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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녀 힙합

집밖의 세계를 일구는 둘째의 탄생
이진송 저자(글)
문학동네 · 2022년 05월 30일
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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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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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내역/미디어추천

가정이라는 정치적 장소에서
처음 사랑하고 최초로 상처받으며 만들어지는 차녀의 세계
사람들은 모두 개별적이고 고유하지만, 처한 위치나 상황에 따라 놀라울 만큼 비슷한 경험을 하며 살아가기도 한다. 한 사회에서 통용되는 보편적인 가치 체계에 따라 개인은 저마다의 역할과 권한을 부여받는다. 자신의 역할이 속한 공동체 안에서, 또는 사회적으로 얼마나 중요하게 여겨지는가에 따라서 그 권한은 크거나 작으며, 짊어져야 하는 부담의 모양도 비슷비슷하다. 타인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종종 ‘내가 겪은 일이랑 똑같네!’ 공감하게 되는 이유도 그래서다. 정상가족 이데올로기가 여전히 공고한 만큼, 태어나자마자 ‘또 딸’이자 아들이 아닌 ‘꽝’으로 집안에서 소외당했던 둘째 딸의 이야기는 어느 한 개인만의 특수한 삶이 아니다. 딸은 출가외인으로 여겨지던 전통이 아직 유효하던 때부터 현재의 ‘딸 바보’ 열풍까지, 그사이에 태어나고 자란 무수한 딸들의 이야기에 대한 궁금증으로 『차녀 힙합』은 쓰였다.

1부 ‘차녀의 세계가 만들어지기까지’는 한 가지 질문으로 시작한다. “당신에겐 돌 사진이 있습니까?” 형제자매 중 가운데 순서인 아이(middle child)는 집에서 사진도 가장 적고 양육자가 그들의 특성을 잘 기억하지 못한다고 한다. 둘째에게는 첫 생일이지만, 양육자의 입장에서 보면 첫아이의 첫돌만큼 감동적인 날은 아니다. 둘째는 서서히 자신의 모든 ‘처음’이 부모에게는 앙코르 공연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깨달아간다. 관심과 애정, 하물며 새 옷과 같은 물건마저도 첫째처럼 당연하게 제 몫이 보장되지 않기에 끊임없이 자신의 존재를 증명해 인정받고 싶어한다. 나이 차이가 얼마 나지 않는 언니에게 지지 않으려고 말로 몸으로 거칠게 싸워대다 혼나곤 했던 시트콤 같은 어린 시절 에피소드에서 아들이 아니라서 엄마에게 더 나은 지위와 인정을 가져다주지 못해 느껴야 했던 죄책감, 그리고 같은 이유로 할머니에게 받은 차별과 편애의 기억까지, 가족 이데올로기를 기반으로 한 사랑과 가족 내부의 정치 역학에 대해 펼쳐놓는다.

2부 ‘살아남은 차녀들’에서는 딸로 산다는 것의 의미에 대해 살핀다. 아들이 아닌 딸이라서 짊어져야 했던 부담과 부당함을 개인적 경험을 넘어 사회·구조적 측면에서 보다 넓고 깊게 파헤친다. ‘호랑이, 용, 말띠 여자는 기가 세다’는 민속학적 신앙이 퍼져 있던 때, 여성의 몸을 재생산의 수단으로만 여기는 듯한 정부의 인구 조절 정책이 시행되던 때, 초음파 기계가 도입되며 자녀의 성별을 예측할 수 있게 되었을 때 등 새로운 국면에 맞닥뜨릴 때마다 펼쳐진 씁쓸한 현상들과 그 아래에 복잡하게 뒤엉켜 있는 여러 갈래의 문제들을 톺아본다. 3부 ‘차녀들에게 MIC를’에서는 이제껏 듣지 못했던 다양한 차녀들의 이야기에 귀기울인다. 둘째 딸로 살아온 시간을 복기하는 이들의 목소리에는 서글픈 웃음과 함께 다른 딸들에 대한 애정이 깃들어 있다. 어린 시절 자신에게 건네고 싶은 진솔한 한마디는 또다른 상처 입은 딸들에게 진심어린 위로가 되어 가닿는다.

