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들레(2025년 봄 Vol 155): 교육과 소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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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널 어떻게 키웠는데”라는 말은 긴 세월 변함없는 부모들의 레퍼토리입니다. 투입한 만큼 산출이 되지 않으니 본전 생각이 난다는 거지요. 대가 없이 주는 것이 부모의 사랑이라지만 각박한 시대에 양육과 교육은 더 노골적인 형태의 ‘투자’가 된 듯합니다. 투자, 어쩌면 투기가 되어버린 자식 농사의 끝에는 어떤 결실이 맺힐까요. 교육을 사고파는 세태에 대해 생각해보면 좋겠습니다.
작가정보
저자(글) 민들레 편집부
목차
- 기획 1 교육, 서비스 상품이 되다
서비스를 제공할수록 교육의 질은 떨어진다_이세이
가성비 좋은 교육을 찾아서_장희숙
사교육 쇼핑에 익숙한 아이는 어떤 대학생이 되었나_남유진
교육이 서비스 상품이 될 수 없는 까닭_홍기빈
기획 2 교육에 스며든 소비주의
교육이라는 공공재는 어떻게 사유재가 되었나_이종헌
고교학점제 시행과 학교의 변화_김형성
학교라는 이름의 잡화점_이재남
비대해진 자아와 권리 중독 사회_하나라
선택이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_현병호
또 하나의 창 내가 명품 패딩 대신 욕망하는 것_이설기
교육 풍향계 아픈 교사들이 늘고 있다_편집실
세상 읽기 왜 청년 여성들이 더 우울한가_김정환
통념 깨기 AI가 아이들을 가르칠 수 있을까_이재포
배움터 이야기 디지털 세대의 읽기와 쓰기_정아름
열린 마당 정보가 넘쳐나는 시대의 균형 육아_안유림
부모 일기 오지랖 넓은 엄마가 되기로 했다_권주리
책 속으로
학부모 안내장 속 사랑한다는 말이나 키즈노트의 장황한 미사여구가 일종의 ‘립서비스’인 것을 안다. 이런 서비스가 유행처럼 번지는 이유는 원아를 직접 유치해야 하기 때문이다. 저출산으로 원생이 급감하다 보니 경쟁은 더욱 심해지고, 우수한 보육기관임을 직관적으로 보여주기가 힘드니 엉뚱하게도 각종 전시성 행사와 학부모 서비스가 중요해진다. (...) 그리고 보육기관을 거치며 소비자로서의 자아를 탄탄히 확립한 학부모들은, 완벽한 ‘고객님’이 되어 공교육 현장에 데뷔한다. _이세아, 서비스를 제공할수록 교육의 질은 떨어진다.
인생은 뜻대로 되지 않고, 인간은 원하는 방향으로 자라지 않는다. 우연과 필연이 날줄과 씨줄로 엮여 어떤 무늬의 인생이 펼쳐질지는 아무도 모른다. 누군가가 우리 애를 훌륭하게 만들어주길 바라면서, 혹은 내가 훌륭한 사람으로 키워낼 수 있다고 믿으면서 가성비 좋은 교육을 찾아 헤매는 일은 그래서 부질없다. 교육은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상상하는 일이다. 투입과 산출을 셈하고픈 마음을 멈추고 지금 이 시간이, 이 경험이 아이 인생 어디쯤에서 빛을 발할 거라고, 멀리 보면서 불안한 나를 다독이는 수밖에 없다. 진실일지라도 혹은 진실이 아닐지라도. _장희숙, 가성비 좋은 교육을 찾아서
양질의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공간이어야 하는 학교가 점점 값싸게 복지를 소비하는 전시장 같은 공간이 되고 있다. 요구되는 시대적 아젠다를 따라가기 급급한 현실에서, 학교에는 보여주기식의 소비적 복지가 무성해지고 있다. (...) 이 한복판에서 교육을 담당하고 있는 자로서, 학교란 무엇이고 교육이란 무엇인가를 물을 수밖에 없는 착잡한 나날이다. 오늘날의 학교는 정부의 전시성, 소비성 정책을 위한 하치장이 되어가고 있다. 싼 값에 온갖 것들을 판매하는 ‘다이소’를 닮아가고 있다고 말하면 지나친 표현일까. 지금이야말로 교육체제와 학교체제를 미래지향적으로 변화시키기 위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한 시기다. _이재남, 학교라는 이름의 잡화점
자아가 비대해진 현실과 더불어 사람들은 ‘권리’라는 단어를 이용하여 세상을 자신에게 유리하게 해석한다. 저마다 그럴 ‘권리’가 있다면서 자유롭고 행복할 권리가 있는 나를 불편하게 하는 무언가는 절대로 용납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내 기분 상해죄’를 저지른 사람은 철저히 단죄해야 한다. 배달 음식을 시킬 때 서비스 요청을 마치 당연한 것을 요구하듯 써두고 서비스가 오지 않으면 ‘별점 테러’로 응징하는 것이 그 대표적인 예다. 이러한 행태로 피해를 본 자영업자들이 한둘이 아니다. 권리는 ‘당연히 요구할 수 있는 힘이나 자격’을 의미한다. 나의 기분을 좋게 해주는 서비스는 당연히 요구할 수 있는 권리가 아니다. 감정과 권리를 구분할 수 있는 분별력이 사라지고 권리 요구에만 중독된 것은 아닌지 돌아보게 된다. _하나라, 비대해진 자아와 권리 중독 사회
선택이 우리를 자유롭게 해주는 듯하지만 사실은 주어진 선택지들 가운데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 몰린 것이다. 정답을 고르는 데 익숙한 이들은 자신이 문제의 프레임에 갇혀 있음을 보지 못한다. 노동을 멀리하고 소비를 추구하는 시대이지만, 우리를 인간답게 하는 것은 선택적인 소비 행위가 아니라 자기 앞에 놓인 일을 묵묵히 감당해내는 것이다. 등가교환의 사이클 속에서 무한한 선택권을 누리기보다 증여의 사이클에 기꺼이 구속되기. 부모와 교사는 그런 존재다. 양육과 교육의 결실은 부모와 교사에게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한 세대를 건너 그 다음 세대, 더 넓게 보면 인류 사회 전체에 돌아간다. 우리 모두 부모와 사회로부터 많은 것을 거저 받으며 자랐듯이 그렇게 증여의 고리가 이어지며 세상이 유지된다. _현병호, 선택이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
최근 ‘내란 정국’에서 응원봉을 들고 나온 청년 여성들이 주목받았다. 일각에서는 이에 대해 ‘민주화된 시기를 산 첫 세대’, ‘세월호,ㆍ이태원 참사를 경험한 세대’라는 분석과 ‘선한 영향력이라는 독특한 세계관을 가진 케이팝 세대’라는 찬사가 쏟아졌다. 하지만 응원봉이 꺼지고 난 뒤 그들이 사회에서 어떤 일을 겪으며 살아가고 있는지, 얼마나 많은 청년 여성들이 일상을 살아내기 위해 우울증 약을 삼키고 상담실을 찾아다니는지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는 것 같다. _김정환, 왜 청년 여성들이 더 우울한가
기본정보
발행(출시)일자 | 2025년 03월 01일 |
---|---|
쪽수 | 192쪽 |
크기 |
140 * 210
mm
|
총권수 | 1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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