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평등에 맞서는 반주류 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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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내역/미디어추천
- 미디어 추천도서 > 주요일간지소개도서 > 중앙일보 > 2023년 4월 3주 선정
좌파경제학자들의 이야기
이들이 맞서 싸우는 상대는 1970년대 말에 시작돼 여전히 세계 전역에 만연해 있는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 주류경제학이다. 신자유주의는 경제적 불평등을 심화시키는 경제정책 개발에 앞서온 자본주의의 변종이다. 불평등한 주류경제학에 맞서 반주류의 진보경제학을 펼쳐온 24명의 경제학자들이 어떻게 진보적 경제철학을 갖고 그 길을 걸어오게 되었는지 그들의 개인적 체험, 중요한 역사적 사건과 잘못된 경제정책에 대한 반성, 분석적 접근법들과의 논쟁과 연구 성과들이 풍성하게 담겨 있다.
작가정보
Robert Pollin
매사추세츠 애머스트대학의 경제학과 석좌교수로 이 대학의 ‘정치경제연구소Political Economy Research Institute’를 공동 설립했다. 또한, 미국 전역에서 운영되는 친환경 에너지 회사인 PEAR(Pollin Energy and Retrofits)의 설립자이자 회장이다. 미국 에너지부, 국제노동기구(ILO), 국제연합공업기구(UNIDO)와 전 세계 수많은 비정부기구의 자문위원으로 활동했다. 《완전고용으로 돌아가기》(2012), 《세계 경제의 녹색화》(2015), 《기후위기와 글로벌 그린뉴딜》(2020) 등 다수의 저서가 있다. 외교전문지 《포린 폴리시Foreign Policy》가 선정한 ‘2013년 세계의 사상가 100인’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저자(글) C.J. 폴리크로니우
C.J. Polychroniou
정치경제학자이자 저널리스트이다. 그의 주요 연구 관심사는 미국의 정치경제, 유럽 경제 통합, 세계화, 기후 변화 및 환경 경제학, 신자유주의 정치경제 프로젝트의 해체이다. 미국의 대표적인 진보매체인 《트루스아웃(Truthout)》의 주축멤버로 활동하며 다양한 저널, 잡지, 뉴스 웹사이트에 수많은 인터뷰를 기고하고 있다. 《촘스키, 절망의 시대에 희망을 말하다》(2017), 《기후 위기와 글로벌 그린 뉴딜》(노암 촘스키, 로버트 폴린 공저, 2020), 《벼랑 끝: 신자유주의, 팬데믹, 그리고 사회 변화의 절박한 필요성》(2021) 등 다수의 대담집과 인터뷰 모음집을 집필했다.

1957년 경남 창원에서 태어나 서강대 사학과를 다녔다. 〈한겨레신문〉 창간멤버로 참여해 도쿄 특파원, 국제부장과 문화부 선임기자를 거쳐 논설위원을 역임했다. 《대한민국 걷어차기: 미국·일본의 패권 게임과 우리의 생존법》 《지금 동아시아를 읽는다: 보수의 시대를 가로지르는 생각》을 집필했다. 옮긴 책으로는 《삼국지 그림 기행》 《우익에 눈먼 미국》 《시대를 건너는 법》 《나의 서양음악 순례》 《디아스포라의 눈》 《희생의 시스템, 후쿠시마 오키나와》 《보수의 공모자들: 일본 아베 정권과 언론의 협작》 《내 서재 속 고전: 나를 견디게 해준 책들》 《재일조선인: 역사, 그 너머의 역사》 《종전의 설계자들》 《제국의 브로커들》 《완전하지도, 끝나지도 않았다》 《정신과 물질》 《1937 이쿠미나》 《국체론》 《동·남중국해, 힘과 힘이 맞서다》 《샌프란시스코 체제를 넘어》(공역) 등 다수가 있다. 현재 전문번역가이자 시민언론 민들레의 에디터로 활동하고 있다.
