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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희 저자(글)
문학동네 · 2016년 11월 2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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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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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에서 읽는 시』는 세계 구석구석을 걸으며 길 위에서 만난 풍경과 사람에 대해 전했던 여행가 김남희가 스물여덟 편의 시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낸 책이다. 리 올리버의 「상상할 수 있니?」나 김선태의 「바오밥 나무를 위하여」를 통해 아직 인간의 손에 파괴되지 않은 자연의 견결함을 찬양하고 김소연의 「눈물이라는 뼈」나 김선우의 「이런 이유」, 고정희의 「객지」 등을 통해 이 차가운 세상에서 아직 우리가 타인에게 위로받는 존재임을 알아채기도 한다. 스물여덟 편의 시를 함께 읽으며 어둠에 갇혀 헤매지만 빛을 향해 고개 들기를 포기하지 않는 이가 여기 있음을, 우리는 모두 혼자가 아님을 알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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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정보

저자(글) 김남희

저자 김남희는 여행가. 서른넷에 방을 빼고 적금을 깨 배낭을 꾸려 10년 넘게 세상 구석구석을 걸어다녔다. 10년쯤 유목민으로 살다보면 어느 한곳에 정착하게 되리라 믿었으나 세상은 넓고 호기심과 열정은 꺼지지 않아 여전히 길 위에 서 있다. 다리에 힘이 남아 있는 한, 길 위의 여행자로 살아가기를 꿈꾼다. 가난해도 아낌없이 제 것을 나눠주던 길 위의 사람들처럼 그녀도 빈약할지언정 수입의 일부는 여행하는 나라의 아이들을 위해 쓰고 있다. 지은 책으로 『소심하고 겁 많고 까탈스러운 여자 혼자 떠나는 걷기 여행』(전4권) 『유럽의 걷고 싶은 길』 『일본의 걷고 싶은 길』(전2권) 『외로움이 외로움에게』 『삶의 속도, 행복의 방향』(공저) 『라틴아메리카 춤추듯 걷다』 『이 별의 모든 것은 여기서 시작되었다』 『따뜻한 남쪽 나라에서 살아보기』 등이 있다.

목차

  • 들어가며_ 시를 읽는다는 것
    01. 아무것도 아닌 것 _앨런 긴즈버그, 「너무나 많은 것들」
    02. 자유라는 한마디 _폴 엘뤼아르, 「자유」
    03. 작은 마음 한 조각 _김선우, 「이런 이유」
    04. 혼자 먹는 밥 _황지우, 「거룩한 식사」
    05. 일흔여덟, 한 남자의 생애 _김현승, 「아버지의 마음」
    06. 담담한 작별인사 _비올레타 파라, 〈삶에 감사합니다〉
    07. 그대가 있어 내가 있다 _틱낫한, 「부디 나를 참이름으로 불러다오」
    08. 기도의 의미 _성 프란체스코의 기도
    09. 눈물의 힘 _김소연, 「눈물이라는 뼈」
    10. 그럼에도 불구하고 _김승희, 「그래도라는 섬이 있다」
    11. 여행과 책 _남진우, 「타오르는 책」
    12. 이별의 품격 _이소라, 〈바람이 분다〉
    13. 바람 센 산간 마을에서 _백석, 「남신의주 유동 박시봉방」
    14. 세상에 대한 아름다운 항의 _안도현, 「바닷가 우체국」
    15. 나의 엄마 _이영숙, 「어머니」
    16. 서울 풍납동 옛집 _이문재, 「우리 살던 옛집 지붕」
    17. 평화롭고 우아한 세계 _김선태, 「바오밥나무를 위하여」
    18. 지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생명체 _메리 올리버, 「상상할 수 있니?」
    19. 가만히, 봄 _이성부, 「봄」
    20. 낮은 산의 아름다움 _신경림, 「산에 대하여」
    21. 맨발의 무게 _문태준, 「맨발」
    22. 폐허를 응시하는 시선 _허수경, 「청년과 함께 이 저녁」
    23. 자기 안의 감옥 _나짐 히크메트, 「9-10pm. Poem」
    24. 인간이 만든 선의 의미 _비스와바 쉼보르스카, 「시편」
    25. 사막의 사막 속으로 _정호승, 「사막여우」
    26. 별과 우주 _조용미, 「천상열차분야지도」
    27. 불편하지만 아름다운 _미야자와 겐지, 「비에도 지지 않고」
    28. 혼자 살아간다는 것 _고정희, 「객지」

