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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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내역/미디어추천
‘인종, 젠더, 자본주의에 관한 미국에서 가장 대담한 사상가’
트레시 맥밀런 코텀의 첫 에세이집
‘시크thick’, 복합적이고 중의적인 소수자들의 현실
『시크』는 현재 미국에서 록산 게이와 더불어 흑인 지성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있는 사회학자 트레시 맥밀런 코텀의 첫 에세이집이다. 이 책에서 코텀은 여성, 인종, 젠더, 계급, 아름다움, 자본주의의 영역을 넘나들며 소수자들의 날것 그대로의 삶과 더불어 자본주의의 실상을 낱낱이 보여준다. 저자는 이 논의를 미국에 사는 흑인, 그중에서도 여성, 거기에 더해 남부의 가난한 흑인 가정 출신이라는 바로 자신의 정체성에서 시작한다. 이 책의 제목인 ‘시크thick’는 어릴 때부터 저자가 자신의 외모에 대해 듣곤 했던 표현-두툼하다-이자 ‘복합적인’, ‘중층의’라는 의미의 사회학적 용어이기도 하다. ‘시크’라는 제목이 저자를 포함한 흑인 여성들, 나아가 여러 영역의 소수자들이 처한 간단치 않은 상황을 집약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전미도서상 논픽션 부문 최종후보작(2019)
미국 공공도서관 올해의 문학상(2019)
브루클린 공공도서관 논픽션 대상(2019)
작가정보
저자(글) 트레시 맥밀런 코텀
“인종, 젠더, 자본주의에 관해서 미국에서 가장 대담한 사상가”라고 평가받는 사회학자이자 작가. 버지니아 커먼웰스 대학교 사회학과 부교수로재직 중이며 주로 고등교육, 노동, 인종, 계급, 젠더에 관한 연구를 하고 있다. 영리를 추구하는 고등교육 시스템과 사회적 불평등을 다룬 저서『저등교육Lower Ed』(2016)은 비평가들의 극찬을 받았고, 『시크Thick』(2019)는 전미도서상 논픽션 부문 최종후보작에 올랐다. 비영리조직 ‘여성사회학자Sociologists for Women in Society ’가 선정하는 페미니스트 활동상을 수상했고(2017), 미국사회학회ASA로부터 사회학에 대한 대중의 이해를 높인 공으로 공로상을 수상했다(2020). 『뉴욕 타임스』, 『워싱턴 포스트』, 『애틀랜틱』, 『슬레이드』 등에 칼럼을 쓰고 있으며, 록산 게이와 함께 흑인 여성들의 삶을 조명하는 팟캐스트 방송 〈히어 투 슬레이Here to Slay〉를 진행하고 있다.
미국 남부의 가난한 흑인 가정 출신의 코텀은 선천적 기형 때문에 평생 자신의 발을 고치며 살아왔다. 한번도 정상적으로 걸어본 적은 없지만 비뚤게 걷지도 않았다는 그는 끊임없이 발을 고치는 일은 골반이 죽도록 아픈 일이지만 멈출 수 없었다고 말한다. 그것을 그만둔다는 것은 자신이 누구인지를 잊고, 세상과 상호작용을 하는 것을 멈추는 일이기 때문이다.
코텀은 글을 쓰는 것은 자신의 발을 고치는 행위라고 말한다. 현실에 너무도 단단히 묶여 있어서 그곳을 떠날 수 없다고 말하는 그의 글은 자신의 사회적 지위에 의문을 던지는 것에서 시작한다. 가령, ‘왜 우리 할머니가 아니고 나일까?’, ‘왜 그때가 아니고 지금일까?’, ‘왜 다른 미국이 아니라 이런 미국일까?’ 더 단순하게 말하자면, ‘현재 나의 사회적 지위는 우리 사회에 대해 무엇을 말해주는가?’
학술지뿐만 아니라 여러 대중매체에 공격적으로 수백 편의 에세이와 칼럼을 써오면서 그는 우리의 모습과 자아가 우리 사회에 대해 무엇을 말해주고 있는지를 탐구해왔다. 만지고, 냄새를 맡고, 보고, 직접 경험한 감각을 동원할 때 이야기는 더욱 강렬하게 다가간다. 그러나 그는 결코 환기력이 강한 이야기를 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환기력이 강한 이야기가 힘 있는 자들을 향한 문제 제기로 발전하기를 바란다. 그런 까닭에 그녀의 글들은 발표할 때마다 논쟁의 중심이 되면서 소셜미디어의 ‘불폭풍’이 되고 있다.
