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로이드 인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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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로이드 기나긴 유혹의 역사
네 번째 책 『스테로이드 인류』에서 저자는 또 한 번 갖가지 인물이 등장하는 의약품 개발 역사의 현장으로 안내한다. 스테로이드 연구를 둘러싸고 벌어진 다양한 역사적 사건들을 통해 읽는 이들은 스테로이드라는 약이 무엇인지 그리고 어떤 위험성이 있는지 단번에 이해할 수 있다. 또한 책은 새로운 과학적 발견에 대한 열망으로 가득 찬 역사 속 인물들의 성취와 좌절을 박진감 넘치게 그려내 우리 삶을 되돌아볼 수 있는 기회 역시 제공해 준다.
작가정보

백승만
서울대학교 제약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학교 대학원에서 생리활성 천연물의 화학적 합성에 관한 연구로 2007년에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미국 댈러스에 위치한 사우스웨스턴 의과대학에서 박사 후 연구원으로 근무했고, 2011년부터 경상국립대학교 약학대학 교수로 재직하고 있으며 2025년 3월부터 학장을 맡고 있다. 주요 연구 분야는 천연물과 의약품의 효율적인 합성이며, 헌팅턴병 치료제의 합성법을 발표했고 최근에는 파킨슨병과 같은 퇴행성 뇌질환 치료제를 개발하는 중이다. 의약품 개발 못지않게 약의 역사에도 관심이 많아서 관련 강의를 운영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는 『전쟁과 약, 기나긴 악연의 역사』, 『분자 조각가들』, 『대마약시대』가 있다.
목차
- 들어가며 004
1. 21세기 불로초
집념의 퍼포먼스 020•19세기 불로초 026•젊음, 그 오래된 유혹 028•기적과 사기, 아슬아슬한 경계 032•1,000번의 고환 이식 수술을 집도한 남자 036•테스토스테론, 정체를 드러내다 041•그림의 떡 047•불에 기름 붓기 052•이제는 근육이다 058•터미네이터 키드의 최후 062•약발의 청구서 066•육상의 여신과 야구의 신 073•범인은 이 안에 있다 078•디자이너 스테로이드 083•그 뒤로 어떻게 됐을까 087
더 들어가기 남자로 변하는 여자아이 092
2. 신에 도전한 물질
경력직 사원의 난관 102•전임자의 만행 105•프로게스테론 109•혁신의 끝 112•패기 넘치는 신입 사원 116•신의 영역 119•신을 넘어선 영역 121•어머니가 되지 않을 권리 126•악법은 악법일 뿐이다 130•부잣집 며느리의 우여곡절 134•2인 3각 138•3인 4각 141•신의 영역에 발을 디딘 사람들 146•그 뒤로 어떻게 됐을까 154
더 들어가기 노학자의 마지막 논문 161
3. 화학적 거세
초토화 전략 172•새로운 전략 175•카풀에서 찾은 답 178•합성 에스트로겐 182•합성 에스트로겐의 진화 188•화학적 거세의 문을 열다 193•넓어지는 선택지 199•성충동 약물치료 205•화학적 거세의 허점 208•화학적 거세와 전립선암 212•한국인이 만든 세계적 신약 216•그 뒤로 어떻게 됐을까 224
더 들어가기 좋은 게 좋은 거다 229
4. 진화의 선물, 만병을 다스리다
소중한 장기, 민감한 장기 240•신비의 물질 244•슈퍼파일럿을 막아라 249•알고 보면 직장 동료 254•기적의 관절염 치료제 257•신기루 261•대량 생산이라는 난관 265•코르티손 전쟁 268•자연의 힘 272•미국 대통령을 치료한 염증 약 276•희귀 질환 치료제 281•알 수 없는 일들 286
더 들어가기 미네랄을 조절하는 스테로이드 289
나가며 296
그림 출처 302
참고문헌 306
책 속으로
그런데 어떻게 생겼는가를 알고 나니 몰랐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같은 시기에 남성의 고환이나 여성의 난소에서 나오는 성호르몬들의 구조 또한 밝혀졌는데 막상 알아내고 보니 콜레스테롤의 기본 구조와 비슷했던 것이다. 당연하다. 콜레스테롤이 성호르몬으로 전환되니까. 자식이 부모 닮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뉘집 자식’인 걸 알게 되니 한 가족으로 부르기 시작했다. 바로 스테로이드다. 남성 호르몬의 아이콘인 테스토스테론testosterone이나 여성 호르몬의 대명사인 에스트라디올estradiol, 프로게스테론progesterone 등이 여기에 속한다. 그러므로 스테로이드가 무엇이 냐고 묻는다면 ‘스테롤처럼 생긴 물질들’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 원래 그렇게 정의됐으니까.
