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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 번의 겨울을 지나고서야 만난 글쓰기
인생의 봄은 진짜 ‘나’를 쓰는 일
저자는 마흔이 넘어서야 삶에 의심을 품기 시작했다. 글을 쓰고 싶다는 욕망을 느낀 것도 그때였다. 그리고 글을 쓰고서야 그동안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한 속마음이 존재했었다는 것, 실은 진짜 내가 아닌 타인이 원하는 모습으로 가공된 내가 내 주인 행세를 하고 있었음을 직면했다.
쓰면 쓸수록 내가 누구인지 명확히 보였다. 내가 적은 문장들이 나를 위로하는 신기함을 경험했다. 급기야 이른 새벽을 깨워가며, 가족들로 북적대는 집에 작게나마 내 글쓰기 공간을 마련해가며 쓸 수 있는 나를 모두 꺼내 썼다. 이 책은 저자가 ‘나’를 찾는 대단히 개인적인 과정이지만 동시에 삶에 갈증을 느끼는 대부분의 마흔을 대변하며 모두의 공감대를 확보하는 글이기도 하다.
작가정보
목차
- 프롤로그 _ 미치도록 쓰고픈 마음 8
1장 _ 마흔에 만난 글
새벽의 이유 16
문장공부 23
나를 감당하는 일, 쓰기 29
‘나’ 각성제 33
마흔의 초고 38
당당한 쓰기 44
삶 트기 49
잘 익은 글, 잘 익은 삶 55
종이 한 장에서 자라는 하루 60
책과 사유의 징검다리 65
글 빚 70
2장 글 안의 일상
꽃을 바로 보다 76
무지개 사탕 83
마음 수명 90
거울 속 엄마 96
이름을 살다 102
돌이 꽃을 피운다 108
태도의 무늬 113
‘꾸안꾸’의 욕망 118
관리하는 삶 124
마흔의 긴 생머리 132
상처를 흔적으로 139
잘 될 거예요 146
3장 글이 준 선물
엄마 김치 154
기억, 마음이 남기는 이야기 158
내 자리 163
모든 순간이 완성형이라는 믿음 168
가짜 슬픔 173
김밥은 밥이 생명이다 178
봄을 놓아주는 일 184
바보라고 말하는 사람이 바보다 188
은유를 닮은 세상 193
불길한 예감은 왜 틀리지 않을까? 198
두 번째 걸음 201
적기의 사랑 205
감사훈련 210
나에게 노년이 없다면 214
마흔, 노래해야 할 때 221
에필로그 _ 날 보면 당신도 쓰고 싶어질 거예요 227
책 속으로
좋은 문장을 읽으면 따로 떼어 모아두고 내 생각을 적었어요. 생각이 확장되는 느낌이 좋았습니다. 그런 시간이 쌓여 지금의 새벽 글쓰기 습관이 되었네요. 등 떠밀려 한 게 아니라 스스로 마음이 동해 시작한 일이다 보니 힘든 줄 몰랐습니다. 새벽이 기다려질 지경이었달까요. 그만큼 ‘내가 만들어가는 내 삶’이 간절했다는 말일 겁니다. 그랬던 새벽 기상이 근래에는 슬쩍 힘에 부치는 날도 많은 게 사실이에요. 체력이 닳아가는 나이탓인지, 모든 게 움츠러드는 겨울 탓인지 알람 소리를 듣고도 뒤척이는 날들이 잦아지거든요. 하지만 기어이 자리를 털고 일어납니다. 그건 여전히 존재하는 내 삶에 대한 의지 때문이겠지요. 정해진 하루에 끌려다니고 싶지 않습니다. 해 뜨는 시간보다 먼저 일어나 내 삶을 앞에서 이끌어가고 싶습니다.
그렇게 보면 나의 새벽은 오늘을 잘 살기 위한 담금질의 하나라고 할 수 있겠네요. 하루 중 머리가 가장 맑은 새벽에 깨어 현상 뒤의 본질을, 나를 넘어 우리를 말하는 글을 읽으며 시야를 터 나갑니다. 오늘을 잘 살기 위해서는 내가 바로 서야 하고, 내가 바로 서려면 너와 나, 즉 ‘우리’를 함께 볼 수 있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 시선을 머금은 채 나의 글을 써요.
