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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사소한 구원

70대 노교수와 30대 청춘이 주고받은 서른 두통의 편지
라종일 , 김현진 저자(글)
알마 · 2015년 01월 10일
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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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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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아무 걱정하지 말아요. 저는 늘 당신 편입니다.
궁지에 몰린 쥐가 도망칠 틈새를 찾아내듯이,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사소한 구원에 매달렸다. 그것이 선생님과의 서신 교환이었다. 선생님은 고통을 활자로 옮기라며 단호하게 이야기하셨다. “이야기된 고통은 더 이상 고통이 아니다. 당신이 그 고통들을 글로 쓸 수 있을 때 당신은 비로소 낫게 될 것이다.” -들어가며 중에서

대한민국 1퍼센트라 불리는, 이른바 성공적인 엘리트 코스를 밝아온 라종일 한양대 석좌교수와 10대 시절 《네 멋대로 해라》를 출간하며 큰 화제를 불러일으켰던, 자칭 집도 절도 빽도 없는 도시빈민이자 비정규직 노동자 에세이스트 김현진. 두 사람이 뜻밖의 책을 펴냈다. 이메일로 주고받은 편지들을 책으로 엮은 것이다. 우연한 기회에 서로를 알게 된, 겹치는 데라고는 전혀 없는 30대 ‘날백수’와 멋스러운 70대 노교수는 네 계절 동안 32통이나 되는 편지를 주고받으며 무슨 이야기를 나눴을까?

이 편지들 안에는 이 시대 ‘청춘’을 둘러싼 거대한 사회담론에 대한 이야기는 거의 없다. 그 반대다. 아주 사소해 보이는 이야기, 그렇지만 누군가에게는 매우 중요한 일상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길을 걸으면서, 버스를 기다리면서, 혹은 직장에서, 가정에서 느꼈던 감정의 흐름들, 내면에 꼭꼭 숨겨놓았지만 빙산의 일각처럼 그 작은 편린만 종종 드러나곤 했던 아픈 상처들, 일상에서 문득 발견하는 소중한 깨달음들에 대한 이야기가 잔잔하게 흐른다.
뻔한 이야기, 어설픈 조언에 지쳤던 사람들이라면 라종일 교수의 나눔이 반가울거다. 일방적으로 무엇인가를 들려주어야만 할 것 같은 흔히 말하는 ‘멘토’로서가 아닌, 더 나아가 인생을 좀더 경험한 선배로서가 아닌, 똑같은 인간으로서 대하는 사려 깊은 나눔과 소통이 담겨있기 때문. 홀로 고독한 터널을 지나고 있는 청춘이라면, 이 책에서 '늘 당신 편'인 노교수의 지혜를 들어보라.

작가정보

저자(글) 라종일

저자 라종일은 1940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서울대학교 문리과대학 정치학과 및 동 대학원에서 정치학 학사와 석사를, 영국 케임브리지대학 트리니티컬리지에서 정치학 박사를 취득했다.
1972년 경희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로 부임했으며, 미국의 스탠퍼드대, 미시간대, 남가주대, 프랑스의 소르본대, 그리스의 아테네대 등에서 연구교수와 교환교수를 역임했고 영국 케임브리지대의 펠로우를 지냈다. 1995년 현실정치에 참여하며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행정실장, 국가정보원 해외담당 차장, 대통령비서실 국가안보보좌관, 국가안전보장회의 상임위원장, 주영대사 및 주일대사, 우석대학교 총장을 지냈다. 현재 한양대 석좌교수로 재직 중이다. 지은 책으로는 《현대 서구 정치론》 《끝나지 않은 전쟁》 《끝나지 않는 의문》 《사람과 정치》 《라종일의 정치 이야기》 《비빔밥 이야기》 《준비, 새로운 천년을 위하여》 《아웅산 테러리스트 강민철》 《낙동강》 들이 있다.

