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추천 검색어

실시간 인기 검색어

공부보다 악기

할 일보다 좋아하는 일에 더 진심인 이들을 위한 어느 의대생의 음악 이야기
김지현 저자(글)
노천서재 · 2025년 04월 01일
10.0
10점 중 10점
(1개의 리뷰)
공감돼요 (100%의 구매자)
  • 공부보다 악기 대표 이미지
    공부보다 악기 대표 이미지
  • 공부보다 악기 부가 이미지1
    공부보다 악기 부가 이미지1
  • A4
    사이즈 비교
    210x297
    공부보다 악기 사이즈 비교 126x188
    단위 : mm
01 / 03
무료배송 소득공제
10% 16,020 17,800
적립/혜택
890P

기본적립

5% 적립 890P

추가적립

  • 5만원 이상 구매 시 추가 2,000P
  • 3만원 이상 구매 시, 등급별 2~4% 추가 최대 890P
  • 리뷰 작성 시, e교환권 추가 최대 300원
배송안내
무료배송
배송비 안내
국내도서/외국도서
도서 포함 15,000원 이상 구매 시 무료배송
도서+사은품 또는 도서+사은품+교보Only(교보굿즈)

15,000원 미만 시 2,500원 배송비 부과

교보Only(교보배송)
각각 구매하거나 함께 20,000원 이상 구매 시 무료배송

20,000원 미만 시 2,500원 배송비 부과

해외주문 서양도서/해외주문 일본도서(교보배송)
각각 구매하거나 함께 15,000원 이상 구매 시 무료배송

15,000원 미만 시 2,500원 배송비 부과

업체배송 상품(전집, GIFT, 음반/DVD 등)
해당 상품 상세페이지 "배송비" 참고 (업체 별/판매자 별 무료배송 기준 다름)
바로드림 오늘배송
업체에서 별도 배송하여 1Box당 배송비 2,500원 부과

1Box 기준 : 도서 10권

그 외 무료배송 기준
바로드림, eBook 상품을 주문한 경우, 플래티넘/골드/실버회원 무료배송쿠폰 이용하여 주문한 경우, 무료배송 등록 상품을 주문한 경우
주문정보를 불러오는 중입니다.
기본배송지 기준
배송일자 기준 안내
로그인 : 회원정보에 등록된 기본배송지
로그아웃 : '서울시 종로구 종로1' 주소 기준
로그인정확한 배송 안내를 받아보세요!

이달의 꽃과 함께 책을 받아보세요!

1권 구매 시 결제 단계에서 적용 가능합니다.

해외주문/바로드림/제휴사주문/업체배송건의 경우 1+1 증정상품이 발송되지 않습니다.

키워드 Pick

키워드 Pick 안내

관심 키워드를 주제로 다른 연관 도서를 다양하게 찾아 볼 수 있는 서비스로, 클릭 시 관심 키워드를 주제로 한 다양한 책으로 이동할 수 있습니다.
키워드는 최근 많이 찾는 순으로 정렬됩니다.

책 소개

이 책이 속한 분야

“취미지만 진심입니다.”

비록 내일까지 할 일은 쌓여 있고
이번 달도 레슨비는 여전히 부담스럽지만.
좋아하는 것을 굳이 수고롭게 즐기는 사람들이 있다. 그래서 어떤 이들은 편히 앉아서 스포츠 경기 중계를 보기보다는 나가서 두 발로 뛰는 편을 택하고, 또 누군가는 전시회를 가기보다는 화구를 마련해서 자기 손으로 그림을 그린다. 아마도 몸으로 직접 부딪치면서 느끼는 재미, 안 되던 게 점차 되어갈 때의 뿌듯함을 특별하게 여겨서일 것이다.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도 마찬가지다. 편하게 감상하는 것으로 그치지 않고 좋아하는 곡을 스스로 연주해보기 위해 애쓰는 이들이 있다. 사실 연주라는 행위를 해내려면 긴 연습 과정을 거쳐야만 한다. 다른 이들에게 감동을 선사할 만한 수준의 연주는 물론이고 혼자서만 겨우 들어줄 법한 수준에 도달하기 위해서도 예외가 아니다. 낙담을 동반한 연습을 거쳐낸 이들은 비로소 조금 더 음악다운 소리를 내면서 어느 순간에는 흥분도 맛보게 되는데, 이런 체험 이후에는 연주 혹은 연습이라는 취미 활동을 더 오래 지속해간다. 별다를 것 없이 흘러가는, 혹은 버겁게 이어가는 하루하루를 조금은 더 풍요로운 모양새로 바꿔내기도 하면서.