출판사 서평

혼자 시를 읽었던 무수한 그 밤,
시가 있음에 나는 결코 혼자가 아니었다

세계 구석구석을 걸으며 길 위에서 만난 풍경과 사람에 대해 이야기해온 여행가 김남희가 자신의 마음을 뒤흔든 스물여덟 편의 시와 그 시를 읽었던 공간에 얽힌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이 책은 오래전 큰 산을 오르기 위해 길을 나선 한 남자를 위해 만든 한 권의 노트에서 시작되었다. 편지가 닿지 않을 먼 곳으로 떠날 그를 위해 한쪽에는 시를, 다른 한쪽에는 편지를 써서 만든 노트. 그 노트를 만들기 위해 밤마다 시를 읽은 이후 김남희는 혼자 여행을 하고, 혼자 살아가는 시간 동안 곧잘 시와 벗했다. 한 사람을 위해 시를 고르고 편지를 썼던 그때의 마음으로 자신을 위로해준 시를 한 편씩 골라, 잠들지 못하고 혼자 시를 읽던 밤의 고요한 평화 그리고 충만한 고독을 전하고 혼자 버티다 지친 이에게 따뜻한 위로를 건넨다.
이 책에서 김남희는 메리 올리버의 「상상할 수 있니?」나 김선태의 「바오밥 나무를 위하여」를 통해 아직 인간의 손에 파괴되지 않은 자연의 견결함을 찬양하고, 김소연의 「눈물이라는 뼈」나 김선우의 「이런 이유」, 고정희의 「객지」를 읽으며 차가운 세상이지만 아직 우리가 타인에게 위로받는 존재라는 걸 깨닫는다. 또한 어머니의 자작시인 「어머니」나 김현승의 「아버지의 마음」, 이문재의 「우리 살던 옛집 지붕」으로 오랜 세월 눈물과 웃음과 한숨을 나눴던 가족과의 추억을 더듬어보기도 한다. 이 외에도 팔레스타인의 분리장벽 문제에 대한 안타까움이나 자연과 벗하며 살아가는 젊은 부부에 대한 동경, 옛사랑의 추억 등을 제각각의 결을 지닌 스물여덟 편의 시와 함께 풀어간다. 국내외 여러 시인들의 시, 그리고 음유 시인이 남긴 노래 가사, 어머니의 자작시 등 김남희가 옮겨 쓴 시를 함께 읽는 동안 어둠에 갇혀 헤매지만 빛을 향해 고개 들기를 포기하지 않는 이가 여기 있음을, 아무리 고된 삶이어도 우리는 모두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느낄 수 있다.

혼자 여행을 하고, 혼자 살아가는 나는 늘 혼자인 시간이 넘쳐났다. 그 늘어지는 시간을 채우는 가장 쉬운 방법이 내게는 무언가를 읽는 일이었다. 소설을 읽고, 시를 읽고, 잡문을 읽었다. 시와 소설이 곁에 있는 한, 혼자여도 나는 혼자가 아니었다. 시를 쓸 수 있다면 완벽하겠지만, 이번 생에서는 언감생심. 그러니 시인의 시선을 빌리는 수밖에. 잘 벼린 감수성과 발칙한 상상력으로 세계와 사물을 엉뚱하게 바라보는 시를 읽으며 굳어가는 내 심장을 정기적으로 흔드는 것. 당연하다고 믿었던 것에 질문을 던지게 만들고, 외면하고 싶었던 세계의 존재를 드러내는 시를 읽으며 끝내 혼자서는 살아갈 수 없는 게 삶임을 확인한다. 시는 나에게 혼자 살아가는 법과 연대하는 마음을 동시에 가르쳐주었다. 여행이 일상에서는 보이지 않던 이들을 만나 들리지 않던 소리를 듣게 해주는 것처럼 시도 잘 보이지 않는 것들을 드러내 그것들의 목소리를 들려준다. 그래서 시와 여행은 닮아 있다. _본문에서(8~9쪽)

