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동물의 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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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내역/미디어추천
‘유해동물’의 몸을 가로지르는
욕망과 문화, 신화와 과학의 자연사
물론 동물들은 변한 적 없다. 변덕스러운 것은 언제나 동물들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이다. 거기에는 인간의 욕망과 필요, 이데올로기와 과학이 뒤섞여 있다. 무엇보다도 우리는 자연을 통제하기를 원한다. 인간이 정해 놓은 자리를 벗어나는 동물들에게는 가차 없이 ‘악당’이라는 꼬리표가 달린다.
저자는 동물을 쉽게 아끼고 쉽게 미워하는 인간의 이러한 양가적인 관점을 유쾌하고도 생생하게 드러낸다. 동물들 곁에서 부대끼며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들과 현장 전문가, 학자들의 이야기를 고루 청취하며 인간과 동물의 상호작용에 대한 폭넓은 이해의 틀을 제공한다. 순진한 온정주의나 냉담한 인간중심주의 중 어느 쪽으로도 함부로 기울지 않는 서술을 통해, 독자들은 우리 주변의 동물들과 ‘함께 잘’ 살아가는 방법을 고민하게 될 것이다.
작가정보
(Bethany Brookshire)
과학 저널리스트. 웨이크포리스트대학교 의과대학에서 생리학 및 약리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미국신경과학회에서 젊은 학자에게 수여하는 차세대상을 수상하였으며, 2011년에는 당해 온라인 플랫폼에 게재된 기사 중 가장 뛰어난 서너 편에 주어진 스리쿼크스데일리상 과학 글쓰기 부문 1등상을 수상한 바 있다. 2019년에서 2020년까지는 과학 기자들이 선망하는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의 나이트사이언스저널리즘 펠로로 활동하였다.
브룩셔는 청소년을 위한 과학 잡지 작가로 일하는 등 최신 과학 지식의 대중화에 애써 왔다. 인간과 동물의 갈등, 생태학, 환경과학 및 신경과학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부문에 관심을 두고 글쓰기를 이어 오고 있다. 《사이언티픽아메리칸Scientific American》, 《디애틀랜틱The Atlantic》, 《워싱턴포스트Washington Post》 등 유수의 매체에 글을 실었으며, 팟캐스트 .사람들을 위한 과학Science for the People.의 진행자 겸 프로듀서이기도 하다.
『나쁜 동물의 탄생: 동물 통제와 낙인의 정치학Pests: How Humans Create Animal Villains』은 과학 저널리스트로서 저자의 그간 이력이 집약된 첫 저서다. 과학뿐만 아니라 사회, 문화, 역사를 폭넓게 가로지르는 이 책에는 인간이 자연과 관계 맺는 방식에 관한 저자의 관심과 동물에 대한 애정이 깊게 배어 있다.
저자는 쥐, 비둘기, 뱀에서부터 고양이, 사슴, 곰에 이르기까지 숱한 동물들을 찾아가서 만나고, 여러 분야에서 활동하는 전문가들의 견해를 듣고, 동물들 곁에서 부대끼며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들의 목소리에도 세심히 귀 기울인다. 저자는 차분하고도 유쾌한 필치로 동물을 쉽게 아끼고 쉽게 미워하는 인간의 양가적인 관점을 생생하게 드러내고, 나아가 인간-동물의 상호작용에 대한 이해의 틀을 제공한다.
카이스트 화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에서 환경 정책을 공부했다. 인터넷 서점 알라딘 편집팀장을 지냈고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제55회 한국출판문화상 번역 부문을 수상했다. 옮긴 책으로 『들풀의 구원』, 『행동』,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 『명랑한 은둔자』, 『남자들은 자꾸 나를 가르치려 든다』, 『재밌다고들 하지만 나는 두 번 다시 하지 않을 일』 등이 있다.
