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공화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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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사종교적 현상이 된 전관예우
‘소용돌이 사회’가 만든 법조 특권주의
“나의 특권은 대의를 위한 것이라 아름답지만,
너의 특권은 사리사욕을 위한 것이라 추하다”
한국은 민관합동으로 세운 법조공화국이다. 대중의 일상적 삶에서 법조를 우대하고 동경하는 게 세계 최고 수준이며, 고소·고발과 ‘정치의 사법화’가 왕성하게 일어나 이 또한 세계 최고 수준에 이른다. 반면 사법부 신뢰도는 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중 꼴찌 수준이고, 대법원이 검찰과 함께 경찰보다 낮은 신뢰도를 기록했다. 사법부 신뢰도 추락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재판 결과에 대한 불신이다. 무엇보다도 판사의 이념이나 정치적 지향성이 판결에 영향을 미쳤을 거라는 의심이 강하다. 우리는 진영논리에서 자유로워야 한다. 자기 진영이 100퍼센트 옳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법조공화국 비판이 진영논리에 기반해 이루어지는 한 진정한 개혁은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강준만의 『법조공화국』은 6개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제1장 법은 정의보다는 출세의 수단이었다, 제2장 ‘소용돌이 사회’가 만든 법조 특권주의, 제3장 ‘서울대 법대 정치인’은 왜 실패하는가?, 제4장 왜 ‘전관예우’는 사라질 수 없는가?, 제5장 유사종교적 현상이 된 전관예우, 제6장 국민적 신뢰도 추락에 둔감한 사법부. 법조공화국의 비극은 법이 정의의 편이 아니라 한국 엘리트들의 특권의 수단이었다는 것이다. 이들은 “나의 특권은 대의를 위한 것이라 아름답지만, 너의 특권은 사리사욕을 위한 것이라 추하다”고 주장하는 후안무치를 밥 먹듯이 저지르고 있다.
작가정보

전북대학교 신문방송학과 명예교수로 재직하고 있는 강준만은 탁월한 인물 비평과 정교한 한국학 연구로 우리 사회에 의미 있는 반향을 일으켜온 대한민국 대표 지식인이다. 전공인 커뮤니케이션학을 토대로 정치, 사회, 언론, 역사, 문화 등 분야와 경계를 뛰어넘는 전방위적인 저술 활동을 해왔으며, 사회를 꿰뚫어보는 안목과 통찰을 바탕으로 숱한 의제를 공론화해왔다.
2005년에 제4회 송건호언론상을 수상하고, 2011년에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한국의 저자 300인’, 2014년에 『경향신문』 ‘올해의 저자’에 선정되었다. 저널룩 『인물과사상』(전33권)이 2007년 『한국일보』 ‘우리 시대의 명저 50권’에 선정되었고, 『미국사 산책』(전17권)이 2012년 한국출판인회의 ‘백책백강(百冊百講)’ 도서에 선정되었다.
그동안 쓴 책으로는 『MBC의 흑역사』, 『공감의 비극』, 『정치 무당 김어준』, 『퇴마 정치』, 『반지성주의』, 『정치적 올바름』, 『엄마도 페미야?』, 『정치 전쟁』, 『좀비 정치』, 『발칙한 이준석』, 『단독자 김종인의 명암』, 『부족국가 대한민국』, 『싸가지 없는 정치』, 『권력은 사람의 뇌를 바꾼다』, 『부동산 약탈 국가』, 『한류의 역사』, 『쇼핑은 투표보다 중요하다』, 『강남 좌파 2』, 『바벨탑 공화국』, 『오빠가 허락한 페미니즘』, 『평온의 기술』, 『약탈 정치』(공저), 『손석희 현상』, 『박근혜의 권력 중독』, 『힐러리 클린턴』, 『도널드 트럼프』, 『전쟁이 만든 나라, 미국』, 『정치를 종교로 만든 사람들』, 『지방 식민지 독립선언』, 『개천에서 용 나면 안 된다』, 『싸가지 없는 진보』, 『감정 독재』, 『미국은 세계를 어떻게 훔쳤는가』, 『갑과 을의 나라』, 『증오 상업주의』, 『강남 좌파』, 『한국 현대사 산책』(전28권), 『한국 근대사 산책』(전10권), 『미국사 산책』(전17권) 외 다수가 있다.