서울대학교 영문학과, 한국외국어대학교 통번역대학원을 졸업했다. 가족과 함께 영국에서 살면서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 《사다리 걷어차기》 《랩 걸》 《어떻게 죽을 것인가》 《장하준의 경제학 강의》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 《시크Thick》 《배움의 발견》 《우주에서 가장 작은 빛》 《지지 않기 위해 쓴다》를 포함해 60여 권이 있다.
목차
- 두툼한
아름다움의 이름으로
유능함에 목숨 거는
너의 화이트를 알라
흑인의 시대는 끝났다(혹은 특별한 흑인)
기막힌 멋짐의 가격
중절된 소녀 시절
단 6인의 여성
주
추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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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저자처럼 ‘각성된 사회적 약자’는, 타인은 전혀 모르는 일을 매일 겪고 있는 사람들이다. 이들의 글쓰기는 자신을 파괴하는 분노, 자기 연민, 심지어 자기도취의 유혹을 뿌리치기 어렵다. 자기 현실과 자기 재현의 이중고이다. 이러한 여러 겹의 고통과 노동이 『시크』를 다시없는 걸작으로 만들었다. 이 책이 스테디셀러가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필독과 필사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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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칭 에세이를 쓰며 나는 경험과 몸의 경계 안에 내 글이 갇히지 않을지 우려한다. 나도 ‘과학적’으로 저 타자의 세상을, 복잡한 사회를 분석하고 싶다! 그러나 1인칭의 세계를 둘러싼 몸 그 자체가 두껍고도 두텁다면 어떨까. 트레시 맥밀런 코텀은 어떤 ‘사사로운’ 글은 세계를 헤집고 들어가 이론적이고 헌법적이고 객관적이라고 불리는 사상과 정치적 실천, 문화적 현상도 밑바닥부터 문제 삼을 수 있음을 보여준다. 트럼프 대통령에 맞서는 ‘인권적인’ 민주당 정치인도, 급진적인 페미니즘적 논평도 예외가 아니다. 자신의 글이 한낱 사사로운 메모가 아닐까 걱정한다면, 이 책이 당신의 복잡하고 두터운 ‘사사로움’의 힘을 조명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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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시대의 고전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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록산 게이의 『나쁜 페미니스트』에 필적하는 올해의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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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그리고 미국의 영혼을 낱낱이 보여준다. 고통스러울 정도로 정직하면서도 긍정과 확신으로 빛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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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부 한가운데를 강타당한 느낌인 동시에 간결하면서 함축적이고, 유머가 넘친다. 이 책은 독자들에게 ‘인종차별 개론’을 벗어나 더 깊은 논의를 해보자고 도전장을 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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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적인 이야기와 정치적인 주제가 그물망처럼 엮여 있으며 타협을 허용하지 않는 저자의 태도 덕분에 글들이 꿈틀거리며 살아 움직인다.
책 속으로
● 본문 인용
내 전화번호를 묻기 직전에 그 남자가 말했다. “머리칼도 두툼하고, 코도 두툼하고, 입술도 두툼하고, 전체적으로 두툼하구먼.”
요령 없이 내뱉은 발언이긴 하지만 사실이었다. 한쪽으로 너무 치우친 나머지 다른 한쪽이 비는 것은 내 인생에서 늘 반복되어온 패턴이다. 수많은 젊은 여성이 그러하듯 나도 쭈그러져 있어야 했다. 그래야 소년들이 어깨를 쭉 펴며 우쭐거리고, 백인 소녀들이 한껏 빛날 수 있으니까. 내가 몸을 움츠려서 작아지려 하지 않는 것을, 혹은 그렇게 할 수 없다는 것을 알면 사람들은 내가 그것이 잘못이라는 걸 확실히 깨달았는지 확인하곤 했다. (p. 15)
흑인 소녀들과 흑인 여성들은 문제 그 자체다. 그것은 문제를 일으키는 것과는 다르다. 우리는 해결해야 할 사회문제고, 균형을 맞춰야 할 경제문제고, 극복해야 할 감정적 짐이다. 우리는 일을 한다. 흑인 소녀들과 흑인 여성들이 일을 한다는 사실은 주님도 아신다. 우리는 돈 받고 일하기 전부터 일을 시작한다. 그러다가 돈 받는 일을 시작하고, 대부분은 계속 일을 하고, 일을 그만두지 못한다. 우리는 교회가 재정적으로 살아남을 수 있게 하기 위해, 흑인 대학이 문을 닫지 않도록 하기 위해, 흑인 가정이 파괴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흑인문제를 다루는 정치활동이 무시당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흑인 남녀가 목숨을 잃지 않도록 하기 위해 일을 한다. 그렇게 일을 하면서 가끔 우리는 잘못된 방향으로 일을 하기도 한다. 그게 바로 나였다. 나는 잘못된 방향으로 일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흑인 여성으로서 문제가 되고 싶지 않았던 내가.
