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토벤(특별보급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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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생 250주년, 담론과 수용사로 읽는 베토벤
독일 음악학의 대가 마르틴 게크는 이 책에서 ‘베토벤’이라는 이름으로 회자되는 열두 개의 주제를 36명의 역사적 인물과 함께 집중 조명한다. 당대인들을 비롯해 그의 후대인들이 받아들인 인간 베토벤과 작품을 통해 시대정신과 베토벤 음악이라는 우주를 가늠하고 있다. 해박한 지식과 사유를 바탕으로 한 우아하고 섬세한 글쓰기가 매력적인 이 책은 베토벤 음악에 대한 폭넓은 분석인 동시에 그의 음악을 듣는 이들을 위한 하나의 매뉴얼이다.
이 책은 또한 베토벤 음악이 과거와 현재, 미래를 관통하는 방식을 보여 준다. 저자는, 베토벤이라는 이름의 궤적은 오늘날 철학적 흐름에서 보면 비동일성의 지평에서 끊임없이 동일성을 추구한다고 가정해도 좋다고 한다. 그리고 그 결말은 ‘열린 결말’이라고 한다. 베토벤 음악은 완성과 무한성을 향한 동경을 포기하지 않은 채 인간의 유한성과 불완전성을 불러내기 때문이다. 현대 예술 작품에 아로새겨진 모순이자 극복하지 못한 상처가 바로 베토벤 음악이라는 것이다.
이 책의 총서 (6)
작가정보
(Martin Geck)
마르틴 게크(1936~2019)는 뮌스터, 베를린, 킬에서 음악학, 신학 그리고 철학을 공부했다. 1976년부터 2001년까지 도르트문트 대학의 음악학 교수로 재직했다. 주로 17~19세기 독일 음악사 연구와 관련 저작 활동을 활발히 했다. 특히 음악사와 위대한 작곡가(특히 모차르트와 슈만)를 다룬 그의 책들은 비평가들 사이에서 찬사를 받으며 전 세계 10여 개 언어로 번역, 출간되었다. 주요 저서로는 글라임 문학상Gleim-Literaturpreis을 수상한 《바흐, 삶과 작품》(2001)과 《모차르트 전기》(2005), 《펠릭스 멘델스존 바르톨디》(2009), 《리하르트 바그너》(2012), 《마티 아스 클라우디우스》(2014) 등이 있다.
서울대학교 독어독문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독일 프라이부르크 대학에서 박사과정을 수료했으며, 현재 번역과 연구 활동을 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 《브레히트는 이렇게 말했다》, 《사랑한다면 투쟁하라》 등이 있다.
작가의 말
나는 현재로 오면 올수록 베토벤을 점점 더 잘 이해하게 되리라는 ‘거대 서사’와 결별하려고 했다. 이런 낙관론은 거만한 생각이다. 모든 시기와 분야에서 베토벤 담론은 일깨움과 정신적 빈곤과 긴밀한 관계에 있을 수밖에 없다는 명백한 사실을 놓고 볼 때 더욱 그렇다. 이 책에 상존하는 일깨움과 정신적 빈곤이 베토벤 음악을 조명할 때 더 많은 일깨움으로 이어지길 기대한다.
목차
- 서문
거인주의
1. 나폴레옹 보나파르트 / 2. 빌헬름 푸르트벵글러 / 3. 리디아 고어
확고함
4.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 / 5. 올더스 헉슬리 / 6. 글렌 굴드
자연
7. 장 자크 루소 / 8. 레너드 번스타인 / 9. 틴토레토
〈에로이카〉를 둘러싼 광기
10. 프란츠 요제프 막시밀리안 폰 로프코비츠 / 11. 볼프강 로베르트 그리펜케를 / 12. 한스 폰 뷜로
삶의 위기와 신앙심 그리고 예술이라는 종교
13. 요한 미하엘 자일러 / 14. 카를 판 베토벤 / 15. 불멸의 연인
환상성
16. 윌리엄 셰익스피어 / 17. 로베르트 슈만 / 18. 장 파울
초월
19. 프리드리히 횔덜린 / 20. 카스파르 다비트 프리드리히 / 21. 파울 니종
구조와 내용
22. 게오르크 빌헬름 프리드리히 헤겔 / 23. 테오도르 아도르노 / 24. 파울 베커
유토피아
25. 리하르트 바그너 / 26. 토마스 만 / 27. 한스 아이슬러
베토벤의 그림자
28. 프란츠 슈베르트 / 29. 펠릭스 멘델스존 바르톨디 / 30. 프란츠 리스트
베토벤 명연주자들
31. 클라라 슈만 / 32. 아르투어 슈나벨 / 33. 엘리 나이
프랑스에서 베토벤
34. 로맹 롤랑 / 35. 이고르 스트라빈스키 / 36. 질 들뢰즈
에필로그
추천사
-
마르틴 게크는 정평난 음악학자다. (…) 그 누구도 그처럼 제도권 학문을 벗어나 이 복잡한 내용을 이토록 단순하게 서술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
마르틴 게크의 새로운 베토벤 평전은 위대한 작품이다. (…) 베토벤 탄생 250주년인 2020년을 맞아 최고의 책이 될 것이다.
-
마르틴 게크의 탁월한 새 평전은 숭배와 진부함을 경계하며 오롯이 작곡가 베토벤과 그의 세계에 집중하고 있다.
-
이 책은 모든 베토벤 애호가와 지식인들의 필독서이다.
-
환상적이며 쉬운 서술로 독자에게 다가가는 이 책은 (…) 위대한 독일 음악학자의 결과물이다.
-
이 학식이 넘치는 책은 베토벤과 그의 예술성을 성찰하게 하는 기회를 제공한다.
