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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트 예지계 강의

윤리적 주체의 탄생
이수영 저자(글)
북튜브 · 2025년 03월 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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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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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균열에서 시작되는 칸트의 윤리!!
예지계 개념으로 이해하는 칸트 철학의 실천적 면모
이 책은 칸트의 대표적인 개념인 ‘예지계’를 통해 칸트의 윤리학을 이해하고 칸트의 자유가 어떤 것인지를 밝히고자 하는 시도이다. 칸트는 『순수이성비판』에서 인간의 경험과 인식 가능성에 대해 철저히 분석하고, 인간 경험의 영역 너머에 있는 ‘물자체’라는 새로운 개념을 도출해 낸다. 그리고 이를 통해 세계를 둘로 나누는데, 시공간이라는 감성적 형식 때문에 인간이 경험하는 세계를 ‘현상계’라 하고, 물자체의 세계를 ‘예지계’라고 불러 구분했다. 이 책에서 저자 이수영은 칸트의 윤리가 바로 이 예지계적 세계에서 출현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흔히 초월적이거나 가상적인 세계로 이해되는 예지계를 ‘정상적이고 실재적인 세계 자체의 균열을 드러내는 지점’이라고 규정하고, 이런 ‘한 치 앞도 모르는 지점에서 발생하는 사건’과 같은 것이 바로 윤리라고 이야기한다. 그리고 이러한 칸트의 윤리는 국가에 맞서 오빠의 장례를 치르려 했던 안티고네의 행위처럼 절대적이고 무조건적이라는 것이 지은이의 설명이다.
칸트 윤리의 여러 면모를 밝히기 위해 이 책에서는 헤겔과 니체와의 대결, 스피노자 철학과의 비교를 통해 칸트 철학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아울러, 발터 벤야민, 슬라보예 지젝, 고쿠분 고이치로, 프란츠 카프카, 박찬욱 등 현대적 맥락에 칸트 철학을 접목시키면서, 칸트 철학, 그리고 윤리학의 현재성과 실천성을 규명하고자 했다. 이를 통해 지은이는 칸트의 윤리학이 지금 우리의 문제와도 긴밀히 연결된다는 점을 밝힌다. 전장연 시위, 한국의 교육, 물신주의적 환상의 만연, 진영 대립 문제 등, 우리사회의 문제들을 칸트 윤리학을 준거로 삼아 살피면서, 어떻게 오늘날과 같은 극심한 대립의 시대에 이성을 공적으로 사용하고, 보편적이며 윤리적인 자유를 실천할 수 있을지를 모색하고 있다.

작가정보

저자(글) 이수영

1970년 전남 여수에서 출생했고 서울대에서 국문학 박사까지 마쳤다. 출생부터 박사까지 짧은 한 문장인 까닭은 그 시절의 기억이 별로 없고, 유쾌할 것도 없기 때문이다. 한 5년쯤 되었을까, 연구공간 '수유+너머'에서 보낸 시간이 내게는 가장 충만한 것이 되었다. 왜 사는지, 왜 공부하는지, 왜 공부와 삶이 일치되어야 하는지 몸소 체득하게 해준 이 공간의 기억만으로도 나는 아무런 부족함이 없다. 연구실에서 푸코, 들뢰즈, 니체를 공부했고, 이제 내 삶의 명제는 이것이 되었다. 진리의 충동이 삶의 충동을 앞서게 하지 말라고. 대학원을 다닐 때 나는 공부에 혈안이 되어 있었다. 그러나 공부를 할수록 삶은 더욱 메말라갔다. 대학원에서의 공부, 그 삶과 유리된 공부의 끝은 삶의 황폐화였다. 이제 잘 살기 위한 공부가 아니면 그 어떤 공부도 내겐 흥미가 없어졌다. 그렇다고 웰빙이 내 공부의 목표는 아니다. 실존의 가장 커다란 결실을 누리기 위한 최고의 비결은 위험하게 사는 것이라고 니체는 말했다. 나의 도시를 베수비오 화산가에 세우고, 나의 배를 미지의 바다로 보내라고 했다. 국가와 대학 제도가 보증해주는 안전한 미래란 실상 퇴화된 삶의 안전에 불과했다. 그러므로 "나는 미래에 대한 나의 무지를 사랑한다." 지금까지 '모더니티의 지층들'(그린비, 2007)과 '인문의학-인문의 창으로 본 건강'(휴머니스트, 2008)에 저자로 참여했다. 앞으로 니체를 통해 자본주의의 대중심리를 비판적으로 고찰하는 책과 푸코를 통해 근대적 주체 형식의 극복 비전을 탐구하는 책을 쓰고 싶다.

