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앗 살람 마그레브

지중해 연안 북아프리카 4개국을 가다
이철영 저자(글)
심산 · 2007년 12월 3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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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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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정보

저자(글) 이철영

이철영
이철영은 무역회사 임원으로 일하고 있는 회사원이다. 6년 전 ‘로마인 이야기’를 읽고 로마에 가겠다고 조르는 초등학교 졸업반 큰 아들의 소원을 들어주느라 처음 배낭여행을 경험하게 됐다. 그 뒤로 매년 혼자나 큰 아들과 둘이서, 또는 가족 전체와 함께 매년 설날을 즈음하여 여행에 나서고 있다. 40대 들어서 늦바람이 난 것이다.
그는 여행은 가기 전의 준비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여행의 품질과 만족도가 사전 학습에 의해 결정된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의 여행준비는 상당히 체계적이면서 치밀하다. 프랑스, 이탈리아, 영국 등 서유럽 국가들을 여행할 때는 자료가 풍부해 준비가 쉬웠지만, 스페인 여행을 준비하면서부터는 상황이 달라졌다. 여행 정보지는 있었지만, 풍성한 주변 지식을 제공받으면서 감성을 가다듬을 수 있는 좋은 기행문이 부족했던 것이다. 고민 끝에 그는 자신이 여행 후진들을 위해 직접 나서기로 했다. 특히 아이들에게 많은 산지식을 전수해 줄 수 있도록 30대 이상 가장들이 귀찮고 힘들더라도 배낭여행에 직접 나설 것을 설득하고 나선 것이다. 그 첫 결과물이 지난 2006년에 출간된 <마냐나 에스빠냐>이다. 이번의 <앗 살람, 마그레브!>는 그의 두 번째 저작이다.

목차

  • 서문 - ‘여행은 인생의 목욕탕’

    튀니지 - 지중해를 향해 열린 하늘색 창
    석양의 지중해를 넘다
    환전도 언어도 대략난감
    북아프리카에 코리아는 없다
    마공 와인을 곁들인 꾸스꾸스 만찬
    마그레브 이슬람의 원조, 튀니지
    부지런한 튀니지 사람들 예뻐요!
    입장료는 사람 따로 카메라 따로
    모자이크의 향연, 바르도 박물관
    독특한 퓨전 음식 ‘레블렙 비~’
    히잡에 구애받지 않는 젊은 여성들
    ‘사헬의 진주’ 수스
    리바트에서 지중해와 처음 만나다
    오스만투르크의 가정집을 엿보다
    포에니 전쟁의 현장, 카이로완 평원
    세계문화유산이 호텔로 둔갑
    카이로완 메디나의 상징, 그레이트 모스크
    마그레브 이슬람의 기원, 비르 바로우타
    ‘미스 튀니지’ 음반가게 아가씨
    코란은 사진을 찍을 수 없다
    바가지요금은 참을 수 없다
    이슬람과 커피의 함수
    삐끼는 여행의 감초
    튀니지 아이들도 ‘지셍 빠륵’을 안다
    30년 만에 본 국기하강식
    튀니스의 4대 자랑거리
    카르타고에는 카르타고가 없다
    튀니지안 블루가 아라베스크 문양을 만나다
    앙드레 지드의 추억, 카페 데 나트

    리비아 - 아프리칸 로마의 매혹적인 유혹
    긴장감 속의 입국수속
    지중해 바다를 ‘소리’로 보다
    리비아는 금요일이 공휴일
    까막눈 택시기사 칼리파
    우선 급한 대로 로마 유적부터
    청출어람, 렙티스마그나
    위대한 글로벌 제국 로마
    ‘수순 착오’, 사브라타에 먼저 올 것을…
    복원도 예술이다
    벵가지 행 비행기는 늘 만원
    비즈니스는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는다
    리비아에서 녹색의 의미
    순진무구한 메디나의 아이들
    처음 맛 본 물담배 ‘시샤’
    문 닫은 트리폴리 성
    독립 영웅 오마르 무크타르
    ‘사하라의 진주’로 불리는 가다메스
    스물여섯 살 치과의사 벨라
    반가운 영어 간판 Dogal 호텔
    벵가지 오마르 무크타르 거리
    옛 권력의 향수, 올드 타운 홀
    사진 찍기 좋아하는 젊은 친구들
    언제 먹어도 맛있는 터키식 케밥
    방치된 유적지 프톨레마이스
    대중교통은 이방인에게 무용지물
    트리폴리에서의 마지막 밤