목차
- 프롤로그
추천사
마이클 애쉬(Michael Ash) 평등과 복지, 기후문제 해결에 집중하는 선도적 사상가
넬슨 바르보사(Nelson Barbosa) 수요 주도 성장과 유효수효를 주창한 브라질 경제정책 입안자
제임스 보이스(James K. Boyce) 아시아와 아프리카를 두루 연구한 환경정의 주창자
장하준(Ha-Joon Chang) 동아시아의 경제 발전을 연구한 산업정책 전문가
제인 다리스타(Jane D’Arista) 경제학 서적과 시집을 동시에 출간한 금융개혁가
다이앤 엘슨(Diane Elson) 개발경제학과 인권문제 연구로 유명한 페미니스트 경제사상가
제럴드 엡스타인(Gerald Epstein) 금융화와 정치경제 분야의 거장인 PERI 공동창립자
낸시 폴브레(Nancy Folbre) 젠더 불평등을 위해 싸우는 페미니스트 경제학자
제임스 K. 갤브레이스(James K. Galbraith) 개방과 개혁을 주창하는 경제정책 자문가
테레사 길라두치(Teresa Ghilarducci) 퇴직 후 보장 분야의 연금개혁 설계자
자야티 고쉬(Jayati Ghosh) 보편적 기본소득을 중시하는 인도의 개발경제학자
아일린 그레이블(Ilene Grabel) 글로벌 금융 거버넌스를 연구하는 국제금융정책 전문가
코스타스 라파비차스(Costas Lapavitsas) 그리스 좌파 정부를 이끌었던 정치경제학자
중진 리(Zhongjin Li) 동아시아 경제발전에 정통한 정치경제 분석가
윌리엄 밀버그(William Milberg) 글로벌 가치사슬 이론에 정통한 국제경제학자
레온스 은디쿠마나(Leonce Ndikumana) 거시경제와 경제개발을 중시한 아프리카 지역경제 전문가
외즐렘 오나란(Özlem Onaran) 경제적 세계화와 임금 주도 성장을 주창한 페미니스트 경제학자
로버트 폴린(Robert Pollin) PERI를 공동 창립한 글로벌 뉴딜 정책의 선구자
맬컴 소여(Malcolm Sawyer) 유럽 통화동맹을 심층 분석한 금융시장, 금융정책의 개혁가
줄리엣 쇼어(Juliet Schor) 사회학의 대중화에 힘쓴 공유경제 주창자
안와르 샤이크(Anwar Shaikh) 자본주의 발달사를 심도 있게 연구한 거시경제 정책학자
윌리엄 스프리그스(William Spriggs) 노동시장의 인종차별 문제를 집중적으로 연구해온 노동경제학자
피오나 트레겐나(Fiona Tregenna) 성장 동력으로서의 제조업을 강조하는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산업정책가
토머스 웨이스코프(Thomas Weisskopf) 사회적 축적구조 이론을 발전시킨 거시경제학자
주
추천사
-
경제학자로 평생을 살았지만, 이렇게 매력적이고 풍부한 경제학자들의 얘기는 처음 보았다. 경제학에는 주류적 접근 말고도 발전경제학이나 제도학파를 비롯한 수많은 멋진 시도가 있다. 미국 자본주의를 튼튼하게 만드는 것은 역설적으로 이런 다른 목소리고, 이는 동시에 세계 자본주의의 모순을 완화하는 역할을 한다. 경제학을 공부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이 24편의 인터뷰를 꼭 읽어보라고 권해주고 싶다. 자신의 경제가 아니라 세계 경제를 바꾸고 싶었던 어떤 청소년들의 꿈이 일부라도 현실이 되는 판타지 같은 현실을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들의 이야기는 부모로부터 태어나고, 학교에 가고, 청소년이 되고, 대학에 가는 평범한 출발로 시작한다. 이들이 보여주는 삶은 경제학이 얼마나 아름다운 학문이었던가 새삼 느끼게 해준다.
책 속으로
환경, 구체적으로는 환경적 정의 또한 연구 어젠다에서 중요한 주제다. 기후변동 시대에 당신이 얘기하는 환경적 정의는 어떤 것인가?