작가의 말

이 책은 〈남산강학원〉의 〈글공방 나루〉에서 기획한 ‘월간 이수영’에서 2022년 10월부터 2023년 12월까지 진행한 강의를 바탕으로 한다. 칸트의 물자체에서 시작된 강의는 칸트의 보편성에서 끝을 맺었다. 칸트의 철학을 교육이나 폭력, 운명이나 환상과 같은 다양한 개념을 통해 이해하려는 기획이었는데, 강의를 끝내고 전체를 돌아보니 내 문제의식이 예지계(물자체) 주변을 떠나지 못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칸트의 철학이 갖는 의미심장함을 발견하게 해준 것은 슬라보예 지젝이었고 그를 통해 독일관념론을 새롭게 독해할 수 있는 관점을 획득할 수 있었다. 세계를 주파하고 돌파하는 데는 여러 방식이 있는 듯하고, 외부와의 접속과 탈주가 그 한편이라면 현실 내부의 균열을 포착하는 것은 다른 한편일 듯하다. 이 책은 두번째 방법에 대한 초보적 탐색이자 응용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 ‘서문’ 중에서

목차

  • 서문


    1부 예지계

    1강 _ 윤리는 어디에서 탄생하는가 : 물자체의 철학
    기존 형이상학에 대한 불만 | 우리는 어떻게 세상을 경험하는가 | 이율배반, 세계의 비일관성 | 숭고와 무한자의 현시 | 소거될 수 없는 주체 | 정언명령과 형식적 특성 | 안티고네와 아이히만 : 주체의 자리

    2강 _ 칸트의 물자체와 헤겔의 절대지
    유한성과 절대성의 문제 | 물자체에 대한 헤겔의 비판 | 헤겔의 절대지

    3강 _ 신적 폭력에 대하여
    폭력 ‘비판’에 대하여 | 윤리의 무조건성과 예지계 | 생명 너머의 윤리 | 피를 흘리지 않는 죽음 | 예지적 순간


    2부 악

    4강 _ 자유와 필연성에 대하여
    중립적일 수 없는 사랑 | 인식된 필연성으로서의 자유 : 스피노자 | 심연으로서의 자유 : 칸트 | 매개하고 소급하는 자유 : 헤겔

    5강 _ 악에 대하여
    악은 아무것도 아니다 | 덕과 부덕의 구분 | 인간은 돌멩이다 | 최선의 세계 | 인간은 두더지가 아니다 | 악은 실재한다 | 악, 윤리적 질서의 전도 | 「헤어질 결심」과 사랑의 숭고

    6강 _ ‘허무에 대한 의지’에 대하여
    허무를 향한 의지 | 원한과 타자 부정 | 죄와 자기부정 | 바탕으로서의 금욕주의적 세계 | 공백과 분열에 대한 욕망 | 그럼에도 불구하고 | 헤겔의 자기의식 | 절대적 부정과 추상의 운동 | 인간 본질로서의 ‘무’

    7강 _ ‘운명애’에 필요한 것들
    가능성에서 파생되는 부정 | 자유와 악 | 폐기된 물자체 | 과잉으로서의 권력의지 | 순환하는 시간? | ‘순간’이라는 문제 | 시간이 아닌 시간 | 반복들, 차이들


