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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정보
저자(글) 광주문학아카데미
창작을 위한 협력적 공동체, 광주문학아카데미
앤솔로지 1집 『흘러내리는 기억』(아꿈, 2021) 출간
〈광주문학아카데미〉는 등단작가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는 소규모 문학 모임이다. 광주문학아카데미 문을 연지도 십 년을 넘기고 있다. 앤솔로지 『흘러내리는 기억』은 그동안의 과정과 실체화되지 않았던 모습을 책으로 묶어 보자는 작은 소망을 담은 결과다. 고성만, 김강호, 김화정, 박성민, 박정호, 백애송, 염창권, 이송희, 이토록, 임성규, 정혜숙, 최양숙(가나다 순) 시인(12명의 회원)으로 구성되어 있는 이 모임은 시, 아동문학, 평론 등의 장르가 고루 섞인 활동 무대를 보여준다.
처음에 서넛이었다가 지금은 열 명 내외로 모여서 합평회를 하고, 때로는 출판 자축연을 열었다. 처음에는 독자를 구하기 어려운 시절에 서로 글 읽어주는 독자가 되기를 바랐다. 그러나 장르 구분 없이 모였으므로, 각자 독자의 입장으로 돌아가 안목을 가진 입장에서 서로 간에 도움을 주는 합평회를 핵심으로 하였다.
〈광주문학아카데미〉는 등단작가 중심의 모임성격에 따라 각자의 개성과 저변을 확대해 나가는 데 관심을 두었다. 모두가 배우는 데 열성적이었지만, 날카롭거나 신랄한 합평 보다는 서로 우애하면서 한 세월을 잘 지내왔다. 예술가적인 기질보다는 인간적 품성이 우선이었으나 발표 전에는 서로에게 선보이고 고쳐 쓰는 과정을 통해 점차적으로 성장, 발전할 수 있었다.
강령이나 에콜(ecole) 같은 것을 내세운 적은 없으나, 광주문학아카데미가 추구하는 방향성은 전방위적 미학주의라고 말할 수 있다. 이는 처음부터 작정한 것이 아니라 모이다 보니 그와 같은 방향성이나 색채감이 생긴 것일 뿐이다. 서정갈래에서 다성성의 문제, 환상적 리얼리즘이나 신표현주의, 시조 갈래의 구술적 특성, 장르혼합 등의 선견된 지점에 대해 소망을 피력한 회원도 있었으나, 이를 전면화할 만큼 논리적 미학적 기반이 담보된 것은 아니었다. 각자의 마음속에 창작의 구심점 같은 것이 있었고, 누군가 언뜻 그러한 소망을 내비치더라도 그것은 공통의 것이 아닌 그 개인만의 것으로 존중 받았다.
이처럼 자유롭고 민주적이나 마냥 허용적인 것만은 아니었다. 지나친 혹평은 멀리했으나 칭찬에도 인색했다. 비평적 기준을 통해 자기 연마의 가능성을 최대치로 끌어올리고자 하였다.
이번에 펴내는 앤솔로지 『흘러내리는 기억』은 그간의 과정을 보여주는 우리의 구체적인 실체화이다. 현시대의 정신사나 작품미학을 감당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고, 우리에게 남겨진 시간이나 인원도 충분하지 않다. 그럼에도 우리는 꿈꾸고, 우애하고, 또 각자의 개별성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을 멈추지 않고 있다. 아직도 과정 중에 있고 결과는 멀리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번을 기회로 초심으로 돌아가, 새롭게 시작하고 또 개별성을 더욱 확대, 심화시켜 나갈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작가의 말
여기 우리, 광주
중국계 미국인 지리학자 이푸 투안은 “공간을 움직이는 곳, 장소를 정지하는 곳이라고 정의하며 공간에 가치를 부여하면, 그곳이 장소가 된다”라고 말하였습니다. "공간에 우리의 경험과 감정이 녹아들 때, 공간에 의미와 가치를 부여할 때 그곳은 '장소로 발전'한다”고 주장합니다. 이것을 장소애 즉 ‘토포필리아Topophilia’라고 하는데 자기가 살고 있는 곳이 곧 ‘장소’가 되고 그것과 관련된 기억들에 애착을 갖게 되는 현상입니다. 흔히 고향을 사랑하는 마음이라고 정의하기도 하지요. 인간이 일정한 크기의 공간을 점유하는 속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생겨난 감정입니다. 작게 보면 자기 집, 좀 더 범위를 넓혀보면 우리가 살고 있는 고장, 광주, 전라도가 그 대상이 되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문학은 로컬적인 성격이 강합니다. ‘로컬(Local)’은 사전적으로 '특정 지역', '현지의'라는 뜻을 가지고 있는데 세대에서 세대로 이어지는 문화를 함축합니다. 그러므로 문학은 그 지역의 말로 구현될 필요가 있습니다. 표준어적인 반어와 역설, 언어유희와 방언적인 반어와 역설, 언어유희는 약간 다릅니다. 그 지역사람들만의 소통방식은 읽는 이에게 상쾌함마저 줍니다. 지역의 사람들은 그 지역만의 갈등을 통한 형상화, 나아가서 그것을 해결하는 데서 오는 경험을 공유합니다. 예컨대, 내가 살고 있는 마을 주택의 담벼락에는 깔끔하게 흰 바탕으로 따뜻한 느낌을 주는 다채로운 그림들이 그려져 있습니다. 상사화 장독대 등등 이러한 벽화를 보면서 문학의 역할을 다시 떠올려봅니다. 공동체의 지속성 여부는 구성인자들의 화합이라 할 수 있는데 문학도 그러한 화합에 힘을 보탤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곳에서 마음의 궤적을 발견하고 그것을 따라 새로운 사상과 정서를 창조해내는 힘, 이것은 지속적 생존에 관한 기록을 수행하는 일이 될 것입니다.
