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 전, 끔찍한 화재 사건과 함께 흔적도 없이 소멸해버린 고토 유이코. 예지몽을 전해오던 그녀를 세상 사람들이 잊을 무렵, 나라와 요시노 등지의 초등학교에서 십여 명의 아이들이 집단 이상행동을 보이거나 해석할 수 없는 기괴한 악몽에 시달린다. 그러나 아이들 가운데 단 한 명도 당시의 상황을 기억하지 못하는데….
작가정보

저자 온다 리쿠는 1964년 미야기 현에서 태어나 와세다 대학 교육학부를 졸업했다. 대학 시절 추리소설 동아리에서 소설을 쓰며 글쓰기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회사원으로 재직하던 중에 틈틈이 써내려간 작품이 제3회 판타지 노벨문학상 최종심에 오른 《여섯 번째 사요코》이다. 2005년 《밤의 피크닉》으로 제26회 요시카와 에이지 문학 신인상과 제2회 서점대상을 수상했고, 이듬해인 2006년 《유지니아》로 제59회 일본추리작가협회상, 2007년 《호텔 정원에서 생긴 일》로 제20회 야마모토 슈고로상, 2017년 《꿀벌과 천둥》으로 제14회 서점대상과 제156회 나오키상을 동시 수상하며 작품성과 대중성을 두루 갖춘 일본의 대표 작가임을 다시 한번 증명했다.
수려한 문장력과 섬세한 묘사, 여성적이면서도 몽환적인 작가 특유의 글쓰기는 대표작 《삼월은 붉은 구렁을》 《달의 뒷면》 《몽위》 등 미스터리, 판타지, SF, 청춘소설 등 장르를 불문한 여러 작품에서 목격할 수 있다. 그중 《몽위》는 제146회 나오키상에 노미네이트되었으며, 닛폰 TV에서 ‘악몽짱(?夢ちゃん)’이라는 이름으로 드라마화되는 등 화제를 모았다. “정말 두려운 것은 기억나지 않아”라는 키워드에서 드러나듯, 인간의 무의식에 깊이 봉인되어 있던 ‘미지의 것’을 그려낸 《몽위》는 ‘온다 월드’를 가로지르는 서정적인 공포와 몽환적인 미스터리를 구현해낸 독창적인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역자 양윤옥은 일본 문학 전문 번역가. 2005년 히라노 게이치로의 《일식》으로 일본 고단샤에서 수여하는 노마 문예번역상을 수상했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1Q84》《직업으로서의 소설가》, 오쿠다 히데오의 《남쪽으로 튀어》《꿈의 도시》, 사쿠라기 시노의 《호텔 로열》《굽이치는 달》, 히가시노 게이고의 《위험한 비너스》《라플라스의 마녀》《나미야 잡화점의 기억》《악의》 등 다수의 작품을 우리말로 옮겼다.
목차
- 1장 유령
2장 업무
3장 TV
4장 침입
5장 차창
6장 지도
7장 소녀
8장 사건
9장 과거
10장 안개
11장 요시노
12장 현재
종장 몽위(夢違)
옮긴이의 말
책 속으로
유령을 보았다.
히로아키가 그렇게 생각한 것은 연말이 코앞에 다가온 12월 어느 오후의 일이다. 햇살 없이 도시 전체가 냉기에 휘감긴 추운 날이었지만 어쨌든 백주 대낮이었다는 건 틀림이 없다. 얘기로는 들은 적이 있었다.
유령이란 축말(丑末), 즉 밤 3시쯤에 으슥한 곳에서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이래저래 분주한 아침 시간이나 한숨 돌리는 오후 시간에, 그리고 눈에 익숙한 잡답(雜沓) 이나 일상적인 장소에 뜻하지 않게 섞여 있는 것이라고.
(10페이지)
시야 한 귀퉁이에 웬 여자가 보였다.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한 것은 다들 육교를 건너가는데 그 여자만은 멈춰 서 있었기 때문이다. (중략) 그는 별 이상한 여자가 다 있다고 생각하면서 그쪽으로 걸어갔는데 문득 여자의 얼굴이 움직이는 것을 깨닫고 흠칫했다.
눈에 들어오지도 않을 만큼, 있을 수 없는 속도로 여자의 턱이 덜덜덜 위아래로 덜걱거리는 것이었다.
