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의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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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일상 속에서 영원을 마주하는 시간입니다.”
주현절, 사순절, 부활절 등과 같은 교회력 절기들은 그리스도인의 삶과 교회의 삶을 ‘그리스도 중심적’으로 만들어 주는 장치입니다. 그런 절기들은 우리로 ‘그리스도 사건’, 즉 그분의 오심과 죽으심과 부활하심을 기억하고, 그 의미와 신비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보게 만들어 주기 때문입니다.
그리스도인이라면서, 그리스도의 몸의 지체라면서, 우리는 정작 그리스도의 의미와 신비에 대해서는 별다른 생각을 하지 않고 신앙생활하기 쉽습니다. 그 대신 ‘비전’이나 ‘목적’이랄지, 내가, 우리 단체가 ‘그리스도를 위해’ 하고 있다는 일에 대한 생각에 사로잡혀 살 때가 많은 것이지요. 하지만 영적인 삶은 우리가 그리스도를 위해 하고 있는 일이 아니라, 그리스도께서 우리를 위해 하셨고, 하실 일에 우리의 생각이 사로잡힐 때 시작됩니다.
“우리는 부활 세상, 믿음의 눈으로 보는 그 세상, 믿음의 귀로 듣는 그 세상,
믿음의 손으로 만지는 그 세상의 신비를 살아 내고 있습니다.
삶으로, 몸으로 살아 내고 있습니다.“
이 책은 제가 그동안 절기 때 교회 강단에서 전했던 설교를 기반으로 하고 있습니다. 절기 설교를 준비하기 위해 성경을 연구하고 묵상하는 일은 제게 더없이 유익한 영성 훈련이 되었습니다. 성경 말씀의 종국적 의미이자 이 세계의 궁극적 신비인 그리스도에 오롯이 초점을 맞추는 훈련이었기 때문입니다. 해마다 돌아오는 절기는 우리로 그리스도의 의미와 신비 안으로 더 깊이 들어가게 해주는 초대입니다. 같은 절기를 새로운 깨달음과 더 깊은 감격으로 맞이하게 될 때면, 시간에는 길이뿐 아니라 ‘깊이’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그리스도 안에서 열리게 되는 시간의 깊이 말입니다.
쳇바퀴처럼 돌던 시간이 영원을 만나면 원무(圓舞)처럼 율동하는 시간이 됩니다. 교회력은 우리로 그리스도 안에서 구속받은 시간(redemption of time)을 살게 해주는 시간 리추얼입니다. 아무쪼록 이 책이 시간을 새롭게 하고 평범한 일상을 비범한 의미로 범람케 하시는 그리스도를 증언하는 글로 읽히기를 바라고 기도합니다.
작가정보

한국외국어대학교 영어과와 장로회신학대학원(M.Div.)을 졸업하고, 미국 버클리 소재 Graduate Theological Union에서 기독교영성학으로 철학박사(Ph.D.) 학위를 받았다. 횃불트리니티신학대학원대학교, 연세대학교, 한남대학교 등에서 강의했고, 현재 서울여자대학교에서 교목실장으로 재직하며 교육과 연구에 몸담고 있다. 그동안 『순전한 기독교』(공역), 『네 가지 사랑』 등을 비롯하여 C. S. 루이스의 주저들을 번역했고, 유진 피터슨의 『메시지』 번역에 참여했으며, 성서영성의 명작 『다윗: 현실에 뿌리박은 영성』(유진 피터슨), 교육영성의 명저 『가르침과 배움의 영성』(파커 팔머), 예배영성의 고전 『세상에 생명을 주는 예배』(알렉산더 슈메만) 등을 번역하여 국내에 소개했다. 그의 저서로는 『경이라는 세계』(복 있는 사람)가 있다.
목차
- 서문
사순
강보와 세마포
사순 눈물을 쏟으시다
아르스 모리엔디
부활
지진
인사
몸의 부활
부활 동행
와서 조반을 먹으라
승천
움직이는 몸
오순
다락방 식탁
목숨 이상의 숨
불
만성
올 핼러우즈 데이ㆍ117
대림
마라나타!
성전
메타노이아!
말 못하는 자
이런 인사가 어찌함인가?
성탄
평화의 왕
키스
눈크 디미티스
주현
요나의 표적
천사의 얼굴
오직 예수만 보이더라
평상
왜 나를 선하다고 하느냐?