환경적 정의는 계급, 소득, 인종, 그리고 기타 속성의 범주와 상관없이 환경 영역에서 과정과 높은 수준의 결과에 동일하게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과 관련 있다. 많은 나라의 헌법과 미국의 많은 주 헌법은 안전하고 깨끗한 환경에 대한 접근권을 보장한다. 이것은 기본인권이지만 종종 지켜지지 못하는 사태가 발생한다. 예컨대 살충제와 산업 독성물질에 노출되고 기후변동에 따른 폐해가 점차 확산되는 가운데 일어난 플린트(Flint, 미시건주)의 생수 위기가 그런 경우다. 깨끗하고 안전한 환경에 대한 권리를 실행하는 과정에서 지식과 권력이 교차하는 지점이 있다.
(중략) 기후변동과 그것을 완화하려는 노력이 공공 어젠다에서 중요성을 더해감에 따라 (비용과 이익을 종합하려고 하는 일반적인 주류 접근방식 대신에) 대중이 보기에 비용과 이익을 공정하게 배분하는 원칙의 관철이 매우 중요해질 것이다. 예컨대 탄소와 관련된 지역 오염의 비용과 이익에는 관심이 없고 오직 탄소 감소에만 주목하는 에너지 전환은 글로벌 차원에서 탄소를 줄이긴 하겠으나 가난한 이웃들의 공기는 더 악화될 수 있다. 글로벌 탄소 감소가 지역 오염 줄이기와도 얽혀 있다는 사실을 확실히 해둘 필요가 있다. 그것은 낮은 비용으로도 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누군가는 이를 계속 공공의 어젠다로 삼아야 한다.
-24~25쪽, 〈마이클 애쉬〉 중에서
브라질은 당신이 노동당 집권기간에 정책에 적극적으로 관여한 이후 지독한 정치적 격변을 겪었다. 예전 노동당이 이끌었듯이 브라질이 평등주의적인 성장경로 언저리로 회귀할 수 있게 해줄 몇 가지 시나리오들을 그릴 수 있나?
브라질에서 좌파는 13년 남짓 집권했는데, 그렇게 오래 집권할 수 있었던 것은 변화하는 국내외 상황에 대처하기 위한 경제정책을 채택할 수 있었기에 가능했다. 2013년에 더욱 폭력적으로 변한 극우세력의 정치적 공격 앞에서 성장의 지속과 사회적 포용이 위태로워지자 그것은 불가능해졌다.브라질은 이제 검열 받는 민주주의 아래서 살고 있다. 사법제도는 좌익 또는 우익 정치인들에 관한 유사한 사안을 분석해야 할 때 명백히 이중기준을 적용한다. 이 비대칭성 때문에 브라질이 만인이 법 앞에 평등한 완전한 민주주의로 돌아가는 데는 긴 시간이 걸릴 것이다.
만일 브라질이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를 치를 수 있다면 그때 좌파가 다시 집권할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은 보우소나루 정부의 경제정책 때문에 더 빨라질 수도 있다. 보우소나루 정부는 부자들을 위한 감세와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혜택 삭감을 이미 고도로 불평등해진 사회에서 더 일하고 투자하도록 하기 위한 인센티브 증대 방안이라 옹호하고 있다. 금융시장과 보수 매체들의 지지에도 불구하고 낙수경제는 선진적 세계에서는 작동하지 않았으며, 브라질에서도 마찬가지 상황이 펼쳐질 것이다. 이것이 더 평등주의적인 사회민주주의적 구상 쪽으로 회귀하기 위한 길을 열지 그렇지 못할지는 이 나라의 민주주의 상태에 좌우될 것이다.
-60~61쪽, 〈넬슨 바르보사〉 중에서
환경정의를 발전시키기 위한 정책은 어떻게 기후변동에 맞서 싸우고 기후 안정화를 지지하기 위한 정책과 어떻게 연결되며 또한 어떻게 다른가? 예컨대 환경정의 정책을 그린 뉴딜의 틀과 일치하거나 심지어 동일하다고 특징짓는 것은 정확한 얘긴가?