북 트레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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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정보

저자(글) 이진송

전국둘째연합 회장. 3녀 1남 중 둘째. 연년생 언니를 둔 둘째 딸이자 막내로 살다가 열다섯 살 때 동생이 태어나며 세 자매 중 둘째가 된다. 뒤이어 막내이자 장남인 동생까지 태어나면서 사 남매 중 둘째로 가족 내 위치가 재조정되었다.
차녀를 새로울 것 없는 ‘또 딸’이자 아들이 아닌 ‘꽝’으로 취급하는 세상에서 늘 불안했다. 후에 되돌아보니 나만의 것이라고 생각했던 설움에는 가족주의와 가부장제, 유교 문화, 산아제한 정책, 여아 선별 임신중단 등 여러 갈래가 복잡하게 뒤엉켜 있었다. 온전한 애정을 향한 갈망과 우선순위에서 끊임없이 밀리는 주변부의 경험을 한데 뭉쳐 ‘차녀성’이라 이름 지었다. 이 책은 둘째 딸의 입장에서 가족 역학 관계와 사회적 맥락을 살펴보는 작업이자 ‘너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말하는 세상에 맞서는 노래다.

독립잡지 『계간홀로』와 미루는 사람들을 위한 팟캐스트 〈밀림의 왕〉을 만들고 있다. 『오늘은 운동하러 가야 하는데』 『하지 않아도 나는 여자입니다』 『연애하지 않을 자유』 등을 썼다. 공저로는 『미운 청년 새끼』 『하고 싶으면 하는 거지 비혼』 『미루리 미루리라』가 있다.

목차

  • 추천의 글
    프롤로그 여기여기 다 붙어라

    1부 차녀의 세계가 만들어지기까지

    잃어버린 돌 사진을 찾아서
    왜 차녀인가
    스트릿 자매 파이터
    자매라는 서바이벌
    달콤한 편애의 맛
    둘째처럼 키우라고?
    내 MBTI는 SDCN

    2부 살아남은 차녀들

    그 많던 여아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주문하진 않으셨지만 딸입니다
    첫째라는 필터링
    당근이 있기 전부터 나는 당근이었네
    수많은 ‘단지’들
    아들 노릇 딸 노릇
    딸이라는 로망
    혹시…… 둘째세요?

    3부 차녀들에게 MIC를

    ‘카인 동맹’과 ‘장녀닷컴’
    차녀들의 살풀이
    치사하고 서운한 음식 차별
    파리의 똥차 컬렉터 빈 언니
    함께 가로지른 세계 홍칼리
    어마어마하게 괜찮은 어른 신예희
    오빠 동생 언니 삼각형 쏘냐
    차녀의 굴레 곽민지

    4부 집밖의 세계를 일굴 거야

    글쓰는 차녀들
    금쪽같은 나 새끼
    장녀다운 게 뭔데?
    낀 딸 께 딸
    딸들의 세계
    가족관계 새로고침
    증명하지 않을 자유

    에필로그 가족들의 입장

추천사

  • 이 책은 실컷 멍석 깔아놓고서 내가 여기 올라갈 자격이 있는지, 나만 올라가도 되는지 살피느라 우물쭈물하던 차녀가 마침내 제대로 한판 멍석 깔고 부르는 ‘이 사람을 보라’ 힙합 노래다. 시작도 끝도 아닌 중간에서 이리저리 치여 ‘덜’ 중요하게 여겨진 가족 구성원이 바라본 가족은 저자 말마따나 “치열한 정치적 장소”다. 겉으로 평온해 보이는 가족 안에서도 부모의 관심이라는 제한된 자원을 둘러싸고 자식들 사이에서는 격렬한 인정 투쟁이 벌어진다. 이 책은 가족 안에서 아이가 처한 위치에 따라 다르게 치러낸 성장의 안간힘이 삶의 결에 어떻게 스며들고 어떤 무늬를 남기는지를 차녀의 관점에서 속시원하게 들려준다.