- 17~18p
첫 책을 쓰면서도 필명에 대해 고민했더랬어요. 책의 내용은 십수 년 해온 내 직업에 대한 글이었습니다. 교사로서 자괴감이 들게 했던 사건들, 자존감이 바닥을 치고 그래서 도망치고 싶기만 하던 순간순간의 감정을 고백하듯 써 내려갔어요. 끓는 마음으로 거침없이 써낸 글에는 나의 치부는 물론이고 나를 아프게 했던 누군가의 치부도 들어 있었죠. 거기에 막상 내 이름 석 자를 달려니 왠지 모르게 멈칫하게 되더군요. 여러 밤을 모로 누워 묻고 또 물었어요.
거짓 한 점 없는, 그저 내가 나를 살핀 글이었습니다. 나의 고백이 같은 방황을 겪을 누군가에게 따뜻한 공감이 되어 주길 바라는 마음이었고요. 아픈 이야기도 있었지만 반대로 감사와 기쁨, 벅참을 느끼게 한 에피소드들도 분명 쓰였습니다. 바로 그런 순간들이 오늘까지의 나를 이끌었다는 것도 글을 쓰며 알았어요. 그만두려던 일터로 다시 돌아가야겠다고 마음을 고쳐먹은 것도 글을 쓴 덕분이었습니다. 어찌 보면 나를 다시 살게 만들어준 글인데 대체 무엇이 두려운 건지 생각했습니다. 주눅 들 이유가 없더군요. 고민은 오래가지 않았어요. 오히려 책 표지 가장 잘 보이는 곳에 내 이름 석 자를 새기기로 했습니다.
- 45~46p
그렇게 닫혀 있던 제가 글을 쓰면서 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글 앞에서는, 글로 엮인 관계 안에서는 주저 없이 나를 쏟아내게 돼요. 바라는 것 없이 마음이 열리고 눈매가 풀어집니다. 어지간해서는 터놓지 못했던 속말이 글을 타고서는 시키지 않아도 술술 흘러나와요.
덮어놓고 거리를 두며 살아온 내가 그 본능을 거스르기가 쉬웠을까요? 공개하는 글을 쓴다는 건, 있는 그대로의 나를 내보이는 것이었습니다. 당연히 두려웠습니다. 그래서 적당히 감추고, 적당히 흐리게 글을 썼지요. 실제보다 조금은 더 괜찮은 엄마, 괜찮은 아내인 척도 했습니다. 하지만 지극히 나다운 일상을 살던 어느날 내가 쓴 글을 다시 마주했을 때, 그때 내가 느낀 공허함을 뭐라고 표현해야 할까요. 그럴듯하게 써놓았지 만 속은 텅 빈 글을 마주했을 때 속이 화끈거릴 정도로 수치스러웠습니다. 짐작이 가시나요? ‘처음부터 다시’ 라는 마음을 먹었습니다. 억지스레 채워서 빈 마음으로 돌아갈 바에야, 흠 많고 부족해도 나를 드러내고 인정하는 글을 쓰자 싶었어요. 왜 글을 쓰는가를 생각하니 어렵지 않더군요. 조금 더 성숙하고, 조금 더 지혜로운 나로 살려면, 초라하더라도 일단은 지금의 나를 인정해야 했습니다. 느리더라도 진솔한 글을 써야겠다 싶었습니다.
- 50~51p
마흔을 갓 넘겼던 그때, 나를 찾을 수 있다기에 글을 썼어요. 불리는 대로 살던 이름, 늘 명치 끝에 께름칙하게 걸려 있던 내 이름 석 자를 어떻게든 쑥 밀어내고 내키는 대로 시원하게 살고 싶었더랍니다. 내 이름으로 사는 모든 순간이 자랑스럽고 만족스러울 수는 없겠지만, 그렇더라도 체한 듯 억지를 쓰며, 눈 가리고 아웅하는 식으로 살고 싶지는 않았거든요.
십수 년 다닌 직장을 그만둘까 고민했습니다. 내 이름에 걸쳐진 못마땅한 것들을 싹 걷어내고 조금 더 새롭고 근사한 다른 어떤 걸 채워넣어야 불안하지 않을 것 같았거든요.그게 진짜 나이며 진짜 삶일 것 같았어요. 하지만 착오였습니다. 옷만 바꿔입는다고 달라질 내가 아니잖아요. 여전히 나는 나인데, 역할 하나 바꾼다고 잘 살아질 리 있을까요. 살아온 시간의 바닥부터 차곡차곡 써보고 알았습니다. 문제의 답은 언제나 그 문제안에서 찾아야 하듯, 내 삶을 해결할 방법도 이미 내 안에 있었다는 걸요. 있는 그대로의 삶을 받아들이고 그 안에서 나다움을 찾아 사는 게 진짜 내 삶이었습니다.