    알제리 - 이슬람과 유럽의 소란스런 데이트
    삭막해서 환상적인 비행
    사막지대>로 바꾸면 어떨까요?
    알제리의 까다로운 검색시스템
    알제리의 한국인 게스트하우스
    활기 넘치는 시내버스 풍경
    파리를, 그리고 부산을 닮은 알제
    알제리는 위성안테나 천국
    바르도 박물관 입장료가 싼 이유
    까뮈가 다닌 알제대학교
    까뮈도 파농도 없다, 지단은 있다
    순교자의 광장
    지중해 절벽 위에 올라앉은 도시 오랑
    젊은 여성들과 친해지는 비결
    철지난 바닷가, 안달루스 비치
    도서관이 된 노트르담 성당
    천우신조, 티파사에 비친 햇빛
    티파사 유적은 컬러들의 수다
    카빌리 족의 도시, 띠지우즈
    산꼭대기에 사는 사람들
    베르베르 왕국의 고도, 베자이아
    베자이아의 지중해
    카빌리에 뜬 일곱 빛깔 무지개
    알제리의 거대한 독립기념관
    알제리 해적과 세르반테스의 악연
    아름다운 성당, 알제의 노트르담
    가난과 위험의 대명사 카스바 동네
    문명의 이종교배 흔적
    카메룬 처녀 졸리

    모로코 - 친절한 베르베르 아저씨의 미소
    북아프리카 유일한 왕국 모로코
    사통팔달의 기차 노선
    노회한 잉글리쉬 스피킹 가이드
    화려한 이슬람 건축과 아라베스크 장식
    모로코의 특산품, 핸드메이드 젤류지
    메디나 9,440개의 미로
    중세의 냄새를 그대로 간직한 테너리
    최고급 레스토랑에서 맛본 비스티야
    이슬람 최고의 석학, 이븐 할둔
    괄괄한 베르베르족 상인
    냄새와 미로, 그리고 색깔로 기억되는 페스
    한국인 여행객을 만나다
    아라베스크 묘실에 남겨진 고도의 흔적
    마라케시 로고색 오커-레드(Ochre-red)
    모로코의 명물 물장수 ‘게랍’
    베르베르의 흔적을 만나다
    베르베르식 뚝배기 요리 ‘타진’
    제마 엘 프나 광장에선 구렁이 조심
    아라베스크 문양과 화려한 컬러의 만남
    파랑, 베이지, 진갈색, 녹색, 그리고 주황
    “What do you want? Hashish?”
    가장 비쌌던 하산 2세 모스크 관람
    부러운 관광대국 일본
    혼잡한 스페인대사관 거리
    마그레브는 지중해를 닮았다
    수다쟁이 택시운전사, 모하메디
    유대인과 사이가 좋은 모로코
    역사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는다
    카사블랑카의 명동, 프린스 압달라 거리
    이슬람 신자들의 다섯 기둥
    함맘에서 왜소해지다
    소주가 그리운 밤

    마그레브, 남은 잔상들
    북아프리카에선 택시요금도 흥정해야
    카메룬 아가씨와 나눈 아랍식 인사
    말이 안 통해도 의사소통은 ‘걱정 무’
    이슬람도 ‘나이롱 신자’ 투성이
    삐끼는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는다
    알제리 물고기는 늙어 죽는다?
    로마시대 화폐를 입수한 사연
    우리 안에도 ‘오리엔탈리즘’이 있다

책 속으로

< 리바트에서 지중해와 처음 만나다 - 튀니지 편 >
“지중해 바닷물 전체가 완전히 바뀌는 데는 70년이 걸린다고 한다. 지중해물을 한번 만져보고 70년 후에 와서 다시 만지면, 그것은 그때의 물이 아니고 이전에 흑해나 대서양에서 흘러들어온 물이라는 얘기다.” (49쪽)

< 베자이아의 지중해 - 알제리 편 >
“지중해는 마그레브 모든 나라에서 볼 수 있지만, 그 빛깔과 정취는 다르다. 어찌 튀니지 시디 부 사이드의 지중해와 리비아 렙티스마그나 로마 유적지의 지중해, 그리고 알제 카스바 지구에서 보는 지중해가 같겠는가? 역사가 다르고 문화가 다르고 그것을 일궈온 사람들이 다르면 지중해의 의미도 다른 것이다.” (236쪽)

