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 좋아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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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쾌한 리듬의 보폭
작가는 “거리를 활보하며 나에게 불필요한 군더더기를 떨쳐 냈다”고 말한다. 밤의 한강을, 노을 지는 오름을, 한낮의 골목길을 산책하는 일은 나만의 보폭으로 잘 살아 보겠다는 매일의 다짐과도 같았다. 두 발로 주문을 외듯 걸어가며 무너진 일상을 회복하고 점차 단단해졌다. 그렇게 나를 찾기 위해 걷는 생활이 일상에 경쾌한 리듬을 가져다주었다. 이 책은 무거운 마음들에게 가벼운 발걸음을 권한다. 사심 없이 걷는 즐거움이 미래의 우리를 한 발짝 더 먼 곳으로 데려다줄 것이다.
이 책의 총서 (9)
작가정보
목차
- Prologue
‘초록으로’ 산책
팔레트 안 초록
목장길 따라
각자의 시간을 걷는 일
평범한 날들
비행기
울지 말고 걸어가
부재
제주에 산다
고요와 숲
강아지 폴
나의 파티오라금
아무도 없는 해변의 발자국
‘밤으로’ 산책
파란 새벽
여름밤 냄새
볕 좋은 오후에 할 일
낙원의 밤
대설
보랏빛 오름
나의 막대기별
밤의 여행자
캠핑과 방풍나물
관계의 선
밤으로 고양이
흐린 날의 거북손 채집
‘시간으로’ 산책
고마운 말에게
숲속 갈림길을 대하는 자세
무채색 취향에 대해 말하자면
오일장을 기다리는 이유
네 발 달린 동네 친구들
낮맥의 기쁨
5센티
계절 같은 것에 취해
고사리
엄마의 리틀 포레스트
다정에 익숙해지는 중
돌고래를 보았다
책 속으로
산책길에서 나는 희미했다가 또렷했다가 비로소 온전해졌다. --- p.6
풀숲에서 말들은 당장이라도 날아오를 것처럼 힘차게 달리고 있었다. 나는 완전히 매료되어 그 장면을 그림으로 옮길 수밖에 없었다. 천천히 오름을 오르자 정상이 가까워질수록 바람이 점차 강하게 불어온다. 바람이 나를 향해 부는 것인지 내가 바람 안으로 점점 더 깊숙이 들어가고 있는 것인지 모르겠다. 내딛는 걸음은 단단하게, 바람을 대하는 자세는 유연하게, 적당한 긴장감을 안고 올라야 한다는 점이 오름 산책의 매력이다. --- p.100
처음 가 보는 도시에서는 그곳의 신호등을 유심히 보는 버릇이 있다. 그래픽의 모양도, 불빛의 색깔도 조금씩 다르다. 초록불이라고 해서 다 같은 초록이 아니다. 신호등에는 그 도시만의 규칙이 담겨 있다. 그 규칙은 다른 듯 비슷해서 오히려 안정감을 주기도 한다. 타국에서 밤을 맞이할 때면 그곳에서만 볼 수 있는 불빛을 수집하겠다는 마음으로 길을 나선다. 그러고는 특별한 목적 없이 걷는다. 온전히 걷는 일에 의미를 두면 마음에 쌓아 둔 모든 것이 잠시 보잘것없어진다. --- p.109
언제든 흙길을 걸을 수 있다는 건 특별한 기쁨이다. 내가 선택한 삶의 모양에서 특별히 좋은 점 중 하나다. 나는 이제 내 앞에 놓인 여러 갈래의 길을 두고 초조해하지 않는다. 스스로 믿기만 한다면 어떤 길도 틀린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이다. 다른 길을 걸었을 나를 멋대로 상상하고 쓸데없이 후회하지 않는다. 나의 길을 내 속도대로 걷는다. 아니다 싶으면 되돌아가도 괜찮다는 것을 안다. --- p.140
초록과 바다를 담고 걸으며 나는 전과 다른 사람이 되었다. 걸으면서 불안은 무뎌졌고 걸으면서 몰랐던 나와 이야기했다. 거리를 활보하며 나에게 불필요한 군더더기를 떨쳐 냈다. 그러다 보니 간절히 바라던 것이 평범한 날들로 찾아오기도 한다. 돌고래를 처음 본 다음 날 산책길에 돌고래를 또 보았다. 그다음 주에도 돌고래를 보았다. 이제는 돌고래를 찾기 위해 애써 바다를 살피지 않는다. 매일매일 그날의 모습을 온전히 마주하고 어제보다 씩씩하게 걸어간다. --- p.191
출판사 서평
빨간 날에는 좋아하는 일을 합니다
‘산책’ 좋아하세요?