이렇게 비교적 힘든 방식으로 음악에 대한 애정을 표현하고 쌓아가는 부류에 속하는 저자는 당장 해내야 할 일로 가득한 일상에서 휴식도 성장도 악기를 통해 경험하는 아마추어 연주자다. 의학을 전공하는 저자는 공부할 것들을 떠안은 삶에서도 바이올린이라는 악기를 통해 때로는 현실에서 도피하고 때로는 현실을 새롭게 마주한다. 그렇게 공부보다 악기를 통해 조금은 더 기억하고 싶은 순간들을 만들어간다. 도서관과 연습실을 분주히 오가며 구태여 고난의 스케줄을 감내하는가 하면 괜찮은 연습 장소를 찾아 이리저리 발품을 팔아야 할 때도 있지만, 그런 고생쯤은 악기로 얻는 기쁨이 가뿐히 덮어버린다. 의대 오케스트라에서 활동하면서 거대한 음악의 일부가 되어보며 감동하고, 레슨 시간에는 음악뿐만 아니라 삶의 태도까지 부지런히 배운다. 지출 중 큰 부분을 레슨비나 연습실 비용으로 쓰면서도 언젠가 꽤 근사한 소리를 낼 수 있으리라는 기대를 놓지 못해서, 가끔씩은 바이올린뿐만 아니라 피아노라는 악기로도 새로운 설렘을 느끼는 처지라서 저자는 도저히 악기와 멀어질 자신이 없다.

이 책은 ‘취미를 대하는 진지하고도 유쾌한 자세’가 어떤 것인지 돌아보게 한다. 본업을 따로 두고 있지만 악기를 만지고 있을 때 자기 자신을 더 괜찮은 존재로 여기는 아마추어 연주자들, 혹은 연습 시간을 내지 못해 악기 연주라는 취미는 포기해야 할지 고민해본 이들이라면 아마 저자의 글을 읽는 동안 자주 공감할 것이다. 좋아하는 것을 다소 힘든 방식으로 계속해가면서 지금도 어디선가 분투하고 있을 이들에게 이 책은 일종의 응원으로 다가갈 수도 있겠다.

작가정보

저자(글) 김지현

전공은 의학인데 음악, 특히 바이올린에 푹 빠져 있다. 전형적인 이과 체질이라 글쓰기와는 전혀 인연이 없는 줄 알았지만 바이올린에 대해서는 기꺼이 책 한 권 분량의 글을 써냈다. 그 정도로 악기에 대한 사랑이 중증이다. 악기를 향한 짝사랑도, 의사가 되기 위한 공부도 도대체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아 난감하다. 답 없는 삼각관계에 놓여 있는 기분으로 오늘도 연습실에 간다.

목차

  • 프롤로그
    하고 싶은 일과 해야 하는 일 사이의 거리

    1부. 하필이면 악기에 빠져버려서
    ㆍ평생 연습하는 사람
    ㆍ누구에게나 돌파구는 필요하니까
    ㆍ산과학 시간에 생각한 것들
    ㆍ오케스트라에서 느낄 수 있는 기쁨
    ㆍ마음을 나눌 선생님이 있다는 것
    ㆍ가끔은 바이올린보다 피아노를
    ㆍ울림이 좋은 곳이라면 화장실이라도
    ㆍ‘바겔 계수’를 계산해봤더니
    ㆍ기억을 소환하는 플레이리스트

