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으르게 읽는 제로베이스 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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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정보
백 살 할머니와 함께 산다. 할머니가 이 책을 읽는 모습을 상상하며 즐겁게 글을 썼다.
코로나19 이전에 10년 동안 〈다중지성의정원〉에서 철학 강의를 했고, 코로나19 동안 와신상담했다. 최근에는 〈한겨레문화센터〉에서 ‘인문학 글쓰기’ 강의를 하고 있다.
의식 수준 향상에 관심이 많다. 이상하면서도 찬란한 세계에 늘 감탄한다.
여태껏 『남자를 밝힌다』, 『남자, 여자를 읽다』, 『성에 대한 얕지 않은 지식』, 『고독을 건너는 방법』 등 10여 권의 책을 출간했고, 앞으로 20여 권의 책을 낼 계획이다.
https://www.instagram.com/2indios/
목차
- 여는 글
1부 나는 누구이고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1일. 데카르트 | 2일. 파스칼 | 3일. 칸트 | 4일. 니체 | 5일. 제임스 | 6일. 하이데거 | 7일. 가다머 | 8일. 바디우
2부 행복한 삶이란 무엇인가?
9일. 아리스토텔레스 | 10일. 에피쿠로스 | 11일. 에픽테토스 | 12일. 아우렐리우스 | 13일. 몽테뉴 | 14일. 스피노자 | 15일. 쇼펜하우어 | 16일. 에머슨
3부 세계는 어떤 방식으로 존재하는가?
17일. 헤겔 | 18일. 비트겐슈타인 | 19일. 프로이트 | 20일. 프롬 | 21일. 레비스트로스 | 22일. 푸코 | 23일. 바우만 | 24일. 지젝
4부 올바른 사회란 어떤 모습인가?
25일. 플라톤 | 26일. 루소 | 27일. 마르크스 | 28일. 아도르노 | 29일. 롤스 | 30일. 테일러 | 31일. 랑시에르
닫는 글
책 속으로
하이데거는 인간성과 재능에 대한 오래된 고민을 상기시킨다. 수치스러운 일을 저지른 예술가를 어떻게 대해야 할까? 대단한 실력을 지닌 운동선수에게서 추문이 발생했을 때 그 사람의 성취마저 부정해야 할까? 이와 비슷한 질문을 하이데거에게 던지지 않을 수 없다. (63쪽~64쪽)
가다머는 모든 이해는 결국 자기 이해라는 것이 엄연한 사실이라고 단언했다. 흔히 ‘이해’와 나라는 ‘존재’는 동떨어져 있다고 여겨지고, 서로 다른 층위에서 논의된다. […] 존재가 곧 이해다. 나의 존재는 나의 이해 정도, 즉 지금 내가 이해하고 있고 이해된 상태다. 나는 무언가를 이해함으로써 딱 그만큼 나를 이해한다. 이해는 나의 존재 방식이다.
이해의 과정은 나를 알아 가는 여정이고, 이해한 만큼 나를 안다. 가다머의 논리는 성리학의 격물치지와 조응한다. 세상과 사물에 다가가 깊게 이해하는 일이 자신을 수양하며 우주의 이치를 깨치는 과정이라는 동북아권의 오랜 사상은 이렇게 서양의 현대 철학과 이어진다. (79쪽)
현대인은 너무나 잘 알고 있다. 서로가 서로에게 쓸모가 없거나 쾌락을 주지 못한다면 버리거나 버려질 것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인간관계는 단박에 만족을 줘야 하는 상품처럼 되었다.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하면 곧장 환불 요청을 받거나 쓰레기처럼 버려진다. 맞지 않는 부분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동반 관계는 한순간에 깨질 수 있다. 사소한 의견 충돌은 가혹한 갈등으로 격화되고, 경미한 마찰은 회복 불가능한 파국의 증거로 여겨지기도 한다. 이것이 바우만이 묘사한 현대인의 관계 양상이다. 우리는 안정된 관계를 갈구하면서도 액체 현대 속에서 고독과 불안을 씁쓸히 체험하고 있다. (243쪽)
우리는 때때로 이상한 짓을 한다. 그 이상한 짓이 사람마다 다르고, 자신이 그런 짓을 하는지 의식조차 못 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분명 이상한 짓을 한다. 멈추려고 해도 멈춰지지 않는다. 누군가는 자신의 이상한 행동을 자각하고 표현하기도 한다. 예컨대 미국의 시인 실비아 플라스는 코 파기가 얼마나 향락을 주는지 상세하게 묘사했다. 실비아 플라스는 어렸을 적부터 수많은 책상과 의자들이 비밀스럽게 더럽혀졌다고 고백했고, 콧구멍 내피를 너무 거칠게 긁은 나머지 손가락 끝에 마른 갈색 코딱지나 선홍색 코 덩어리가 돌연 얹혀 나오는 것이 얼마나 놀라운 성적 만족이었는지 모른다고 털어놓았다. (248쪽)
