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형의 교양 심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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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우는 심리학자 김태형의 본격 심리학 강의
저자는 미국의 주류 심리학이 개혁과 진보를 반대하는, 친자본적이고 보수적인 학문이라고 진단하며, 이에 대항하는 새로운 심리학 이론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즉 민주적이고 개혁적인 사람들에게 필요한 심리학, 세상을 더 아름다운 곳으로 만드는 데 기여하는 심리학, 진정으로 과학적이고 진보적인 심리학을 정립하기 위해 작심하고 내놓은 결실이 이 책이다!
욕망에서 의지까지, 세대 심리에서 심리학의 활용까지
‘사회적 존재’로서의 진짜 인간을 탐구한다
한국 사회에서 심리학에 대한 대중적 관심은 여전히 뜨겁다. 그래서 상당수 사람들이 본격적으로 또 체계적으로 심리학 이론을 공부하고 싶어서 심리학 개론서에 도전하기도 한다. 그러나 읽은 후의 반응은 신통치 않은 경우가 많다. “심리학 개론을 읽었더니 인간 심리를 이해하는 것이 더 어려워졌다”, “심리학 개론이 인간 심리를 이해하는 데 별 도움이 안 된다”와 같은 반응이 대표적일 것이다. 단지 일반 독자만이 아니다. 미국이든 한국이든 심리학을 전공하는 학생들도 처음 심리학 개론을 배웠을 때 똑같은 얘기를 하곤 한다.
저자는 그 이유가, 미국산 주류 심리학이 본질적으로 친자본적이고 보수적인 학문이기 때문이라고 진단한다. 오늘날 자본주의 세계는 정신건강 악화와 이로 인한 사회적 병폐가 나날이 심각해지고 있는데, 인간 사회를 마치 개미나 벌의 무리를 살피듯 하면서 오로지 ‘개인’에게만 초점을 맞추는 생물학주의적이고 개인주의적인 심리학으로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저자는 마치 ‘동물의 왕국’과도 같은 기존의 심리학 대신, 사회 속에서 살아 숨 쉬는 현실의 사람들이 등장하는 드라마 정도는 보여줘야 한다고 주장한다.
기존의 주류 심리학은 사람을 생물심리사회적 존재라고 정의한다. 즉 사람은 생물학적 존재(동물)이자 심리적 존재(개인)인 동시에 사회적 존재(무리 생활을 하는 동물이라는 의미)라는 것이다. 그런데 사람을 생물심리사회적 존재로 부른다고 해서, 이를 사람이 ‘사회적 존재’임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다고 간주할 수 있을까? 포유류는 파충류의 특징도 일부 가지고 있다. 그러면 포유류를 ‘파충포유류’로 불러야 할까? 어른도 아이의 특징을 일부 가지고 있으니 ‘아이어른’이라고 불러야 할까? 사람을 ‘사회적 존재’라고 부르는 것은 사람이 유기체로서의 생물학적 특징을 가지고 있지 않아서가 아니라, 생물학적 존재와는 질적으로 완전히 다른 존재이기 때문이다.
또한, 왜 20대의 우울증 유병률이 이렇게 급증한 것일까 하는 문제를 가지고 학자들이 조사한 결과가 다음과 같다고 가정해보자. 20대의 뇌에 세로토닌이 부족하다(생물학적 원인), 20대들이 부모에게서 조기 사교육을 강요당하는 등 행복하지 않은 어린 시절을 보냈다(개인적ㆍ심리적 원인), 최근에 청년 실업은 더 심각해진 반면 물가와 집값은 폭등했다(사회적 원인). 이런 결과들을 근거로 아마 심리학자들은 20대의 우울증 급증에는 세로토닌 감소, 불우한 개인사, 경기 침체 등의 생물심리사회적 요인들이 상호작용하면서 영향을 미쳤다는 식의 뻔한 결론을 내릴 것이다. 그러나 ‘무엇이 가장 중요한가’에 대한 판단을 회피하거나 내릴 수 없게 만드는 전형적인 병렬식·나열식 설명법으로는 진정한 원인, 주요한 원인이 무엇인지를 결코 알아낼 수 없다.
