상을 표현한다. 특히 저자가 느낀 자연의 힘을 토대로 자개의 아름다움을 디자인한다. 땅의 퉁소소리, 겨울밤 자작나무 숲, 정지상의 시구에서 차용한 수양버들, 벌들의 날갯짓 소리, 여름밤의 은하수, 우주를 유영하는 우주인, 거대한 향유고래, 하늘을 뒤덮을 용 등 오감과 상상을 동원하여 가장 전통적인 기법으로 현대적이고 표상적으로 표현한다. 이는 저자의 자개 디자인 내면의 깊이를 보여준다.
나전칠기는 기다림의 미학이라고도 할 수 있다. 온도와 습도의 영향을 많이 받는 옻칠은 자개의 두께만큼 쌓아올리기를 여러 번 거듭해야 하고 표면을 매끈하게 갈아 광택을 내야 하는 고된 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자는 자개 디자인이 즐겁다고 말한다. 빛에 따라 다르게 보이는 영롱한 반짝임이 자개의 한계를 뛰어넘어 과거가 아닌 현재, 미래로 이어지기를 희망하며 자개의 아름다움을 날마다 디자인한다.
오늘도, 내일도, 날마다 파이팅!
‘날마다’ 시리즈는 날마다 같은 듯 같지 않은 우리네 삶을 담습니다.
날마다 하는 생각, 행동, 습관, 일, 다니는 길, 직장……
지금의 나는 수많은 날마다가 모여 이루어진 자신입니다.
날마다 최선을 다하는 우리를 응원하는 시리즈, 날마다 파이팅!
기본정보
ISBN | 9791192968834 | ||
---|---|---|---|
발행(출시)일자 | 2023년 12월 14일 | ||
쪽수 | 140쪽 | ||
크기 |
120 * 188
* 15
mm
/ 298 g
|
||
총권수 | 1권 | ||
시리즈명 |
날마다 시리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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