어릴 적부터 결박당한 상태로 동굴의 한쪽 벽면을 바라보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고개를 돌릴 수 없다. 뒤쪽 멀리 불빛이 있고, 불빛과 사람들 사이에 얕은 담장이 있어서 인형극 같은 공연이 펼쳐진다. 담장에 공연이 펼쳐지면 동굴의 벽면에 그림자가 생기고, 사람들은 그 그림자를 현실이라고 믿으며 살아간다. 그러다 묶여 있던 사람들 가운데 누군가가 풀려난다. 그는 고개를 돌리고 몸을 움직여 담장을 지나 불빛을 본다. 처음에는 눈부심 때문에 제대로 보지 못한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 그동안 현실이라고 믿어 온 것이 사실 그림자에 지나지 않는다는 실상을 깨닫는다. (263쪽~264쪽)
마르크스는 뛰어난 경제학자였지만 경제관념은 형편없었다. 낭비벽이 심해서 위기를 자초했다. 툭하면 가구를 교체했고, 걸핏하면 사치스러운 잔치를 벌였다. 아버지의 유산을 흥청망청 써 버렸다. 가난할 수밖에 없었다. 마르크스는 여섯 명의 아이를 낳았으나 세 명이나 죽었는데, 죽은 딸의 관을 외상으로 사려다가 거절당해 절망했다는 일화도 전해진다. (278쪽)
우리는 새로운 사람을 만나면 지레짐작한다. 예컨대, 인상이 차가워 보이면 차가운 사람이라는 개념을 만들어 상대를 규정한다. 그렇지만 그 사람을 알아 갈수록 차가운 사람이라는 개념은 유지되지 않는다. 첫인상과 달리 털털한 성격일 수 있고, 예의를 지키고자 긴장한 탓에 차갑게 비쳤을 수도 있다. 차가운 사람이라는 첫 번째 개념은 시간이 지나면 부정된다. 털털한 사람이라거나 예의 바른 사람이라는 개념이 새롭게 등장한다. 여기까지가 헤겔의 변증법이다. 그렇지만 새로운 개념 또한 그 사람을 온전히 담지는 못한다. 특정한 판단에는 상대방의 다른 면모를 삭제하는 폭력성이 있다는 것이 아도르노의 생각이었다. (293쪽)
출판사 서평
게으르게 읽어도 한 달이면 끝,
입맛대로 골라 먹는 ‘진짜 쉬운’ 서양 철학
철학이 그저 어렵고 답답하기만 한 사람이라면 이 책에 주목! ‘제로베이스’에서 ‘철학 잘알’로 거듭나게 도와줄 가장 쉬운 철학책. 친구 앞에서, 연인 앞에서, 가족 앞에서 지적인 모습을 뽐내고 싶은데 철학의 ‘철’ 자만 나와도 할 말을 잃었다면, 철학적 대화에 참여하고 싶어 철학책을 펼쳤다가 읽을 수조차 없어 좌절했다면? 「게으르게 읽는 제로베이스 철학」은 그런 당신의 앞에 철학의 세계로 가는 길을 닦아 줄 것이다. 수천 년 서양 철학에 얽힌 다양한 에피소드, 해시태그로 콕 집어 요약한 굵직한 개념들을 훑다 보면 어느새 철학 마스터가 된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입문서라는 말에 속았던 ‘제로베이스’ 당신에게 바치는
진짜 ‘한국말’로 설명한 철학 입문서!
우리는 어렵고 복잡한 세상에 살아가며 다양한 문제에 봉착한다. 이 수많은 물음표에 답하기 위해 사람들은 인터넷의 도움을 구하기도 하고, 부모님 같은 ‘인생 멘토’들에게 자문을 구하기도 한다. 동시에 많은 사람이 철학의 도움을 받는다. 철학은 짧게는 십수 년, 길게는 수천 년 동안 인류가 고민했던 문제들과 나름의 답을 보여 주기 때문이다. 문제는 많은 철학책이 난해한 문장과 복잡한 개념들로 뒤덮여 읽기조차 어렵다는 것이다. 이해되지 않는 많은 일을 이해하기 위해 선택했던 ‘철학’이라는 해결책은 금세 또 다른 문제로 돌변한다. 이것이 철학 입문자들이 처음 봉착하는 어려움이다. 많은 사람이 철학의 입구에서 좌절하고 다시는 철학을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하지만 어떤 철학자가 어떤 질문을 했고, 그 물음에 어떤 답을 했는지 정확하게 아는 것이 능사가 아니다. 이 ‘난해한 서술’이라는 첫 번째 고비만 넘으면 우리가 원했던 해답과 달콤한 지혜의 세계가 펼쳐진다. 철학은 ‘도대체 저 사람은 왜 저렇게 행동하고 나는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처럼 현실과 밀접한 문제는 물론이고 ‘나라는 존재의 의미는 무엇인지’, ‘존재란 또 무엇인지’ 등 평소에 쉽게 생각하지 않는 화두들을 우리에게 던진다. 이런 질문과 답변의 과정, 수많은 철학자의 생각을 나름대로 소화하며 생기는 자신만의 의견이 바로 우리 삶에 도움을 줄 ‘진짜 멘토’, 즉 지혜가 된다.