이 책은 인간의 심리를 ‘스스로 자각할 수 있는, 사회역사적 성격을 지닌 의식 현상’이라고 규정한 뒤, 이를 욕망, 감정, 의지, 사고와 기억, 개성과 성격, 발달과 세대 심리, 사회 심리, 심리학의 활용 등의 범주로 나눠 구체적으로 살펴본다. 사람은 계급이나 계층, 민족, 시대에 따라 서로 다른 심리를 갖는다. 노예제 시대와 자본주의 시대의 사람들이 같은 심리를 가질 수 없으며, 노동자 계층과 자본가 계층의 심리 역시 다르다. 또한 인간은 언어를 통해 자신이나 타인의 심리(사고, 욕망, 감정, 의지 등)를 자각하고, 그에 맞게 목적의식적인 행동을 취할 수 있다. 이것이 바로 동물이 아닌 인간만의 심리적 특징이다.
특히 이 책은 인간의 의지(자기 통제에서 의지 행동과 신념까지), 세대 심리(유아부터 노인까지 각각의 고유한 세대 심리), 사회 심리(개인 간의 소통에서 집단 심리까지), 심리학의 활용(심리 통제에서 타인에게 심리적 도움 주기까지) 등 기존의 심리학에서는 잘 다루지 않는, 그러나 정작 우리의 현실에서는 더욱 중요한 영역들에 많은 관심을 할애하고 있다.
작가정보
심리학자. 심리연구소 ‘함께’ 소장. 고려대학교 심리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학교 대학원에서 임상심리학을 공부했다. 주류 심리학에 대한 실망과 회의로 학계를 떠나 사회운동에 몰두하다가 중년에 이르러 다시 심리학자의 길로 돌아왔다. 기성 심리학의 오류와 한계를 과감히 비판하고 ‘올바른 심리학’을 정립하기 위해 매진하고 있다. 2005년부터 활발한 연구, 집필, 교육, 강의, 상담을 통해 연구 성과를 대중에게 소개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 《불안증폭사회》 《감정의 안쪽》 《트라우마 한국사회》 《누구에게나 어린 시절의 상처가 있다》 《싸우는 심리학》 《무의식의 두 얼굴》 《심리학을 만든 사람들》 《청춘 심리 상담》 《대통령 선택의 심리학》 《자살공화국》 《가짜 자존감 권하는 사회》 《그들은 왜 극단적일까》 《혐오 시대 헤쳐가기》 《월북하는 심리학》 《풍요중독사회》 《가짜 행복 권하는 사회》 《이재명의 스피치》(공저) 《한국인의 마음속엔 우리가 있다》 《가짜 사랑 권하는 사회》 등이 있다.
