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까운 사람이 경계성 성격 장애일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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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운 사람이 경계성 성격 장애일 때 상세 이미지](https://contents.kyobobook.co.kr/sih/fit-in/814x0/dtl/illustrate/693/i9791156758693.jpg)
수상내역/미디어추천
- 미디어 추천도서 > 주요일간지소개도서 > 한겨레신문 > 2021년 4월 3주 선정
감정 기복이 심하고, 충동적이고, 불안정하다면?
50년 경력 임상심리전문가가 알려주는 경계성 성격 장애의 실체와 실용적인 대처법!
《가까운 사람이 경계성 성격 장애일 때》는 경계성 성격 장애를 앓고 있는 16명의 사례를 통해 경계성 성격 장애란 무엇인지부터 주요 증상이 무엇이며, 일상에서 어떤 형태로 발현되는지 그리고 가장 중요하게는 경계성 성격 장애 당사자와 함께 살아가는 가족, 친구, 직장 동료, 연인일 ‘당신’이 어떻게 행동하고 대처해야 하는지를 소상히 알려준다. 5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연구하고, 학생들을 가르치고, 수많은 환자를 만나 그들이 겪는 여러 문제를 해결해온 저명한 임상심리학자이자 정신분석학자인 우도 라우흐플라이슈는 경계성 성격 장애를 앓는 당사자가 자신의 문제를 깨닫고 스스로 그 문제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길을 안내할 뿐 아니라 환자의 불안과 자책, 분노, 죄책감을 온몸으로 받아내야 하는 주변 사람이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나아가 환자를 돕기 위해 상황에 따라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도 조목조목 짚어준다.
작가정보
저자(글) 우도 라우흐플라이슈
임상심리학자, 정신분석학자. 50년 넘게 심리학과 정신의학 분야에 몸담아온 독일의 저명한 심리치료사다. 성 정체성, 성격 장애가 주요 관심 분야다. 킬대학교와 루붐바시대학교에서 심리학을 공부했고 슐레스비히 주립병원에서 임상심리전문가 과정을 수련했다. 킬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후 20여 년간 바젤대학병원에서 임상심리전문가로 일했다. 1971년부터 1981년까지 10년간 독일 국제정신분석협회 정신분석 및 심리치료 연구소에서 정신분석가 교육을 받았고, 1978년에는 바젤대학교 임상심리학과 부교수로 임명되었다. 1999년부터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개인 상담실을 열어 수많은 내담자를 치료했다. 2007년 대학에서 은퇴한 후 상담과 연구에 전념하고 있다.
연세대학교 독어독문학과를 졸업했으며, 같은 대학 대학원에서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독일 학술교류처 장학생으로 하노버에서 공부했다. 현재 전문 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스트레스는 어떻게 삶을 이롭게 하는가》, 《삶의 무기가 되는 심리학》, 《내 안의 차별주의자》, 《나는 왜 무기력을 되풀이하는가》, 《나는 이제 참지 않고 말하기로 했다》, 《사물의 심리학》, 《나무 수업》, 《우리는 어떻게 괴물이 되어가는가》, 《심장이 소금 뿌린 것처럼 아플 때》 등 여러 책을 우리말로 옮겼다.
목차
- 들어가는 말 / 그들은 지킬 박사와 하이드일까?
1장 / 경계성 성격 장애란 무엇인가?