책 속으로
베토벤의 음악은 비정치적이다. 그 자율적 성격은 정치적 징발을 거부하기 때문이다. 음악의 생애가 항상 사회적 맥락에서 전개된다고 해서 그것이 곧 종속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이제 우리는 아주 구체적으로 물을 수가 있다. 푸르트벵글러가 1945년 폭격당한 베를린에서 베를린 필하모닉의 단원들을 데리고 연주한 교향곡 5번은 나치 정권을 최후까지 사수하자는 구호였던가, 아니면 단순한 위로였던가?(45쪽)
예술에 조예가 깊었던 도겐궁의 의뢰인도 면밀히 계산된 그림의 구조에 관심이 있었다. 당대 예술론에 부합하고 특별한 주제에 맞춘 〈천국〉 구성을 의뢰인은 높이 평가했을 것이다. 그 주제는 다름 아닌 ‘보는 행위의 수사학’으로 그림을 천천히 보면서 점차 이해하게 되는 감상 방식을 의도했다.(139쪽)
베토벤은 더 이상 사각형의 원에 관심을 두지 않으면서 결국 신뢰성을 회복한다. 이런 신뢰성은 아무리 헐벗고 연약할지라도 유토피아적 희망을 품은 베토벤을 보여 준다. 그것은 〈크레도〉와 ‘하늘에 반짝이는 별’ 같은 맹세를 합친 것보다 더 진실하다. 그리고 비로소 음악은 편협한 종교적 제한 너머의 진정한 예술 ‘종교’가 된다.(203쪽)
‘셰익스피어’라는 비유는 당연히 베토벤 작곡의 어떤 음표나 프레이즈, 악장 진행도 설명해 줄 수 없다. 그러나 이 비유는 환상성의 약속된 땅으로 들어가는 일종의 다리일 수 있다. 만일 베토벤 기악곡의 (강령적 서곡들을 넘어서) 문학적 원천을 찾아내는 일이 성공한다 해도 (그럴 일은 없겠지만) 얻는 것은 거의 없다. 어떤 청자든 베토벤의 상상 세계를 연상적으로 여는 데 자신만의 환상의 나라를 찾아야 하고 스스로 연출을 맡아야 한다.(250쪽)
어떤 작곡가도 베토벤처럼 예술적 자유라는 기치 아래 누구나 알 수 있도록 말하고 행동했던 사람은 없었다. 여기서 자유는 물론 무엇으로부터의 자유가 아니라 무엇을 위한 자유, 즉 인간과 인류를 더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위대한 이념을 위한 자유다. 음악도 이제 소명으로 받아들여졌다.(395쪽)
말년에 스트라빈스키는 “베토벤 현악 4중주곡들은 인류의 인권 헌장이다. 그 헌장은 예술의 전복이라는 플라토닉적 의미에서 영구히 선동적인 것이라는 게 나의 믿음이다”라고 고백한다.(532쪽)
자신들의 내적 필요에서 작품으로 베토벤을 표출한 작곡가들이 있었다. 브루크너, 바그너, 베르디, 드뷔시, 쇤베르크 그리고 그 밖의 많은 작곡가들. 그러나 베토벤은 개인적 경험과 정치적 사건을 타협 없이 자율적 창작으로 녹여 낸 첫 작곡가일 뿐만 아니라 가장 급진적인 작곡가다.(553쪽)
출판사 서평
시대를 초월한 베토벤과 그의 작품을 이해하기 위해
셰익스피어와 루소, 바흐는 베토벤에게 어떤 의미였을까? 베토벤은 괴테, 나폴레옹, 헤겔과 같은 동시대인들과 어떤 관계를 맺고 있었을까? 리하르트 바그너와 글렌 굴드, 올더스 헉슬리에게 베토벤은 무엇이었을까? 이 책은 이런 수용의 관계망을 탐색하면서 베토벤 음악의 풍부함에 한 획을 그은 발상과 동기를 찾아 나선다. 그것은 베토벤 음악이 지닌 역동성의 한 정점을 이루기도 한다. 저자는 이런 방식을 택한 이유를 베토벤 음악의 권위를 내세우는 전문가이기보다는 독특한 견해와 다양한 작품으로 베토벤을 이해할 수 있게 해 준 수많은 목소리로 이루어진 합창단의 한 일원으로서 베토벤에 대해 써야 할 시간이 왔다고 느꼈기 때문이라고 한다.
베토벤 음악을 둘러싼 수용의 관계망들은 베토벤하면 회자되는 열두 개의 주제로 엮였다. 이를테면 교향곡 3번은 원래 나폴레옹에게 헌정하려 한 곡이었다는 담론을 두고는 베토벤 음악의 충실한 제사장이었던 지휘자 빌헬름 푸르트벵글러와 베토벤 해석에 신선한 시각을 던진 ‘베토벤 패러다임’의 리디아 고어로 이어지는 흐름을 잡아 “거인주의”로 묶었다. 이를 통해 저자는 우리에게 다른 사람들이 베토벤 음악에서 ‘그들 나름대로’ 무엇을 들었는지 염두에 두고 듣는다면 베토벤을 듣는 사람으로서 자신의 느낌과 생각의 흐름을 스스로 의식할 수 있는 길이 열릴 것이라고 말한다.
‘베토벤’이라는 이름의 또 다른 유산 ‘담론’
“거인주의”가 조금 낯설다면 베토벤과 ‘불멸의 연인’에 관한 이야기는 한 번쯤 들어봤을 것이다. 이 책에서는 이 ‘불멸의 연인’을 다른 시각으로 본다. 불멸의 연인 다음으로 유명한 조카 카를 판 베토벤과 함께 신학자 요한 미하엘 자일러를 이야기한다. 언뜻 이상한 조합으로 느껴질 수도 있지만 베토벤은 삶의 위기에서 요한 미하엘 자일러 같은 현인들의 교훈을 찾았다. 이런 현인들은 베토벤에게 위로가 되었고 신앙심을 북돋아 주었다. 베토벤은 이 현인에게서 조카 카를과 ‘불멸의 연인’에 대한 행동 지침도 얻을 수 있을 것이라 믿었다. 이들의 이야기는 베토벤의 하일리겐슈타트 유서에 관한 저자의 사려 깊은 설명과 함께 이야기된다. 이와 같은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이야기들과 풍부한 담론들은 베토벤 음악이 낳은 또 다른 유산이라 하겠다.