목차
- 머리말
1장 인간 심리란 무엇인가
01 심리학과 사회적 존재 _ ‘사람은 사회적 존재다’
02 인간 심리란 무엇인가 _ 자각 가능하며 사회역사적인 의식 현상
03 심리적 체험의 형식 _ 어떻게 체험되고 표현되는가
2장 욕망
01 동기 _ 인간 행동의 심리적 원인
02 욕망이란 무엇인가 _ 나의 요구를 구체적으로 체험하고 자각하는 것
03 욕망의 특징과 종류 _ 상호작용하고 발전하는 욕망들
04 욕망의 자각 형태 _ 충동, 희망, 열망
05 욕망의 발현 _ 호기심, 관심, 흥미, 취미
06 지향과 이상 _ 미래를 향한 전망적 요구의 체험과 자각
3장 감정
01 감정이란 무엇인가 _ 태도를 다양한 정서로 표현하는 심리 현상
02 감정 체험에 관한 주류 심리학 이론 _ 제임스-랑게 이론에서 2요인 이론까지
03 감정의 특성과 의의 _ 인간의 활동을 뒷받침하는 에너지
04 기본적인 질에 따른 감정의 구분 _ 만족과 불만, 쾌와 불쾌
05 주요한 감정들 _ 기쁨, 슬픔, 사랑, 증오, 공포
06 감정 체험의 정서 상태 _ 기분, 격정, 열정
07 감정 체험의 법칙 _ 능동적이고 역동적인 일체화, 공감, 동감
4장 의지
01 의지와 자기 통제 _ 의지의 전제조건
02 의지 행동의 단계 _ 의지적 노력, 결심과 실행
03 의지적 특성 _ 목적지향, 결단, 완강, 용감, 대담, 인내, 자제
04 신념 _ 지식, 감정, 의지의 합
5장 사고와 기억
01 사고란 무엇인가 _ 사고(인식)에 작용하는 심리적 요인들
02 감성적 인식 _ 감각, 지각, 표상
03 이성적 인식 _ 사고의 특징과 형태, 의의
04 기억과 망각 _ 새김, 보존, 재생
05 상상 _ 새로운 형상을 구성하는 심리 과정
06 사고와 다른 심리 현상 간의 관계 _ 욕망, 감정, 의지와의 상호작용
6장 개성과 성격
01 개성과 자기 의식 _ 자기 자신에 대한 인식과 자각
02 성격이란 무엇인가 _ 나를 나이게 하는 욕망, 창조적 능력, 성미
03 성격과 성미 _ 개방적·내성적·성급한·느린, 성미의 네 가지 유형과 특징
04 습관 _ 자동적이고 확고한 심리적 특성
05 재능 _ 소질과 취미, 개별 능력과 사회적 환경
06 지능 _ 사고력, 기억력, 상상력, 관찰력, 주의력
7장 발달과 세대 심리
01 유년기의 심리적 특징 _ 단순성, 정서 우세, 천진난만함
02 아동기의 심리적 특징 _ 호기심, 활동성, 모방성, 철듦, 심리 분화
03 청년기의 심리적 특징 _ 민감성과 진취성, 자립성, 포부와 이상
04 중년기의 심리적 특징 _ 사유와 창조, 확고한 태도, 자존심과 긍지
05 노년기의 심리적 특징 _ 자각과 반성, 안정, 다정함, 노여움
8장 사회 심리
01 왜, 사회심리학인가 _ 집단, 관계, 자본주의 사회
02 개인 대 개인, 소통 _ 내면세계의 교환
03 개인 간 소통의 정서적 평가 _ 호감, 반감, 혐오감
04 집단 심리 _ 집단의 의견은 어떻게 형성되고 작용하는가
05 집단의 분위기 _ 집단 분위기의 형성, 작용, 종류
06 집단 응집과 권위 _ 집단은 개인보다 힘이 세다
9장 심리학의 활용
01 심리 체험 _ 나와 타인의 심리를 체험한다는 것
02 심리 이해와 평가 _ 관찰법, 대화법, 자료 분석법
03 심리 통제 _ 이성으로 감정을 통제하기
04 심리적 도움 주기 _ 타인을 돕는 심리학 활용법
책 속으로
시대가 변하면 사람들의 견해와 요구(의식)가 변하며, 그에 따라 그 시대에 부합되는 심리를 가지게 된다. 예를 들면 노예제 시대 사람들은 노예 해방이라는 요구를 가지지만, 오늘날의 사람들은 노예 해방과 관련된 심리를 별로 체험하지 않는다. 봉건제 시대를 살아가던 사람들의 심리와 자본주의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심리가 다르고, 같은 자본주의 시대라고 하더라도 자본주의의 황금기(1940~1970년대)를 살아가던 사람들의 심리와 1980년대 이후의 신자유주의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심리가 다르다. _본문 29쪽