필요한 한 가지
겨자씨 한 알만한
삭개오
책 속으로
왜 우리에게는 새로운 몸이 필요할까요? 왜 우리에게 부활의 몸, 부활체가 필요할까요? 상상해 봅시다. 이 찬란한 봄꽃 세상, 부활의 노랫소리를 흥얼거리며 바라보는 길가의 봄꽃 한 송이에도 이렇듯 우리의 가슴이 터질 듯 벅차오르는데, 이런 심장으로, 이렇게 약하디약한 심장으로, 이런 질그릇같이 연약한 심장으로, 어떻게 우리가 이 찬란한 봄꽃 세상이 흘러나오는 원천인 그 하나님 나라, 그 진짜 봄꽃 생명 세상 속에 들어가 살 수 있겠습니까? 그 눈부신 빛에 우리의 눈이 멀어 버리지 않으려면, 우리에게는 부활체의 눈이 필요하지 않겠습니까? 그 숨 멎을 듯한 아름다움에 우리의 숨이 막혀 버리지 않으려면, 우리에게는 부활체의 폐가 필요하지 않겠습니까? 그 가슴 터질 듯한 기쁨에, 우리의 가슴이 터져 버리지 않으려면, 우리에게는 부활체의 심장이 필요하지 않겠습니까? 부활이란, 부활 신앙이란, 다시 심장이, 다시 가슴이 뛰는 것입니다. 지금 우리의 가슴은 뛰고 있습니까?
_58쪽, ‘몸의 부활’
하나님의 영, 성령을 받으면 어떤 일이 일어나나요? 권능이 임합니다. 어떤 권능이 임하나요? 주저앉아 있던 자리에서 일어설 수 있는 권능을 받습니다. 보지 못하던 것을 볼 수 있는 권능을 받습니다. 듣지 못하던 것을 들을 수 있는 권능을 받습니다. 전에는 아무것도 듣지 못했습니다. 들리는 소리라고는 그저 허무한 숨소리들, 그것이 전부였습니다. “인생 별것 있나” 하는 것이, 우리가 내심 품고 있던 인생철학이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들립니다. 하나님의 숨소리가 들립니다. 지금도 세상 도처에서 일하고 계신 하나님의 숨소리가 들립니다. 지금 세상 도처에서 생명의 운동을 벌이고 계신 하나님의 그 뜨거운 심장소리, 거센 숨소리가 들려옵니다. 그래서 가만있을 수 없습니다. 주저앉아 있을 수 없습니다. 우리는 자리에서 일어납니다. 또 이제 보이기 시작합니다. 내가 섬겨야 할 이웃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이 숨 막히는 세상 속에서 신음하고 있는 이웃의 눈물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고통받는 이웃 안에서 지금도 고통받고 계신 그리스도의 십자가가 보이기 시작합니다. 또 보이기 시작합니다. 십자가에 달리신 그리스도의 얼굴에서 찬란하게 빛나고 있는 하나님의 영광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_104쪽, ‘목숨 이상의 숨’
‘복음’은 ‘기쁜 소식’이라는 뜻이지요. 그런데 복음이 왜 기쁜 소식일까요? 꿈같은 일이 일어났다는 소식이기에 그런 것입니다. 꿈같은 일이 일어났다는 소식이기에, 동화 같은 일이 정말로 일어났다는 소식이기에, 신화 같은 일이 참말로 일어났다는 소식이기에 기쁜 소식인 것입니다. 동화와 신화가 무엇인가요? 동화와 신화는 꿈입니다. 인류가 꾸었던 꿈입니다. 사람은 꿈을 꾸지요. 왜 사람은 꿈을 꿀까요? 영혼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사람의 영혼은 그리워하기 때문입니다. 님을 그리워하기 때문입니다. 영혼의 님이신 하나님을 그리워하기 때문입니다. 기다리기 때문입니다. 하나님을 기다리기 때문입니다. 꿈꾼다는 것은 그리워한다는 것이고, 꿈꾼다는 것은 기다린다는 것이지요. 사람은 하나님을 그리워하고 사람은 하나님을 기다립니다. 신화와 동화, 종교와 예술, 이런 것들은 꿈입니다. 인류가 꾸었던 꿈, 하나님을 그리워하며 하나님을 기다리며 인류가 꾸었던 꿈입니다. 이런 동화가 있지요. 왕자가 공주를 찾아오는 동화, 악한 마법에 걸려 잠들어 있는 아름다운 공주를 깨우기 위해 왕자가 찾아온다는 동화. 그런 동화, 그런 꿈이 이루어졌다는 소식입니다! 복음은 바로 그런 꿈이, 그런 꿈같은 일이 ‘일어났노라’는 소식입니다.
