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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여자가 아닙니까?

성, 인종, 계급의 미국사
벨 훅스 저자(글) · 노지양 번역 · 김보명 해제
동녘 · 2023년 06월 09일
10.0
10점 중 10점
(13개의 리뷰)
추천해요 (46%의 구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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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내역/미디어추천

인종주의를 이야기할 때 읽어야 할 가장 첫 번째 책!
흑인 여성, 반인종주의자, 반제국주의자, 벨 훅스의 눈으로 본 미국사
2023년 개봉한 디즈니의 영화 〈인어공주〉를 둘러싸고 영화계 안팎의 여론이 뜨겁다. 지금껏 수많은 매체에서 백인 여성의 모습으로 재현돼온 인어공주를 흑인 여성 배우가 연기한 까닭이다. 사람들은 그를 ‘흑인 인어공주’라고 새롭게 명명하며 그에 대한 찬반 또는 호불호를 활발히 표출하고 있다. 한편 정부와 서울시에서는 저출생과 보육 문제 해결을 위해 동남아시아 등에서 가사도우미를 들여오겠다는 방안을 밝혔다. 외국인 가사노동자들을 한국인 가사노동자보다 저임금으로 고용할 수 있게 하겠다는 이 계획은 여성계와 노동계의 공분을 샀다. 이러한 논란들은 비백인 이주민 여성에 대한 한국 사회의 전반적 인식을 드러내는 시험지처럼 보인다. 그와 동시에 이는 인종주의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한층 성숙할 수 있는 계기로 보이기도 한다. 인종주의와 이주민 여성에 대해 논의하려 할 때 우리는 그것이 가장 활발히 이야기돼온 미국 사회의 맥락과 역사를 돌아볼 수밖에 없는데, 이는 흑인 여성과 미국사에 관한 벨 훅스의 이 역사적인 책이 지금 우리에게 꼭 필요한 이유이다.
이 책에서 저자는 17세기에 시작된 흑인 노예무역부터 20세기의 흑인민권운동과 여성운동까지 이르는 미국의 역사를 흑인 여성 당사자의 시각으로 다시 쓴다. 노예제 시기 흑인 여성이 경험한 억압과 폭력, 흑인 여성에 대한 부정적 고정관념과 그 영향, 흑인민권운동에서 흑인 남성의 성차별과 여성운동에서 백인 여성의 인종차별, 그리고 흑인 여성과 페미니즘의 관계에 대해 주류 역사가들이 기록하지 않은, 우리가 몰랐던 미국사의 한 조각을 제공한다. 또 이 과정에서 인종차별, 여성혐오, 제국주의, 자본주의적 가부장제가 다층으로 얽히며 약자들이 벌이는 파이 경쟁과 권력 투쟁의 역학을 흥미롭게 드러낸다. 사회적 불평등 간의 이러한 역학과 교직은 오늘날 불평등에 관한 사회적 연구에서 빠질 수 없는 이론틀로 자리한 상호교차성 개념의 초기 경험적 텍스트로도 읽힌다. 더 나아가 이 책에서 드러나는 사회적 약자 간 차별과 혐오, 여성에 관한 대상화와 타자화, 피식민 남성의 남성성, 분리주의적 여성운동의 출현 등의 현상들은 현재 한국 사회에서 벌어지는 일들과 놀랍도록 일치하며 우리 사회를 비추는 날카로운 거울상이 된다. 그리고 숱한 차별의 경험에도 저자가 건네는 화해와 연대의 메시지는 지금 우리에게 꼭 필요한 통찰을 제공한다.