탄생 250주년, 베토벤은 오늘도 새로 태어나고 있다
세상의 모든 것은 어떤 식으로든 서로 연관을 맺기 마련이다. 모든 예술 작품도 시대적 특성과 관련 있다. 베토벤이 활동한 19세기 초부터 예술적 주체에 의해 좌우되기 시작한 음악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예술적 주체는 경험적 주체와 떼려야 뗄 수 없지만 우리가 위대한 작곡가의 삶과 작품을 서로 연관시킨다고 해서 음악이 표현하고 있는 것 이상을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게 저자의 생각이다. 단지 작품과의 소통이 조금 수월해질 뿐이라는 것이다.
여기에 이 책의 미덕이 있다. 이 책은 베토벤 전기나 평전과 방향을 달리하면서 읽는 우리들에게 베토벤 음악과의 소통을 좀 더 수월하게 해주고자 노력한다. 우리는 이러저러한 삶의 운명에 자신을 이입하면서 음악 작품을 우리 자신의 것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또 우리 자신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된다. 우리는 어떤 사람일까? 우리 안의 어떤 사회적 특성 때문에 베토벤 음악에 심취하는 것일까? 책을 읽는 사람들 자신만의 베토벤을 새롭게 탄생시키는 계기가 되는 것이다.
2020년은 베토벤 탄생 250주년이다. 이 해를 목전에 두고 이 책의 저자 마르틴 게크가 작년 11월 세상을 떠났다. 그래서일까 이 책의 울림은 더 크다.
기본정보
ISBN | 9791188571253 | ||
---|---|---|---|
발행(출시)일자 | 2025년 02월 20일 | ||
쪽수 | 616쪽 | ||
크기 |
157 * 229
* 23
mm
/ 1362 g
|
||
총권수 | 1권 | ||
시리즈명 |
문화 평전 심포지엄
|
||
원서(번역서)명/저자명 | Beethoven/Geck, Marti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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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베토벤 당시의 인물들에서부터 20세기의 지휘자와 피아니스트들에 이르기까지 베토벤과 연결성이 없을 것 같은 바그너나 쇤베르크 등의 작곡자, 올더스 헉슬리나 토마스 만 등의 소설가, 장 자크 루소나 프리드리히 횔덜린 등의 철학자 등 수많은 인물들이 언급되고 그들이 바라본 베토벤의 음악, 베토벤 음악 속에 녹아져 있는 철학 등이 언급되다보니 쉽게 읽히는 책은 아니었다. 예를 들면, 장 자크 루소와 베토벤이 친분이 없었지만, 베토벤의 음악속에서 발견할 수 있는 루소적인 요소에 관한 부분처럼 베토벤의 음악에 대한 철학적인 접근은 흥미로우면서도 어렵게 느껴지다보니 쉽게 책장을 넘기기가 쉽지 않았다. 하지만, 음악을 들을때마다 느꼈던 베토벤의 음악세계가 얼마나 심오하고 위대한 음악인지를 책을 통해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다.
음악을 전공하거나 클래식 매니아라면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
베토벤의 천재성에 대한 바그너의 고백은 우리의 지평을 넓혀준다. 베토벤 교향곡은 프랑스 혁명 음악의 요소들을 수용,가공하여 1789년 프랑스 혁명과 1814년 빈 회의 시기 유럽인 특유의 비감과 영웅주의를 표현하는데 그치지 않았다.오히려 베토벤은 위대함, 창의성, 정복을 그리는 데 몰두했다. (-29-)
베토벤이 이와 같은 예술론적으로 고찰하지 않았더라도, 그에게 결코 낯선 것이 아니다. 특히 사람들이 베토벤의 핵심 작품을 '잘대 음악'이라 일컫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절대 음악이란 스스로 자신을 증명하며 외부 참조, 더군다나 음악 외의 강령을 필요로 하지 않는 고유한 구조를 따른다는 의미다. (-99-)
가끔,아니 아주 자주 일어나는 동기화되지 않은 시간, 음조, 박자의 변화는 파편화된 이미지를 만든다. 조각난 파편들만 널려 있는 무질서한 전체는 어떤 의미에서 통일성의 결핍, 말하자면 그저 랩소디적인 작업 방식에서 나오곤 하는 우리를 옥죄는 느낌을 불러온다. (-199-)
피날레는 당혹감을 표현하고 있는데 1818년 3월 4일 라이프치히 <알게마이네 무지칼리셰 차이퉁>의 한 평론가는 여기서 카오스적인 혼란과 가만히 있지 못하는 아이처럼 급격한 생각의 변화를 관찰했다. (-281-)
아도르노는 유고에 다음과 같이 썼다.
우리는 더 이상 베토벤처럼 작곡할 수는 없다. 하지만 베토벤이 작곡했던 것처럼 생각해야만 한다.(-354-)
이 기이함은 비극과 희극, 편안과 불안, 영웅과 벌규, 성스러움과 어릿광대짓을 한데 합쳐 혼돈과 무아지경의 상태에서 사랑에 빠지게 하는 대신 광란에 사로잡히게 하고, 종교적으로 고양시키는 대신 웃음을 자극한다. (-425-)
클라라 비크는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 오케스트라에서 베토벤교향곡과 실내악을 익힌다. 열 세살 때는 베토벤 피아노 3중주 c 단조op1~3을 가지고 무대에 오르고 3년 후에는 피아노 소나타 <열정>을 선보인다. 클라라 비크는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와 피아노 3중주, 피아노 협주곡으로 차근차근 연주 목록을 넓혀 갔다. (-489-)
2008년 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가 방영되었다. 배우 김명민에게 연기 대상을 준 드라마를 만약 베토벤이 살아서 지켜 보았다면, 어떰 느낌이 들었을까 상상해 본 적이 있다. 음악에 대한 위대함, 피아노 교향곡의 본질에 대해서, 1827년 세상을 떠나, 180여 년 만에 우리 곁에 다가온 베토벤의 음악적인 가치에 대해서, 베토벤의 음악적 세계관 뿐만 아니라, 그의 음악을 해석할 수 있다.