2장 / ‘적’이거나 ‘친구’이거나
3장 / 잘되면 내 덕, 못되면 남 탓
4장 / 그 사람이 그럴 리가 없어
5장 / 현실과 상상의 경계가 무너지다
6장 / 지나가는 말이 화를 부른다
7장 / 불안이 멈추지 않을 때
8장 / 그의 말이 곧 법이다
9장 / 너와 나는 일심동체
10장 / 죽음을 부르는 자해 습관
11장 / 내가 누구인지 나도 날 모르겠어
12장 / ‘그럼에도’ 잠재력을 꽃피운 사람들
다시 한번 요점 정리
미주 | 참고문헌
책 속으로
물론 이 책에도 경계성 성격 장애를 앓는 환자가 등장한다. 하지만 다른 책들과 달리 관심의 초점은 가족, 친구, 직장 동료인 당신에게 맞출 것이다. 다들 알고 있겠지만 책 한 권이 만병통치약이 될 수는 없다. 실제 ‘경계성 성격 장애’라는 꼬리표에는 별나게 대단한 정보가 담겨 있지 않다. 불리는 병명은 같아도 그 뒤편에는 전혀 다른 이력과 행동 방식을 가진 전혀 다른 사람들이 숨어 있다는 말이다.(7쪽)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은 상대에게 보냈던 긍정적인 평가가 없었던 것마냥 완전히 사라진다는 것이다. 자신이 상대를 칭찬하고 인정했다는 사실을 아예 부인한다. 자신은 사장님을 “단 한 번도” 좋게 생각한 적이 없으며, “처음부터 계속” 사장이 미친놈이라고 생각해왔다고 우긴다. 이렇듯 경계성 성격 장애 환자에게 세상은 흑 아니면 백, 적 아니면 친구일 뿐이다. 그 중간은 전혀 존재하지 않는다.(34쪽)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다면 더는 할 수 없음을 인정하는 것도 용기다. 당신이 아무리 노력해도 환자가 태도를 바꾸지 않는다면, 그것은 적어도 지금은 극단적인 반응을 그만둘 마음과 능력이 그에게 없다는 증거다. 그런 상태에서 당신이 포기하지 않고 계속 태도를 바꾸라고 채근하고 설득한다면 환자에게 스트레스가 되어 역효과만 날 것이다.(43쪽)
사고를 쳤거나 친구와 싸운 아이를 야단치면 십중팔구 이렇게 외친다. “내가 안 그랬어요. 쟤들이 그랬어요!” “친구가 먼저 시작했어요. 내 잘못이 아니에요.” 아이만 그런 게 아니다. 어른도 마찬가지다. 세계 각국의 정치 지도자들 역시 다르지 않다. 갈등만 생기면 다 남의 나라 탓이다. 그러니 어찌 보면 이런 행동은 인간이라면 누구나 갖고 태어나는 방어 전략인지도 모른다. 누군가와 갈등이 발생해서 나의 책임이 어느 정도 되는지 고민해야 하는 상황이 오면 누구나 망설임 없이 꺼내 쓰는 본능의 카드 말이다.(53쪽)
가만히 오래 관찰해보면 경계성 성격 장애 환자는 오히려 양심이 너무 고와서 내내 죄책감을 느낀다. 그런 상태를 견디기가 너무 힘들기 때문에 무의식적으로 방어기제를 개발해 조금만 갈등이 생겨도 남에게 책임을 미루고, 그 방법으로 양심의 가책을 더는 (덜 수 있기를 바라는) 것이다. 그들이 외부와 벌이는 싸움은 내면에 웅크린 거대한 자기비판과 자책을 떨쳐버리려는 애달픈 몸부림이다.(57쪽)
이런 상황에선 정신을 바짝 차리고 상황을 정확히 판단할 필요가 있다. 현실을 왜곡하고 가해자와 피해자를 뒤바꾼 사람은 당신이 아니라 환자다. 어쩌면 당신은 이미 환자 앞에서 고양이 앞의 쥐가 되었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당신을 대하는 환자의 태도에 사디즘의 그늘이 드리워졌을지도 모른다. 정서적으로 매우 부담스러운 그런 상황에서는 무엇보다 현실을 똑바로 인식하고 당신이 느끼는 죄책감은 아무런 근거가 없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그래야 당신의 몸과 마음이 병들지 않고 나 자신과 환자를 지킬 수 있다.(69쪽)
“그 사람이 그럴 리가 없어.” 경계성 성격 장애 환자의 가족과 친구들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뱉었던 말일 것이다. 도저히 한 사람의 것이라고는 믿기 어려운 극단적인 성격을 맞닥뜨리게 될 테니 말이다. 예의 바르고 소극적인 행동과 뻔뻔하고 거만한 행동이 한 사람에게서 나타난다. 겉보기에는 너무나 다를지 몰라도 결국 두 가지 행동은 밀접한 관련이 있다.(77~78쪽)
