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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수첩 시인선 94
함태숙 저자(글)
여우난골 · 2025년 03월 2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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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이 책이 속한 분야

2002년 《현대시》로 등단한 함태숙 시인이 시집, 『나비 증상』이 시인수첩 시인선 94번으로 출간되었다. 총 5부로 구성된 이번 시집은 등단 이후 문학을 철학, 심리학, 임상의학 등의 첨예한 사유들과 접목하면서 꾸준히 작품 활동을 펼쳐온 시인이 우리 시대의 쟁점으로 등장한 복제 인간의 실존과 그 초월을 중심으로 또 하나의 세계관을 축조했다는 점에서 그 무게감이 남다르다.

무엇보다 이러한 독특한 세계 인식이 가능한 것은 시인이 존재를 그 기원에 속박된 일종의 압화된 함의로 간주하지 않고 끊임없이 증식하고 확장하는, 형태 없음의 비(非)-존재로 열기 때문이다. 적어도 시인에게 존재란 사후적이다. 그래서 “책은 하나의 사건이다”(시인의 말)라는 과감한 도약과 선언을 통해 ‘예술’을 진리의 지평을 여는 중요한 열쇠라고 강조한다.

이 책의 총서 (94)

작가정보

저자(글) 함태숙

강원 강릉에서 태어나 중앙대 심리학과 및 동대학원 임상심리 전공. 2002년 《현대시》 신인상을 수상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으로 『가장 작은 신』 『토성에서 생각하기』 『새들은 창천에서 죽다』 『그대는 한 사람의 인류』가 있다.

작가의 말

책은 하나의 사건이다
페이지 페이지 의미를 분할한다
나는 거기 애벌레처럼 끼인 것
체액 같고 무늬 같은 것

목차

  • 시인의 말

    1부
    나비 증상·13
    킴벌리 소년·14
    허공의 훈련병·16
    스틸링·18
    캔버스를 뚫고 나가는 그녀·22
    너의 이름은·24
    직접 민주주의를 위한 장미·26
    천공의 잔·30
    은색 지구·32
    오뜨 꾸튀르의 유령·34
    동시성·38
    오뜨 꾸튀르의 사랑·40

    2부
    꿈의 시점을 관람한다·47
    사과를 바랍니다·48
    투명한 육식·51
    연인의 부고·54
    해변의 케이크·58
    설형·61
    2월 20일·64
    순간에서 영원 사이 B의 할 일·66
    밤의 식목·69
    여름 종화·72
    감자 행성·75
    인왕의 방향·80
    유리 노마드·83
    시·88
    얼굴 안의 속도·92
    항공 봉투·94
    사랑을 조립하다·96
    3부
    월아천·101
    뤄양을 지나다·102
    서진 화상 전묘·104
    룽먼·107
    남곽사 여름·110
    이로(二老)·112
    마이지산·113
    밤 속의 낙양·114
    용문 석굴·117
    붉은 방의 붉은 석류·118

    4부
    을불을 보다·123
    패왕·124
    신기루 같아·126
    둔황객잔·129
    잃어버린 팔찌·134
    잃어버린 모자·137
    막고굴로부터·140
    샤오핑요·144
    테라코타 영혼·146

    5부
    있다·151
    잡다·155
    먹다·159
    보다·164
    듣다·166
    가다·170


    산문 | 함태숙
    1974년 6월 경포·173

책 속으로

비유에 잡히지 않으려고 존재는
떨고 있다 물과 빛과 응시에 반응하며
머리끝에서 발끝까지가 하나의 심장
자기를 꺾으려 올라오는 나르시스의
꽃처럼 깊고 축축하고 입술처럼 포개진
언어를 달고 있다 그의 오래된 증상들을
- 「나비 증상」 전문


상처는 지구를 무한개로 끌고 간다
둘둘둘
슬픈 꿈을 꾸면 깨어나 복기하니까
아름다움의 트레몰로
작은 심장과 미세한 톱니 파닥이는
태엽
손톱만 한 심벌즈를 두드리며
쏟아져 나오는
소리의 묶음들
투명한 막 위로 이주한다
우리가 하는 모든 것들이 한 방울의 위로
그러니까 물의
탄생
비 온 후 토란잎 위를 끝없이 구르는 그런 환영
부고를 내지 않아도 꽃은 폭설을
데려왔지 빛은 흐느끼며 번지는 화려한 정원 깨어나면
잊지 않기 위해
똑같은 지구를 굴리고
어쩌면 빗방울이 후두득 듣는다
한번 찢어진 가슴들처럼 토란대를 들듯이
얼굴을 활짝 펴듯이
눈동자를 기억해 내고
우리는 바라보는 일부터 시작할 것
그러면 다시 처음이 등장하지
그 하루가
각운을 맞추며 끝과 끝의 포개짐을 만지며
아! 아름답다
찢어진 벽지의 드러나는 벽처럼
거기 걸린 액자 안에
터치 안 한 시간의 순수처럼
무한개의 지구는
무한정한 심정으로 파편의 심장으로
- 「은색 지구」 전문


