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섬에는 별이뜨고 별이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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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정보
작가의 말
한동안 잊은 듯 책상 서랍에 두었던
오래된 만년필을 찾아 잉크를 넣었다
만년필 속 묵은 잉크 찌꺼기가 굳어 있어
다시 잉크를 넣어도 금방 글씨가
끊어지고 매끄럽게 쓰이지 않았다
펜촉을 씻어내고 몇 번을 꾹꾹 누르고
숨통을 열어주고서야
글씨가 제대로 쓰인다
시도 그랬다
꾹꾹 누르고 다듬고 몇 번을
어두운 눈길로 씻어냈다
시 밭에 발을 묻고 산 지 20여 년 되었지만
열매를 맺지 못한 아쉬움이
늘 가슴 한편에 자리하고 있었다
깊은 호수를 무사히 건너온 반쪽 난 달빛과
어깨를 나란히 맞대고 걷다가
텅텅 빈 시간 속에서 이제 갓 피는
달맞이꽃이 비밀의 문을 열고 나오는 듯
오랫동안 먼지를 둘러쓰고 묵혀두었던
시들을 세상 밖으로 끄집어내었다
오랫동안 묵혔다고 숙성된 고급술처럼
독하지도 않고 비싸지도 않다
오랜 친구에게 안부를 묻듯
이 시집을 보낸다
2025년 2월 이른 봄날, 곽문호
목차
- 1부
마디 19
박물관 20
엄마 냄새 21
발가락 22
얼굴 24
선착장 가로등 25
장사도 동백 26
어떤 거리를 유지하든 27
소금꽃 28
고독한 새벽 29
어떤 위로慰勞 30
숯 31
다솔사 사리탑 32
균형 잡기 34
강가에서 36
봄날 오후 37
2부
감나무 41
박태기나무꽃 42
이사 44
얼룩 45
소나기 46
장독 47
호박꽃 48
외로워서 꽃은 피고 49
감성돔 50
금붕어 52
시래기 53
찔레꽃 54
새소리 55
괭이 56
꽃잎이 흔들리는 이유는 뭘까 58
눈 내리던 날 60
매미 소리 61
3부
유등 65
백 년 후의 약속 66
봄날의 왈츠 68
치매 70
맨드라미꽃 71
눈꽃 편지 72
봄 오는 소리 73
구름 74
동그라미 75
비보호 76
가을 미용실 77
낙엽들의 시위 78
리기다소나무 79
노고단에서 80
찻사발 82
뭐가 그리 좋은지 84
다시 시작한다는 것은 85
4부
돼지감자꽃 89
수선화 90
모란 92
초롱꽃 94
담쟁이 95
개나리꽃 사랑 96
감자 97
무화과 98
부레옥잠화 100
눈썹달 101
春蘭 102
탱자꽃 103
애고! 가을이 가네 104
가을 장미 105
12월 106
겨우살이 107
■ 해설 | 박철영(시인 · 문학평론가) 109
추천사
-
곽문호 시인은 솟대를 깎는 시인이다. 슬픔이란 단어와 상처라는 말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의 시는 나무의 결을 다듬듯 부드럽고 따듯하다. 시인의 눈빛은 삶에서도 글 속에서도 삼인칭 작가의 시점이다. “물총새가 물총을 쏘는 거리만큼” 때로는 “그저 찻물 정도 담을 수 있는” 한 뼘의 거리에서 서성이며 끝없이 고민하고 있다. 문학도 삶도 “담벼락을 강하게 움켜잡는” 담쟁이처럼 혹은, “철로 위에 섰던 날의 두려움”처럼 끝없는 자신과의 싸움이었으므로 세상과의 소통에서만큼은 가장 올바른 시각으로 바라보려는 시인만의 의지는 아니었을까. 곽문호 시인은 이번 첫 시집을 자칭 자신의 박물관이라 지칭했다. “허물어지는 줄도 모르고 물질을 하는 발가락들의 상처와” 계절마다 피었다 지는 꽃들의 슬픔도 잘 보듬고 말려 “아빠 백 년 후에도 우리 만나?”라고 묻는 다정한 딸의 목소리와 함께 자신을 박물관에 걸어두기로 한다. 시인의 아름다운 삶이 걸린 박물관에 따듯한 사람들의 온기가 가득하기를 바란다.
기본정보
ISBN | 9791162435540 | ||
---|---|---|---|
발행(출시)일자 | 2025년 02월 28일 | ||
쪽수 | 128쪽 | ||
크기 |
132 * 212
* 11
mm
/ 309 g
|
||
총권수 | 1권 | ||
시리즈명 |
시산맥 기획시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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