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자역학의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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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내역/미디어추천
- 미디어 추천도서 > 주요일간지소개도서 > 중앙일보 > 2025년 1월 5주 선정
양자역학은 어디서 왔고, 무엇이며, 어디로 가는가
매사추세츠공과대학교(MIT) 물리학과 교수이자 과학사 교수인 데이비드 카이저는 양자역학 탄생 100주년을 맞이해 이 책 『양자역학의 역사』에서 양자역학을 둘러싼 지난 100년을 역사를 돌아보며 양자역학이 어디서 왔는지, 무엇인지, 어디를 향해 나아가고 있는지를 소개한다. 특히 물리학자로서 ‘슈뢰딩거의 고양이’ 비유로 유명해진 양자 중첩이나 불확정성 원리와 같은 고전적인 양자역학의 특성뿐만 아니라 표준 모형, 호킹 복사, 급팽창 우주론과 같은 양자역학에 기반한 현대 물리학 및 우주론의 최신 성과들을 두루 설명하며, 또한 역사학자로서 맨해튼 프로젝트나 SETI 프로젝트, 냉전, 대형 강입자 충돌기의 설립과 가동 같은 양자역학과 긴밀하게 얽혀 있는 역사적 사건들을 아인슈타인, 디랙, 파인먼, 휠러, 겔만, 힉스 등 핵심 인물의 일화들과 한데 엮어 양자역학과 그것의 역사를 입체적으로 그려낸다.
작가정보
데이비드 카이저
물리학자, 과학사학자. 매사추세츠공과대학교MIT 물리학과의 정교수이자 게르메스하우젠 과학사 교수로서, MIT 이론물리센터에서 인플레이션 우주론으로 유명한 앨런 구스와 함께 초기 우주 연구팀을 이끌고 있으며, 양자역학에 관한 새로운 실험들을 설계하고 수행하고 있다.
『히피는 어떻게 물리학을 구했는가: 과학, 반문화, 그리고 양자역학의 부활(How the Hippies Saved Physics)』, 『파인먼 다이어그램 그리기(Drawing Theories Apart)』 등 현대물리학과 과학사를 함께 다루는 여러 권의 책을 집필하고 편집했으며, 1993년에는 미국 물리학회의 앱커상을, 2007년과 2013년에는 미국 과학사학회에서 수여하는 화이자상과 데이비스상을 수상했다. 교육자로서도 크게 인정받아 맥비카 펠로십과 MIT 최고 교육 우수상인 프랭크퍼킨스상 등을 수상했다.
《네이처》, 《사이언스》를 비롯한 저명한 학술지에 끊임없이 이름을 올리는 한편, 미국 공영방송의 다큐멘터리 〈아인슈타인의 양자 수수께끼(Einstein's Quantum Riddle)〉에서 양자 얽힘에 관한 그의 유명한 실험인 ‘코스믹 벨(Cosimc Bell)’을 소개하는 등 현대 과학을 알리는 데 앞장서고 있다.
옮긴이 조은영
어려운 과학 책은 쉽게, 쉬운 과학 책은 재미있게 번역하고자 노력하는 과학 전문 번역가. 서울대학교 생물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천연물과학대학원과 미국 조지아대학교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옮긴 책으로는 『한없이 가까운 세계와의 포옹』, 『코드 브레이커』, 『10퍼센트 인간』, 『암컷들』, 『이토록 멋진 곤충』, 『시간의 지배자』, 『돌파의 시간』, 『대화의 힘』 등이 있다.
목차
- 서문
들어가는 말
1부 양자(Quanta)
1장 모든 것은 양자일 뿐, 위로는 없다
2장 슈뢰딩거의 고양이: 죽느냐 사느냐, 그것이 문제라면
3장 유령 같은 입자, 중성미자
4장 코스믹 벨: 우주에서 양자역학 실험하기
2부 계산(Calculating)
5장 물리학자의 전쟁: 칠판에서 폭탄으로
6장 프로메테우스의 불과 계산 기계
7장 양자역학 해석: 닥치고 계산이나 해!