이 삶에도 이유가 있다는 믿음으로, 지금 내게 닥친 불안을 요령 없이 그대로 통과해보기로 했습니다.
- 105~106p
출판사 서평
날 보면 당신도 쓰고 싶어질 거예요
글을 쓰는 마흔이 늘면서 ‘글쓰기’ 책과 ‘마흔’을 내세운 책들이 서점가를 점령했다. 이는 세대의 특징을 반영한다. 그동안 가정에만 충실했던, 지금 막 마흔을 넘긴 세대가 이제껏 자신을 내세우지 않은 삶을 살아왔다는 커다란 반증이다. 저자가 이 책에서 “마흔, 우리는 지금 노래해야 합니다.”라고 외치는 이유는, 삶이 과연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지 글로 적고 나니, 내 삶은 온전히 내 것일 때 가장 아름답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저자는 퍼스널브랜딩그룹 〈책과강연〉의 ‘문장공부’ 커뮤니티 운영자이다. 수백 명의 문우들과 좋은 문장을 나누는 일로 오랜 문장 수련을 거쳤다. 저자의 아름다운 문장을 읽는 것만으로도 또 개성 있는 저자의 문체를 만나는 것만으로도 이 책은 유의미한 선택이 될 것이다.
기본정보
ISBN | 9791198998248 |
---|---|
발행(출시)일자 | 2025년 03월 01일 |
쪽수 | 232쪽 |
크기 |
128 * 188
* 20
mm
/ 430 g
|
총권수 | 1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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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관계에서 얇고 넓은 것이 좋을까, 적지만 깊은 관계가 좋을까?" 이러한 질문을 받곤 한다. 인간 관계의 깊이와 범위에 대한 질문은 개인의 성향과 삶의 상황에 따라 다를 수 있다. 얇고 넓은 관계는 다양한 사람들과의 연결을 가능하게 하며, 사회적 네트워크를 확장하는 데 유리할 수 있지만, 반면, 적지만 깊은 관계는 심도 있는 대화와 감 정적 지원을 제공하며, 인생의 중요한 순간에 더욱 의미 있는 연결을 형성할 수 있을 것이다. 이분법적으로 판단하는 게 쉽지만은 않다. 그런 측면에서 마흔에 접어든 사십대들에게 인생의 의미와 함께 다가오는 글쓰기에 대해서 담담하게 이야기 하는 신간을 읽을 기회가 있었다. 전유정님의 <마흔에 쓰지 않았다면 몰랐을 것들> 이었다. 우리의 인생에서 마흔의 의미는 무엇일까.. 우리가 놓치고 있는 것들은 무엇일까... 커피 한잔과 함께 생각해 본다...
마흔이라는 나이에 접어들면서, 나는 내 안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기 시작했다. 이 시기는 많은 이들에게 삶의 중간 지점으로 여겨지며, 나 자신을 돌아보는 기회를 제공한다. 과거의 나는 타인의 기대와 사회의 기준에 맞추어 살며, 진정한 나를 잃어버린 듯한 기분을 느꼈다. 주변의 시선과 압박 속에서 내가 누구인지 잊고 살았던 것 같다. 커피 한잔과 함께 한 책은 나로 하여금 글쓰기를 통해 내 존재를 다시 찾고자 하는 결심을 하게 한다. ^.^
글쓰기는 처음에는 두려움과 불안으로 가득 차 있다. 내가 쓴 글이 누군가에게 어떻게 비칠지, 혹은 내가 감추고 싶었던 나의 모습이 드러날까 두려워 진다. 하지만 그 두려움 속에서도 나를 직면하게 해주는 힘이 글쓰기에는 있다. 불편한 순간을 글로 쓰려면 통증이 생긴 지점이 어디쯤인지, 무엇 때문인지, 어떤 통증인지를 정확하게 설명할 수 있는 언어를 골라야 한다. 이 과정에서 내 감정을 제법 오래, 아주 자세히 쳐다봐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마흔을 지나며 알게 된 것은, 그동안 내가 얼마나 타인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애썼는가 하는 점이었다. 나는 글 쓰기를 통해 내 안의 진정한 목소리를 찾고자 한다. 글을 쓰는 과정에서 나는 나의 치부와 아픔을 드러내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달게 할 것이다. 나를 아프게 했던 과거의 일들, 그리고 그 속에서도 나를 지탱해 주었던 감 사와 기쁨의 순간들을 솔직하게 기록하는 것으로 부터 시작일 것이다. 그 과정은 마치 나의 정체성을 회복하는 여 정과도 같다. 