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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유하라

탄핵 심판 이후 주목해야 할 한 권의 책
티라노 독서 시리즈 4
서용순 저자(글)
리메로북스 · 2025년 05월 0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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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이 책이 속한 분야

탄핵 심판 이후 주목해야 할 한 권의 책. 라임(lime)처럼 상큼한 책과 콘텐츠를 만드는 출판사 리메로북스(limerobooks)의 네 번째 책 『사유하라』가 출간되었다. 이번 책은 현대 프랑스 철학을 전공한 철학자이자, 한국과 세계의 정치·문화적 사유에 천착해 온 연구자 서용순의 첫 번째 산문집이다. 사유와 실천이라는 대주제 아래 ‘세대’와 ‘성차’를 비롯한 갈등 문제와 ‘사랑’, ‘자유’, ‘시’, ‘민주주의’에 이르는 현실적이고 시의성 있는 주제들을 다룬다. ‘에세이’로서 어렵지 않게 쓰였지만, 바디우와 플라톤에 대한 저자의 새로운 접근을 포함한 주요 철학적 개념을 적용함으로써, ‘철학’의 여지를 남겨놓았다. 특히 김수영, 신동엽, 고정희, 김민정 등 ‘새로운 사유’를 담아낼 ‘새로운 언어’로서의 시를 호출하고 철학적 접근을 시도한다. 탄핵 심판 이후 혼란한 사회 속에서 실천을 위한 위로와 용기가 필요한 독자, 바디우와 플라톤에 대한 입문용 해설서를 찾는 독자, 그리고 시를 쓰거나 읽으려는 독자 모두에게 참신한 지적 경험을 선사할 것이다.

이 책의 총서 (4)

작가정보

저자(글) 서용순

저자 서용순은 현대 프랑스 철학을 전공하였고, 한국과 세계에 대한 정치·문화적 사유에 천착하는 연구자이다. 프랑스 철학자 알랭 바디우의 제자로서 『철학을 위한 선언』, 『투사를 위한 철학』, 『철학과 사건』, 『반역은 옳다』, 『베케트에 대하여』, 『윤리학』 등 바디우의 저작들을 번역했으며, 「철학의 조건으로서의 정치」, 「‘세계화된 세계’의 정치에 대한 소고」, 「바디우 철학에서의 존재, 진리, 주체」, 「예술의 모더니티와 바디우의 비미학적 사유」 등 다수의 논문을 집필했다. 성균관대학교 비교문화협동과정 대학원과 한국예술종합학교 예술교양학부에서 학생들과 함께 고민하며 인간 존재의 집단적 운명에 관한 연구와 글쓰기를 진행 중이다.

작가의 말

2025년 4월 1일, 드디어 탄핵 심판의 끝이 눈앞에 다가왔다. 하지만 선고에서 어떤 결과가 나오든(물론 상식적인 결과는 ‘파면’이다), 내란의 밤은 쉽게 끝나지 않을 것 같다. 갈 길은 여전히 멀고, 어둠은 이어질 것이다. 지치지 말자. 우리는 저 ‘야만으로 계몽된’ 무사유의 중우 정치를 뚫고 밤의 사유를 계속해야 한다. 악몽을 끝내고, 좋은 꿈을 향해 우리의 사유를 이어가야 한다. 삶은 꿈과 같다. 아니 어쩌면 그것은 진짜 꿈인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허무해 할 것은 없다. 그저 사유에 충실한 가운데 그 꿈을 살아가면 그만이다. 이 꿈 한 판을 멋지게 꾸는 것은 각자의 몫이다. 나는 나의 몫을 다할 뿐이다.
2025년 4월
어두운 꿈 한가운데서
서용순