순식간에 등줄기가 얼어붙는 것 같아서 그는 시선이 마주치지 않도록 조심하며 가까스로 여자 옆을 지나쳤다. (중략) 이런, 말도 안 돼. 아무도 저 이상한 여자를 못 보는 거야? 그는 반대편 도로에 내려섰을 때 견디지 못하고 슬쩍 뒤를 돌아보았다.
여자는 사라지고 없었다. 그는 소스라치게 놀랐다. (11페이지)
뭔가 무서운 것이 교실에 들어왔다. 그것이 사건의 원인이라는 게 확실한데도 정작 무엇이 들어왔는지 전혀 짐작할 수가 없다. 아이들은 그것을 꿈꾸는 것조차 피하고 있다. 그토록 무서운 것인가.
히로아키는 아이들의 무의식이 너무도 강하게 억압된 것에 오싹했다.
정말로 말하고 싶지 않고 말할 수도 없는 것이다. 그런 체험은 꿈속에서도 웬만해서는 나오지 않는다. 마음속의 어두운 작은 방에 꽁꽁 숨겨놓고 그 방문에 이중 삼중의 튼튼한 자물쇠를 채우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방이 있다는 것조차 평소에는 의식적으로 잊어버린다. (117페이지)
“학교 관계자들에게는 아마 발설하지 말라는 지시가 있었을 거야.”
다마키는 슬쩍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하지만 내 생각에는 반드시 그런 지시 때문만은 아니야. 사람들은 말하기 싫은 건 결코 말하지 않는 법이거든.”
“말하기 싫은 것이라니?”
“다들 어렴풋이 느끼고 있어. 이번 일이 자신들의 이해력을
뛰어넘는 엄청난 일이라는 것을. 학교 괴담이나 도시 전설 따위와는 완전히 수준이 달라. 어떻게도 설명할 수 없고 어떻게도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면 다들 애초에 ‘없었던’ 일로 치부해버리는 거야. 그냥 모르는 척하다 보면 나중에는 정말로 모르는 일이 되어버리는 심리, 알지?” (184페이지)
출판사 서평
“그거 알아? 정말로 두려운 건, 기억나지 않는다는 거.”
무의식의 가장 밑바닥에 봉인해두었던 두려움의 정체는 무엇인가?
밀실 같은 무의식을 뚫고 공포가 자라난다!
★ 제146회 나오키상 노미네이트 ★ 닛폰 TV 드라마화
12년 전, 끔찍한 화재 사건과 함께 흔적도 없이 소멸해버린 고토 유이코. 예지몽을 전해오던 그녀를 세상 사람들이 잊을 무렵, 나라와 요시노 등지의 일본 전역에서 검은 코트 차림에 모자를 눌러쓴 그녀를 목격했다는 제보가 잇따른다. 다만,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여러 대의 CCTV에 촬영된 시각이 동일했다는 것. 그러던 어느 날, 초등학교의 아이들 십여 명이 집단 이상행동을 보이는 사건이 벌어지고, 그날 이후 아이들은 해석할 수 없는 기괴한 악몽에 시달리는데….
일본 서점대상(2005년, 2017년), 나오키상(2017년), 야마모토 슈고로상(2007년), 일본 추리작가협회상(2006년), 요시카와 에이지 문학 신인상(2004년) 등 굵직한 상을 휩쓸며 ‘마르지 않는 이야기의 샘’을 가진 작가로 인정받는 온다 리쿠. 146회 나오키상에 노미네이트되었으며, 일본 닛폰 TV에서 ‘악몽짱(?夢ちゃん)’이라는 이름으로 드라마화되는 등 화제를 모았던 《몽위》는 ‘꿈을 기록하고 그 꿈에 담긴 의미를 눈으로 볼 수 있는 시대’라는 설정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확장해나간다. 이처럼 독특한 소재 덕분인지 이 작품 전반에는 그녀의 작품세계를 집약하는 독특한 소설기법인 ‘서정적 공포’와 ‘몽환적 글쓰기’가 짙게 농축되어 있고, 수많은 온다 리쿠의 소설 가운데 가장 실험적인 작품이라는 찬사를 받았다.
“꿈을 눈으로 볼 수 있는 시대, 꿈과 현실의 경계가 무너진다면?”