이 책은 ‘철학의 난해한 서술’이라는 장벽을, 철학이 궁금한 입문자들과 함께 넘기 위해 쉽게 설명한 서양 철학사다. 저자는 우리의 일상어에서 철학적 표현들을 물 흐르듯 길어 내어 개념화하는 재주를 보여 주며, 철학적 언어와 일상어의 조화를 통해 독자가 혼란을 겪지 않게 돕는다. 속는 셈 치고 책을 펼쳐 보자. 부지런히 따라갈 필요 없이, 열 페이지의 짧은 호흡으로 서른한 명의 철학자와 만나다 보면 어느새 서양 철학의 큰 흐름을 알게 된다. 심지어 이 시간은 즐겁기까지 할 것이다.
플라톤부터 지젝까지 저절로 읽히는 3000년 서양 철학
사상가 서른한 명을 ‘찍먹’하다
철학자 칸트가 스타킹을 고정하는 용도의 대님을 발명했고, 그 대님을 가터 기사단이 즐겨 착용해 ‘가터벨트’가 되었다는 사실을 들어본 적 있는가? 「자본」을 쓴 유명한 경제학자 마르크스가 사실 가계 관리에는 젬병이라 결국 파산했다는 사실은? 아이들의 교육을 강조했던 루소가 자신의 다섯 아이를 모두 보육원에 보낼 수밖에 없었던 사실은? 이 책은 인문학에 익숙하지 않은 독자라도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한 철학자에 얽힌 흥미로운 일화로 시작한다. 그들이 처했던 역사적 배경과 철학적 사건들을 차근차근 소개하여, 열 페이지의 가벼운 분량 안에 철학자의 삶과 철학을 녹여내고 있다.
아무리 열 페이지의 철학자 한 명에 열 페이지라 한들, 서른한 명이나 되는 철학자를 한 번에 다 만나기 부담스러울지도 모른다. 하지만 한 호흡에 다 읽을 필요가 없다는 점이 이 책의 가장 큰 강점이다. 순서대로 읽을 필요도 없고, 기준을 가지고 읽을 필요도 없다. 물론 아무리 천천히 읽더라도 한 달이면 충분한 데다 단번에 다 읽을 수도 있지만, 메뉴판처럼 펼쳐진 차례 면에서 마음에 드는 철학자 한 사람만 골라 읽어도 좋다. 해시태그 형태로 각 글의 끝에 붙여 둔 핵심 개념도 철학자를 고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이 책에 실린 글들은 일종의 ‘철학 맛보기 스푼’이다. 일단 한 번 맛을 보고 어떤 철학자가 마음을 울렸거나 자신의 질문에 답해줄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면, 그래서 더 깊게 알아 가고 싶다면 ‘더불어 읽으면 좋을 책’을 통해 가지치기를 하며 사유의 폭을 넓힐 수도 있다.
이 책은 네 가지 관점으로 서양 철학사의 주요 인물들을 살펴보도록 기획되었다. 데카르트·칸트·니체와 같이 ‘나’의 존재에 대해 고민하고 윤리를 탐구한 사상가들로 1부를 열고, 2부에서는 에피쿠로스와 스피노자 등 행복의 의미를 집요하게 파고들었던 사상가들의 이야기를 통해 자신만의 행복을 상상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3부에서는 비트겐슈타인·푸코·프로이트와 같은 사상가들의 주요 논의를 요약하여 세계가 존재하는 방식과 원리에 대해 알 수 있도록, 4부에서는 플라톤·루소·마르크스 등의 사상가가 제시한 논의들을 통해 올바른 사회상을 고민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이로써 단순히 자신과 자신의 행복만을 아는 것이 아니라, 세계의 원리와 사회에 대한 이해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기본정보
ISBN | 9788976828361 |
---|---|
발행(출시)일자 | 2023년 09월 15일 |
쪽수 | 328쪽 |
크기 |
140 * 210
* 21
mm
/ 527 g
|
총권수 | 1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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