목차
- 1부: 공포와 혐오
1장 역병 같은 쥐
2장 미끄러지는 뱀
2부: 집이라고 부를 장소
3장 생쥐의 둥지
4장 비둘기의 똥
3부: 보는 사람의 시각에 따라
5장 코끼리의 기억력
6장 골치 아픈 고양이
4부: 유해동물의 힘
7장 코요테 무리
8장 파닥거리는 참새
5부: 과거와 미래의 유해동물
9장 사슴 무리
10장 게으른 곰
11장 어떤 이름으로 불러도 유해동물
더 읽을거리
옮긴이의 말
추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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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째서 특정한 동물들이 악마화되는지, 그 이유에 대한 눈이 휘둥그레지는 설명이다. 동물 애호가들은 이 영리한 탐구를 좋아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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널리 혐오받는 유해동물들에 대한 매혹적인 이야기를 들려준다. 아마도 우리의 생각을 바꿀 수 있을 탁월한 자연사 서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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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룩셔는 동료 생물들과의 상호작용이 위험할 수도 있지만 그들과의 변화하는 관계를 명확하게 파악하지 못하면 더욱 위험해질 것임을 전문성과 재치를 겸비해 보여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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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서니 브룩셔의 이 책은 우리가 싫어하게 된 동물들과의 관계를 살펴본다. 쥐, 비둘기, 토끼 등 일반적인 용의자들만 다루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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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은 억울하다. 그저 먹고 번식하고 즐거운 생활을 추구했을 뿐인데, 인간의 삶과 얽히면서 악당이 되고 말았다. 국내에도 이런 사례가 있다. 30년 전만 해도 ‘한라산의 영물’이라고 환영받던 노루는 20년도 안 되어 농작물을 파헤치는 ‘유해동물’로 지정됐다.
이 책은 쥐와 비둘기에서부터 고양이나 사슴, 곰과 코끼리에 이르기까지, 온갖 동물들을 바라보는 인간의 모순적인 관점을 탐구한다. 경제적 욕망, 문화적 전통과 변덕, 식민주의 같은 각종 이데올로기가 동물의 몸을 관통한다.
저자는 유쾌하면서도 냉정하게 썼다. 귀여운 길고양이가 생물 다양성에 악영향을 미치는 ‘생태 테러리스트’가 되거나 서구인들이 찬탄해 마지않는 코끼리가 현지에서 천덕꾸러기 신세가 된 까닭 등 언뜻 보면 불편한 사실을 가감 없이 적었다. 탄탄한 취재와 입체적인 서술, 이분법을 넘어선 응시가 돋보이는 이 책은 단연코 ‘올해의 논픽션’이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며 인간과 비인간 이웃들의 연결성을 체감하고 있는 오늘날, 세상을 보는 든든한 도구 상자를 얻은 기분이다. -
우리가 유해동물이라고 여기는 동물들과의 까다롭고 도덕적으로 복잡한 관계를 깊이 있게, 그러면서도 재미있게 살펴본 책. 뛰어난 스토리텔링에 생태학, 자연사, 야생동물 관리, 문화인류학, 윤리학을 결합한 이 책은 우리가 곧잘 오해하는 인간-동물 상호작용의 한 측면을 제대로 바라볼 관점을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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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룩셔는 이 재치 있고, 탐색적이고, 놀라우리만치 재미난 데뷔작에서 역사와 과학과 원주민의 토착 지식을 하나로 엮어 냄으로써 우리 인간이 동물과의 갈등을 빚어 내는 데 있어서 공범이라는 사실을 보여 준다. 그리고 우리도 동물도 굳이 악당이 될 필요가 없는 새로운 공존의 모형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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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이 있는 취재와 생생한 서술로 우리가 가장 미워하는 동물 이웃들을 탐구한 이 책은 자연을 보는 관점을, 또한 자연과의 관계를 완전히 바꿔 놓는다. 코끼리와 비단뱀에 곰까지, 와! 최고의 자연사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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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룩셔는 우리가 유해동물의 탓으로 돌리는 많은 문제가 실은 그 동물 자체가 아니라 인간의 자기중심적 세계관에서 생겨난다는 것을 설득력 있게 보여 준다. 사람들이 제 서식지를 공유하는 동물들과 공존하는 방식, 혹은 충돌하는 방식에 우리의 문화, 전통, 행동이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흥미롭게 살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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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인구가 늘어나고 기후가 변해도, 이 동물들은 사라지지 않는다. 우리가 뱀에서 코끼리까지 온갖 동물과 대대적 갈등을 겪게 된 현실의 생태적 맥락을 흥미진진하고 개인적인 이야기로 풀어내는 능력이 대단하다.
