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관점, 사유의 새로운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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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여성주의 철학의 대모가 우리 시대에 던지는,
사유의 새로운 패러다임
이 책의 총서 (69)
작가정보
이화여자대학교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 기독교학과에서 철학을 전공하여 석사 학위를, 미국 시카고대학교 철학과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87년부터 이화여자대학교 철학과 교수로 재직했으며, 현재 같은 학교 철학과 명예교수다. 그 밖에도 이화여자대학교 16대 총장, 한국철학회 회장, 국제여성철학회 이사, 세계철학연맹 위원 등을 역임했다. 저서로 『인식의 대
전환: 칸트의 코페르니쿠스적 전회』, 『新음양론: 동아시아 문화논리의 해체와 재건』, 『칸트: 경계의 철학, 철학의 경계』, 『예술과 사상』(공저), 『포스트모더니즘과 철학』(편저) 등이 있다.
목차
- 들어가면서 | 여성 관점은 철학을 어떻게 바꾸는가?
1부 여성주의 인식론을 위하여
1장 그것은 누구의 인식인가?
인식과 진리의 문제 | 과학주의와 손잡은 인식론 | 인간 이성, 그것은 진화의 산물
인가? | 규범적 자연주의 | 과학은 가치중립적인가? | 과학과 여성주의 | 젠더 혁
신 | 여성적 가치에 기반한 기술 | 기술 시대, 우리는 어떤 세상에서 살고 싶은가?
| 기술 시대를 대하는 여성주의적 전략
2장 방법으로서의 여성
누구의 관점에서 본 보편성인가? | 진리에 이르는 방법은 여럿이다 | 대화적 이
성 또는 음양적 이성
3장 여성주의 인식론의 갈래
왜 여성 철학인가? | 철학의 새로운 자기 규정을 위하여 | 무엇이 여성적 관점인
가? | 인식에 대해 다시 묻다 | 여성주의 경험론 | 여성주의 입장론 | 포스트모던
여성주의 | 여성주의 음양인식론
2부 여성 주체의 탄생
4장 주체는 어떻게 태어나는가?
질문과 대립을 통한 주체성의 탄생 | 바깥의 것을 통한 일깨움 | 히파티아: 최초
의 여성 철학자 | 플라톤: 여성에 대한 두 얼굴 | 아리스토텔레스: 영혼을 가진
남자와 질료일 뿐인 여자 | 홉스와 로크: 인간은 평등하나 남녀는 평등하지 않다
| 울스턴크래프트: 이성적 사유와 결단의 산물로서의 여성
5장 여성 주체의 칸트적 구성
철학은 상황적이고 맥락적이다 | 칸트 철학의 반여성주의적 성격 | 칸트 철학에
대한 여성주의적 해석
6장 한국 여성 주체의 형성
‘국가는 제발 낄끼빠빠’ | 한국 여성의 주체성 형성과 국가 | 탈주체 시대 여성 주
체화의 가능성 | 한국 여성의 자기 인식
3부 여성 관점으로 읽는 정의론
7장 정의론 바깥의 여성
왜 하필 여자로 태어났을까? |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게 하기 위하여 | 가족, 사
랑의 영역이자 정의의 영역 | 기존 정의론에 대한 여성주의 비판 | 일상의 정치
학 | 사회적 품성으로서의 정의감 | 동아시아의 품성 함양 전통 | 일상의 문맥으
로 내려온 정의론
8장 여성 관점은 왜 정당한가?