목차

  • 책머리에 7

    1장 지금, 여기서, 사유를 지켜내는 법 14
    2장 사유의 충실성에 대하여 28
    3장 동굴의 희망 42
    4장 노년의 시간에 대하여 56
    5장 청년의 ‘타락’에 대하여 70
    6장 가시적인 것과 비가시적인 것-정의와 불의의 딜레마 84
    7장 시와 철학-반反-모방의 사유 98
    8장 자유에 대하여 112
    9장 민주주의 126
    10장 사랑-공백 140
    11장 사랑-이어짐 154
    12장 성차와 평등에 대하여 168
    13장 사유의 무용성에 대하여 182
    14장 조금은 강하게 196

추천사

  •  이 시대 한국사회에서 “계몽”이라는 말은 완전히 변질되었다. 그럼에도 계몽이라는 단어를 긍정적인 가능성으로 이해할 수 있다면 ‘폐허와 어둠’ 안에 틀어박히기를 자처하는 이에게만 가능한 암중모색일 것이다. 실용성과 가장 먼 곳에 있다고 여겨지는 철학과 문학에 대해 사유하는 일이 실은 지금 우리에게 가장 유용한 행위임을 말하는 서용순 선생의 확신에 찬 어조는 열패감에 빠져 있는 내게 소중한 위안이 된다. 눈을 멀게 하는 빛이 아니라 캄캄한 어둠 안에서 그 어둠을 가만히 응시하며 천천히 집요하게 손으로 더듬어 보는, 그 지난한 작업에 나 역시 기꺼이 동참할 수밖에 없다.     

책 속으로

p.22~23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이 어둠이 무엇의 어둠인지, 어디서부터 시작된 어둠인지, 그 어둠이 어떤 어둠인지 밝혀내는 일이다. 어둠 속에서 어둠 밝히기. 오늘날 그 어둠의 정체를 밝혀내기 위한 지적 작업은 모든 사유에 드리워진 불안과 강박, 의무감 속에서 순환한다. 그러나 이것이 절대적인 어둠에 맞서 절대적인 빛을 가져오는 시도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점을 분명히 하자. (……) 도덕과 양심, 돌봄과 책임이라는 종교적이고 의고擬古적인 수단만으로 이 어둠을 헤치고 나가는 것도 더는 가능하지 않다. 우리는 다른 실천의 체제를 창안해야 한다. 낡은 전통에 함몰되지도 않고, 맹목적 합리성에 투항하지도 않는 새로운 실천의 체제는 필연적으로 전통과 합리성을 통해 셈해지지 않는 다른 언어의 체제를 요구한다. 바로 그 지점이야말로 문학과 철학이 자신의 무기를 벼려야 하는 지점이다.
1장, 「지금, 여기서, 사유를 지켜내는 법」

p.38~39
오늘날 우리가 너무나 자주 마주치게 되는 이른바 ‘팩트’에 대한 숭배는 바로 그러한 무기력한 체념과 착각의 가장 극단적인 결과일 것이다. 그러한 숭배가 적극성을 띨 때, 사태는 폭력적으로 변한다. 가치를 부여받지 못한 모든 것은 무용한 것으로 치부되는 것을 넘어, 제거되어야 하는 것으로 낙인찍힌다. 가능한 것만을 따르라는 명령은 모든 것을 폭력적으로 통제하게 된다. 그것이 오늘날 우리가 헐떡이며 살아내고 있는 무자비한 현실이다. (……) 불가능한 것으로 낙인찍힌 새로운 가능성은 반드시 사유의 과정을 통해 하나하나 검토되어야 한다. 세계를 변화시키고자 하는 이 불가능의 욕망을 가늠하기 위해서는 세계의 상태에 대한 의심과 새로운 가능성의 탐색을 끊임없이 이어 나갈 수밖에 없다.
2장, 「사유의 충실성에 대하여」

