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과 함께하는 페미니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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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내역/미디어추천
바통을 넘겨받을 차례다.”
냉소하고 과시하고 편 가르는 남성문화에서
나와 타인과 공동체를 돌보는 페미니즘으로
혐오의 놀이터가 된 교실, ‘역차별’에 분노하는 이대남, 혼자만의 동굴에 갇힌 아저씨, 사과할 줄 모르는 정치…. 가부장적 남성성과 유해한 남성문화는 한국 사회에 곳곳에서 나타나는 갈등을 꿰뚫는 키워드다. 남성과 남성성이라는 의제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페미니즘 단체 ‘남성과 함께하는 페미니즘’ 공동운영위원장이자, 성평등 교육 활동가인 이한은 페미니즘이 남성성의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역설한다. 페미니즘은 그동안 당연하게 여겼던 현실에 의문을 제기하고, 더 나은 세상을 만들려는 시도이기 때문이다. 『남성과 함께하는 페미니즘』은 자신을 증명할수록 모두가 불행해지는 남성문화에 대한 고찰이자, 남성들에게 페미니즘에 대한 여러 오해를 해소하고 함께 성평등 동반자가 되자고 건네는 초대장이다.
1부에서는 저자의 경험, 영화와 게임을 비롯한 대중문화 속 여성혐오, 각종 통계를 넘나들며 남성문화 전반을 살펴본다. 남성들은 남성연대의 위계질서에서 살아남기 위해 어린 시절부터 다양한 방식으로 ‘남자다움’을 경쟁한다. 감정 표현을 억누르고, 폭력적 언행을 과시하며, 공감과 연대보다 냉소와 체념을 선택한다. 그 과정에서 남성문화는 남성 개개인의 삶을 불행하게 할 뿐 아니라, 여성과 성소수자, 장애인 등 ‘남자답지 않은’ 소수자에 대한 차별과 혐오를 부추긴다. 저자는 최근 이른바 ‘너드남’이 주목받은 현상에 주목하며 남성들에게 유해한 남성문화에서 벗어나 변화의 물결에 함께하자고 제안한다.
“앞으로도 계속해서 더 나은 남성이 되고 싶은 사람, 남성과 함께 살아가기를 포기하지 않는 다양한 정체성의 사람을 만나려 한다.” _「포기하지 않을 용기」 중에서
교실에서 시작되는 유해한 남성문화
손가락질만으로는 일상이 안전해질까?
저자는 성평등 교육 활동가로서 중고등학생 대상의 성교육, 페미니즘 교육 등을 하고 있다. 2부에서는 교실에서 시작되는 유해한 남성문화에 대한 문제의식부터, ‘민원 폭탄’을 받은 경험, 페미니즘 교육에 저항하는 남학생과 대화하는 노하우까지 교육자·양육자라면 한 번쯤 고민했을 내용을 다룬다. 저자는 청소년의 성을 금기시하며 단순히 생물학적 지식을 전달하는 형식적인 성교육을 넘어 연애부터, 성적 관계에서의 동의, 성평등까지 포괄적인 성교육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어른들이 쉬쉬하는 사이, 무방비하게 음란물에 노출된 청소년들이 성에 대한 왜곡된 인식을 키우고 있다는 것이다.
3부에서는 성폭력 문제에 대한 인식 변화를 촉구한다. 성폭력 사건 기사에는 ‘관상은 과학’이라는 댓글이 달리지만, 성폭력 가해자는 겉모습으로 드러날 만큼 예외적인 존재가 아니다. 실제로 미투 운동에서 지목된 가해자들은 자신의 분야에서 큰 영향력을 행사하던 이들이었다. 책은 성폭력 관련 통계, 성차별에 대한 인구 집단별 인식, ‘비동의 간음죄’를 둘러싼 논란 등을 톺아보며 성폭력 문제의 배경에 뿌리 깊은 여성혐오와 성차별적인 문화가 있음을 드러낸다. 저자는 변화를 원한다면 가해자를 향한 손가락질이나 ‘나는 그들과 다르다는 말 대신’ 불편한 진실을 직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손가락질하며 가해자와 선을 긋는 사람은 흔하고, 자신의 잘못에 책임지는 사람은 드문 지금, 우리에게는 처벌 이후의 책임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우리는 모두 조금씩은 모나고 때로는 실패하고 상처받기도 하는 존재임을 기억해야 한다.” _「처벌 이후에도 책임은 계속된다」 중에서
재생산노동에 무임승차하고 있지는 않나요?