목차
- 머리말 : ‘10대 0’의 선악 이분법을 넘어서 ㆍ 5
제1장 법은 정의보다는 출세의 수단이었다
법조인 출신이 장악한 한국 정치판 ㆍ 21 | 왜 법조인 출신이 정치판을 휩쓰는 걸까? ㆍ 23 | ‘유전무죄 무전유죄’라 사법고시 더 인기 ㆍ 26 | 박원순과 문재인이 누린 법조 특권주의 ㆍ 28 | 사회가 버려 놓는 사법고시 합격자 ㆍ 32 | 사법연수원은 부족주의 양성소 ㆍ 34
제2장 ‘소용돌이 사회’가 만든 법조 특권주의
왜 한국은 ‘소용돌이 사회’인가? ㆍ 39 | 경성제국대와 고등시험이 조성한 법조 특권주의 ㆍ 42 | 사법고시 합격자들의 노상 방뇨 의례 ㆍ 44 | 권력을 대하는 사람의 뇌는 건강한가? ㆍ 45 | 법조인들의 타고난 ‘서열 중독’ ㆍ 48 | ‘천재, 신동’이었던 이들의 특권의식 ㆍ 51 | 판검사의 ‘억압당한 자아’와 갑질 ㆍ 53 | 법조 개혁은 증오와 혐오로 이루어질 수 없다 ㆍ 55
제3장 ‘서울대 법대 정치인’은 왜 실패하는가?
서울법대동창회의 정신적 좌절 ㆍ 61 | 민청학련 사건의 3대 세계 기록 ㆍ 63 | “법대는 똑똑한 아이들 바보 만드는 곳” ㆍ 66 | 법조인들의 ‘확고한 기준’에 대한 무서움 ㆍ 69 | ‘현실, 특히 낮은 곳을 모르는 무지와 무식’ ㆍ 73 | 유권자들이 법조인을 선호하는 이유 ㆍ 75 | ‘서울 법대 공화국’의 파탄? ㆍ 77 | “법사위는 하루하루 지옥이었다” ㆍ 79 | “정치를 가슴이 아니라 머리로 한다” ㆍ 83 | 윤석열이 서울 법대 이미지에 어울리는가? ㆍ 86 | 윤석열의 실패에 한동훈이 져야 할 책임 ㆍ 89
제4장 왜 ‘전관예우’는 사라질 수 없는가?
왜 의뢰인들은 ‘전관’만 찾는가? ㆍ 95 | 속전속결이라는 알고리즘의 결과 ㆍ 99 | 고급 인력 유치를 위한 후불제 유인책 ㆍ 102 | 공적 영역의 모든 전관예우를 동시에 다루자 ㆍ 104 | 2000년대 전반의 전관예우 ㆍ 107 | 대법관 출신 변호사 연봉 27억 원 ㆍ 110 | 공정거래위원회 안팎에서 벌어진 코미디 ㆍ 112 | 전관예우는 “윤리도 법도 모두 비웃는 요술 단어” ㆍ 115
제5장 유사종교적 현상이 된 전관예우
대형 로펌의 ‘숨은 힘’인가? ㆍ 121 | ‘전관예우’는 법조계 후진성의 상징 ㆍ 123 | 김영란, “나도 연(年) 100억 받을 수 있다던데…” ㆍ 126 | 변호사 10명 중 9명 “전관예우 여전” ㆍ 129 | 갈수록 심화되는 ‘전관예우 불패’ 현상 ㆍ 132 | 공직 대기소가 된 로펌 ㆍ 134 | 판검사 출신 전관 변호사를 찾는 의원들 ㆍ 138 | 전관예우 맹비난했던 이재명의 언행 불일치 ㆍ 140 | 전관예우의 극치를 보인 ‘초호화 변호인단’ ㆍ 143 | 이재명의 대장동 변호사들의 공천·당선 ㆍ 145 | ‘침대재판’ 후엔 ‘판사 겁박’인가? ㆍ 148 | ‘이재명 로펌’이 된 민주당 ㆍ 151
제6장 국민적 신뢰도 추락에 둔감한 사법부
바닥을 기는 사법부 신뢰도 ㆍ 157 | 늑장 재판에 감봉 처분을 내린다면? ㆍ 160 | 국제인권법연구회는 왜 그럴까? ㆍ 163 | ‘재판관 개인 성향’을 어떻게 볼 것인가? ㆍ 166 | 공정하며 믿을 만하다는 이미지가 중요하다 ㆍ 168 | 사법부는 왜 사조직에 둔감한가? ㆍ 171
맺는말 : ‘개천에서 용 나는’ 모델을 넘어서