일치가 맞고, 동일한 것은 아니다. 기후 안정화와 환경정의 사이에 분명 서로 겹치는 부분이 있지만, 그 정도는 구체적인 정책들이 그린 뉴딜 틀에 들어가느냐 다른 틀에 들어가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한 가지 중요한 의미에서, 기후변동으로 인한 고통을 저소득 국가들은 균형이 맞지 않는다고 느낄 것이기 때문에, 효과적인 기후정책은 환경정의 발전에 보탬이 된다. 그리고 부자 나라들에서도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뉴올리언스를 덮쳤을 때 벌어진 참사가 보여 주었듯이, 저소득층 국민들은 그 고통이 균형이 맞지 않는다고 느낄 것이다. (중략)
그린 뉴딜의 중심은 청정에너지와 에너지 효율에 대한 대규모 투자다. 낙후된 커뮤니티들이 이 투자 혜택의 공정한 몫을 받을 수 있도록 보장하고, 빈곤한 노동자들이 투자가 창출해낼 일자리의 공정한 몫을 받을 수 있도록 보장한다면, 그것은 다시 기후변동에 맞서는 싸움과 환경정의를 위한 싸움 사이의 상호보완성을 확장할 수 있을 것이다.
-84~85쪽, 〈제임스 보이스〉 중에서
당신의 작업 중 많은 것이 2007~09년의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유로존 대부분의 지역을 지배하게 된 긴축정책에 반대하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 왜 정책입안자들이 긴축을 지배적인 정책 틀로 받아들이고 있는가?
긴축을 지지하는 사람들과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의 구조조정 프로그램(SAPs) 아래에 있는 개도국들에서는 단순하지만 직감적으로 강력한 생각, 즉 돈이 없으면 돈을 써서는 안 된다, 다른 말로 하면 분수에 넘치게 살아서는 안 된다는 생각으로 그런 주장을 한다. 따라서 정부가 적자를 보면 당연히 지출을 줄여야 한다는 것이다. (중략) 문제는 어느 개인의 지출은 다른 사람의 수입이기 때문에, 경제 침체기에 일부 개인들, 말하자면 일자리를 잃은 노동자들이 지출을 줄일 경우 그들이 빵과 약을 사러 갔던 제과점과 약방의 수입은 떨어진다. 이는 곧 제과점과 약방 주인들의 지출을 줄여, 제과점에 밀가루를 팔던 제분소와 약방에 약을 공급하던 제약회사가 지출을 줄이게 된다. 그러면 그것은 다시 제분소에 밀을 팔던 농부들과 제약회사에 약 재료를 팔던 화학회사에 타격을 가한다. 이런 과정이 이어지면서 경제는 하강곡선을 그릴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하강곡선을 멈출 수 있는 유일한 존재는 정부다. 정부는 개인이나 회사와는 달리 파산의 우려 없이(물론 경황없이 외국에서 너무 많은 돈을 빌린 나라들은 쉽게 ‘파산’할 수 있지만, 이건 또 다른 얘기다.) 수입보다 많은 돈을 지출할 수 있다. 정부가 적자 지출로 경기침체를 저지하고 경기상승 쪽으로 방향을 돌릴 수 있다면 ‘분수에 넘치게 사는 것’이 정부에게는 실제로 더 좋은 일일 수 있다.
-119~120쪽, 〈장하준〉 중에서
스태그플레이션의 원인은 무엇이며, 그것은 재발할 수 있나?
당연히 그렇다. 재발할 수 있다. 가장 믿을 만한 스태그플레이션 이론들은 공급부족으로 악화되고 중앙은행을 비롯한 금융시스템에 의해 조율되는 소득배분을 둘러싼 계급과 계급 내부 투쟁을 강조했다. 이런 이론들은 1970년대에 밥 로손, 톰 웨이스코프 등이 발전시켰는데, 1970년대의 스태그플레이션에 대한 설명으로는 큰 설득력이 있다. 그런 스태그플레이션은 재발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오늘날 여러 나라, 즉 아르헨티나, 짐바브웨 등에서 바로 지금 일어나고 있다.