경계성 성격 장애 환자들은 그저 자신의 제안에 열광적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는 이유로, 혹은 약간 머뭇거리거나 살짝 반대했다는 이유로, 심지어 마음에 드는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는 이유로 심각한 모욕감에 휩싸여 과도한 반응을 보인다. 상대에게 상처가 될 만한, 상대를 깔아뭉개는 말도 서슴지 않는다.(80쪽)
좀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가족이나 친구에 관한 ‘거짓’ 이야기야말로 그의 ‘진짜’ 얼굴, 조작하지 않은 그의 깊은 감정을 알 수 있는 길이다. 무시하거나 화내면 환자는 입을 다물어버릴 것이다. 물론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거짓말을 듣고 있으면 당연히 짜증이 날 것이다. 상대가 나한테 거짓말을 늘어놓는데 어떻게 화가 나지 않겠는가. 그렇다 하더라도 화가 가라앉거든 살짝 감정의 거리를 두고서 환자의 말에 숨은 더 깊은 의미를 추측해보자. 어쩌면 난생처음 그의 내면을 들여다볼 수 있을지도 모르니.(107쪽)
이런 상황에서 환자들이 미친 듯 폭발하는 이유는 낮은 자존감 때문이다. 이들은 자신은 뭘 해도 잘못할 것이라는, 그래서 주변 사람에게 멸시와 거부를 당할 것이라는 확신을 마음 저 깊은 곳에 깔고 산다.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인간이라는 이 견디기 힘든 감정을 털어버리기 위해 그들은 보상 전략으로 남들이 부당하다는 태도를 고집한다.(119쪽)
경계성 성격 장애 환자의 주요 증상 중 하나는 불안이다. 이들의 불안은 특별한 성격을 띤다. 불안 장애 환자는 특정 상황이나 대상을 기피하고, 스스로 그 상태를 불안으로 인식하고 인정한다. 그와 달리 경계성 성격 장애 환자가 (종종 매우 희미하게) 느끼는 불안은 소멸 공포fear of annihilation의 성질을 띤 실존적 불안이다. 이런 실존적 공포를 느낄 때 환자에게 어떤 기분이 드냐고 물어보면 땅이 푹 꺼지면서 까마득한 저 아래로 굴러떨어지는 것 같다고 대답한다.(143쪽)
그렇다면 경계성 성격 장애 환자는 과도한 권력욕으로 상대를 정복하려는 사람인 걸까? 자신은 강하고 힘이 세기 때문에 상대는 무조건 자신에게 복종해야 한다고 믿는 그런 사람들일까? 그렇지 않다. 경계성 성격 장애 환자는 이와는 정반대되는 성향을 지녔다. 가족이나 파트너를 붙들어두려는 욕망은 엄청난 불안, 상대가 없으면 자신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느낌 때문에 생겨난다. 자기 확인을 위해 가족이나 파트너가 필요한 것이다. 따라서 따지고 보면 오히려 그가 당신에게 완벽하게 의존하는 셈이다.(161~162쪽)
그렇게 온갖 노력을 기울였음에도 가족의 자살 사고를 막을 수 없다면 어쩔 것인가? 마우러처럼 환자가 “그럼 끝이지. 그게 더 낫지 않아?”라고 대답한다면? 경계성 성격 장애 환자를 곁에 둔 가족이나 친구라면 드물지 않게 맞닥뜨리는 상황이다. 그것도 모자라 자살 사고가 협박이나(“이렇게 저렇게 안 해주면 죽을 거야!”) 비난을(“내가 누구 때문에 이러는데? 다 너희들 탓이야!”) 동반할 경우 가족의 부담은 실로 극심해진다.(194쪽)
하지만 1927년에 정신과 의사 빌헬름 랑게-아이히바움Wilhelm Lange-Eichbaum이 주장했듯 중증 정신 장애가 천재성의 원인이라는 이론은 더는 통하지 않는다. 펠버는 정신 장애가 있어서 뛰어난 능력을 발휘한 것이 아니다. 타고난 창의력이 워낙 뛰어나다 보니 그런 문제가 있음에도 성공을 거두었다고 보는 것이 옳다.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은 정신 장애 환자는 질환으로 고통을 느끼다 보니 더 예민해지고, 여기에 잠재적인 창의성이 겸비될 경우 그 고통을 창의적인 활동을 통해 작품으로 승화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236~237쪽)
출판사 서평
가족, 연인, 친구, 동료가 경계성 성격 장애라면, 나는 어떻게 해야 할까
경계성 성격 장애 당사자와 함께 살아가는 당신을 위한 실용적 가이드북
자, 먼저 다음에 나열하는 증상을 체크해보자.