-들어가며, 10쪽
그런데 스테로이드가 생각만큼 철저한 연구 결과를 거쳐서 우리 손에 들어온 게 아니란 데 허점이 있다. 생각해 보면 당연하다. 신약 하나 만들기가 얼마나 어려운지는 주식 시장 테마주에 낚여보지 않은 사람도 다 아는 사실이다. 하지만 스테로이드라는 기적의 물질은 지금 버젓이 약으로 사용되고 있다. 현대의 연구자들도 껄끄러워하는 물질이 어떻게 약이 될 수 있었을까? 뭔가 사연이 있었음에 틀림없다. 이런 사연들을 접하게 된다면 그리고 그 과정이 생각보다 어설펐음을 알게 된다면 스테로이드에 대한 맹목적인 믿음이나 환상도 조금은 줄어들지 않을까 싶다. 보다 냉정하게 스테로이드를 바라볼 때다. 또한 보다 차분하게 스테로이드를 알아갈 때이기도 하다.
-들어가며, 14쪽
단백동화 스테로이드를 사용하는데 왜 고환이 쪼그라들까? 성기능 감소를 의미하는데 어떻게 된 것일까? 단백동화 스테로이드도 결국에는 성호르몬 기능을 한다고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래 복용할 경우에는 성기능이 퇴화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심할 경우 불임이 된다. 남성미의 상징으로 근육을 키우지만 정작 성기능이 사라져 버리는 이 역설은 많은 약물 복용 운동선수들을 고민하게 만드는 부작용이다.
-1장 21세기 불로초 「약발의 청구서」, 66-67쪽
단백동화 스테로이드를 복용해서 근육을 키우는 사람을 보통 ‘로이더roider’라고 부른다. 스타든 로이더든 부적절한 약물을 사용하는 것은 위험한 행동일 뿐이다. 약은 독이다.
뮌저의 죽음을 떠올리지 않더라도 로이더들이 겪는 어려움이있다. 통칭 ‘지노gyno’라고 부르는 부작용이다. 단백동화 스테로이드가 많아지면 결과적으로 에스트로겐과 같은 여성 호르몬으로 전환된다. 그래서 남자에게 여성의 특징을 가져온다. 가장 대표적인 부작용이 여성처럼 유방이 나오는 것이다. 사실 남자의 유방은 이제 흔적 기관에 가깝지만 그래도 에스트로겐이 있다면 어느 정도 발달할 수 있다. 가슴이 작은 여자에게 에스트로겐 분비가 늘어나는 임신기에 가슴이 나오는 현상과 비슷하다. 남자의 유방이 비대해져서 여성처럼 발달하는 증상을 문자 그대로 여성형 유방 또는 여유증gynecomastia’이라고 부른다.
-1장 21세기 불로초 「약발의 청구서」, 70쪽
그들은 피임약을 꿈꿨다. 먹기만 해도 피임이 되는 약을 만들 순 없을까? 그러다가도 약을 안 먹으면 임신을 할 수 있는 그런 약이라면 더 좋다. 전구처럼 마음대로 스위치를 끄고 켤 수 있는 그런 약. 엄마가 되지 않을 권리를 넘어 원하는 시기에 엄마가 될 수 있는 그런 약이 있다면 참 좋을 것이다. 두 사람은 더 높은 곳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두 사람 모두 이제 예순을 넘긴 할머니였다. 과연 그들이 죽기 전에 꿈이 이루어질 수 있을까?
-2장 신에 도전한 물질 「2인 3각」, 139쪽
1957년 6월 10일, 핑커스 팀과 서를 사가 개발한 전구물질과 자궁 보호제 복합제를 미국에서 정식으로 승인했다. 복잡한 성분명 대신 ‘에노비드Enovid’라는 그럴듯한 상품명도 붙였다. 보건 당국에서는 피임약이라는 이슈를 피하고 싶었던지 월경불순 치료제라는 형태로 시판을 허가했는데, 피임을 원하는 여성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월경불순으로 둘러댄 채 이 약을 사기 시작했다. 3년간 시판되고 난 뒤 에노비드는 정식 피임약으로 다시 허가를 받는다. 1960년 5월 9일이었다. 생명 탄생이라는 신의 영역에 사람이 발을 디딘 순간이다.