저자(글) 김현진

저자 김현진은 십 대에 쓴 《네 멋대로 해라》 출간 이후 삼십 대에 접어든 지금까지 줄곧 글로 목소리를 내며 살고 있다. 집도 절도 빽도 없는 도시빈민이자 비정규직 노동자이지만 노래하듯 살기를 늘 소망한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시나리오과 예술사, 연극원 서사창작과 전문사를 졸업했다. 《한겨레》 《시사IN》 《경향신문》 등에 칼럼을 써왔으며 영화 《언니가 간다》 시나리오에 참여했다. 지은 책으로 《불량소녀백서》 《질투하라 행동하라》 《그래도 언니는 간다》 《누구의 연인도 되지 마라》 《뜨겁게 안녕》 등이 있다. 팟캐스트 《과이언맨》 《붉고도 은밀한 라디오》를 진행한다.

목차

  • 들어가며_내 남자 친구를 소개합니다

    ·꽃 지는 날 그대를 그리워하네
    ·웃는다면, 웃을 수 있다면
    ·노래할 수 있다면
    ·가는 길 험난해도 웃으며 가자
    ·‘병맛’을 아십니까?
    ·우리가 모르고 있었던, 알려고 하지도 않았던 것
    ·훌륭한 어른이 되기 위해
    ·여전히 어른이 되고 싶나요?
    ·우리 죄를 용서하여 주시고
    ·증오를 불쌍히 여기는 마음으로 바꿀 수 있다면
    ·사소한 말들이 전해준 구원
    ·스스로 생각하고 결정하고 행동할 수 있는가
    ·구멍가게 앞에 놓인 평상을 기억하며
    ·이 세상은 친절하지 않습니다
    ·사랑에서 고약한 냄새가 나는 이유
    ·아이는 어른을 사람으로 키웁니다
    ·마음이 슬퍼지려고 할 때면
    ·자랑하지 마라
    ·어떻게든 위로, 더 위로
    ·세상을 사는 방식
    ·왜 아름다움을 추구할까요?
    ·균형은 유지하는 것
    ·싸구려 위안
    ·이해하기 어려운 것을 이해하는 것
    ·우리가 괴물을 키워낸 걸까요?
    ·사람에 대한 사람으로서의 관심
    ·소명을 따라서
    ·경박한 오만
    ·세상이 조금은 격정적이어야 하지 않을까요?
    ·이야기가 주는 힘
    ·따뜻하고도 달콤한 경험
    ·끝이 없는 추신

책 속으로

들어가며_내 남자 친구를 소개합니다
남들 보기에 멀쩡한 남자 친구를 별로 사귀어보지 못한 것은 나의 오랜 콤플렉스다. 남자인 친구도 거의 없고, 연애는 실패만 거듭했다. 사랑해선 안 될 사람을 사랑해선 안 될 방법으로 사랑한 까닭이었다. 나 역시, 남에게 사랑을 줄 만한 사람이 못 되었다. 아귀처럼 끝없이 받기만 원하는 사람을 어느 누가 감당할 수 있겠는가. 그런 좋지 못한 성정과 운이 따라주지 않은 환경과 중독적으로 소비한 알코올이 합쳐져 나는 누구도 탓할 수 없이 제 손으로 평탄치 못한 삶을 만들어왔다. 게다가 최근 1~2년간은 흉사가 겹쳤다. 폭력을 동반한 이별, 가장 사랑했던 친구의 끔찍한 사고사, 실직…. 이따위 일들이 숨 가쁘게 일어나면서 나는 원래도 별로 괜찮은 상태가 아닌 주제에 더욱 신속히 망가져갔다.
마음을 의탁할 만한 종교도 없었고 몇 안 되는 친구들에게 언제까지 하소연을 늘어놓을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마음에 깊이 베인 자상은 끊임없이 피를 흘렸다. 바닥에 질질 흘리고 다니는 그 피가 발바닥을 적시면 너무 미끄러워서 나는 자꾸만 넘어졌다. 피 묻은 발자국을 돌아보면 서 나는 생각했다. 다시 일어설 수 있을까.
지인이 많지 않아 마음을 터놓은 몇 사람에게만 사정을 말했는데 오랫동안 꺼놓았던 전화기 너머 들려오는 라종일 선생님의 목소리는 내가 기꺼이 그 고통을 쏟아놓게 되는 몇 안 되는 음성이었다. 구차하고 기나긴 사정을 다 듣고 난 선생님은 세 가지를 이야기하셨다. 첫째, 이제 아무 걱정 하지 마라. 둘째, 나는 네 편이다. 셋째, 글 쓰는 사람은 원래 어느 정도 불행해야 한다. 당신도 그것을 알지 않느냐?

