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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이 책의 총서 (250)
작가정보
저자(글) 박정구
전남 신안에서 태어나 1995년 《문학과의식》으로 등단했다. 시집 『떠도는 섬』 『섬 같은 산이 되어』 『아내의 섬』, 산문집 『설악에서 한라까지』 『백두가 한라에게』 『푸성귀 발전소』 등이 있다. 〈한하운문학상〉 본상, 〈경기문학상〉 본상을 수상했으며, 현재 한국문인협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사)고양예총 회장, 원당신협 이사장, 고양문화재단 대표이사를 역임했다.
작가의 말
몇 번의 여름이 가고
그해 가을, 어머니는
아버지가 부르신다며 홀연히
단풍나무 숲으로 떠났다.
더는 미련 가질 여유조차 없이
고향까지 팔았다.
홀가분했다.
이제부터
미치도록 그리워지는 것까지
참고 견디는 일만 남았다.
2021년 5월
박정구
목차
- 제1부
내 마음의 첫ㆍ 13
한 생이 젖은 풀잎처럼 눕혀질 때ㆍ 14
분리수거 ㆍ 16
빈말 ㆍ 17
나도 이름 병ㆍ 18
공존 ㆍ 20
궁합 ㆍ 21
버림이라는 것ㆍ 22
비설거지 ㆍ 24
시래기 ㆍ 25
주인 없는 방ㆍ 26
만년필 ㆍ 28
밑창 ㆍ 30
파종 ㆍ 31
羊의 마감ㆍ 32
혼자 먹는 밥상ㆍ 34
제2부
장ㆍ 37
새해 수첩ㆍ 38
날궂이 ㆍ 40
따뜻한 등ㆍ 41
치열함에 대하여ㆍ 42
민들레의 지혜ㆍ 44
벼꽃 ㆍ 45
여뀌바늘 ㆍ 46
저수지에 빠진 달ㆍ 48
사랑니 ㆍ 49
그런 사람이 그립다ㆍ 50
뒤를 돌아보니ㆍ 52
말나리꽃 ㆍ 54
칡넝쿨 ㆍ 55
골목길 이발관ㆍ 56
옥잠화 ㆍ 58
제3부
빚ㆍ 61
아비의 손ㆍ 62
손가락을 꼽았다ㆍ 64
귀뚜라미 ㆍ 65
누군가 고향을 서리해 갔다ㆍ 66
아련한 꽃ㆍ 68
망초꽃 ㆍ 69
짚신나물 ㆍ 70
호상(好喪) ㆍ 72
눈물 ㆍ 73
땅 따먹기ㆍ 74
매미 ㆍ 76
누이에게 ㆍ 77
부자(父子) ㆍ 78
지는 꽃이 피는 꽃만 하랴ㆍ 80
제4부
소리로 걷는 야간 산행ㆍ 83
보조라는 말ㆍ 84
참당귀꽃 ㆍ 86
하눌타리 ㆍ 87
쥐똥나무 ㆍ 88
소록도 ㆍ 90
흔들리는 날ㆍ 91
걸림돌 ㆍ 92
풍선덩굴 ㆍ 94
을왕리 ㆍ 95
다순구미 마을ㆍ 96
겨울 바다ㆍ 98
지장산 계곡에서ㆍ 99
너를 기다리며ㆍ 100
옛사랑 ㆍ 101
빙어 ㆍ 102
해설
오민석(시인·단국대 교수) ㆍ 103
책 속으로
첫,
발음만 들어도 가슴이 울렁거린다
첫사랑 때문일까
첫 상견례 때문일까
아니면 시집가는 딸아이 손을 잡고
첫발을 떼던 순간이 떠올랐기 때문일까
첫 직장 첫 만남 첫 다짐……
맏이로 태어난 내게 첫, 이라는 의미는
끝의 반대가 아니라
시작과 연속이라는 중압감이었지만
첫, 이라는 격음 속에는
물오른 수컷의 향기가 나서 좋고
별리(別離)의 슬픔이 있어서 좋다
그래서 첫, 이라는 말에는 늘 설렘이 있고
떨림이 있다
- 「내 마음의 첫」 전문
슬픔은 슬픔이 아니다
나비가 주인을 버리고 떠난 날
골목길 전봇대 밑에 주저앉아 막소주를 마신다
어디선가 나를 쏘아보는 눈빛에 뒤돌아본다
번쩍거리는 것은 주인이 버린 나비
흔들리는 것은 주인을 버린 나비
나비가 주인을 버리고
주인이 나비를 버리고
깃에 걸린 버림을 털어버리는 것
서로가 서로를 찾는 것
버림이라는 어휘 속엔
또 다른 만남을 기약하는 바람이 들어 있다
주인이 나비를 버리고 떠날 때보다
나비가 주인을 버리고 떠났을 때 더 큰 자유를 본다
버림이라는 말 속에는
슬픔보다 더 독한 그리움이 남아 있다
- 「버림이라는 것」 전문
깊은 산속 외딴집처럼
딸이 쓰던 방이 외롭고 쓸쓸합니다
결혼하고 떠난 빈방이 저 홀로 제 방을 지킵니다
간혹 친정에 와서 제 어미와 보내는 하룻밤,
도란도란 말소리가 흐르는 개울물 같습니다
이젠 그마저도 편치 않나 봅니다
제 남편 기다린다고 손님처럼 머물다 갑니다
제 방이 더 섭섭해 합니다