    3부 보편성

    8강 _ ‘환상’에 대하여
    인간, 가장하는 능력 | 자유의지, 목적인, 신 | 변용능력으로서의 개체 | 화폐라는 물신 | 화폐물신주의 발생 과정 | 객관적 환상 | 정의라는 예지적 이념 | 숭고라는 예지적 물신

    9강 _ ‘교육’에 대하여
    ‘질문’의 형식 | 이방인으로서의 주체 | 학부모의 ‘난입’ | 계몽이란 무엇인가 | 스스로 생각하라 | 자유로운 존재에 대한 자유의 교육

    10강 _ 카프카의 세계에 대하여
    가능한 최선의 세계 | 불능의 체계 | 제논의 역설 | 영원한 지연 | 거세된 주체 | 초월론적 태도와 절대적 반역

    11강 _ ‘보편성’에 대하여
    대립과 토포스 | 이성의 공적 사용과 사적 사용 | 이성의 사적 사용의 문제 | 토포스가 없는 학자의 자리 | 판단력의 문제 | 상상력과 보편자 | 사유와 타자


    참고문헌 | 찾아보기

책 속으로

우리의 인식이 존재의 총체성에 육박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칸트는 물자체라는 개념을 통해 설명합니다. 우리 감성에 주어지는 질료들은 사물 ‘자체’가 아니라 사물의 ‘현상’일 뿐이기 때문에 물자체는 우리 인식이 접근해서는 안 되는, 유한성의 한계로 작동하는 셈입니다. 물자체에 대한 그 어떤 직접적인 규정적 인식도 있을 수 없다는 이 불가능성을 긍정적으로 읽을 방법은 없을까요? 인식의 한계 앞에서 물러나는 게 아니라, 그 한계를 이용해 우리 삶을 새롭게 해석할 방법은 없을까요? 물자체는 오히려 ‘세계’가 현상들의 질서와 법칙으로만 구성된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더욱더 두드러지게 보여 주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따라서 인과적 사태로 환원되지 않는 것, 바로 ‘주체의 자유’, 그것이 물자체가 우리 삶에 의미 있게 다가오는 지점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것이 어떤 현실이든 결코 자유로운 주체를 배제할 수 없다는 것, 바로 이 지점에서 칸트의 물자체를 생각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15~16쪽)

화산이나 피라미드가 숭고한 게 아니라 그것을 바라보는 우리 내부의 무한자라는 이념의 현시가 숭고미를 만들어 낸다고 했습니다. 여기서 우리는 중요한 장면에 도달하게 됩니다. ‘세계는 비일관적이다’라는 표현은 세계에 대한 객관적 분석이라면 타당하지 않습니다. 세계는 우리와 관계없이 비일관적이지 않습니다. 세계는 상상력과 지성(혹은 이성)을 통해 세계와 관계를 맺는 인간 없이 비일관적일 수 없습니다. 세계 자체가 균열을 갖고 있는 게 아니라 인간이 세계를 구성하려고 접근할 때 비일관성이 발생한다는 것이 칸트 철학의 핵심입니다. 만약 인간이라는 주체가 없다면 세계의 비일관성이나 물자체를 논의할 수도 없습니다. 이 세계가 현상계든 예지계든 그 어떤 하나의 원리에 의한 전부가 아닌 이유는 인간이라는 주체가 그 세계에 개입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34쪽)

헤겔의 절대적 시선이란 단순하게 얘기해서 우리의 유한성에 ‘절대적으로’ 입각하자는 것입니다. 초월적 시선 자체를 아예 버리는 것이죠. 무한하고 초월적인 시선을 유한한 인식 아래 놓게 되면 주관 바깥에 물자체가 있는지 우리는 알 수가 없습니다. 즉 우리 인식을 초월한 시선 자체가 사라지게 되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우리 외부에 있을 것으로 전제된 그런 ‘대상들’은 아예 존재하지 않는 것이란 말일까요? 헤겔은 그런 외적 대상이란 우리 사고의 ‘추상성’ 때문에 발생하는, 다시 말해 우리 사고 자체의 내적 균열로 인해 발생하는 착각이라고 생각합니다. 칸트는 인간의 정신이 지성과 이성이라는 요소들로 구성되어 있는 것으로 생각하지만, 헤겔은 우리 의식이 역사적인 변화를 겪는다는 데 특히 주목합니다. (54쪽)