살짝 궁금하지 않은가? 쭉 엘리트 코스를 거쳐온 탁월한 정치인, 행정가, 교육자이며 6개 국어를 구사하는 외교가에 대학 총장까지 지낸 석좌교수와, 몇 권의 안 팔리는 책을 내고 삼십 대 초반인데도 여태껏 진로를 고민하고 있는, 성격도 별로 좋지 않고 가끔 한국말도 제대로 못하는 날백수, 겹치는 데라곤 전혀 없는 두 사람이 네 계절 동안 서른두 통이나 되는 편지를 주고받으며 대체 무슨 이야기를 했을지._5~9쪽

꽃 지는 날 그대를 그리워하네
선생님께.
지난번 뵌 이후로 어쩐지 ‘꽃 지는 날 그대를 그리워하네’라는, 어디선가 읽은 구절이 떠올랐습니다. 꽃이 져도, 꽃이 피어도 선생님께서는 특유의 안온한 표정을 잃지 않으실 것만 같아 그런가 봅니다. 세상만사 삼라만상이 무서운 일은 없고 모두 우스운 일뿐이라는 말씀이 마음속에 깊이 박혀서 그런 모양입니다. 저에게 이런 말씀을 하셨지요. “세상에 무서운 일은 없고, 우스운 일뿐이다. 살아오면서 참되고 바르고 아름다운 기억은 그다지 생각나지 않는다. 그렇지만 누가 물어보면 나는 그냥 즐겁고 행복하다고만 말한다.” 선생님은 엷게 웃으며 이게 무슨 말인지 알겠냐고 물으셨죠. 그때 선생님의 미소가 깊은 바닷속을 담담히 흐르는 거대한 해류와 같아서 저는 한참 말을 잇지 못했습니다. 이 나이 먹고도 인생이라는 바다의
얕은 물에서 발목이나 찰랑거리며 모래나 간질이고 있는 저로서는 결코 엄두가 나지 않는 그런 심해의 물결 말입니다.
산다는 것의 엄중함이 무엇인지 생각하니 숙연해졌습니다. 집에 돌아오는 길에도 한참을 되뇌어보았습니다.

세상에 무서운 일은 없고, 우스운 일뿐이다.

선생님께서는 우리나라 역사의 격변기를 직접 보셨고, ‘킹메이커’라 할 만큼 정치판에서도 큰 역할을 하셨고, 커다란 대학의 총장도 역임하셨지요. 그러면서 온갖 사람들이 머리 쓰며 제 이익을 좇는 광경을 무수히 보셨을 텐데, 어떻게 하면 제 이득을 위해 눈에 불을 켠 무서운 사람들을 우습다고 여길 수 있을까요. 아주 사소한 불행 하나도 저는 사실 두렵습니다. 이것들을 우스운 일로 여길 수 있는 마음 자세는 과연 어떤 것에 있을까요. 저는 정말 알고 싶습니다. 아직 삼십 대 초반에 앞다투어 찾아온 반갑지 않은 일들, 이런 제 개인의 상처까지도 모두 우스운 일로 만들고 싶습니다.
아카시아 꽃이 다 져버린 날, 선생님을 생각하면서._13~15쪽