루트비히 판 베토벤 은 1827년에 사망했다. 나폴레옹 보나파르트는 1821년 영국령 세인트헬레나 롱우드 에서 사망하고 만다. 두 사람은 동시대에 살았으며, 프랑스혁명에 대한 기억을 간직하고 있었다. 역사가 음악에 끼친 영향, 종교적 가치관이 베토벤의 음악에 스며들었음을 놓칠 수 없는 대목이다. 특히 베토벤의 교향곡은 때로는 매우 격정적이며, 때로는 사람의 깊은 열등감을 끌어올리곤 했다. 음악에 대해서 이론적으로, 기초 소양으로 매우 부족하지만, 베토벤의 영웅적인 서사 음악은 위대한 역사성과 서사 구조를 가지고 있으며, '성스러운 감사의 노래'를 완성해 나간다.
특히 베토벤의 음악은 절대음악을 추구하였다.나폴레옹을 숭배하였기에 그의 음악을 만들었으나, 나폴레옹이 보여준 태도에 실망하고 말았다. 이런 모순은 음악이 추구하는 한계를 보여주고 있으며, 베토벤이 동시대에 살았던 음악가 뿐만 아니라, 예술과 철학에 큰 영감을 주고 있었으며, 토마스만은 음악의 악마성에 대해서 다루고자 한다며, 베토벤을 반드시 연구하고, 평가해야 한다고 말하곤 했다.
슈베르트 바그너, 그리고 베토벤, 그들은 음악의 창의성과 변화를 일찌기 체험적으로 이해했다. 베토벤은 항상 음악적 착상이 떠오르면, 곧바로 기록하는 습관를 가지고 있었다.그의 천재성과 노력이 더해 위대한 음악이 완성되었다,
그것이 그의 위대한 음악의 근원이었고, 그것이 베토벤의 절대 음악의 원천이다. 젊음 베토벤의 감정 분출은 절제된 음악이었으며, 늙은 베토벤의 감정 분출응 앞으로 직진하는 젊은이의 감정 분출 그 자체였으며, 베토벤 현악 4중주는 ,1847년에 세상을 떠난 멘델스존의 음악 양식에 큰 변화를 가져왔으며, 많은 영향을 끼치고 있었다.
베토벤에 관한 책은 얼마나 될까.
책 외에 음악, 미술, 춤은 얼마나 될까.
정확한 수는 알 수 없지만 분명한 건 무한히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그러나 우리에게 준 감동과 영감을 생각하면 이런 사람들의 헌정은 아직도 부족하다.
이 책 역시 그런 존경의 발로 중 하나이다.
그 소재가 대단할 때는 그것을 다루는 형식을 함부로 정할 수 없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의 구성은 저자가 그 고민을 얼마나 많이 했는지를 보여준다.
그리고 그 고민은 멋진 답에 이르렀다.
지금 시점에, 이미 수많은 변주가 된 베토벤의 이야기가 나온 이 시점에, 시간순으로 그는 논하는 건 너무 지루하다.
그리고 그 사실을 저자도 알고 있었다.
그는 기발하고 신선한 접근을 시행한다.
열두 개의 주제를 정하고, 그것을 다시 수십 명의 흥미로운 인물들과 결합한다.
단면적인 구조가 아니라 입체적인 구조를 짜는 것이다.
이 아이디어 하나만으로도 이미 독자는 새로운 베토벤에 대한 기대감을 느낀다.
그리고 저자는 그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다.
바흐와 하이든이 그들의 위엄을 자랑하고, 셰익스피어와 괴테도 자신들의 목소리를 더한다.
루소와 헤겔이 뜻밖의 방문을 하고, 나폴레옹와 바그너가 존재감을 증명한다.
다른 감상이 필요 없다. 그냥 너무 재밌다.
아울러 전문적이되 대중과 괴리되지 않는 음악적 해설이 들어있는 것도 축복이다.
저자는 음악 지식에만 치우쳐 설명하지 않고 문화적, 인문적, 역사적 지식을 뢍금비율로 혼합하여 해석한다.
저자에 대한 정보가 없던 독자라도 한 챕터만 보면 그가 음악학의 대가라는 것을 알아차릴 수 있다.
많은 문학, 논픽션, 구전 이야기, 평전이 있었지만 이처럼 우아하고 사색적으로 베토벤을 그려낸 것은 드물다.
이 책 한 권으로 마르틴 게크의 열성적 팬이 되었다.
자동차 후진음, 벨소리, 초인종 소리로 익숙한 멜로디가 있어요.
띠리리리 띠리 띠리리~ 베토벤의 <엘리제를 위하여>는 한때 일상생활에서 온갖 소음보다 더 자주 듣던 멜로디였고, <운명 교향곡>의 도입부, 빰빰빰빠~ 멜로디는 비극적인 상황을 희화화하는 BGM으로 자주 사용되곤 했었죠. 한 번 들으면 잊을 수 없는 멜로디처럼 베토벤의 음악과 그의 생애는 알게 모르게 수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줬고, 여전히 베토벤이라는 현상 내지 우주로서 탐구하게 만든 것 같아요. 신기하게도 고독의 의미를 조금 깨닫는 시점에 베토벤 음악이 심장을 두드렸고, 베토벤을 알고 싶다는 마음이 생긴 거예요.