p.49
빛을 목격한 과거의 수인이 해야 할 일은 그리 만만치 않다. 그 가상들, 벽을 비추는 희미한 빛의 자국에서 출발하여, 진정한 빛의 존재를 입증해야 하기 때문이다. (……) 계속해서 그들의 무지를 드러내려 한다면, 그들은 이 과거의 수인을 죽이려 들 수도 있다. 그렇다. 절망의 장소는 그렇게도 완강하다. 그 절망에 희망을 안겨주기 위해서는 목숨을 걸어야 할지도 모른다. 희망은 무상無償의 선물처럼 아무런 노고도 없이 주어지지 않는다. 그래서 플라톤은 동굴로의 귀환이 갖는 위험에 대해 진지하게 경고한다. 동굴에 갇힌 수인들은 그 어둠의 절망을 불가능해 보이는 희망과 순순히 맞바꾸려 하지 않을 것이다. 헛되고 낯선 희망을 받아들이기보다는 익숙한 절망을 버텨내는 것이 그나마 가능한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 불가능한 희망의 출현을 위해서는 어떤 끈덕진 힘, 모든 조롱과 폭력을 이겨낼 수 있는 끈덕진 사유의 힘이 필요하다. 절망의 시련은 희망을 위한 것이다.
3장, 「동굴의 희망」

p.81
김수영은 그러한 상호적 각성의 힘을 잘 알고 있던 시인이다. 그의 〈현대식 교량〉은 젊음과 늙음의 교차와 그것을 가로지르는 사랑의 힘을 잘 보여주는 작품이다. 그 “죄가 많은 다리”는 그에게 너무나도 부자연스러운 것이지만 “나이 어린 사람들은” 그것을 알지 못한다. 다리를 건널 때, 시인은 “심장을 기계처럼 중지”시키지만, 중요한 것은 “이러한 반항”이 아니라 “저 젊은이들의 나[시인]에 대한 사랑에 있다”. “선생님 이야기는 20년 전 이야기지요”, 청년의 지적에도 시인은 “그들의 나이를 찬찬히/ 소급해가면서 새로운 여유를 느낀다”. 그렇게, “늙음과 젊음의 분간이 서지 않는” 순간, “젊음과 늙음이 엇갈리”고, “젊음과 늙음”을 갈라놓는 심연으로서의 “다리”는 그 수많은 죄를 벗어던지고 “사랑을 배운다”. (……) 다름 아닌 그들의 “사랑”이 시인의 조바심을 그들의 나이를 헤아리는 여유로 바꿔놓는다. 이제 젊음과 늙음은 분별할 수 없는 것이 되고, 그렇게 넘어서는 것은 어떤 전환을 가져온다.
5장, 「청년의 ‘타락’에 대하여」
p.93~95
객관적인 법칙이 지배하는 세계는 정의를 알지 못한다. 정의는 세계를 지배하는 가시성 너머에 존재하기 때문이다. (……) 흔히 민주주의에 대한 열망을 담은 시로 알려진 신동엽의 작품은 오늘날 낡디낡은 옛 읊조림으로 치부되기 쉽다. 하지만 가시적인 불의와 비가시적인 정의의 관점에서 보면, 이 시를 세우는 시어詩語들은 다른 새로움을 우리 앞에 드러낸다. 우선 “껍데기”와 “알맹이”가 있다. 드러나는 “껍데기”와 그것에 감춰져 보이지 않는 “알맹이”는 가야 할 것과 남아야 할 것으로 지칭된다. 그리고 껍데기가 반복되는 가운데 “동학년 곰나루의, 그 아우성”이 등장한다. 이제는 보이지 않는, 울림마저 가물가물한 “아우성”이다. “두 가슴과 그곳까지 내논”이라는 구절 역시 비가시적인 것(“알맹이”)의 드러남을 말하고 있다. 이 시는 “향그러운 흙가슴”과 번쩍임으로 눈을 파고드는 “쇠붙이”의 대비로 마무리된다. 가시적인 것을 밀어내는 가운데, 비가시적인 것을 드러내라는 명령은 이 시를 정체성에 얽매이거나 정체성을 중심으로 분별된 민족이 아닌, 명확한 증거도 없고 분별할 수도 없는 ‘비가시적인 민족(“아사달과 아사녀”, “중립의 초례청”)’의 정의 선언으로 만든다. 이때, 정의는 비가시적인 것의 드러남, 가시성의 법칙에 비추어 ‘잘못 보이는 것’의 드러남이라고 할 수 있다.
6장, 「가시적인 것과 비가시적인 것-정의와 불의의 딜레마」