부자나라들에서도 재발할 수 있느냐고? 미래의 스태그플레이션을 장황하게 얘기할 수 있는 여러 타당한 시나리오가 있다. 가장 그럴듯한 것들 중에는 기후변화가 들어간다. 기후변화는 가뭄, 기아, 물 부족, 특히 실질적인 소득배분을 둘러싼 국가적, 전 지구적 투쟁을 야기하게 될 전형적인 공급부족을 초래하기 쉽다. 우리의 현재 금융 시스템은 매우 유동적이며, 중앙은행들은 이런 충격들을 수용하려는 일부(또는 수용하지 않으려는 다른 일부)의 압력 아래 놓일 것이고, 분쟁으로 촉발된 인플레 수준은 1970년대와 1980년대에 그랬듯이 다시 중요한 정치투쟁으로 발전할 것이다. 대부분 낮은 인플레와 지속적인 경제성장이 진행되는 오늘날에 그런 상황이 오리라고는 믿기 어려운 줄 알고 있지만, 기후와 연관된 그런 문제들은 곧 바로 들이닥치기 직전 상황까지 와 있다.
- 192~193쪽, 〈제럴드 엡스타인〉 중에서
코로나19 위기에 대한 여러 국가들 또는 지역들의 서로 다른 대처방식들을 공중보건 개입과 경제정책들의 관점에서 어떻게 평가하나?
유효성 비율이라고 부를 잠재적 대응능력 대비 실제 대응력을 따져 상을 주는 세계공공보건의료 팬데믹 대응상이 있다면, 그 최악의 상을 미국이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미국인들은 세계의 다른 대다수의 나라들보다 더 부유하며 더 좋은 교육을 받고 있다. 또 비교적 인구밀도도 낮다. 우리는 세계 최고의 연구 과학자, 의사들 그리고 공공보건의료 전문가들을 보유하고 있다. 이 모든 것이 비뚤어진 리더십, 사회적 분열과 당파 정치 앞에서 소용이 없었다.
나는 경제 정책들을 구체적으로 분석해보진 않았으나, 공저자와 함께 미국의 ‘유급 돌봄 분야’ 필수직업군들(보건의료, 교육, 그리고 사회복지 분야의 피고용자)의 상대적 임금을 살펴봤다. 그들은 분명히 다른 필수직업군들보다 적게 받고 있고, 이는 그 직업들을 여성들이 지배하고 있기 때문만은 아니다. 나는 또 레일라 고섬(Leila Gautham) 프랜지스카 돈(Franziska Dorn), 마사 맥더널드(Martha McDonald)와 함께 주나 지방에 따라 정책이 상당히 다른 미국과 독일, 캐나다 등 모든 연방정부 구조를 지닌 나라들의 필수노동자들에 대한 위험수당 정책들을 비교해봤다. 미국 정부가 이 분야에서 한 일은 사실상 아무것도 없었다.
- 213~214쪽, 〈낸시 폴브레〉 중에서
인도와 같은 개도국들이 직면한 가장 시급한 문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인도 경제가 직면해 있는 문제들은, 다른 개발도상 지역들에서도 분명히 비슷한 걱정들을 하고 있지만, 아시아에서 좀 특이하다. 인도 개발 프로젝트의 주요 실패들 가운데 하나는 낮은 생산 활동에서 높은 생산 (그리고 더 나은 보수를 받는) 활동 쪽으로 노동을 바꿔야 한다는 점에서 구조 전환을 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는 것이다. 대다수의 노동자들을 고용하는 농업과 서비스업 부문의 이런 낮은 생산성이 지닌 지속적인 의미는, 그것이 다음과 같은 다른 많은 명백한 실패들에 영향을 끼쳤다는 점에서 어떤 점에선 ‘원죄’라고 할 수 있다. 때로 엄청난 부를 축적한 한 줌의 부자들에도 불구하고 국토와 인구의 대부분을 상대적 빈곤 속에 방치한 고르지 못한 개발, 수십 년간의 비교적 빠른 총소득 증대에도 불구하고 저고용 세대와 끔찍한 인간개발지수, 만연한 여성의 무급 그리고 저임금 노동에 대한 의존 등. 이런 경제적 문제들은 카스트 제도처럼 아직도 인도에서 없어지지 않고 있다. 이런 독특한 형태의 사회경제적 차별로 특징지어지는 사회경제적 맥락 속에 신자유주의적 시장 기반의 정책들을 도입함으로써 더욱 악화됐다.
