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게 가는 시계
이 책의 총서 (150)
작가의 말
마음에 환절기가 오면 어김없이 시를 앓아냈다. 첫 시집을 준비하면서 스스로를 경계에 세우고 있음을 알았다. 경계에 서서, 그 경계에는 소멸과 생성이 공존한다는 것을 더듬어 볼 참이다.
목차
- 시인의 말
1부
어떤 인사
삼성역
교신
적멸보궁
그냥
노래를 듣다가
그대
소식
첫눈
빈 봄
반야봉
배롱나무
10월
늦가을 기도
십이선녀탕 계곡
2부
밥
몸살
여의도
일상
나머지
늦게 가는 시계
술과 시제
템플스테이
두 번째 혹은 맨 아래 자리
풍경
구절초가 구절초에게
퇴사
그믐날 사건
숙취
어떤 변명
소낙비
3부
경계에서
꽃소식
5월의 안부
연
그리운 일순 씨
짐
새해 인사
벚꽃이 피고 지는 사연
흐름
낚시의 기억
한파
기일
흔적
시인是認
관촌수필을 읽고
4부
내게 물었다
바람을 만나고 싶다
이른 가을
절주
짐승
소풍
문득
그랬으면
신대리
딱딱한 봄
큰물 간 자리
간을 하다
봄밤
아무도 없는 곳
빈 그네처럼 살고 있었다
해설
따뜻한 고향 보령과 추운 서울의 경계에 서서 | 이승하(시인 · 중앙대 교수)
추천사
-
이국형 시인의 시편들은 교유交遊의 시편들이라고 부를 수 있을 것 같다. 그와 나를 나누지 않고서, 서로에게 교신하고, 수긍하고, 굳고 단단한 지지를 보낸다. 잘 지내자, 많이 힘들었지, 라고 내 마음을 건네며 다독인다. 마른 흙에게는 물을 뿌려주고, 빈 그네를 만나면 그네를 밀고, 가을에는 가을 속으로 흘러가고, 그러다 눈물도 흘리며 그렇게 안부와 기별을 묻고 평안을 비는 시의 타전打電이 이 시집의 특별한 안목이라고 하겠다. 이 시집을 읽는 동안 “물로 빚은” 듯한 부드럽고 연한 서정을 만나게 된다.
책 속으로
어떤 인사
새로 지은 집에
성글게 울타리를 치고
울안으로
작은 밭을 꾸몄다
채송화, 봉숭아를 얻어다
몇 송이 심어 볼 요량인데
밭을 꾸몄다고
기별도 하기 전에
풀씨가 먼저
작은 몸을 풀었다
마른 흙에 물을 뿌리며
새싹들에게 인사를 건넸다
잘 지내자
서로 짐스럽게 여기지는 말자
낚시의 기억
아버지는 늘그막에 농사일을 배웠다
아픈 어깨를 두고 농사 탓을 했지만 농사를 모르는 내 어깨가 아픈 것을 보면 아버지의 진단은 틀렸었다
석양의 목덜미가 물속으로 빠질 무렵이면 나는 낚시를 던졌다
반원을 그리던 별이 찌를 건드리면 잔물결이 일었다
먼 조상이 물고기 모양이었다고 했다
내 몸에는 비늘에서 미늘로 생존방식을 바꾼 이유가 남았을 것이다
다음 조상은 물고기 낚는 기술을 전했을 것이다
밤새 낚시를 들어올렸다
미끼를 따먹고 달아나는 붕어가 쓰다가 밀쳐 둔 글줄을 닮았다
물에 뜬 별이 지워질 때까지 나는 낚시의 기억을 살려내지 못했다
내일은 근로계약서에 서명하는 날이다
어깨 통증을 느끼며 낚싯대를 접고 물비린내 나는 손을 씻었다
풀죽은 낮과 밤을 문대던 저수지에는 일상처럼 물안개 피어올랐다
여의도
눈이 내린다
질서를 알 수 없는 눈발 아래
줄을 선 자동차가 조화를 이루고
퇴근길 사내들이
질척한 눈을 피해 달아나는 저녁
바짓가랑이 물에 젖도록
여의도 거리는 붐빈다
더러는 형광색 간판을 따라
술푸념 장소를 더듬어 보지만
마음이 가난한 사람들
불빛이 사위어 가는 거리에서
하늘을 밟은 듯 서서
붐비지 않을
내일을 꿈꾸고 있다
신대리
잔설 녹는 솔잎마다
물방울로 매달리던 하늘
반쯤 가린 논 허리를
가로로 내달리던 장맛비
먼 일갓집 돌담 너머
등처럼 내걸리던 홍시
귀 없는 송사리처럼
살얼음 밑으로 숨어들기만 했던
내 열아홉 살의 겨울
거기가 고향이라던
산수국을 닮은 소녀
출판사 서평
『늦게 가는 시계』는 이국형 시인의 첫 시집이다. 그러나 “경계에는 소멸과 생성이 공존한다”라는 시인의 말에서 보듯이 그의 시는 삶을 반추하며 얻어낸 깨달음의 토로여서 그 깊이가 만만치 않음을 알 수 있다. 「두 번째 혹은 맨 아래 자리」 「구절초가 구절초에게」 「퇴사」 등에서 ‘퇴직’에서 마주치는 일상의 차가움을 ‘단춧구멍’이나 ‘구절초’ ‘새’ 등에 감정이입 시켜 그 아픔을 담담하게 잘 구현해 내고 있다.
반면 「그믐날 사건」 「벚꽃이 피고 지는 사연」 「기일」 등은 첫 시집이라 믿기지 않는 서정성 높은 시를 보여주고 있다. 특히 「내게 물었다」에서 “가을 타느냐고/ 내게 물었다// 대답을 못하고/ 그저 서툴게 웃고 말았다// 순간 눈가에/ 눈물이 잡혔다”로 「시인是認」하지 않고 시 바깥, 그 경계에 서 있었으나 이미 천상 시인詩人임을 확인하게 된다. 이제 스스로 세운 담을, 경계를 허물고 시인세계로 성큼 들어서기를 바란다.
─ 김금용(시인 · 현대시학 주간)
기본정보
ISBN | 9791192079653 | ||
---|---|---|---|
발행(출시)일자 | 2023년 06월 22일 | ||
쪽수 | 144쪽 | ||
크기 |
124 * 189
* 13
mm
/ 304 g
|
||
총권수 | 1권 | ||
시리즈명 |
현대시학시인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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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잔한 여운이 남는 시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