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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베토벤인가(Why Beethoven)

노먼 레브레히트 저자(글) · 장호연 번역
에포크 · 2025년 03월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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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이 책이 속한 분야

음악 역사상 이런 작곡가는 유일무이하다
그러니 베토벤이어야만 하는 것이다

가장 영향력 있는 클래식 음악 평론가 노먼 레브레히트가 뽑은
베토벤의 삶과 음악, 음반평과 명연주 추천까지
100가지 장면으로 총망라한 베토벤 안내서

매일같이 사람들이 죽어갈 때 〈영웅〉이 없었다면, 장례식이 줌으로만 이루어질 때 후기 소나타가 없었다면, 세상이 멈춰버려 글 쓰는 것이 소용없다고 느껴졌을 때 중기 소나타가 없었다면, 어떻게 내가 몸과 정신을 부여잡고 팬데믹을 견뎌냈을지 모르겠다. 왜 베토벤인가? 그는 몽블랑산처럼 항상 그 자리에 있기 때문이다. 어떤 것에도 휘둘리지 않으면서 언제라도 닿을 수 있는 존재로 거기 있다. _ 본문 중에서

작가정보

저자(글) 노먼 레브레히트

Norman Lebrecht

영국의 음악 평론가, 소설가.
클래식 음악계에서 가장 주목하는 평론가 중 한 명으로, 지면과 방송을 통해 40년이 넘는 저널리스트 경력을 이어오고 있다. 그의 평론은 직설적이고 논쟁적이라는 평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 언어로 번역되어 대중에게 폭넓게 읽힌다. 더불어 그가 운영하는 블로그 slippedisc.com은 월평균 200만 명이 방문하는 명실상부한 세계 최고 클래식 음악 뉴스 사이트다. 한국에서는 공연 예술 전문지 『객석』에서도 그의 칼럼을 만날 수 있다.
1985년 첫 책 『음악 일화집(The Book of Musical Anecdotes)』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10여 권의 논픽션과 소설을 저술했으며, 국내에도 소개된 『거장 신화』 『왜 말러인가』 『클래식 음반세계의 끝』은 열일곱 개 언어로 번역 출간되어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한편 휘트브레드 상을 수상한 첫 번째 소설 『이름들의 노래(The Song of Names)』(2001)는 2019년 프랑수아 지라르 감독의 영화 〈이름들로 만든 노래〉로 만들어졌다.
『데일리 텔레그래프』 음악 칼럼니스트, 『이브닝 스탠더드』 부편집장을 지냈고, BBC 라디오3에서 ‘레브레히트 라이브(lebrecht.live)’를 진행했다. 예일 대학, 시러큐스 대학, 카네기 멜런 대학, 상하이 음악원 등 유수 대학의 강단에 서기도 했다. 지금은 『스펙테이터』와 『월스트리트 저널』에 종종 평론을 기고하며, 상하이 음악원 객원 교수로 재직 중이다. 런던에 살면서 또 다른 소설을 쓰고 있다.

번역 장호연

서울대학교 미학과와 음악학과 대학원을 졸업하고, 음악과 과학, 문학 분야를 넘나드는 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클래식의 발견』 『이 레슨이 끝나지 않기를』 『당신의 음악 취향은』 『소리의 마음들』 『하얗고 검은 어둠 속에서』 『슈베르트의 겨울 나그네』 『하워드 구달의 다시 쓰는 음악 이야기』 『고전적 양식』 『쇼스타코비치』 등을 우리말로 옮겼다.

목차

  • 프롤로그
    책을 읽기 전에
    들어가며

    1부 인간 베토벤
    1장 가련한 것이 아니라 / 2장 조용히 있어줄래요? / 3장 골목길 노래 / 4장 본 여행 / 5장 제3의 사나이 / 6장 나는 음악이 싫어요 / 7장 해볼 테면 해봐 / 8장 사 곱하기 육 / 9장 새소리를 들어봐 / 10장 신성한 바보 / 11장 베를린 방문 / 12장 신의 총애를 받은 사람 / 13장 대가의 작품 / 14장 감자튀김에 곁들이면 / 15장 처참한 곡들의 묶음 / 16장 슬라바 / 17장 뚱보 / 18장 그의 피아노를 만든 사람 / 19장 아일랜드 여인 / 20장 이토록 단순한 음악이라니 / 21장 아마추어의 티를 벗다 / 22장 전작주의자 / 23장 때늦은 리뷰 / 24장 마법의 숫자 ‘7’ / 25장 몹쓸 출판업자들