(pp. 19-20)
여성들이 법적, 정치적, 경제적 도전 없이 주장할 수 있는 자산은 아름다움뿐이다. 여성에게 용인된 합법적인 자본으로 아름다움이 유일한 세상에서, 흑인 여성들은 우리의 가치를 재규정하는 반대 담론을 쓰기 위해 열심히 노력해왔다. 앞 문장에서 “법적, 정치적, 경제적 도전 없이”라는 부분에 주목하기 바란다. 아름다움은 바람직한 자본이 아니다. 아름다움은 한 성별에 대한 억압을 더 복잡하게 만든다. 아름다움은 여성이라는 정체성을 가진 사람들의 의지에 반하여 그들을 제약한다. 아름다움은 돈이 들어가고 돈이 있어야 한다. 아름다움은 식민지화하고, 상처를 주고, 고통스럽고, 절대 만족을 모른다. 그것은 인류가 융성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모든 자본과 마찬가지로 아름다움도 사회 속에서만 가치를 갖는다. (pp. 71)
내가 스스로를 매력이 없다거나 못생겼다고 하는 것은 나에 대한 지배문화의 평가를 내면화했기 때문이 아니다. 그 지배문화가 내게 저지른 짓을 서술하려는 것뿐이다. 그리고 그런 짓을 누가 했는지를 밝히려는 것이다.
내가 그렇게 함으로써 사람들에게 충격을 줬다면 기쁜 일이다. 그 사람들 중에는 내가 얼마나 아름다운지 열정적으로 변호하는 글을 보낸 다수의 백인 여성들도 포함되어 있다. 그들은 내게 자신들이 신봉해 마지않는 말도 안 되는 신자유주의적 ‘셀프 헬프’를 권하면서, 아름다움은 노력으로 획득할 수 있고 개인의 특성을 존중하는 개념이라고 믿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렇지 않으면 자신들이 취약해지기 때문이다. (pp. 75-76)
수많은 흑인 여성들이 이미 알고 있던 사실을 나는 죽은 아기를 안고 병원 복도 끝에 앉아서야 깨달았다. 자본 네트워크는, 그것이 정부기관이든 사회조직이든 간에, 한 개인이 가장 낮은 지위의 특징을 갖고 있다고 추정될 때 가장 효율적으로 작동한다. 그리고 일단 그런 추정이 시작되고 나면 우리는 목숨이 걸린 일이라 하더라도 충분히 유능한 사람으로 인정받을 수 없다. 흑인 페미니즘은 바로 이런 방식으로 미래를 알게 됐다. (p. 115)
흑인의 규범이 있는 것은 백인의 규범이 있기 때문이고, 백인의 규범이 있는 것은 흑인의 규범이 있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들은 오바마 같은 사람들은 양쪽을 동시에 경험하기 때문에 양쪽 문화에 대한 특별한 통찰을 가지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그리고 그런 통찰은 공감을 낳는다. 바로 그런 공감 덕분에 오바마는 자기 아내와 딸들이 원숭이로 묘사된 수많은 그림들을 지켜보거나, 백인들이 흑인들의 사회경제적 이득을 그토록 오랫동안 억압해온 것을 인종차별적이라기보다는 그저 인종적이라고 볼 수 있는지도 모르겠다. (p. 135)
가난하지 않다는 사회적 위상을 바꿔보면 가난하지 않기 때문에 알고 있었던 모든 것이 변화한다. 그 누구도 실제로 가난해지기 전까지는 가난해졌을 때 어떻게 행동할지 알 수가 없다. 가끔 돈이 없거나, 예전에는 가난하지 않았다가 가난해졌다거나 하는 것이 아니라 애초에 가난하게 태어나서 이후로도 계속 가난하게 살 것이 확실한 사람들, 관료와 문지기와 좋은 의도에서 누가 품위 있고 점잖은 사람인지 판단하는 사람들로부터 타고나기를 가난한 사람이라고 취급받는 그런 가난 말이다. 그런 처지에 처해지기 전에는 사회적 지위를 상징하는 물건을 소유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사실을 직관적으로 알아차린 사람의 입장을 이해할 수 없다. 그들에게는 그것을 사지 않을 수 있는 여유가 없다. (pp. 191-192)
