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노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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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문패 없는 내 집 마당은
어느덧 가을 나비들의 통로
햇볕만 따가운
향기 없는 자갈마당을 어찌 찾아오는가
빈집 댓돌에 엎드려
잠시 여신처럼 잠들려는 걸까
내 시름 한가득 지고 지금 막
고추밭 너머 사라지는 눈먼 사랑이여
- 「노년의 뜰 4」
- 박석근(소설가)
작가정보
저자(글) 오성근
오성근吳成根 시인은 1939년 서울에서 태어나 연세대학교 교육대학원을 졸업하고 1970년 중앙일보 신춘문예(희곡), 1989년 제9회 크리스찬 신인문예상(시)으로 등단했다. 시집으로 『목에서 목마름까지』, 3인시집 『태초의 바람』, 4인시집 『달 바람 돌 풀』(1, 2, 3, 4집)이 있다. 희곡집으로 『우리동네 성냥공장』, 『파랑새 절벽을 날다』, 『세상에서 가장 먼 포구』 등이 있다.
공연작품으로 〈데이신따이〉(제16회 전국연극제), 〈성냥공장 아가씨〉(인천연극협회), 〈사슴아, 사슴아〉(극단 십년후, 제24회 인천연극제 대통령상 수상), 〈울 밖에 선 봉선화〉(제25회 인천연극제, 극단 피어라), 〈도원을 가다〉(제30회 인천연극제, 극단 피어라) 등이 있다.
작가의 말
한때는 청년이라 하고
이제는 노인이라 부르지만,
아니다 노인이 되기 위한 메타노이아는 아직
천지창조의 흑암에 가려 있다
우리가 끌어안고 사는 이 땅, 또한
너무 크고 무거워서
하늘길 나르는 기러기나 백로들이 있어야 하리라
밟을 때마다 아픈 발바닥
아니다 세상보다 큰 것은 내가 돌아갈 땅이다
목차
- 1부
들국화 따기·10
2부
손바닥 그림·18
3부
귀촌일기·34
4부
노년의 뜰·64
5부
메타노이아·82
해설
박석근 | 자갈마당에 핀 꽃들·116
책 속으로
1부 들국화 따기
들국화 따기
1.
내일 다시 초평草坪에 가리
저수지 건너 산골로 들어가면
목장 사슴 우는 소리 메아리로 비끼고
계곡에 만발한 들국화
잉잉거리는 벌들의 코러스
넋 나간 듯 낙원에 스며들기 위해
2.
들국화 속에 몸 던져보면 알리
꽃송이 하나에도 미치지 못할 목숨
시퍼런 낫으로 베어버리니
칼날에 베인 독한 향기
그늘진 골짜기에 진동하고
벌 한 마리 수고가 헛되고 헛되네
3.
잔인하게 독하게 숨 막히게
한 마리 짐승으로 향기에 취해
내 목숨 버히고 버히니
초평호에 잠기는 별빛보다
잔물결에 흔들리는 들국화보다
그 모두를 합친 것보다 향기로운 숨결이여
4.
어느 물안개 낀 새벽
잠든 수면에 소리 없이 미끄러져
자취 없이 사라진다 해도
천천만만의 들꽃보다 귀한 내 넋을
초평의 하늘과 물이 가르쳐 줄까
이토록 늦게 깨달은 자 있을까
5.
평생 살 것도 아니면서
액자를 바람벽에 걸었다 떼었다
다시 걸기 몇 번인가
퇴락한 농가 문패는 안 보여도
집안에 산수화 한 폭 걸면
나도 어엿한 집 주인
집과 풍경은 본래 내 것은 아닌데
평생 떠돌이로 사는 나
어찌 주인이길 바라랴
난세에 버리지 않은 고화古? 한 점
실경 산수에 초가 한 칸 그윽하니
이제부터 그 속에 들어가 살리라
6.
밥 먹고 술 마시고 시 쓸 때도
벽이 있어 다행이다
둘러앉아 마주 보는 가족은 헤어진 지 오래
천정 낮은 부엌에 반듯한 식탁 있어
차 한 잔 올려놓으면 다탁이 되고
책을 올려놓으면 서가가 된다
이게 다 벽을 마주하기 때문이다
흙벽이든 바람벽이든
벽화를 치면 더욱 좋으리
7.
지나가는 구름그림자 보거나
놀다가는 참새 수다 듣거나
들풀 무성한 자갈마당에
빛바랜 의자 하나 있으니
허리 굽은 몸종처럼 늑골을 드러낸
저것은 가구인가
등 돌리고 앉은 등의자
오늘도 누구를 기다리나
8.