8장 현대물리학과 동양사상
3부 물질(Matter)
9장 두 거인 이야기: 초전도 슈퍼충돌기와 대형 강입자 충돌기
10장 표준 모형, 무에서 유를 창조하다
11장 힉스 사냥: 한밤중의 숨바꼭질
12장 두 개로 보이는 것이 하나라면
4부 우주(Cosmos)
13장 호킹의 외계인이 남긴 메시지
14장 중력에 보내는 찬사
15장 또 하나의 진화 전쟁: 빅뱅 이론부터 끈 이론까지
16장 우주론의 황금시대: 이제 그들은 고독하지 않다
17장 중력파가 가르쳐 준 것들
18장 스티븐 호킹에게 보내는 작별 인사
부록: 거짓말, 빌어먹을 거짓말, 그리고 통계
감사의 말
약어 해설
주
그림 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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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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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 치여 하루하루 허덕이며 살아가는 우리에게, 우리의 삶은 도도하게 흘러가는 인류의 역사와 아무런 상관이 없는 것만 같다. 하지만 우리의 삶은 인류의 역사, 그리고 더 나아가 우주의 모든 것과 깊이 연결되어 있다. 나를 포함한 많은 물리학자에게 우리의 삶이 우주의 모든 것과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은 매우 자연스럽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물리학 자체는 인류의 역사와 상관없이 순수하게 존재한다고 여겨진다. 그럴 리 없다. 이 책은 현대물리학의 정수인 양자역학이 인류의 역사 속에서 어떻게 태어났으며, 지금까지 어떤 우여곡절을 겪으며 성장했는지 생생하게 보여준다. 이것은 양자역학을 둘러싸고 펼쳐지는 대하 드라마다. 이 대하 드라마에서 양자역학은 제2차 세계대전과 핵폭탄 투하, 그리고 냉전 등등 인류의 역사 속 굵직한 사건들과 떼려야 뗄 수 없이 얽혀 들어간다. 심지어 이 대하 드라마에는 슈뢰딩거의 고양이가 출현할 수밖에 없는 절절한 이유도 숨어 있다. 개인적으로, 나는 이 책을 통해 내가 양자역학을 바라보는 관점에도 깊은 역사적 맥락이 숨어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놀랐다. 양자역학에 대해 전혀 모르는 사람들과 이미 많이 아는 사람들 모두에게 이 대하 드라마를 적극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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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로는 흥분시키고 때로는 호기심을 자극하면서, 카이저는 지난 한 세기 동안 물리학과 우주론에서 일어난 주요한 발전들을 우아한 문장들로 소개한다. 그의 글은 현대 과학과 인류 역사, 물리학의 거인들에 대한 통찰을 아름답게 한데 아우른다. 이 책은 과학 입문자뿐만 아니라 과학이나 역사를 전공하는 학생, 심지어 전문 과학자 또는 역사학자에게도 유쾌하고도 유익한 가이드가 되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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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저는 뛰어난 작가인데, 이 책은 그의 책들 중에서도 특히나 탁월하다. 깊이 있는 과학, 풍부한 역사, 인상적인 일화들로 잘 짜인 이 책은 대중 과학서 스타일로 쓰인 최첨단 학술서다. 앞으로 누군가가 과학의 역사가 무엇인지 묻거든 이 책을 쥐여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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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리학을 설명하는 것은 물리학자를 설명하는 것보다 쉽다. 카이저는 이 책에서 둘 다 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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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리학자도 사람이다! 세계의 근본적인 원리를 밝히고자 분투하는 그들에게도 불안감, 연애 문제나 금전적인 문제, 정치적 의견이 있다. 카이저는 물리학의 매혹적인 면을 명쾌하게 설명하면서도, 이를 발견하기 위해 노력한 인간으로서의 물리학자들을 매력적으로 조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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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과학의 진보가 필연적인 것이라고 그저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 하지만 카이저는 그 뒤에서 일어나는, 지저분하지만 그만큼 더 인간적인 진실을 들여다보게 한다. 철저한 조사, 훌륭한 문장으로 가득한 이 책은 물리학 마니아부터 역사학자, 학생, 일반 독자에 이르는 모든 독자가 주의를 기울여야 할 과학의 정치적, 사회적 본질에 관한 심오한 통찰을 제시한다.