책 속으로
그들이 죽으면, 우리는 탄식한다. 우리는 퓨마와 독수리와 판다가 사라지는 것을 슬퍼한다. 보전 계획을 세우고, 작은 성공만 거둬도 축하한다. 심지어 그들의 성생활을 추적한다. (...)
하지만 동물이 너무 잘 적응하면, 우리는 그다지 기뻐하지 않는 듯하다. (...)
이론적으로 우리는 그 동물들이 살기를 바란다. 다만 그들이 여기 살기를 바라지 않는다.
셰익스피어를 멋대로 변주해서 말하자면, 어떤 동물은 유해동물로 태어나고, 어떤 동물은 스스로 유해동물이 되며, 어떤 동물은 ‘유해동물’의 지위를 떠안는다. 하지만 이것은 우리가 동물에게 붙이는 이름표일 뿐이다.
본문 38~39쪽(서문: 유해생물이란 ____이다?)
우리는 그들을 하나 이상의 관점으로 볼 줄 안다. 쥐를 죽이려고 쥐약을 놓으면서도 쥐가 실험동물로 쓰이는 데에는 항의한다. 가을에 사슴을 쏴서 사냥하면서도 봄에는 그들의 사랑스러운 새끼를 우리 아이들에게 보여 준다. 척추가 있는 유해동물은 우리 내면의 위선을 까발린다. 자연계가 그것과 분리되어 사는 사람에게 동경심과 당혹감을 둘 다 안긴다는 점을 보여 준다. 어쩌면 이것은 좋은 일이다. 우리에게는 이따금 우리를 겸손하게 만드는 동물이 필요한지도 모른다.
본문 42쪽(서문: 유해생물이란 ____이다?)
코리건은 쥐 문제의 핵심은 쓰레기 관리라고 말한다. (...) 코리건은 단단하고 뚜껑이 달린 쓰레기통을 쓰면 상황이 달라질 것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아마 주민들은 쓰레기차가 수거해 갈 때 소음이 나는 걸 싫어할 것이다. 코리건은 시 당국이 규정을 바꿔서 쓰레기를 전날 밤이 아니라 아침에 내놓게 할 수도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원래 일어나는 시간보다 일찍 일어나고 싶어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본문 71쪽(1장: 역병 같은 쥐)
과학자들은 2000년에서 2019년 사이에 인도에서 매년 평균 5만 8,000명이 뱀에 물려 죽었다고 추산한다. 대조적으로 미국은 1989년에서 2018년 사이에 뱀에 물린 사망자가 총 101명이었다. (...)
만약 인도가 미국 같다면 어떨까? 뱀에 물리고 죽는 사람이 그렇게 많다면, 온 인구가 괭이와 마체테를 들고 숲으로 나서지 않을까? 시누에 따르면, 인도 남서부 끝이자 그가 살고 일하는 곳인 케랄라주에서는 사람들이 그러지 않는다.
본문 97쪽(2장: 미끄러지는 뱀)
인류의 기억력은 짧다. 비둘기가 최근에 우리를 위해 무슨 일을 해 주었는가? 비둘기에게는 한때 나름의 용도가 있었으나, 지금은 그것을 다 잃어버렸다. 비둘기는 홰에서 내려와서 빈둥거리기 시작했고, 제롤맥이 보행 동물이라고 부르는 존재가 되었다.
(...) 우리는 비둘기를 떠나 보냈고, 쓸모없는 존재로 선언했으며, 날개 달린 쥐일 뿐이라고 결정했다.
본문 170쪽(4장: 비둘기의 똥)
우리의 신념은 우리 동네와 나라를 벗어나서 훨씬 더 멀리 사는 동물의 삶에도, 또한 그 동물과 함께 사는 사람들의 삶에도 영향을 미친다. 코끼리의 경우, 케냐인이 코끼리에게 입은 피해를 다루는 방식은 세계 반대편 사람들의 신념에 의해-돈, 관광, 정치를 매개로-결정된다.