사각의 은쟁반을 들고
생각에 미치자 뚜껑 없는 궤처럼
시신을 안치해 둔 장소처럼
모서리엔 얼룩진 체액과 다른 시대로부터 올라온 못자욱
평면을 부피로 만드는

우리는 굴러떨어지지 않고 우리는
조마조마하게 서 있지도 않고
우리는 열매 같은 잘린 목을 궁극의
식탁으로 옮기지 않아도 되고

공평하게 화면 밖에서
허리를 꺾어 네 다리를 접어

띠처럼 몰려오는 푸르스름한 환풍구 밖으로
- 「꿈의 시점을 관람한다」 전문


막이 오르고 연극이 시작된다 무대는 얼어붙은 거리
달이 흐느끼고 바람은 2월의 형상이다 그것은 다시 표면을 얼어붙은 물고기 등처럼 만들고 대본은 구겨진 채 굴러다닌다 폐가 굳은 돌멩이들처럼 세계가 출현한다

인물은 내적인 스토리를 따라가느라 관점이 자꾸 부서지고 막 뒤에서 역할을 바꿔가며 등장하곤 했다 한 줄로 지나가지 않으면 하나의 무대라는 걸 모를 정도로

그러나 이 공간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자기가 만든 세트장에 등장하는 신처럼 겨울이 부족하다고 느끼는 눈송이들
꽃받침처럼 부드럽고 희게 공중에 떠서 어떤 감정에 몰두하느라 흰빛을 다 써버린

한 사람이 등장하는 거리
무대가 철거한 후에도
연극 속으로 들어갈 한 줄의 연극적인 걸음이 가능한가

하나의 목소리가 울며 지나갈 때까지
음소거 된 귓속으로
천체가 윙윙 돌았다 그는 서서히 미쳐갈 텐데

얼어붙은 바다의 고등어처럼 푸르고 빛나는 비늘들을 삼키고 다시 자기를 긁어내며 한 토막의 이성을 불 위에 던지며

죽음은 개인의 유일하게 노출된 피부처럼 재를 입고 일어선다 모든 시작에 종말을 묻히며 모든 표면에 한 번씩 내려앉으며
- 「2월 20일」 전문

출판사 서평

앤디andy, 복제 인간의 실존적 초월

“우린 미학적으로 싸우는 거 같아”
함태숙, 「스틸링」 중에서

2002년 《현대시》로 등단한 함태숙 시인이 시집, 『나비 증상』이 시인수첩 시인선 94번으로 출간되었다. 총 5부로 구성된 이번 시집은 등단 이후 문학을 철학, 심리학, 임상의학 등의 첨예한 사유들과 접목하면서 꾸준히 작품 활동을 펼쳐온 시인이 우리 시대의 쟁점으로 등장한 복제 인간의 실존과 그 초월을 중심으로 또 하나의 세계관을 축조했다는 점에서 그 무게감이 남다르다.
무엇보다 이러한 독특한 세계 인식이 가능한 것은 시인이 존재를 그 기원에 속박된 일종의 압화된 함의로 간주하지 않고 끊임없이 증식하고 확장하는, 형태 없음의 비(非)-존재로 열기 때문이다. 적어도 시인에게 존재란 사후적이다. 그래서 “책은 하나의 사건이다”(시인의 말)라는 과감한 도약과 선언을 통해 ‘예술’을 진리의 지평을 여는 중요한 열쇠라고 강조한다.
당연하지만 ‘사후성’의 핵심은 사태의 끝없는 변화에 있다. 시인은 이를 염두에 둔 듯, 출판사와의 인터뷰에서 작품 하나하나에는 “쓰는 당시는 그 날의 날씨와 신문지면, 지나가는 타자의 대화들, 꿈속의 장면들, 출처를 알 수 없이 튀어나오는 기억과 풍경, 생각들, 아주 많은 잡동사니들이 떠다니는 무의식의 물탱크에서 건져지는 우연한 단어들이 자기들끼리의 끌어당김과 끊어내림의 파티를 하고 있”다고 강조한다. 물론 시인도 예외는 아니다. 자신조차 그 사건의 더미들에 낀 ‘애벌레’, 혹은 ‘체액’이나 ‘무늬’이니 얼마든지 이탈자가 될 수 있다.
때문에 시인은 본격적인 의미 작용(혹은 이해와 해석)이 ‘증상’ 내지는 일종의 ‘징후’를 포착하는 것에서 시작한다고 말한다. “기억은 물고기처럼 / 자기 생태계를 창조하며 미래의 시제에서 기다”(「해변의 케이크」)린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존재한다는 것은 무엇보다 수많은 증상-속-에서 자신을 표현하는 일이다. 가령, 「나비 증상」에서 그는 “비유에 잡히지 않으려고 존재는/ 떨고 있다 물과 빛과 응시에 반응하며/ 머리끝에서 발끝까지가 하나의 심장/ 자기를 꺾으려 올라오는 나르시스의/ 꽃처럼 깊고 축축하고 입술처럼 포개진/ 언어를 달고 있다 그의 오래된 증상들을”이라고 쓰는데, 퇴적된 안개를 걷어내고 실존 그 자체로서의 ‘증상’을 발현해야 한다고 설파한다.