여성은 자신이 성폭력을 당했다는 사실을 증명할 때 수많은 ‘만약’에 대해 답해야 한다. 대부분의 여성이 그 많은 ‘만약’의 질문에 걸려 넘어지기 일쑤지만 특히 흑인 여성들에게 그 질문은 마치 처음부터 그녀들의 발을 걸어 넘어뜨리기 위해 고안된 것이라도 되는 양 그 앞에서 전멸하고 만다. 멍을 식별하지 못하는 카메라, 멍을 멍이라 부르지 못하는 규정과 마찬가지로 ‘만약’도 사건에 연루된 여성이 결백할 가능성이 있을 때에야 그나마 겨우 작동을 한다. 그리고 흑인 여성들에게는 그런 기회가 거의 주어지지 않고, 흑인 소녀들은 동년배의 비흑인 소녀들에 비해 그런 구조적 취약함에 훨씬 더 어린 나이부터 노출되고 만다. (pp. 210-211)
나는 이 세상 어디에선가 업무라는 것의 일부로 평범하고 따분한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자유를 누리는 흑인 여성이 한 명이라도 존재하기를 바랐다. 나는 그녀가 돈도 잘 벌고, 보호를 받으며, 실패할 자유를 누리기를 바랐다. 나는 내가 쓰는 머리빗과 같은 머리빗을 쓰고, 내가 다니는 길과 같은 길을 다니는 여성이, 누가 무슨 말을 해도 중요하게 받아들여지는 매체에서 원하는 바를 아무것이든 말할 수 있기를 바랐다. (p. 231)
출판사 서평
● 흑인 소녀가 흑인 여성 학자로 성장하기까지 걸어온 지적 여정
『시크』에 담긴 여덟 편의 글에는 한 흑인 소녀가 생각하는 일로 먹고사는 흑인 여성으로 성하기까지 걸어온 지적 여정이 새겨져 있다. 당연하게도 그 글들은 미국에 사는 흑인 여성들의 삶을 비춤으로써 인종문제를 둘러싸고 파생되는 현상들의 겹겹의 의미를 파헤친다. 아름다움의 판별은 어디까지나 기존의 사회적 질서를 재생산하는 취향을 기준으로 삼는다는 것(「아름다움의 이름으로」), 전 세계적 불평등이 고조된 지금의 상황에서 무능하다는 이미지를 지닌 대상으로 이용되는 흑인 여성들(「유능함에 목숨 거는」), ‘화이트니스’가 공고하면서도 탄력적으로 작용하기 위해 존재하는 ‘블랙니스’(「너의 화이트를 알라」), ‘합법적인 흑인’을 판별하기 위한 갈등은 자원과 기호의 희소성 때문에 심화된다는 사실(「흑인의 시대는 끝났다」), 흑인 여성들이 처한 극심한 교차성(「중절된 소녀 시절」) 등을 확인하면서 우리는 우리가 모르는 줄도 몰랐던 여러 현상에 대한 치밀하고 신랄한 분석을 마주하게 될 것이다.
● 저돌적인 ‘사적 에세이’의 힘
코텀의 글쓰기는 적당한 거리를 둠으로써 객관성을 확보하는 방식이 아니라 자신의 가장 사적인 경험을 재료로 해서 사회적 고찰을 향해 나아가는 저돌성에 특징이 있다. 코텀은 먼저 이 책에 실린 글들은 많은 사람들이 두려워하고 꺼리는 ‘일인칭 시점 에세이’라는 점, 그리고 현대사회에서 이 장르의 글들은 약탈적 미디어들이 글에 광고를 붙여 돈을 벌기 위한 ‘낚싯밥’으로 악용되곤 했던 점을 짚는다. 그러나 “사적인 에세이가 문화적으로 저급한 취향으로 치부되고 있지만 사실은 이 장르의 수많은 글들이 본질적으로 경제적이고 사회적인 문제들을 다루고 있다”는 점 또한 분명히 한다. 소수자들에게는 사적인 에세이가 실제 경험을 토대로 창의적인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유일한 통로라는 것이다.