-274~275쪽, 〈자야티 고쉬〉 중에서
유럽연합의 임무, 목표와 목적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나? 그리고 지금의 EU가 개혁될 수 있다고 생각하나?
1986~87년의 단일시장 창출에 이어 1992년에 마스트리히트 조약, 2009년에 리스본 조약이 체결된 뒤 EU는 신자유주의를 굳히는 길로 거침없이 달려왔다. 이는 전혀 놀랍지 않다. 단일시장은 무자비한 자체 논리를 갖고 있으며, 그것을 회원국들의 행동을 통해, 또 EU라는 초국가적 메커니즘을 통해 강제해왔다. 회원국들이 통째로 받아들여야 하고, 유럽사법재판소에 엄청난 권력을 안겨주는 유럽법의 거대한 본체는 EU의 신자유주의적 전환을 뒷받침하는 보증자다. 유로존 위기에 대응하면서 EU는 그 신자유주의를 한층 더 강화했다. 재정협약과 은행연합을 통해 그것을 제도화했다.(중략) EU가 국가 및 국민 주권을 침해하고, 노동에 대한 자본의 이윤에 봉사하는 리바이어던임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유럽의 노동자와 국민에게 통화동맹을 제거하고 EU의 제도들과 결별하는 것은 대단히 중요한 일이다.
이런 점에서 정말 큰 문제는 유럽 좌파 다수가 여전히 EU에 대한 깊은 환상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좌파는 사회헌장이 투쟁을 통해 확장할 수 있는 EU 헌법 내의 사회민주주의적 핵심이라는 증거라고 믿고 있다. 그런 관점에서 문제는 EU의 구조 자체가 아니라 신자유주의적 정치라는 게 드러난다. 아마도 좌파가 함께 행동해서 좌파 정부가 주요 국가들에서 선거를 통해 집권한다면 사정은 바뀔 수 있고 개혁이 이뤄질 수 있을 것이다.
-340~341쪽, 〈코스타스 라파비차스〉 중에서
지금 미국의 주요 문제는 중국이 성공적으로 미국 시장에 침투하면서 미국 경제에 끼치고 있는 영향력이다. 이는 미국과 중국 사이에 트럼프 대통령이 주도한 무역전쟁을 야기했다. 미국에 살고 있는 진보적인 중국인 경제학자로서, 이런 사태발전을 어떻게 보고 있나?
한편으로 미국의 수입 증대와 대규모 무역 적자는 지금의 세계화가 심화되면서 자본 이득은 늘어나지만 미국 노동력은 꾸준히 줄고 있는 현실을 반영한다. 중국의 수출품에 무거운 관세를 물리더라도 해외로 이전한 제조업 일자리들이 값싼 노동력과 환경규제가 덜한 다른 나라들로 빠져나가지 않고 미국으로 되돌아온다고 보긴 어렵다. 또 한편으로 무역전쟁은 중국 경제의 깊숙한 근본 문제들도 반영하고 있는데, 그것은 글로벌 질서 속에서 중국의 지배계급과 자본주의 발전이 얼마나 의존적이고 취약한지를 보여준다.