p.107~108
과연 플라톤이 통제하고자 했던 시는 오늘날의 시와 같은 것인가? 그렇지 않을 것이다. 현대시는 모방에서 벗어나 사유를 구축하고자 하는데, 그 시도는 어떠한 모방으로도 가닿기 힘든 불확정적인 시적 언어, 말할 수 없는 것을 탐험하는 시적 언어를 통해 이루어진다. 바디우가 《비미학》에서 말하듯이, 19세기에 등장한 현대의 시는 모방의 질서에서 완전히 벗어나 예술 작품을 통해 가능한 예술 고유의 이념idea을 생산한다. 바로 그 이념이야말로 예술적 사유를 구축하는 기본적인 요소일 것이다. 그래서 현대의 시는 모호하고 분별 불가능하며 더 나아가 일반적인 어법의 테두리를 벗어난다. 분명 이러한 현대시의 경향은 가시성에 지배당하는 고대의 시와는 전혀 다른 것이라 할 수 있다. 오히려 현대시의 이념은 비가시적인 것을 드러내고 모호한 것에 접근하는 시적 언어에 의해 구성된다. (……) 오늘날 시는 고대의 시와 전혀 다른 것이 되어 있다. 그런 점에서 플라톤의 패배 또는 플라톤주의의 극복을 이야기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오히려 가시성과 모방의 질서를 극복한 현대시는 그 자체로 플라톤의 승리를 보여주는 징표라고 말해야 할 수도 있다. 현대의 시가 반反 모방anti-mimesis으로 점철되어 있다면, 그것은 또한 플라톤주의적인 원리로 무장한 시라고 말해도 무방하기 때문이다. 시의 승리는 또한 플라톤의 승리이기도 한 것이다
7장, 「시와 철학-반反‐모방의 사유」
p.121~122
민주주의적 자유의 항상적恒常的인 딜레마는 자유 자체를 제한하는 동시에 다른 정치적 이념 역시 제한할 수밖에 없다는 데 있다. (……) 오늘날, 자유는 평등이나 정의를 위해 희생될 수 없는 지고의 이념인 동시에, 모든 정치적 이념을 규제하는 자유민주주의의 한계점이다. 그러나 진정한 자유란 그런 식의 자유와는 아무 관련도 없다. 진정한 자유에 대한 사유가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것은 역설적으로 시의 영역에서다. 모름지기 시는 모든 것들로부터 자유로운 인간 영혼의 표현일 것이다. 시는 어떠한 한계에도 복종하지 않으면서, 다른 어떤 것도 복종시키지 않는다. 그것이야말로 시를 창조적인 실천으로 만드는 절대적인 힘이다. 시는 모든 것에 물음을 던지지만, 어느 무엇도 섬기지 않는다. 시는 자신의 언어 자체에서 벗어나 새로운 것에 대한 물음을 만들어내고, 모두를 그 물음에 초대한다. 모두에게 열려 있는 동시에 어떤 것에도 얽매이지 않는 시는 그야말로 근원적인 자유에 대한 끈덕진 사유인 것이다.
8장, 「자유에 대하여」

p.136~137
행위 없는 헌법은 무력하다. 우리가 제도 안에서 헌법을 상기시킬 때, 헌법은 수동적이다. 내란, 불법 계엄의 국면에서 대립하는 정당들은 각자의 논거를 헌법에서 찾는다. 백색 테러(우리는 똑똑이 보았다!)를 자행하는 극우파조차 그렇다. 결국 이렇게 양가적이고 수동적인 헌법이 힘을 가지기 위해서는 실천을 통해 헌법을 다시금 일깨워야 한다. 그렇게 민주주의는 불의不義의 사태에 대항하는 실천을 통해 법이 작동하도록 ‘법을 강제로 소환하는’ 다툼의 과정이다. 〈해방의 삼단논법〉에서 랑시에르는 1833년 양복점 주인 협회와의 싸움에서 평등을 규정하는 7월 왕정의 헌장La Charte을 소환했던 파리 재단사들의 파업을 통해 그 과정을 잘 보여준 바 있다. 그렇게 본다면, 가장 중요한 민주주의는 제도로 환원되지 않는 역동적인 민주주의, 자유와 평등과 같은 정치적 이념을 실질적으로 가능하게 하는 수단으로서의 민주주의일 것이다. 행위 속에서만 민주주의가 있다.
9장, 「민주주의」