출판사 서평

탁월한 외교관이자 교육자 라종일 교수와 에세이스트 김현진
멋스러운 노년의 신사와 속상한 청춘이
따뜻하고 현실적인 위로의 말을 주고받다

기획의도
뻔하지 않은 질문, 뻔하지 않은 대답 속에서
진정한 ‘위로’를 발견하다


대한민국 1퍼센트라 불리는, 이른바 성공적인 엘리트 코스를 밝아온 라종일 한양대 석좌교수와 10대 시절 《네 멋대로 해라》를 출간하며 큰 화제를 불러일으켰던, 자칭 집도 절도 빽도 없는 도시빈민이자 비정규직 노동자 에세이스트 김현진. 두 사람이 뜻밖의 책을 펴냈다. 이메일로 주고받은 편지들을 책으로 엮은 것이다. 우연한 기회에 서로를 알게 된, 겹치는 데라고는 전혀 없는 30대 ‘날백수’와 멋스러운 70대 노교수는 네 계절 동안 32통이나 되는 편지를 주고받으며 무슨 이야기를 나눴을까?
이 편지들 안에는 이 시대 ‘청춘’을 둘러싼 거대한 사회담론에 대한 이야기는 거의 없다. 그 반대다. 아주 사소해 보이는 이야기, 그렇지만 누군가에게는 매우 중요한 일상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길을 걸으면서, 버스를 기다리면서, 혹은 직장에서, 가정에서 느꼈던 감정의 흐름들, 내면에 꼭꼭 숨겨놓았지만 빙산의 일각처럼 그 작은 편린만 종종 드러나곤 했던 아픈 상처들, 일상에서 문득 발견하는 소중한 깨달음들에 대한 이야기가 잔잔하게 흐른다.

사소해 보이지만 누군가에게는 삶의 ‘구원’이 될 수 있는 이야기
이 책의 저자 김현진은 만만치 않은 사회를 살아가는 젊은이들이 겪을 수밖에 없는 필연적인 삶의 어려움을 똑같이 체감하는 또 하나의 ‘청춘’이다. “누구도 탓할 수 없이 제 손으로 평탄치 못한 삶을 만들어왔다”고 자책하던 그에게 라종일 교수와의 만남은 어쩌면 ‘평탄치 못한 삶’에서 벗어날 새로운 돌파구였는지 모른다. 그리고 김현진이 찾은 돌파구는 청춘이라면 누구나 한 번은 만나고 싶은 기회이자 계기이기도 할 것이다. 속 깊이 묻어두었던 아픔, 상처, 진심을 남김없이 털어놓을 상대가 있다는 것, 그가 기꺼이 자신의 이야기를 귀 기울여 들어주고 아무 편견 없이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준다는 것, 그리하여 그와 주고받은 허심탄회한 이야기들을 함께 나누고자 한다는 것, 이것이 아주 개인적인 편지를 ‘책’이라는 물성에 담아 모두에게 공개하는 이유다. 김현진은 이렇게 말한다.

“궁지에 몰린 쥐가 도망칠 틈새를 찾아내듯이,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사소한 구원에 매달렸다. 그것이 선생님과의 서신 교환이었다. … 선생님은 몇 번이나 이 기록들을 책으로 묶어내는 것을 망설이셨다. 그럼에도 부끄러움이 충만한 이 기록들을 세상에 내놓는 것은 선생님의 답장들을 나 혼자 읽기가 너무 아까웠기 때문이다. 내가 겪은 아픔들은 누구라도 한 번쯤 지나치게 되는 보편적인 것에 불과하지만, 선생님의 답신들은 흔히 접하기 어려운 혜안과 어렵지 않은 스마트함을 동시에 지닌 것들이었다.”(김현진 <들어가며>)

‘멘토’가 아닌 같은 인간으로서 주는 공감과 위로
그렇다면 대화 상대인 라종일 교수는 어떨까? 그의 말은 어떤 것을 품고 있기에 이 시대 청춘에게 ‘혜안’과 ‘스마트한 위로’를 주는 걸까? 김현진은 “이 시대의 멘토라는 사람들은 얼마나 뻔한 이야기만 하는지. 그래서 나는 라 선생님께 매달리게 된 것이다”라고 말한다. 김현진의 말대로 라종일 교수는 뻔한 이야기, 어설픈 조언이나 충고를 하지 않는다. 그보다는 가장 현실적이고 어쩌면 뼈아플 수 있는, 그래서 피부에 와 닿는 이야기를 진심을 다해 전한다. 그렇기에 40여 년이라는 차이가 전혀 장애가 되지 않는 공감과 이해 그리고 위로가 오갈 수 있었던 것이다.
일방적으로 무엇인가를 들려주어야만 할 것 같은 흔히 말하는 ‘멘토’로서가 아닌, 더 나아가 인생을 좀더 경험한 선배로서가 아닌, 똑같은 인간으로서 상대를 대할 때 우리는 그의 말에서 힘과 깨달음을 얻는다. 라종일 교수는 마지막 편지에서 김현진 작가와의 ‘대화’를 통해 자신 역시 큰 힘을 얻었다고 말한다.