    2부 사랑에 빠지다
    26장 당신이 아니라면 언니라도 / 27장 사랑의 노래 / 28장 만나지 못하는 사랑 / 29장 이류 작곡가 / 30장 양면성 / 31장 중국 미인 / 32장 부서진 중국 / 33장 인생은 짧다 / 34장 어느 곡이 첫 곡? / 35장 추락한 별 / 36장 어떻게 연주할 것인가 / 37장 베토벤의 식습관 / 38장 좋은 실패자 / 39장 불을 전해준 자

    3부 몰입의 순간
    40장 영웅은 없다 / 41장 훔친 선율 / 42장 반대편 세상 / 43장 머리냐 마음이냐 / 44장 붉은 광장 / 45장 역사적 사실에 바탕을 둔 연주 / 46장 일찍 일어나는 새 / 47장 포스트 호른 / 48장 텅 빈 악보 / 49장 단 하나의 곡 / 50장 부스러기 / 51장 검은 음들 / 52장 로드도 있었네 / 53장 예술은 길다 / 54장 농담의 순간 / 55장 시시한 졸작 / 56장 크리켓 음악 / 57장 삶은 계속된다 / 58장 고난의 삶 / 59장 틱톡

    4부 막다른 골목에서
    60장 듣지 못하다 / 61장 봄날 / 62장 2의 다섯제곱 / 63장 벌써 끝낸다고? / 64장 유령 같은 / 65장 막내아들 / 66장 카이사르의 것은 카이사르에게 / 67장 신의 문제 / 68장 아, 인간 / 69장 지휘자의 협주곡 / 70장 승리의 사인 / 71장 무정한 사람 / 72장 탈주 기관차 / 73장 신의 꽃 / 74장 지상의 지옥 / 75장 롤라의 전성기 / 76장 9인의 사도 / 77장 피아니스트의 손을 / 78장 터키 행진곡 / 79장 톱 오브 더 팝스 / 80장 손에 땀을 쥐는 연주

    5부 어려운 상황에도 불구하고
    81장 힘든 싸움 / 82장 잿더미가 되다 / 83장 우리 골목의 샐리 / 84장 친구를 위해 / 85장 구덩이 / 86장 극장의 가치

    6부 인류 전체를 위한 목소리
    87장 처녀처럼 / 88장 난파선 / 89장 기우뚱하는 / 90장 마지막 손길 / 91장 슈베르트의 영감 / 92장 작은 소품 / 93장 젤라토의 매력 / 94장 상대성이론 / 95장 시간의 유동성 / 96장 핵의 합창 / 97장 과거에 경배를 / 98장 악당 / 99장 이것이 끝? / 100장 모두가 평등한 세상

    왜 베토벤인가

    참고문헌
    감사의 말
    옮긴이의 말
    베토벤 작품 찾아보기

추천사

  • 노먼 레브레히트는 베토벤에게 관심을 돌렸다. 그 누구도 하지 않았던 방식으로 말이다. 그는 베토벤의 삶에서 100가지 장면을 골라 작품을 소개하면서 그 유래와 특징을 간략하게 설명한 다음, 그 작품의 음반을 비판적으로 검토하고 추천하는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나만의 베토벤 라이브러리를 만들고 싶은가? 그렇다면 이 책보다 더 좋은 출발점은 없다. 기존의 컬렉션을 확장하고 싶은가? 그런 사람들에게도 이 책이 딱이다. 베토벤의 교향곡이나 피아노 협주곡 등 익숙한 작품부터 잘 알려지지 않은 실내악곡과 가곡, 음악적 인용까지 빠짐없이 수록되어 있기 때문이다. 30초짜리 음악 농담 ‘슈판치히는 악당’에 대해 알려주는 베토벤 책은 많지 않다. 그걸 레브레히트가 해냈다. 이 책에는 다섯 페이지를 넘는 챕터가 거의 없다. 한 입 크기의 베토벤이라니, 실로 기발한 발상 아닌가.