사외이사는 거수기 또는 정·관계 로비스트 ㆍ 175 | 한국에서 ‘엘리트’란 무엇인가? ㆍ 177 | 강남은 ‘한국 자본주의의 엔진’이 아니란 말인가? ㆍ 179 | ‘코리안 드림’ 모델이 완성시킨 법조공화국 ㆍ 183 | 『문재인의 운명』의 주요 내용이 바뀐 이유 ㆍ 185 | “정치 검찰 잡으려다 시민 발목 잡은 개혁” ㆍ 189 | 윤석열을 누가 책임져야 하는가? ㆍ 192 | 문재인 정권의 정략적 ‘윤석열 이용’엔 책임이 없는가? ㆍ 195 | 법조 개혁을 가로막는 진영 간 패권 전쟁 ㆍ 198
주 ㆍ 201
책 속으로
법조공화국의 문제는 상당 부분 사법고시의 문제를 물려받았다. 사법고시에 합격하면 ‘가문의 영예’로 여기는 잔치판이 벌어지고, 자기가 살던 동네와 다닌 학교에 축하 현수막까지 나붙었다. 서울대는 거대한 고시학원이었다. 법대를 들어가면 바로 사시를 준비하고, 사시 과목만 들었다. 사법고시는 대학의 평판까지 좌우하기 때문에 대학 측도 고시 바람을 부채질했다. 대부분의 대학에서는 도서관에 별도의 고시공부방을 두었으며, 일부 대학은 저명한 고시 전문 교수들을 초빙해 특강도 열어주고 사시 준비생에게 장학금 혜택까지 주었다. 일부 대학들은 합격 가능성이 높은 학생들을 돈으로 스카우트까지 하고, 그렇게 해서 얻어지는 학교의 명예를 모든 교수·학생이 만끽했다. 「제1장 법은 정의보다는 출세의 수단이었다」(본문 26쪽)
충청 지역 로스쿨에 다니는 어느 학생은 “동기 10명 중 8명 정도는 서울 상위권 대학 로스쿨 가려고 반수에 도전하겠다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한 지방대 로스쿨 교수는 “지방 로스쿨은 반수로 상위권 학생들이 빠져나가면서 변호사 시험 합격률이 떨어지고, 이에 반수하는 학생들이 더 늘어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며 “애초 로스쿨 입학생 대부분 수도권 출신이기 때문에 졸업 이후엔 아무도 지방에 안 남는 것도 문제”라고 말했다. 오죽하면 영남대는 2024년 8월 발표한 2025년도 로스쿨 신입생 모집 요강에 “다른 로스쿨로 ‘반수’할 학생은 지원하지 말라”는 안내문을 넣었겠는가? 이렇듯 특권을 향한 맹렬한 돌진을 기본 문법으로 장착한 법조계에서 정의를 찾는다는 게 좀 이상하게 여겨지지 않겠는가? 「제2장 ‘소용돌이 사회’가 만든 법조 특권주의」(본문 57~58쪽)
말이야 바른 말이지만, 학부모들은 자식이 인문학적 소양이 풍부한 사람이 되길 바라는 게 아니다. 한국 사회 상층부의 곳곳에 포진해 있는 ‘서울 법대 인맥’에 진입하거나 근접할 수 있는 사람이 되기를 더 열망할 게다. 2019년 9월 검찰이 당시 법무부 장관 조국의 아내인 정경심을 사문서 위조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을 때 법원은 정경심의 재판부 배정을 놓고 상당히 고민을 했다고 한다. 이를 보도한 『조선일보』 기사 제목이 재미있다. 「정경심 재판부 배당하려 보니…이 판사는 조국 동기, 저 판사는 조국 제자」. 2015년 기준 차관급 고위 법관 10명 중 8명이 서울 법대 출신이었을 정도로 법관 사회가 검찰 조직보다 서울 법대 출신이 압도적으로 많았다나. 「제3장 ‘서울대 법대 정치인’은 왜 실패하는가?」(본문 79쪽)
