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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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내역/미디어추천
백가흠 6년 만의 신작 소설집
작가정보
목차
- 훔쳐드립니다
1983
그 집
타클라마칸
같았다
나를 데려다줘
어제의 너를 깨워
그는 쓰다
코로 우는 남자
해설| 비非윤리 혹은 미未윤리적 소설 쓰기_김형중(문학평론가)
작가의 말
책 속으로
찬란한 봄의 햇빛은 정신을 망가뜨린다. 따뜻한 온기가 분노를 만들어낸다. 화려한 꽃의 향기가 잊고 있던 기억을 되살린다. 그리하여 봄에는 돌이킬 수 없는 것들만 되돌아왔다.
_155쪽
그는 원래 하던 대로 나쁜 놈으로 살았어야 했지만, 그날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결국, 그는 더 나쁜 놈이 되어버렸다.
_163쪽
“아주머니 돈 많다며. 얼마 줄 거요? 우리 애 죽음값이 얼마나 돼요?”
계속되는 남자의 질문에 여자는 우물쭈물 말을 못했다. 쓰러진 자신을 내려다보며 말하던 남편의 음성이 들리는 것 같았다. “일억으로 어떻게든 해결해. 그것도 농사꾼한테는 많은 돈이야. 귀찮게 나까지 나서게 하지 말고. 알았어? 알았냐고.” 남편이 다시 발길질을 하려고 해서 그녀는 움찔했다. “네 잘못을 모르는 모양인데, 잘못한 게 뭔지 알아? 아들을 살인자로 키운 거야.” 남편의 발길질을 피해 그녀는 몸을 동그랗게 말았다. 눈을 질끈 감으며 아들 일만 해결되면 이혼을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여자가 주섬주섬 가방에서 합의서를 꺼내 남자에게 건넸다. 남자가 그것을 받아들고 스윽 읽어보더니 접어서 도로 여자에게 건넸다.
“저희가 요즘 사정이 좋지 않아서…… 최선을 다한 겁니다. ……죄송합니다.”
“아녜요. 일억이면 큰돈이지. 서원이 죽음값이 그만큼 된다는거요, 그니까.”
여자는 남자가 호의적인 것 같아서 마음이 좀 놓였다.
“그런데, 그런데 말요. 만약에 아줌마가 죽었다면, 합의금을 얼마로 해야 하는 거요? 그때도 일억이면 되겠어요?”
“네? 그게 무슨 말씀인지……”
“그니까 우리 서원이 죽음값이 일억이면 아줌마가 죽었을 때도 가격이 같은가 하는 말이오.”
_291~292쪽
불온한 생각은 고되고 힘든 일이 없었던 하루를 금세 머릿속에서 물러나게 만든다. 악에 대한 상상은 두 가지 다른 길을 예고한다. 악행과 반성이 그것이다. 범죄는 오랜 기간 숙성된 악에 대한 상상에서 비롯된다. 전혀 반대의 결과를 만들어내지만 반성과 성찰도 과정은 마찬가지이다. 선을 좇으면서 악에 대한 상상을 하는 것이 인간의 일이다. 악을 상상하면서 선을 좇는 것이 정신의 승리다. 그것은 떨어져 있는 이중성이 아니라 한 몸의 양면이다. 언제든지 뒤집힐 수 있는 나약한 몸, 그것이 우리의 정신이다.
_256쪽
장례식 첫날, 취기가 불콰하게 오른 형이 머릿수를 세며 말했다.
“도둑놈 일곱, 강도 넷, 사기가 일곱, 강간도 셋이나 되네.”
형은 그 사람들을 손가락질하며 키득거렸다.
“저놈들이 모여서 고스톱을 치면 누가 따는지 알아?”
“그거 진짜 어려운 문제네.”
“간단하지, 도둑놈은 훔치고, 사기꾼은 밑장 빼고, 강도는 빼앗잖아.”
“강간범은?”
“고스톱판에 안 끼워주지.”
형은 아버지 영정 사진 아래 앉아서 낄낄거렸다.
“아, 그래?”
“전과자들한테는 죄목이 벼슬이거든.”
“그래서 누가 따?”
“당연히 아무도 못 따지. 계속 돌고 도는 거야. 돈을 훔치면 밑장 빼서 따고 그런 다음엔 강제로 빼앗고.”
“그럼, 저걸 왜 하는 거야?”
“저거라도 하는 거지. 그나마 건전한.”
“그나저나, 저 사람들을 왜 불렀어?”
“왜 부르긴, 내가 ‘저 사람’이야. 몰랐어?”
형이 환하게 웃었다. 뭐가 그렇게 웃긴지 형은 웃음을 멈추지 못했다. 이제 막 차려진 아버지의 영정 사진 앞에 앉아 슬픔이나 울음 대신 자신의 못난 친구들을 불러놓고 취한 채로 배가 째지게 웃고 웃었다.
_91~92쪽
출판사 서평
“그나저나, 저 사람들을 왜 불렀어?”
“왜 부르긴, 내가 ‘저 사람’이야. 몰랐어?”