< 문명의 이종교배 흔적 - 알제리 편 >
“북아프리카 마그레브 국가들은 지중해를 닮았다. 지중해는 다양한 종교와 문화와 사람들이 어우러진 복합적인 시공이다. 그래서 수평적이고 수다스럽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알제리다...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지중해의 역사는 편파적이다. 그리스와 로마, 그리고 가톨릭을 제외한 나머지는 배척되거나 숨겨져 왔다. 그 과정에서 베르베르도, 이슬람도, 페니키아도 소외되고 말았다. 서구 사회가 정치경제적 헤게모니를 거머쥐면서 역사를 해석하는 기준과 주체가 일원화된 것이다... 그래서 북아프리카의 지중해 역사는 아직 완결되지 않은 진행형이다.” (251쪽)

< 마그레브는 지중해를 닮았다 - 모로코 편 >
“2층도 마찬가지로 사진전이었다. 지중해 인접 27개국 중에서 20개국 이상의 젊은 사진작가들이 참여한 연합 사진전... 전시 주제는 ”Crossing Glances'로 ‘서로 교차해서 보기’, 또는 ‘서로 이해하기’ 라는 의미다... 지중해 문명을 토대로 나눔의 문화를 완성시키고자 하는 그들의 애정과 존중의 마음이 작품들 속에 절절이 녹아있음을 발견할 수 있어 좋았다. 마그레브는 이렇듯 진정한 의미의 지중해 정신을 차근차근 담아가고 있는 것이다.“ (333쪽)

출판사 서평

“마그레브는 지중해를 닮았다”
- “유럽 문명의 가장 가까운 곳에서 그들과 교류하며 살아왔지만, 결국 주변부 지위에서 벗어나지 못한 어찌 보면 불쌍한 인생들(?)이 궁금해졌습니다.”
- “그들(젊은 작가들)은 훼손되고 변색된 지중해 정신을 경고, 또 거부하고 있었다. 함께 미래를 가늠하고 협력을 통해 새로운 문명을 개척하자는 의지와 비전에 그들의 지향점이었다.”

전인미답, 북아프리카 여행기
?세계문명의 변방(?), 마그레브

“지금까지는 유럽을 많이 다녔습니다. 유럽은 서구문명의 태동을 이룬 현대사의 주역이라고 할 수 있을 텐데, 이번엔 그 반대편이 보고 싶어졌습니다. 그 때만 해도 북아프리카에 로마 유적이 그렇게 거대하게, 또 광대하게 존재할 줄은 몰랐습니다. 또 여행을 준비하면서 그 나라들이 오스만투르크라는 이슬람 제국과 가톨릭을 앞세운 유럽 열강들의 식민지였음을 새삼 깨달았습니다. 문득 머리를 스치는 것이 있었습니다. ‘비주류’라는 단어입니다. 이런 표현을 써도 될지 몰라도, 세계 역사의 변방인 셈입니다.” (6쪽)
“국내에 마그레브 지역을 통틀어 두루 섭렵한 기행문이 아직 없었으니, 미지의 땅에 대해 처음 물꼬를 텄다는 것으로 만족합니다.” (10쪽)

?오리엔탈리즘을 경계하다

“우리나라 처지와 비슷하다는 동류의식 때문인지... 마그레브가 친근하게 느껴졌고, 많은 의문과 고민을 해결할 수 있었습니다. 거창하게 얘기한다면 오리엔탈리즘의 문제였고...” (7쪽)
“오리엔탈리즘은 이제 서구만의 시각이 아니다. 오랜 제국주의 침탈에 시달려온 식민국가에서도 그 추종자들이 만들어졌다. 식민 모국, 또는 서구문명의 세례를 받은 경제부국들에 대한 동경과 추종이 만연한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서구를 깎아내리고 우리를 앞세우는 정반대의 논리, 즉 옥시덴탈리즘의 자세 또한 바람직하지 않다.” (373쪽)