《베토벤》은 독일 음악학의 대가 마르틴 게크가 쓴 베토벤 평전이에요.
저자는 베토벤에 대한 전기를 어떤 방식으로 접근해야 할지 고민했고, 베토벤에 대해서 권위를 내세우는 전문가로서의 위치가 아닌, 베토벤 음악을 이해할 수 있게 해준 수많은 목소리로 이루어진 합창단의 한 일원으로서 소개하는 역할을 자처했네요.
"베토벤이라는 우주에는 아무리 확장되어도 변하지 않는 중심, 바로 베토벤의 작품들이 있다." (6p) 라고 했듯이 위대한 작곡가 베토벤을 이해하려면 그의 음악이 어떻게 탄생했고, 동시대뿐 아니라 후대에 등장하는 예술가와 사상가들에게 어떠한 영향을 미쳤는가를 알아야 해요. 그래서 이 책에서는 베토벤의 음악을 열두 개의 주제와 서른여섯 명의 역사적 인물과 함께 소개하고 있어요. 거인주의, 확고함, 자연, <에로이카>를 둘러싼 광기, 삶의 위기와 신앙심 그리고 예술이라는 종교, 환상성, 초월, 구조와 내용, 유토피아, 베토벤의 그림자, 베토벤의 명연주자들, 프랑스에서 베토벤이라는 각 주제마다 음악과 인물, 시대정신을 만날 수 있어요. 프리드리히 니체는 1874년 미완성 유고에 "셰익스피어와 베토벤은 공존한다. 가장 대담하고 미친 생각." (241p) 이라는 문장만 적어놨는데, 어떻게 두 인물을 언급했을까요. 베토벤은 제자 안톤 쉰들러가 피아노 소나타 op.31-2와 op.57을 이해하기 위한 열쇠가 무엇인지 물었을 때, "그냥 셰익스피어의 《템페스트》를 읽으세요."라고 답했다고 해요. 자세한 설명 대신에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말한 이유는 베토벤 자신이 셰익스피어 전문가였고, 동시대인들에게 음악계의 셰익스피어로 통했기 때문인데, 음악을 프로스페로의 마법의 섬으로 비유한 거예요. "베토벤은 자신을 틀에 가두지 않는다. 앞으로도 그의 음악을 규정하려는 시도는 번번이 실패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87p)라고 했던 글렌 굴드의 말이 가장 적절한 표현인 것 같아요. 위대한 작곡가 베토벤의 음악이 우리에게 준 선물은 예술이 전하는 자유와 진보가 아닌가 싶네요.
(죽음이) 내가 예술적 능력을 펼칠 기회를 얻기도 전에 일찍 찾아온다면
잔혹한 운명에도 너무 일찍 죽는 것이 되니 나는 아마 좀 더 늦게 오기를 바라지만, 그래도 나는 만족한다.
죽음이 나를 이 끝없는 고통으로부터 해방시키는 것이 될 테니까.
어린 시절 꽤 오랜 기간 피아노를 배웠다. 덕분에 성인이 돼서도 클래식은 낯설기보다는 동경하는 분야가 되었다. 처음 배웠던 베토벤의 곡은 엘리제를 위하여다. 처음 피아노를 배웠을 때, 멋지게 연주를 하는 언니들을 보면서 나 또한 동경했던 곡이 여러 곡 있는데 그중 하나가 바로 엘리제를 위하여다. 그다음에 배운 곡은 월광소나타였다. 당시 교과서에 실렸던 월광곡에 대한 내용(훗날 실제가 아닌 창작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덕분인 지, 더 궁금했던 곡이어서 여전히 기억이 남는다. 내가 연주했던 베토벤의 마지막 곡은 고등학교 시절 기악 시험 때 쳤던 비창의 3악장이었는데, 같은 반 친구의 추천을 받아 연습하면서 덕분에 흠뻑 음악에 빠져들었던 시간이었다.
아마 베토벤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고통 속에서도 꾸준히 음악을 이어갔던 정신의 소유자일 것이다. 청각을 잃었음에도 음악을 포기하지 않았던 그의 모습을 그린 작품들이 많았고, 그 부분이 그의 삶 중에서 가장 주목을 받는 부분이기에 더욱 그럴 것이다. 사실 내가 꾸준히 읽어오는 시리즈 중에 위인들의 삶의 장소를 여행 형식으로 다녀보면서 그의 일대기를 재조명하는 여행 에세이 느낌의 책이 있다. 1권부터 꾸준히 읽고 있는데, 그중 베토벤도 있지만 아직 읽지 못한 상태여서 이 책은 베토벤에 대해 깊이 있게 만나는 첫 번째 책이 되었다. 궁금했다. 베토벤이라는 인물을 좀 더 깊이 있게 다각도로 만나볼 수 있다는 것에 대해서 말이다. 궁금했다. 내가 그동안 가지고 있던 이미지의 베토벤과 평전 속 베토벤은 어떨지 말이다.
이 책은 각 주제 속에서 베토벤과 연관되는 인물들을 통해 베토벤의 모습을 마주할 수 있다. 이 중에는 음악인들도 있지만, 철학자도 있고 정치인 그리고 가족도 있다. 첫 번째 등장한 인물은 바로 나폴레옹 보나파르트다. 우리가 익숙하게 아는 그 나폴레옹. 사실 베토벤의 곡 중 황제가 있는데, 과연 그 곡이 정말 나폴레옹과 관련이 있을까 궁금했는데, 실제 관련이 있는 곡은 교향곡 보나파르트(3번 영웅)인데, 이 곡을 나폴레옹에게 헌정하려고 했다고 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게 되지 않았다. 원래 베토벤은 나폴레옹의 열렬한 숭배자였고, 그랬기에 그에게 이 곡을 헌정하려고 했지만 그가 스스로 황제가 되었다는 소식에 실망하고 헌정 표지를 짖어버렸다고 한다. 권력을 탐하지 않고 실제적인 변화를 일으키는 위정자가 되길 바랐던 베토벤은 나폴레옹의 모습에 실망을 했다고 한다. 권력과 예술은 가까이할 수 없다고 생각했는데, 의외의 모습을 만났던 시간이었다.