작가정보

저자(글) 벨 훅스

미국의 작가, 교육자, 문화평론가, 사회운동가. 1952년 미국 켄터키주 흑인 분리 구역인 홉킨즈빌에서 태어났다. 글로리아 진 왓킨스라는 본명 대신 외증조모의 이름을 딴 벨 훅스를 필명으로 사용했고, 독자들이 자신의 이름보다 메시지에 집중하길 바라며 필명의 철자를 소문자로만 썼다. 페미니스트로서 젠더와 인종뿐만 아니라 계급, 교육, 사랑, 평화, 예술, 역사, 대중매체, 공동체, 남성성, 교차성 등 폭넓은 주제를 사유하고 말했다. 영문학을 전공하여 스탠퍼드대학교에서 학사 학위를, 위스콘신주립대학교에서 석사 학위를, 캘리포니아주립대학교 산타크루즈캠퍼스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후 스탠퍼드대학교, 예일대학교, 뉴욕시립대학교 등 다수의 대학에서 영문학과 여성학, 아프리카학을 가르쳤다.
훅스가 19세에 쓰기 시작한 《난 여자가 아닙니까?》는 17세기에 시작된 흑인 노예무역부터 노예제 시대, 19세기의 남북전쟁과 재건 시대, 여성 참정권 운동과 짐 크로 체제, 20세기의 세계대전과 흑인민권운동, 페미니즘운동에 이르기까지 미국 역사의 굵직한 사건들을 가로지르며 미국 흑인 여성의 역사를 펼쳐 보인다. 이 책은 《퍼블리셔스 위클리》가 뽑은 ‘지난 20년간 출간된 여성 작가의 책 중 가장 영향력 있는 20권’에 선정됐으며, 이후 훅스가 지은 책으로 《모두를 위한 페미니즘》, 《당신의 자리는 어디입니까》, 《벨 훅스, 당신과 나의 공동체》, 《사랑은 사치일까》, 《남자다움이 만드는 이상한 거리
감》, 《올 어바웃 러브》 등이 있다. 미국도서상 등을 수상하고, 《타임》이 선정한 ‘올해의 여성 100인’, 《애틀랜틱》이 선정한 ‘미국을 대표하는 지식인’에 꼽히기도 한 훅스는 2021년 12월, 향년 69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번역 노지양

노지양

번역가이자 작가. 연세대학교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하고 라디오 방송작가를 거쳤다. 지은 책으로 《오늘의 리듬》, 《먹고사는 게 전부가 아닌 날도 있어서》, 함께 지은 책으로 《책에 대한 책에 대한 책》, 《우리는 아름답게 어긋나지》가 있고, 옮긴 책으로 《차이에서 배워라》, 《나쁜 페미니스트》, 《이것은 누구의 이야기인가》, 《트릭 미러》 등이 있다.

해제 김보명

이화여자대학교 여성학과 조교수. 여성학을 공부했으며 미국 애리조나주립대학교 여성학과에서 ‘미국 제2물결 페미니즘의 역사적 시간성과 인종 정치학의 관계’에 대한 논문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여성운동과 페미니스트 실천의 다양한 양상들과 의미들에 대한 역사적, 비교적, 교차적 접근에 관심이 있다. 함께 지은 책으로 《교차성✕페미니즘》, 《능력주의와 페미니즘》, 《경계 없는 페미니즘》, 《한국 세계시민교육이 나아갈 길을 묻다》 등이 있다.

목차

  • 들어가는 말

    서장
    1장 성차별과 흑인 여성 노예의 경험
    2장 현재까지도 계속되는 흑인 여성됨 격하
    3장 제국주의적 가부장제
    4장 인종주의와 페미니즘
    5장 흑인 여성과 페미니즘

    감사의 말
    해제(김보명): “난 여자가 아닙니까?” 그 질문과 응답의 여정
    참고문헌

추천사

  • 인식의 지평을 완전히 다르게 열어주는 질문이 있다. 1851년 오하이오주 애크런의 집회에서, 흑인 노예 출신이었던 소저너 트루스는 ‘신사의 에스코트를 받는 숙녀에게 왜 참정권이 필요한지’를 묻는 이들에게 이렇게 되물었다. “난 여자가 아닙니까?” 한 번도 숙녀로 취급받아본 적 없는 여자가 던진 통쾌한 한 방이었다. 1981년 벨 훅스는 자신의 첫 번째 책 제목으로 이 질문을 다시 가져와 페미니즘 내부의 백인 중심성에 불가역적인 균열을 냈다. 누가 여자를 진정으로 대표할 수 있는지 그 자격 여부가 심문의 대상으로 올라갈 때마다 이 질문은 페미니즘의 역사에서 하나의 좌표가 되어왔다. 생물학적 본질주의가 만들어낸 젠더이분법이 여전히 강고한 지금, 대문자 단수 여자의 세계에서 소문자 복수 여자들의 세계로 가고자 했던 벨 훅스의 이 역사적인 책을 함께 읽자.