?개방적인 태도와 사고의 균형

“이것은 소박한 시작입니다. 우리 안의 편견과 불균형이 문제입니다. 폐쇄성과 편파성을 버리고, 있는 그대로 느끼고 싶었습니다. 많은 것을 버리고 개방하고자 노력했습니다... 있는 그대로를 보고 느끼는 것이 개방과 균형의 시작이라고 생각했습니다.” (10쪽)
“북아프리카 지중해를 보면서 협력과 공존의 논리도 배웠습니다. 로마가 ‘우리들의 바다’라고 주장했던 그 옛날의 지중해가 아니었습니다. 누구 하나가 독점할 수 있는 시대는 벌써 지나가고 없습니다. 지중해는 이미 다양성과 나눔의 키워드가 된 것입니다. 그러고 보면 따뜻한 심성과 배려의식이 돋보이는 마그레브 사람들의 마음을 지중해는 꼭 닮았습니다.” (10쪽)

배낭여행의 지평을 넓히다
저자 이철영의 여행은 무척 풍부하다. 그의 여행 안에는 역사와 문화는 물론, 사람과 자연 등 그 사회의 모든 주제가 총망라된다. 읽을거리가 많다. 그래서 그의 여행기는 일기나 감상문 스타일의 일반적인 기행문과는 많이 다르다. 개인의 의견을 담은 감상은 가급적 배제하거나 최소화한다. 독자의 몫으로 남겨두는 것이다. 에피소드나 벌어진 상황을 소상하게 묘사하고, 거기에 역사적 사실이나 문화적 배경을 덧붙임으로써 독자가 직접 자신의 감성을 실어 판단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저자의 피나는 노력 덕분에 위와 같은 독자 우선의 글쓰기가 가능하다. 그는 1년에 딱 한 차례씩만 배낭여행을 기획하고 집행한다. 그러다 보니 여행 준비를 철저히 할 수 있다. 일찌감치 여행 대상지를 선정하고 자료 수집 및 취재에 들어가는 것이다. 이번 마그레브 여행을 준비하면서도 수백 종에 달하는 책과 자료를 구해 미리 소화했다고 한다. 그래서 이 책을 읽다 보면 친절하고 박식한 ‘문화유산 해설가’를 만나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된다.


?역사를 더듬다

< 카르타고에는 카르타고가 없다 - 튀니지 편>
“이들(반달족)은 가는 곳마다 심한 파괴와 약탈 행위를 벌여 ‘반달리즘’이란 용어를 낳았다... 이곳은 말이 카르타고 유적이지, 순수한 카르타고 유적은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유적과 유물 대부분이 로마시대의 것들이다. 전통적인 카르타고 유적은 로마가 파괴했고, 로마시대 유적은 반달족이 파괴했다... 그런데 왜 ‘반달리즘’이란 용어만 생겨났고, ‘로마이즘’이란 말은 없을까?” (88쪽)

< 메디나 9,440개의 미로 - 모로코 페스 편>
“시작과 끝이 어디인지 모른다. 모든 곳이 시작점이고, 끝점이다. 압도하는 건물도 위세부리는 광장도 없다. 다 그만그만하다. 서로 숨소리와 문화를 공유하는 공동영역이며, 평등의 공간이다... 삶의 모습은 중세지만, 정신만큼은 인류가 지향하는 미래임에 틀림없다... 메디나의 철학이다.” (277쪽)
“페스는 냄새의 도시다. 골목의 축축한 향기, 가축들의 퀴퀴한 털 냄새, 스쳐가는 사람들의 묘한 살내, 그리고 태너리의 고약한 냄새가 첩첩이... 또 페스는 화려하고 강렬한 색깔의 도시다. 다양한 색조와 디자인의 카펫, 역사가 진하게 묻어나는 진갈색 목각 장식, 현란한 젤류지의 향연, 눈부시게... 이 모두가 좁은 골목과 낡은 건물 사이에서 난마처럼 얽혀 비로소 페스가 된다. 9,440개의 미로가 빛을 발하는 순간이다. 페스를, 그리고 메디나를 인생 그 자체라고 하는 이유다.” (291쪽)

?문명을 보듬다

< 청출어람, 렙티스마그나 - 리비아 편>
“깜짝 놀랐다. 정말 충격이었다. 두 눈으로 직접 확인하기 전에는 북아프리카 지역에 이렇게 거대한 로마 유적지가 있다는 것을 믿을 수가 없었다. 로마의 숨결이 그대로 살아 있는 듯했다.” (116쪽)
“이탈리아 로마에 버금가는 이곳의 유적을 보면서 세계제국 로마에 대해 감탄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서구문명의 시작이자, 스탠더드 모델이 된 로마는 분명히 세계국가였다. 또 개방된 글로벌 사회였다. 로마의 위대함이 2천년 세월이 흐른 지금도 생생하게 느껴졌다. 분명 렙티스마그나는 마그레브의 로마였다.” (123쪽)

