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야왕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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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묻힌 사람들의 원성도 덮여 있었다.
아라는 병든 왕을 보필하며 하루하루를 보낸다. 왕이 결국 서거하자 아라는 순장조로 발탁되어 끌려가고 만다. 아라와 마찬가지로 순장될 미래를 앞둔 사람들은 원통함으로 울부짖는다. 그들의 고통에 공감하는 이는 아무도 없고, 그들의 울음은 대나무숲에 묻히고 만다.
2023년 9월 17일 가야 고분군이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었다. 이를 계기로 가야의 역사가 더 활발히 연구되고 조명되어 그 위대성이 널리 기억되길 바라는 책이다.
작가정보
목차
- 피리 부는 소년
궁녀 아라
전쟁 시대
백제
고구려
신라
골포
우륵
토기장
순장
눌지 마립간
한성백제
말갈족
결혼동맹
기문 땅
외눈박이 대장장이
목가
야로마을
반란
이사부
502년
이문
피리 소리
장례
새 왕
법흥왕
이차돈
가야 왕비
한강 유역
아리사등
별자리
월광태자
안라회의
구형왕
사비회의
젊은 왕
배신
관산성 전투
김무력
가야 멸망
에필로그
책 속으로
왕은 오랫동안 병석에 누워서 일어나지 못했다. 병세가 점점 심해져서 혼절하여 며칠째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때도 있었다. 병이 깊어져 가고 왕이 다시 일어날 기미가 보이지 않자, 장례 절차가 준비되고 있었다. 하늘의 별자리와 땅의 묏자리도 보고 하늘에 올라가기 전 조상님께 신고하는 제를 올리는 등 여러 절차를 치렀는데, 문제는 죽는 왕과 함께 따라서 죽어야 하는 순장조를 꾸리는 일이었다. 왕은 죽어서도 살아서와 마찬가지로 풍요와 영광을 누리며 편하게 지내야 하므로 그를 수발할 사람도 같이 데려가야 했다.
-14p
“깊이 생각지 마시오, 형님. 내 오면서 보니 들판에 곡식이 누렇게 익었던데 남정네는 보이지 않고 여자들만 일을 하고 있더이다.”
쇠돌이는 우울해져 있는 형님의 기분을 전환해 줄 요량으로 말머리를 돌렸다.
“나라에서 동원을 해가서 남정네의 씨가 말라서 그런 것 아니겠나, 젊은 놈은 군사로 징발해가 버리고 남아 있는 것은 중늙은이뿐이니… 거기서 힘 좀 쓴다는 축은 따로 모아서 광산으로 보내든가 성 쌓는 일에 동원하던가, 보급대를 해야지 광산에도 나이 많은 자들이 많지 않든가?”
“그래요 광산에도 온통 늙은이뿐이더라고요. 형님이나 나나 이 일이 아니면 광산으로 끌려갔겠지요.”
-125p
아라는 왕이 내쉬는 숨을 피하여 고개를 돌려 창밖을 바라봤다. 창밖으로 언덕의 능선이 이어졌다. 죽은 왕들이 묻힌 봉분의 능선이다. 능선의 맨 위쪽에 시조 왕의 봉분이 산 정상처럼 솟아있고 아래로 차례대로 자손들의 봉분이 봉글봉글 질서 있게 줄을 지어있다. 맨 아래에는 죽은 왕의 뒤를 이어 죽을 왕의 무덤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다. 커다랗게 입을 쩍 벌리고 있는 구덩이가 괴이스럽기조차 했다. 빨리 무덤의 주인이 찾아들기를 기다리는 모습이다.
-158p
“만약에 내가 오늘이라도 죽게 되면 백성 중에 누군가가 죽게 되고 또 신하들 중에도 누군가가 따라 죽어야 하오. 대행왕께서 돌아가셨을 때 보니 측근에서 모시던 신하 중에 누구도 돌아가신 분을 따라서 순장되기를 원하는 사람을 보지 못했소. 비빈을 비롯한 가족까지도 멀쩡하게 지내지 않소? 신하들은 대를 이어서 여전히 나를 왕으로 섬기면서 국사를 논하고 있지 않소, 백성들이 그들보다 충성심이 더 하여 순장되기를 원하겠소?”
-230p
출판사 서평
세계문화유산 지정으로 조명되는 가야의 문화
2000년이 흘러도 누구도 보듬지 않는 백성의 비애
우리나라 최고의 역사서인 삼국사기에는 고구려, 신라, 백제 3국의 역사만 전한다. 가야에 대해서는 1500년 전까지 존재하다 사라진 나라라고만 기록하고 있다. 저자 역시 가야에 관해 잉카나 마야문명처럼 미스터리한 제국과 같다고 생각해 왔다. 그런데 아라가야 봉분이 보이는 경남 함안군 가야읍에 있을 때 마침 가야 고분군이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면서 저자의 관심사에 가야 문명이 들어왔다.
저자의 마음을 먹먹하게 울린 것은 가야의 장례 풍습인 순장 제도였다. 왕이 죽으면 저승에서 왕을 보필할 사람들을 함께 묻는 것이었다. 오늘날의 잣대로 잔인하고 야만적이라고 평가하는 순장 제도를 당대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했을까? 2000년이라는 세월이 흘러도 삶에 대한 원초적 생각은 변하지 않는다. 자연스럽게 생이 다하는 날까지 살고자 하는 의지는 인류 역사를 통틀어 전 세계에서 공통으로 가지고 있다. 순장 제도는 이러한 본능을 인위적으로 제어하는 반인륜적인 풍습이었다.
저자는 세력 다툼을 벌이는 삼국, 쇠약한 국력을 신라에 의지해 일으켜 보려는 가야, 전쟁과 가난으로 고통받는 가야 국민을 교차해 보여준다. 한강 유역을 두고 벌어지는 삼국의 전쟁 속에서 가야는 신라와 혼인으로 동맹을 맺어보려 하지만, 결국 신라에 복속되고 만다. 영토 전쟁을 벌이는 각국의 상황과 나라에서 하라는 대로 할 수밖에 없는 가야 백성들이 현저히 대비되며 고래 싸움 속 새우와 같은 당대 상황을 짐작할 수 있게 한다.
앞으로 더 많은 연구가 진행될 가능성이 높아진 가야 역사에서 저자는 순장 제도에 주목하며 백성들이 겪은 불합리함과 고통을 담아냈다. 소설 『가야왕국』은 무덤에 잠든 가야의 역사를 깨우는 출발점이라 할 수 있다.
기본정보
ISBN | 9791156229162 |
---|---|
발행(출시)일자 | 2025년 02월 20일 |
쪽수 | 316쪽 |
크기 |
153 * 226
* 22
mm
/ 745 g
|
총권수 | 1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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