  • 노먼 레브레히트는 베토벤과 함께 한 모험을 재치 있게 요약해 들려준다. 지극히 개인적이면서도 우리가 익히 알고 사랑하는 음악에 기반을 두고 있다.

  • 베토벤의 성격과 유산, 의미에 대한 놀랍도록 매혹적인 탐구. 이 책에 담긴 세세한 내용과 사실들이 나에게는 너무나 새로운 것이었고, 이 거장의 음악과 철학을 넘어 더 많은 것들을 생각하게 만들었다.

  • 노먼 레브레히트는 이 놀라운 책에서 베토벤이 언제나 그래왔던 것만큼이나 이 미친 시대에 더욱더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는 것을 보여준다.

  • 음악에 관한 다작 작가이자 폭넓은 주제의 글을 써온 저자가 베토벤의 작품에 생생한 전기와 회고를 더한 베토벤 전문 가이드.

  • 레브레히트는 음악이 시작되는 곳에서 언어가 끝날 필요가 없음을 보여준다. 교훈적이며 행복을 느끼게 한다.

  • 레브레히트의 묘사는 베토벤의 음악만큼이나 예측이 불가능하다. 특히 서양 음악의 위대한 실내악 작품 중 하나인 〈크로이처〉 소나타에 대해 쓴 챕터는 모든 클래식 음악가들의 감사를 받을 만하다.

  • 『왜 베토벤인가』는 베토벤의 삶을 형성한 작품들에 대한 도발적인 서술로 가득하며, 때로는 수치스러운 내용까지 들춰낸다. 흥미진진한 이야기와 함께 분열을 일으킬 만한 여러 문화적 이슈를 제기한다.

  • 재미와 정보를 동시에 제공하는 베토벤 작품 여행. 거장의 놀라운 업적에 대한 이상적인 가이드

  • 즐거운 독서 경험을 누리게 하는 그야말로 대단한 책.

책 속으로

8쪽
나는 음반을 가리지 않고 듣는 사람이어서 카탈로그를 훤히 꿰고 있다. 데메트리오스가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을 알았듯이, 엘리아스 카네티가 『현혹』에서 서가에 대한 지식을 자랑했듯이 나도 베토벤 음반이라면 남부럽지 않게 안다. 지하 창고에는 개성 없는 시시한 음반들이 대부분이다. 허세용 음반, 재발매 음반, 기준 미달의 음반을 걸러내고 나면 논의의 가치가 있는 베토벤 음반은 1000장으로 줄일 수 있었다. 이 정도면 어떻게든 해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재미도 있고 말이다.

65쪽
베토벤 시대에 음악가가 된다는 것은 파멸보다 조금 나은 것이었다. 그럼에도 음악가의 삶을 선택했다. (…) 그는 음악을 사랑했을까, 싫어했을까? 작곡을 대하는 그의 태도는 목재를 대하는 목수처럼 타산적이고 현실적이다. 그는 군중을 피했고 안정을 두려워해서 몇 달마다 하숙집을 옮겼다. 값비싼 아침 커피와 저녁 와인으로 위안을 삼았다. 외양에 무신경했으며 감정의 헌신을 피했다. 이런 것은 자기혐오까지는 아니더라도 인격 장애, 강박충동 장애의 징후들이다. 그는 음악을 위해 자신의 독을 아껴두었다.

131쪽
테레제에게 슈나벨은 스튜디오의 폭압적인 분위기를 불평했다. “그저 4분 연주할 수 있을 뿐이야. 이 4분 동안 2000개 건반을 치게 되는데, 그중 두 음이 만족스럽지 않으면 2000개 음을 처음부터 다시 해야 해. 그 과정에서 처음의 잘못된 음은 고쳐지겠지만 다른 두 음이 문제가 생기고, 그럼 또다시 2000개 음을 연주해야 하지. 이렇게 열 번을 해. 언제 실수할지 몰라 항상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결국에는 포기하게 되고 20개 잘못된 음이 남고 말아. (…) 무너지기 일보직전이야. (…) 이런 외로움은 난생처음이네. 양심의 가책을 느껴.”