“처음 현진이 글을 주고받자고 제안했을 때는 물론 그것이 책이 될 것이라는 생각도 하지 못했고 현진에게 도움이 되리라는 기대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어려웠던 상황에서 저와 글을 주고받은 것이 현진에게 큰 힘이 되었다는 글을 보면서 저를 다시 돌아보게 됩니다. 현진에게 밀려서(?) 신통치 않은 답을 쓰면서 어쩌면 저도 현진 못지않게 힘을 얻었는지 모릅니다.”(본문 248쪽)

“웃는다면, 웃을 수 있다면 주변의 누추함마저도 사랑할 수 있다”라고 말하는 라종일 교수만의 현실적이면서도 따뜻한 이야기를 듣다 보면 잔잔한 ‘에너지’가 느껴진다. 그 에너지에서 나오는 사려 깊은 나눔과 소통, 이것이 이 시대 ‘청춘’들에게 가장 필요한 위로가 아닐까.

책속으로 추가

웃는다면, 웃을 수 있다면
현진에게.
현진의 편지를 받고 문득 생각나는 어휘들이 있었어요. “탈출” “탈옥” 같은 말들이었습니다. 그보다 놀라운 것은, 이야기 중에 별생각 없이 한 말이 그렇게 날카로운 화두로 되돌아오리라 생각하지 못했던 것입니다. 작은 일도 예사롭게 넘기지 않는 강렬한 문제의식에 정신이 들었습니다.

몇 해 전 처용 이야기를 써서 외국 잡지에 기고한 일이 있습니다. 제목이 “오쟁이 진 처용 이야기Choyong, the story of a cuckold”였어요. 외국 친구들은 대부분 이 이야기를 재미있게 읽었다면서도 솔직히 이해하기는 힘들다는 반응이었습니다. 그래서 다른 이야기를 해주었습니다. 서양 사람들이 잘 아는 오셀로 이야기였습니다. 오셀로는 신통치 않은 악당이 쳐놓은 신통치 않은 함정에 빠져 엄청난 비극을 일으킵니다. 그러나 다시 생각해보면 이 ‘함정’은 이아고가 만들어놓은 것입니까? 아니면 사랑하는 사람에게 비열한 의심을 품을 수 있는 천격의 인물이 스스로 만든 것이겠습니까? 간통 현장을 목격하고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른, 그래서 비록 무속의 세계에서일지라도 벽사진경僻事進慶의 상징이 된 처용과는 어떻게 다릅니까?
웃는다면, 웃을 수 있다면 주변의 추루함도 사랑할 수 있습니다. 사람에 대한 사랑은 고결하고 유능한 곳에 있지 않고 누추한 곳에 있는 것이 아닌가 합니다.
감옥은 권력을 놓고 적나라한 각축을 벌이는 정치권에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학교, 회사, 학계, 사적인 친구 사이나 가정 내부에, 사람들이 함께 사는 모든 곳에 스스로 만든 감옥이, 그리고 그 안에 갇혀 무서워하고 무섭게 하는 사람들에게 있습니다. 때때로 그 감옥에 갇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람들도 있고요. 웃음이 수인에게 자유를 가져다줄 수 없겠습니까?_16~18쪽