p.145
틀리지 않지만, 완전하지도 않은 기억. 그것이 《향연》의 기록이다. 이제 플라톤에게 사랑은 완전한 방식으로 서술될 수 없는 것이 된다. 일관성을 미덕으로 하는 철학적 텍스트에서 이것은 당혹스러운 사태다. 모든 것을 말할 수 없는 사랑, 필설로 다할 수 없는 사랑을 철학적 일관성을 통해 서술하는 모순적인 과제. 그것은 완성될 수 없는 기획이다. 이미 《향연》은 시간의 간격과 기억의 공백으로 시작하고 있다. 사랑에 대한 플라톤의 대화편은 그와 같은 악조건을 배경으로 서술된다. 미리 전제된 불완전성은 사랑에 대한 전체적인 장악을 불가능하게 하는 배경일 것이다. 그럼에도 플라톤은 그러한 악조건에 맞서 사랑에 대한 완결적인 설명을 시도한다.
10장, 「사랑-공백」

p.166
욕망의 실현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욕망의 궁극적 승리란 없다. 문제는 그 욕망을 상기하는 것이다. 만남의 순간을 통과한 모든 이들은 타자의 존재를 이미 안다. 아무리 은밀하게 타자를 유폐했을지라도, 타자의 흔적은 언제나 내 안에 있다. 그 타자의 흔적이야말로 사랑을 다시 이어지게 하는 힘이다. 그것을 기억해야 한다. 모든 것이 끝났다고 아무리 고개를 주억거려도, 사랑은 끝난 게 아니다. 사랑은 언제나 ‘내 안에서’ 돌아온다.
11장, 「사랑-이어짐」
p.177~178
고대의 역사적 상황을 고려할 때, 플라톤이 선언하는 기하학적 평등은 가히 혁명적이다. 그는 자연적인 차이(성차)를 우연적인 것으로 간주하는 한편, 실질적인 차이(성향의 차이)에 따라 각자의 자리를 배분하지만, 그와 동시에 통치자들이 가질 수 있는 특권과 지배를 배제하는 방식으로 공통의 것the common을 사유한다. 기하학적 평등의 핵심이 바로 여기에 있다. 그런 플라톤이 여성의 문제를 평등을 사유하기 위한 출발점으로 삼는다는 것은 의미심장하다. 인류를 가르는 가장 근본적인 차이인 성차를 평등으로 끌고 가면서, 그는 인류 최초의 페미니스트가 된다(그런 점에서 우리가 알고 있는 모든 여성 해방론자들은 플라톤의 후예로 간주될 수 있다). 그 이후, 사랑의 성인인 예수와 과감하고 선량한 로마의 시인 오비디우스가 그 뒤를 이었지만, 남녀평등은 오랜 세월 동안 거의 사유의 영역에 들지 못했고, 근대에 들어서면서야 부활하기에 이른다. 바야흐로 문제가 되는 것은 성차에서 비롯된 불평등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노력, 다시 말해 여성 스스로를 해방하고자 하는 투쟁이다.
12장, 「성차와 평등에 대하여」
p.202
말하자면 용기란 ‘지속의 용기’인 셈이다. 자동성으로 돌아가지 않고, 사유를 지속할 때, 우리의 삶은 이전과는 전혀 다르게 구축된다. 자동성이 지배하는 일상과 거리를 두는 새로운 일상이 나타날 테고, 그 일상 속에서 사유의 실천이 펼쳐질 것이다. 삶을 바꾸는 것은 용기다. 어느 30대 후반쯤으로 보이는 여성이 반복적인 삶에서 벗어나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물었고, 당시 사회를 보던 나는 이 질문이 내가 여기저기서 사람들에게 이미 여러 차례 받았던 질문임을 밝히며 바디우의 답변을 청했다. 그의 대답은 상당히 정확했다. “당신의 삶에서 한 발만 밖으로 벗어나 보십시오. 그러면 무언가 달라질 것입니다.” 그가 말했던 것은 삶에 부과되는 반복적인 자동성에서 벗어나기 위한 일상과의 거리두기였다. 일상에 파묻히는 것이 아니라, 그 일상과 거리를 두고, 그 바깥을 탐색하는 것이 그의 처방이었던 셈이다.
14장, 「조금은 강하게」