백가흠 소설에는 다소 독특하지만 우리 주변에 존재하는, 어쩌면 우리일지 모르는 인물들이 등장한다. 주로 무언가를 잃고 헤매며 때때로 반성 없이 폭력을 저지르기도 하는 그들을 문학평론가 김형중은 “전혀 대타자의 세례를 받아본 적이 없는 것만 같은 인물들”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는데, 『같았다』에서 우리가 만나게 될 인물들도 그러하다. 책을 펴면 처음으로 만나게 되는 이야기 「훔쳐드립니다」의 화자는 고등교육을 받고 대학강사로 일하던 인물이지만 자전거를 타고 빈집털이를 하며 살아간다. 직업, 차, 집을 모두 두 개씩 가진 그는 철저히 이중적인 생활을 하며, 치밀하게 범행 동선을 계산하고 재산을 완벽히 은닉한다. 자신을 통제하며 건실한 도둑으로서의 삶을 사는 이러한 인물은 특유의 위트로 윤리를 비틀어 보이는 백가흠식 캐릭터의 하나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이윽고 완벽하다고 믿었던 그의 삶에 뜻하지 않은 곳에서 균열이 발견되는 순간, 작가의 통찰은 빛을 발한다. 『같았다』를 읽다보면 이처럼 예상을 비켜난, 또는 뛰어넘는 결말을 맞이하는 순간의 충격을 심심치 않게 경험하게 된다. 미국으로 입양돼 사막으로 둘러싸인 노스캐롤라이나에서 성장한 프랜시스 스펜서가 친부모를 만나기 위해 강원도로 향하는 이야기인 「1983」, 죽어가는 아버지가 남긴 집을 범죄자인 형과 무력한 어머니를 설득해 처분하려는 인물의 이야기 「그 집」, 영생을 얻고자 하는 왕의 명으로 신라를 떠나 중국 쿠처에서 십 년째 석굴을 파고 있던 신실한 승려 일문이 살인을 저지르고 파계승이 되기까지의 과정을 그린 「타클라마칸」까지, 각각의 단편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저마다 자신이 살고 있던 세계의 전복을 경험한다.
“그는 원래 하던 대로 나쁜 놈으로 살았어야 했지만, 그날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결국, 그는 더 나쁜 놈이 되어버렸다.”
원래 하던 대로 ‘나쁜 놈’으로 살지 않아 ‘더 나쁜 놈’이 되어버리게 된 인물이 등장하는 표제작 「같았다」에는 이와 같은 윤리적 역설이 좀더 분명히 드러난다. 남편의 폭력에 시달려 안정제를 복용하며 삶을 이어가는 한 여자와, 사람을 죽이고 도주중인 한 남자의 만남은 두 사람을 뜻하지 않은 비극으로 치닫게 한다. 소설집의 끝을 향해갈수록 이야기는 점점 더 짙어진다. 죽은 어머니의 시체를 안방에 두고 그 집에서 계속 살아가는 남자(「나를 데려다줘」), 자식을 잃은 슬픔을 안은 채 죽은 이의 마지막 말을 수집하는 일을 해나가는 ‘은자’(「어제의 너를 깨워」), 어머니를 떠나보내고 아내마저 다른 남자에게 빼앗긴 후 지독한 고독 속에서 백지를 마주해야 하는 소설가(「그는 쓰다」)의 이야기들을 지나면 마지막 소설인 「코로 우는 남자」에 당도한다. 끔찍한 사고로 얼굴에 상처를 입어 눈물을 흘릴 수 없게 된 한 남자. 그의 중학생 딸이 동급생들에게 처참하게 살해당하는 사건이 벌어진 후, 가해자의 어머니는 그에게 용서를 구하고 합의서를 받기 위해 매일 그가 시간을 보내는 낚시터로 찾아온다. 두 사람의 대화는 조금씩 어긋나가고, 오직 둘뿐인 깊은 산속의 낚시터에는 어둠이 내려앉기 시작한다.
잔혹한 세계와 구원의 언어 사이에서
한 발짝 더 깊이 들어가는 집요한 자기 탐문
백가흠의 소설은 지속적으로 우리가 불편해하는 지점들을 자극한다. 『같았다』를 읽다보면 근원을 잃고 헤매는 인물들이 불안을 잊기 위해 행하는 강박적인 행동들에 동조하게 되는 감정의 전이를 경험하게 된다. 때때로 폭력적인 방향으로 치닫기도 하는 그의 소설은 윤리라는 처방을 통해 독자를 쉽사리 안심시키지 않는다. 김형중이 “(非, 未)윤리적 종결 형식”이라 명명한 백가흠만의 서사는 도리어 그렇기에 우리에게 신뢰를 준다. ‘윤리적 종결 형식’이 주를 이루는 요즈음의 소설들과 차별되는 이러한 지점을 통해 온전한 의미에서 윤리적 주체가 된다는 일의 어려움을 보여줌으로써 백가흠은 역설적으로 진정한 윤리에 대해 논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것이 어쩌면 우리가 왜 백가흠의 소설을 불편해하면서도 그가 펼쳐놓는 이야기에 빠져드는지에 대한 대답이 될 수 있지 않을까? 그것은 그의 소설에서 만나게 되는 인물들이 윤리가 표류하는 우리 세계에 실제로 존재하는 인간들이고, 그가 바로 그런 우리들의 이야기를 쓰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기본정보
ISBN | 978895468087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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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출시)일자 | 2021년 07월 12일 |
쪽수 | 328쪽 |
크기 |
134 * 200
* 24
mm
/ 385 g
|
총권수 | 1권 |
Klo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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