  • 흑인 여성에 대한 인종차별과 성차별의 영향을 다룬 이 책의 통찰은 오늘날에도 딱 들어맞는다. 모든 여성의 진정한 평등을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알려주는 책.

  • 지난 20년간 출간된 여성 작가의 책 중 가장 영향력 있는 책!

  • 젠더에 대한 사고방식을 바꿔주는 20세기 가장 논쟁적인 페미니즘 도서!

  • 시대를 초월하는 최고의 페미니즘 논픽션!

  • 흑인 여성의 권리를 무시했던 여성운동과 흑인운동을 무자비하게 비판한 격렬한 논쟁작. 도발적이고 환상적이며 영감을 준다!

  • 인종차별주의, 여성혐오주의, 제국주의, 자본주의적 가부장제에 의해 억압받은 미국 흑인 여성의 역사를 흡인력 있게 묘사한 수작. 페미니스트라면 반드시 이 책을 읽어야 한다.

  • 1981년 이 책의 출간 이후 벨 훅스는 미국에서 가장 날카로운 문화비평가 중 한 명이 되었다. 아프리카계 미국 여성의 입장에서 쓴 훅스의 이 초기작은 현대의 문화생활에서 인종, 성별, 계급의 상호 관계를 논리적으로 분석하며 미국 페미니즘 이론의 지형을 새로이 그리는 데 큰 도움을 주었다.

  • 이 책은 가장 흥미롭고 명쾌한 페미니즘 도서 중 하나이다. 흑인의 역사와 여성의 역사, 그리고 지금껏 너무 많이 간과되어온 그 둘 간의 연관성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에게든 진심을 다해 이 책을 추천할 수 있다.

책 속으로

현시대 흑인 여성은 중요한 사회운동이었던 여성인권운동에 참여하여 적극적으로 싸울 수 없었는데, 먼저 ‘여성됨(womanhood)[여성 집단의 전형적인 특성]’이란 것 자체를 우리 정체성의 중요한 부분으로 인식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인종차별적, 성차별적 사회에서 태어나 자라면서 우리는 우리가 여성임은 그다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여기게 되었고 인종만이 우리 정체성의 전부라는 생각에 길들여졌다. 다시 말해서 우리는 우리의 중요한 일부를 부정하라고 요구받았고 실제로 그렇게 했다. (19~20쪽)

우리는 마치 만장일치로 백인 여성이 떠난 자리를 맡는 역할에 선발된 듯했다. 그들에게 《미즈(Ms.)》[여성해방과 인권을 다룬 잡지]가 있었다면 우리에게는 《에센스(Essence)》[흑인 여성을 위한 뷰티 생활 정보 잡지]가 주어졌다. 그들은 자신들의 삶에 성차별이 미친 부정적 영향을 논하는 책을 읽었지만 우리는 여성해방에서는 얻을 것이 없다고 주장하는 책을 읽었다. 흑인 여성의 존엄성은 성차별에서의 해방이 아니라 우리가 주어진 상황에 얼마나 잘 적응하고 조정하고 대처하는지에 따라 결정된다고 들었다. 우리는 앉아 있던 자리에서 얌전히 일어나 “선량한 여인들”이라며 박수를 받은 다음, 다시 자리에 앉아서 입을 꾹 다물고 있어야 했다. (27~28쪽)

이 문단은 성차별과 인종차별을 정확하게 관찰하고 기록하는 데 실패했는데, 왜냐하면 바로 그 성차별과 인종차별로 인해 흑인 여성을 완벽하게 배제해버렸기 때문이다. 위에서 “남성이 여성이 아니라 니그로의 투표권을 먼저 지지했다는 점에 여성들은 큰 충격을 받았고”라고 했는데 이 문장에서 남성이라는 단어는 백인 남성만 가리키고 니그로라는 단어는 흑인 남성만 가리키며 여성이라는 단어는 백인 여성만 가리킨다. (29쪽)