우리는 대중의 의견을 변화시킬 수 없다는 사실을 일찌감치 깨달았고, 언제나 그 사실을 잊지 않고 있다. 공적인 발언에 도덕적 권위가 생기기 위해서는 청중이 필요하지만, 그 청중에 대한 접근을 허용하는 이들의 마음 또한 변화시킬 수 없다는 사실도 알고 있다. 우리는 세상을 고칠 수 없지만, 우리 발은 고칠 수 있다. 그래서 흑인 여성 작가들은 자신의 발을 고쳐왔다. 우리는 정치분석, 경제정책, 사회운동 이론, 성소수자 이데올로기 등에 관한 글을 쓰면서 사적인 에세이 장르의 요구에 맞춰 자신의 삶을 피처럼 짜내서 스며들게 했다. (pp. 32-33)
코텀은 ‘일인칭 시점 에세이’의 계보를 따르되 경험과 서술을 아우른 중층 기술(thick description)을 신중하게 펼치고자 한다. 자신의 자아와 역사와 정체성의 일부를 공유함으로써 강한 환기력을 만들어내고자 한다. 동시에 이 이야기들이 환기력에서 그치지 않고 힘 있는 자들을 향한 문제 제기로 발전하기를 바라며 다양한 이론과 데이터를 풍부하게 담았다.
코텀은 임신 중 하혈과 함께 엄청난 통증을 호소하며 병원에 갔는데도 결국은 유산에 이르게 된 과정(흑인이기 때문에), 사춘기 소녀였을 때 처음으로 사회가 인정하는 미의 기준에 자신은 영영 포함될 가망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의 감정과 같은 자신의 가장 솔직한 이야기부터 오바마를 대통령으로 만든 나라가 어떻게 트럼프를 백악관으로 보낼 수 있는지, 왜 미국의 저소득층 흑인들이 ‘저렴하지만 단정한 옷차림’이 아니라 때로 과시적 소비를 할 수밖에 없는지, 백인 우월주의에 기초한 미적 기준이 어떻게 비백인 여성뿐 아니라 백인 여성들까지 옥죌 수밖에 없는지를 조금도 에두르지 않고 짚어나간다. 우리는 그의 분석과 통찰에 힘입어 지금의 시스템 속에서는 그런 일이 필연적으로 벌어질 수밖에 없음을 깨달으며, 동시에 우리 사회에 편재하는 다양한 소수성의 모습을 통렬하게 확인하게 된다.
● 각성된 사회적 약자의 글쓰기
코텀은 글을 쓰는 것은 자신의 “발을 고치는 행위”라고 말한다. 실제로 코텀은 선천적 기형 때문에 평생 자신의 발을 고치며 살아왔다. 한번도 정상적으로 걸어본 적은 없지만 비뚤게 걷지도 않았다는 그는 끊임없이 발을 고치는 일은 골반이 죽도록 아픈 일이지만 멈출 수 없었다고 말한다. 그것을 그만둔다는 것은 자신이 누구인지를 잊고, 세상과 상호작용을 하는 것을 멈추는 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현실에 너무도 단단히 묶여 있어서 그곳을 떠날 수 없다고 말하는 그의 글은 가난한 흑인 가정 출신이었지만 이제는 흑인 엘리트 계층으로 진입한 자신의 사회적 지위에 의문을 던지는 것에서 시작한다. 가령, ‘왜 우리 할머니가 아니고 나일까?’, ‘왜 그때가 아니고 지금일까?’, ‘왜 다른 미국이 아니라 이런 미국일까?’ 더 단순하게 말하자면, ‘현재 나의 사회적 지위는 우리 사회에 대해 무엇을 말해주는가?’
책 속에서 코텀은 한결같이 용감하고 대담한 얼굴을 하고 있지만 그녀가 그런 용감함을 갖추기까지 할머니 대에서부터 이어져 내려온 “끊임없이 내 발을 고치는” 노력들을 했으리라는 생각을 떠올리지 않을 수가 없다.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거나 오해받을 수 있는 위험에 상시적으로 노출되면서 무수히 단련해온 순간들이 명민한 사고력과 만나 폭발하는 장면은 아름답고 또 아프다. 그리고 백인 우월주의와 남성 가부장제를 기준 삼아 줄을 쭉 세워둔 어디엔가 서 있는 우리 자신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게 한다. 그리고 마침내 우리는 우리가 서 있는 그 자리가 부당하다는 것을, 그 줄을 만든 기준이 부당하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기본정보
ISBN | 9791186602607 | ||
---|---|---|---|
발행(출시)일자 | 2021년 01월 25일 | ||
쪽수 | 272쪽 | ||
크기 |
127 * 203
* 21
mm
/ 341 g
|
||
총권수 | 1권 | ||
원서(번역서)명/저자명 | Thick/Cottom, Tressie Mcmilla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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