여성할당제는 ‘역차별’이라는 주장에 대하여
4부에서는 가사노동, 돌봄노동을 비롯한 재생산노동을 다룬다. 여성이 집안일을 도맡아 하는 것은 산업화 시대의 이야기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2019년을 기준으로도 맞벌이 가구의 하루 평균 재생산노동 시간은 여성이 133분이나 더 많았다. 또 고독사 사망자 대부분이 남성일 만큼 남성들은 자기 자신도 잘 돌보지 못한다. 이는 가부장제-자본주의 사회에서 재생산노동을 등한시한 결과다. 저자는 이제 남성들이 무엇을 하지 않겠다고 다짐하는 ‘속죄 페미니즘’을 넘어 돌봄의 주체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며 육아휴직 등 기존 제도의 개선과 함께, 돌봄 공동체 등의 대안을 제안한다.
5부에서는 유리천장과 여성할당제, 성소수자 혐오, 게임업계의 페미니즘 마녀사냥 등 사회적·구조적 문제를 다룬다. 일각에서는 한국에 성차별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으며, 오히려 역차별이 문제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한국은 입법·사법·행정 모두에서 OECD 평균에 크게 못 미치는 고위직 여성 비율을 나타낸다. 저자는 ‘임계수치’라는 개념을 소개하며, 여성 국회의원 비율이 최소한 30퍼센트를 넘을 때 비로소 남성 중심의 정치 문화가 달라질 것이라고 말한다. 국회에 군이 들이닥치는 모습이 생중계되고, 광장에서는 매일같이 혐오의 메시지가 울려 퍼지는 시대에 더욱 무겁게 느껴지는 지적이다.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라는 제목의 책이 있다. 정치권력 역시 대체로 남성의 얼굴을 하고 있다. (…) 이들은 승리와 패배의 이분법에 사로잡혀 있고, 경쟁과 효율, 개발과 발전을 강조하며 돌봄과 연대, 안전과 공존은 등한시한다.” _「정치는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 중에서
작가정보
이한
성평등 교육 활동가. 좋은 친구들 덕분에 페미니즘을 만난 후 페미니스트로 살아가고자 노력 중이다. 2017년부터 남성과 남성성이라는 의제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페미니즘 단체 ‘남성과 함께하는 페미니즘’에서 다양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교육이 성평등한 세상을 만드는 시작이 될 수 있다고 믿는다. 학교, 군대, 기업, 시민사회단체 등에서 성교육, 폭력 예방교육, 페미니즘 교육을 하고 있다. 『우리는 이어져 있다』, 『페미니즘, 남성을 조립하다』, 『포괄적 성교육』, 『N번방 이후 교육을 말하다』에 공저자로 참여했다.
목차
- 책을 펴내며
PART 1. 남성과 함께하는 페미니즘
“네가 그런다고 세상이 변할까?”
남자 셋이 모이면 위계가 생긴다
왜 화내냐고 묻는 남성들에게
잠재적 가해자 취급이라는 변명
너드남은 어떻게 주인공 자리를 꿰찼을까
언제까지 반성만 할 건가요
PART 2. 교실에서 만난 남성성(들)
아무것도 하지 않기를 선택한 남성들
이상한 변호사 권민우의 반쪽짜리 공정
“아기는 어떻게 생겨요?”
나는 교복 데이트가 하고 싶었다
우리에게는 더 많은 동의가 필요하다
인류 절반이 겪는 2,400일
PART 3. 나는 그들과 다르다는 말 대신
손가락질만으로 일상이 안전해질까
‘비동간’이 무서운 남성들에게
코끼리를 바라보지 않는 사람들
지겨운 군대 꿈, 더 지겨운 군대 이야기
‘그것’을 둘러싼 남성들의 알 수 없는 집착
처벌 이후에도 책임은 계속된다
PART 4. 가장 불공정한 노동
태초에 재생산노동이 있었다
내가 다 책임진다는 무책임한 말
“당신의 엄마는 어떤 사람인가요?”