출판사 서평

‘희망’이라는 말을 대신하는 가장 실천적인 전언
Penser à l’obscurité(어둠을 사유하라)

철학자 서용순은 절망과 갈등이라는 현실적 ‘어둠’을 예술과 철학에 대한 끈덕진 사유를 통해 실천의 동력으로 전환할 수 있다고 말한다. 사회적 불의와 자본의 횡포로부터 우리를 지키기 위해선 ‘어둠’의 정체를 밝혀내는 일이 선행되어야 하고, 바로 그 사유의 치밀함 속에서 실천의 가능성이 불현듯 찾아오는 것이다. 철학과 시(예술)는 ‘지금, 여기’의 위태로운 지위에도 불구하고 ‘어둠’에 대한 ‘새로운 사유’와 그것을 드러낼 ‘새로운 언어’의 원천으로서 시대의 요청을 받아야 할 위치에 놓인다. 철학과 예술을 포함한 무용한 것들의 가치는 당대 사람들에게 무모하고 불온한 것으로 평가되겠지만, 현실을 극복할 가능성 역시 그러한 비가시적인 영역, 즉 ‘어둠’ 속에 잠재되어 있다.
12.3 계엄과 탄핵 정국을 거치면서 혼란과 갈등이 극에 달한 대한민국의 상황은 철학과 예술이 ‘실천’과 ‘참여’에 비해 무기력한 것으로 비치게 한다. 그러나 현실의 갈등과 불가능한 욕망이 커질수록 철학과 예술이 붙드는 ‘어둠’에 대한 사유는 실천으로 나아갈 수 있는 웃거름의 역할을 한층 충실하게 수행할 수 있다. ‘세대’와 ‘성차’를 비롯한 갈등 문제와 ‘사랑’, ‘자유’, ‘시’, ‘민주주의’ 등 14장으로 이루어진 짧고 강렬한 서용순의 글은, ‘지금, 여기’의 문제가 지역과 문화를 초월한 인류의 보편적인 논쟁거리로서 긴 역사를 지니고 있음을 알아차리게 한다. 우리가 낡은 책장을 누벼야 하는 이유는 그곳에 해답이 있어서가 아니라, 예상 밖의 궤적을 그리며 나아간 인류의 용기를 경험하기 위해서이다. 당신의 일상에서 한발 물러날 작고 강한 용기, 결과를 속단하고 포기하지 않을 용기만 있다면 현실의 혼란과 절망, 분노와 슬픔까지도 사유를 위한 동력이 되어 기필코 우리의 삶을 움직일 것이다. 이 책의 중간표지 하단에는 모두 같은 글귀가 적혀있다. Penser à l’obscurité(어둠을 사유하라). 어쩌면 이것은 ‘희망’이라는 말을 대신하는 가장 실천적인 전언이자, 도래하지 않은 ‘용기’의 마중물일지도 모른다.

기본정보

상품정보 테이블로 ISBN, 발행(출시)일자 , 쪽수, 크기, 총권수, 시리즈명을(를) 나타낸 표입니다.
ISBN 9791197878145
발행(출시)일자 2025년 05월 01일
쪽수 208쪽
크기
128 * 200 * 17 mm / 396 g
총권수 1권
시리즈명
티라노 독서 시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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