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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숙 저자(글)
충남대학교출판문화원 · 2025년 03월 1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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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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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결되고 싶은 분께 전하는 위로와 환대의 마음을 담은 책!
문학을 읽는다는 것은 여행자가 되는 일입니다. 경험하지 않았거나 못 한 세계를 만남으로써 우리는 타자의 고통과 환대를 이해하며 성장합니다. 그 지도를 따라 다른 세계와 존재에게 스며드는 마음, 무엇보다도 작고 약한 존재들에 공감하고 환대하는 것이 문학하는 마음입니다. 이 책은 우리가 서로 연결된 존재라는 것을 다시금 돌아보게 하는 위로와 환대를 전하는 목소리입니다.

작가정보

저자(글) 김정숙

충남대학교 지식융합학부 교수, 문학평론가, 인문학 강연자로 활동하고 있다. 주요 논문으로 「홍구범 문학세계와 그 현재성」, 「박경리 문학의 근원으로서의 생명의식과 그 특성」, 「장소와 지역어로 표상된 공동체의 로컬리티」 외 다수가 있으며, 저서로 〈한국현대소설과 주체의 호명〉, 〈한국소설의 언어의식〉, 〈한국소설과 상상력의 스펙트럼〉, 공저로 〈대학 글쓰기교육 동향과 교수 학습 방법 연구〉, 공역서 〈노출: 포스트휴먼 시대 환경 정치학과 쾌락〉 등이 있다. 문학에 재현된 타자, 소수자, 젠더, 로컬리티와 인문학과 글쓰기교육, 공동체와 생명 등의 주제를 연구하고 있다.

목차

  • 01 감각感覺과 사유思惟 사이 / 11
    02 인연의 여행자가 펼치는 생生의 파노라마 / 25
    03 지금은 언어의 마음을 읽을 시간입니다 / 43
    04 우주로 향해 가는 발자국 놀이 / 65
    05 ‘덜컥’과 ‘울컥’ 사이의 시간 여행자 / 79
    06 환상통에서 백년으로 / 93
    07 흐르고 머물며 더불어 가는 길 / 113
    08 안부를 묻는 마음 / 129
    09 네 겹의 포엠그라피poemgraphy / 143
    10 애도와 생성을 향한 이름의 윤리학 / 163
    11 가난의 무게, 시시포스가 밀어 올려야 할 희망 / 189

책 속으로

이야기는 끊임없이 ‘사이’의 것을 만든다는 점에서 유의미하다. ‘와/과’로 사물이 연결되고, 대상에서 대상으로 이르는 과정에 대화하고 공존하려는 자세가 녹아든다. 다르지만 같은 속성들을 포착하여 개별적이면서 겹쳐지는 지점들을 형상화하기, 곧 ‘사이’의 관계론이라 할 만하다. (16쪽)

사이의 시간은 ‘새벽’을 닮아 있습니다. 밤과 낮을 잇는 생성의 시간, 깊은 숨을 새숨으로 바꾸는 변화의 시간, 후회하고 반성하는 나를 희망과 의지로 단련케 하는 인간의 시간, 지상의 꽃이 천상의 별과 서로의 얼굴을 비추는 만남의 시간입니다. (47쪽)

놀이는 삶의 긴장을 풀어주며 이어주는 윤활유이다. 술래가 되지 않기 위해 가위바위보를 내야 하고 무궁화꽃이 피었을 때는 그 자리에 움직임
없이 멈추어야 한다. 임의의 점 위에 흑과 백의 바둑돌을 교대로 놓으며 벌어지는 바둑은 무한한 가능성을 지닌 승부 놀이이다. 바둑판은 종종 인생의 은유로 재현되며 패착과 포석 그리고 승부수 등의 언어로 우리의 일상에 스며들어 있다. 세계에서 이루어지는 크고 작은 모든 놀이는 그것에 참여하는 존재들의 욕망과 상상력으로 작동한다. (66쪽)

어떤 깨달음에 이른다는 것은 먼저 오기도 하고 나중에 오기도 하나 이전과 다른 것을 체득한다는 점에서 경이로운 일이다. 한 세계에서 다른 세계로의 이행은 덜컥 다가온 것들을 울컥하는 마음으로 안아 그 사이 어디쯤 존재의 꽃을 피우고 향내로 가득해지는 것이다. (90쪽)

프로메테우스는 인간에게 불을 주었다는 이유로 독수리에게 간을 쪼이는 형벌을 받았다. 더 큰 가혹함은 형벌이 멈추지 않고 지속된다는 그 ‘영원성’에 있다. 그렇다면 어느 순간 티끌처럼 사라질 유한한 존재인 인간에게도 감당해야 할 지극한 몫이 있을까. (143쪽)

고통을 기억하고 읽는다는 것은 위로와 해원의 과정에 참여하겠다는 윤리적 태도다. 현대사의 비극인 한국전쟁과 산내 골령골 학살, 제주 4.3사건, 세월호의 형상화는 이름 없는 존재들, 지워진 이름들을 애도하는 마음이다. (176쪽)