또 한편 베토벤의 조카인 카를 판 베토벤의 이야기도 흥미로웠다. 동생의 아들인 카를을 두고 제수씨인 요한나 판 베토벤과 양육권 싸움을 벌였다고 한다. 동생의 사후 자신이 조카 카를을 키우겠다는 것 때문이다. 무려 이 싸움은 5년을 이어졌는데, 현재의 진흙탕 싸움과 꽤나 닮아있다. 과연 베토벤은 그렇게 긴 싸움을 이어가며 지키려고 했던 조카 카를을 정말 잘 양육했을까? 아쉽게도 썩 유쾌한 결말은 아니었다는 사실.
책 안에서 만나본 베토벤은 그동안 가지고 있던 선입견과 꽤 다른 모습을 여러 곳에서 보여주었다. 늘 신경질 적이고, 날카로울 것 같았던 것과 달리 부드러운 모습도 있었고 늘 연애 중이고 금사빠인 모습도 있어서 꽤 신선했다. 어떤 상황 속에서 어떤 인물들과의 만남이냐에 따라 그 온도차 또한 극명했다. 늘 천재로 고뇌하는 모습으로만 그려졌던 베토벤임에도 그 또한 한 사람의 인간이었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덕분에 음악적인 부분뿐 아니라 다양한 베토벤의 면모를 발견했던 시간이었다.
베토벤 하면 수많은 명곡들이 떠오른다.
엘리제를 위하여, 운명 교향곡 그리고 멜로디는 잘 알지만 곡의 이름을 모르는 곡들까지.
모차르트와 함께 아마 제일 유명한 클래식 작곡자이지 않을까싶다.
모차르트보다 개인적으로 그를 높게 평가하는 이유는 그는 귀가 멀어 음악가로서의 활동이 힘들었음에도 그것을 극복했다는 점에서 점수를 더 주고 싶다.
책에서도 그의 귀에 대한 언급이 나오는데 안타까웠다.
나의 개인적인 소망은 엘리제를 위하여를 끝까지 피아노로 쳐보는 것이 버킷리스트 중에 하나이다. 너무 많이 들어서 너무 익숙한 곡이지만 피아노 연주는 결코 초보자의 수준이 아니다.
베토벤의 여인들에 관해서도 나오는데 불멸의 연인에게 쓴 편지의 주인공은 아직까지도 밝혀지지 않았다고 한다.
편지의 수신인이 빠졌다고 하는데 그 대상으로 지목된 여인들이 있지만 확실치가 않다.
열렬히 사랑했었기에 좋은 곡들이 음악으로 승화되지 않았을까?
그의 음악을 들으면서 베토벤에 대해서 더 자세히 알고 싶었다.
그의 어린 시절이라든지 작곡하는 영감을 어디서 받는가 뭐 이런 소소한 것들을 알고 싶었다.
그런데 이 책은 이런 소소한 베토벤의 일생을 다룬 책은 아니다.
베토벤을 36명의 다양한 분야에서 최고의 사람들의 이야기들을 통한 베토벤의 이야기이다.
나폴레옹부터 시작하는 책은 그가 베토벤의 인생에서 아마도 가장 의미 있는 사람이지 않을까싶다.
하지만 나폴레옹에서 헌정하기 위해 만들었다는 곡은 사실은 그런 게 아니라는 것이다.
때로는 사실보다 그럴싸한 소문이 진실처럼 각인되는 경우가 있다.
이 경우도 그런 경우가 아닌가 싶다.
작곡가부터 연주자 교수 그리고 철학자까지.
바흐라든지, 리스트라든지 그리고 루소까지.
베토벤의 곡을 지휘 하고 연주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베토벤의 수많은 곡들 중 어려운 곡, 그리고 유명한 곡. 그런 곡들을 지휘하고 연주하는데 사람들마다 해석이 다르다는 것이다.
베토벤에 대해서 조금은 특히 그의 곡에 대해서 조금 더 공부하고 이 책을 읽는 다면 이 책을 이해하는데 훨씬 더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베토벤 이야기 속에 또 다른 인물들의 위인전을 읽는 기분이었다.
수많은 유명한 사람들 안에서도 베토벤은 빛이 나는 사람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었다.
베토벤이라는 한 사람이 이렇게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치고 그의 곡을 다시 해석하게 하는 힘을 가진 사람이란 사실을 그는 알까?
그에 대해 조금은 더 알아가는 시간이었다.
막상 베토벤에 대해 떠올리려 하니 아는 것이 별로 없다. 환희의 송가, 교향곡, 불멸의 연인, 엘리제를 위하여... 흔히 대중적으로 알려진 음악이나 영화를 통해 알게 된 것 이외에는 없어서 베토벤 평전을 접하면 그에 대해 조금 더 많이 알고 베토벤의 음악도 한걸음 더 깊이 들어가 이해하고 좋아하게 되지 않을까 라는 기대를 했다. 그런데 이 책은 내가 생각한 그런 평전이 아니었다. 그저 평범하게 베토벤이라는 인물을 다각도로 접해보는 것이라 생각했는데 목차에 언급된 수많은 인물들이 그려낸 베토벤의 일생을 보는 것이 아니라 기본(?)적으로 베토벤의 일생을 알고 있는 상태에서 더 깊이 들어가는 이야기인 것이다.
이 책의 첫 장에서부터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3번 교향곡, 영웅으로 알려져 있는 베토벤의 교향곡은 나폴레옹에게 헌정하기 위해 만들어졌다가 황제로 권력을 잡은 그에게 실망해 헌정을 취소하고 다른 사람에게 돈을 받고 헌정했다고 알려져있지만 애초에 나폴레옹을 위해 만든 곡이 아니라는 이야기로부터 시작하고 있다.