본문 207쪽(5장: 코끼리의 기억력)
코끼리와 함께 사는 사람들은 코끼리를 미워하지 않는다. 그들은 이 동물이 생태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는다는 것을 안다. 그 아름다움도 안다. 코끼리는 그들의 문화, 설화, 전통의 일부다. 하지만 코끼리에 대한 그들의 시각은 서구인의 시각처럼 평화로운 지혜나 장난스러운 행동으로만 구성된 꿈 같은 이야기가 아니다. 죽음과 파괴가 당신을 정면으로 응시할 때는 꿈에 젖어 있기 힘든 법이다.
본문 210쪽(5장: 코끼리의 기억력)
코끼리와 함께 사는 사람들이 적대감을 느끼는 이유는 쉽게 알 수 있다. 케냐에서는 코끼리의 목숨이 코끼리와 함께 사는 케냐인의 목숨보다 훨씬 더 가치 있다는 결론을 내리지 않기가 어렵다. 냉정한 돈의 잣대로 따지자면 특히 그렇다. 코끼리의 목숨 값은 2,000만 케냐실링이고, 사람의 목숨 값은 500만 케냐실링이니까.
코끼리 살해 벌금이 그렇게 높은 것은 코끼리가 생물다양성 면에서도 케냐인에게도 그만큼 귀하기 때문이지만, 코끼리를 더없이 사랑스럽고 평화로운 존재로 여기며 그것을 보러 가고 싶어 하는 선진국 사람들에게 귀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들에게 코끼리는 결코 유해동물이 아니다. 코끼리는 그들의 뒷마당에서 살지 않고, 코끼리가 일으키는 피해는 관광객이 치를 비용이 아니다.
본문 232쪽(5장: 코끼리의 기억력)
우리는 우리 삶에 들어온 고양이에게 책임이 있다. 그것이 야생의 길고양이라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고양이의 삶과 그들이 일으키는 죽음 양쪽 모두에 책임이 있다. 우리가 고양이를 반려동물로 보든, 긴요한 설치류 방제책으로 보든, 생물다양성에의 심각한 위협으로 보든, 고양이가 그곳에 있는 것은 우리가 고양이를 그곳에 두었기 때문이다. 이제 고양이가 더 많은 종을 멸종시킬지도 모르는 위기 앞에서 우리는 선택에 직면했다. 무엇이 살고 무엇이 죽을 것인가? 무엇이 존중받고 무엇이 비방받을 것인가?
본문 277쪽(6장: 골치 아픈 고양이)
니스너와 나는 그리피스공원에 나란히 앉아서 늦은 오후 햇살을 쬐며 이런 생각을 했다. 만약 우리가 환경에는-도시와 교외도 마찬가지다-늘 위험이 깃들어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산다면 어떨까? 만약 우리가 통제력의 부족을 받아들이고, 그에 대해 선제공격이 아닌 사전 준비로 대처한다면 어떨까? 만약 우리가 두려운 나머지 환경을 단단히 틀어쥔 주먹을 아주 약간만 느슨하게 푼다면 어떨까? 위험은 있지만, 그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과 동물들 모두에게 돌아갈 보상도 있다.
본문 316쪽(7장: 코요테 무리)
문제는 풍경을 우리의 ‘욕구’에 맞추려고 할 때는 우리 사이에서도 의견이 갈릴 여지가 많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한쪽은 블루힐스자연보호구역이 자연 생태계라는 점을 지적하면서 우리가 그 생태계를 그동안 진화해 온 모습으로 지키려면 사슴 사냥을 해야 한다고 말할 수 있다. 한편 반대쪽은 옳다, 이것은 자연 생태계다, 그러니까 인간이 관리하려고 들지 말아야 한다고 말할 수 있다. “무언가가 자연적이라는 데 모두 동의하더라도, 그러니까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고 해야 하는가 하는 문제에서 어느 쪽으로든 결론이 도출되진 않거든요.” 쇼트 자노티의 말이다.
본문 381쪽(9장: 사슴 무리)
“대부분의 서구인은 기독교가 그들의 과학에, 또는 야생동물을 보는 시각에, 또는 세상을 보는 시각에 영향을 미쳤다고는 결코 말하지 않죠.” 패터슨의 말이다. “과학자들은 종교가 그런 것들로부터 철저히 분리되어 있다고 말할 겁니다. 하지만 난 그게 사실이 아니라고 봅니다. 그들의 종교는 그 모든 것 속에 스며 있습니다.”
