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첫 한문 수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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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와 오늘을 잇는 다리를 놓기까지!”
작가정보
이화여자대학교에서 심리학을 공부하고 잠시 미술 잡지 기자로 일하던 중, 우연히 접한 한학의 매력에 빠져 진로를 바꾸었다. 한국고전번역원 부설 고전번역교육원 상임연구부를 거쳐 한국고전번역원에서 번역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일성록》 번역을 시작으로 전문 번역가의 길로 들어섰으며 《조선왕조실록》 현대화 사업에 참여하여 《정조실록》 《세종실록》 《세조실록》 등을 번역하고 있다. 옛 문헌 속에서 지내면서 자연스레 과거와 현재의 공통점과 간극을 읽게 되었고, 옛글들이 그 외투가 낡았을 뿐 내용은 얼마든지 오늘과 소통할 수 있는 생기발랄한 것들임을 발견하게 되었다. 때문에 ‘지금-여기’의 문제에 대해 과거가 줄 수 있는 지혜의 가능성을 열심히 모색해가고 있는 중이다.
지은 책으로 《마음챙김의 인문학》 《괜찮은 사람이 되고 싶어서》 《시민을 위한 조선사》 《銘, 사물에 새긴 선비의 마음》 《맹랑 언니의 명랑 고전 탐닉》, 옮긴 책으로 《군자를 버린 논어》 《오늘을 읽는 맹자》 등이 있다.
목차
- 글을 시작하며|그 옛날 글, 한문이라굽쇼?
1장 입문·기초반: 기초를 쌓는 시간
한문과 인연을 시작하다
나의 첫 한문책, 《논어》
읽고 또 읽고
《맹자》에 반하다
어차피 만점은 남의 일
개학과 함께 고민은 시작되고
2장 중급반: 홀로 책임지는 공부
편안하면서도 불안하고 불안하면서도 편안한
천천히 그리고 꾸준히
이건 노래가 아닙니다
백 번 읽으면 뜻이 저절로 드러나니
한쪽 문이 닫히면 다른 쪽 문이 열린다
3장 고급반: 공부란 산을 쌓는 일과 같아서
나의 공부는 온전히 나에게 달려 있다
모든 일에는 여유가 필요해
즐거운 답사의 추억
어느새 콩나물은 무럭무럭 자라고
나는 성장해가는 중입니다
4장: 전문가반: 공부 그 이상의 공부
《일성록》 번역 이야기
정말로 꼼꼼한 기록의 민족
내가 만난 정조 (1)
내가 만난 정조 (2)
내가 만난 정조 (3)
조선왕조실록팀으로 옮겨 가다
내가 만난 세종
내가 만난 세조
5장 다시 새로운 길: 역사는 어떻게 흐르는가
번역의 어려움 혹은 즐거움
우연히 시작된 작가의 길
책 쓰기는 또 다른 가지를 치고
번역보다, 개인보다, 조금은 더 큰 이야기
글을 마치며|과거와 오늘을 잇는 다리가 되어
책 속으로
종종 강의할 때 처음 《맹자》를 읽으면서 눈물을 흘렸다고 말하면 수강생들은 ‘엥? 《맹자》를 읽으면서요? 대체 왜?’라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곤 한다. 나도 내가 《맹자》를 읽다가 눈물짓게 될 줄은 미처 몰랐다. _p.37
공부 그 자체를 선택하면 어쩔 수 없이 쏟아야 하는 시간이 있다. 기초를 쌓는 시간이 바로 그것이다. _p.66
글은 반드시 내용을 담는다. 그래서 글자를 찾고 단어를 찾으며 끊임없이 읽고 또 읽다 보면 어느새 글자들이 의미가 되어 다가오는 것이다. _p.89
번역은 다분히 공동 작업이고, 계속 새롭게 다시 또 다시 진행되어야 하는 작업이다. 중요한 문헌일수록 더 많은 사람이 더 다양하게 더 지속적으로 번역해야 한다. …… 하나의 책이 한 번의 번역으로 완벽해질 수는 없다. _p.127
번역을 하며 가까이서 만난 조선은 정말로 만만한 나라가 아니었다. 같은 시기 세계 어느 나라가 이런 행정 체계를 갖추고 있었을까? 역사문헌을 번역하면서 우리에게 가장 시급한 것은 역사를 다시 가르치는 것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_p.159