-2장 신에 도전한 물질 「신의 영역에 발을 디딘 사람들」, 151쪽
암퇘지의 난소에 기반하던 연구는 어느덧 여성의 소변에 기대어 있었다. 그냥 소변도 아니라 임신한 여성의 소변이었다. 샘플을 모으기 위해 근처 산부인과의 간호사들에게 개인적으로 부탁을 해야 했는데 그전에 도축 공장을 전전하던 것보다는 훨씬 나은 선택지였다. 귀찮을 법도 했지만 다행히 간호사들은 흔쾌히 소변을 모아주었다. 이렇게 모은 소변은 커다란 통에 담아 차에 싣고 연구실로 옮겼는데, 교통경찰이 연구 팀의 차를 보고 수사한 일은 유명한 일화다. 당시는 금주령이 내려진 시기여서 술을 판매하는 행위가 금지되어 있었다. 그들이 옮기던 소변은 너무나도 술처럼 보였다. 병뚜껑을 열어 냄새를 맡아본 다음에야 경찰은 손사래를 치며 이 수상한 차를 보내주었다.
어렵게 얻은 샘플은 그 자체로 귀한 원재료였다. 샘플을 열심히 끓이고 추출하고 또 재결정하면서 결국 도이지 연구 팀은 예쁜 결정 형태의 순물질을 얻을 수 있었다. 이 물질이 그들이 찾던 물질이 맞는지는 엘렌의 실험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그리고 1929년 8월 보스턴에서 열린 학회에서 그간의 연구 결과를 발표한다. 도이지가 얻은 물질은 에스트로겐의 하나인 에스트론이었다.
-3장 화학적 거세 「카풀에서 찾은 답」, 179-180쪽
튜링이 스무살짜리 청년 아널드 머레이Arnold Murray와의 동성애 관계를 끝내려고 하자 이 청년이 반발심에 집을 털었던 것이다. 당시 영국에서는 동성애가 불법이었다. 튜링은 곧바로 재판에 넘겨졌고, 법정에서는 DES 투여를 결정했다. 전과자가 되었으니 연구에 제한이 걸렸다. 또한 몸에 나타난 여러 가지 변화, 가령 성욕 감소나 여성형 유방 같은 이상 증상을 견딜 수 없었다. 전쟁 영웅으로 대접받아도 모자랐지만 어느덧 튜링은 화학적으로 그리고 사회적으로 거세당했다. 그리고 1954년 6월 7일 청산가리가 든 사과를 먹고 자살했다. 죽은 자리에는 마치 애플 사의 로고처럼 한쪽만 베어진 사과가 놓여 있었다. 한편으로는 백설공주의 사과 같기도 했다.
-3장 화학적 거세 「화학적 거세의 문을 열다」, 196쪽
코로나 감염, 천식, 듀센 근이영양증 등을 예로 들어 설명했지만, 이 외에도 스테로이드가 사용되는 예는 무수히 많다. 가령 피부염을 보자. 감염이나 유전적 요인 또는 알레르기 등의 다양한 원인으로 피부에 염증이 나타나는 경우가 있다. 아토피 환자를 직접적으로 괴롭히는 것도 피부염이다. 아토피가 아니라도 여드름이 심할 경우 피부과에서 연고를 처방받곤 하는데 이때 증상에 따라 스테로이드 연고를 쓰는 경우가 많다. 이때는 코르티손이나 프레드니솔론 같은 합성 부신피질 호르몬제가 주를 이룬다. 결국 염증을 가라앉히는 것이 목적이기 때문이다.
-4장 진화의 선물, 만병을 다스리다 「알 수 없는 일들」, 286쪽
출판사 서평
독보적 스토리텔링으로 듣는
스테로이드 발견의 역사
정상급 운동선수와 보디빌더를 둘러싸고 반복적으로 보이는 이슈가 있다. 바로 스테로이드 복용이다. 비단 선수들의 일만은 아니다. 취미로 몸을 가꾸는 이들도 근육 생성에 도움을 얻기 위해 암암리에 스테로이드 제제를 복용하곤 한다. 하지만 선수든 일반인이든 그 결말은 다르지 않다. 크고 작은 부작용을 경험하며 값비싼 대가를 치르거나 심하면 장기 손상으로 죽음에 이르기도 한다. 과거 이 물질을 연구한 학자들은 뛰어난 염증 완화 효과를 발견하고 ‘기적의 치료제’로 부르기도 했다. 실제로 현재도 염증 약으로 사용되고 있다. 스테로이드는 정확히 어떤 약일까? 그리고 어떻게 기적의 치료제가 사람들을 죽음으로 몰아넣게 된 걸까?
