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녀: 하녀 따위에 흥미를 가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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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화사의 대표작 한 편을 아카이브와 역사의 관점하에 비평적 해석으로 집중 탐문하는 KOFA 영화비평총서의 세 번째 권. “쥐가 올라요.” 동식의 부인은 왜 자꾸 발에 쥐가 오른다고 했을까?
“존 포드가 한국에 왔을 때 … 김기영 감독은 부상한 팔을 붕대로 목에 걸고, 아무렇게나 자란 두발, 와이셔츠 바람에 고무신을 끌고 나타났다.”
이 책은 영화감독 김기영이 만든 〈하녀〉를 역사화하고 평론한다. 지금까지 예외적 존재로 다소간 신화화된 김기영과 〈하녀〉를 구체적인 역사 속에서 형성된 것으로 다룬다. 평론은, 영화의 주체와 그 주제가 작동하는 방식을 포착하는 것이다. 그래서 1부는 사료를 충실하게 정리한 역사서에 가깝고, 2부는 소박한 해설에 가깝다. 저자의 지적대로 김기영과 〈하녀〉는 논의가 상당히 집적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기초적인 측면이 의외로 부실하다. 그래서 엄밀한 사료에 기반해 김기영과 〈하녀〉가 형성된 역사를 추적하는 이 책은 의외로 흥미진진하다. 〈하녀〉를 염두에 두지 않고 김기영(의 삶)을 추적할 수 있는가? 김기영을 빼놓고 〈하녀〉를 곱씹을 수 있는가?
〈하녀〉에 작동하는 반도덕적 탐미주의
김기영 감독의 영화〈하녀〉는 다양한 이론의 각축장이 되어 왔지만 그로 인해 이론에 적합한 작품의 요소들이 재단되어 읽혀 왔다. 이론을 경유하지 않는 보기란 불가능할지 모르지만, 아주 기초적인 사항들: 가령 〈하녀〉에서 동식과 하녀가 섹스하기 전 클 로즈업숏이 손으로 셀 수 있으며 그것이 손, 계단, 쥐약이라는 등… 의 측면이 이론에 가려져 보이지 않았던 게 아닌가? 이러한 맥락에서 이 책은 이른바 ‘최소이론화’라 할 만한 입장에서 〈하녀〉를 보고/듣고자 노력했다. 그리고 영화에 깔려 있지만 명확하게 보이지 않는 부분은 프레임 외부의 자료, 이를테면 〈하녀〉의 다양한 시나리오 판본을 참조했다. 가령 〈하녀〉에서 동식이 피아노 교사인 동시에 작곡가라는 걸 아는가?
그럼에도 〈하녀〉를 둘러싼 해소되지 않는 역사적/영화적 비밀은 남는다. 김기영은 여전히 예외적인 사람처럼 보이고, 〈하녀〉는 여전히 해명되지 않는 영화처럼 보인다. 한국영화사에 유례없는 김기영과 〈하녀〉의 생명력은 무엇보다 이처럼 결코 포획되지 않는 신비에서 기인할 것이다.
작가정보
영화사 연구자. 1994년 대구에서 태어났다. 경북대학교 국어국문학과에서 〈김기영 초기 영화미학 연구〉로 석사학위를 받았고, 한국영상 자료원에서 ‘김기영 문헌자료 컬렉션’을 조사 연구했다. 영상비평지 《마테리알》 7호와 8호, 그리고 〈대체현실유령〉 기획과 편집에 참여했으며, 대구독립영화전용관 오오극장에서 〈매거진 삼삼오오〉를 기획하고 있다. 영화를 중심으로 글을 쓰며 비평가로도 활동하고 있다.
목차
- 발간사
서문 _ 김기영과 나
1장 - 김기영과 그의 시대
2장 -〈하녀〉 이전의 김기영
1957년의 하녀들
김기영과 안개
유년 시절 그리고 원초적 장면primal scene
연극시대
미 공보부 그리고 재건되는 신체
〈양산도〉 그리고 리얼리즘 경향기?
3장 - 어느 부전자의 초상
눈
코
입
어느 부전자의 초상
4장 - 문이 여러 개인 집
가장 무서운 공익광고
누구의 상상인가?
경희와 사물
김기영, 〈욕망은 여성을 파괴한다〉
“쥐가 올라요” 그리고 문을 여닫는 것
양옥집과 피아노
주
크레디트
책 속으로
그런데 1957년의 신문과 잡지를 한참 뒤져 보아도 김천에서 〈하녀〉 이야기와 유사한 사건은 보이지 않는다. 미군의 무단 발포로 소년이 숨진 사건이 김천에서 소소하게 화제가 되었지만, 이 사건과 〈하녀〉 사이에 접점은 희박하다. 김천이라는 장소를 제외하면 〈하녀〉의 원안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가 없으므로 결국 ‘김천 살인사건’이라는 사건은 오리무중에 이른다. - 23쪽
이 시기 김기영은 타인을 돕는-휴머니즘적 주제-것을 “안이한 현실성”으로, 타인을 이용하여 출세하는 것을 “기복다단한 인생의 측면”으로 파악하고 있었다. 〈하녀〉가 개봉하기 반년 전의 이야기다. 이즈음 김기영은 신문을 열심히 보면서 친구들에게 휴머니즘이란 얼마나 안이한 것인가, 따지며 이렇게 말했을지도 모른다. “이것 봐, 주인이 하녀를 데리고 살다가 사건이 생겼어.” - 64쪽
극단적으로 요약하면, 〈하녀〉 연작은 남편이 하녀에 대한 성적 방종으로 경제 주권을 갖고 있는 아내를 괴롭히는 이야기다. 박탈당한 가부장의 권리를 애꿎은 방법으로 보상하는 것이다. 김기영의 아내 김유봉은 김기영의 영화를 5분만 봐도 “버린 돈 생각”을 하며 울었다고 한다. 김기영의 영화제작‐경제적 방종은 김유봉을 울린다. 그러므로 도식: 남편‐○○‐아내. ○○을 통해 남편은 아내를 괴롭힌다. 하녀, 영화, 그리고 이빨. - 77쪽
그런데 내화가 오직 부인만의 상상이라고 할 수 있을까? 아주 드물지만 〈하녀〉에는 두 사람: 동식과 하녀의 (관객과 영화 인물 간의 가장 명시적인 동일시 장치인) 시점숏도 포함되어 있다. 부인이 신문을 접었을 때 동식과 대화를 나누고 있었고 (마치 이야기를 엿듣고 있던 듯, 내화가 끝나자마자 출현하는) 하녀는 그 대화를 엿듣고 있었을 테다. - 96쪽
“동식의 처는 ‘테레비’를 사기 위해 무리하게 일하는 끝에 몸이 쇠약해졌다. 이에 동식은 시골에서 과수원을 경영하고 있는 장모 댁에….” 그러나 김기영은 그러지 않았다. 그 이유는 부인의 ‘발에 쥐가 오르게 된다’는 사실이 그만큼의 중요성을 갖고 있으며, 특히 글자로 “뛰어나온 쥐”와 “쥐가 오르게 된다”에 쓰인 기표로서 ‘쥐’의 동일성을 재확인하고자 하는 (무)의식이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 122쪽
기본정보
ISBN | 9791192647586 | ||
---|---|---|---|
발행(출시)일자 | 2024년 12월 31일 | ||
쪽수 | 152쪽 | ||
크기 |
135 * 201
* 16
mm
/ 361 g
|
||
총권수 | 1권 | ||
시리즈명 |
KOFA 영화비평총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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