각 챕터별로 주제에 따라 나뉘어 있는 글을 차례로 읽어나가다 굳이 순서대로 읽을 필요가 없을 것 같아서 관심이 있는 주제와 내가 좀 더 가깝게 접근할 수 있는 챕터부터 읽어나가기 시작했다. 문학가와 연주자에 대한 부분이었는데 작가의 이름은 알지만 그들이 쓴 소설을 직접 읽어본 것이 아니기에 이것 역시 간접적일수밖에 없었다.
원래 클래식을 잘 모르기도 하지만 엘리 나이라는 이름은 정말 처음 들어보는 연주자인데, 그녀의 이력을 보니 어쩌면 정말 관심있는 사람이 아니라면 모르는 것도 당연하지 않을까 라는 위안을 가져본다. 본에서는 전후 1952년까지 엘리 나이의 연주가 금지되었다고 한다.
"엘리 나이는 재능이 있지만 멍청한 예술가의 표본이다. 그녀의 히틀러주의는 (약간 히스테리가 뒤섞인) 누가 봐도 알 수 있는 멍청함이고, 굳이 용서해야 한다면 그 멍청함을 봐서 부분적으로 용서할 만하다"(508)라는 하우젠슈타인의 말에서 예술가를 바라보는 관점을 생각해보게 된다. 재능이 있지만 그걸 올바르지 못한 것에 사용한다면 그것은 재능이 아니라 죄악이 될수도 있는 것이 아닐까.
베토벤의 일생을 알 수 있는 평전과는 다르지만 베토벤을 향한 많은 사람들의 애정이 담긴 글의 인용을 통해, 그에게 영향을 미치고 또 영향을 받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베토벤의 다양한 면모를 느낄 수 있고 베토벤에 대해 조금씩 알아갈 수 있을 것 같아 천천히 다시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 솔직히 지금은 대부분의 글을 제대로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 베토벤에 대한 나의 현실이고, 어쩌면 조금 시간이 지난 미래에는 그래도 한뼘 정도는 베토벤에 가까이 있게 되지 않을까 싶다.
1770년 12월 17일, 쾰른 선 제후국의 수도인 본 시에서 태어난 베토벤은 1827년 3월 26일 영면에 들었다. 후대에 그는 요한 제바스타인 바흐,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와 더불어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음악가로 평가받을 만큼 불세출의 인물이었다. 이 책은 베토벤의 자서전이나 전기 개념으로 쓰였다기 보다 12가지 주제로 세분화한 '베토벤 담론'이다. 그 12가지 주제는 거인주의, 확고함, 자연, <에로이카>를 둘러싼 광기, 삶의 위기와 신앙심 그리고 예술이라는 학교, 환상성, 초월, 구조와 내용, 유토피아, 베토벤의 그림자, 베토벤 명연주자들, 프랑스에서 베토벤 등 베토벤과 관련된 인물들을 통해 그의 음악과 시대적 상징성이 가진 의미를 깊게 탐구해 보는 내용으로 베토벤 탄생 250주년을 맞아 2020년에 출간되어 의미가 깊은 책이다.
12가지 주제별로 3명씩 정치인, 철학자, 지휘자, 소설가, 극작가, 예술 비평가, 피아니스트, 시인 등 직업도 다양한 유명 인사 36명을 통해 베토벤의 음악과 작품 세계를 어떤 관점에서 해석하고 영향을 받았는지 알아보았다. 주제별로 베토벤을 조망한다는 점에서 입체감 있게 베토벤의 음악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고 여러 각도에서 살펴볼 수 있었다. 600페이지가 넘는 두꺼운 책임에도 끝까지 흥미를 잃지 않고 읽게 하는 힘은 베토벤과의 관계에서 직·간접적으로 얽힌 음악을 해석하는 관점이 다양하기 때문이다. 베토벤을 대표하는 작품으로 '교향곡 5번 - 운명', '피아노 소나타 14번 - 월광', '피아노 소나타 8번 - 비창', '피아노 소나타 17번 - 템페스트' 등 지금까지도 전 세계인들에게 사랑받고 수많은 피아니스트들을 통해 연주되는 곡들인데 새삼 대단함을 느낀다.
철학자도 아닌 음악가에 대해 이렇게까지 깊이 있게 다룬 인문학 도서는 귀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만큼 선구자로서 수많은 음악가에게 영감을 줬고 베토벤이 작곡한 음악이 후대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는 걸 보여준다. 비록 클래식 음악에 조예가 깊다거나 즐겨 듣는 편은 아니지만 어디선가 분명 들어본 기억이 있다. 다만 피아노를 배운 적이 없어 악보를 읽거나 그게 얼마나 대단한 의미를 가졌는지 해석할 수 없다는 것이 아쉬울 뿐이다. 다만 확실한 것은 그의 음악에 대해 보내는 존경심에 대한 이유를 이 책에서 더욱 명확하게 알게 되었다는 점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와 교향곡을 찾아서 들어봤는데 아름답고 우아하며 힘이 느껴졌다. 여전히 그가 남긴 작품은 끊임없이 연주되며 기억될 것이다. 베토벤을 알고 싶다면 반드시 읽어봐야 할 책이다.
악성 베토벤의 삶과 정신
'음악의 성인'이라 불리는 베토벤을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요? 그의 내면 세계와 창작의 원천을 탐구한 마르틴 게크의 책 <베토벤>이 북캠퍼스에서 출간되었습니다. 이 책은 베토벤의 삶과 음악을 깊이 있게 다루며, 그를 단순한 천재로만 보지 않고 그 뒤에 숨겨진 인간적인 면모와 예술적 성취를 조명합니다.