흑인 여성이 당하는 성 착취를 반대하고 개탄하는 백인 여성도 없지는 않았다. 그래도 이들의 고초를 줄여주기 위해 나서지는 못했는데, 그러다가 가정 안에서 자신의 입지가 위험해질 가능성도 있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백인 여성은 남편의 성폭력의 대상이 된 흑인 여성에게 적의와 분노를 품고 있었다. 여자가 요부이고 유혹자라는 종교 교리를 배우며 자란 백인 여주인들은 흑인 노예가 죄의 원흉이고 남편은 희생자라 믿을 때도 많았다. (73쪽)

일부 흑인 여성은 흑인 남성과 함께 가모장 신화를 기꺼이 받아들였다. 때로는 자신을 가모장으로 열렬히 정체화하기도 했는데, 그래야 자신의 기여가 인정받는 것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 그래도 이전에 흑인 여성됨을 특징짓던 다른 이름들보다는 긍정적인 함의가 담긴 편이기 때문이다. 유모, 쌍년, 창녀보다는 한결 낫지 않은가. (139~140쪽)

인종주의가 흑인 남성에게 미친 영향력만을 반복적으로 강조하면서 무력하고 무능력하며, 그래서 안타깝고 불쌍한 흑인 남자의 이미지만 소환되곤 했다. 이런 이미지가 미국인들의 사고에 너무 깊이 박힌 나머지, 인종차별이 흑인 남성을 망가뜨린 것은 맞다 해도 이 남자들 또한 여전히 성차별의 가해자가 된다는 사실, 인종차별을 당했다는 것이 성차별에 대한 핑계도 정당화도 될 수 없다는 사실은 이해하지 못했다. (152쪽)

그러나 그들이 페미니즘을 진보적 수사의 영역을 넘어 미국인들의 삶의 영역에 적용하려고 시도했을 때 그들이 전혀 변하지 않았음이 곧바로 드러났다. 그들은 자신들과 다른 사람들을 타인이라고 가르쳤던 성차별적, 인종차별적 세뇌 교육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것이다. 그 결과 그들이 이야기한 자매애 고취는 현실이 되지 못했으며 미국 문화를 완전히 바꿀 수 있으리라 상상했던 여성운동은 끝내 나타나지 못했다. 그보다는 미국 사회에 이미 자리 잡은 인종과 성별 관계의 위계적인 패턴이 “페미니즘”이라는 이름 아래 다른 형태를 띠고 나타났을 뿐이었다. (204쪽)

내가 생각하는 페미니즘이란 단순히 남성 우월주의를 끝내려는 투쟁도 아니고 모든 여자가 남자와 동등한 권리를 갖게 만들어주는 운동도 아니다. 성별, 인종, 계급 등 서구 문화의 여러 결에 스며들어 있는 지배/피지배 이데올로기를 근절하겠다는 결심이며 미국 사회를 재조직해 제국주의, 경제적 팽창, 물질적 욕망보다 사람의 성장이 우선시되는 사회를 만들겠다는 결심이다. (313쪽)

출판사 서평

《타임》 선정 ‘올해의 여성 100인’
《퍼블리셔스 위클리》 선정 ‘지난 20년간 출간된 여성 작가의 책 중 가장 영향력 있는 20권’
벨 훅스 사유세계의 문을 연 역사적인 책을 만나다