144쪽
“세상에는 예술을 위한 시장이 있어야 해. 그래야 예술가가 자신의 작품을 주고 필요한 돈을 얻으니까. 하지만 그렇기에 예술가는 어느 정도는 사업가이기도 해야 하네.” 베토벤의 말이다. (…) 그는 다음 교향곡으로 250플로린을 요구했지만, 출판업자들은 값을 깎고 돈을 늦게 지불했고 매출을 허위로 보고했다. 게다가 악보에 실수들이 숱하게 많아서 베토벤은 도끼를 들고 찾아가겠다고 위협했다.

321쪽
프리츠 크라이슬러와 세르게이 라흐마니노프가 순회공연을 돌며 베토벤의 소나타를 연주했다. 크라이슬러는 쾌활한 사람, 라흐마니노프는 시무룩한 사람이다. 어느 날 음악회에서 크라이슬러가 소나타를 연주하다가 박자를 놓쳤다. 그는 필사적으로 얼버무리며 조용히 물었다. “우리가 어디 있지?” 박자를 제대로 따라가던 라흐마니노프가 으르렁댔다. “카네기 홀.” (…) 이것은 역사상 손꼽을 만큼 훌륭한 베토벤의 바이올린-피아노 연주일 뿐만 아니라 음악적 직감과 전이가 최고로 빛나는 순간이다. 두 사람은 음이 연주되기도 전에 상대방의 의향을 알았다.

347-348쪽
음악사에서 최고로 유명한 네 개 음은 하룻밤에 만들어지지 않았다. 베토벤이 20대에 쓴 네 손을 위한 피아노곡에 처음으로 등장한다. (…) 네 음은 다른 소나타에서도 여기저기 나타나는데 가장 확실하게 알아볼 수 있는 것은 〈열정〉 소나타의 첫 악장이다. 여기서 우리는 아직 세상에 태어날 준비가 되지 않은 교향곡의 악절을 베토벤이 잉태하고 있음을 듣는다. 네 음이 마침내 교향곡 5번의 첫 다섯 마디에 ‘라-타-타 탄, 라-타-타 탄’ 하고 두 차례 등장하면, 강력한 동시에 모호한 의미를 발생시킨다. 우리는 곧 중대한 일이 벌어지리라는 것을 알지만 그것이 뭔지 모른다. (…) “이렇게 운명이 문을 두드린다!” (…) 이른바 운명의 모티브. 하지만 그것이 베토벤이 마음속에 담고 있었던 것일까?

523-524쪽
한 배우가 극작가 프란츠 그릴파르처가 쓴 추도사를 읽었다. “그리하여 그는 죽었지만 영원히 살게 될 것입니다.” 정치인을 제외하고 이렇게 규모가 큰 장례식은 빈에서 유례가 없었다. 1만 명이 운집했다는 사람이 있고 2만 명이라고 하는 사람도 있다. 지나가던 사람이 군중의 노파에게 다가가 누구를 애도하는지 물었다. “모르세요?” 그녀가 소리쳤다. “음악가들의 장군이 죽었다고요.”