‘변덕이 심하다’, ‘충동적이다’, ‘감정 폭발이 잦다’, ‘자아상이 불안정하다’, ‘만성적으로 공허감을 느낀다’, ‘짧고 강렬한 관계를 맺는다’, ‘자해 행동을 한다’. 이 중에 해당 사항이 있는가? 있다면 몇 가지나 해당하는가? 혹은 이런 증상을 보이는 사람을 알고 있는가?
이는 경계성 성격 장애의 주요 증상이다. 경계성 성격 장애는 생각보다 잘 알려지지 않은, 조금은 낯선 정신 질환이다. 그나마 많이 알려진 예로는 문학 작품 속 ‘지킬 박사와 하이드’가 경계성 성격 장애의 전형으로 묘사되며, 아돌프 히틀러 같은 잔혹한 독재자가 경계성 성격 장애를 앓았다는 속설이 전해진다. 얼마 전 원더걸스 출신 선미가 이 장애를 앓았다고 고백하면서 잠시 이슈로 떠오르기도 했다.
이처럼 ‘경계성 성격 장애’라고 하면 특별한 사람만 걸리는 질병 정도로 생각하는 사람이 많지만 사실은 임상에서 발생 빈도가 가장 높은, 즉 성격 장애 중 가장 흔한 질환이다. 경계성 성격 장애에 관한 연구가 꽤 오래전부터 다각도로 진행되어 왔고, 20세기 초만 해도 불치병에 가까웠던 이 장애는 현재 완치 가능성이 매우 높은 수준에 이르러 있다. 지금 바로 인터넷에 들어가 검색해보기만 해도 경계성 성격 장애에 관한 자료가 봇물 터지듯 쏟아져 나올 것이다.
이렇듯 경계성 성격 장애에 관한 자료가 넘쳐나는데, 또다시 이 주제를 다루는 《가까운 사람이 경계성 성격 장애일 때(원제: L(i)eben mit Borderline: Ein Ratgeber f?r Angeh?rige, 심심 刊)》는 어떤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을까?
그러니까 환자의 가족, 친구, 동료, 상사는 이런 자료들에서 중점 관리 대상이 아니다. 하지만 이들이야말로 매일매일 환자와 부딪치며 살아야 하는 사람들이다. 몇 년씩, 길게는 10년, 20년씩 환자와 동고동락해야 한다. 그 스트레스를 어떻게 해소할 것인가? 어떻게 해야 혼란스러운 감정과 파괴적인 관계의 소용돌이에 휩쓸리지 않을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아픈 가족이나 친구를 도울 수 있을까? 환자와 가족 모두를 위해 최대한 하지 말아야 할 일은 또 무엇인가? 이 책은 바로 이런 문제들을 다룬다.(7쪽)
독일의 저명한 임상심리학자이자 정신분석학자인 우도 라우흐플라이슈는 다른 책들과 달리 관심의 초점을 환자가 아닌 환자와 함께 살아가는 가족, 친구, 직장 동료, 연인 등에게 맞춘다. 5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연구하고, 학생들을 가르치고, 수많은 환자를 만나 그들이 겪는 여러 문제를 해결해준 이 노학자는 환자 당사자의 문제에 가려 소홀히 취급당해왔던 주변 사람들의 고통으로 관심의 영역을 확장한다.