부모라는 낯선 세계의 입구에 서다
방콕 같은 도시부터 산 넘고 물 건너 며칠씩 가야 하는 오지 마을까지 세계 곳곳을 누볐던 김남희는 이 책에서 익숙하게 여겨왔던 가족이라는 미지의 세계를 탐험한다. 삶의 수호자로 늘 든든하게 자리를 지켰던 아버지가 폐암 말기 진단을 받아 빠르게 생명의 불이 꺼져가자 그제야 처음으로 그의 삶에 호기심을 품는다. 정년퇴직 후에도 아파트 경비로, 구멍가게 주인으로 자식들에게 손 벌리지 않고 일할 수 있음을 자랑스러워했던, 무뚝뚝하고 감정 표현에 서툰 전형적인 경상도 남자였던 아버지. 이제 겨우 아버지라는 세계의 입구에 섰는데 그는 먼 길을 떠날 준비를 한다. 그렇게 예정된 이별을 앞두고 뒤늦게 아버지의 삶을 헤아려본다.
작별인사를 제대로 나눌 새도 없이 아버지를 떠나보낸 뒤, 김남희는 더 늦기 전에 엄마와 단둘이 발리 여행을 떠난다. 여행을 업으로 삼고 있지만 엄마와는 한 번도 함께한 적은 없었기에 모든 것이 새로웠던 둘만의 시간. 가족을 위해 모든 것을 양보하고 희생하다가 말년에야 공부에 대한 열정을 불태우는 엄마. 그런 엄마와 같은 길을 걸으며 때로는 말없이 교감하며 그녀 또한 욕망을 지닌 한 인간이었음을 깨닫는다. 잘 안다고 믿었기에 호기심을 품지 않았던 부모라는 세계. 높은 산을 오르고, 깊은 바다를 건너고, 긴 사막을 가로질러 그 경험을 모두 더한대도 아이를 낳고 키운 경험 하나에 미치지 못할 것이라며 아마 손에 넣지 못할 그 세계를 헤아려보면서, 제 속을 태워가며 자식을 키우고 그와 더불어 성장하는, 자식이라는 존재의 우주가 된 부모라는 세계를 누빈다.

나는 나 아닌 다른 이를 위해 내 삶을 희생해본 기억이 없다. 나의 중심은 늘 나로 향할 뿐, 그 자리에 누구도 들어서지 못했다. 나로만 가득찬 세상에서 외로운 나 그리고 가족을 중심에 놓아 그 대가로 자신이 사라져버린 세계에서 외로웠을 아버지. 우리 둘 중에 더 고독한 이는 누구일까. 아버지의 눈에는 이 나이 되도록 혼자 떠도는 내가 더 쓸쓸해 보였을까. 세상의 많은 일들이 그러한 것처럼, 아버지의 삶에 대한 나의 이해도 너무 늦게 찾아왔다. 자식도, 남편도 없이 죽음을 맞이할 나는 마지막 순간에 생의 의미를 어디서 찾아낼까. 이 세상과 작별하는 그 순간에 내 손을 잡고 내가 이룬 것을 속삭여줄 이가 있을까. 아마도 없을 것이다. 그렇다 해도 삶이라는 긴 여행의 마지막 날까지 부디 기억하기를. 살아냈다는 것만으로도 이미 충분한 삶이었다는 것을. _본문에서(56쪽)

길 위에서 희망의 가냘픈 손목을 움켜쥐다
미래를 위해 현재를 저당잡혀 살기보다 지금 이 순간 행복하고 싶어 회사를 그만두고 길을 나선 지난 10년. 김남희는 그렇게 세상을 떠도는 길 위에서 온전히 자기 자신으로 남을 수 있었노라고 고백한다. 어떤 가면도 쓰지 않아도 되는,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아도 되는 그 시간 동안 자신의 내면을 더 깊이 들어다볼 수 있었고, 세상의 어둡고 아픈 모습과 대면할 수 있었노라고 말이다. 남의 땅을 떠도는 팔레스타인 난민이나 빈곤의 흔적이 넘쳐나는 가난한 땅에서 살아가는 아이들처럼 어떤 상황에서든 있는 힘껏 살아내는 사람들의 모습 그리고 기쁨과 슬픔이 교차하는 세상의 풍경을 바라보며 김남희는 섬광처럼 짧다 해도 누구에게나 아름다운 순간이 찾아온다는 것을 깨닫는다. 아무리 비루한 일상이래도, 살아야 할 절실한 이유가 보이지 않는대도 살아야만 한다는 것을, 이 세상을 살아간다는 것 자체가 우리 삶의 목적이라는 것을 배운다. 시가 있어 혼자 살아가는 법과 연대하는 마음을 알게 되었노라고 담담히 인정하는 김남희는 저마다 모순을 지닌 나약한 존재인 우리가 서로의 약함에 기대어 살아가는 세상을 만들고 싶다는 꿈을 품는다. 넘어지고 깨지더라도 서럽고 마음 아프더라도 서로 붙잡은 손을 놓지 않고 연대하겠노라고 말이다.