중국 내에서 무역전쟁은 무역협상의 각기 다른 단계마다 (프로파간다 준비의 필요성에 따라) 미국 제국주의에 대항하는 민족주의 캠페인 또는 국제협력을 강화하기 위한 진심어린 노력으로 묘사되고 있다. 미국 제국주의와 조우한 중국 경제의 발전에는 분명히 일말의 진실이 있지만, 더 중요한 것은 그것이 좌파 사람들에게 중국 경제의 현실을 깨닫도록 지난 40년간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면서 외쳤던 민족주의 구호들에 현혹되지 않아야 한다는 점이다. 중국은 여전히 자본주의 세계체제에서 반半주변부 경제로, 미국에 의존해 시장을 제공하고, 주변부 나라들로부터 에너지와 원료를 공급받는 글로벌 안보를 유지한다. 중국에서 핵심 기술부문들, 예컨대 반도체와 공작기계들은 여전히 미국과 유럽 나라들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데, 이는 시장개혁과 개방정책을 수용한 자립적 산업체제를 포기한 결과다. 따라서 무역전쟁이 많은 분석가가 주장하듯이, 중국이 미국의 지배에 도전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358~359쪽, 〈중진 리〉 중에서
당신의 연구는 자본도피가 대다수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나라들에서 심각한 문제가 됐음을 보여준다. 주요 연구결과와 그것이 지닌 중요한 함의들에 대해 얘기해줄 수 있나? 아프리카의 자본도피를 극적으로 줄이기 위한 현실적인 프로그램이 있다면 무엇인가?
자본도피는 자본이 바깥으로 흘러나간다는 의미인데, 국가 공식 통계에는 국제수지에 통합돼 기록되지 않는다. 그것은 국가에 들어왔다고 기록돼 있으나 공식 통계에서는 그 용도를 추적할 수 없는 자금들로 구성돼 있다. 거기에는 정치 엘리트들이 횡령한 정부 자금들과 세금을 피하거나 그 출처의 적법성 여부에 대한 조사를 피하기 위해 불법적으로 해외로 이전한 사적私的인 재산들이 포함된다. (중략) 자본도피는 아프리카의 지역적 조건과 관련된 경제적, 제도적 요소들뿐만 아니라 도피재산이 은폐되는 해외 시장의 기관들과 정부기관들의 지원에 의해 유도되고 촉진된다. 그 뒤에는 아프리카로부터의 자본도피를 줄이기 위해 두 개의 전선에서 수행돼야 할 싸움이 뒤따른다.
국내의 전선에서는 차입자금을 비롯한 국가 자원 관리의 투명성과 책임성을 높이는 한편으로, 차입금 그리고 국경을 넘는 금융과 거래 흐름에 대한 기록과 추적, 모니터링을 하기 위한 효과적인 규제 장치를 마련하는 일에 노력을 집중해야 한다. 실제로 도피자본의 상당부분은 잘못된 송장 작성과 국경을 넘는 밀무역을 통해 발생한다. 글로벌 전선에서는, 아프리카의 개발과 무역 파트너들이 금융기관들에서 사유재산 소유자들에 대한 익명성의 베일을 벗겨내기 위해 금융활동의 투명성과 책임 원칙을 진심으로 이행해야 한다. 또 아프리카를 드나드는 수출입에 대해 체계적이고 정확한 보고를 해야 하며, 그들의 다국적 기업, 특히 아프리카의 자연자원 부문에서 사업을 벌이는 기업들의 세원잠식을 막아야 한다. 그 전략에서 중요한 요소는 아프리카에서 사업 중인 다국적 기업들이 이윤과 세금납부에 대해 자동적이고 체계적으로 국가별 보고를 하는 것이다.
-417~418쪽, 〈레온스 은디쿠마나〉 중에서
경제학은 과학인가, 아니면 더 많은 정책지침인가?
내가 생각한 대로 경제학을 실천하고 있다면, 그것은 과학이자 정책지침이다. 그 때문에 경제학은 오랫동안 ‘도덕학’이라고 불려왔다. 한 가지 간단한 경우를 예로 들어 생각해보자. 최저임금과 ‘생활임금’법인데, 내가 작업해온 분야다. 도덕 문제로서, 일터에 나가 일한 모든 사람은 생활임금을 받을 자격이 있다고 주장하기는 쉽다. 생활임금이
출판사 서평
좌파경제학자 24인이 제시하는 함께 사는 세상을 위한 경제학
1970년대 말에 시작돼 2023년 현재까지도 전 세계에서 주류경제학으로 자리 잡고 있는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는, 경제와 사회 정책을 수립하는 데 있어 가장 부유한 세계인구 0.1%의 우선권과 특혜가 다른 모든 고려사항 위에 군림하는 자본주의의 변종이다. 그러나 경제학에는 주류적 접근만 있는 것이 아니다. 발전경제학이나 제도학파를 비롯해 다양한 진보적 시도가 있고, 그런 시도를 실행해온 반주류 경제학자들이 존재한다.