주인을 맞이하고 보내고 이젠 익숙해진 둘 사이입니다
늦은 밤 돌아와서 딸의 방문을 열면
모두가 그대로입니다
딸이 가지고 있던 향기
스탠드가 서 있는 책상 위 연필과 책들
피아노 위에는 베토벤의 〈운명〉 악보가 놓여 있고
방 안 가득 우쿨렐레 소리
화장대 위에는 립스틱 마스카라 에어쿠션과
쓰다 남은 화장품들이 방금 썼던 것처럼 이마를 맞대고 있습니다
아직 귀가하지 않는 것처럼 잠옷이 걸려 있고
벽에 걸린 가족사진 속에는 젊은 엄마 아빠도 있습니다
침대 위 이불 속에 손을 밀어 넣습니다
아직도 온기가 남아 있습니다
제 방이 두 개, 아빠보다 부자인 딸입니다
토라진 날이면 간혹 아내가 빌려 쓰기도 합니다
오늘은 제가 그리움을 빌려야겠습니다
시계 초침 소리가 너무 커서 어둠은 스스로 깨지고
나는 이 밤을 그냥 지새우기로 합니다
모두가 평온한 밤이지만
외로운 방만 저 홀로 어두워집니다
- 「주인 없는 방」 전문
혼자 밥상을 차립니다. 매일 아침 아내가 차려주던 밥상, 늘 혼자 먹는 밥상이었지만 그저 혼자가 아닌 것처럼 먹습니다. 내가 먹을 아침상을 차리면서 냉장고를 열어보면 쪼개놓은 수박처럼 아내만의 비밀 같은 보물들, 통 속에 무엇이 들어 있는 줄도 모르면서 주섬주섬 눈에 익은 반찬통 몇 개 꺼내놓습니다. 뚜껑을 여는 사이 전자레인지 안에서는 찬밥이 데워지고 가스레인지 위에서는 그동안 아내가 못다 했던 잔소리들이 부글부글 끓습니다. ‘텅 빈 집에서 혼자 아침밥을 먹는다’ 이국(異國)의 아내에게 카톡을 보내면 ‘저는 늘 텅 빈 집에서 그렇게 혼자 먹었어요’ 또 잔소리가 카톡을 타고 울려옵니다.
- 「혼자 먹는 밥상」 전문
장은 뒤끝이 달달해야 한다
햇빛과 바람, 시간과 정성으로 우려낸
고향집 어머니 장맛처럼
투박한 항아리 속에서 푹 삭혀서
제 멋대로 농익은 그런 맛이어야 한다
간장 된장 고추장 쓰임새는 달라도
제 이름값 단단히 해내야 특별한 장이다
넘치면 짜고 모자라면 싱거운 그런 장이 아니라
처음 입맛 배신하지 않고
깊은 맛을 내야 한다
사람 사는 세상 이치도 이와 같아서
사람을 거느린 장도 그래야 한다
아무리 작은 단체의 장이라도
제 몸을 낮추고 끌어안아야 풍미가 있다
숙성될수록 깊어져서 감칠맛을 내는 것처럼
장은 속이 깊어야 한다
하찮은 미물까지도 장은 그래야 한다
- 「장」 전문
표지 겉면에
보일락 말락 작게 새겨진 이름
내가 부르기에는 낯선 이름
누군가 불러주어 매일 듣는 이름 석 자,
그럼에도 이름 새겨진 수첩을 받고
생소함에 한참을 들여다본다
누군가 내 이름을 기억해주듯이
내가 기억해야 할 무수한 이름들을 떠올려본다
주머니 속 알사탕을 만지작거리며
하나씩 꺼내본 이름들
손가락을 꼽았다 펴본다
열 손가락 속에는 꼭 당신이 있다고
그래서 오래오래 기억하고 있다고
어딘가에 이름을 새긴다는 것은
누군가의 기억 속에 남아 있다는 것
열 손가락 밖의 당신도
오늘만큼은 내 안에 있다
- 「새해 수첩」 전문
출판사 서평
해설 엿보기
이 시집의 최종 원고를 열면서 나는 먼저 ‘시인의 말’에 주목했다. 시인의 아버지가 세상을 뜬 후, “몇 번의 여름이 가고” 시인의 어머니도 “단풍나무 숲으로 떠났다.” “미련 가질 여유조차 없이” 시인은 “고향까지 팔았다.”고 고백한다. 그리고 “이제부터/미치도록 그리워지는 것까지 참고 견디는 일만 남았다.”는 그의 전언을 읽으며, 나는 견딜 수 없는 것을 견디며 살아야 하는 피조물의 운명에 대해 다시 궁구한다. 삶은 수많은 배리(背理)의 연속이고, ‘배리’란, 말도 안 되는 것, 용납하기 어려운 모순을 의미하므로, 그것을 견딘다는 것은 단지 힘든 일일 뿐만 아니라, 어쩌면 깊은 비극을 참는 일이다. 그것은 인간의 삶에 피할 수 없이 사선(射線)으로 내리쳐진 운명의 칼자국을 늘 대면하는 일과 같은 것이다. 그것은 스스로 생을 포기하지 않는 한, 모든 존재가 겪어야 할 길이라는 점에서는 보편적 현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것을 겪는 모든 개체의 삶을 녹록하다고 말할 수는 없다.