< 문명의 이종교배 흔적 - 알제리 편>
“북아프리카 마그레브 국가들은 지중해를 닮았다. 지중해는 다양한 종교와 문화와 사람들이 어우러진 복합적인 시공이다. 그래서 수평적이고 수다스럽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알제리다... 그(장 그르니에)의 말대로 알제리를 포함한 지중해는 복합적이고 혼합된 사회다. 누구의 것도 아니고, 또 모두의 것이기도 하다. 그것은 교류의 결과이며, 여러 세력간 갈등의 흔적이기도 하다. 그것이 모두 엮여서 포용과 융화의 역사로 남은 것이다. 그래서 ‘로마적인 이슬람’, 또는 ‘아랍스러운 가톨릭’이 발견된다.” (251쪽)


?영웅을 만나다

< 독립영웅, 오마르 무크타르 - 리비아 편>
“박물관에서 특히 필자의 눈길을 끈 것은 반 이탈리아 투쟁의 영웅 오마르 알 무크타르의 전시관이었다. 그는 영화 <사막의 라이온>의 주인공으로 전설적인 독립 운동가이다. 이탈리아가 리비아를 점령하자, 1911년부터 20년간 저항운동 지도자로 신출귀몰한 게릴라전을 전개했다. 결국 1931년 이탈리아 점령군에 체포되어 처형당했는데, 그는 리비아 반식민지 해방투쟁의 영웅이 되었다. 그는 “승리가 아니면 죽음이다. 우리에겐 결단코 굴복이란 없다”고 유언했는데, 이 말은 가다피 대통령의 좌우명이 되었다.” (151쪽)

< 까뮈도 파농도 없다, 지단은 있다 - 알제리 편 >
“파농과 까뮈는 지금 알제리에서 사라졌다. 사람들은 그들을 거의 기억하지 못한다. 알제리 사람 십여 명에게 물었지만 아무도 그들을 알아보지 못했다. 대신 그 자리를 다른 영웅이 메우고 있다. 그 대표적인 인물이 축국영웅 지네딘 지단이다... 알제리에서는 그가 등장하는 광고판이나 사진을 흔히 볼 수 있다... 지단의 아버지는 알제리 독립전쟁 당시 프랑스군에 차출된 아르키 출신으로 알려져 있다. 알제리는 독립 후 식민지 잔재 청산작업으로 차출된 프랑스군 50만 명 중에서 15만 명을 처형했다고 한다. 그래서 지단 가족은 고향 알제리로 돌아올 수 없었다. 그가 프랑스 남부의 항구도시 마르세이유 빈민촌에서 태어난 이유다. 지단이 평상시에도 잘 웃지 않고 골을 넣어도 다른 선수들처럼 요란하게 골 세레모니를 하지 않는 이유가 이런 속사정, 즉 불행한 가족사 때문이 아닌가 생각해 본 적이 있다.” (205쪽)
“그(운전기사 나심)도 파농이나 까뮈를 모른다. 그러나 축구영웅 지네딘 지단은 잘 알고 있다. 지단이 워낙 유명하기도 하고, 또 지단이 나심과 같은 부족이기 때문이다. 지단은 이곳 카빌리 족의 후예다.” (229쪽)


?컬러를 탐하다

< 튀니지안 블루가 아라베스크 문양을 만나다 - 튀니지 편>
“튀니지안 블루! 황홀한 빛깔이다. 블루가 이렇게 화려한 줄은 미처 몰랐다. 마치 하늘로 날아오를 듯 가뿐하다. 블루가 눈부신 태양을 만나 화려한 색감으로 되살아 난 것이다. 조화다! 이 여러 가지 요소 중에서 단 한 가지라도 빠지면 균형이 깨질 것 같다. 강렬한 빛 때문에 자꾸 눈이 가늘어지고 인상을 쓰게 되지만, 그러나 이 순간은 선글라스를 꺼낼 수가 없다. 자연 그대로의 빛깔을 눈에 담고 싶은 것이다. 전망대에선 서로 끌어안고 귓속말을 소곤대는 연인들 빼고는 입을 여는 사람들이 없다. 모두 감동에 취해, 지치도록 푸르면서도 강렬하게 햇빛을 반사하는 지중해를 엄숙하게 응시하고 있다. 카메라 셔터 소리 외에는 적막하다. 비록 적막하지만 마음속의 감동은 폭발 일보 직전이다.... 이곳 시디 부 사이드는 하늘과 바다와 창문 색깔이 푸르다 하여 ‘3창의 나라’라고 부른다는데, ‘3백’을 더해 ‘3창과 3백의 나라’로 불러야 할 듯하다.” (95쪽)