이것을 ‘촌스럽다’고 생각지 않고 중앙을 넘어서는 로컬적 힘을 부여하여 문학적 역량으로 승화될 때 새로운 형태의 예술이 태어날 것입니다.
아아, 광주여 무등산이여
죽음과 죽음 사이에
피눈물을 흘리는
우리들의 영원한 청춘의 도시여
- 김준태, 「아아 광주여! 우리나라의 십자가여!」, 부분
어느 시인의 말대로 광주는 ‘우리들의 청춘의 도시’입니다. 광주에서 태어났건 태어나지 않았건 살고 배우고 기뻐하고 좌절하고 성공했습니다. 무등산, 금남로, 도청 앞, 광천터미널, 야구장, 송정역, 사직공원, 상무지구, 양림동, 돌고개, 운천저수지, 뽕뽕다리, 광주천, 용봉동, 화정동, 지산동, 극락강, 망월묘지, 목포, 여수, 곡성, 구례 등등 언제 보아도 정겹고 언제 보아도 눈물이 날 것 같은 곳들입니다. 이 많은 곳에서 이야기는 시작되었습니다. 어떤 사람은 시, 어떤 사람은 시조, 어떤 사람은 동화, 어떤 사람은 산문으로 생각과 전망을 제시합니다.
우리 모임이 처음 시작된 것은 약 십오 년 전입니다. 매월 문학을 공부하기 위해 첫째 주 월요일 저녁에 만나 자기 작품 발표하기, 다른 사람 시 읽기, 대표작 읽기, 단시조 쓰기, 시, 시조, 동시, 소설 등의 창작에 대해 토의하기 등을 하였습니다. 우리 모임의 이름은 ‘광주문학아카데미’입니다.
지금까지도 그랬지만 앞으로도 우리 모임의 목적은 문학을 통해 자기를 계발하고, 절차탁마하고, 외로움을 이겨나갈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 이번에 세 번째 작품집을 발간합니다. 출범 연한에 비추어 많지 않은 결실이지만 앞으로 더욱 정진할 것입니다. 그리하여 완성도 높은 창작집을 발행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강호제현의 관심과 채찍질 부탁드립니다.