출판사 서평

독특한 구성과 새로운 시각
100개의 조각으로 완성한 인간 베토벤의 초상화

루트비히 판 베토벤(1770~1827)은 그가 살았던 시대부터 우리가 사는 21세기 현재에 이르기까지 작곡가로서 천재성과 혁명성을 인정받는다. 클래식 음악 애호가, 전문 음악인은 물론 클래식 문외한마저도 그가 클래식 음악의 새로운 길을 개척한 거장이라는 사실에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전 세계인들이 그의 작품을 한두 가지쯤은 알고, 선율을 흥얼거릴 수 있다. 어쩌면 ‘또 베토벤이야?’라고 생각함 직한 이 작곡가에게서 어떻게 익숙함을 걷어내고 새로운 모습을 포착할 수 있을까?
『왜 말러인가』 『거장 신화』 등으로 국내 독자들에게도 친숙한 노먼 레브레히트는 신작 『왜 베토벤인가』에서 누구도 하지 않았던 참신한 방식을 꺼내 들었다. 베토벤의 삶에서 100가지 장면을 골라 역사적 사실과 흥미로운 이야기를 결합하여 베토벤의 시대를 생생하게 그려내는 동시에, 그의 작품 설명과 함께 각 작품의 연주와 음반을 비판적으로 검토하고 추천한다. 그리고 여기에 수많은 연주자들의 재미있는 일화를 더해 말끔한 스토리텔링을 완성했다. 저자는 이 책에서 음악학계의 전문용어는 최대한 피하고 대신 프로이트와 융, 헤겔과 마르크스, 카프카와 만, 아인슈타인과 카너먼에 의지하여 베토벤을 둘러싼 세계의 더 큰 의미를 찾아 나선다. 그가 쓴 100개의 챕터에는 긴 글도 있지만 대부분이 짧아 ‘한 입 크기’의 다양한 디저트를 맛보는 듯한 느낌이 든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베토벤은 권력자에게 굽실거리지 않았다.(“당신 같은 귀족은 지금도 앞으로도 수없이 많겠지만, 세상에 베토벤은 오로지 한 명밖에 없소.”) 생활이 엉망이었다.(“지저분하고 어수선하기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다소 낡은 그랜드피아노 아래에 비우지 않은 요강이 그대로 있었다.”) 유난히 더웠던 여름에 불멸의 연인에게 세 통의 편지를 썼다.(“오늘 어제 눈물로 당신을 그리워했소. 당신, 내 사랑, 나의 모든 것, 안녕. 계속해서 날 사랑해주시오.”) 서른한 살에 청력을 거의 상실하자 자살을 생각하며 고통 속에서 유서를 썼다.(“내가 다른 이들보다 더 완벽해야 마땅한 감각에, 한때 최고로 완벽한 상태로 소유했던 감각에, 나와 같은 직업을 가진 사람들도 거의 누리지 못하는 정도로 완벽했던 감각에 병이 있다는 것을 어떻게 알린단 말인가. 오, 그럴 수는 없네.”)
이렇듯 시간을 따라가는 전기의 순서가 아닌 베토벤의 삶에서 떼어낸 100개의 조각을 하나하나 맞춰가는 동안 머릿속에 자연스럽게 베토벤의 초상화가 완성된다. 그의 성격, 인간관계, 식습관, 버릇, 질병 등 인간 베토벤의 면모는 물론, 몇 가지 거대한 음악적 아이디어가 다양한 형식의 음악으로 꽃피우는 과정을 입체적으로 그려낸다.(“[열정 소나타의] 첫 페이지에 아직 작곡되지 않은 교향곡 5번의 ‘운명’ 모티브가 슬쩍슬쩍 모습을 보인다.”)


베토벤 음악의 정수를 느끼게 해줄 명연주, 명음반 추천
베토벤을 연주한 연주자들과 지휘자들의 이야기

저자는 베토벤을 다른 작곡가들과 비교하며 “음악 역사상 사람들이 천재성을 곧바로 알아보고 모든 작품을 영속적으로 인정한 작곡가는 그 말고는 없었다”고 단언한다. 바흐의 오라토리오는 100년 동안 아무도 연주하지 않았고, 헨델의 오페라는 두 세기 동안 공연 무대에 오르지 않았다. 모차르트의 오페라는 인기가 있었지만 교향곡이나 협주곡은 그렇지 못했다. 그렇기에 베토벤을 오롯이 만나는 자리는 역시 그의 음악일 수밖에 없다. 이 책에서 저자는 작품을 소개하는 방법으로 피아니스트들이 베토벤 소나타 서른두 곡을 며칠에 걸쳐 연주할 때 쓰는 방식을 차용했다. 다시 말해, 출판 순서(작품 번호)를 따르지 않고 각각 다른 시기에서 서로 어울리는 곡들을 묶어 일관성을 드러냈다.
베토벤의 음악이 해석되고 재해석되는 방식을 살펴보는 일은 베토벤을 이해하는 가장 훌륭한 방법이자 유일한 방법이라고 저자는 강조한다. 그렇다면 그의 음악은 어떻게 파악할 수 있을까. 바로 이 책의 두 번째 특징이다.