  • 어느 순서 어느 자식이라고 좋은 점 나쁜 점이 없겠느냐마는, K-차녀의 판이 깔린 것은 거의 처음인 것 같다. 그 위에서 비트를 타는 언어의 마술사 이진송…… 당신이 힙합입니다…… 이진송 작가의 재치도 차녀의 것이라고 괜히 주장하고 싶다. 쉴새없이 농담을 구사하는 이런 능청도 어쩌면 차녀의 생존 기법이라고. 물론 깔깔대며 박수를 치다가도 이 모든 일이 가부장제와 결합할 때 벌어지는 일을 생각하면 마음이 서늘하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일단은 마당놀이하는 심정으로 하하하 웃을 수밖에. 일단 웃고, 웃으면서 다음 일을 생각하자. 어쨌든 우리 모두 그저 태어났을 뿐이니까.

책 속으로

‘차녀’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는 이유는 한 가지다. 중요하지 않은 존재로 여겨졌던 ‘잉여’의 경험 때문에 어른이 된 지금까지도 내면에 서러운 여자아이가 울고 있는 친구들에게, 말을 걸고 싶어서. _22쪽

차녀들이여, 이제 우리가 MIC를 쥘 차례다. 소외된 차녀들 왼발을 한 보 앞으로. 때로는 유년 시절의 서러움을 나누고 유치할 만큼 서로 편들어주며, 때로는 언제나 ‘다음’ 순서여서 포기해야 했던 욕망을 어루만져주며, 우리가 나고 자란 배경을 샅샅이 파헤치고 분석하며, 출생 순서에 위계와 의무를 부과하여 아동을 고통에 빠뜨린 유교 사회를 디스하며 떠들어보련다. 힙합이 별건가? 한국 사회에서 딸로 사는, 마! 이게 바로 힙합이다. _23쪽

가정폭력과 학대가 일어나지 않아도 상처와 결핍은 생긴다. 나는 반복적으로 학습한다. 엄마 아빠는 너무나 당연하게 언니의 것이라고. 언니는 상상도 못할 것이다. 자신의 엄마가 다른 아이의 이름으로 불리는 기분? 센터의 별에서 온 첫째는 그런 거 모른다. _30쪽

내가 피해의식에 찌든 이상한 애가 아니라, 그럴 수밖에 없는 구조와 환경 속에 있었다는 사실을 확인한 셈이었다. 우리는 불을 처음 발견한 원시인처럼 얼싸안고 춤을 추었다. 그때였다. 차녀 힙합의 비트가 내 가슴속에 흐르기 시작한 것은. _31쪽

미친듯이 싸웠고 최선을 다해 싫어했다. 그런데 더 강렬한 것은 몇 안 되는 좋은 기억이다. 수술이 끝난 뒤 기진맥진해서 누워 있는 내가 울컥 피가래를 토할 때, 앞에 서 있던 언니가 번개같이 손을 내밀어 그것을 받아내던 순간 같은. 나를 괴롭게 하는 존재를 열렬히 사랑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자매로 태어나지 않았다면 나같이 무딘 애는 영영 몰랐을 것이다. _50쪽

집안의 모든 권력과 기운과 분위기가 흐르는 양상을 주시해야 했던 차녀의 경험이 내 몸 켜켜이 쌓여 균형 감각을 형성했다. 경험 자체는 별로 유쾌하지 않지만 조개도 면역 체계를 공격하는 이물질에 대항하다가 진주를 만든다고 하니까 뭐. _76쪽

현실 세계가 여성을 2등 시민 취급하기에, 세상 모든 여성은 가정 내 출생 순서와 무관하게 ‘차녀성’을 가진다고도 볼 수 있다. _76쪽

장녀는 양보를 강요받지만, 양보의 역설은 가진 자만이 할 수 있는 행위라는 것이다. 차녀도 양보란 걸 해보고 싶다. 하지만 할 수 없다. 탐날 만한 걸 가지지 못했으니까. 오로지 투쟁, 투쟁, 그리고 쟁취가 있을 뿐! _110쪽

둘째 딸로서, 연애하지 않는 여성으로서, 페미니스트로서, 비혼인으로서, 나는 아무것도 증명하지 않을 것이다. 누구의 인정도 갈구하지 않을 것이다. 모두 그랬으면 좋겠다. _290쪽

출판사 서평

“차녀들이여, 이제 우리가 MIC를 쥘 차례다. 소외된 차녀들 왼발을 한 보 앞으로.”
김겨울 작가, 김희경 전 여성가족부 차관 추천!