< 마라케시 로고색 오커-레드(Ochre-red) - 모로코 편>
“오커-레드! 직역하면 적황토색쯤 된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색깔과 뉘앙스를 제대로 표현할 수 없다... 굳이 설명하자면 빨강과 황토와 분홍의 중간지대쯤인데, 그중 분홍에 약간 더 가깝다... 마라케시 메디나의 로고색은 그렇게 오묘하다. 온 천지가 오커-레드 판이었다... 마라케시의 오커-레드는 자극적이지도 역동적이지도 않다. 강렬한 햇빛을 받지만 번뜩이지도 않는다... 과연 이 오묘한 색깔의 정체는 무엇일까? 원색에서 출발했지만, 파스텔 색조도 들어갔고, 햇빛도 가미됐다. 아프리카이기도 하고, 아랍이기도 하지만, 또 베르베르기도 하다. 그래서 오커-레드는 역사적인 컬러다.” (298쪽)
“모로코에서는 마티스, 또는 천경자의 채도 높은 색감을 떠올리게 된다... 모로코는 각각의 색깔이 누가 더 원색적인가를 걸고 치열하게 경쟁한다. 블루면 블루, 오커면 오커, 둘 다 칙칙한 느낌을 털고 분명한 개성을 발현한다... 이곳에선 화려하지 않으면 색깔이 아닌 것이다... 곳곳에서 대비되는 원색들 간의 거침없는 충돌이 여행자의 마음을 들뜨게 만든다.” (301쪽)

< 티파사 유적은 컬러들의 수다 - 알제리 편>
“까뮈가 ‘잘 구워진 빵’ 같다고 비유한 불그스름한 기운이 스며있는 유적과 대지의 황토색, 조용히 가라앉은 지중해의 진한 파랑색, 그리고 무성한 올리브나무와 잡풀들이 빚어내는 녹색, 이 세 가지 빛깔이 너무나도 절묘하게 버무려져 있다. 황, 청, 녹의 세 가지 컬러가 모여서 수다를 떨고 있다. 그 중 가장 목청이 큰 색은 청이다. 대지에 부딪치며 ‘철썩철썩’ 울음소리를 만들어댔다. 누런 대지와 푸른 수풀도 그에 못지않다. 짙푸른 빛깔은 꿈틀거리며 온 몸으로 화답한다.” (225쪽)
“무너지고, 깎이고, 닳아서 지금에 이르렀지만, 그 덕분에 더욱 절묘해졌다. 까뮈는 티파사를 ‘지구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이라고 노래했다. 이 감동을 작가처럼 표현할 능력은 없지만, 빈터로 전락한 폐허가 빚어내는 아름다움이야말로 천상의 신비라는 것은 안다.” (226쪽)


?사람을 사귀다

< 스물여섯 살 치과의사 벨라 - 리비아 편>
“누군가에게 물어봐야겠다고 생각한 순간 마침 갈색 전통 복장에 울긋불긋한 히잡을 쓴 한 여성이 눈에 띄었다. 영어가 될지는 운명에 맡기고... 그녀는 벵가지 푼드크 마켓 근처에서 일하는 치과의사였다. 한국에서는 치과의사가 돈을 많이 버는 부유층이라고 하니, 리비아도 마찬가지라고 대답했다... 이메일 주소를 알려달라고 하자 이름과 이메일을 직접 적어 줬다. 그녀의 이름은 벨라 이브라힘 파라지였다.” (157쪽)
“헤어질 때쯤 알았는데, 놀랍게도 그녀는 오마르 무크타르의 후손이었다. 어머니가 오마르 무크타르의 손녀라고 했다. 놀란 표정으로 ”리얼리?“하고 여러 차례 되묻자, 여유 있게 웃으면서 사실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한국 사람이 오마르 무크타르를 아는 것에 놀라는 눈치였다.” (160쪽)