    2부. 할 일이 산더미 같을수록 악기는 더 건드려보고 싶다
    ㆍ오늘도 연습실로 도피하면서
    ㆍ시험을 앞두고도 악기를 못 끊는 이유
    ㆍ소아과 시험과 브람스
    ㆍ신경계 시험 전에 발견한 활 쓰기의 노하우
    ㆍ해부 실습 시간에 팔 근육을 들여다보고
    ㆍ알레르기에 대해 공부하는 것처럼
    ㆍ한밤중에도 할 수 있는 연습
    ㆍ모차르트 효과 대신 베토벤 효과
    ㆍ악기에 더 어울리는 몸으로

    3부. 연습과 레슨이 알려준 것들
    ㆍ일단은 백 번부터
    ㆍ내 이야기를 들려준다고 생각하면
    ㆍ내가 내는 소리에 집중한다는 것
    ㆍ지적해주는 사람이 있다는 행운
    ㆍ일단 그냥 가봐도 괜찮다는 것
    ㆍ피아노라는 일시정지 버튼
    ㆍ뭘 더 좋아하는지 명확해지는 순간
    ㆍ칭찬 감옥에 갇히다
    ㆍ더 크게 소리 내도 될까?

    4부. 이 음악을 무대에 올릴 수 있을까?
    ㆍ오케스트라에 들어가고 싶었던 만큼
    ㆍ선곡만큼 연주도 잘할 수 있을지
    ㆍ강렬했던 첫 합주의 기억
    ㆍ충격은 열정과 낭만을 낳고
    ㆍ가끔은 라이브 공연을 봐야 하는 이유
    ㆍ안 되던 게 되기도 하니까
    ㆍ벼락치기 달인들답게 연습한 결과
    ㆍ최악의 상황을 가정하는 버릇
    ㆍ드레스는 생각을 못 했는데
    ㆍ드디어 무대 위로

    에필로그
    계획에 없던 인터미션에 든 생각

책 속으로

끝나지 않을 것 같던 수험 생활을 마치고 몇 년 만에 악기를 꺼냈던 순간이 문득 떠오른다. 고등학생 시절, 그리고 재수 기간 내내 레슨은 물론 연습조차 해본 적 없이 공부만 했던 터라 오랜만에 마주한 바이올린이 반가우면서도 한편으로는 얼마나 낯설었는지 모른다. 그런데 조심스레 악기를 꺼내 활을 한번 그어보자마자 느꼈다. ‘아, 망했다.’ (본문 28쪽)

울리지 않는 공간에서 울림이 있는 소리를 만들어내는 연습은 생각보다 훨씬 답답하고 힘들었다. 증명사진을 찍으러 가서 포토샵을 하기 전 원본 사진을 보는 것과 비슷한 기분이랄까. 연습 과정은 포토샵을 통해 잡티를 하나씩 지우고, 이목구비를 뚜렷하게 하고, 전체적인 윤곽을 조정하는 작업과 거의 동일했다. (본문 52쪽)

돈 먹는 기계인 바이올린을 속 편하게 전공하기 위해서는 돈을 티슈처럼 뽑아 쓸 수 있는 재력이 있어야 한다는 얘기를 들어본 적이 있다. 총 지출액의 82퍼센트를 바이올린에 쏟아붓는 나는 돈을 티슈처럼 뽑아 쓰기는커녕 티슈도 아껴 써야 할 판이다. 이왕 이렇게 된 거, 돈을 어디에 쓸지 고민하지 않아도 되니 오히려 좋은 걸까? (본문 60~61쪽)

메스를 들고 카데바 앞에 서면 기증자 분의 뜻이 헛되지 않도록 열심히 해야겠다는 의지가 절로 샘솟는다. 내가 정말 의사가 되어가는 과정 속에 있다는 생각에 학업에 대한 책임감이 더 생기기도 한다. 무엇보다 해부 실습은 필연적으로 ‘땡시’와 연결되어 있다. 땡시란 실습이 끝난 후 치러지는 시험으로, 교수님께서 카데바 곳곳에 핀을 꽂아 두시면 제한된 시간 내에 해당 구조물의 이름을 빠르게 적어 내야 한다. 바로 이 시험에 대한 공포가 다른 모든 공포를 가뿐히 압도해버리므로 해부 자체가 무서워서 의대를 못 다니는 경우는 없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본문 95~96쪽)