이 책을 구성하는 또 다른 한 축은 바로 베토벤 음악의 해석자들이다. 즉 그의 음악을 녹음한 음반을 연주자 및 지휘자의 다양한 일화를 곁들여 소개한다. 40여 년간 음악 평론가로 활동해온 저자는 1만 5000장에 달하는 베토벤 음반에서 허세용 음반, 재발매 음반, 기준 미달의 음반을 걸러낸 뒤 논의할 가치가 있는 음반 1000장을 골랐다. 이 책에는 일일이 호명하기 어려울 만큼 20세기에서 21세기에 걸친 우리가 아는 거의 모든 연주자가 등장한다. 거장이라 칭송받는 지휘자는 물론, 세계적인 명성을 지닌 연주자부터 최근에 주목받기 시작한 신진 연주자까지 그들이 베토벤을 해석한 방식을 평가하며 명연주와 명음반을 갈무리한다.
한 작품에 대한 여러 연주자들의 해석 방식 차이를 설명하거나(“[열정 소나타에서] 아르투어 슈나벨은 저돌적이고 무모하고 불가항력적이다. 에밀 길렐스는 음악을 유기적으로 풀어놓는다. 스뱌토슬라프 리흐테르는 그때그때 마음 가는 대로 템포를 설정한다.”), 한 연주자가 같은 작품을 다르게 연주한 경우(“우치다 미쓰코는 [피아노 협주곡 2번에서] 쿠르트 잔덜링과 할 때는 주도권을 넘겨주고 사이먼 래틀과 할 때는 본인이 주도적으로 이끈다.”), 지휘자의 스타일(“지휘자가 [교향곡 3번에서] 서두의 총성을 지시하는 방식은 저마다 다르다. 아르투로 토스카니니와 프리츠 라이너는 곤봉으로 사람을 패 죽이며 시작한다.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은 장거리 대포를 발사한다.”) 등 평론가로서의 전문성을 십분 발휘한다. 또한 음악가들의 웃긴 일화(“어느 날 음악회에서 크라이슬러가 소나타를 연주하다가 박자를 놓쳤다. 그는 필사적으로 얼버무리며 조용히 물었다. “우리가 어디 있지?” 박자를 제대로 따라가던 라흐마니노프가 으르렁댔다. “카네기 홀.”)도 여기저기서 튀어나와 읽는 재미를 더한다.


왜 베토벤인가
출발점에서 종착점까지 완벽한 베토벤 가이드

저자는 코로나로 세상이 멈추고 당장 내일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몰라 두려움에 휩싸였을 때 사람들이 베토벤을 듣고 연주하는 모습을 보며 위로를 받고 희망을 품었다. 세상이 다시 열리고 사람들이 만나 서로를 껴안을 수 있게 되었을 때도 베토벤의 음악은 여전히 그 자리에 있었다. 어떤 상황에서도 인류를 하나로 이어주는 접착제, 그것이 바로 베토벤 음악이 주는 특별한 힘이자 이 책을 쓰게 한 이유였다.
왜 베토벤인가? 삶에서도 음악에서도 인간의 필요와 고통을 표현하는 데 있어 실패를 모르는 작곡가였던 베토벤을 듣고 이해하는 일은 ‘지금 여기’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더욱 절실하고 유용하다. 우리는 여전히 그의 음악을 들으며 감정이 요동치고, 위안을 받고, 성찰한다. 그러니 “생각하는 삶에는 어디든 베토벤이 필요”한 법이다. 저자는 “베토벤이라는 사람과 그의 음악을 이해했다고 생각할 때마다 그는 나에게 새로운 충격을 던져준다”고 고백한다. 이는 우리에게도 마찬가지다. 다가올 2027년은 베토벤 서거 200주년이 되는 해이다. 베토벤의 전기이자 음악 해설서이자 음반 가이드인 이 책은 베토벤을 알아가는 출발점으로서도, 또한 베토벤을 완성하는 종착점으로서도 모든 이들에게 탁월한 선택이 될 것이다.

기본정보

상품정보 테이블로 ISBN, 발행(출시)일자 , 쪽수, 크기, 총권수을(를) 나타낸 표입니다.
ISBN 9791199126602
발행(출시)일자 2025년 03월 28일
쪽수 548쪽
크기
140 * 210 mm
총권수 1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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