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울어짐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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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디어 추천도서 > 주요일간지소개도서 > 국민일보 > 2012년 3월 5주 선정
이 책의 총서 (110)
작가정보
목차
- 시인의 말
제1부
액자를 떼어내며
울돌목
허상虛像
기울어짐에 대하여
달의 뒷면
양파링
고리의 변천사
다림질을 하다가
눈 온 날
우산
청도곶감
집착
꽃이 꽃을 넘을 때
입춘
제2부
홍시
참나무
젖은 부처
비운다는 것
무화과
아카시아
핑계
알밤을 고르며
거미
홍연
하안거
날개가 퇴화된 것들은 졸음으로 견딘다
부레옥잠
옮겨 심다
제3부
백년초
착한 밥
조용한 상처
너를 기다리는 동안
얼룩
비문증
장마철을 나는 법
무늬를 새긴다는 것
낡은 침대
겨울 고모리저수지
겨울 바나나
잘못 골랐다
2인용 자전거
산방에서
제4부
겨울강
가로수
인삼벤자민 분재
수영장에서
소나무
창경궁의 봄
먼지효모
갯장어
등꽃
겨울 낮달
노린재
나의 하느님들
봄
해설|장영우
책 속으로
친구에게 세상 살맛이 없다고 하자
사는 일이 채우고 비우기 아니냐며
조금만 기울어져 보란다
생각해보니 옳은 말이다
노처녀였던 그 친구도 폭탄주를 마시고
한 남자 어깨 위로 기울어져 짝을 만들었고
내가 두 아이 엄마가 된 것도
뻣뻣하던 내 몸이 남편에게 슬쩍 기울어져 생긴 일이다
체 게바라도 김지하도
삐딱하게 세상을 보다 혁명을 하였고
어릴 때부터 엉뚱했던 빌게이츠는
컴퓨터 신화를 이뤘다
꽃을 삐딱하게 바라본 보들레르는
악의 꽃으로 세계적인 시인이고
노인들도 중심을 구부려
지갑을 열듯 자신을 비워간다
시도 돈도 연애도 안 되는 날에는
소주 한 병 마시고 그 도수만큼
슬쩍 기울어져 볼 일이다
― 「기울어짐에 대하여」 전문
출판사 서평
당신을 위해 속 빈 동그라미로 거듭 났습니다/ 매운 맛을 없앴습니다 이제 눈 붉힐 일은 없습니다/ 잘 부서지기 위해 물기도 완벽하게 탈수했습니다/ 피돌기를 끈적하게 하던 제 고집은 이제 완전히 제로입니다/ 동맥경화나 심장마비 걸릴 일은 없으니 안심하고 드시지요/ 인공조미료로 맛을 내고 향신료를 곁들여 추억만을 씹히도록 했습니다/ 방부제를 듬뿍 넣어 상할 일도 없으니 아무 때나 드시지요.
― 「양파링」 부분
2000년 ‘자유문학’으로 등단한 문숙 시인이 두 번째 시집 「기울어짐에 대하여」(도서출판 애지>를 냈다. 불교적 세계관이 두드러진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문숙 시인이 2006년 첫 시집 상재 이후 6년 만에 낸 이번 시집에는 구체적인 삶의 시공을 섬기는 섬세한 시선과 성찰의 세계가 어우러진 55편의 시가 수록되어 있다.
이를 두고 장영우 평론가는 “문숙 시는 일상적 삶에 밀착한 사물과 현상을 시적 대상으로 하면서 불교적 관점에서 그것을 해석하고 포용함으로써 쉽되 단순하지 않은 정신세계를 구현한다.”라고 해설하고 있고, 문태준 시인은 “문숙 시인의 시는 생각의 편벽함이 없어, 섞고, 합치고, 비스듬하게 기울고, 깃들고, 서로를 되비춘다. 그리하여 정합(整合)과 화음(和音)에 도달한다. 한데 통하여 아무 구별이 없다. 중생과 부처, 세간과 출세간, 나와 자기 외의 사람, 이 세상과 내생의 경계가 없이 자유자재로 넘나든다. 드나들면서 서로의 내부로 모아들이고, 섬긴다. 종교 수행자처럼 이 세계의 곤핍한 것들을 구원한다. 위트가 곳곳에 햇잎처럼 돋아 있어 시집 낱낱의 장을 넘기는 동안 속마음이 반짝반짝한다.”라고 헌사하고 있다.
그동안 <불교문예> 문학잡지 편집장을 6년간 역임해온 문숙 시인은 동시에 대학원 학생이다. 두 아이 엄마로서 주부의 삶도 열심히 살아가는 그녀는 좋은 작품이란, 건강한 삶 속에서 태어난다고 당당히 말한다. 따라서 그는 집안에 걸린 액자 하나를 떼어내면서도 시를 생각하고, 스낵 과자를 간식으로 먹으면서도 삶의 의미를 성찰하며, 주부로서 다림질을 하면서도 갈수록 살벌해져가는 사회문제를 고민한다. 요컨대, 그에게는 자질구레한 온갖 일상사가 모두 시적 대상인 동시에 자기성찰과 수행의 수단인 것이다.
이처럼 평범한 주변 사물이나 일상에 새로운 의미와 생명을 부여하는 데 탁월한 시인의 상상력은 과도한 욕망과 집착에서 자유롭지 못한 현대인들에게 자아(自我) 버리기를 통해 또 다른 삶으로 건너가보라는 기분 좋은 손짓인 듯하다.
ㆍ 추천글
문숙 시편에는 지난 기억들의 애잔함과 아름다움이 “각기 다른 곳을 보면서도 수평”(「창경궁의 봄」)을 이루고 있다. 그녀는 그 수평의 힘으로, 시쓰기가 “한쪽이 한쪽을 보듬는 일”(「울돌목」)임을 처연한 아름다움으로 노래한다. 그리고 구체적 방법론으로는 “슬쩍 기울어져 볼 일”(「기울어짐에 대하여」)을 택하면서, 사물과 사물이 “감추며 삭혀온 저 마음 빛깔”(「청도곶감」)들을 눈부시게 그려낸다. 하지만 그 빛깔이 심미적 영상으로 채워져 있는 것만은 아니다. 오히려 그 안에는 “흔들리지 않으려 바닥을 움켜잡고 버틴 울음”(「홍연」)들이 절절하게 새겨져 있다. 그녀만의 살뜰한 울음과 마음 빛깔에 우리도 한층 기울어간다.
_유성호(문학평론가, 한양대 교수)
문숙시인의 시는 생각의 편벽함이 없다는 게 첫째가는 장점이다. 억지와 우기는 성미가없다. 섞고, 합치고, 비스듬하게 기울고, 깃들고, 서로를 되비춘다. 그리하여 정합(整合)과 화음(和音)에 도달한다. 한데 통하여 아무 구별이 없다. 중생과 부처, 세간과 출세간, 나와 자기 외의 사람, 이 세상과 내생의 경계가 없이 자유자재로 넘나든다. 드나들면서 서로의 내부로 모아들이고, 섬긴다. 종교수행자처럼 이 세계의 곤핍한 것들을 구원한다. 위트가 곳곳에 햇잎처럼 돋아 있어 시집 낱낱의 장을 넘기는 동안 속마음이 반짝반짝한다.
_문태준(시인)
기본정보
ISBN | 9788992219341 | ||
---|---|---|---|
발행(출시)일자 | 2012년 03월 15일 | ||
쪽수 | 110쪽 | ||
크기 |
128 * 194
* 20
mm
/ 222 g
|
||
총권수 | 1권 | ||
시리즈명 |
애지시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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