자신이 헤엄치는 물, 자신이 호흡하는 공기를 의식하기란 어려운 법이다. 우리가 접하고 자란 문화도 마찬가지다. 만약 우리가 인간이 모든 것을 책임지는 존재라고 가정한다면, 그로부터 자연히 온갖 결론이 도출된다. 정말로 우리가 모든 것을 책임진다면, 우리에게는 모든 것을 파괴할 힘이 있음은 물론이려니와 우리가 바꿔 놓았던 것을 우리가 원하는 방식으로 바로잡을 책임과 권리도 있다
본문 418쪽(11장: 어떤 이름으로 불러도 유해동물)
이쯤 되면, 인간이야말로-특히 자연의 정복이라는 서구적 개념으로 타자를 식민화하는 문화들이야말로-진정한 유해동물이라고 결론짓는 것이 당연해 보인다. 도시에 모여들고, 남의 서식지를 침범하고, 쓰레기를 공급하는 것은 우리다. 게걸스러운 고양이와 쥐와 기타 등등을 반격할 줄 모르는 새들이 가득한 취약한 섬에 데려간 것은 우리다. (...)
하지만 이런 답변은 너무 쉬워 보인다. 이런 선언 앞에서는 우리가 그냥 졌다며 두 손을 들게 된다. 우리가 뭘 할 수 있겠어? 우리는 지구의 재앙인걸!
다행히 인간은 끈덕지고, 지략이 풍부하고, 변할 수 있는 존재다. 우리는 스스로 시작한 전쟁에 갇혀 있지 않아도 된다. 우리는 서로 배울 수 있다. 다른 문화, 다른 사람, 다른 삶의 방식에서 배울 수 있다
본문 426~427쪽(11장: 어떤 이름으로 불러도 유해동물)
‘공존’이라는 말을 들으면, 파란 하늘 아래 공원에서 사람들이 소풍을 즐기고 그 옆에서 라쿤과 사슴이 평화롭게 뛰노는 장면이 그려진다. 사자와 어린 양이 함께 눕는 것도 좋겠다. 아무튼 이 그림에서 눈여겨봐야 할 점은, 사람들은 그들이 좋을 대로 행동하고 있고 동물들은 정확히 우리가 그들에게 바라는 대로 행동하고 있다는 점이다.
만약 그것이 우리가 생각하는 공존이라면, 우리는 결코 그 목표에 도달하지 못할 것이다.
본문 431쪽(11장: 어떤 이름으로 불러도 유해동물)
출판사 서평
잘 살라고 할 땐 언제고, 이제는 죽이겠다고?
우리가 인간에게 ‘해’ 준 게 뭔데?
지난 2024년은 지리산 반달가슴곰 복원 사업이 시작된 지 20년째 되는 해였다. 당시 방사되었던 세 쌍의 반달가슴곰은 어느덧 세대를 거듭하여 80여 마리에 이르렀다. 지리산 반달가슴곰 프로젝트는 성공적인 생물 복원 사례로 평가받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최상위 포식자인 곰이 사람에게 해를 끼치면 어쩌나 하는 우려를 표하기도 한다. 탐방로에서 곰이 관찰된 경우가 10년간 140차례에 달한다고 하니 기우는 아닌 셈이다.
전문가들은 반달가슴곰이 사람을 피하는 동물이라 인간과 ‘공존’할 수 있다고 말한다. 실제로도 아직 인명 피해가 없다고 하니 다행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이미 양봉 농가 등에서는 경제적인 피해 사례가 왕왕 보고되고 있다. 곰의 개체 수가 늘어나고 우리가 이를 효과적으로 통제할 수 없게 되는 순간, 단군신화의 주인공이자 지리산 생태계의 깃대종인 곰은 다시금 ‘해로운 동물’로 전락할 수도 있다.