글을 통해 나의 감정을 드러내고, 나를 아프게 했던 기억들을 털어놓으면서 나는 조금씩 치유받아 가 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나는 눈감고 싶은 기억도 끌어안아야 한다는 사실을 깊이 이해하게 될 것이다. 마치 완벽한 문장을 만들기 위해 마음에 안 드는 문장을 지워버릴 수는 있지만, 삶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삶은 불완전하고, 그 속에는 아픔과 후회가 존재한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이 나의 일부이며, 그것을 받아들이고 끌어안는 것이 진정한 삶을 사는 이유일 것이다. 결국, 우리는 최선의 신중한 오늘을 살아야 한다.마흔이라는 나이는 단순한 숫자가 아니다. 그것은 인생의 중간 지점에서 나 자신을 돌아보고,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고민하게 만드는 중요한 시점이다. 처음에는 두려움이 앞섰지만, 글을 쓰면서 점차 나 자신을 받아들이고, 나의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깨닫게 될 것이다. 글이 나를 위로하고, 나를 다시 일으켜 세우는 힘이 있다는 것을 경험하면 서, 글쓰기의 매력에 빠져들게 될 것이다.
이제는 글을 쓰는 것이 나의 삶에서 중요한 일상이 되었다. 저자의 경험과 같이, 매일 아침 일어나는 새벽, 나는 조용한 공간에서 나의 생각과 감정을 적어내리며 하루를 시작한다. 그 시간은 나에게는 소중한 시간이다. 머리가 가장 맑은 그 시간에 나는 나의 감정을 정리하고, 오늘 하루를 잘 살아가기 위한 다짐을 한다. 그 순간들은 나에게 색과 의미를 더해주는 귀한 시간이다. 예쁜 문장으로 기억되는 “쓴다는 건 무색채의 시시한 일상에 분명한 색과 의미를 더하는 일”이라는 말처럼, 글쓰기는 내 삶을 더욱 풍요롭게 만들어주었다. 마흔이라는 나이는 새로운 시작 을 알리는 신호탄과도 같다. 이제는 더 이상 남의 시선에 휘둘리지 않고, 나의 이야기를 당당히 써 내려갈 수 있다. 나의 삶은 내가 만들어가는 것이며, 그 과정을 통해 나는 더욱 성장하고 있다. 글쓰기를 통해 나를 찾고, 나의 감정을 이해하며, 나의 이야기를 세상에 나누는 일은 나에게 있어 가장 큰 의미가 있다.
"의미를 부여한 모든 것은 살아있는 것이 된다 "는 말처럼, 내 글 속에 담긴 감정과 경험은 나를 더욱 진짜답게 만들어준다. 결국, 마흔이란 나에게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준 시기다. 나는 이제 나의 이야기를 쓰며, 나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 그 과정에서 느끼는 모든 감정은 나를 더욱 풍요롭게 만들어준다. 나의 글이 누군가에게 위로가 되고, 공감이 된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 마흔, 나는 이제 나의 목소리를 찾았고, 그 목소리를 통해 나의 삶을 더욱 아름답게 만들어가고 싶다. ^.^
책을 읽는 시간만이라도 현실에 고단함을 잊고 어릴적 꿈꾸며 순수했던 저로 돌아갈 수 있었습니다
작가님에게 감사드립니다~~~^^
바쁘게 살아온 나날 속에서 온전히 ‘나’를 찾기 위해 써내려간 에세이였어요. 에세이 특유의 어렵지 않은 문체, 술술 읽을 수 있는 내용이였고 공감하면서 읽어서 하루만에 다 읽을 수 있었어요.
문장 하나하나가 마음에 와닿아서 힐링되며 좋았습니다.
책과강연 출판사 @writing_in_180_days 💕 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 당신이 글을 썼으면 좋겠습니다
📗 전유정
📙 책과강연
📖 마흔, 나를 다시 꺼내는 법 🖋
마흔을 넘기고 나서 문득문득 ‘이게 진짜 내 인생이 맞나?’라는 질문이 떠오르기 시작한다. 하루하루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내 삶이 마치 남의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사회가 부여한 역할에 충실하며 살아왔지만, 정작 ‘나’라는 존재는 흐릿해진 느낌이 든다. 아무것도 틀리지 않은 삶인데, 왜 이렇게 허전하고 메마른 것인지 고민이 깊어진다.