페미니즘 비평가이자 사회운동가 벨 훅스. 그는 노동자 계급 출신의 흑인 여성으로서 미국 사회에서 경험한 여러 억압과 불평등을 탐구했고 인종, 젠더, 계급, 남성성, 사랑, 평화, 공동체 등 수많은 주제에 대해 자신의 메시지를 전했다. 이러한 학문적·실천적 업적을 바탕으로 훅스는 미국을 대표하는 페미니스트로 자리 잡았고, 《타임》이 꼽은 ‘올해의 여성 100인’, 《애틀랜틱》이 꼽은 ‘미국을 대표하는 지식인’ 등에 선정되기도 했다. 한국의 독자들에게는 《모두를 위한 페미니즘》, 《올 어바웃 러브》 등으로 많은 사랑을 받아왔다.
그런 벨 훅스가 아직 열아홉 살 대학생이던 시절, 그는 미국의 흑인 여성과 페미니즘의 관계를 알아보고자 했고, 그런 책을 찾을 수 없어 스스로 이 책을 쓰기 시작했다. 훗날 상호교차성 및 흑인 페미니즘 연구의 고전으로 자리 잡을 기념비적인 책이 그렇게 탄생했다. 이 책은 출간 직후 출판 전문 잡지 《퍼블리셔스 위클리》가 꼽은 ‘지난 20년간 출간된 여성 작가의 책 중 가장 영향력 있는 20권’에 선정되며, 저자를 미국 지성계의 주요 인물로 널리 알리는 계기가 됐다. 이 책에서는 인종·젠더·계급의 교차, 남성성에 관한 구조적 접근, 대중매체에서의 재현과 그 영향력, 공동체 구성원 모두를 위한 사회운동 지향 등 훅스가 이후 다른 저서들을 통해 폭넓게 펼칠 주요한 사상적 주제들을 발견할 수 있는데, 이를 통해 독자들은 젊은 나이의 글로리아 진 왓킨스가 구축한 벨 훅스 사유세계의 원형을 들여다볼 수도 있을 것이다.

젠더, 인종, 계급이 교차한 억압의 끝자락에서
흑인 여성의 관점으로 쓴 우리가 몰랐던 미국사

이 책에서 저자는 미국에서 가장 억압받는 계층이었던 흑인 여성이자 페미니스트, 반인종주의자, 반제국주의자의 관점으로 미국 내 흑인 여성의 역사를 다시 쓴다. 17세기에 시작된 흑인 노예무역부터 노예제 시대, 19세기의 남북전쟁과 재건 시대, 여성 참정권 운동과 짐 크로 체제, 20세기의 세계대전과 흑인민권운동, 페미니즘운동에 이르기까지 미국 근현대의 굵직한 사건들을 가로지르며 그동안 제대로 기록된 적 없던 미국 흑인 여성의 역사를 펼쳐 보인다. 노예 흑인 여성이 경험한 이중, 삼중의 억압과 폭력, 노예제 시기부터 형성돼 현대 미국인들의 인식에까지 뿌리 깊은 영향을 미친 흑인 여성에 대한 부정적 고정관념들, 흑인민권운동에서 흑인 남성의 성차별과 여성운동에서 백인 여성의 인종차별, 그리고 미국의 흑인 여성들이 페미니즘운동과 맺어온 관계를 다루며 미국사에 관한 한 조각의 진실을 제공한다.
다층의 억압을 받는 사람들의 역사에는 복잡하고 흥미로운 지점이 존재하는데, 그것은 바로 여러 억압적 힘들이 얽히고설키며 그려내는 다차원적 권력관계이다. 예를 들어 흑인 남성은 인종의 층위에서 백인 보다 열위에 있었지만, 성별의 층위에선 백인과 동등하거나 우위에 있을 수 있었다. 그들은 백인들에게 차별당하고 천대받았지만, 19세기 백인 여성들이 여성 참정권을 주장했을 때 백인 남성들의 지지에 힘입어 먼저 참정권을 손에 넣은 것도 흑인 남성들이었다. 또 그들은 자신들이 더 ‘남자다운 남성’이란 이유로 백인 남성들에게 우월감을 느끼거나, 백인 여성에 대한 공격을 통해 백인의 남성에 대한 보복을 꾀하기도 한다. 이처럼 억압이 한 가지 사회적 요소가 아닌 여러 요소들의 교직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이 바로 상호교차성 개념이다. 이는 페미니즘 내부의 백인 중심성을 비판하며 나온 흑인 페미니즘을 중심으로 발전된 개념으로, 이후 여성학과 사회학 등의 불평등 연구에서 빠뜨릴 수 없는 이론틀로 자리했다. 이 책은 상호교차성과 흑인 페미니즘 연구의 초기 저작으로서 교차성의 다양한 양상이 묘사된 훌륭한 경험적 텍스트이기도 하다.