이 책 《불평등에 맞서온 반주류 경제학》에는 함께 사는 세상을 위한 경제학 연구에 평생을 바쳐온 좌파경제학자 24명과의 인터뷰가 담겨 있다. 24명의 경제학자들은 주류 정통경제학의 교리에서 완전히 탈피하여 연구와 정책 개입을 위한 자신들만의 접근법을 만들어냈다. 그들은 주류경제학의 불평등에 맞서는 반주류 경제학자이자 세상을 변화시키려는 진보적 경제학자들이다. 그들은 부의 양극화, 성과 젠더의 불평등, 전면적 금융 불안정, 기후 위기, 사회적 차별, 그리고 국가주도 개발전략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솔루션을 찾고 경제정책을 마련해왔다. 이들이 들려주는 경제학자로서의 삶과 철학, 그리고 헌신적인 연구와 정책수립에 관한 이야기를 듣다 보면, 경제학이 얼마나 인간의 삶을 위해 애쓰는 유용한 학문인지 새삼 깨닫게 된다.
이 책의 아이디어는 정치경제학자이자 저널리스트인 C.J. 폴리크로니우가 매사추세츠 애머스트대학 정치경제연구소(Political Economy Research Institute, PERI)의 공동설립자인 제리 엡스타인, 로버트 폴린과 나누던 일상의 대화 속에서 나왔다. 진보적 경제학자들과의 인터뷰를 책으로 내면 좋겠다는 결론을 내린 그들은 어떤 경제학자들을 이 프로젝트에 포함시킬지 결정해야 했다. 그 과정에서 제리 엡스타인과 로버트 폴린을 포함한 PERI의 경제학자들, 그리고 PERI의 다른 관계자들이 다년간 소통해온 전 세계의 진보경제학자들이 선정되었다.
영미나 유럽 등 선진국의 경제학자들뿐만 아니라 개발도상국이나 저개발 국가들이 속한 남미와 아프리카, 그리고 미국이나 유럽과는 다른 규모와 영역의 경제를 유지해온 인도, 중국, 한국의 경제학자들이 골고루 포함되었다. 또한 여성 차별에 대항해 싸우는 페미니스트 경제학자들이 다수 포함된 점도 이채롭다. 기존의 일관된 목소리가 아닌 다양한 관점과 철학이 담긴 것도 이 책의 내용을 더욱 풍성하게 만든다. 국내에서 여러 권의 책을 출간한 세계적인 진보경제학자 장하준의 인터뷰도 실렸다. 장하준은 “불행하게도 신자유주의 시대에 ‘건전한 재정’은 정부가 추구해야 할 미덕이 되어 경제에 파괴적인 결과를 초래했다”며 신자유의자들의 ‘건정한 재정’ 유지 정책을 비판한다.
추천사를 쓴 한국의 대표적인 진보경제학자 우석훈은 이렇게 말한다. “경제학자로 평생을 살았지만 이렇게 매력적이고 풍부한 경제학자들의 얘기는 처음 보았다. 경제학을 공부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이 24편의 인터뷰를 꼭 읽어볼 것을 권한다.”
이 책은 세상을 이해하려고 노력할 뿐만 아니라 세상을 바꾸려고 노력하는 다양한 영감을 주는 진보 경제학자들과의 멋진 인터뷰 모음집이다. 이 책을 읽는 것은 경제학에 관한 우리의 지식과 경험을 풍요롭게 해줄 것이다.
기본정보
ISBN | 9791157062867 | ||
---|---|---|---|
발행(출시)일자 | 2023년 04월 12일 | ||
쪽수 | 624쪽 | ||
크기 |
147 * 222
* 46
mm
/ 1048 g
|
||
총권수 | 1권 | ||
원서(번역서)명/저자명 | Economics and the Left/Robert Pollin |
Klo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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