『스테로이드 인류: 기적과 죽음의 연대기』는 지금도 현장에서 의약품을 개발하고 있는 약학자 백승만 경상국립대학교 약학대학 교수가 해박한 지식을 바탕으로 스테로이드의 면면과 그 역사를 파헤친 책이다. 『전쟁과 약, 기나긴 악연의 역사』를 시작으로 대중에게 의약학에 대한 이야기를 전하고 있는 저자는 뛰어난 스토리텔링으로 의약품 개발의 역사를 쉽고 재미있게 풀어내는 것으로 유명하다. tvN STORY 〈어쩌다 어른〉, 연합뉴스경제TV, 세바시 강연 등에서 지난 몇 년간 저자가 출연한 영상들은 총 100만여 회의 조회 수를 기록하며 그가 펼치는 흥미진진한 이야기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증명했다.
네 번째 책 『스테로이드 인류』에서 저자는 또 한 번 갖가지 인물이 등장하는 의약품 개발 역사의 현장으로 안내한다. 스테로이드 연구를 둘러싸고 벌어진 다양한 역사적 사건들을 통해 읽는 이들은 스테로이드라는 약이 무엇인지 그리고 어떤 위험성이 있는지 단번에 이해할 수 있다. 또한 책은 새로운 과학적 발견에 대한 열망으로 가득 찬 역사 속 인물들의 성취와 좌절을 박진감 넘치게 그려내 우리 삶을 되돌아볼 수 있는 기회 역시 제공해 준다.
테스토스테론의 발견부터 도핑의 역사, 화학적 거세
그리고 피임약과 암 치료제 개발까지
『스테로이드 인류』는 총 네 장으로 구성됐다. 1장 「21세기 불로초」에서는 젊음의 회복을 꿈꾸며 개의 고환을 추출하고 자신의 몸에 투입한 학자 브라운-세카르의 연구에서부터 남성 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의 발견 그리고 경기력 향상을 위해 스테로이드를 사용한 스포츠계 도핑의 역사 및 스캔들을 다룬다. 2장 「신에 도전한 물질」은 여성 호르몬 프로게스테론을 이용한 피임약 개발의 과정을 담았다. 산아제한운동가로 잘 알려진 마거릿 생어, 여성참정권운동을 펼쳤던 캐서린 매코믹 그리고 독특한 전적을 가진 화학자와 의사가 최초로 피임이라는 신의 영역에 도전한 과정이 그려졌다. 그에 더해 프로게스테론에 주목하고 약용이 가능한 활성물질을 개발한 걸출한 화학자 러셀 마커, 로젠크란츠, 칼 제라시의 이야기는 약물 개발의 구체적 과정과 그 진수를 보여준다. 3장 「화학적 거세」에서는 또 다른 여성 호르몬 에스트로겐의 발견과 관련 물질을 화학적 거세에 사용한 역사를 풀어냈다. 화학적 거세의 의학적 방법이 어떻게 현재 ‘안드로겐 차단요법’이라는 이름으로 전립선암 치료에 이용되고 있는지도 알려준다. 또한 저자는 실제 사례들을 제시하며 성범죄 방지 및 예방에 있어 화학적 거세의 한계도 짚어내고 있다. 4장 「진화의 선물, 만병을 다스리다」는 염증을 치료하는 스테로이드인 부신피질 호르몬 코르티손에 대한 이야기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이 코르티손을 병사들에게 주입해 슈퍼파일럿을 만들려 한다는 낭설을 믿고 약물 개발에 나선 미국 정부의 일화에서부터 코르티손을 관절염에 사용해 심각한 부작용을 발견한 연구자들의 우여곡절까지, 현재 효과적인 염증 치료제로 활용되는 코르티손에 얽힌 이야기들이 소개된다.