손을 볼 수 있는 곳까지 다 보고 나니 3차시에 걸친 근골격계 실습 일정이 거의 끝나가고 있었다. 문제는 내가 팔 해부에 정신이 팔렸던 덕분에 몸통이나 다리에 대해서는 완전히 무지한 상태였다는 것이다. 그래서 남은 시간엔 조원들이 해부해둔 구조물을 중요한 것 위주로 간신히 훑어봐야 했다. 팔의 근육, 혈관, 신경은 물론 손의 내재근육까지도 달달 외우던 내가 다리는 근육 이름조차도 겨우 외우자, 옆에 있던 동기는 나에게 ‘팔 천재 다리 바보’라는 별명을 붙여주었다. (본문 99~100쪽)

연습실에서는 늘 시간이 쏜살같이 지나간다. 시험 기간 동안 한참 연습을 쉬었던 탓에 이날은 원래 상태로 감각을 다시 끌어올리는 것에 대부분의 시간을 사용해야 했지만, 어쨌든 시험을 보느라 얼마 남지 않은 에너지를 연습에 몽땅 쏟아붓고 나왔다.
집에 돌아와서는 ‘알레르기&류마티스’ 과목과 분투했던 흔적들이 나뒹굴고 있는 책상 앞에 앉아 연습실에서 녹음했던 파일을 재생시켰다. 부족한 부분들이 대부분이었지만 아주 가끔 마음에 드는 부분도 있었다. 그것으로 충분했다. (본문 106~107쪽)

아무것도 안 하고 있을 때는 막연히 불안한 마음에 걱정이 점점 커지다 결국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그런데 일단 앉아서 손에 잡히는 무엇이라도 시작하다 보면 걱정은 조금씩 잊고 서서히 방향을 찾아갈 수 있었다. ‘당뇨병 약물, 이 많은 약의 기전과 부작용을 언제 다 외워?’ 하면서 가만히 있으면 아무런 변화도 일어나지 않지만, 일단 앉아서 메트포르민부터 외우기 시작하면 생각보다 해낼 만한 식이다. 해야 하니까 의무감에 하는 공부도 이런데 좋아서 하는 바이올린에 관해서는 더더욱 뭐라도 해봐야 하지 않겠는가. (본문 112쪽)

나를 동시에 쳐다보고 있는 수십 개의 눈동자들이 부담스러워 일단 브람스 교향곡 합주를 시작했다. 곧 강당에 울려 퍼진 소리는 브람스 교향곡이라기보다는 형체를 알아볼 수 없는 여러 가지 소리들의 집합에 가까웠지만.
‘뭐지? 현대음악인가?’
말 그대로 등줄기에 식은땀이 흐르기 시작했다. 당장 몇 시간 뒤 지휘자 선생님이 오시기 전까지 어디서부터 어떻게 연습을 할지 막막했다. 이래서 몇 개월 뒤에 공연을 할 수는 있을까. (본문 190~191쪽)

완벽을 추구하기는 불가능에 가깝고, 한 곡만이라도 아무리 열심히 연습한다 한들 프로 오케스트라의 발끝만큼도 따라가기 힘든 아마추어 오케스트라의 음악에 어떤 의미가 있을까? 공연 준비 과정에서는 궁극적으로 어떤 목표를 가져야 할까? 이 모든 게 사실은 무의미한 일이라면 어떡하지?
(중략) 답은 사실 멀리 있지 않았다. 준비 과정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 음악에 진심을 담는 것이 그 답이지 않을까. (본문 204~205쪽)

다들 벼락치기의 달인임을 증명이라도 하듯 공연이 코앞으로 다가올수록 놀라운 집중력을 발휘하기 시작했고, 6개월 전까지만 해도 완전히 불가능해 보이던 어려운 레퍼토리들을 소화해내는 모습을 실시간으로 지켜보고 있으니 경이로울 정도였다. 심지어 스케일이 많이 나오는 어려운 곡은 악보를 보면서 연주할 여유가 없다며 아예 악보를 몽땅 외워버린 단원들도 많았다. (본문 211쪽)