남성들의 유언 1위 “괜찮아, 안 죽어”
축구공과 하이힐
리틀 포레스트는 멀리 있지 않다
PART 5. 구시대의 마지막 목격자
여성도 사람이라는 급진적인 개념
정치는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
십자가를 밟으라 말하는 이들에게
“그게 사랑이 아니면 뭔데?”
제 취미는 게임입니다
페미니즘을 공부하는 아저씨들
주
추천사
-
페미니즘에 호의적이지 않은 이와 대화를 하고 난 뒤 마음에 남는 감정은 대체로 분노, 실망, 막막함이다. 상대도 같을 것이다. ‘왜 대화에 매번 실패하는가?’는 나의 오랜 화두였지만 답을 찾지 못했다. 이한의 글을 읽으며 이제야 이유를 깨닫는다. 나의 발화는 상대를 페미니즘의 세계로 초대하는 문장이 아니었다는 것을. 억울함을 경쟁하듯 쏟아 내는 대화였으므로 헛헛할 수밖에 없었다. ‘나와 너’ 사이에 그어진 선을 소맷부리로 슥슥 지워가며 재차 더 크고 둥근 원을 그리는 이한의 모습을 상상하며 읽었다. 그의 글은 탁월하고 다정한 초대장이다.
책 속으로
앞으로도 계속해서 더 나은 남성이 되고 싶은 사람, 남성과 함께 살아가기를 포기하지 않는 다양한 정체성의 사람을 만나려 한다. _P. 7
감정 표현을 억누르는 것 외에도 남성이 되기 위해 지켜야 할 암묵적인 규범은 수없이 많다. ‘상남자’의 면모를 드러내기 위해 위험을 감수할 수 있어야 하고, 상황에 따라 재력과 힘을 과시할 줄도 알아야 하며, 때로는 여성에 대한 성적 대상화에 동조해야 한다. _P. 26
누군가가 당신에게 불편함을 호소했다면, 그것은 당신이 달라질 수 있는 사람이라고 믿는다는 표현이자 함께 성평등 동반자로 나아가자는 제안일 것이다. 그 손을 잡는 일에서 변화는 시작된다. _P. 47
속죄 페미니즘이란 남성들이 페미니즘에 공감하며 과거의 잘못을 ‘속죄’하면서도 페미니즘을 여성만의 것으로 여기는 탓에 자신의 역할과 실천에 제약을 두는 경향을 말한다. _P. 61
청년 남성들은 먼저 자기 자신을 돌보고, 여성을 비롯한 소수자를 돌아보며, 인간이 서로를 돌본다는 것의 가치와 의미를 재구성해야 한다. 체념과 냉소를 멈추고 변화를 이야기해야 한다. _P. 72
이 과정에서 동의는 상대의 감정과 기분, 분위기를 파악하고 다양한 언어적·비언어적 소통으로 늘 자리 잡고 있지, 생략되는 것이 아니다. 다만 이를 바라보는 이들이 물밑의 다양한 맥락을 파악하지 못하거나 파악하기 싫어서 지레 외모 덕분이라고 평가절하할 뿐이다. _P. 102
“뭐 비동간?” 한 정치인이 여성가족부의 발표 직후 SNS에 남긴 한마디다. 익숙한 냉소의 언어를 정치인이 구체적인 내용도 없이 이른바 ‘이대남’의 요구라는 식으로 포장하여 옮긴 것이다. 잇따라 다른 정치인들도 이에 가담했다. _P. 126-127
남학생들과 ‘남자다움’에 대한 고정관념을 이야기하며 한국 사회에서 어떤 게 남자답다고 여겨지는지 물어보면 늘 빠지지 않고 큼직함에 대한 대답이 나온다. 성기 크기에 대한 이야기임이 분명하지만, 나는 도리어 “그렇죠. 학생이라면 자고로 꿈과 배포가 커야죠”라며 능청을 부린다. _P. 149
손가락질하며 가해자와 선을 긋는 사람은 흔하고, 자신의 잘못에 책임지는 사람은 드문 지금, 우리에게는 처벌 이후의 책임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우리는 모두 조금씩은 모나고 때로는 실패하고 상처받기도 하는 존재임을 기억해야 한다. _P. 163
남성들은 자기돌봄에 취약하다. 더 나아가 남성문화는 종종 자괴 파괴적이기까지 하다. 이는 남성들의 수명을 단축하고, 더 잦은 병치레와 직결될 뿐만 아니라, 각종 사고, 폭력, 범죄와 의료비용 증가 등 여러 사회문제로 이어진다. _P. 192