유목민으로 살아온 지난 10년의 세월과 그 길 위에서 만났던 이들이 떠올랐다. 코가 썩어버릴 것 같은 가죽 냄새 속에서 맨발로 무두질을 하던 모로코 페스의 남자들이, 물을 긷기 위해 사막을 가로질러 몇 시간을 걸어다니던 인도 자이살메르의 여자들이,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하루 종일 광장에서 소일하던 볼리비아의 청년들이, 어두운 방에서 여린 손끝으로 담뱃잎을 말던 미얀마의 소녀들이 생각났다. 어떤 상황에서든 사람들은 살아가고 있었다. 어디에선가는 삶을 끝내는 이들도 있겠지만 당연하게도 내 눈에는 있는 힘을 다해 살아내는 사람들의 모습만 들어왔다. 아무리 비루한 일상이라 해도, 살아야 할 절실한 이유가 보이지 않는다 해도 살아야만 한다는 것. 그 쓸쓸하면서도 단순한 진리를 확인하기 위해 지구 반대편까지 찾아다녔던 게 아니었을까. _본문에서(97~98쪽)

지구의 너른 품에 안기다
문명을 손에 넣기 위해 무자비하게 지구를 파괴하고 자연의 소중함을 잊은 채 살아가는 우리에게 김남희는 누군가가 위로해주지 못하는 아픔을 어루만져주는 사막과 숲, 산과 들판 같은 자연의 힘을 들려준다. 한자리에서 수천 년을 버틴 나무 아래에서 몇십 년 삶의 고단함을 담대하게 받아들이는 태도를 배우기도 하고, 인간의 존재를 한없이 작아지게 하는 자연의 압도적인 힘을 절감하기도 한다. 마음이 복잡할 때 고요한 산에 올라 묵묵히 걸으며 엉킨 마음을 조금씩 풀기도 하고, 상처받아 마음이 꽁꽁 얼어붙은 인생의 겨울에는 남쪽 지방으로 내려가 사나운 바람을 뚫고 찾아오는 봄의 기운을 마주하기도 하며 우리 인생에도 언젠가는 봄날이 찾아올 것임을 배운다. 그렇게 자연에 기대어 위로받는 순간은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기 위한 모색으로도 이어진다.

사는 일에 지친 날이면 숲으로 간다. 큰 나무와 작은 나무가 다툼 없이 서 있는 숲으로. 저마다 외따로 서 있어도 더불어 아름다운 나무들 곁으로. 숲에 들어서면 안도감이 밀려든다. 어디든 자리잡고 앉아 나무를 바라본다. 나무는 내가 지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생명체다. 한곳에 마음 붙이지 못해 밖을 떠도는 내가 어쩌다 한자리에서 꼼짝도 못하는 나무를 사랑하게 된 걸까. 나무는 제 이웃 나무조차 더듬어 안을 수가 없다. 뿌리로나 겨우 얽힐 수 있을 뿐. 그런데도 나무는 붙박이로 태어난 제 운명을 탓하지 않고 한자리에 선 채 유목한다. 묵묵히 제 몸을 키워 숲의 생명들을 제 품으로 불러들인다. 나무는 세월의 발톱에 긁히지 않는 유일한 존재 같다. 달이 바뀌고, 한 해가 지나고, 다시 몇 번의 계절이 오간다 해도 나무는 점점 더 그윽해질 뿐이다. 시간을 거슬러가며 울울창창해지는 유일한 존재가 아닐까. 너무 가깝거나 너무 멀어 뜨거움에 데이거나 차가움에 어는 인간과는 다르게 나무는 존재와 존재 사이에 적당한 거리가 필요하다는 것을 안다. 햇빛과 바람이 넘나들 수 있는 그 거리가 결국 서로를 자유롭게 한다는 것을 나무는 알고 있다. _본문에서(167쪽)

기본정보

상품정보 테이블로 ISBN, 발행(출시)일자 , 쪽수, 크기, 총권수을(를) 나타낸 표입니다.
ISBN 9788954643177
발행(출시)일자 2016년 11월 25일
쪽수 260쪽
크기
147 * 211 * 21 mm / 357 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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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가장 낮은 곳에서, 그래도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었다. '어떤 일이 있더라도 목숨을 끊지 말고 살아야 한다고' 믿는 착한 사람들이 있었다.
길 위에서 읽는 시
책과 여행은 닮았다. 가장 온건한 방식으로 지금까지의 세계를 허물고 새로운 세계를 꿈꾸게 한다는 점에서. 그 둘은 모두 안락한 일상을 흔든다.
길 위에서 읽는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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