책 속으로
■1931년 봄, 새로운 방정식의 기이한 수학적 특징을 설명하라는 하이젠베르크와 파울리의 독촉이 계속되는 가운데 디랙은 대담하게 반물질(antimatter)을 예측했다. 반물질은 우리가 주변에서 마주하는 보통 입자들의 사촌 격으로, 그것들과 질량은 같지만 전하가 반대다. 그로부터 2년간 캘리포니아와 케임브리지의 물리학자들은 디랙의 예측을 뒷받침하는 놀라운 실험적 증거들을 모았다. 이렇게 디랙은 물리학에서 정확도가 가장 높은 이론을 태동시켰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양자 전기역학으로 계산한 이론적 예측 값은 실험 결괏값과 소수점 11자리까지 일치한다. 오늘날 이론적 계산 값과 실험 데이터에서의 오차는 고작 1조분의 1에 불과하다. ■pp.36-37
■슈뢰딩거가 양자역학을 무너뜨리려고 시도한 도전은 역설적으로 이제는 누구나 그 이론을 가르칠 때 친숙하게 사용하는 비유로 남았다. 양자역학의 핵심은 입자가 ‘중첩(superposition)’ 상태로 존재하면서 서로 반대되는 두 가지 특징을 동시에 지닐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일상에서 이것 아니면 저것을 선택해야 하는 순간을 맞이하지만, 적어도 양자역학이 기술하는 바에 따르면 자연은 ‘둘 다’ 선택할 수 있다.
몇십 년 동안 물리학자들은 실험실에서 아주 작은 물질들을 구슬려 그것들이 ‘둘 다’를 선택하는 중첩 상태에 놓이게 하고, 그 속성을 조사하면서 가까스로 온갖 종류의 슈뢰딩거 고양이 상태를 만들어 왔다. 다음 장에서 소개하겠지만, MIT의 동료와 나는 최근에 일상적인 물질과 아주 약하게 상호작용하는 아원자 입자인 중성미자가 그런 고양이 상태로 수백 킬로미터를 이동할 수 있음을 입증했다. ■p.53
■지금부터 존 르 카레의 첩보물에나 나올 법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1950년 9월 초, 이탈리아에서 가족과 휴가를 보내던 폰테코르보는 로마에서 독일의 뮌헨으로, 다시 스웨덴의 스톡홀름을 거쳐 핀란드의 헬싱키까지 날아가 소련의 비밀 요원과 접선했다. 폰테코르보의 아내와 어린아이들을 한 차에, 폰테코르보를 다른 차의 트렁크에 실은 비밀 카라반이 숲을 지나 소련의 영토로 들어가 몇 시간 만에 레닌그라드에, 며칠 만에 모스크바에 도착했다. 영국과 미국 정부는 몇 주가 지나서야 그 사실을 알게 되었다. 마침내 미국 원자력공동위원회(US Joint Congressional Committee on Atomic Energy)는 『소비에트 핵무기 스파이(Soviet Atomic Espionage)』라는 두꺼운 보고서를 발간하며, 폰테코르보의 변절이 푹스의 배신보다 피해가 더 심하지 않을 뿐 훗날 에델 로젠버그(Ethel Rosenberg)와 줄리어스 로젠버그(Julius Rosenberg) 부부를 처형시킨 스파이 혐의보다 죄질이 훨씬 나쁘다고 주장했다. ■pp.62-63
■전시의 무기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동안 폰 노이만은 반자동 연산의 맛을 보았다. 그와 동료들이 직면한 까다로운 문제들 중에는 분열 가능한 물질에 중성자를 도입했을 때 나오는 결과물의 양을 추적하기 위한 계산이 있었다. 중성자가 무거운 핵을 산산이 흩어놓을까, 쪼개놓을까, 아니면 그것에 흡수될까? 핵전하로 인한 충격파가 폭탄의 중심에서 어떻게 확산될까? 전쟁 중 이런 계산은 대개 머천트(Marchant) 사의 휴대용 계산기로 무장한 인간 컴퓨터들이 수행했는데, 이에 관해서는 데이비드 그리어가 2005년에 출간한 『컴퓨터가 인간이었을 때(When Computers Were Human)』에 아주 잘 소개되어 있다. 리처드 파인먼(Richard Feynman)과 같은 젊은 물리학자들이 계산을 단계별로 쪼개놓으면, 조교(종종 연구소 기술직 직원의 젊은 아내)들이 연산하고 다른 조교 여럿이 같은 연산을 반복해서 수행했다. 한 사람이 자신에게 주어진 수의 제곱을 계산하면, 다른 사람은 2개의 수를 더해 그 값을 옆에 있는 또 다른 여성에게 전달하는 방식이었다. ■pp.108-109