가정이라는 정치적 장소에서
처음 사랑하고 최초로 상처받으며 만들어지는 차녀의 세계

마음 한구석에 켜켜이 쌓인 사소하고 미묘한 서러움과
결코 채워지지 않는 결핍의 근원에 대하여

내 성격이 이상한 걸까? 우리집이 유별난 걸까? 너무 사소하고 미묘해서, 치사하고 유치해서, 차마 말하지 못했던 그 모든 서러움의 뿌리를 찾아 과거를 되짚어보는 『차녀 힙합』은 둘째 딸의 입장에서 가족 역학 관계와 사회적 맥락을 살펴보는 작업이다. ‘둘째’라는 존재에 꾸준히 관심을 갖고 온전한 애정을 향한 갈망과 우선순위에서 끊임없이 밀리는 주변부의 경험을 한데 합쳐 ‘차녀성’이라 이름 붙인 전국둘째연합 회장 이진송이 썼다.
사람들은 모두 개별적이고 고유하지만, 처한 위치나 상황에 따라 놀라울 만큼 비슷한 경험을 하며 살아가기도 한다. 한 사회에서 통용되는 보편적인 가치 체계에 따라 개인은 저마다의 역할과 권한을 부여받는다. 자신의 역할이 속한 공동체 안에서, 또는 사회적으로 얼마나 중요하게 여겨지는가에 따라서 그 권한은 크거나 작으며, 짊어져야 하는 부담의 모양도 비슷비슷하다. 타인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종종 ‘내가 겪은 일이랑 똑같네!’ 공감하게 되는 이유도 그래서다. 정상가족 이데올로기가 여전히 공고한 만큼, 태어나자마자 ‘또 딸’이자 아들이 아닌 ‘꽝’으로 집안에서 소외당했던 둘째 딸의 이야기는 어느 한 개인만의 특수한 삶이 아니다. 딸은 출가외인으로 여겨지던 전통이 아직 유효하던 때부터 현재의 ‘딸 바보’ 열풍까지, 그사이에 태어나고 자란 무수한 딸들의 이야기에 대한 궁금증으로 이 책은 쓰였다.

강한 인정욕구와 애정결핍, 어디를 가든 빠르게 눈치를 살피는 버릇, 소외된 사람들을 세심히 챙기면서도 정작 자신을 위한 일 앞에서는 머뭇거리는 것, 갈등 상황이 생기면 중간에서 조율하고 중재하는 역할을 도맡는 것…… 이 모든 게 바로 보통의 차녀들에게서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특성들이다. 작가는 흔히 ‘장녀라서’ ‘장남이라서’ 등으로 이야기되는 기질처럼, ‘차녀라서’ 지니게 되는 성격적 특성을 자신의 삶의 궤적을 토대로 면밀히 살핀다. 성별과 출생 순서가 개인의 성격 형성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지금의 나를 이루는 경험과 감정과 기억이 어떤 경로로 왔는지 탐색한다. 기억을 거슬러올라가 유년 시절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가정이라는 “치열한 정치적 장소(24쪽)”를 다시금 들여다보며 발견한 진실이란, “내가 피해의식에 찌든 이상한 애가 아니라, 그럴 수밖에 없는 구조와 환경 속에 있었다는 사실(31쪽)”이다.

