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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점점 모르는 사이가 되어가고

송영희 시집
시인동네 시인선 109
송영희 저자(글)
시인동네 · 2019년 06월 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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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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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태어나 1968년 《여원》 신인문학상을 수상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한 송영희 시인의 신작 시집.

눈앞의 거리에서 ‘감응(感應)’을 요청하는 진실한 신호로 언어를 써내려 온 송영희 시인의 이번 신작 시집 『우리는 점점 모르는 사이가 되어가고』는 담담한 어조로 우리에게 ‘이후’를 내미는 현재에 대해 이야기한다. 종교적인 차원을 떠나 ‘기도’하는 사람의 심정, 마음, 자세 같은 것을 헤아려볼 수 있는 시인의 애틋함은 “애절하지 않은 목숨 어딘들 없을까”(「꽃의 제단」) 하고 묻는 담담하고 차분한 언어로 단단하게 아로새겨져 있다. 그 침착함을 읽어나가다 보면 우리가 응답하지 못한 질문들을 마주할 수 있게 된다.

해설을 쓴 백인덕 시인은 “이번 시집을 공감하는 자세로 읽는다는 것은 결국 슬픔에 기초한 언어들의 음영(陰影)과 자취, 나아가 명멸(明滅)을 아파하는 것이겠지만, 뒤집어 생각하면 시인의 ‘기도’의 절실함을 통해 우리가 ‘이후’를 다시 생각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는 것이기도 하다”는 이야기를 한다. 즉, 기쁜 슬픔이 되도록 만들어야 할 책무를 수락하는 것일 수도 있다.

시인은 그동안 일상을 구성하면서 동시에 그 의미와 가치인 것처럼 자신을 에워싸는 사물과 사건들을 향해 침묵을 깨뜨리는 방식으로 기도를, 침묵을 떠오르게 하는 다른 방식으로 시작을 되던져 왔다. 시인의 언어와 이미지에 포개어지는 우리의 현재는 언젠가 누군가의 기도이지 않았을까. 그럼에도 우리에게 아직 ‘이후’가 있다는 사실은, 송영희 시인이 시로 어두운 가림막을 묵묵하게 거둬온 흔적이자 지금 당장 기대해볼 수 있는 작은 미래이기도 하다.

이 책의 총서 (245)

작가정보

저자(글) 송영희

서울에서 태어나 1968년 《여원》 신인문학상을 수상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으로 『마당에서 울다』 『그대 요나에게』 『불꽃 속의 바늘』 『나무들의 방언』 등이 있으며 《시문학》 우수작품상을 수상한 바 있다.

작가의 말

멀고 깊어서 차마 부르지 못했던
영영 보내려 했던
그날의 빗줄기들과 침묵들이여.

오래 기다렸으니
이제 꽃 보러 가자.

2019년 5월
송영희

목차

  • 시인의 말

    제1부
    연인들 13 지나가고 있다고 쓴다 14 내가 머물고 싶은 16 간절해지는 것들 18 그 여름 20 놓치다 22 게르에 들다 24 달의 신전 26 아직도 한 스푼을 노래하네 28
    꽃피는 세상 29 섬 30 혼자 전차를 타고 가네 32 낙관(落款) 34 관계 36

    제2부
    우리 풀이었을까 39 꽃 진 뒤에도 나는 40 봄비 42 분수광장 44 거미의 집 46 사월의 정거장 48 거기, 그 깊은 50 꽃의 제단 52 응시 54 숭배에 대하여 56 우리는 이후에 닿았다 58 목련, 그날 60 우리 살아있다면 62 너는 언제 피었니 64

    제3부
    오랜 슬픔에서 벗어난 사람이 좋아지는 저녁처럼 67 그만, 저녁 먹자 68 미명(未明) 70 상사별곡 72 상사별곡 2 74 물 항아리 76 오동꽃 78 겨울 모차르트 79 코스모스 밭에서 80 폭염이라는 이름 82 포옹 84 그 가을 86 월이 언니 88 부추론 90

    제4부
    강원行 93 그곳을 누란(樓欄)이라고 불렀다 94 밤의 해변에서 96 달의 신전 2 98
    생일 99 별빛 네일 100 혼자 읽는 창밖 102 갈꽃 104 에어컨처럼 106 비의 잔 108 비요일의 하루 110 그 겨울 112 오래된 산책 114

    해설 기도(企圖)하는 힘과‘이후’의 기도(祈禱) 115
    백인덕(시인)

책 속으로

언제 나 그렇게 단단해졌나
혼자 밥을 먹고 혼자 길을 건너고
혼자 잠에 드는 일
그동안 쓰러질 그 한 곳을 찾지 못해
헤매던 세상을
이제는 버스를 기다리며
달려오는 불빛에 쓴다
목에 두른 털목도리를 여미며 쓴다