■어떤 책은 토템이자 시대의 아이콘이 된다. 다락방이나 헌책방에서 우연히 발견해 반갑게 펼치는 순간 쩍 하고 갈라지는 소리나 퀴퀴한 곰팡내가 과거 그 책을 읽은 장소는 물론이고 그 책을 처음 읽은 당시의 자신에 대한 기억까지 불러온다. 전 세계 수십만 독자에게 프리초프 카프라(Fritjof Capra)의 『현대 물리학과 동양사상(The Tao of Physics)』이 그런 대표적인 책이다. 1975년에 초판이 발행된 이 신기한 책은 출판계에 일대 파란을 몰고 왔고, 예상치 못한 상업적 성공에 힘입은 모방의 물결이 뒤따라 일어나면서 양자역학의 신비를 다루는 교양 과학 책이라는 잠자던 장르가 부활했다. 현대물리학이 동양 신비주의의 오랜 지혜를 되살린 것이고 심지어 동양의 철학을 요약한 것에 불과하다는 주장이 아주 새로운 것은 아니었다. 1920년대와 1930년대에 양자역학의 여러 창시자도 비슷하게 선언한 바 있다. 그러나 닐스 보어와 에르빈 슈뢰딩거, 그리고 그들의 동료들이 내놓은 비유가 오랜 시간 잊혀 있었던 것과 달리, 카프라의 책은 엄청난 대중적 관심을 끌었다. 수 세대의 반문화 추종자들에게 『현대물리학과 동양사상』은 서구 과학과 뉴에이지의 통합을 약속했다. ■pp.137-138
■논문에서 힉스 보손은 입자물리학계에 새로 등장한 표준 모형의 핵심 역할을 맡게 되었다. 비록 이론적으로 힉스 입자는 전하도, 고유 각운동량도 없고, ‘기묘함(strangeness)’이나 ‘색전하(color charge)’와 같은 난해한 양자적 속성도 없어서 표준 모형이 기술한 모든 입자 중에서도 가장 단순한 입자이지만, 질량이 없는 입자에 질량을 부여하는 기능 때문에 절대적으로 중요해졌다. 힉스는 다른 입자들에게 무게를 준다. 노벨상 수상자 프랭크 윌첵(Frank Wilczek)이 힉스 보손에 장난스럽게 “어디에나 있는 저항의 양자(quantum of ubiquitous resistance)”라는 별명을 붙여주었다. CERN에 소속된 이론물리학자 존 엘리스(John Ellis)는 힉스 보손을 눈 덮인 들판을 헤치고 나가는 사람에 비유했다.
무척이나 설득력 있던 이 이론은 수십 년간 그저 하나의 아이디어에 머물렀다. 시간이 지나면서 입자물리학자들은 모든 물질이 그 안에서 무겁게 움직이는 보편적인 매질을 가정하는 것이 그런 매질이 존재한다는 경험적 증거를 찾아내는 것, 즉 그 매질을 작은 조각(개별적인 힉스 입자)으로 깨트린 다음 그것의 속성을 측정하는 것과는 전혀 다른 일이라는 점을 깨달았다. ■pp.180-181
■어머니는 전화로 내 연구에 대해 묻지 않는다. 그런데 실로 서쪽에서 해가 뜨는 사건이 2010년 4월에 생겼다. “너는 스티븐 호킹이라는 작자의 말에 동의하니?” 이런 질문은 보통 답하기가 쉽다. 블랙홀의 행동에서부터 초기 우주의 구조까지, 다양한 주제에 관한 물음에는 대체로 ‘그렇다’라고 대답하는 것이 안전하다. 하지만 엄마가 알고 싶은 건 그런 것이 아니었다. 엄마는 외계인과의 접촉을 시도하는 것이 아마도 좋지 못한 생각일 것이라는 호킹의 말에 내가 동의하는지가 궁금해 죽을 지경이었던 것이다. 호킹은 우리가 보낸 메시지를 받은 어느 외계 문명이 친절하게 지구까지 찾아와 집 앞에 나타날지도 모르지만 그리 우호적인 손님은 아닐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의 추측에 따르면 “그렇게 발전한 문명을 이룬 외계인이라면 자신들이 갈 수 있는 행성은 모두 식민지로 삼고 싶어 할 것”이다. 그 말이 호킹의 음성 합성기에서 나와 즉시 전 세계의 블로그에 퍼지면서 어머니까지 나한테 전화하게 된 것이다. ■pp.211-212