사람은 욕망을 충동의 형태, 희망의 형태, 열망의 형태로 자각하고 체험한다. (…) 위헌적인 계엄령을 선포한 대통령을 끌어내려야 한다고 막연하게 느끼는 것이 충동이라면, 그것을 가능하게 해주는 방법이 탄핵이라는 걸 깨닫고 사람들한테 자신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알리는 것이 희망이고, 탄핵에 찬성하는 국민의 힘을 하나로 모아 국회를 압박하면 능히 탄핵할 수 있으며 탄핵 이후 어떤 정부를 세울 것인지까지 계획하면서 촛불을 들고 거리로 나가는 것이 열망이라고 할 수 있다. _본문 53~55쪽
길을 가다가 독사를 만났을 때 가슴이 쿵쾅거리고, 놀란 토끼 눈을 하며 얼굴을 찡그리는 것이 감정 혹은 정서의 본질일까? 그런 것들은 단지 감정 반응의 징후, 결과이거나 감정 체험의 조건일 뿐이다. 즉 감정이라는 심리 현상의 신체적 표현이나 증상 혹은 감정 체험을 가능하게 해주는 생리적 기초나 조건을 나열한 것뿐이다. 신체 각성, 표현 행동, 의식 경험 등은 감정 체험의 결과이거나 조건일 뿐 그 자체가 감정은 아니며, 감정의 본질은 더더욱 아니다. _본문 72쪽
감정은 사람의 태도를 다양한 정서로 표현하는 심리 현상이다. 감정은 인식과는 달리 사물 현상에 대한 사람의 태도를 표현한다. 다시 말해 감정은 사람이 사물 현상을 어떻게 보고 대하며, 어떻게 받아들이는가 하는 관계를 표현한다. (…) 동일한 사물 현상에 대한 태도의 차이는 사회 현상에서 더욱 뚜렷이 찾아볼 수 있다. 노동자들이 총파업을 하면 사람들은 모두 다 그 사회 현상을 총파업이라고 인식한다. 그러나 노동자들의 총파업에 어떤 이들은 박수를 쳐주지만 다른 이들은 짜증을 내기도 한다. 이처럼 똑같은 사물 현상을 놓고도 어떤 사람은 좋아하고 기뻐하며 사랑할 수 있지만 다른 사람은 그렇지 않을 수 있다. 요컨대 똑같은 대상을 놓고도 사람들은 서로 다른 태도를 가지게 되는데, 이 태도를 표현하는 심리 현상이 바로 감정이다. _본문 75쪽
동물은 오직 쾌-불쾌, 그것도 아주 기초적이고 낮은 차원의 쾌-불쾌만 체험할 수 있다. 동물은 목적을 가질 수 없기 때문이다. 인간은 쾌-불쾌만이 아니라 만족-불만족을 체험하며, 인간에게 더 중요한 것은 쾌가 아닌 만족이다. 인간은 즉각적인 본능 충족을 위해서가 아니라 여러 목적을 세우고 그것을 실현하기 위해 살아가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오늘은 아침에 좀 일찍 일어나 직장에 남들보다 일찍 출근해야겠다, 오늘은 구내식당에서 밥을 먹지 말고 밖의 식당에서 먹어야겠다, 저녁에 퇴근하고 나서 친구들을 만나야겠다, 집에 들어가면 어제 읽던 책을 마저 읽다가 자야겠다 등은 단기적인 목적들이다. 사람은 하루 종일 이런 단기적인 목적들을 실현하기 위해 활동한다. 나아가 장기적인 목적, 인생의 목적을 실현하기 위해서 긴 시간, 한생을 바친다. 이것은 사람에게 고유한 감정, 사람에게 중요한 감정은 쾌가 아닌 만족임을 의미한다. _본문 91쪽
특정한 심리 상태가 생활 과정에서 반복되면 심리적 속성으로 굳어진다. 의지도 마찬가지다. 의지와 관련된 심리 현상이나 심리 상태가 반복되면 심리적 속성으로 굳어지는데, 그것이 바로 의지적 특성이다. 의지는 실천 속에서 형성되고 공고화되어 의지적 특성 혹은 능력으로 굳어지게 된다. 이러한 의지적 특성에는 목적지향성, 결단성, 완강성, 용감성, 대담성, 인내성, 자제력 등이 있다. _본문 125쪽