오늘이
지나가고 있다고
거짓말처럼 지나가고 있다고
―「지나가고 있다고 쓴다」 부분

멀리서 이별이 번개처럼 달려와도
저편 세상인 듯 아물아물 어제가 잊혀가도

마지막 내가 머물고 싶은, 지상에 딱 한 곳
토스카 폴리아 붉은 마을

아프지 않고 늙어갈 수 있겠다

―「내가 머물고 싶은」 중에서
물 한 방울로 태어나
냇물로 스며들어
이윽고 물길이 되고 강물이 되어
바다에 이르는 이곳

지극이라는 방이 이렇게 따뜻할 줄은
아늑한 공간일 줄은
밖이 환히 보이는 창 하나 있을 줄은

참 오래오래 사람이었던 당신

―「섬」 중에서

여름 내 저 뭉게구름들은 내 안에 있었건만, 그 몸을 살다 간 황홀한 낱말들, 다정한 동사들, 밤이면 달빛으로 축축해지던, 그 시절 초원에서 우린 정말 풀이었을까
―「우리 풀이었을까」 중에서

살기 위해
이제 난 누구에게든 날아갈 수 있어
그래서 난 쉬지 않고 두근거리는 리듬이 있지
잠깐 스위치를 끄고 내 삶을 엿보는

여름 내 마침표를 누르지 못하는
도시의 에어컨들, 심장들.
―「에어컨처럼」 중에서

기본정보

상품정보 테이블로 ISBN, 발행(출시)일자 , 쪽수, 크기, 총권수, 시리즈명을(를) 나타낸 표입니다.
ISBN 9791158964245
발행(출시)일자 2019년 06월 10일
쪽수 132쪽
크기
126 * 204 * 12 mm / 194 g
총권수 1권
시리즈명
시인동네 시인선

Klover 리뷰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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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점 중 10점

올해의 기쁨중 하나는, 유월에 만난 송영희 시인님의 시집,
" 우리는 점점 모르는 사이가 되어가고" 를  만난 일이다.

얼마나 많은 인고의 고통으로,  하나의 시집을 출판했을까?
시를 모르는 문외한도,  시집 제목부터 긍정의 끌림과, 세련되고,
깔끔한 겉표지에,  빨리 읽고 싶은 욕구가 꿈틀거린다.

시인의 영혼들은 얼마나 아름다운지, 시시때대로,  꽃으로,
빗소리로, 바다로, 한낮의 뜨거운 열정으로 불타오른다.

시를 읽다보면, 부러운 생각이 든다.
나는,  어떤 모습으로 표현될까?
하얗고,  하얀 한마리 새가 되어 날아오르고 싶다.
시를 읽다보면, 새가 되고픈 충동이 생긴다.
시어에 붙어서 날고 싶다.

꽃피는  세상
사월의ϻ한가운데로 번지는, 이제 막 만개한 꽃잎들을
무어라 부를까
그들은 한없이 고요하고 순결하여
부활절 아침을 만난 듯
오랫만에 동네 아파트 꽃길을 돌며
병중에 있는 몇 분들을 생각한다

"눈 뜨면 먼저 꽃이 보고 싶어,  저 꽃 내년에도 볼 수 있을까? "
그래서 요샌 종일 창가에만 앉아 있다는 그 간절한 마음을
한 분 한분 이름들을 부르며 꽃나무들에게 전해준다

이제 며칠 후면 저 꽃잎들이 지리라
이렇게 꽃피는 또 다른 세상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꽃피는 세상에 살고있음에 감사하며, 꽃을 좋아하던
엄마가 생각난다.
병상에서, 의식은 없어도 꽃이 보고 싶으셨을까?
백합을 좋아하던 엄마는, 꽃피는 또 다른세상에서
행복하셨으면 좋겠다.
시 한구절에 엄마생각 한가득이다.


미명 ( 未明 )
걱정하지 말아요.
슬퍼하지 말아요,
이슬비 내리는,
기도를 들어주는,
한편의 시( 詩 )로 변화하는,
미명이 있어요.
                                 - 미명중에서 한부분-

나의 시간, 나의 미명의 시간은 어디로 갔는지.....
새벽녁, 두손 모아 주님을 만난날은 있었는지?
시인의 언어는, 주님을 향한 고백도, 아름답다.


달의 신전2

달의 문장을 따라가며
너의 울음을 읽었다
남아 있는 문장 뒤에는 푸른빛 안개가 자욱했다

달맞이꽃들이 지나가고
끝이 보이지 않는 길들이 나타나고
아이를 낳지 못한 여인들이 걸어가고 있었다

어둠 속에서만 온전히 비쳐지는
달의 중심
달의 그림자 안으로 네가 사라지고

네가 다시 마음을 만나
다시 돌아오기를


이시인은, 언제 나의 울음을 읽으셨을까?
푸른빛 안개 자욱한 길을, 나는 아직도 걷는다.
아이를 낳지 못한 여인들이 걸어가는 길.
울음 꾹꾹, 슬픔 뚝뚝,
다시 돌아오지 않기를.

시집을 읽는다는건, 긴 여행이다.
상상력이 풍부하다고 해도, 시인의 마음을 헤아릴수 없다.
섬세한 촉각의 시어들에, 화들짝 놀라기도 하고,
탁월한 감각의 언어들에,  감동하여 울기도 한다.
그래서,  그여행은 읽으면 읽을수록, 멀고 길어진다.

특히,  송영희 시인님의 시어들은, 조근조근, 사근사근
어느땐,  샤방샤방,  꿀들이 뚝뚝 떨어져, 깊이 빠져든다.
그래서 새로운 시집이 기대되고, 또 기다려진다.
" 우리는 점점 모르는 사이가 되어가고"  를 읽으며,
감사한 마음이 든다.
나는 또  날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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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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