목차
- - 머리말
·08
- 특집_ 디카시
고성만_ 집 ·12
김강호_ 허상 ·13
김화정_ 사랑의 미학 ·14
박정호_ 그림 ·15
이송희_ 식물 키트 ·16
이토록_ 불잉걸 ·17
임성규_ 웃풍의 기억 ·18
염창권_ 널 보내느라 흐려졌다 ·19
정혜숙_ 초록은 온다 ·20
최양숙_ 버스 안 승객은 나 혼자다 ·21
- 테마 시_ 광주
고성만_ 양림동 ·24
김강호_ 전일빌딩 ·26
김화정_ 무등에 올라 ·27
박정호_ 오월의 섬 ·29
이송희_ 이명耳鳴 ·30
이토록_ 광주에는 극락강이 있다 ·32
임성규_ 폐선로, 푸른 길에서 ·34
염창권_ 구시가지에서 ·35
정혜숙_ 그 날 ·36
최양숙_ 산수동 ·37
고성만 목포 내항에서 40
구례 발 부산행 영화여객을 타고 41
폭설 42
노란 장미 44
갑자기 비를 만났어 45
- 회원시김강호 가을여인 ·48
곁불 49
밑줄 50
디케 51
정의라는 활자 ·52
김화정 너를 위한 차 ·54
차꽃이 피는 집 ·55
너릿재를 넘으며 ·56
5월, 그 날이 오면 ·57
물에서 크는 나무 ·58
박정호
그렇게 여러 날 ·62
병원에 갔다 ·63
상재上梓하다 ·64
달의 소 66 ‘너’라는 너무 ·67
이송희
환승의 시간 ·70
겨울의 환 ·72
우리 사이 ·73
액자식 구성 ·74
말모이 ·75
이토록
청성淸聲자진한잎 ·78
플라스틱 트리 79
대장간 칼 81
찌라시 82
닫힌 책방 84
임성규
흔들리는 길 ·88
노루발 ·89
어떤 반전 ·1
시간을 해동하다 ·92
혓바늘 ·94
염창권
장안문長安門에서 ·98
병 속의 혀 ·99
떨기나무, 가시 ·101
에셀나무, 그늘 ·102
골목의 오토바이 ·103
정혜숙
릉의 후원을 걸었다 ·106
은사리, 봄 ·107
후렴처럼 봄날이 ·108
그런 날도 있었다 ·109
새는 울고 … 새가 울고 ·110
최양숙
물병은 창가에 두고 ·1112
마비가 풀리는 방식 ·1113
3cm 잘라주세요 ·114
공백의 감정 ·1115
실직 후 ·1116
- 에세이_ 내개로 오는 시간
고성만_ 동춘서커스단 ·118
김강호_ 눈물과 땀에 젖은 오천 원 ·123
김화정_ 선몽 ·128
박정호_ 가을 만감萬感 ·132
이송희_ 실체 없는 거짓이 초래한 비극 ·138
이토록_ 형님을 어떻게 구할 것인가 ·143
임성규_ 어른을 위한 동시 ·148
염창권_ 광주극장 ·156
정혜숙_ 나는 한 그루 나무였는지도 ·164
최양숙_ 그때는 그랬었다 ·167
책 속으로
집 / 고성만
열쇠를 잃어버리고
몇 시간째 기다리던 곳
어른 주먹만 한
열매 열던 방문 앞
얼마나
부서지기 쉬운
안식처란 말인가
허상 / 김강호
끝 모르게 길지만 잡힐 것만 같아서
날마다
되감고 있는
그리움이라는
너
사랑의 미학 / 김화정
그을린 하루가 불꽃을 피운다
엇갈린 길, 되돌아
마주 선 너와 나
말의 뿔 태우고서야 사랑인 걸 알겠다
그림 / 박정호
나무를 그려 넣고 그늘에 들어선다
달빛 같은 거 싣고 가는 물에 뜬 돛배 하나
틀 속에 갇혀 있어도 모든 길은 멀어진다
식물 키트 / 이송희
흔들리는 밤
불안을
컵에 옮겨 심는다
흙 위로
뚝 끊긴 잠의 줄기가 보이면
구근을 들추기 싫어
묻고 덮는
내 사랑
불잉걸 / 이토록
처음에 이 불은
붉은 꽃이 되려했다
쇠를 깨워
무딘 날을 벼리기 전까지
당신이 나를 달구어 살에 댔던,
그때도
웃풍의 기억 / 임성규
너는 온다
예정된 부고처럼
스멀스멀
허기의 꼬리를 물고
타닥, 타다닥
파고드는
누구도
막을 수 없어
울음이 새는 창문
널 보내느라 흐려졌다 / 염창권
길을 걷는 일이나 바람 부는 일이나
걸음은 그 걸음을 되돌리지 못한다,
몸속에 매듭이 있다,
멀리까지 묵언이다.
초록은 온다 / 정혜숙
초서체로 흩날리는 꽃잎을 일별한다
바람의 끝을 잡고 입술에 울음을 물고…
그렇게 초록은 온다
꽃을 다 보낸 후에
버스 안 승객은 나 혼자다 / 최양숙
악마의 목구멍에 둘이서 빠지자던 말
어둠을 몸에 두르고 빛을 향해 가던 그가
불현듯 떠오른 것은 덜컹거린 탓이다
기본정보
ISBN | 9791198257253 |
---|---|
발행(출시)일자 | 2023년 12월 01일 |
쪽수 | 172쪽 |
크기 |
125 * 190
mm
|
총권수 | 1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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