“당신에겐 돌 사진이 있습니까?”
둘째의 조금 특별하고 치열한 세계

둘째 딸인 차녀는 가족 구성에 따라 다시 세 갈래로 나뉜다. 딸이 둘인 집의 막내, 밑에 여동생이 있는 둘째, 그리고 위로는 언니 아래로는 남동생이 있는 낀 딸. 이진송은 3녀 1남 중 둘째다. 연년생 언니를 둔 둘째 딸이자 막내로 살다가 열다섯 살 때 동생이 태어나며 세 자매 중 둘째가 되었고, 뒤이어 막내이자 장남인 동생까지 태어나면서 사 남매 중 둘째로 가족 내 위치가 재조정되었다. 언니는 첫아이라 특별하고 셋째는 늦둥이라 온 집안사람들의 귀여움을 독차지하고 막내는 무려 장남의 월계관을 쓰고 태어났다. 순서로도 성별로도 특별할 것 없어 보이는 둘째는 자신의 욕구와 의사가 그다지 중요하게 받아들여지지 않는 경험을 거듭하며 자라게 된다. 그렇다보니 자신만을 향한 온전한 애정과 관심에 대한 갈망은 사그라들 줄 모른다.
1부 ‘차녀의 세계가 만들어지기까지’는 한 가지 질문으로 시작한다. “당신에겐 돌 사진이 있습니까?” 형제자매 중 가운데 순서인 아이(middle child)는 집에서 사진도 가장 적고 양육자가 그들의 특성을 잘 기억하지 못한다고 한다. 둘째에게는 첫 생일이지만, 양육자의 입장에서 보면 첫아이의 첫돌만큼 감동적인 날은 아니다. 둘째는 서서히 자신의 모든 ‘처음’이 부모에게는 앙코르 공연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깨달아간다. 관심과 애정, 하물며 새 옷과 같은 물건마저도 첫째처럼 당연하게 제 몫이 보장되지 않기에 끊임없이 자신의 존재를 증명해 인정받고 싶어한다.
나이 차이가 얼마 나지 않는 언니에게 지지 않으려고 말로 몸으로 거칠게 싸워대다 혼나곤 했던 시트콤 같은 어린 시절 에피소드에서 아들이 아니라서 엄마에게 더 나은 지위와 인정을 가져다주지 못해 느껴야 했던 죄책감, 그리고 같은 이유로 할머니에게 받은 차별과 편애의 기억까지, 가족 이데올로기를 기반으로 한 사랑과 가족 내부의 정치 역학에 대해 펼쳐놓는다.

우리는 집이라는 작은 공간, 가족이라는 좁은 인간관계에 최초로 뿌리내린다. 가정과 가족은 지극히 개인적인 동시에 지극히 사회적이다. 그 공간 안에서 관계 맺은 경험과 기억은 평생 나를 따라다닌다. 때로는 족쇄 같고 때로는 산소통 같다. 그 안에서 인간은 처음 사랑하고 최초로 상처받는다. _27쪽

크고 나서 되돌아본 지금의 ‘나’를 이룬 조각들
그리고 그때 그 시절

어른이 되어 돌아보니 ‘나’의 이야기라고만 생각했던 경험과 감정들은 그 시절 보통의 둘째 딸, 나아가 세상 모든 여성이 보편적으로 겪는 삶이다. 2부 ‘살아남은 차녀들’에서는 딸로 산다는 것의 의미에 대해 살핀다. 아들이 아닌 딸이라서 짊어져야 했던 부담과 부당함을 개인적 경험을 넘어 사회·구조적 측면에서 보다 넓고 깊게 파헤친다. ‘호랑이, 용, 말띠 여자는 기가 세다’는 민속학적 신앙이 퍼져 있던 때, 여성의 몸을 재생산의 수단으로만 여기는 듯한 정부의 인구 조절 정책이 시행되던 때, 초음파 기계가 도입되며 자녀의 성별을 예측할 수 있게 되었을 때 등 새로운 국면에 맞닥뜨릴 때마다 펼쳐진 씁쓸한 현상들과 그 아래에 복잡하게 뒤엉켜 있는 여러 갈래의 문제들을 톺아본다. 3부 ‘차녀들에게 MIC를’에서는 이제껏 듣지 못했던 다양한 차녀들의 이야기에 귀기울인다. 둘째 딸로 살아온 시간을 복기하는 이들의 목소리에는 서글픈 웃음과 함께 다른 딸들에 대한 애정이 깃들어 있다. 어린 시절 자신에게 건네고 싶은 진솔한 한마디는 또다른 상처 입은 딸들에게 진심어린 위로가 되어 가닿는다.