2006년 2월 경영컨설팅 업계의 최대 화제는 회계법인 S사의 대약진이었다. 2005년 컨설팅 분야에 첫 진출한 신출내기인데도 연간 1,000억 원으로 추정되는 공공부문 컨설팅 물량을 거의 독식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S사의 싹쓸이는 지난해 고문으로 영입한 경제부총리 출신 A씨 덕분”이라고 단언했다. 2006년 10월 경제검찰로 불리는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최근 4년간 퇴직한 4급 이상 간부 36명 중 27명이 업무 관련성이 짙은 기업·단체·법률회사에 취업했으며, 2003년 이후 국세청 직원 8명도 과세에 불복한 특정 기업의 세무대리인인 로펌으로 전직한 것으로 밝혀졌다. 그런데도 공정거래위원장 권오승은 ‘퇴직자들이 승·패소에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제4장 왜 ‘전관예우’는 사라질 수 없는가?」(본문 112~113쪽)
2022년 10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 이탄희가 집계한 최근 5년간(2018~2022년) 신규 임용 법관의 법조 경력 등 현황 자료를 보면, 올해 신임 법관 예정자 135명 중 19명(14.1퍼센트)이 김앤장 변호사였다. 7명 중 1명꼴로 김앤장 출신 변호사가 발탁된 것이다. 2021년에는 8명 중 1명꼴이 김앤장 출신이었는데 그 비중이 더 커진 것이다. 이탄희는 “전국 신임 판사의 7분의 1을 한 로펌에서 독식하는 나라는 없다. 8분의 1을 차지한 지난해보다 더 심해졌다”며 “법원이 김앤장 전초기지가 될 것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그간 전관예우를 거의 망국병처럼 비판하면서 수많은 대응 방안이 거론되었고, 일부는 실제로 시도되었지만, ‘백약무효(百藥無效)’라는 게 입증된 셈이다. 「제5장 유사종교적 현상이 된 전관예우」(본문 139~140쪽)
그럼에도 더 답답한 건 국제인권법연구회일 게다. 사실과 다른 오해와 비판이 난무하면 회원들이 얼마나 속상하고 억울할까? 사실과 다른 오해는 없다는 걸까? 그 어느 쪽이건 화가 나서라도 스스로 해체하자고 나서면 좋으련만 그렇게 하진 않으니 참 이상하다.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세미나 모임과 같은 느슨한 형식으로 활동하면 학술 연구를 할 수 없다는 걸까? 바닥을 기고 있는 법원·사법부의 신뢰도 회복을 위해서라도 사조직에 대한 갈증은 조직 밖에서 다른 방식으로 해소하면 안 되는 걸까? 이른바 ‘법조 특권주의’에 무지몽매한 우문인가? 정말 이해가 가질 않아 던지는 질문이다. 「제6장 국민적 신뢰도 추락에 둔감한 사법부」(본문 165~166쪽)
출판사 서평
법은 정의보다는 출세의 수단이었다
왜 법조인 출신이 한국 정치판을 휩쓰는 걸까? 법조 출신 정치인은 공천에서 탈락하거나 선거에서 낙선해도 언제든지 변호사로 돌아갈 수 있는 자유와 혜택을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변호사 모델’이 한국 정치판에서 잘나가는 정치인의 모델이 되었다. 법과 법치에 대한 불신이 높을수록 사법고시의 인기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았다. 믿을 수 없는 법에 대한 공포 때문에 법에 대한 사랑을 강요받는 사회에서 법을 다룰 수 있는 면허는 권력과 부를 동시에 쟁취할 수 있는 수단이었다. 이렇듯 한국 사회에서 법은 정의보다는 출세와 특권의 수단으로서 그 가치가 더 높았다. 특히 사법고시는 ‘코리안 드림’을 이룰 수 있는 최고의 속성코스라는 걸 말해주는 ‘사회적 증거’로 여겨졌을 가능성이 높다. 사법연수원은 ‘부족주의 양성소’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법조인에게 특권의식과 더불어 부족주의를 키워주는 곳이 되었다.