진리는 늘 부분적인 것이다 | 인식적으로 책임 있는 주체가 된다는 것 | 여성 관
점의 정당성은 어떻게 확보되는가? | 인식적 부정의와 저항의 인식론
4부 삶의 우연성과 포용의 철학
9장 무지와 혐오 감정의 반미학
포용의 철학을 위한 조건 | 혐오 감정의 신체성
10장 칸트 미학으로 읽는 혐오 감정
미적 판단은 보편성을 가질 수 있는가? | 심미적 감정의 특수성 | 숭고 체험의 미
학적 함의 | 심미적 쾌와 불쾌, 그리고 혐오의 감정 | 혐오의 이면 | 혐오의 정치
학을 넘어 포용의 철학으로
나오면서 | 한국에서 여성 관점으로 철학을 한다는 것
참고 문헌
찾아보기
책 속으로
- 무엇인가를 문제로 바라보게 하는 지점, 자의식이 선명하게 작동하는 그곳에서 관점이 형성된다. 인간의 존재와 삶이 버거워지고 불편해지는 지점에서 인간에 대한 철학적 관점이 형성되는 것처럼 여성 관점은 당연하게 여겨지던 여성의 삶이 불편하게 느껴지는 곳에서 형성된다. 여성만이 여성 관점을 갖는 것은 아니다. 여성이어도 여성 관점을 갖지 않을 수 있고, 남성이어도 다양한 상황에 따라 여성 관점을 가질 수 있다.(12~13쪽)
- 여성의 관점에서 세계와 인간의 삶을 바라보는 일이 왜 필요할까? 그것은 인간의 지식이 항상 부분적이라는 데서, 그리고 그 부분적 지식에 기초해 타자를 재단하고 지배하는 데서 생겨난다. 우리가 추구하는 진리는 근본적으로 그 진짜 모습을 포착하기가 어렵거나 불가능하다. 실재와 진리를 아직 다 알지 못하기에 과학적 연구가 성립하며 과학의 발전을 이룰 수도 있는 것이다. 결국 우리의 앎은 인간의 한계 내에서의 앎이다.(76쪽)
- 우리가 이것과 저것을 모두 함께 볼 수 있는 전체적 관점(이를 형이상학적 관점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은 하나의 이상(ideal)으로서, 현실에서 이에 도달할 수는 없겠지만 진리를 향한 방법적 사유의 필요성과 중요성을 받아들일 수는 있을 것이다. 이것, 저것의 차이를 통괄해서 사유하는 이성을 우리는 대화적 이성이라고 부를 수 있다. 나는 이것을 음양적 이성이라고 부른다. 음과 양, 서로 대립하는 것들 사이를 왔다 갔다 하면서 적절한 지점을 찾는 정신의 활동이 음양적 이성이다.(84쪽)
- 여성 철학은 여성적 관점이라는 경험적 구체성과 철학의 보편성에 대한 지향을 동시에 수용하고자 하는 점에서 태생적인 긴장을 포함한다. 여성주의와 철학의 결합은 단순히 철학의 정치화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그것은 오히려 여성의 관점과 삶의 맥락 안에서 철학을 보는 순간 철학은 새롭게 자기 규정을 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고, 그럼으로써 철학은 자신의 참된 모습을 가질 수 있게 되었음을 의미한다. 이는 끝없는 자기부정 안에서만 자기 존재의 의미를 갖는 철학의 본성을 반영하는 것이기도 하기에 여성 철학은 오늘날 철학함의 참된 의미를 우리에게 드러내 준다고 할 수 있다.(98~99쪽)
- 그렇다면 여성적 관점이라는 것을 특정할 수 있는가? 아니다. 그것은 어느 하나로 규정되거나 고정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여성들 자체가 계급, 인종, 민족에 의해 다양화되어 있기 때문에 고정불변한 하나의 여성적 관점이란 있을 수 없다. 마치 ‘사과’는 사과라는 과일을 지시하지만 ‘사과가 아닌 것’이 지시하는 것은 무한히 열려 있는 것처럼 여성 관점은 지배 담론 바깥을 포괄하는 모호성을 지닌다.(102쪽)
- 여성주의 음양인식론은 항상 모순되거나 반대되는 것, 상호 갈등하고 차이를 지니는 것을 포괄하면서 그 사이의 균형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다른 여타의 서구 여성주의 인식론과 구별된다. 서로 양립하기 어려운 대립적 가치의 양단을 들어 조정하는 과정으로서의 음양 운동은 여성주의 인식론의 중요한 요소다.(177쪽)
- 여성 철학의 철학적 전제는 모든 지식, 철학적 지식조차도 상황적 지식(situated knowledge)이라는 것이다. 여성 철학은 강한 맥락주의를 전제로 삼는다. 모든 경험을 초월하는 초월적 관점은 허구이거나 가장된 보편주의로서, 실은 특정한 관점 혹은 맥락을 반영하고 있다는 것이다. 많은 남성 철학자들이 인간의 본성을 논하면서 여성 비하적인 생각을 거리낌없이 드러내는 것을 보면 그들이 말하는 ‘인간’은 ‘남성’인 것으로 볼 수밖에 없으며, 따라서 인간 본성에 관한 논의 안에는 여성이 처한 삶의 조건은 전혀 고려되어 있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223쪽)
출판사 서평
이 책을 관통하는 핵심어는 ‘여성 관점’이다. 수천 년간 철학은 고도로 추상화된 개념을 통해 수행되어 왔고, 참된 진리는 명료한 정신과 이성에 의해서만 파악할 수 있는 것으로 여겨져 왔다. 이에 반해 경험적인 것, 감각적인 것, 육체적인 것, 생성과 소멸의 과정 안에 놓여 있는 것은 열등한 것으로 간주되었다. 철학의 이러한 높은 이상에 비추어 보았을 때, 여성은 동서양을 불문하고 원초적으로 비철학적인 존재로 받아들여졌다. 특히 여성이 경험하는 임신과 출산은 그녀들을 육체적이고 물질적인 조건에 깊숙히 매이게 했고, 생활의 온갖 잡스러운 냄새에서 자유롭지 못하게 했다. 그럼으로써 여성은 순수함, 추상성, 정신성을 가질 수 없는 존재로 살아가야 했다. 국가란 무엇인지, 정의란 무엇인지, 아름다움이란 무엇인지 등을 논하는 것은 육신적 조건과 노동으로부터 자유로운 남성들의 전유물이었다. 수천 년간 여성들도 매일매일의 삶을 영위했을 텐데 지성의 역사에서 그들의 존재는 거의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았다.