여기서 강조하고 싶은 것은 이 주체의 자리, 즉 자유의 자리가 축복이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그것은 자유라는 ‘심연’과 대면시킨다고 해야 아주 적당합니다. 앞에서도 봤듯이 정언명령은 무엇을 하라는 도덕이 아니라 보편성에 맞는지 주체 자신이 검토하라는 도덕입니다. 자신의 행위가 윤리적 의무에 맞는지 스스로 판단하고 확정하고 책임까지 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차라리 누군가 명령해 주거나 신의 법이라고 지시해 주면 후련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그런 계율이나 명령 뒤에 숨는 순간 비윤리적인 지점이자 타율적인 지점에 떨어지기 때문에 용납될 수는 없습니다. 오로지 우리 자신이 선택하고 판단해야 한다는 것, 이것처럼 우리 삶이 극단적인 불안에 잠식되는 경우는 없죠. 이런 관점에서 보면 고쿠분 고이치로가 말하는 범죄자는 이 자유의지의 심연에 도달하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내가 범행을 저질렀다고 고백하면 모든 게 편해질 것이라는 계산 뒤에 숨은 것이지 칸트의 윤리적 자유의 행사에 이른 것이 아닙니다. (103~104쪽)

여기서 마르크스의 물신 환상이 스피노자와 다르다는 사실은 결정적입니다. 스피노자의 환상은 대상의 내재된 본질이 아닌 외재적 관계에 대한 무지에 바탕을 두고 있기 때문에 사물의 관계에 대한 올바른 인식에 의해 소멸될 수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실제로 2종 인식과 3종 인식은 각각 사물들의 관계에 대한 이성적 인식이고 사물의 본질에 대한 직관적 인식으로 규정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마르크스의 경우에는 우리가 그것이 물신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고 하더라도 이미 실천적으로 상품의 형식을 통해 언제나 물신을 받아들이고 있다는 사실을 강조합니다. (221쪽)

그렇기 때문에 칸트적인 자유는 주인을 갈구하는 의존의 체계에서는 언제나 처치 곤란한 불쾌의 대상입니다. ‘생각하기 싫으니까 어떻게 해야 하는지 그냥 가르쳐 줘’. 이런 내면화된 복종상태야말로 정확히 비계몽의 상태입니다. 이는 자신을 이 미칠 듯한 자유라는 상황에서 구원해 달라는 노예의 욕망이기도 합니다. 교육은 이 복종상태에서 벗어나게 만들어 주는 계기입니다. 주인에 대한 갈망을 자유에 대한 갈망으로 바꾸는 것, 더 이상 외적 권위나 주인이 필요치 않은 존재로 만드는 것, 이것이 교육의 본질입니다. 우리는 예지적 자유를 갖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아직 훈육과 교육을 필요로 합니다. 진정한 도덕적 자유는 이 자유 자체에 대해 어떤 한계를 스스로 설정하고 그 자유의 진정한 책임 주체가 되는 것입니다. 자유는 도덕법칙에 종속되어야 합니다. 훈육되지 않은 자유는 책임을 회피하는 자유, 외적 권위에 기대는 자유, 사적 욕망을 대의로 기만하는 자유에 이를 뿐입니다. 폭군을 끝장내는 혁명보다 더 근본적인 것이 바로 이 자유의 교육이자 계몽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258~259쪽)

기본정보

상품정보 테이블로 ISBN, 발행(출시)일자 , 쪽수, 크기, 총권수을(를) 나타낸 표입니다.
ISBN 9791192628486
발행(출시)일자 2025년 03월 20일
쪽수 336쪽
크기
132 * 200 * 26 mm / 571 g
총권수 1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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