불 켜두고 나온 집 근처에서
길을 잃었네
구름 사이로
시냇물에 씻은 듯 비치는 맑은 얼굴 하나
둔덕길에 찍히는 내 발자국
소실점처럼 사라졌네
낮익은 곳에서 길을 잃고
달빛 따라 흘러가듯 걷는 길
불 켜고 나온 빈집
사방 둘러보아도
불빛 한 점 없더니
내가 나를 버리고
집마저 나를 버린 그 어디쯤
하늘에 뜬 희미한 별빛 한 점
2부 손바닥 그림
손바닥 그림
1.
너는 아니지
마지막에 남을 자
너는 아니야
그래서 내가 있다
자랑할 것이 네게 있고
내 가진 것은 거품
악어처럼 하마처럼
입 벌린 하품일 뿐
2.
어둠 속에 누가 있는가
밤이 너무 깊어
빛을 모르는 오지奧地
그곳에 누가 먼저 왔던가
그가 내게 와서
대신 어둠이 되어주고
나는 새벽으로 밝았으니
마지막 날 같은 나의 하루
3.
나는 아니지
마지막에 남을 자가
나는 아니지
그래서 네가 있다
홍수로 사라질 세상에
풀잎 배라도 띄워
돌아갈 곳 하늘나라
여기는 내 땅이 아니지
4.
나도 날 알지 못하니
잠시 잊고 있는 사이
창밖의 단풍나무
실내를 기웃거리는 사이
시내 건너 산길로
노랑나비 앞장서 날아가면
문 열고 따라 나가리
때로 길 잃지만
나를 아는 듯
오래 기다렸다는 말 한마디
들을 수 있다면
5.
목이 잠기는 외로움
밤이 너무 길어
기도를 시작할 저녁 어스름부터
새벽 여명까지
쓰디쓰지만
입안에 고이는 달콤한
고통의 시작과
잘 끝낸 마침표
사흘 길
그 음성 못 들으면
또 하룻길
새벽을 깨우리
광야 넘어 광야
무엇을 거부하랴
마지막은 독배毒盃
입과 귀를 닫으리
6.
네발짐승 중에
고개 숙일 줄 아는 건
너뿐
머리 든 짐승 모두
수천수만 마리
오늘은 고개 숙여 섰구나
목이 길어서가 아니라
목이 말라서가 아니라
지금은 초식동물의 계절
네 헐거운 턱과 선한 눈
잠시 나를 바라보렴
하늘 높은 줄 모르던 나를 보렴
걸을 수 있는 목숨 모두
왜 머리 숙여 땅을 보는지
알 수 있을 것 같다 오늘은
출판사 서평
[특징]
오성근 시인에게 시란 예술인 동시에 구원을 향한 여정이다. 구원은 메타노이아, 즉 회개의 좁은 문을 통과하는 자만이 다다를 수 있는 경지로, 이 메타포는 시편들의 처음과 끝을 관통한다. 시집 첫 장 첫 구절을 펼쳐보자. 내일 다시 초평에 가리 / 저수지 건너 산골로 들어가면 / 목장 사슴 우는 소리 메아리로 비끼고 / 계곡에 퍼진 들국화 / 잉잉거리는 벌들의 코러스 / 넋 나간 듯 낙원에 스며들기 위해 - 들국화 따기(1) - 얼핏, 나 이제 일어나 가리 이니스프리호도로, 하고 노래한 아일랜드 계관시인 예이츠가 떠오른다. 예이츠에게 이니스프리호도가 유토피아였듯 오 시인에게도 초평은 유토피아 즉 낙원이다. 일찍이 워즈워스는 ‘무지개’에서 만약 무지개를 보고 가슴이 두근거리지 않는 삶이라면 차라리 죽음이 낫다고 선언한 바 있다. 예술가에게 유토피아의 추구는 예술창작의 원천이며 존재이유이기도 한데, 다른 점이 있다면 오 시인의 유토피아는 신앙과 닿아 있다는 것이다. (…) 홍수로 사라질 세상에 / 풀잎 배라도 띄워 / 돌아갈 곳 하늘나라 / 여기는 내 땅이 아니지 - 손바닥 그림(3) - 어머니의 자궁으로 돌아가는 기도 / 밤하늘 별자리를 찾아가는 기도 // 땅에서 끊어진 탯줄이 / 하늘 아버지께 이어지는 기도 - 메타노이아(24) - 예이츠와 워즈워어스와 달리 오 시인의 낙원은 그러니까 땅이 아니라 하늘이다. 왜냐하면 이 땅에서의 생존은 무상하고 행위는 무익한, 불교적 용어를 빌자면 제행무상(諸行無常)이기 때문이다.
기본정보
ISBN | 9791189205621 |
---|---|
발행(출시)일자 | 2020년 05월 15일 |
쪽수 | 124쪽 |
크기 |
129 * 210
* 13
mm
/ 171 g
|
총권수 | 1권 |
Klo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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