신념은 인간의 전반적 지향성을 규정한다. 언제나 사고와 행동의 지침이 되어 사람이 움직이는 기본 방향을 규제한다. 그래서 일정한 신념을 가지면 주저와 동요 없이 일정한 방향으로 사고하고 행동하게 되는 것이다. 신념은 맹목적인 믿음이나 종교적 신앙심과는 다르다. 신념은 과학적인 사상과 이론이 실천과 생활 체험을 통해 감정·정서적으로 공감되고 체득되어 자기의 피와 살로 된 것이다. 반면에 맹목적인 믿음이나 종교적 신앙심은 과학적이지 않은 사상과 이론을 이러저러한 이유로 붙들고 있는 것이다. 신념에 대해 논할 때 어떤 계급이나 사회적 집단의 사상·세계관으로서의 신념과, 개별적 인간의 사상·세계관으로서의 신념을 구분할 필요가 있다. _본문 129쪽
청년의 새로운 것에 대한 민감성과 진취성은 각종 사회운동을 떠미는 강력한 힘으로 작용해왔다. 일제강점기에 주요한 독립운동을 선두에서 용감하게 이끌었던 것은 청년들이었다. 한국전쟁 이후에도 청년들은 1960년대의 4·19 혁명, 1980년대의 광주 민중항쟁과 6월 항쟁을 폭발시키고 이끈 주역이었다. 오늘날의 한국 청년들은 신자유주의로 인한 사회 모순 격화와 정신건강 악화 등으로 청년기의 고유한 특징을 심각하게 억제당한 결과 청년다운 삶을 살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오늘날 미국을 비롯한 서구 사회에서 청년들의 과반수가 신자유주의를 반대하며 사회주의를 지지하고 있는 것, 남미에서 30대의 좌파 대통령이 탄생하는 것 같은 현상은 신자유주의가 청년들의 특성을 완전히 제거할 수는 없으며, 특정한 조건과 계기만 주어지면 청년들이 다시 역사의 진보를 떠미는 주역으로 등장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인류 역사의 진보를 떠밀어왔던 각종 사회운동의 선봉대, 돌격대가 청년들이었던 것은 그들의 심리적 특징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_본문 231쪽
노인 심리는 사회에서 노인들의 사회적 처지가 어떠한가에 따라 긍정적으로 형성되기도 하고 부정적으로 형성되기도 한다. (…) 한국의 대다수 노인들은 평생을 국가 혹은 독재정권이 시키는 대로 살았고,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커다란 희생을 감내했다. 국가 경제 발전을 위해서 열심히 일하라고 하면 날밤을 새워가며 일했고, 반공을 위해, 국가를 위해 전쟁터로 가라고 하면 베트남에 가 총알받이가 되기도 했던 것이다. 이렇게 평생을 순종적으로 살아왔음에도 노인 빈곤율은 OECD 국가 중 최고 수준이다. 국가는 빈곤과 외로움에 허덕이는 노인들을 방치했다. (…) 이런 상황에서 노인들이 할 수 있는 것은 거짓으로라도 자기 인생을 긍정하는 것이다. 즉 자신은 아주 잘 살아왔고, 노인들을 경멸하는 나머지 세대가 잘못 살고 있다는 왜곡된 믿음을 붙드는 것뿐이다. (…) 한국의 노인들이 자식 세대, 손주 세대의 간절한 희망을 짓밟으면서까지 선거 때마다 악착같이 적폐세력에게 표를 몰아주는 것은 이 때문이다. 소외감과 외로움, 무가치감 등으로 고통스러워하는 일부 노인들에게 식사를 제공해주고 용돈을 주면서, “당신은 훌륭한 인생을 살았다”고 높이 평가해주며, “지금도 당신에게는 할 일이 있다. 빨갱이들을 때려잡아서 나라를 구하셔야 한다!”고 말해주면 이제 할 일이 생긴 노인들, 존재 가치를 인정받게 된 노인들은 태극기를 들고 거리로 쏟아져 나온다. 병든 한국 사회는 이렇게 노인 세대의 심리를 나쁜 쪽으로 극단화시키고 있다. _본문 246~248쪽