‘온다 월드’를 관통하는 ‘서정적 공포’와 ‘몽환적 글쓰기’의 진수이자
무의식 깊숙이 봉인해놓은 공포를 되살린 온다 리쿠 최고의 미스터리!
옛날 옛날, 어느 나라 이야기인지는 잊어버렸는데,
나쁜 소식을 가져온 병사는 그 자리에서 칼로 베어 죽였대. _본문에서
‘꿈에서 달아나다’라는 의미의 《몽위夢違》는 여주인공 고토 유이코의 예지몽에서 비롯된 제목이다. 수많은 사상자를 내는 큰 사건사고들을 꿈에서 목격하고, 그것을 세상에 전해야만 하는 유이코. ‘불길하다’, ‘재수 없다’며 비난하고 야유하는 사람들 앞에서도 묵묵히 자신의 할 일을 해온 그녀였지만, 사실 밤이면 꿈을 꾸는 것이 두려워 잠들기 직전 이를 악물고 버티거나, 꿈을 바꿔준다는 몽위관음(夢違觀音) 보살님께 기원을 올리기도 한다. 그러나 ‘예지몽’이라는 운명은 좀처럼 물러서는 법이 없다.
어린 시절, 부모님의 사고를 꿈에서 목격하는가 하면, 끔찍한 사상 사고를 막지 못하는 일이 수차례 반복되자 자책감에 괴로워하던 그녀는 대형 화재 사건과 함께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그리고 그녀가 사라지고 십여 년이 흐른 뒤부터 초등학교 아이들이 집단으로 실종되거나, 악몽에 시달리는 등 해석할 수 없는 현상들이 잇따라 일어난다.
꿈을 기록하고 눈으로 볼 수 있는 시대, ‘꿈 해석사’가 국가공인 자격으로 양산되는 시대… 작가가 이 작품을 통해 펼쳐 보인 세상이 가까운 미래에 현실화된다면 어떨까? 이처럼 《몽위》는 ‘꿈’과 ‘집단 무의식’이라는 미지의 대상을 추적한 특별한 미스터리 소설이다.
눈으로 목격할 수 없었던 미지의 대상(공포의 대상)을 불쑥 눈앞에 드러내 보였을 때의 혼란, 눈으로 목격한 것과 인간의 집단 무의식 속에 숨겨져 있던 이미지의 혼재 등은―이 책의 말미에 수록된 ‘옮긴이의 말’을 통해서도 이야기하듯―현실과 가상의 경계를 쉽게 무너뜨리고 세상에 거대한 파장을 남긴다.
꿈은 일반적으로 꿈을 꾸는 사람의 무의식 혹은 내면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알려져 있다. 그런데 개개인의 의식 외부에 인류 전체가 공유한 거대한 무의식이 있고, 그것이 우리의 꿈에 개입할 개연성이 있다는 것에서부터 이야기가 펼쳐져 나간다. 인류 전체를 뒤덮은 거대한 무의식이 일정한 의지를 갖고 무작위로 사람들의 꿈속에 침입한다면……. 온다 리쿠의 특이한 상상력에 독자는 한 발 한 발, 마치 언어라는 형식을 통해 꿈 자체를 감지하듯이 빨려 들어간다. (중략) 집단 무의식을 꿈과 함께 엮어 풀어나간 이 상상력은 상당한 파장을 낳을 것 같다.
_ 양윤옥, 옮긴이의 말에서
지금껏 ‘꿈’은 날이 밝아오면 문득 사라져버리는 존재였지만, 온다 리쿠가 이 작품에서 그려낸 ‘꿈’은 어딘가 괴괴하고 특별하다. 인간의 무의식에 깊이 봉인되어 있던 ‘미지의 것’을 수면 위로 끌어올린 《몽위》는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독보적 상상력을 선보인, 가장 온다 리쿠다운 작품이자 ‘온다 월드’를 가로지르는 서정적인 공포와 몽환적인 미스터리를 구현해낸 독창적인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기본정보
ISBN | 9788901218816 | ||
---|---|---|---|
발행(출시)일자 | 2017년 09월 25일 | ||
쪽수 | 556쪽 | ||
크기 |
131 * 186
* 37
mm
/ 551 g
|
||
총권수 | 1권 | ||
원서(번역서)명/저자명 | 夢違/恩田陸 |
Klo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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