[ 저자서문 ]

오랜만에 지인들과 저녁밥을 먹는 자리에서 고향 이야기를 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태어나고 자란 곳은 ‘항월리恒月里’입니다. 도시로 나와 살면서 칠흑의 밤과 쏟아질 듯 반짝이는 별무리를 볼 수 없는 것은 아쉬운 일이지요. 지금도 부모님은 그곳에서 농사를 지으며 살고 계셔서 뵈러 갈 때마다 밤하늘의 달과 별을 맘껏 보고 옵니다.
처음 듣는 마을 이름을 낯설어하는 지인들에게 그 뜻을 말해주었습니다. 저의 고향은 ‘항상 달이 비추는 마을’입니다. 이름 때문이었을까요. 저는 달을 무척 좋아합니다. 깊은 밤하늘에 스스로 빛을 내어 세상의 모든 것들을 은은하게 품고 있는 달빛과 달무리가 늘 좋았습니다. 모습을 잠시 감춘 그믐달의 흔적도.
달은 정한 때에 맞춰 채움과 비움을 반복하지요. 빛나는 시간이 있다가도 보이지 않게 되는 시간으로 꾸준하게 지속하는 달의 본성이 어떤 위안을 줍니다. 어찌 보면 저를 포함한 모든 존재는 차고 기우는 두 시간 사이를 살아가고 있는 듯합니다.
달 이야기가 좋았는지 어릴 적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이 무엇이냐고 물어 옵니다. 문득 일곱 살 무렵의 한 장면이 떠오릅니다. 저녁놀이 발갛게 지는 산마루에 꼬마 아이와 개가 나란히 앉아 있습니다. 설핏 잠이 들었던 아이는 어두워진 방에서 혼자 깨어나 산마루로 나갔겠지요. 이른 아침 농사일을 나가신 엄마가 언제 올까 기다리며 한참을 앉아 있자면 어느새 아이만큼 큰 검둥이가 옆에 앉아 있습니다. ‘엄마’ 하고 나직이 부르면 눈물이 났습니다. 그때 검둥이도 소리를 냅니다. 고개를 돌려 바라보니 검둥이의 눈망울도 그렁한 눈물로 촉촉합니다. 돌이켜 보니 그것은 외로운 목소리에 대한 하울링이었습니다. 검둥이를 꼭 껴안으면 포근했습니다. 동산에 달이 떠오르기 시작할 때면 엄마가 밥 광주리를 이고 저만치서 걸어오셨지요. 고단했을 엄마는 환한 달빛을 따라 집으로 오셨을 겁니다.
그날의 빛과 소리가 지인들과 함께한 시간처럼 다정했구나 싶습니다. 세상의 거친 속도에 다정함이라는 말이 사라지고 있는 건 아닌가 안타까운 생각이 듭니다. 다정한 것은 잔잔하게 스며드는 일 같습니다. 웃고 싶고 울고 싶고 다가서고 싶게 변화하게 만드는 힘이 아닐까 싶습니다. 윽박지르지 않고 밀쳐내지 않으며 있는 그대로를 바라봐 주는 눈빛과 말과 침묵. 다정하면 가능해지는 일들이 많아지는 것도 같습니다. 때로 빛나고 때로는 슬픈 모든 날들에 다정함이 항상 가득하기를, 일곱 살 무렵의 달빛과 하울링은 오래 또렷하게 기억될 거 같습니다.
문학은 항상 제게 어떤 삶을 살고 있고 어떻게 살아가야 할 것인가를 보여주는 달빛과 하울링입니다. 문학을 읽으며 타인과 세계를 이해합니다. 문학은 미로에서 헤매거나 두려울 때 자존감과 정체성을 찾아가게 하는 아리아드네의 실과도 같습니다. 문학이 품고 있는 간절한 삶의 기억과 위로로 한층 의미 있고 풍요로운 숨결로 호흡할 수 있게 됩니다. 그 목소리에 응답하며 타자와 다른 세계에 스며드는 마음, 무엇보다도 작고 약한 존재들에 공감하고 환대하는 것이 저의 문학하는 마음입니다.
이 책은 열한 편의 시집에 실린 글을 모은 것입니다. 문학하는 마음으로 읽은 저의 글이 독자께도 온기로 가닿기를 소망합니다. 사랑하는 사람들과 글의 집을 아름답게 마련해주신 충남대학교출판문화원 편집부께 감사드립니다.

기본정보

상품정보 테이블로 ISBN, 발행(출시)일자 , 쪽수, 크기, 총권수을(를) 나타낸 표입니다.
ISBN 9791165033088
발행(출시)일자 2025년 03월 14일
쪽수 200쪽
크기
151 * 225 * 17 mm / 517 g
총권수 1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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