출판사 서평

그냥 좋아서,
조금은 더 잘하고도 싶어서
계속하는 마음에 대하여

어릴 때 바이올린을 배운 후 늘 음악과 함께하는 삶을 꿈꿨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꿈과 멀어지고 의학을 전공으로 택한 저자는, 성인이 되고 나서 몇 년 만에 다시 활을 잡았을 때 바이올린이라는 악기와 생각보다 더 멀어졌다고 느낀다. 그렇게 오랜만에 내본 소리에 절망을 느끼기도 잠시, 곧 악기 연습에 점차 많은 시간을 쏟아가며 압박감으로 가득한 현실에서 위로와 활기를 얻어나간다.

레슨을 통해 기초부터 다시 갈고닦으면서 서서히 연주의 감을 찾아가는 저자는 악기를 통해 맛보는 변화를 점점 즐기게 된다. 어느덧 시간이 날 때만 취미 활동을 즐기는 단계를 지나, 시간이 없을 때도 손가락이 굳지 않게 뭐라도 하고 싶어 하는 지경에 이른다. 급기야 집에서 한밤중에도 할 수 있는 연습을 계속하는가 하면, 시험이 끝나는 대로 연습실로 직행하며 손가락의 움직임을 되살려나가기도 한다. 때로는 피아노를 배우면서 오히려 바이올린에 대한 애정을 다시 절감하기도 한다. 아마추어에게도 넘치게 가르쳐주는 선생님 덕에 값진 테크닉을 익히면서 좌절과 환희 사이를 넘나들 때도 있다.

연주력만 달라지는 게 아니다. 손가락 굳은살은 더 딱딱해지고 목에 자리 잡은 자국은 더 뚜렷해진다. 레슨 선생님의 권유대로 바꾼 손톱 모양은 앞으로도 유지할 작정이라 네일 아트 같은 건 꿈도 못 꾼다. 씀씀이마저 달라진다. 지출에서 레슨비나 연습실 비용이 생각보다 큰 부분을 차지하는 현실에 가끔씩 놀라면서도, 어느덧 악기 업그레이드를 위해 적금이 필요할지 헤아려본다. 산속에 지은 집에 살며 층간 소음 따위 걱정하지 않고 맘껏 활을 그어대며 살 수 있는 미래를 꿈꿔보는 순간도 있다. 이러한 저자의 생활상을 목격하다 보면 새삼 떠올리게 된다. 어떤 대상에 정신 못 차리게 빠져드는 이들에게는 시간과 돈의 개념도 달라진다는 진리를.

저자는 바이올린이나 피아노를 연습하면서 혼자서 실력 변화를 감지하는 순간도 물론 소중하게 생각하지만 앙상블이나 오케스트라에 속해 다른 연주자들과 함께 연주할 때, 혹은 노래에 맞춰 반주할 때 느끼는 즐거움 역시 각별하게 여긴다. 수험생 시절 오케스트라 활동을 할 수 있는 전공을 검색해본 것이 진학에 적잖은 영향을 끼쳤다고 고백할 정도다. 그만큼 다른 사람들과 함께 연주할 수 있는 기회를 원했던 저자는 정신없이 돌아가는 학교생활에서도 오케스트라 활동을 통해 잊지 못할 시간을 만들어나간다. 음악에 대한 애정이나 합주 실력을 키우는 것은 물론이고 시험에 대한 스트레스를 극복할 힘도 얻는다. 다른 연주자들과 무대에 오르기까지의 여정을 함께하며 동지애나 리더십과 같은, 예상하지 않았던 가치까지도 발견한다. 이러한 저자의 체험담은 아마추어 오케스트라나 밴드에서 연주해본 독자들에게 좋았던 어느 때를 상기시킬 것이다. 그리고 무엇이든 좋아서 하는 것을 좀 더 잘하고도 싶다는 바람을 가진 모든 이들에게 신선한 동력을 전해줄 것이다.