베서니 브룩셔의 『나쁜 동물의 탄생』에는 이런 사례가 가득하다. 어제 사랑받던 동물이 오늘 미움받는가 하면, 오늘 경멸당하던 동물이 내일은 찬탄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아메리카 대륙의 초기 정착민들에게 늑대는 소, 양, 사슴 등의 고기를 두고 경쟁하는 라이벌이었다. 정부는 두둑한 포상금을 내걸었고, 사람들은 늑대를 마구 사냥했다. 그러다 늑대가 드물어지자 피식동물들의 개체 수가 폭증했다. 그제서야 사람들은 생태계의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 늑대를 재도입했다. 심지어 현대인들에게 “늑대는 순수하고, 감탄스럽고, 고귀한 존재가 되었다.”
동물은 늘 그대로였는데...
못된 동물을 만들어 내는 어리석은 사람들
사람들은 우악스럽다. 동물을 맘대로 다루고, 멋대로 부린다. 욕망과 필요에 따라 동물들을 이리저리 옮기고, 생태계에 재앙을 불러일으키고, 그제서야 없애려고 든다. 그러나 동물들은 인간의 손아귀에서 손쉽게 벗어난다. 한눈에 봐도 위협적인 맹수뿐만 아니라, 얼핏 무해하고 귀여워 보이는 동물들도 마찬가지다. 쥐, 뱀, 고양이, 코끼리부터 사슴, 토끼, 참새, 청설모에 이르기까지, 우리의 머리 꼭대기로 기어올라 가부좌를 틀고 앉은 숱한 동물들이 이 책의 주인공이다.
1930년대 호주에서는 농업을 보호하기 위해 해충을 먹는 사탕수수두꺼비를 들여왔다. 그러나 오히려 독이 든 두꺼비를 잡아먹은 토착 동물들이 줄줄이 쓰러지기 시작했다. 과학자들이 ‘정치적 압박’에 굴복해 생태계에 섣불리 개입한 결과였다. 참새의 씨를 말리려고 했으나 수천만 명이 아사하는 참사로 귀결된 중국의 제사해운동(除四害運動)도 비슷한 케이스다. 당은 자연에 대한 통제력을 보여 줌으로써 권위를 입증하려 했고, 과학자들은 당의 뜻을 거스를 용기가 없었다. 이는 “중국이 스스로 무엇이 되고 싶어 하고, 무엇을 성취하고 싶어 하는가의 문제였다.”
이 밖에도 인간은 경제적 효용과 문화적 학습, 심지어 단순한 선호와 같은 자의적 기준에 따라 끊임없이 ‘나쁜 동물’을 발명해 낸다. ‘평화의 상징’이자 우편부이고 효율 좋은 식량이기도 했던 비둘기는 쓸모가 사라지자 ‘날개 달린 쥐’로 전락했다. 코끼리는 서구인들에게는 신성한 동물이지만, 케냐 현지인들에게는 사람보다 특별 대우를 받는 ‘정부의 동물’이 되었다. 고양이는 타고난 귀여움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지만 작은 피식동물들에게는 ‘공포의 도살자’다.
동물은 이처럼 어떤 맥락에 놓이느냐에 따라 인간에게 수용되거나 배제된다. 일단 어떤 동물이 ‘유해동물’로 간주되면, 우리는 마치 ‘살해 면허’가 발급된 것처럼 동물들에 대한 도덕적 고려를 거리낌 없이 중단한다. 동물을 괴롭히는 것만큼이나 일방적인 애호도 이러한 사태의 원인이라는 사실을 저자는 애써 감추지 않는다. 그러면서도 특정한 입장이나 동물들을 함부로 편들거나 비난하기보다는, 인간이 감수해야 할 책임과 해야 할 일을 주지시킨다. “우리는 고양이의 삶과 그들이 일으키는 죽음 양쪽 모두에 책임이 있다.”
그저 최선을 다해 살아가는 생태계 이웃들
자연을 통제한다는 착각 너머, 이해와 상생의 길을 모색하다
존경과 경멸의 시선을 번갈아 받는 이 동물들의 이야기는 인간의 변덕스러움과 어리석음을 상기시킨다. “인간이야말로 진정한 유해동물”이 아닌가 싶을 정도다. 하지만 저자는 그러한 단순한 결론에 머무르지 않는다. “다행히 인간은 끈덕지고, 지략이 풍부하고, 변할 수 있는 존재다.”