< 카메룬 처녀 졸리 - 알제리 편>
“공항 카페에서 커피를 한 잔 마시고 있는데 특이한 옷차림의 아가씨가 포착됐다. 녹색 카메룬 전통의상을 입은 아가씨가 홀로 커피와 담배를 즐기고 있었다... 이름은 ‘졸리’라고 했다. 대학생이었다. 7년째 알제에서 유학 중인 카메룬 출신 처녀였다. 우리와 비행기 편이 같았다.” (255쪽)
“악수로 작별인사를 하려고 다가가자, 그녀는 갑자기 필자의 목과 어깨를 안고는 뺨에 자신의 뺨을 갖다 댔다. 순간 당황했다. 그때까지 양쪽 뺨을 번갈아 갖다 대면서 입맞춤을 하는 아랍식 인사를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었다. 그러나 노련하게 ‘쪽’ 소리를 내며 화답해 줬다... 우리 문화와 달라 어색했지만, 젊은 아가씨와 첫 경험을 했다는 게 나쁘지는 않았다.” (359쪽)

< 수다쟁이 택시운전사, 모하메디 - 모로코 편>
“(그는) 떠듬떠듬 영어를 했다. 모로코, 아니 북아프리카에서 영어를 할 수 있는 택시기사를 만나기는 하늘의 별따기라고 들었는데, 마침 별을 딴 것이다... 이름은 모하메디였다... 호기롭게 출발을 했지만 곧 헤매기 시작했다... 마을에 도착하는 데 걸린 시간은 단 10분, 그러나 박물관을 찾는 데는 20분이 넘게 걸렸다. 배보다 배꼽이 더 컸다. 택시비로 100디르햄 달라는 걸 50디르햄(5천5백원)으로 깎았기 때문에 미안한 감이 들었지만, 모하메디는 불평 없이 싱글벙글했다.” (336쪽)
“그는 친절하고 착한 택시기사였다... 고마워서 두 가지 보답을 하기로 약속했다... 모로코에 여행 오는 한국 사람들에게 소개하겠다고 했다... 참고로 모하메디가 적어준 휴대전화 번호를 적는다. 063-31-0305이다. 만약 전화해서 그와 통화가 되면 2007년 초에 유대 박물관까지 타고 갔던 ‘Mr. Lee'의 소개로 연락하게 됐다고 말씀하시라. 반가워 할 것이다.” (337쪽)

마그레브의 지중해

저자가 이번 여행에서 주목한 것은 ‘북아프리카의 지중해’이다. 우리는 습관적으로 이탈리아나 그리스, 또는 스페인 등 대개 유럽 입장에서 지중해를 보아왔다. 저자는 유럽 관점의 지중해는 아직까지 불평등의 지중해요, 변색되고 훼손된 정신이라고 믿는다. 서구 사회의 제국주의 침탈 과정에서 크게 왜곡됐다는 판단이다. 따라서 올바른 관점을 갖기 위해서는 유럽뿐만 아니라 지중해 서안의 중동, 그리고 지중해 남안의 마그레브 지역의 입장을 알고 이해해야 균형적인 시각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여행기간 동안 진정한 지중해 정신을 느끼고 되새기는 노력을 했다. 종교적 이질성, 문명사적 차이, 인종 간 차별, 국경 분쟁 등 다양한 갈등 요소를 해소하고 포용할 수 있는 그릇으로서 지중해 정신의 회복을 주장한다. 복합문명의 역사에서 비롯한 차별 없는 나눔과 공존의 정신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자주, 그리고 지속적으로 등장하는 지중해 관련 표현은 저자가 지향하고 있는 이번 여행의 의미를 살피는데 도움이 된다.)

기본정보

상품정보 테이블로 ISBN, 발행(출시)일자 , 쪽수, 크기, 총권수을(를) 나타낸 표입니다.
ISBN 9788989721727
발행(출시)일자 2007년 12월 31일
쪽수 368쪽
크기
148 * 210 mm
총권수 1권

Klover 리뷰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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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점 중 10점
다음 여행지로 아프리카를 생각하고 있었는데 정말 반가운 책을 만났다.
아프리카를 생생하개 느낄수 있는 남동부지역, 고대 유적지를 볼수 있는 북부아프리카...두 곳을
고민하던 중 이책을 접하게 되서 너무나 반가웠다. 우리에게 친숙하지 않은 마그레브 지역에 대해
박식한 지식을 겸비해서 재미있게 쓰여진 이 책을 강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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