여러분에게 빨간 날은 어떤 의미인가요?
카멜북스는 빨간 날을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는 날’로 해석하고, 빨간 날 즐기고 싶은 취미와 취향에 관해 이야기하는 책을 시리즈로 엮어 보기로 했습니다. 분야에 상관없이 ‘나의 세계를 채우는 어떤 것’에 대해 즐겁게 들여다보고자 합니다.
빨간 날의 네 번째 주제는 ‘산책’입니다.
일상에 경쾌한 리듬을 부여하는
산책 생활자의 걷기 예찬 에세이
“온전히 걷는 일에 의미를 두면 마음에 쌓아 둔 모든 것이 잠시 보잘것없어진다.”(p.109)
안온한 분위기의 그림을 그리며 제주에 살고 있는 김혜림 작가는 매일 오후 반려견 폴과 동네를 산책하고 틈만 나면 어디든 걷는 것을 좋아하는 ‘산책 생활자’입니다. 어릴 때 온 가족이 함께 밤길을 걸으며 목청껏 노래 부른 기억이 버거운 날들 속에서도 다시 씩씩하게 걸어갈 힘이 돼 주었고, 뜻밖의 이별을 반복하며 무너진 가운데에서도 두 발로 주문을 외듯 걸어가며 일상을 회복합니다. 삶의 크고 작은 난관을 산책으로 돌파해 온 작가의 걷는 일상을 〈산책 좋아하세요?〉에 담았습니다. 짧은 호흡의 글과 중간중간 삽입된 그림을 걷는 듯 천천히 읽어 주세요.
걸으며 몰랐던 나를 마주하고
삶의 군더더기를 떨쳐 내는 일
“걸으면서 불안은 무뎌졌고 걸으면서 몰랐던 나와 이야기했다. 거리를 활보하며 나에게 불필요한 군더더기를 떨쳐 냈다.”(p.191)
그렇다면 왜 하필 산책이었을까요? 작가는 걷는 행위를 통해 ‘내 안의 나’를 만났다고 이야기합니다. 마음을 가장 잘 돌아보는 법으로 걷기를 꼽은 리베카 솔닛의 말처럼 산책은 스스로 마음을 살피고 나에 대해 잘 알아보려는 시도이기도 할 것입니다. 그 과정에서 억지로 부여잡고 있던 것을 내려놓고, 쓸데없이 곱씹으며 스스로 괴롭히는 일을 그만둘 수도 있겠지요. 나만의 보폭으로 걸으며 일상에 경쾌한 리듬을 만들고, 나를 찾기 위해 낯선 길을 씩씩하게 걸어갈 수 있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어딘가의 무거운 마음들에게 가벼운 발걸음을 권합니다. 사심 없이 걷는 즐거움이 미래의 우리를 한 발짝 더 먼 곳으로 데려다줄 거예요.
기본정보
ISBN | 9788998599874 | ||
---|---|---|---|
발행(출시)일자 | 2021년 11월 03일 | ||
쪽수 | 192쪽 | ||
크기 |
130 * 188
* 15
mm
/ 255 g
|
||
총권수 | 1권 | ||
시리즈명 |
좋아하세요? 시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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