앞서 이야기한 호주의 사탕수수두꺼비는 어떻게 되었을까? 두꺼비는 호주의 생태계에 통합되었다. 토착 동물들이 놀라운 적응력을 발휘한 결과이기도 했지만, 과학자들이 동물의 습성 및 생태계 그물망을 전략적으로 활용해 끈질기게 노력한 덕분이기도 했다. 호주의 과학자들은 정부와 보전 단체 들을 끈질기게 설득하여 아직 두꺼비가 침입하지 않은 지역에 두꺼비 올챙이를 방류했다. 토착 동물들로 하여금 독성이 약한 새끼 두꺼비를 잡아먹도록 하기 위함이었다. 미리 배탈을 앓게 만드는 대신 두꺼비를 잘못 먹었다가는 큰일 난다는 교훈을 가르치려는 것이었다. ‘두꺼비 선생’ 프로그램은 성공적이었다.
케냐의 활동가들 또한 코끼리로 인한 현지인들의 피해를 줄이고 상생을 도모하기 위한 대책들을 끊임없이 강구하고 있다. 벌집 울타리, 지독한 냄새를 풍기는 퇴치제, 드론과 같은 수단으로 코끼리를 내쫓는가 하면, 인근 지역의 수확 작물을 바꾸고 이를 지역 경제에 통합시키는 등 사람들의 생활을 돕기 위한 노력도 계속하고 있다. 코요테 살인 사건의 현장이었던 케이프브레턴섬의 사례는, 우리가 동물들의 방식을 이해할 때에야 비로소 서로를 존중할 수 있음을 보여 준다. 과학자들은 코요테의 생활은 어떠한지, 코요테를 맞닥뜨렸을 때에는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를 주민들에게 차분히 교육하였다. 그 결과 주민들의 공포심은 적정 수준으로 중화되었다. 그야말로 “아는 것이 힘이다.”
단순한 정답 대신 끊임없는 고민을
혐오와 경멸보단 애정 어린 시선을
물론 ‘하나의 해답’은 없다. 저자는 순진한 온정주의에 호소하거나, 냉혹한 적자생존 논리를 들먹이지 않는다. 생태계의 균형을 고려하지만, 개별 동물의 복리를 함부로 무시하는 태도도 지양한다. 서로 입장이 다른 전문가와 현장 활동가의 목소리를 폭넓게 취재하고, 각지의 원주민들이 오래도록 쌓아 온 지혜와 현대 과학의 발견을 조화롭게 활용할 수 있음을 역설한다.
저자는 말한다. “공존이 늘 평화롭고 달콤할 수는 없다”고. 문제는 매번 새롭게 발생할 것이고, 우리는 그때마다 ‘겸손한 앎’에 기반한 상생 규칙을 도출할 수 있을 따름이다. 우리가 다른 사람들과 함께 살기 위하여 사회를 만들고, 규칙을 세우는 것처럼 말이다. 서식지에 식량이 부족한데 인간의 영역에는 먹이가 풍부하다면, 동물은 민가로 내려올 것이다. 특정 동물을 마구잡이로 도살하거나 내키는 대로 도입한다면, 생태계의 균형은 머잖아 무너질 것이다. 저자가 ‘사후 약방문’이 아닌 ‘사전 준비’를 강조하는 이유다.
과학과 문화를 가로지르고 실험실과 현장을 분주히 쏘다니는 저자를 바쁘게 따라다니다 보면, 우리는 “정말로 자연을 이길 길은 없다”는 당연한 사실과 새삼 마주치게 된다. 동시에 유쾌함과 따스함, 호기심과 엄정함을 잃지 않는 저자의 서술을 통해, 우리는 생태계의 일원으로서 ‘비인간이웃들’과 살아가는 방법을 함께 고민하게 될 것이다.
기본정보
ISBN | 9791193378366 | ||
---|---|---|---|
발행(출시)일자 | 2025년 02월 15일 | ||
쪽수 | 508쪽 | ||
크기 |
141 * 215
* 34
mm
/ 805 g
|
||
총권수 | 1권 | ||
원서(번역서)명/저자명 | Pests/Bethany Brookshire |
Klo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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