■끈 이론에서는 10의 5제곱의 가능성 대신 10의 500제곱이나 되는 별개의 저에너지 상태가 가능하며, 그중 어떤 것이라도 관측 가능한 우리 우주를 기술하거나 그중 어느 것도 그러지 못할 것이라는 말이었다. 기본 입자들의 질량에서 기본 힘들의 강도, 우리 우주의 팽창률, 그리고 그 밖의 것들까지, 우리 우주에서 관측할 수 있는 모든 양은 이 끈들의 상태 중에서 우리 우주가 정확히 어느 것인지에 따라 결정된다. 그러나 끈 이론은 왜 우리 우주가 이 수많은 가능성들 가운데 하필 이 형태인지 설명할 방법을 찾지 못했다. 잠시 멈추어 10의 500제곱이라는 수를 생각해 보자. 이는 과학자들이 평소에 접하는 수와 비율로도 도저히 헤아릴 수 없는, 우리의 일상적인 경험에서 완전히 동떨어진 수다. 우리에게 익숙한 양을 사용해서는 이 수를 만들어 내기가 어렵다. 세속적인 것에서부터 생각해 보자. 억만장자 제프 베이조스의 (인터넷에 나오는) 재산과 내 재산의 비는 불과 10의 5제곱에 불과하다. 이 비율을 보고 자신감을 얻어야 할지 우울해해야 할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10의 500제곱 근처에도 미치지 못한다.20 우주의 수로도 근접할 수 없기는 마찬가지다. 우리가 관측할 수 있는 우주의 나이는 약 10의 17제곱 초다. 우리은하의 전체 질량 대 전자 1개 질량의 비조차 약 10의 71제곱에 불과하다. ■pp.252-253
■로저 펜로즈(Roger Penrose)의 최근 연구는 풍부한 상상력을 자랑하는 대장정의 상징적인 최신 사례다. 우주론자들이 관측 가능한 우리 우주의 정확한 나이를 결정한 상황에서 펜로즈가 제안하기로는, 빅뱅 이후로 만발하며 윙윙거리는 이 모든 혼돈은 우리 우주의 더 긴, 아마도 무한한 역사 중에서 손가락 한 번 까닥하는 찰나에 지나지 않는다. 펜로즈는 138억 년 전에 일어난 빅뱅이 모든 것의 시작이었다고 가정하는 대신, ‘등각 순환 우주론(conformal cyclic cosmology, CCC)’이라는 야심 찬 모형을 내놓았다. 펜로즈는 우리 우주가 빅뱅 이전에도 셀 수 없이 여러 번 발생했으며, 프리드리히 니체가 말하는 “영원 회귀”처럼 영원히 순환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pp.267-268
■특이점 정리는 ‘고전적인’ 시공간, 다시 말해 현대물리학의 다른 주축인 양자역학을 무시하는 시간과 공간을 기술할 때 적용된다. 1966년에 박사학위를 받자마자 호킹은 우주에서 가장 큰 물체를 설명하는 상대성이론과 원자 수준에서 물질을 지배하는 양자역학 사이의 경계, 그러니까 골칫거리인 그 둘의 ‘경계’에서 공격을 시작했다. 그는 1970년대 중반, 양자 입자쌍이 블랙홀 근처에서 발견되는 시나리오를 생각하는 과정에서 우연히 자신의 가장 유명한 발견을 하게 되었다. 호킹이 제안하기로, 입자쌍 가운데 하나는 블랙홀 안으로 떨어지고 다른 하나는 탈출한다면 멀리 있는 관찰자의 눈에 블랙홀이 마치 복사선을 방출하는 것처럼 보일 것이다. 이는 블랙홀이 허락하지 않는 일로서, 호킹 자신이 『시간의 역사』에서 표현했듯이, 바꾸어 말하면 “블랙홀은 그다지 검지 않다”라는 말이다. 즉, 블랙홀도 빛난다는 것이다. 게다가 이 복사선은 블랙홀의 운명까지 결정한다. 천문학적인 시간 속에서 블랙홀은 증발해 간다. 한때의 어마어마했던 질량이 우주의 잡음으로 새어 나오는 것이다. 기이하면서도 흥미진진한 이 수수께끼 같은 생각은 수없이 많은 다른 발상들을 낳았고, 그중 일부는 계속해서 오늘날까지도 물리학계에 도전하고 있다. 여전히 이론물리학자들은 블랙홀로 떨어진 정보가 정말로 영구히 사라지는 것인지 답하고자 애쓴다. 재구성의 가능성 없이 그저 의미 없는 복사선들로 뒤범벅된 웅덩이만 남게 되는 것일까? 이는 정보란 생성되지도 파괴되지도 않는다는 양자역학의 신성불가침한 규칙을 위배한다. ■pp.285-286
기본정보
ISBN | 9788962626391 |
---|---|
발행(출시)일자 | 2025년 01월 17일 |
쪽수 | 376쪽 |
크기 |
145 * 216
* 30
mm
/ 620 g
|
총권수 | 1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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