한국은 사회의 모든 활동적인 요소를 태풍의 눈인 중앙권력을 향해 치닫게 하는 ‘소용돌이 사회’다. 서울 초집중화 체제는 한국의 최대 특수성이라고 할 만하다. “모든 가치는 중앙권력에 속한다.” 그런데 법조 특권주의의 동력은 ‘소용돌이 사회’인데, ‘소용돌이 사회’를 만들기 위해 애를 쓴 사람들이 ‘법조 특권주의’를 비난하는 데에 앞장서고 있으니 이런 내로남불이 어디 있는가? 또한 법조공화국은 법조인이나 관(官)에 의해서만 만들어진 게 아니라, 사법고시 합격자를 대하는 일반 국민의 자세와 태도도 큰 영향을 미친 ‘민관합동’의 결과다. ‘중앙과 정상을 향한 맹렬한 돌진’이 학벌주의와 결탁하면서 보통 사람들까지 ‘법조 특권주의’의 잠재적 고객으로 변질되어가고 있잖은가? 그러니 내 가족 중에서 법조인 나오게 만들면 된다는 게 해법으로 통용되고 있다.
‘윤석열의 몰락’과 ‘서울대 법대 정치인’
윤석열은 공적 마인드가 전혀 없는 부인을 자신의 우상으로 섬기면서 그 우상을 기쁘게 해주는 걸 국정 운영보다 훨씬 더 중요하게 생각해온 사람이다. 그는 2024년 총선에서 국민의힘의 참패를 불러왔고, 그로 인해 이전보다 더욱 심해진 민주당의 공격을 견디다 못해 12·3 비상계엄 선포와 같은 ‘미친 짓’을 저질렀다. 윤석열에게는 자기객관화 능력이 없을뿐더러 ‘현실 감각’이 없을 정도다. 그는 대선후보 시절부터 지성적인 측면에서 대선 후보라고 보기에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부족한 면이 많았다. 12·3 비상계엄은 윤석열 스스로 자기 무덤을 판 충동적이고 자멸적인 사건이었다. 그가 “나는 하늘이 내린 사람”이라는 나르시시즘에 중독되었다고 해도 놀랄 일은 아니다. 자신의 ‘김건희 숭배’가 자신은 물론 김건희마저 망쳤으며, 더 나아가 정권과 나라까지 망쳤다는 것을 눈곱만큼도 깨닫지 못했던 것 같다. 무엇보다도 반지성주의 면모가 두드러져 서울 법대의 이미지와는 영 어울리지 않았다.
‘법조 특권주의’의 대미를 장식할 실속형 특권주의가 바로 ‘전관예우’다. 이것은 끈끈한 동업자 의식이 전제되어야 하는 것이므로, 현직 시절에 갈고 닦은 ‘원만함’이 이때에 비로소 빛을 발하게 된다. 그런데 전관예우가 ‘사회 신뢰를 좀먹는 암 덩어리’이자 법조계의 후진적 악습인데도 전관예우는 사라지거나 약화되지 않는다. 오히려 전관예우는 “윤리도 법도 모두 비웃는 요술 단어”라는 말까지 생겨났다. 혹 무너질 수 없는 구조적이고 역사적인 문제가 도사리고 있는 것은 아닐까? 국회의원들마저 평소엔 전관예우를 맹비난하다가도 막상 자신의 발등 위에 불이 떨어지면 전관 변호사를 구명줄처럼 여긴다. 우리 자신들도 막상 변호사를 찾을 때엔 ‘담당 검사를 잘 아느냐’, ‘담당 판사와는 어떤 사이냐’는 질문을 던질 정도로 인간관계 또는 처세의 문제로 가볍게 여기고 넘어가려는 마음가짐을 가진 이가 너무 많다. 법조 우대와 동경이 사적 욕망을 충족시키는 것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제 지난 수십 년간 줄기차게 반복되어온 전관예우와 관련된 대(對)국민사기극을 중단하고 현실적인 개선책을 모색해볼 때가 되었다.
기본정보
ISBN | 978895906794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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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출시)일자 | 2025년 03월 31일 |
쪽수 | 216쪽 |
크기 |
140 * 210
m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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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권수 | 1권 |
Klo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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