사랑에서 고약한 냄새가 나는 이유
선생님께.
“누구도, 적어도 에덴의 낙원 이후에 세상이 자기에게 친절하리라는 기대를 하면 안 된다”라는 구절에 머리를 세게 얻어맞은 것 같았습니다. 옛 그리스의 목욕탕에도 “요즘 애들 버릇없다”라는 낙서가 있다고 하던가요. 그런 것처럼 어느 세대나 자기 세대가 가장 불행하다고 생각한답니다. 무슨 도움이, 무슨 위로가 되겠냐는 그 말씀이 엄중합니다.
흔히 세상에서 ‘멘토’라고 불리는 사람들이 주는 ‘힐링’은 ‘에덴에서 인간이 쫓겨난 이후 세계가 자신에게 친절하기를 기대해서는 안 된다’라는 사실을 뼛속 깊이 절감하지 않은 인간에게는 그저 싸구려 알사탕에 불과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지난번 주고받은 편지에서 할리우드식 연애나 돈 들이지 않는 이성교제, 사랑, 그런 것들에 대해 이야기했지만, 사랑이란 참 좋은 거죠. 그런데 그 좋은 사랑이 마치 땡볕에 일주일쯤 방치한 음식물 쓰레기처럼 고약한 냄새가 날 때까지 썩어버리는 이유는 뭘까요? 여인의 마음은 오리무중이라는 말은 예부터 전해 내려옵니다만, 남자의 마음 역시 오리무중인 것은 마찬가지인 것 같습니다.
요즘은 ‘삼포세대’라고 해서 결혼이나 취업, 출산을 아예 포기한 젊은 세대를 수식하는 말이 있습니다. 돈 없으면 연애하기 어려운 게 일견 납득이 가기도 합니다. 나가면 한 발짝 한 발짝 걸을 때마다 돈 나갈 일투성이인 세상이니까요. 그러나 그런 것들을 극복하고 사랑에 빠져놓고, 그것이 썩어 문드러져 고약한 냄새를 풍기게 되는 것은 대체 왜일까요. 추하고 더러운 쓰레기처럼 그 좋던 사랑이라는 것이 변해버리는 건 왜일까요. 화무십일홍이기 때문에? 사랑이라는 것이 최대 3년밖
에 가지 않는 호르몬 작용이기 때문에?_83~87쪽

아이는 어른을 사람으로 키웁니다
현진에게.
… 사람 사이의 사랑이란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순수한 사랑이란 것이 자기기만이 되기 쉽다는 것을, 그래서 짧은 순간 자신과 상대방을 속일 수 있지만 결국 파탄에 이를 수밖에 없다는 것을, 그래서 차라리 스스로 더이상 속일 수 없는 지경에 이르기 전에 멈추는 것이, 짧았던 환상 속에 오래 머물러 있는 것이 다행한 것이라는 생각은 하지 않습니까? 이 환상 속에서는 늘 말하는 돈의 문제도 문제가 아닌 것이 되겠지요. 그렇게 보면 사랑이 썩기까지3 년이란 시간은 오히려 너무 긴 것 아닙니까?
희랍 말 ‘스토르게 storge’는 가족?혈연 간의 사랑을 의미하는 말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부모와 자식 사이 혹은 형제와 자매 사이의 갈등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혈연 간의 사랑이라는 것도 근본적으로 이기적인 동기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우리는 부모의 사랑이 대가를 전제로 하지 않는 순수한 것으로 높여 보지만, 이런 사랑에도 자기 자신의 연장 혹은 보상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진 것을 알게 됩니다. 동물들도 자기 새끼에 대한 애정은 각별하지요. 실은 혈연 간의 갈등이 인연이 전혀 없는 타인들 간의 갈등보다 더 복잡하고 사악하기까지 한 경우를 많이 봅니다.
상대방을 사랑한다고 말하기 전에 혹은 그렇게 생각하기 전에 상대방을 자신의 왕성한 식욕의 대상으로 여기는 것이 아닌지 들여다봐야 합니다. 자기의 사랑이 이미 배신을 잉태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말입니다. 탈레랑은 “언어는 자신의 생각을 숨기기 위해 있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우리는 아름다운 사랑이라는 말 속에 얼마나 많은 엉뚱한 생각들을 숨기고 있습니까?_92~93쪽

기본정보

상품정보 테이블로 ISBN, 발행(출시)일자 , 쪽수, 크기, 총권수을(를) 나타낸 표입니다.
ISBN 9791185430454
발행(출시)일자 2015년 01월 10일
쪽수 256쪽
크기
153 * 224 * 10 mm / 360 g
총권수 1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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