_179-180쪽, '키스’
주님, 이렇게 시간이 흘러 하루를 마칠 때가 오듯, 그렇게 제 인생도 마칠 때가 올 것입니다. 이렇게 하루를 마무리하며 잠자리에 들 듯, 그렇게 제가 일생을 마무리하며 죽음의 자리에 들 때가 올 것입니다. 주님, 이렇게 하루의 노고를 마치고, 오늘 달려갈 믿음의 경주를 마치고, 이렇게 주께서 은총으로 주시는 쉼의 자리에 들듯이, 저로 믿음과 평화 가운데 그 자리에 들게 하소서. 그 자리에서도, 주님, 제가 지금 이 자리에서 드리는 이 기도를 드리며 주님의 품에 안기게 하소서. “주님, 이제 종을 평화로이 쉬게 해주십니다.”
밤마다 이 기도를 드리며 잠자리에 들었던 성도들. 그렇게 죽음 앞에서 드리는 믿음의 기도를 매일 잠자리에서 드리고 잠에 든 그 성도들. 그들에게는 다음 날 눈을 떠 맞이하는 그 아침이 어떤 아침이었을까요? 그 아침은 바로 부활의 아침 같은 아침이지 않았을까요? 찬란한 아침. 찬란한 부활의 아침 햇살 같은 햇살이 잠에서 깨어나 눈을 뜨는 그들을 맞이해 주는 그런 아침이지 않았겠습니까? 그리고 그런 햇살, 해같이 빛나는 하나님의 얼굴에서 나오는 듯한 그 햇살을 맞는 그 신앙인들의 영혼에선 이런 고백이 터져 나오지 않았을까요?
_187-188쪽, ‘눈크 디미티스’
“삭개오야! 삭개오야! 내려와라. 얼른 내려와라. 삭개오야! 순전한 삭개오야! 착한 삭개오야! 내 아들 삭개오야! 내려와라! 얼른 내려와라! 집에 가자! 같이 집에 가자!” 주님의 품에 안긴 삭개오. 삭개오는 달라졌습니다. 삭개오는 이제 예전의 삭개오가 아닙니다. 삭개오는 더 이상 욕심 많은 어른이 아닙니다. 욕심 많고 불행한 어른이 아닙니다. 삭개오는 이제 착한 아이 삭개오입니다. 하나님의 품 안에서 행복한, 착한 아이 삭개오입니다. 착한 아이 삭개오가 말합니다. “주님, 보십시오. 이제 내 것의 절반을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겠습니다. 또 내가 누구에게서 빼앗은 것이 있으면, 네 배로 갚아 주겠습니다.”
거듭난 것이지요. 다시 태어난 것입니다. 진짜 삭개오로 다시 태어난 것입니다. 삭개오의 고백을 들으신 주님은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아니, 외치십니다. 왜 죄인의 집을 찾아가 머무느냐고, 자신을 향해 손가락질하며 수군거리는 이들을 향해 이렇게 외쳐 말씀하십니다. “보느냐, 보느냐. 오늘 구원이 이 집에 이르렀도다. 이 사람도 아브라함의 자손임이로다. 인자가 이렇게 온 것은, 잃어버린 자를 찾으려 함이니라. 잃어버린 자를 찾아 구원하려 함이니라.”
여러분, 혹 무언가 잃어버린 것 같다는, 무언가 정말 중요한 것을 잃어버린 채 살고 있는 것 같다는 느낌을 갖고 계십니까? 그렇다면 여러분은 지금 여러분 자신을 찾고 계신 것입니다. 잃어버린 여러분 자신을 찾고 계신 것입니다. 아니, 사실 주님이 여러분을 찾고 계신 것입니다. 주님이 여러분을 부르고 계신 것입니다. 여러분의 이름을 부르고 계신 것입니다.
_260-262쪽, '삭개오’
기본정보
ISBN | 9791170832492 |
---|---|
발행(출시)일자 | 2025년 03월 21일 |
쪽수 | 264쪽 |
크기 |
139 * 213
* 11
mm
/ 732 g
|
총권수 | 1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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