우리는
쓰러집니다 굴러갑니다 축적됩니다
답하지 않아도
홀로 일어서는 빛처럼 눈꺼풀 사이 환영처럼
- 「신기루 같아」 부분

증상은 철저하게 감각의 영역에 노출된다. 그것은 신기루처럼 보일지 몰라도 쓰러지고 굴러가며 축적된다. 질문에 대답하지 않아도 “홀로 일어서는 빛처럼 눈꺼풀 사이 환영”과도 같다. 마치 “얼마나 걸어왔는지…하서회랑을…가장 빠른 은빛 날개로…손발을…/ 끊고… 기계 심장으로 …이별의…합의를…”(「둔황객잔」)에서 연출한 말 줄임표가 오히려 겹겹이 쌓인 이미지들을 직설한다는 것.
이러한 상황은 「킴벌리 소년」에도 집중된다. “열 손가락과 열 개의 발가락이 썩어가네요/ 뭉개지네요 세계는 달의 환처럼 길을 둘들 말아 올리고 흐릿하게 밤의 평면을 갖습니다 모든 장소에서 도달하는 한 줌의 기억처럼// 배선에 물줄기를 이어 옵니다 길고 긴 눈동자에서 끊임없이 물줄기를 대어주네요/ 열 손가락과 열 개의 발가락 위로 흐르는 무성의 노래네요 가늘게 이어지는 거친 슬픔이네요 다 흐르고 섬유질만 남은 몸이란// 여기 폭력을 가해서 변형되는 형질이 있다면 몽글거리며 오르는 하얀 피처럼 극약을 삼킨 빛처럼 마비된 채 굳어가는 하얀 동작들 하얀 가위 아래 분절되는 언어처럼”이라며, 영화 에일리언 시리즈의 조커 ‘애쉬’(Ash)나 ‘비숍’(Bishop), ‘콜’(Call), ‘데이빗’(David) 등의 복제인간을 ‘소년’에게 대칭하면서 증상을 징후로 확장한다.
또한 「허공의 훈련병」과 「캔버스를 뚫고 나가는 그녀」에서는 이를 좀 더 섬세하게 다루는데, 전자의 경우 “우리는 머리 대신/ 다족류로 우리를 묶고 음악을 보여주듯이 하나의 길을 연주하고/ 금관과 타악을 울리며 멸종한 종들이 따라 나오는/ 우리는 부드럽고 거대한 돛과 무력한 은빛 튜브를 달고/ (중략)/ 작은 하나의 입김에도 끝없이 걸어가는/ 너의 완전 군장 속에는/ 신이 의탁한 것들이// 오직 너는 순명하고 검은 해변을 토하고 너는 무수한 발 속에”라고 쓰거나 후자의 경우 “형상에 지지해 줄 많은 손들이 실패를 반복해 줄 투명한 중독들이// 거친 동굴의 /섬유질처럼 //형태를 잡고 있습니다 소재는 중요합니다 가연성인지 형상 합금 신 미래인지/ 표면에 반영된 시선의 정면성을 옹호합니다// 외부를 만드느라/ 입술이 뾰족해지는 비분절적 질문들”이라 쓰면서 그 징후조차 사건-이미지로써 경계를 넓힌다. 이외에도 「너의 이름은」에서 한층 뚜렷해지는 존재-들의 섞임, 곧 “우리는 울기 위해 기울어지는 신체 흙 속의 구근처럼// 두근거림을 넣어주려고 심장의 형태로// 끊기지 않는 사슬을 이으며 강은 모든 밤을 끌어와 흐르고 인류는 눈꺼풀 속에 너의 꿈을 헹구고 죽은 채로 태어나는 빛 그러므로 그림자가 없는 영원의 정오가 헤엄치며 다가”온다며 상황을 역설한다.