총 12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실제 경계성 성격 장애를 앓는 환자와 그 주변인의 생생한 사례를 통해 경계성 성격 장애의 정의부터 주요 증상, 일상에서 발현되는 양상을 흥미진진하게 펼쳐낸다. 또한 경계성 성격 장애 당사자와 함께 살아가는 ‘당신’이 어떻게 행동하고 대처해야 하는지, 실질적이고 유용한 대처법을 소상히 알려준다.
감정 기복이 심하고, 충동적이고, 불안정한 그들은 어떻게 트러블메이커가 되는가?
조금 더 평화롭게, 조금 덜 힘들게 살아가기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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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다섯 살의 남성 기술자 마이스터는 한참을 놀다 겨우 작은 설비 회사에 취직했다. 입사가 확정되고 회사에 다닌 몇 주 동안 마이스터는 사장님 칭찬에 입이 말랐다. 만나는 사람마다 ‘멋진 사장님’ ‘진심으로 존경할 수 있는 진짜 사장님’, ‘마음씨가 비단결 같은 사장님’이라고 칭찬을 멈추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월요일 아침, 사장님은 지난주 금요일에 지시한 일을 마이스터가 끝마치지 않아 현장에 또 가야 한다고 야단을 쳤다. 마이스터가 이유를 설명하려 했지만 ‘지금 변명 들을 시간 없다’며 사장님은 그의 말을 잘라버렸다. 사장님의 행동에 마이스터는 너무나 화가 났다. 마이스터를 현장에 내려준 사장님은 다른 업무를 보고 몇 시간 후 다시 현장으로 돌아왔다. 그런데 현장에 마이스터가 없었다. 다른 사람들에게 물어보니 30분 전에 마이스터가 욕을 하며 현장을 떠났다고 말했다. 저녁 무렵 사무실로 돌아온 사장님은 자동응답기에 남은 마이스터의 메시지를 확인했다. 이따위 대접을 받고는 도저히 일할 수 없다. 그런 쓰레기 같은 일은 너 혼자 해라. 더러워서 이 회사에서는 더 이상 일 못 한다!!!(2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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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에 다니는 마흔다섯 살 남성 바움은 누구에게나 친절하고 깍듯해서 평판이 좋다. 회사 경비원이나 환경미화원에게도 다정하게 안부를 묻고 팀 내 문제가 생기면 팀원 모두가 만족할 만한 해결책을 찾는다. 그런데 얼마 전 믿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 바움과 그의 비서 마이너가 야근을 하던 어느 날, 바움이 마이너에게 저녁을 먹자고 청했다. 마이너는 남자친구와 약속이 있다고 거절했지만 바움은 지금이라도 약속을 취소하고 자기와 저녁을 먹자고 다시 청했다. 마이너는 정중히 상사와 개인적으로 만나고 싶지 않다고 거절했다. 그러자 바움이 갑자기 “상사가 관심을 보이면 감사하게 받아들여야지, 니깟 것이 감히 내 청을 거절해?”라고 소리치며 길길이 날뛰었다. 도망치듯 사무실을 빠져나온 마이너는 사내 감사팀에 이 일을 알렸다. 이 말을 들은 감사팀장은 듣고도 믿을 수 없다는 듯 말했다.
“그 사람이 그럴 리가 없어.”(4장)
경계성 성격 장애를 겪는 사람은 마이스터처럼 강한 흑백논리에 사로잡혀 있다. 따라서 인간관계를 맺을 때도 ‘친구 아니면 적’이라는 공식을 따른다. 마치 나는 저 사람에게 호감을 보인 적이 없다는 듯 극단적인 양면을 오가는 것이다. 이런 흑백논리는 자기 자신을 대할 때도 적용되는데, 경계성 성격 장애 환자는 주변 사람을 무시하며 오만과 자만에 빠지다가 갑자기 자책과 좌절 모드로 돌변해 무조건 자기 책임이라고 괴로워한다. 바움의 경우처럼 도저히 한 사람의 것이라고는 믿기 어려운 극단적인 성격을 보이는 것 또한 경계성 성격 장애의 특징이다.