혐오가 넘치는 한국 사회에 벨 훅스가 전하는
권력과 경쟁, 차별과 혐오, 그리고 연대에 관한 통찰

이 책이 17~20세기의 미국 사회를 그리고 있음에도 여전히 우리에게 의미 있는 이유는 또 있다. 이 책이 다루는 현상들이 지금의 한국 사회에서 일어나는 사회적 약자 간 차별과 혐오, 여성에 관한 대상화와 타자화, 여성혐오적 미디어 재현, 피식민 남성의 남성성, 사회운동의 분리주의적 경향 등과 놀랍도록 유사한 것이다. 예를 들어 이 책에서 흑인 여성과 백인 여성은 오랜 기간 동안 서로를 질투하거나 혐오하는 관계를 맺어왔으나, 구조적 관점에서 보면 이들이 ‘진짜’ 권력에서 배제된 약자이기 때문에 사소한 권력 또는 최하층의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밖에 없었다는 분석은 우리 사회에서 ‘여적여’(여자의 적은 여자)라고 치부된 현상과 겹치는 부분이 많다. 또 흑인 남성 민권운동가가 평등이라는 진보적 가치를 주장하면서도 여성에 대해서는 가부장제적 태도를 보였던 모습이나, 인종차별 철폐를 우선적인 문제로, 성차별 철폐를 부차적인 문제로 설정하고 ‘대의’를 위해 ‘사소한’ 문제는 나중으로 미뤄두려고 했던 모습은 우리 사회의 많은 진보적 사회운동계에서 끊임없이 제기되어온 ‘진보마초’ 현상과 일치한다. 더하여 저자는 미국인들의 언어 사용에서 “여성”은 백인 여성을, “남성”은 백인 남성을, “흑인”은 흑인 남성을 지칭하며 흑인 여성을 소외시키고 일부가 범주 전체를 과잉 대표하는 문제에 대해 여러 차례 지적하는데, 이 또한 남성 배우는 “배우”, 여성 배우는 “여배우”라 불리거나 남성 중심의 역사는 “인류의 역사”, 여성 중심의 역사는 “여성의 역사”라 불리는 등의 관행에 우리 사회가 제기했던 문제제기와 유사하다. 저자는 흑인은 흑인끼리, 백인은 백인끼리 뭉치며 서로를 배제하는 여성운동에 대해서도 무겁게 비판하는데, 이는 트랜스젠더나 동성애자를 배제하는 한국의 분리주의적 여성운동에 대한 비판과도 겹쳐 들린다.
이렇게 이 책은 우리 사회와 똑 닮은 현상들을 거울처럼 비춰주면서 보다 객관적인 시각으로 그것들을 성찰할 수 있도록 돕는다. 또 책 후반부에서 저자는 흑인 여성으로서 자신이 겪은 수많은 차별과 폭력과 억압에도 불구하고 화해와 연대를 통해 공동체성을 회복하자고 말한다. 그를 통해 훅스가 지향하는 것이 궁극적으로 어떤 사회인지는, 차별과 혐오가 난무하는 한국 사회에 대한 분석과 성찰을 넘어 지금 우리 사회에 가장 필요한 통찰과 상상력을 제공해줄 것이다.

기본정보

상품정보 테이블로 ISBN, 발행(출시)일자 , 쪽수, 크기, 총권수, 원서(번역서)명/저자명을(를) 나타낸 표입니다.
ISBN 9788972970873
발행(출시)일자 2023년 06월 09일
쪽수 332쪽
크기
136 * 211 * 20 mm / 521 g
총권수 1권
원서(번역서)명/저자명 Ain't I a Woman/Bell Hooks

Klover 리뷰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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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점 중 10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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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수의 약자가 소수에 가려, 이중, 삼중의 약자 소수는 어떻게 역사에서 지워지는지. 책이 쓰여질 당시에는 빼어난 통찰이었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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