많은 남성에게 돌봄은 어딘가 불편하고, 거리를 두어야 할 무언가로 여겨지기 일쑤다. 이는 단지 개인의 가치관이 아니라 사회문화적으로 요구받는 규범이다. 여전히 남성은 바깥일을 하는 ‘바깥양반’으로 여성은 집안일을 하는 ‘집사람’으로 불리는 사회니까. _P. 208
역량을 충분히 갖춘 여성이 보이지 않는 성차별 탓에 높은 자리에 오르지 못한다는 의미의 유리천장(glass ceiling), 유리천장을 뚫고 올라가더라도 실패가 예견된 자리일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의 유리절벽(glass cliff)이라는 용어는 그렇게 만들어졌다. 더 이상 여성들에게 단단한 천장과 아슬아슬한 절벽만이 선택지가 되어서는 안 된다. _P. 222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라는 제목의 책이 있다. 정치권력 역시 대체로 남성의 얼굴을 하고 있다. 정치인들의 성별만을 이야기하는 게 아니다. 정치인들이 남성연대의 위계질서와 남성문화의 가치관을 정치 문법으로 답습해 왔다는 이야기다. 이들은 승리와 패배의 이분법에 사로잡혀 있고, 경쟁과 효율, 개발과 발전을 강조하며 돌봄과 연대, 안전과 공존은 등한시한다. _P. 229
남성연대의 위계질서는 끊임없이 누군가를 소외시키고, 폭력의 대상으로 삼는다. 그리고 그 폐해는 특정 소수자 집단에 한정되지 않는다. 동성애를 혐오하는 사회에서 거의 모든 남성은 자신의 남성성을 증명하기 위해 가벼운 신체접촉을 비롯한 애정 표현을 과장되게 싫어하도록 학습된다. _P. 241
게이머라면 게임을 둘러싼 사회적 편견과 여기에서 비롯된 ‘셧다운제’의 폐해를 기억할 것이다. 이제는 전설이 된 이른바 ‘PC방 폭력성 실험’ 보도는 그러한 편견을 단적으로 보여주었다. 그렇다면 반대로 페미니즘과 여성을 향해 온갖 음모를 펼치며, 혐오와 폭력을 휘두르는 일부 남성 유저들의 모습, 그리고 여기에 편승하는 게 임업계의 행태는 이와 얼마나 다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_P. 249
남성들이여, 아버지들이여, 아저씨들이여 변해야 한다. 변해야 산다. 사랑받는 아저씨가 되고 싶은가? 행복한 아저씨를 꿈꾸는가? 그렇다면 기억하자. 우리가 가야 할 길은 페미니즘이다. _P. 258
출판사 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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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니즘에 호의적이지 않은 이와 대화를 하고 난 뒤 마음에 남는 감정은 대체로 분노, 실망, 막막함이다. 상대도 같을 것이다. ‘왜 대화에 매번 실패하는가?’는 나의 오랜 화두였지만 답을 찾지 못했다. 이한의 글을 읽으며 이제야 이유를 깨닫는다. 나의 발화는 상대를 페미니즘의 세계로 초대하는 문장이 아니었다는 것을. 억울함을 경쟁하듯 쏟아 내는 대화였으므로 헛헛할 수밖에 없었다. ‘나와 너’ 사이에 그어진 선을 소맷부리로 슥슥 지워가며 재차 더 크고 둥근 원을 그리는 이한의 모습을 상상하며 읽었다. 그의 글은 탁월하고 다정한 초대장이다.
— 김영희(전국국어교사모임 독서교육분과 ‘물꼬방’ 소속 교사)
기본정보
ISBN | 9788962626506 |
---|---|
발행(출시)일자 | 2025년 03월 04일 |
쪽수 | 264쪽 |
크기 |
129 * 188
* 24
mm
/ 465 g
|
총권수 | 1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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