막이 오르고 연극이 시작된다 무대는 얼어붙은 거리 달이 흐느끼고 바람은 2월의 형상이다 그것은 다시 표면을 얼어붙은 물고기 등처럼 만들고 대본은 구겨진 채 굴러다닌다 폐가 굳은 돌멩이들처럼 세계가 출현한다

인물은 내적인 스토리를 따라가느라 관점이 자꾸 부서지고 막 뒤에서 역할을 바꿔가며 등장하곤 했다 한 줄로 지나가지 않으면 하나의 무대라는 걸 모를 정도로

그러나 이 공간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자기가 만든 세트장에 등장하는 신처럼 겨울이 부족하다고 느끼는 눈송이들
꽃받침처럼 부드럽고 희게 공중에 떠서 어떤 감정에 몰두하느라 흰빛을 다 써버린
- 「2월 20일」 부분

만일 사후성이 존재의 실존을 확인하는 무게추라면 시인의 사유와 작업은 막강한 정당성을 갖게 된다. 연극이 시작된다. 무대는 아직 혹한이 맹렬히 남은 2월의 얼어붙은 거리다. 유난히 가깝게 내려온 달은 창백하다 못해 흐느끼고 있다는 느낌을 준다. 꽝꽝 언 물고기처럼 길바닥은 흰 백태가 껴 있다. 사물의 그림자조차 을씨년스러운 거리에는 무슨 이유인지 대본이 구겨진 채 굴러다닌다. 이윽고 출현하는 세계-인물들은 스토리를 따라가느라 관점이 자꾸 부서진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그들은 대본이 적시하는 상황이 아닌, 얼마든지 변형될 수 있는 ‘내적 스토리’에 집중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생활에서 수많은 페르소나를 갖고 있듯, 배우들도 수시로 역할을 바꿔가며 등장한다. 주어와 서술어는 계속 끊어졌다. 그러다 이 무질서를 덮으려는 듯 눈이 내린다. 무대의 한 곳이 갑자기 열리고 인물들은 순간 정지했다가 자신의 일에 다시 몰두한다. 신의 형상이, 신으로 간주되는 무엇인가가 나타났지만 그는 “꽃받침처럼 부드럽고 희게 공중에 떠서 어떤 감정에 몰두하느라 흰빛을 다 써버린” 후다. 신이 그 의지를 모조리 소진했으므로 남은 것은 등장인물들의 움직임뿐이다. 물론 신은 우리 인간을, 또한 배우들은 우리를 복제한 앤디를 대칭한다.


★★


◨ 다음은 시집에 관하여 시인과 나눈 짧은 인터뷰 내용이다.

[Q] 주제와 이야기의 방향은? 

[A] 시를 쓰게 되는 어떤 내적 계기와 그 순간의 외부적 사태가 어떻게 결합하여 하나의 형태를 드러내는지 처음부터 준비하거나 의도한 바가 없으므로, 시집을 관통하는 주제를 문장화하기 어려움을 느낍니다. 가능한 한, 그 순간의 어떤 저항할 수 없는 힘이 시인을 관통해 주기를 바라며 혼돈을 잃지 않으려 감각을 붙들고 있었다는 것을 주제에 근접한 사유라고 말해도 좋을런지 모르겠습니다. 작품의 방향도 가능하면 목차를 따라 시가 다음 편으로 자기를 밀어버리는 (툭툭, 끊어진) 연속성을 바랐다고 사후적인 추정을 해 봅니다.

[Q] 이번 시집의 특징은? 

[A] 매 편들이 어떤 이미지와 질문을 갖고 있을지 저도 궁금해 하며 읽어보려 합니다. 쓰는 당시는 그 날의 날씨와 신문지면, 지나가는 타자의 대화들, 꿈속의 장면들, 출처를 알 수 없이 튀어나오는 기억과 풍경, 생각들, 아주 많은 잡동사니들이 떠다니는 무의식의 물탱크에서 건져지는 우연한 단어들이 자기들끼리의 끌어당김과 끊어내림의 파티를 하고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 속에서 어떤 영혼성이 개별적인 얼굴을 하고 나타났다 사라지기를 반복하고 있으리라 고대합니다. 언어를 가지고 언어 이전의 질료에 대한 고민을 계속해 오고 있습니다. 이것들이 시를 읽는 자를 극미하게라도 감염시키기를 바라면서 말입니다. 이번 시집은 그러한 욕망의 증폭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겠습니다.