최근에 주류 심리학계에서는 임상심리학의 하위 분과로 지역사회심리학이 등장했다. 그런데 궁금한 것은, 왜 지역사회심리학이 사회심리학이 아닌 임상심리학의 하위 분과로 등장했는가 하는 점이다. (…) 오늘날 한계점에 도달한 자본주의 사회는 엄청난 속도로 정신건강을 악화시키고 있다. 수많은 사람이 정신과 병원이나 상담실에 찾아와서 고통을 호소한다. 현실에서 그런 사람들을 상대하는 임상심리학자나 심리상담가들은 바보가 아니다. 그들은 내담자의 고통이 본질적으로 사회에서 비롯되었고 그 문제를 다루지 않으면 심리치료의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을 안다. 예를 들어 문제아동의 뒤에는 대체로 폭력적인 부모나 가정불화가 있는데, 그것이 사회적 불평등이나 빈곤과 관련이 있다는 것을 모를 수 없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임상심리학은 비록 부분적일지라도 사회제도가 인간 심리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게 되었고, 그리하여 지역사회심리학이 임상심리학의 하위 분과로 탄생하게 된 것이다. 주류 사회심리학은 지역사회심리학의 아이디어, 즉 사회가 인간 심리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과학적인 견해를 마땅히 받아들여야 한다. 또한 지역사회심리학은 이를테면 관악구나 성북구가 인간 심리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는 데 머물지 말고, 한국 사회가 인간 심리에 미치는 영향, 나아가 자본주의 제도가 인간 심리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는 것으로까지 확장되어야 한다. _본문 257쪽
어떤 감정은 상담 전문가나 심리학 이론의 도움을 받아 열심히 분석을 해봐도 잘 파악되지 않을 수 있다. 그 대표적인 것이 바로 한국인의 고질적인 불안이다. 한국인들의 불안은 기본적으로 개인의 심리적 상처가 아니라 사회에서 비롯된다. 따라서 개인적 차원의 분석만으로는 자기를 괴롭히는 불안의 정체와 원인을 파악할 수 없다. 또한 불안의 원인이 병적인 사회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해서 누구나 그 불안을 통제할 수 있게 되는 것도 아니다. 사회는 도무지 바뀔 것 같지 않고, 사회를 바꿀 수 있는 능력이나 방법도 없다고 믿는다면 불안이 오히려 더 심해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한국인들의 불안은 그 불안의 원인만이 아니라 사회개혁의 청사진과 방법까지 알게 되고, 사회를 개혁하기 위해 적극적인 활동에 나설 때 성과적으로 통제될 수 있다. _본문 266쪽
심리학 이론을 자기 자신을 위해서만이 아니라 타인을 도와주는 것에도 활용할 수 있다. 자기의 심리 변화를 파악하고 조절·통제하는 수준은 사람마다 다르다. 어떤 사람은 상황에 따라 자기의 심리 변화를 자발적으로 재빨리 그리고 정확하게 조절·통제하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도 있다. 스스로 자기의 심리 변화를 조절·통제하는 것이 심리 통제라면, 다른 사람의 심리 변화를 촉진하거나 억제하여 긍정적인 방향으로 이끌어주는 것이 심리적 도움 주기다. 즉 타인의 심리 변화를 정확히 파악하고 그것을 올바로 조절·통제하도록 도와주는 것을 말한다. 사실 잘 의식하지 못해서 그렇지 사람들은 일상적으로 서로를 심리적으로 도와주면서 살아간다. 심리적 도움 주기는 공감과 동조를 전제로 한다. _본문 317쪽
기본정보
ISBN | 9791194413257 |
---|---|
발행(출시)일자 | 2025년 03월 10일 |
쪽수 | 328쪽 |
크기 |
142 * 211
* 25
mm
/ 528 g
|
총권수 | 1권 |
Klo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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