여성주의 철학이 등장하면서 여성은 비로소 자기 자신을 바깥에서 들여다볼 거울을 갖게 되었다. 그리고 다음과 같이 묻기 시작했다. “우리에게 전해진 지식, 합리성, 도덕은 누구의 관점에서 만들어진 것인가? 거기에서 다루어지는 ‘인간’은 과연 누구인가? 그 관점은 참으로 참으로 공평무사한 것인가? 보편적 진리, 보편적 관점이라는 것이 진정 가능한 것인가? 가능하지 않다면 여성들은 어떻게 여성 관점을 구축하여 대안적 지식과 도덕, 합리성과 정의에 관한 이야기를 할 것인가?”(13쪽) 하나의 새로운 관점을 갖게 됨으로써 오랫동안 문제로 여기지도 않았고 의심조차 하지 않았던 것이 풀어야 할 문제로 떠올랐다.
이 책은 어떤 지식이나 진리도 특정 관점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생각에서 출발한다. 실상 우리의 인식과 판단 대부분은 가치 함축적이며, 그런 한 어떤 것도 우리가 원하는 만큼 가치중립적일 수 없다. 그러므로 “모든 진리가 어떤 관점과 연결되어 있는 것이라면 관점으로부터 독립된 진리 자체를 찾으려 헛되이 노력하기보다는 우리가 진리로 받아들이는 것이 어떤 관점, 어떤 문화적 규범 및 실천과 연계된 것인지를 찾아보려고 노력하는 것이 현실적이다”(20쪽)라고 저자는 말한다. 여성의 삶의 경험에 바탕을 둔 여성 관점은 기존의 지배 담론에서 이성의 이름으로 배제되어 온 문제들, 가령 신체성, 구체성, 우연성, 주관의 편향성, 감정적인 것, 일상성, 관계를 통한 유대 등을 철학의 중심으로 끌어들였다. 이로써 “철학은 저 멀리에서 빛나는 수정처럼 맑고 단단한 지식의 결정체가 아니라, 끈적거리고 냄새 나는 삶의 현장 안으로 그것 스스로 현실이 되고자 하는 의지가 되었다.”(98쪽)
이렇듯 이 책의 주된 관심은 관점의 전환이 지니는 함축이다. 그리하여 1부에서는 먼저 여성 관점이 어떻게 형성되는지를 살펴본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생성된 여성주의 인식론이 어떻게 전개되고 분화되었는지를 논의한다. 서구 여성주의 인식론은 크게 경험론, 입장론, 포스트모던 여성주의 이렇게 세 갈래로 나뉘어 전개되는데, 각각에 대해 살펴본 다음 저자는 동아시아에서 여성 억압을 정당화하는 데 사용되었던 음양이라는 개념 틀을 여성주의 관점에서 재해석함으로써 서구의 여성주의 인식론과 차별되는 대안적 인식론을 제시한다. 2부에서는 여성 관점과 불가분적으로 맞물려 있는 여성 주체의 형성을 다룬다. 여성에 대한 대상화가 철학사에서 어떻게 나타났고, 칸트 철학의 주체 개념을 활용해 여성 주체의 형성을 설명한다. 3부에서는 주로 공적 영역에 치중된 기존의 정의론을 여성 관점에서 비판적으로 검토하는 한편, 이제껏 정의론 안에서 고려하지 않았던 가족 내 권력 관계와 분배의 문제를 다룬다. 이로써 추상적이고 원리적인 정의론 대신 삶의 냄새가 배인 정의론을 새롭게 모색한다. 4부에서는 여성 관점이 철학적 의제를 다시 설정하게 할 뿐만 아니라 실천적 변화를 초래함으로써 마주치게 되는 여성 혐오 현상을 집중적으로 다룬다. 여기서 저자는 칸트 미학을 차용하여 혐오의 반미학성을 드러내고, 혐오의 정치학을 넘어 포용의 인식론을 제안한다.
기본정보
ISBN | 9788957339640 | ||
---|---|---|---|
발행(출시)일자 | 2025년 01월 03일 | ||
쪽수 | 408쪽 | ||
크기 |
157 * 230
* 27
mm
/ 803 g
|
||
총권수 | 1권 | ||
시리즈명 |
대우학술총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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