[Q] 나는 어떤 시인인가? 

[A] 시를 쓸 때는 작품으로부터 거의 배제된 존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어디에서 시인임을 밝힐 때의 부끄러움과 죄책감이 있습니다. 저로부터 분리된 어떤 우발적 존재가 저를 사용해서 저를 휘저으며 자기를 드러냈다 사라지는 과정을 지켜보고 있습니다. 그리스 어느 벽화에서 출토된 뒷모습의 여성이 문득 떠오릅니다. 시집의 페이지를 넘긴다는 것은 벽 속으로 들어가는 누군가의 뒷 머리채와 옷자락의 사라지는 주름을 잠시 감각하다 금방, 다음 작품(이란 여성의 정면)에 포획되었다 다시 벽 속에 시신을 파묻는 행위와 같다고 생각합니다. 시인은 그 작업을 끝없이 해야하는 운명에 경악하는 자라고 생각합니다. 그 비명과 눈물과 심장을 만든 질료에 대해 책임지는 자가 되고 싶습니다.
- 「저자와의 인터뷰」 중에서


◨ 시인의 산문 엿보기

1974년 6월 경포
함태숙 시인


1974년 6월 경포였다. 그러나 존재의 좌표는 실재하지 않는다. 소멸하는 모든 것들의 순연한 그것처럼 포착되지 않는, 다른 우주 안의 어떤 것으로서.
나는 무엇을 응시하고 있는가. 어쩌면 내 앞에서 드라마타이즈하고 있는 신의 분할체를 대면하고 있는 것인지도.
내가 긋고 있는 빗금과 동그라미의 형태들은 진실의 입자들로 그대에게 전사될 것인가. 언어를 출현시키고 나면 그대는 어떤 감각의 응결로 그 자리에 프레임을 들고 있을 것인가. 1974년의 경포를.

모르겠다…

나의 디오니소스는 자기를 찢는 풍경인데.
사건의 내장을 가르고 흘러내리는 투명한 입술들을 주워들고, 모래처럼 묻은 말들을 그러모을 수 있을지. 나는 아직 탄생하지 않은 것인지 모르고, 어느 하루의 일기와 그날의 우연의 집합에 웅크린 벌레 같은.

하나의 장면을 본다. 순간을 쪼갠 것이 감정이라면 이것은 설레임에 가깝다. 재앙이 당도하리라는… 그때 각자는 꽃 피리라는… 세기말 증후에 다양한 빛의 발화로 응수한 사막의 꽃처럼. 우리는 얼마나 원했던가. 병리적 형태로 자기를 드러낸 신의 죽음을.

모르겠다…

그 어떤 말도 하고 싶지 않다.
말은 폭력이고 언어는 우리를 지배한다. 최초의 언어는 최초의 억압이지.

가능하면 어떤 분열자가 광인의 힘으로 우리를 끌고 가 주기만을 바랄 뿐이다. 그것은 어떤 사유와 환상보다도 더 강렬할 테니까. 그의 강도적 힘으로 존재의 피부를 찢어 주기를 바랄 뿐이다. 시간을 조롱하는 공간, 공간을 집어삼키는 순간의 총화, 시간의 기절, 시간의 패배…

모르겠다…

우리 모두가 각자의 의식이 없던 시절에, 이것이… ‘자기’라고 들이밀고 나오는 어떤 사태에 직면한 존재라는… 신의 무한 오류를 무한 책임져야 하는 단 한 명의 개체성으로 등장해 왔다는 사실이…

하지만, 난 매혹되었다. 여전히 나는 어느 하루의 기이한 조합에 사로잡혀 1974년 여름이 경포에 머문다.
응시 외엔 어느 실체도 없는… 무한에 가까운 슬픔과… 기다리는 재앙의… 길어진 오후의 설레임으로…
(하략)

기본정보

상품정보 테이블로 ISBN, 발행(출시)일자 , 쪽수, 크기, 총권수, 시리즈명을(를) 나타낸 표입니다.
ISBN 9791192651347
발행(출시)일자 2025년 03월 25일
쪽수 180쪽
크기
124 * 199 * 14 mm / 337 g
총권수 1권
시리즈명
시인수첩 시인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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