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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천문학 시인선 25
박일만 저자(글)
실천문학사 · 2019년 01월 0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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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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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현대시》를 통해 등단한 박일만 시인의 ?뼈의 속도?가 25번째 실천문학 시인선으로 출간되었다. 이 시집에는 시인의 주옥같은 시 60편이 실려있다.

이 책의 총서 (39)

작가정보

저자(글) 박일만

박일만

전북 장수에서 태어났다. 한국방송통신대학교 국어국문학과, 법학과를 졸업하고 중앙대학교 예술대학원 문예창작과정(詩)을 수료하였으며 2005년 『현대시』를 통해 등단했다. 문화예술발전기금(2011, 2015)을 받았으며 시집으로 『사람의 무늬』, 『뿌리도 가끔 날고 싶다』 등이 있다. 한국작가회의, 한국시인협회, 전북작가회의 회원이다.

작가의 말

에둘러 왔을 뿐
아직도 거기다
부단히 헛발질 하며
물살을 거슬러 왔으나
내 안의 시간들은 기다려 주지 않았다
나는 늘 접점을 찾아 평행선을 달린 셈이다
생을 통째로 기습하는 낯설음 앞에
기시감이 다가서자
다시 자리로 돌아오는 일을 반복했다
그것이 내 은밀한 자유이다
거기 내가 찾아야 할 것들이
살아 있다

목차

  • 제1부

    휴식
    쥐휴식
    쥐꼬리
    티눈
    지구의 저녁 한때
    빵집 앞
    지구의 저녁 한때
    감자 껍질
    지구의 저녁 한때
    발효
    지렁이
    지구의 저녁 한때 1
    똥보다 못한

    누이
    대장내시경

    제2부

    출가
    호상(好喪)
    초행길
    꽃 진 자리
    동행
    그 사내의 발등
    늙은 마라토너의 기록
    투잡
    수의 짓는 노인
    왕년의 스타
    백수 수칙
    접견

    탁란
    동행, 화석으로

    제3부

    길고양이
    불타는 무게
    에스컬레이터
    헛방정
    뼈의 속도
    저무는 새
    지구의 저녁 한때
    노량진역
    컵밥 전쟁
    타이어를 갈며
    구부러진 사람
    유택동산
    슬리퍼
    몽골
    울란바토르의 소매치기

    제4부

    살붙이
    회덕분기점
    가오리
    전철의 손
    탁목
    봄꽃
    잎사리

    수박
    경전
    선운사 목백일홍
    실상사
    나무의 기억
    귀뚜라미
    황태덕장

    시인의 말

추천사

  • 박일만의 시에는 간난, 고한을 건너온 갑남을녀들이 즐비하다. 노숙하는 사내, 누이, 백부, 외할머니와 어머니는 그저 스쳐지나가는 사람들이 아니라 스스로의 자화상이기도 하다. 생의 여정에 담긴 곡진하고 핍진한 표정들을 담았다. 그 사람들은 “한쪽으로 기우는 다리를 아내의 휠체어가 지탱해 주고/ 노인은 아내의 다리가 되어 주고 있었던 것”처럼 시인의 삶에 동행이 되어준 것들의 목록이다. 그의 시는 수사가 화려하지 않다. 요란스럽지 않다. 과장도 군더더기도 없다. 때문에 번다한 유추의 과정 없이 수묵 담채화처럼 맑고 고즈넉하게 마음에 안겨온다.“하루치 식량을 벌기위해 빌딩숲을 날아다니는 새/ 겨우 한 조각의 햇살을 물고 귀가하는 아비”가 시인의 모습일지라도 “시든 꽃을 솎아내려다 그만 두는”것 같은 생을 향한 연민과 긍정이 따뜻하게 전해온다. “검을수록 맑은 소리를 품는” 숯과 같이 남김없이 타오를 구도적인 자세 또한 박일만을 천생 시인으로 읽게 한다.

  • 박일만의 시는 비유 체계가 내밀하고 은밀하다. 문장 속에 비의를 숨긴다. 내밀과 은밀과 비의가 몸으로 구현된다. 몸을 말하지만 몸을 말하지 않는다. 시가 언어 밖인 것처럼 몸은 몸 밖이다. 몸은 인생이고 지구이고 우주이다. 성한 날이 없었던 몸은 내 것이 아니다. 상처투성이의 몸은 지구의 저녁을 닮았다. 그의 생체 시계는 저녁이다. 소멸과 공허와 적빈과 황혼과 늙음과 쇠락으로 기운다. 이것은 부정이 아니라 인생을, 세계를 바라보는 방법이고 인간을 이해하고 발견하는 방식이다. 그는 작은 것으로 큰 것을 말한다. 몸은 지구로 확장된다. 감자 껍질은 싹을 틔우고 키워서 사람을 먹이는 세상의 어미가 된다. 나는 어머니의 알몸이고 어머니는 내게 모두 빨려 가죽만 남긴 감자 껍질이다. 사물에서 사건에서 세상의 내밀과 은밀과 비의를 꿰뚫어보는 시인은 결국 “세상 모든 잉태는 껍질의 후생이다”는 위대한 발견을 한다. “몸이 기억하는 사랑보다 완고한 사랑이 있을까”라는 명제를 발명한다. 그의 시적 수행은 사리처럼 여물고 목탁처럼 둥글다. 언어의 보살행이 경전처럼 깊고 자유롭다.

책 속으로

시간을 수없이 접었다 펴가며
반듯한 철로에서도 뒤뚱댄다
험준한 산길을 만날 때마다
쉼 없이 허리를 꺾어대야 하는 몸
세상을 건너 시절을 건너 혈을 짚어가면서
뼈를 한 치씩 늘였다 줄여 가면서
종점에서 시작, 늘 종점에서 끝난다
주렁주렁 식솔들에게 등을 내주고
길고 고단하게 달려야만 하는 몸은 태생부터
속도라는 패에 온 생을 걸었다
칸칸이 바람으로 가득한 속도는 뼈의 아비들
삐걱대는 관절을 마디마디 이어 붙인 남루한 골격
꼿꼿한 자세로 무거운 등짐을 날라야 하는 천성으로
달리다 멈출 때마다 허리의 통증은 더해진다
흐트러지지 않는 모습인 줄 알았던 세상 모든 아비들이
가끔 자리 펴고 누워 앓는 소리를 내는 연유도
속도가 지켜 내는 올곧음 때문,
속도와 한 몸인 아비들
역마다 부려 놓은 허기를 되삼켜 가며
해지고 캄캄한 어둠 속에서도 전복되지 않으려고
뒤척이는 속도를 줄이지 못하는 내력,
속도는 세상의 아비들

기본정보

상품정보 테이블로 ISBN, 발행(출시)일자 , 쪽수, 크기, 총권수, 시리즈명을(를) 나타낸 표입니다.
ISBN 9788939230316
발행(출시)일자 2019년 01월 01일
쪽수 130쪽
크기
123 * 207 * 15 mm / 187 g
총권수 1권
시리즈명
실천문학 시인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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