가정과 직장에서 누군가의 기대에 부응하며 ‘잘 살아야 한다’는 강박 속에 진짜 나의 감정은 자꾸 밀려났다. 겉으로는 괜찮은 척 해도 마음속엔 늘 무언가 얹힌 듯한 느낌이 남아 있었다. 그렇게 묵혀온 감정들이 마흔 즈음 되어 다시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이 책은 거창하거나 대단한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 조용한 문장들 안에 삶의 진심이 담겨 있다. 전유정 작가는 마흔이 넘은 어느 날, 문득 글을 쓰기 시작했다고 말한다. 그 작은 시작이 자신을 직면하게 만들고, 위로하고, 변화시켰다고 고백한다. 나 역시 이 책을 통해 글쓰기가 단순한 기록이 아니라 자신을 회복하는 도구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전유정 작가는 글을 쓰면서 자신 안의 진짜 목소리를 발견했다고 말한다. 글 앞에서는 누구의 역할도 아닌, 온전히 자신으로 존재할 수 있었다고 한다. 마치 글이 자신을 비추는 거울처럼 느껴졌고, 써 내려가는 문장 속에서 오래 묻어두었던 감정이 비로소 얼굴을 내밀었다고 한다. 글쓰기의 본질은 결국, 자신을 솔직히 바라보는 데서 시작된다는 점을 이 책은 보여준다.
책 속의 작가는 하루 중 가장 조용하고 맑은 새벽 시간을 붙잡아 글을 썼다고 한다. 가족들이 잠든 시간, 세상이 조용해진 그 틈에서야 비로소 나다운 생각과 감정이 나오는 경험을 했다고 고백한다. 처음에는 쉽지 않았지만, 이내 그 시간이 기다려질 정도로 간절한 순간이 되었다고 한다. 그 모습이 떠오르면서 나도 문득 하루의 아주 작은 틈을 내 삶을 위해 써보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다.
이 책은 ‘글쓰기’라는 기술보다는 ‘글을 쓰게 된 마음’에 더 집중한다. 그래서 글을 잘 쓰고 싶어서가 아니라, 지금 내 삶이 혼란스럽고 정체성을 다시 찾고 싶은 이들에게 더 필요하다. 마흔이라는 나이, 혹은 인생의 중간 어디쯤에서 ‘나’라는 존재를 다시 바라보고 싶은 이들에게 이 책은 조용하지만 단단한 위로와 자극이 되어 준다. 작가의 고백이 독자의 속마음과 자연스레 겹쳐지는 순간이 있다.
작가는 십수 년의 교직 생활을 뒤로 하고 새롭게 글을 쓰기 시작한 과정을 진솔하게 담아낸다. 타인의 기대에 맞춰 살며 잃어버렸던 ‘전유정’이라는 이름을 다시 찾아가는 여정이 고스란히 글 속에 담겨 있다. 역할과 책임 사이에서 길을 잃은 어른으로서의 고뇌, 그리고 글쓰기를 통해 점점 자신을 회복해가는 과정을 독자도 함께 체험할 수 있다. 평범하지만 진짜였던 그 하루하루가 깊은 울림을 준다.
나도 글을 쓰고 싶다는 마음이 자연스럽게 생긴다. 잘 쓰기보다 진심을 담고, 멋지기보다 진솔한 이야기를 써보고 싶어진다. 삶의 흐름을 멈춰 세우고, 내 감정을 붙잡아보는 시간을 갖고 싶어진다. 이 책을 읽고 나면 글쓰기에 대한 두려움보다는 작은 용기 하나가 생긴다. 일기를 써도 좋고, 메모를 해도 좋고, 오늘 하루 마음에 남은 문장을 적어두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전유정 작가는 마지막까지 손을 내밀며 말한다. “당신도 썼으면 좋겠다”고. 글을 잘 쓰지 않아도 좋고, 누군가에게 보여주지 않아도 상관없다고 말한다. 중요한 건 ‘나를 쓰는 것’이라고, 그게 인생을 새로 살아보는 첫 걸음이 된다고 말이다. 지금 삶이 무언가 비어있고 허전하다 느낀다면, 글쓰기를 시작해보기를 권한다. 이 책은 그런 시작을 응원해주는 가장 따뜻한 동반자가 되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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