나는 ‘차녀’를 가족 중 우선순위가 아니었던, 덜 중요한 취급을 받았던 존재를 부르는 보통명사로 쓰고자 한다. 그러니 장녀라도 ‘소외되는’ 경험을 했다면, 차녀 힙합의 비트를 함께 흥얼거릴 수 있다. _168쪽

아무것도 증명하지 않고 누구의 인정도 갈구하지 않고
온전한 ‘나’로서 존재하기

4부 ‘집밖의 세계를 일굴 거야’는 내면의 상처받은 어린아이를 보듬으면서 어른이 된 나의 삶을 잘 꾸려가는 한편, 가족들의 입장을 다층적인 맥락 속에서 이해하고 주변 사람들을 따뜻하게 안아주는 사람으로 나아가기까지의 이야기가 담겼다. 그냥 ‘나’인 채로는 인정받고 사랑받기에 충분하지 않다고 느꼈던 이가 서서히 온전한 ‘나’로 존재하게 되는 과정은 뭉클하다. 둘째는 뛰어난 공감 능력과 세심한 배려로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으며 자기만의 세계를 조금씩 확장해나간다. 무엇도 증명하지 않고 누구의 인정도 갈구하지 않으면서 살아가는 방법을 배워간다.

“첫번째가 아닌 사랑도 사랑이다. 마음속에 채워지지 않는 구멍이 하나도 없는 사람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나는 가족뿐만 아니라 여러 사람과 소중한 관계를 맺고 있기에 다채롭게 인정받고 입체적으로 사랑한다.” _243쪽

“각자의 최선이 사랑하는 사람에게도 반드시 최선은 아니(114쪽)”다. 가까운 사이일수록 의도치 않게 서로에게 섭섭함을 안기기 쉽고 오래 잊히지 않는 상처를 남기기 일쑤다. 하물며 가족이란, 떼려야 뗄 수도 없게 끈끈하게 엮여 있는 만큼 서로에게 괴로운 존재가 되곤 한다. 성격도 가치관도 저마다 달라 수시로 갈등이 불거진다. 가족이 아니었더라면 절대 말 한 번 섞지 않을 스타일이라고 서로에게 눈을 흘기곤 하지만, 사실 타인이 내 마음에 꼭 들기만을 바랄 수는 없고 “상대도 나를 어느 정도 견디고 있다고 생각하면 관용의 눈금이 조금 더 올라갈 것 같다(281쪽).” 어떤 관계든 시간이 흐르면서 자연스레 그 성격이나 밀도도 달라지기 마련이다. 일방적인 폭력처럼 새로고침이 불가능한 관계 속에 있다면 얼른 도망치고, 존중과 애정으로 맺어진 관계라면 서로의 불완전한 모습까지 너그럽게 감싸주면서 함께 천천히 걸어가보는 게 어떨까. 그러다보면 마침내는 “나를 괴롭게 하는 존재를 열렬히 사랑할 수 있다는 사실(50쪽)”을 깨닫게 될지도 모른다.

기본정보

상품정보 테이블로 ISBN, 발행(출시)일자 , 쪽수, 크기, 총권수을(를) 나타낸 표입니다.
ISBN 9788954686587
발행(출시)일자 2022년 05월 30일
쪽수 308쪽
크기
132 * 201 * 20 mm / 435 g
총권수 1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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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님 책은 항상 느슨해지던 생각을 바로잡아줘서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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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녀들이여, 이제 우리가 MIC를 쥘 차례다.
차녀 힙합
자의식이라는 게 생기기 시작한 순간부터 나라는 존재와 분리 불가능한 패배감과 열등감이 내 안에 찐득찐득하게 뒤엉켜 있었다. 어릴 때는 열심히 살면 극복할 수 있다고 생각했고 좀 더 자라서는 세상에는 내 힘으로 도저히 어찌할 수 없는 일이 있다는 것을 알게 한 나의 성별. 내가 나라는 한계. '꽝' 혹은 
차녀 힙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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