서울시향 악장이던 스베틀린 루세브의 바이올린 소리는 촉촉한 흙처럼 부드러웠지만 카리스마가 넘쳤다. 나는 맨 앞 좌석에 앉아 피아노, 첼로, 바이올린이 만들어내는, 말도 안 되게 아름다운 음들을 정신없이 삼켰다. 동시에 애써 눌러두었던 어떤 감정이 점점 터져 나오려는 것을 느꼈다. 듣는 것도 좋았지만 무엇보다 직접 연주를 하고 싶었다. 내 맘대로 연주하는 것 말고, 제대로 연주하는 법을 배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언젠가 내가 상상하는 아름다운 음들을 밖으로 꺼낼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졌다.
-1부 ‘하필이면 악기에 빠져버려서’ 중에서



프로 연주자를 동경하는 의대생이
공부보다 악기에 마음을 기울이다 생각한 것들

바쁘고 또 바쁘게 돌아가는 생활 속에서 악기 연습을 해본 사람들은 안다. 뭔가를 잘해보겠다고 없는 시간을 쥐어짜는 게 얼마나 만만찮은 일인지. 그러나 다행히도 만사가 늘 비정하지만은 않다. 어렵사리 시간을 내서 연습을 거듭하다 보면, 쳐보고 싶었던 곡을 흉내 내는 식으로라도 연주하게 되는 기쁨을 가끔은 누릴 수 있다. 저자 역시 그러한 순간의 짜릿함을 잘 아는 터라 여기저기 악기를 메고 다니며 짬을 내서 연습을 이어간다. 집 화장실에서부터 동아리 방, 동네 음악학원, 악기 연습실 등을 분주히 오간다. 그렇게 조금 나은 단계에 닿아보려는 저자의 노력은, 어쩌면 정작 ‘해야 할 다른 일’을 당면한 처지라 오히려 더 끈질기게 이어갈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저자의 눈앞에는 공부해야 할 것들이 늘 쌓여 있다. 배우고 외우고 시험 보는 일을 반복해야 하는 의대생에게 공부 시간을 확보하는 것은 당연히 중요하다. 그런데 공부할 것들을 쌓아두고 사는 저자는 악기와 함께하는 시간도 최대한 확보하고 싶어 한다. 좀 더 만족스러운 연주를 목표로 하는 이에게 중요한 건 무엇보다 연습 시간이기 때문이다. 시험을 보고 돌아서면 또 다른 시험이 닥치는 생활을 해나가면서도 악기 실력을 키우고 싶어 하는 건 저자에게 꽤나 난감한 문제다. 전공 공부와 음악 사이를 오가다 보면 시간뿐만 아니라 체력도 모자라다. 그렇게 ‘아무도 강요하지 않은’ 고생길에 들어서 딜레마를 겪으면서도, 활을 잡은 손이 어쩌다 정말 마음에 드는 소리를 만들어낸 날에는 새어나오는 웃음을 참으며 귀가한다.

이렇게 공부보다 악기로부터 특별한 힘을 충전하며 사는 저자의 글은 이른바 ‘이과 사람’에게 어필할 색채도 담고 있다. 책에는 저자가 의대생이라는 캐릭터로서 악기를 떠올리는 대목도 자주 나온다. 예컨대 근골격계 해부 실습을 하는 순간에도 저자는 카데바(기증된 시신)에서 바이올린 연주와 관련된 신체 부위를 다른 어느 곳보다 유심히 살펴보고 싶어 한다. 해부학 교과서의 팔 챕터를 밤새 정독한 저자는 실습에서 비브라토를 할 때 중요한 근육, 지판을 누르는 손가락의 움직임과 관련된 관절 등을 유달리 날카롭게 관찰한다. 한편 산과학 수업에서는 태아의 발달에 관한 ‘크리티컬 피리어드’에 대해 배우며 자신이 바이올린 연주자로 성장할 수 있는 시점을 지나쳐버린 것에 대해 진한 아쉬움을 느낀다. 어느 날엔 신경과나 재활의학과에서 환자의 근력 정도를 평가하는 방법을 외우다가 이상적인 활 쓰기가 가능한 근력 상태를 떠올리고는 또 다시 바이올린을 꺼내 들기도 한다.