출판사 서평
한문은 우리에게 낯선 학문이다. 한문에 대한 인상은 크게 두 종류로 나뉜다. 오늘날 돌아보기에는 너무 낡은 케케묵은 것이라 생각하는 경우와 상당히 어려운 글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그것이다. 고대한어의 문법과 문형을 기초 삼아 중국과 한국, 일본, 그밖에 아시아 여러 나라가 사용한 글을 한문이라고 한다. 일단 한문은 정해진 문법이 없다. 물론 아예 없지는 않지만 외형적으로 이것이 문법이고 정확히 이 체계로 문장이 쓰인다고 말할 수 있는, 겉으로 드러난 문법이 없다. 그래서 《논어(論語)》와 《맹자(孟子)》 등 기초가 되는 사서삼경(四書三經)을 달달 외우면서 그 안에 내재된 문법을 체화해가는 방식으로 이 언어를 익힌다. 한문은 또한 문장부호가 없고 띄어쓰기도 없다. 죽죽 내리닫이로 글자만 있다. 체화한 문법으로 내리 글자만 있는 글을 보면서 그 안에 숨겨진 띄어쓰기도 찾고 문장부호도 찾으며 글을 읽어야 하니 당연히 학습 시간이 아주 많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
늦은 나이에 한문번역이라는 길에 뛰어든 작가에게 한문 공부는 예상만큼 어려웠다. 나이가 많고 전공한 배경이 없어 한계가 있을 거라는 말도 꽤 많이 들었다. 그러나 누가 뭐라고 하든 스스로 선택했으니 ‘나’에게 부끄럽지 않을 만큼 걷자고 생각하며 묵묵히 걸었다. 때론 초라한 시험 성적 앞에 쥐구멍에 숨고 싶을 만큼 부끄러웠고, 때론 막막한 공부에 한숨이 나왔지만, 한문은 새로운 세상을 열어준 친구이자 스승이자 거울이었다. 게다가 한문은 생각보다 훨씬 재미있었다. 그저 고루하다고만 생각했던 공자와 맹자의 말에 무릎을 치며 탄복하기도 했고, 백성을 생각하는 따뜻한 마음에 눈물을 흘릴 때도 있었다. 흔히 우리가 무시하곤 하는 옛사람들의 사고는 오히려 오늘날보다 체계적이고, 더 높은 가치와 이상을 추구하며, 그것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물론 작가에게 여전히 한문은 어렵다. 배워야 할 것도 알아야 할 것도 많고, 번역이 망설여지는 대목도 많다. 그러나 조금 더 고민하고 조금 더 애쓰면 한문이라는 창을 넘어 한문으로 가려진, 우리가 진짜 바라보아야 하는 세계가 보인다. 《논어》 원문에는 ‘溫故而知新(온고이지신)’이라는 말이 있다. ‘溫故(온고)’와 ‘知新(지신)’ 사이에 ‘而(이)’가 있는 것이다. ‘而’라는 다리가 놓여서 비로소 둘은 연결된다. 만약 이것이 없다면 온고는 온고일 뿐이고 지신은 지신일 뿐이다. 작가는 옛글을 번역하는 사람이 바로 ‘而’라는 접속사의 역할을 하는 사람이라고 믿는다. 한문이라는 창 너머의 세계를 바라보며 번역해 세상에 전달하고, 거기서 발견한 새로운 생각을 다시 세상에 이야기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현재에 잇대어야 비로소 과거는 제대로 빛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작가는 오늘도 할 수 있는 한 온 힘을 다해 공부한다. 이 책은 세상의 시간을 어기고 늦깎이로 공부를 시작해 한문번역가가 된 작가의 좌충우돌 공부 편력기이자, 지금도 어딘가에서 남과 다른 자신만의 꿈을 꾸고 도전하고 있는 모두를 응원하는 마음에서 풀어놓는 소소한 기록이다.
기본정보
ISBN | 9791190365420 |
---|---|
발행(출시)일자 | 2022년 09월 16일 |
쪽수 | 240쪽 |
크기 |
135 * 196
* 18
mm
/ 401 g
|
총권수 | 1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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