존재를 존재‘론’ 상의 추상적인 존재가 아니라 (세계?내?존재로서의) 현존재(Dasein)로 만들어주는 것은 바로 ‘시간’이다. 하이데거의 말대로 “시간은 모든 존재 이해와 모든 존재 의미의 지평”이다. 존재를 시간성으로 이해할 때, 우리는 비로소 삶?마음 씀(Sorge)?죽음의 장엄한 파노라마 안에서 존재를 보게 된다. 그러므로 이별 혹은 죽음 같은 것은 오로지 시간의 방정식이 존재에 적용될 때에만 발생한다. ‘시인의 말’에서 이미 짐작할 수 있지만, 이 시집에서 박정구 시인의 서사를 가동시키는 것은, 주로 할머니, 어머니, 아버지와의 사별, 그리고 그것을 에워싼, 사라져서 그리운 것들에 대한 추억이다. 사별이 견디기 힘든 이유는, 그것이 영원히 돌이킬 수 없는 ‘사건’이기 때문이다. 박정구 시인은 이 복구 불가능한 사건을 중심으로 사라진 것들의 다양한 스펨트럼을 그려낸다. 그 그림에는 그리움의 정동(情動)이 수묵화처럼 번져 있다. 박정구 시인에게 있어서 사라진 과거가 중요한 것은 그것이 현재의 시인을 끌고 가기 때문이다. 하이데거의 말대로 “현존재 자신의 과거는 현존재의 뒤에 따라다니는 것이 아니라 언제나 현존재에 선행한다.” 사라진 과거는 부재하는 것이 아니라, 그리움의 정념으로 존재 앞에서 존재를 이끈다.
자작나무 숲에 어머니를 눕히고 돌아서는데 노을이 옷깃을 잡아당긴다
고개를 돌리자
틀니 사이에 잘 익은 석류 알 같은 미소보다 이슬방울이 먼저 툭, 떨어지고 있다
- 「눈물」 전문
“눈물”은 피조물인 존재가 감당할 수 없거나 견딜 수 없는 순간에 흘리는 슬픈 기표이다. 이 눈물 앞에서 그 누구도 생물학적 노화와 그로 인한 죽음을 ‘자연스러운’ 일이라 말할 수 없다. 과학이 존재를 규정하지 않는다. 사랑?주체(lovesubject)는 생물학적 죽음조차도 ‘부조리(the absurd)’로 읽는다. “노을이 옷깃을” 잡아당겨 “고개를 돌”리는 것은 생물학적 죽음을 인정할 수 없는 사랑?주체의 안타까운 몸짓이다. 화자는 “틀니 사이에 잘 익은 석류 알 같은 미소”를 잊지 못한다. 생물학적 죽음과 그것을 인정할 수 없는 화자의 정념 사이의 모순을 감당해야 하는 자는 오로지 화자밖에 없다. 냉정한 우주는 생물학의 기계를 차가운 손으로 계속 돌릴 뿐이다. 화자가 할 수 있는 일은, 이 “미치도록 그리운 것”을 “참고 견디는 일”(‘시인의 말’)밖에 없다.
-오민석(시인·단국대 교수)
시인의 산문
신안군 도초면 이곡리, 빚보증으로 차압 들어오던 날 할머니와 어머니는 땅바닥에 주저앉아 통곡을 했다. 아버지가 소싯적에 심었다는 통싯간 귀퉁이 배롱나무도 한여름 무섭게 꽃을 피웠다.
아버지가 폐암 말기 판정을 받던 칠월, 거센 풍랑을 만난 조각배처럼 섬과 뭍을 오갔다. 행여 빚진 것 있나 생각해보세요, 줄 것도 받을 것도 없다던 아버지는 백 일을 넘기지 못하고 배롱나무 꽃 한 섬을 지고 홀연히 세상을 떠났다.
연천군 미산면 우정리, 아버지 만나러 간다. 아버지 무덤 앞에 쪼그리고 앉아 바다 건너 고향 집을 생각한다. 하루에 한 번씩 찾아와서 머물다 가는 산 그림자, 오늘도 텅 빈 고향 집에 들렀겠다. 저 홀로 지키고 있는 배롱나무 가지에도 붉은 그리움 그렁그렁 맺혔겠다.
기본정보
ISBN | 9791158965136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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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출시)일자 | 2021년 05월 08일 | ||
쪽수 | 120쪽 | ||
크기 |
126 * 204
* 12
mm
/ 170 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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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권수 | 1권 | ||
시리즈명 |
시인동네 시인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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