읽는 이에 따라서는 소위 ‘덕후 취향’이라고 느낄 수도 있을 에피소드가 군데군데 녹아 있지만, 저자의 기록은 의과대학 생활에 관심을 지닌 독자들에게도 매력적인 텍스트가 될 만하다. 학기 중에는 다양한 과목의 시험이 어떤 식으로 이어지는지, 실습에는 어떤 마음으로 임하는지, 마음이 맞는 친구들과 어떤 식으로 시험 스트레스를 이겨내는지, 또 의대 오케스트라는 또 어떤 식으로 공연을 준비하는지 등에 대해 저자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다른 전공에 대해 단순히 호기심을 가져본 이들부터 진로에 대해 고민하는 청소년 및 학부모들에까지 흥미롭게 다가갈 것이다.

해부 실습에서 내가 가장 고대하던 수업 중 하나는 근육과 뼈에 대해 배우는 근골격계 파트였다. 나는 그중에서도 팔 부분에 관심이 많았는데, 악기를 연주할 때 쓰이는 근육을 제대로 이해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특히 레슨 때마다 선생님이 강조하시던 새끼손가락 근육, 정확히 말하면 새끼두덩근만큼은 꼭 직접 보고 싶었다.
-2부 ‘할 일이 산더미 같을수록 악기는 더 건드려보고 싶다’ 중에서


어찌 보면 뼛속까지 이과 체질이면서도 때로는 공연장에서도 눈물을 참기 힘들어하는 저자의 솔직한 이야기를 읽으며 누군가는 취미를 대하는 마음에 공감할 것이다. 누군가는 브람스, 베토벤, 브루흐, 드보르작 등의 작품이 언급될 때마다 반가워하며 책장을 넘길 수도 있겠다. 짐작하건대 방구석에 방치했던 악기를 몇 년 만에 다시 꺼내 들 독자도 더러 있을 것 같다. 어떤 이의 열의는 다른 이들에게 그런 식으로도 전파되는 법이니까.

기본정보

상품정보 테이블로 ISBN, 발행(출시)일자 , 쪽수, 크기, 총권수을(를) 나타낸 표입니다.
ISBN 9791197765322
발행(출시)일자 2025년 04월 01일
쪽수 240쪽
크기
126 * 188 * 16 mm / 364 g
총권수 1권

Klover

구매 후 리뷰 작성 시, e교환권 200원 적립

10점 중 10점
/공감돼요
공부보다 악기, 공부보다 운동, 공부보다 연애 …
대학 진학 후 각자 마음이 향하는 곳에 진심을 쏟아 부었던 우리들을 위한 글

문장수집 (1)

문장수집 안내
문장수집은 고객님들이 직접 선정한 책의 좋은 문장을 보여주는 교보문고의 새로운 서비스입니다. 마음을 두드린 문장들을 기록하고 좋은 글귀들은 "좋아요“ 하여 모아보세요. 도서 문장과 무관한 내용 등록 시 별도 통보 없이 삭제될 수 있습니다.
리워드 안내
구매 후 90일 이내에 문장수집 작성 시 e교환권 100원을 적립해드립니다.
e교환권은 적립 일로부터 180일 동안 사용 가능합니다. 리워드는 작성 후 다음 날 제공되며, 발송 전 작성 시 발송 완료 후 익일 제공됩니다.
리워드는 한 상품에 최초 1회만 제공됩니다.
주문취소/반품/절판/품절 시 리워드 대상에서 제외됩니다.
판매가 5,000원 미만 상품의 경우 리워드 지급 대상에서 제외됩니다. (2024년 9월 30일부터 적용)

구매 후 리뷰 작성 시, e교환권 100원 적립

동기가 연주하는 따뜻한 클라리넷 소리
공부보다 악기

교환/반품/품절 안내

상품 설명에 반품/교환 관련한 안내가 있는 경우 그 내용을 우선으로 합니다. (업체 사정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