변덕이 죽 끓듯 하고, 사소한 지적과 작은 상처도 견디지 못해 과도한 반응을 보이며, 심하면 폭력적인 모습까지 나타내는 경계성 성격 장애 환자와 함께 살아가기는 참으로 고달픈 일이다.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하는지 몰라 우왕좌왕하고, 언제 어떤 포인트에서 화를 낼지 몰라 조마조마한 상태로 매일매일을 보내야 하는 것이다. 환자의 불안과 자책, 분노가 전염되고 그에 더해 죄책감까지 안을 수밖에 없는 주변 사람은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나아가 환자를 돕기 위해 상황에 따라 적절한 행동을 취해야 한다.
책은 세상을 흑 아니면 백으로 나누고 절대 타협하지 않으며(2장), ‘나쁜 것’은 전부 바깥으로, 다른 사람에게로 투사하고(3장), 외부인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수줍음과 거만함의 공존(4장), 현실 통제력 부족(5장), 충동성과 분노 폭발(6장), 모든 것을 압도하는 불안(7장), 과도한 기대와 집착(8장), 자신과 다른 생각을 용납하지 못하는 고집불통(9장), 자해 행동(10장), 공감할 수 없는 이상한 성격과 행동(11장) 같은 경계성 성격 장애의 주요 증상을 설명하며 각각의 상황에서 주변인이 할 수 있는, 해야만 하는 실용적인 행동 지침을 짚어준다. 더불어 경계성 성격 장애를 일으키는 심리적인 원인을 깊이 파고 들어가 경계성 성격 장애를 앓는 당사자가 자신의 문제를 깨닫고 스스로 그 문제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길을 안내한다.
세상에 결점만 있는 사람은 없다
경계성 성격 장애를 바라보는 균형 잡힌 시각
아무리 경계성 성격 장애 환자라 해도 위에서 언급한 증상만으로 그를 판단한다면 그것은 너무 불충분하고 왜곡된 이미지를 낳을 것이다. 무엇보다 장애가 심각한 사람일수록 그의 결점만 보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중증 장애를 앓는 환자에게도 긍정적인 측면이 있고, 그 측면 역시 소중한 법이다.(24~25쪽)
성격 장애를 앓고 있다고 해서 모든 사람이 문제를 일으키는 것은 아니다. 창의력과 매력을 겸비해 사회적으로 성공한 삶을 사는 사람이 드물지 않다. 한때 중증 정신 장애가 천재성의 원인이라는 이론이 득세한 적이 있었지만 이제는 이 이론이 더는 통하지 않는 시대가 되었다. 타고난 창의력과 능력이 워낙 뛰어나서 장애를 갖고 ‘있음에도’ 성공을 거두었다고 보는 것이 옳다.
작곡가 로베르트 슈만은 중증 정신 질환을 앓았지만 생의 마지막까지 작곡 활동을 펼쳤다. 앞에서 예로 든 선미도 치료를 병행하면서 자신만의 창의력을 성공적으로 꽃피운 사례로 볼 수 있다. 이처럼 책은 경계성 성격 장애를 앓고 있음에도 사회적으로 성공을 거둔 한 인테리어 디자이너의 경우를 이야기하며 성격 장애 환자를 바라보는 우리의 시각에 균형을 잡아준다.
경계성 성격 장애를 문제가 아닌 장점으로 활용해 잠재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하며, 그렇게 되기까지 당사자가 주의해야 할 점이 무엇인지, 주변 사람들이 어떤 부분을 섬세하게 살펴야 하는지도 알려준다.
이처럼 경계성 성격 장애에 다면적으로 접근하려는 노력을 통해 책은 독자가 인간에 관한 이해의 폭을 넓힐 수 있도록 돕고, ‘장애’, ‘질환’을 바라보는 시각 또한 고민해볼 수 있도록 뜻깊은 질문을 던진다.
기본정보
ISBN | 9791156758693 | ||
---|---|---|---|
발행(출시)일자 | 2021년 03월 30일 | ||
쪽수 | 320쪽 | ||
크기 |
132 * 201
* 21
mm
/ 337 g
|
||
총권수 | 1권 | ||
원서명/저자명 | L(i)eben mit Borderline/Rauchfleisch, Udo |
Klo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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