책을 펼치면서 헤겔, 헐덜린, 베토벤이 1770년생 동갑내기라는 소리에 깜짝 놀랐습니다. 이들이 다른 시대의 위인들인 줄 알았던 것입니다. 또한 나폴레옹이 그들보다 한 해 먼저 태어난 동년배라는 사실도 신기하게 느꼈습니다. 과연 자신의 세상에 다른 이들의 행보에 경탄과 경이를 발하지 않을 사람이 있을까요? 베토벤의 교향곡 3번 '영웅 교향곡(에로이카)'은 나폴레옹 보나파르트와의 관계에서 비롯된 것으로, 이는 베토벤의 음악적 혁신과 함께 그의 정치적, 철학적 관심사를 반영합니다.
또한 이 책은 베토벤의 교향곡을 즐겨 지휘했던 지휘자, '베토벤 패러다임'이라는 용어를 만든 철학자의 해석, 소년 베토벤에게 영향을 준 바흐 이야기, 베토벤 팬덤을 소설에 담은 <멋진 신셰계>의 작가 올더스 헉슬리, 베토벤의 곡을 열정적으로 연주한 피아니스트, 그리고 철학자 질 들뢰즈의 피아노 3중주 곡 No.5 '유령'에 대한 담론 등 다양한 시각을 담고 있습니다. 이는 단순한 전기를 넘어, 베토벤이라는 거대한 예술가의 삶과 정신을 다각도로 조명하고 있습니다.
이 책은 베토벤의 음악을 처음 접하는 독자에게도, 이미 그의 음악에 익숙한 독자에게도 새로운 시각을 제공합니다. 열두 테마 36인의 담론은 음악적 전문 용어보다는 예술적 감각과 역사적 맥락을 중시하여, 독자가 베토벤의 음악을 더욱 깊이 이해할 수 있도록 안내합니다. 특히 베토벤의 교향곡을 들으며 이 책을 읽는다면, 그의 음악이 더욱 생생하고 현대적으로 다가올 것입니다.
마르틴 게크의 <베토벤>은 베토벤의 음악을 단순히 듣는 것을 넘어, 그의 삶과 정신을 깊이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합니다. 이 책은 베토벤을 사랑하는 사람뿐만 아니라, 예술과 인간에 대한 깊이 있는 성찰을 원하는 모든 이들에게 강력히 추천할 만합니다.
#베토벤 #마르틴게크 #마성일 #북캠퍼스 #담론 #음악 #교양
쉽지 않은 책입니다. 아니, 최근에 읽은 책 중 가장 책장이 잘 넘어가지 않는 책이었습니다. 이 어려움이 텍스트 자체의 난해함 때문인지, 제 지식의 부족 때문인지, 혹은 번역 탓인지 도무지 알 수 없었어요. 확실한 건, 이 책은 음악과 역사, 철학과 사상에 대한 깊고 폭넓은 이해가 있어야 비로소 제대로 즐길 수 있는 책이라는 점입니다.
책은 불멸의 작곡가 베토벤을 “열두 개의 시선(키워드)”으로 조명하며 그의 삶과 음악을 다각도로 풀어냅니다. 그런데 이 키워드들과 내용이 대부분 예상 가능한 주제에서 벗어나 있다는 점이 참 흥미롭습니다.
베토벤은 전무후무한 음악적 업적을 남겼을 뿐 아니라, 수많은 메모와 편지를 유산으로 남겼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몇백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베토벤”이라는 우주는 상당 부분 풀리지 않은 수수께끼로 남아 있습니다. 음악학자는 물론 철학자와 작가, 역사가들까지 그의 음악과 사상을 해석하며 끝없이 탐구를 이어가고 있지만, 여전히 설명할 수 없는 부분이 많으니까요.
15년 전, 박사 논문 주제를 정할 때의 일이 떠오릅니다. 담당 교수님께 제가 가장 좋아하는 작곡가가 베토벤이라고 말씀드리자, “베토벤만은 꿈에서라도 주제로 삼지 말라”고 단호히 만류하셨어요.
이미 수많은 연구가 진행되었고, 그나마(?) 남아 있는 영역도 초심자가 감당하기엔 너무 벅차다는 이유에서였죠. 이 책을 읽으며 당시 교수님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이미 차려진 밥상조차 이렇게 복잡하고 난해하다니, 만약 그때 베토벤을 고집했다면 저는 아마 영영 논문을 끝내지 못했을지도 모르겠어요.
그렇다고 이 책이 처음부터 끝까지 어렵기만 한 것은 아닙니다. 중간중간 흥미로운 에피소드와 ‘쉬어가는 페이지’ 같은 챕터들이 적절히 배치되어 있어 절망하지(!) 않고 읽을 수 있었습니다.
특히 격동의 유럽을 살아간 베토벤과 동시대 인물들 간의 얽히고설킨 관계는 무척 흥미진진합니다. 예를 들어 도시 전설처럼 전해지는 프란츠 리스트와의 만남, 그리고 클라라 슈만 - 요하네스 브람스 - 아르투어 슈나벨로 이어지는 연주자 계보는 서양음악사가 얼마나 짧은 시간 동안 격렬하게 발전해왔는지를 실감하게 해줍니다.
제가 학생 시절에 베토벤에 관한 주요 서적은 거의 빠짐없이 읽었다고 자부했는데, 지난 20년 동안 새롭게 밝혀진 연구와 발견이 이렇게 많다는 사실에 놀랐어요. 이 책을 통해 새로운 인사이트를 다수 얻을 수 있어 유익했습니다.
물론, 진입 장벽이 높고 결코 가벼운 마음으로 읽을 수 있는 책은 아닙니다. 하지만 베토벤의 음악과 당대 유럽의 음악사, 독일 역사와 문학에 관심이 있는 분이라면 충분히 소장할 가치가 있는 책입니다. 한 번에 다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두고두고 읽으며 베토벤이라는 거대한 우주를 탐험해보실 수 있을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