스테로이드를 지배하려 한
인류의 역사를 추적한다
스테로이드는 단 하나의 물질을 일컫는 용어가 아니다. 크게 프로게스테론과 에스트로겐으로 나뉘는 여성 호르몬과 테스토스테론을 포함하는 남성 호르몬 그리고 부신피질 호르몬 등 “스테롤sterol을 닮은 구조의 화합물들”을 모두 통칭하는 용어다. 종류가 다양할 뿐만 아니라 작용도 다양하다. 가령 에스트로겐은 임신을 돕고 유방을 부풀게 한다. 여성 호르몬이 줄어드는 폐경기에 여성은 골다공증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에스트로겐 약물을 사용하곤 한다. 그런데 잘못 사용하면 유방의 세포 분열을 촉진해 유방암에 걸릴 수 있다. 남성 호르몬 역시 마찬가지다. 근육량 및 성기능 증가를 위해 남성 호르몬제를 잘못 사용했다가는 전립성비대증이나 전립선암을 악화시킬 수 있다. 극단적인 경우 테스토스테론이 아예 말라버릴 수도 있다. 균형을 유지하려는 우리 몸의 시스템이 작동하는 것이다. 이러한 부작용은 특히 근육을 만들기 위해 단백동화 스테로이드를 쓰는 이들에게 쉽게 나타난다. 고환이 쪼그라들거나 여성형 유방이 생겨나고 결국 심장근도 두꺼워져 죽음에 이르기도 한다. ‘양날의 검’이라 불리는 스테로이드의 양면성은 관련 약물 연구가 까다로운 이유이기도 하다.
현재 약화학자로서 스테로이드를 연구하고 있는 저자는 작용을 예측하기 어려워 “연구자들도 껄끄러워하는 물질”인데도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불법적으로 스테로이드 약물을 사용하는 현실을 우려한다. 그리고 책을 통해 단백동화 스테로이드에서부터 비스테로이드성 선택적 안드로겐 수용체 조절제, 즉 삼스까지 불법적 약물이 어떤 부작용을 가져다줄 수 있는지 상세히 설명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대표적인 스테로이드 각각의 발견과 약물 개발, 그 과정의 우여곡절까지 인류가 스테로이드를 이용하고 지배하려 한 역사도 추적한다. 저자는 이에 대해 “스테로이드가 생각만큼 철저한 연구 결과를 거쳐서 우리 손에 들어온 게 아니란 데 허점이 있”으며 그 과정을 살펴봄으로써 “스테로이드에 대한 맹목적인 믿음이나 환상도 조금은 줄어들”길 바란다고 말하고 있다.
과학 열망의 연대기
『스테로이드 인류』가 촘촘하게 엮어낸 연대기를 따라가는 것은 읽는 이에게 매우 흥미로운 과학적 모험이 된다. 스테로이드를 둘러싼 이야기 속에서 우리 주변에서 발견할 수 있는 의약품 개발의 과정을 확인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과학을 향한 수많은 사람들의 날것 그대로의 열망을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1920년대 교도소 주치의로 근무하던 의사 레오 스탠리는 재소자을 이용해 1,000번에 이르는 고환 이식 수술을 거침없이 실행했다. 이 외에도 임신부의 소변 수십 톤에서 여성 호르몬을 추출하거나, 엉뚱한 환자에게 스테로이드를 실험하는 등 생명을 살리는 물질을 연구하는 일이었음에도 몇몇 학자들의 이야기는 탄성이 나오게 한다. 한 편의 영화를 보는 듯한 감동적인 역사도 존재한다. 피임약 개발 이야기다. 산아제한운동가인 마거릿 생어는 여성참정권운동을 펼쳤던 억만장자 미망인 캐서린 매코믹을 만나 피임약 개발을 진행할 수 있게 된다. 이들은 내분비학자 그레고리 핑커스, 유명 의사 존 록을 만나 설득하는 등 각고의 시도를 통해 생명이라는 신의 영역에 도전해 나간다.
저자는 각각의 스테로이드를 발견하거나 유사체 및 합성물질 이야기가 등장할 때는 관련 물질의 화학 구조를 그림으로 함께 제시하고 상세히 설명해 주고 있다. 저자가 알기 쉽게 전달하는 화학적 지식은 나노 단위의 분자 구조를 원하는 대로 변형하고 원하는 결과를 만들려 노력하는 천재적 화학자들의 여정에 편안하게 몰입할 수 있게 한다. 이들이 고투한 현장들을 따라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생경한 분야인 화학의 영역을 즐기는 자신을 모습을 발견할지 모른다. 익숙한 줄기의 과학 서사를 벗어나 새로운 경험을 하고자 한다면 『스테로이드 인류』가 독자들의 낯선 모험을 도와줄 것이다.
기본정보
ISBN | 9791193690109 |
---|---|
발행(출시)일자 | 2025년 03월 19일 |
쪽수 | 316쪽 |
크기 |
146 * 211
* 20
mm
/ 554 g
|
총권수 | 1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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